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3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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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딸내미가 온 동네를 쏘다니며 자신의 아버지는 [적귀]라는 이명을 가진 실력자라고 떠벌린 덕분에 나이 40이 넘은 아버지는 죽을 맛입니다. 젊었을 적 고향을 뛰쳐나가 모험가가 되었지만 얼마 못 가 한쪽 다리를 잃어버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의 냉대를 받아야만 했죠. 고향을 버린 놈, 한쪽 다리가 없는 반푼이라는 조소 속에서 아버지는 끊임없는 노력 끝에 다시 마을에 받아들여졌지만 이미 나이는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덧없는 인생에서 그나마 위안이었던 건 숲에서 주운 딸내미가 있었다는 것, 딸내미는 말썽 하나 안 부리고 무사히 성장하였고 이내 자신을 따라 모험가의 길을 들어섰던 딸은 어느덧 S랭크라는 아무도 무시 못 할 경지에 올랐습니다. 그런 딸내미에게 지금 한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는데요.

 

고아가 넘치는 세상입니다. 안젤린의 동료 아넷사와 밀리엄 또한 고아원 출신이죠. 작중 표현은 안 되어 있지만 으레 판타지같이 중세 시대를 표방한 작품에서 아이가 버려지는 건 흔한 일입니다. 안젤린 또한 숲에 버려졌었고, 그녀의 아버지 벨그리프가 주워다 길러 주었죠. 아이가 버려지는 세상입니다. 정상적인 개념을 가진 아이라면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의 은혜를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지 않을까요. 어느덧 아버지 나이 42살, 아버지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안젤린은 노년을 쓸쓸하게 보낸다는 느닷없는 생각이 들어 엄마를 붙여준다면 그나마 덜 쓸쓸하겠지? 하며 신부 후보를 찾아 나섭니다. 모험가를 하며 인연이 닿은 여성들을 만나 우리 아버지 괜찮은데 만나볼래? 선 볼래? 내 엄마가 되어 줄래? 이러고 다녀요. 그런데 녹록지가 않습니다. 내 마음속 아버지는 대단한 사람인데 어째서 아무도 몰라줄까.

 

그 시점, 아버지는 뭐하고 있냐면요. 딸내미의 걱정과는 반대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이미 귀족 3자매의 구애를 받고 있고, 딸내미가 방방곡곡 쏘다니며 [적귀]라는 이명을 퍼트리는 바람에 한수 배우고자 도끼 전사가 찾아와 눌러 앉아요. 새장 속 새가 되고 싶지 않다며 세상 밖으로 뛰쳐나온 망나니 엘프 공주를 찾기 위해 노엘프(노인)가 그의 집을 방문합니다. 그 노엘프 또한 여기서 기다리다 보면 엘프 공주가 제 발로 찾아오겠지 하며 눌러 앉아 버리는군요. 그리고 3명(벨그리프, 도끼 전사, 노엘프)은 의기투합하여 마을 사람들과 술잔치를 벌이고 대련을 하며 세상사 무엇이 걱정이냐는 듯 껄껄거리는 인생을 만끽하죠. 그리고 그쯤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일명 교과서적으로만 살아가는 엘프 공주는 숲에서 마왕과 대치중이었습니다.

 

 

다시 안젤린의 시점, 엄마 찾기가 좀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어떡하나 싶은 심정으로 밤길을 걷는 그녀에게 이전에 보르도(아버지에게 어프로치 중인 귀족 3자매가 사는 곳)에서 언데드 사건을 일으켰던 '샤를로테'라는 10살짜리 소녀와 '벡'이라는 소년을 다시 만납니다. 어떤 인연이 있어 보르도에 들렸던 부녀(父女)에 의해 격퇴는 되었으나, 여기서 또 만나게 되는군요. 이에 또 싸울래?라며 으르렁거리는 안젤린에게 뜻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게 되죠. 찾고 있는 엄마는 보이지 않는데 인연이란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동생을 둘이나 얻게 되다니 세상사 참 모를 일입니다. 마왕을 부활 시키려는 사교의 꾐에 넘어가 사기와 사람들이 죽을 정도로 나쁜 짓을 저지르고 다녔던 소녀 샤를로테, 보르도에서 자신을 탓하기 보다 감싸주었던 아저씨(벨그리프)를 만난 계기가 그녀의 마음에 어떤 파장을 불러온 것일까. 그때 [적귀]의 전설은 허구가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었던 아저씨.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지어다.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샤를로테의 진심이 전해진 것일까. 아니면 교황청에서 추기경을 할 만큼 권력자였던 아버지가 권력 다툼에 밀려나 딸을 살리고 죽어버린 것에 원한을 잊지 못해 나쁜 길로 들어선 그녀에게 동정심이 일어난 것일까. 보르도에서 사람이 죽을 정도로 큰 사건을 일으킨 이들의 목을 당장에라도 처야 되건만 안젤린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지 않으려는 듯, 샤를로테와 벡을 보호하며 이들을 노리는 자객으로부터 지켜나가기 시작하는데요. 사를로테와 벡이 사교를 배신한데다 교황청이 전(前) 추기경의 딸인 샤를로테가 정적의 구심점이 되어 자신들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한 거죠. 이에 안젤린은 졸지에 두 곳에서 보내오는 자객과 대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지만 누군가를 지킨다는 신념을 가진 그녀를 꺾을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다시 아버지 시점, 망나니 엘프 공주가 위기에 빠집니다. 마왕을 죽여서 명성을 얻겠다며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지만 교과서적인 배움만으로 본질을 꿰똟지 못하는 우둔함만 가진 그녀는 기어이 목이 떨어질 위기에 처하게 돼요. 그리고 개입하는 아저씨, 또다시 객식구나 늘어납니다. 목숨이 구해지고도 엘프 공주는 큰숙부가 되는 노엘프의 가르침은 귓등으로 들으려 하지 않고 고집만 피워대니 이거 참, 여기서 아이들의 우상 벨그리프가 나설 차례군요. 말을 안 듣는 아이는 때려서라도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굴곡을 전해주며 겉으론 온화한데 속을 들여다보면 너 그러다 객사한다고 으름장을 놓으니 아무리 망나니 엘프 공주라도 기가 죽을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도끼 전사와 노엘프에 이어 엘프 공주까지 객식구로 들어오며 아저씨의 삶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왕이라는 복선은 안젤린에게 세 번째 동생을 안겨주는데...(이 부분은 4권 리뷰에서 다시 언급해보겠습니다.)

 

맺으며, 제목 때문에 가벼운 이야기가 아닐까 오해를 사기에 딱 좋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데요. 말씀드리지만 절대 가볍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시리어스같이 무거운 게 아니고 이야기 구성이 알차다는 뜻인데요. 우선 작가의 필력이 좋아서 사물에 대한 표현력이 우수하고, 등장인물들 개개인의 개성을 잘 표현하고 있죠. 안젤린의 아버지 사랑이라던지, 이번에 샤를로테의 진심 어린 참회는 가슴을 먹먹하게도 합니다. 벡의 꼬인 성격은 괴롭히고 싶어 하는 누나의 심정이 이런 건가 하는 느낌을 들게 하죠.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처럼 샤를로테를 동생처럼 귀여워해 주는 안젤린의 풀어진 미소는 훈훈하게도 해주고요. 망나니 엘프 공주의 신랄한 말솜씨는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여담이지만 이번 에피소드 테마는 마왕보다는 귀여움이 아닐까 했군요. 샤를로테라든지... '미토'라든지...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건 이야기를 교차 시키는 작가의 능력입니다. 아버지 시점과 딸의 시점을 따로 진행 시키면서 점차 이야기가 맞물려가고 하나의 가능성에 도달 시키는 능력이 대단히 좋아요. 이것 때문에 눈을 뗄 수가 없었군요. 마왕의 존재를 두고 아버지와 딸의 활약을 따로따로 진행 시키면서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라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진행 방식은 몰입도를 상당히 올려줍니다. 물론 이야기가 방대해지면서 산만해질 수 있으나 이건 기억력의 문제일 뿐, 아무튼 이전부터 그래왔지만 마왕의 존재가 좀 더 명확해지면서 안젤린의 정체 또한 명확해지는 에피소드였습니다(이거에 대해선 나중에 다시 언급). 그리고 젊었을 적 아버지의 첫사랑은 또 다른 만남을 예약하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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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 8 - L Books
CHIROLU 지음, Kei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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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후일담, 외전 형식입니다. 라티나가 사라지고 그게 마왕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버린 데일이 마왕 소탕전을 끝내고 겨우 찾아낸 반려라는 오픈 엔딩으로 끝낼 수 있었으나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작가가 집필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후일담인데요. 만화와 더불어 웬만한 작품들 대부분이 오픈 엔딩으로 끝내거나 작가가 중도에 도주해버려서 미완으로 끝나는데 반해 이 작품의 작가는 직업의식이 투철하다 할 수 있죠. 사실 뭐 오픈 엔딩으로 끝난다고 해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독자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고 여운을 남게 함으로써 두고두고 회자시킬 수 있는 수단이 오픈 엔딩이기도 하니까요.

 

데일에 의해 재앙의 마왕이 쓰러지면서 마인족들은 인간들과의 교류를 희망하고, 라티나의 언니 크리소스는 마인족을 이끄는 왕이 되어 인간들의 나라 라반드국(데일과 라티나가 소속된 나라)과의 교류를 위해 찾아옵니다. 어릴 적 그렇게 해어지고 다시 만난 동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동생과의 재회,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나라의 국왕으로써 정치적인 소임을 다하기 위해 라반드국을 찾은 크리소스는 모든 걸 내팽개치고 동생만을 바라보는 팔푼이가 되어버립니다. 그에 두통을 느끼는 데일, 한때는 남자 같은 이름의 크리소스라는 단어를 듣고 데일은 라티나가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닐까 하고 오해를 해버리기도 했었죠.

 

시간이 흐른다는 것, 그것은 또 다른 이별을 예고하는 것, 그러나 작가는 그걸 살리지 않는다.

 

라티나의 절친 클로에가 결혼식을 올립니다. 어릴 적 라티나에게 불합리를 가했던 선생을 두고 볼 수 없어 교실을 뒤집어 엎었던 말괄량이 소녀가 라티나를 냅두고, 살아오면서 인연이 더 많았을 남자 소꿉친구를 냅두고 먼저 인생의 승리라는 레일 위에 안착해버립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 언제까지고 꼬맹이 시절에만 묶여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마냥 시계는 거침없이 앞으로 흘러 가요. 이것은 라티나에게 있어서 이별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메시지가 아닐까 했습니다. 인간보다 몇 배는 오래 사는 그녀(라티나)에게 있어서 친구들이 나이를 먹고 하나둘 없어진다는 두려움을 과연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작가는 그걸 살리지 못하는군요. 일언반구도 없어요. 아쉬웠던 게 이 부분이었군요. 나만 놔두고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버리는 불안, 그걸 감싸주는 데일이라는 극적이고 드라마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었음에도 이 작품 자체가 워낙 가볍다 보니 그런 우중충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저 현재라는 시간을 보고 느끼고 자기 삶을 찾아가는 친구에게 축복을 하고, 인간과 똑같은 삶을 살아 가려 하죠. 사람은 살아가는 환경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라티나의 차례가 찾아옵니다. 어릴 적 일족에게서 버림받았던 그녀는 기댈 곳을 찾아 손을 내밀었고 그걸 받아준 소중한 사람과의 결혼.

 

작가는 또다시 배신을 때린다.

 

음... 배신이라고 하기엔 어패가 있습니다만. 이 작품 자체가 가볍다 보니 심각한 이야기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요. 한마디로 라티나가 결혼한다는 걸 알게 된 [친위대]의 반란은 속된 말로 깨는 것이었습니다. 1권 때는시리어스 하긴 했지만 이후부터는 사실 이런 분위기인 건 알고 있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요정 공주를 보살피는 모임] <- 이것만 봐도 이 작품이 얼마나 가벼운지 알 수 있죠. 아무튼 이 미친 모임이 일으키는 어떤 행위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스포일러라서 언급은 힘들지만, 남정네들만 우굴거리는 소굴에 여자애 하나 떨궈 놓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할 필요도 없겠죠.

 

그런 유사한 일이 벌어집니다. 아무리 라티나가 마법 소양이 뛰어나 공격과 방어에 능통하다지만, 자신이 일하는 식당 단골들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건 라티나에게 있어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반대로 그 남정네들도 자신들의 마음속 히로인인 그녀에게 손을 댄다는 건 있을 수 없었습니다만.

 

그렇기에 이 작품이 얼마나 가벼운지 잘 나타내는 것이고, 그렇기에 유괴하다시피 한 걸 장난으로 치부해버리는 대목에서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었는데요. 더욱 문제인 것은 라티나의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이군요. 아무 의심 없이 남자들을 따라가는 건 현실의 교육과 반대되는 내용이 아닐까라고 한다면 필자가 너무 오버하는 것일까요. 작가도 그런 점을 의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어떤 일을 위해 라티나도 친위대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면죄부를 주는 것에서 이거 북 치고 장구치고, 병 줬다가 약 줬다가 혼자서 다 해 먹는다는 느낌을 받았군요. 또 쓰지만 이 작품이 이렇게 가볍다는 걸 새삼 알게 된 장면이었습니다.

 

맺으며, 1권이 발매되고 키잡물이다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긴가민가했었는데 사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건 데일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된 키잡물이라기보다 라티나의 독점욕에서 시작된 키잡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일족에게서 버려지고 아빠는 객사해버리고 천애 고아가 되어 오늘내일하는 현실에서 자신을 주워주고 길러주고 많은 것을 알려주는 이가 있다면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불행한 과거를 가진 아이가 커서 가족을 맞아들일 때 하는 행동은 두 가지라고 하죠. 가족을 끔찍하게 보살피거나, 똑같이 불행한 과거를 걷거나. 라티나는 전자가 되었죠. 이미 어느 정도 나이가 찰 때부터 데일에 대한 독점욕을 보이기 시작했고, 좀 더 커서는 질투심까지 탑재하기에 이릅니다.

 

어쩌면 데일을 권속으로 삼은 것도 이 독점욕에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버림받은 것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그녀가 자신을 보살폈던 데일을 특별히 여기는 건 당연한 것이었죠. 그래서 한때 데일은 도망 다니기도 했고요. 이번에도 데일은 아버지로서 그녀를 보내주려 했다는 대목이 있으니 뭐, 아무튼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라고 발이 빠른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은 좀 그런가요. 애초에 라티나 이외에 이렇다 할 히로인이 없었으니 처음부터 이렇게 되었을 운명이었겠죠. 그건 그렇고 1권 이후 일러스트레이터를 바꾼 건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느낌을 받았군요. 특히 라티나의 절친 클로에를 그린 일러스트는 꽤 잘 뽑혔습니다. 그리고 진엔딩, 누구나 바라는 이런 엔딩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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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을 먹는 비스코 2 - L Novel
코부쿠보 신지 지음, 아카기시 K 외 그림, 이경인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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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조금 들어 있습니다. 글도 좀 길군요.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녹병에 걸려 오늘내일하는 아버지와도 같은 스승을 치료하기 위해 녹식이라는 영약을 찾아 헤맸던 비스코는 그만 녹식과 한 몸이 되어 불사의 능력을 얻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깊은 상처라도 금방 낫게 해버리고, 나이를 먹지 않게 하는 신비의 영약 '녹식', 불로장생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얼마나 축복받은 물질이란 말인가. 거기에 녹에도 강하니 녹병이 만연해 다 죽어가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없어선 안 될 영약이라고 할 수 있죠. 자, 걸어 다니는 영약 비스코는 전국을 떠돌며 사람들을 치료하는 나이팅 게일이 될 것인가. 그딴 거 내 알 바 아니고 이런 체질 바라지도 않았다며 원래의 몸으로 되돌리기 위해 미로와 함께 여행을 떠나요.

 

선행은 사람을 봐가면서 하자

 

이번에 비스코의 고향에 들리기 위해 중간 기착지로 시마네 현을 찾았던 비스코는 거기서 자신들을 사칭하는 일단의 무리를 만나게 되고 못된 짓을 일삼는 그들을 혼내주기 위해 아지트를 급습하는데요. 하지만 어쩐 일인지 사칭꾼들은 다 죽어있고 아지트 지하 감옥에서 간신히 말라비틀어져 다 죽어가는 노인을 한 명 구하게 됩니다. 이 노인은 사람 의심할 줄 모르는 비스코에게 선행이라는 독이 얼마나 끔찍한지 몸소 겪게 되는 사건의 발단이 되죠. 이미 사칭꾼들이나 지하 감옥에 갇혔던 다른 사람들 모두가 죽어 있는 시점에서 의심을 해야 하건만, 오늘내일하는 노인이 설마 뭔 힘이 있겠어하는 생각을 가졌을 테죠. 아마 비스코는 이 비쩍 마른 노인에게서 자신의 스승을 엿봤을 수도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작중 간간이 자신의 스승을 언급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방심했겠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자신(비스코)의 위(소화기관의 그 위)가 노인의 손에 들려있는 시점에서 자신의 멍청함을 한탄해봐야 늦을 뿐이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불사승정 '켈싱하'에게서 위를 되찾기 위한 공방전을 그리고 있습니다. 비스코의 수명은 앞으로 대략 5일, 녹식과 한 몸이 되었길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즉사였을 터. 기아감에 허덕이며 불사승정이 숨어든 '이즈모 육탑'에 침입하여 켈싱하를 찾지만 나비 날갯짓이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사태는 매우 심각하게 흘러갑니다. 숨어든 '이즈모 육탑'의 분위기는 어딘가 세기말 종교틱하고 집단적 광기를 품고 있고, 거기에서 말라 비틀어 전 노인 '켈싱하'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죠. 그리고 졸지에 일본 전역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아포칼립스가 도래합니다.

 

나비의 날갯짓은 태풍을 넘어 종말적 시련으로...

 

이건 마치 이누야사의 '나락'과도 같은 형국이랄까요. 필자가 식견이 좁아 빗댈 마땅한 작품이 떠오르지 않는데요. 처음엔 별거 아니었던 마물과도 같았던 인물이 갈수록 강대한 힘을 얻어 주인공을 궁지에 몰아넣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물에 위협으로 성장하는 악당이 바로 켈싱하가 되겠습니다. 불사의 능력을 얻어 수백 년을 살아오다 뻘짓을 저지르는 바람에 자기가 거느리던 밑에 사람들에 의해 힘을 빼앗긴 채 쫓겨나고, 복수와 더불어 힘을 되찾기 위해 내가 왔노라 하며 복귀해서 아수라장을 펼쳐대요. 그것에 일조한 게 비스코의 위가 되겠습니다. 녹식의 힘을 흡수하여 강대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비스코의 위를 이용해 차례차례 자신을 쫓아보냈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 위를 찾으러 온 비스코와 일기토를 벌여가죠.

 

이 과정에서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휩쓸리고, 켈싱하를 막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 싸우지만 어디에나 있는 권력과 암투와 시기 등이 맞물려 더욱 아수라장으로 변해 갑니다. 그리고 어째서 이런 흐름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켈싱하의 복귀로 인해 일본 전역이 위험에 처하는 아포칼립스의 도래는 일이 커져도 너무 커진 느낌을 받게 합니다. 비스코의 방심이 불러온 나비 날갯짓이 세기말 종말론에 불을 지펴 버려요. 게다가 선량한 사람들까지 휘말리는 통에 이 감당을 어떻게 할까 했는데요. 하지만 마이웨이인 비스코는 그런 거 안중에도 없습니다. 게다가 미로는 비스코의 위를 찾기 위해 거의 얀데레가 되어 날뛰는 모습은 작중 분위기를 더욱 시리어스로 만들어 버려요. 거의 광기를 보여주는데 미로가 여자애였다면 심금을 울리는 신파극이 되었을 텐데 좀 아쉬운 부분이었군요.

 

그리고 종말론을 넘어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즈모 육탑에서 비스코와 미로는 '라스케니'라는 여성과 '암리'라는 소녀를 만나요. 이들의 조력을 받아 켈싱하를 뒤쫓지만 으레 이런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면엔 무언가가 감춰져 있다는 게 통례(?)죠. '암리'는 다 죽어가는 비스코를 치료해주며 켈싱하와 전투를 벌여가면서 인연을 트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암리의 바램을 듣게 되고 비스코는 이뤄질 수 없다는 현실을 들이밀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보여줍니다. 무언가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감정과 기댈 곳을 찾고 싶은 아이. 그걸 비스코에게서 발견하지만 현실을 냉혹하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비스코의 위를 되찾기 위해 날뛰던 미로 또한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않죠. 거기에 말라깽이 켈싱하 또한... 격전과 격전을 펼치며 비스코는 암리와 켈싱하에게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이 과정에서 비스코와 미로가 보여주는 동료애는 사랑이라는 테마를 뛰어넘고도 남았는데요. 정말 사나이들의 우정이란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눈물을 뽑습니다.

 

맺으며, 세기말을 표방하고 있어서 피가 튀는 전투씬은 그렇다 치더라도 1권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본 지명과 한문이 너무나 많이 나와서 읽는데 집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불교와 비슷한 종교가 이번 테마다 보니 아무래도 중국 쪽 분위기가 많이 풍기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녹에 대한 복선이 투하되었는데요. 뭐 신선한 건 없고 세기말 종말적인 분위기라고 하면 역시나 빠질 수 없는 게 진화론이죠. 그리고 거기에 한 발 앞서가게 된 미로, 이번에 광기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주며 사실은 비스코를 사랑(?) 해서 날뛰었을 뿐 난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하는 부분은 조금은 귀여웠군요. 거기에서 둘이 보여준 동료애는 참 심금을 올립니다. 하지만 다 좋은데 기승전결이 아쉬웠습니다. 한 번 결착 냈던 걸 또 비슷한 전투를 벌이는 이중적인 장면은 좀 질리게 했군요. 위에서 언급한 사랑이라는 테마를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긴 합니다만. 뭐 반전이라는 것도 있었고...

 

아무튼 위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는데 예전 같으면 낯간지러운 글을 대거 썼겠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창피함이 앞서서 이젠 글로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었군요. 중반에 비스코와 미로의 동료애라든지 후반에 들어 갑자기 사랑이라는 테마를 집어넣으면서 조금 어리둥절 해졌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이 세상은 사랑으로 이뤄져 있고 사람이 살아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사랑 때문이라고 역설하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보다 관심을 주고 가족이나 타인을 대했다면 미래는 바뀔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거 같았군요. 스포일러라 자세히는 언급 못하지만, 암리와 켈싱하의 관계, 암리와 비스코의 관계, 그리고 켈싱하에게 좀 더 관심을 줬다면 고통받는 사람은 없었을 거라는 뉘앙스. 사실 호쾌하고 통쾌한 액션이 주류인 작품에서 이런 테마는 좀 아니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작가의 필력이 좋으니까 다 용서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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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덕의 길드 2
카와조에 타이치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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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이 만화를 볼 때는 후방 주의가 필요합니다. 괜스레 변태 취급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죠. 사실 만화를 리뷰할 때는 속 내용 일부를 첨부함으로써 이 만화가 무슨 내용인지 알릴 필요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일단 저작권 문제(무단 전재)가 있고, 19금이기도 하고, 세 번째는 필자의 귀차니즘이 있군요. 옛날 같으면 정성스레 찍어서 올렸겠지만 나이 들고 보니 만사가 다 귀찮습니다. 그래도 뭐 상상력 자극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찍어 올리지 않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변명을 늘어놓아 보는군요. 이것도 있고, 사실 19금이다 보니 함부로 찍어 올리지 못하는 점도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그렇다면 19금 아닌 건? 그건 순수하게 귀찮다는 이유로는 부족할까요.

 

아무튼 2권이 나왔습니다. 이번 내용은 의사가 외진 나가버린 관계로 주인공 키클이 의사로 분장해서 얼떨결에 떠맡아버린 신입 여자애 4인방의 신체 사이즈를 재는 거랑 체력 다지기, 요리 솜씨가 절망적인 메이데나, 토키싯코, 하나바타가 저지르는 요리로 공사판 만들기, 유부녀 에노메 씨의 간병이 주된 내용인데요. 여기서 한가지 의외인 건 히타무키의 요리 실력이 되겠습니다. 얘도 다른 3명과 마찬가지로 범우주적 절망적인 요리 솜씨를 보여줄 거 같았는데 정상적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이런 거 보면 세상은 불공평하지만은 않다고 느껴지기도 하는군요. 어쨌거나 2권도 모자이크가 없습니다. 의사놀이는 별다른 내용은 없지만 진짜 후방 주의하셔야 하고요. 에노메 씨 간병은 이 작품의 진히로인이 누구인지 가늠해보는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네,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의 모토가 '장점은 살리지 못하고 단점으로 발목이나 붙잡는다'라는 장르가 개그다 보니 심각한 건 없고 19금을 지행하고 있다 보니 판치라의 정석대로만 흘러가는지라 가볍게 보기에 좋았군요. 그러고 보니 히타무키만 유독 몬스터에게 능욕 당하는 이유랄지 복선이 조금 투하되었습니다. 이걸로 더 이상 히타무키가 능욕 당하는 일이 없어질지도 모르겠지만, 배덕감 풀충전으로 세상 어디까지고 갈 테세다 보니 그냥 묻혀버리는 느낌이랄까요. 작가가 은근히 개그 속에 심각함을 심는 재주가 있습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이 작품을 보면 그냥 벗기기에 급급한 게 뭐가 재미있냐고 할 정도이긴 합니다만. 그렇기에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게 이 작품의 장점이자 매력이죠. 등장인물들 특유의 개그도 좋고요.

 

맺으며, 역시 내용을 스샷 찍어서 리뷰를 쓴다면 좀 더 몰입도를 높일 수 있으려나요. 이런 만화는 사실 글로 리뷰 쓰기엔 한계가 있어요. 2권까지는 어떻게 썼는데 3권이 발매된다면 어떡할까 싶은 심정입니다. 의무적으로 쓰는 건 아닌데 서점 포인트를 얻으려면 쓰긴 써야 되는지라, 안 쓰면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이고. 그래도 판치라를 떠나서 특유의 개그가 소소하게 웃겨 주니까 볼 가치는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군요. 아무튼 개성 강한 신입 4인방을 어엿한 가드(모험가)로 키워야 하는 주인공 키클의 고생담은 당분간 계속될 거 같아 3권이 나와도 일단 구매는 해볼렵니다.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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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6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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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괴짜 여자에게 필이 꼽혀서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일 줄이야. 누구의 이야기냐면, 이 작품의 남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진시'를 말합니다. 처음엔 재미있는 장난감이 궁에 들어온 줄 알았는데 얘가 가면 갈수록 남들은 하지 않는 짓(가령 독을 먹고 죽지도 않고 황홀해 한다던지)을 서슴없이 해대고, 머리는 또 어찌나 비상한지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어 보였던 사건들이 그녀(마오마오)의 손을 거치면 하나의 거대한 사건으로 연결되니 슬슬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죠. 덕분에 목숨을 건지기도 했고, 거기다 남들은 자기(진시)에게 머리 숙이고, 나의 말에 기를 기울이고, 나를 처보다고 황홀해 하는데, 어째서 이 애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일까. 누구의 이야기냐면, 이 작품의 히로인 '마오마오'를 말합니다.

 

반란 사건(1~4권)으로 인해 궁에서 쫓겨난 마오마오는 다시 기루(창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요. 선제(선대 황제)의 여성 편력이 낳은 비극은 후대에 이르러 폭발해버렸고, 마오마오는 그 반란이나 다름없는 사건에 휘말리고 말았죠. 진시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평온한 생활을 더 이상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가짜 신분을 버리면서까지 그녀를 구출하러 갔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결국 반란 사건은 진시와 마오마오에게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삶을 살지 못하게 해버리죠. 진시는 황제의 아우(동생)라는 진짜 신분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고, 그 일로 인해 진시는 원하지도 않는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신부를 맞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몰리게 되는데요.

 

그 일환으로 그러니까 신부 찾아 3만리? 서도(쉽게 말해서 서쪽 지방)로 가게 된 진시와 어찌 된 일인지 너도 신부 후보라며 마오마오도 끌려가게 되었죠. 세상이 다 무너져도 저놈(진시)의 신부만큼은 사양이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던 마오마오 입장에서는 서도로 가는 여행 자체가 한심스러웠고,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지니 골머리를 앓습니다. 그런 마오마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물 먼저 마시는 격으로 진시는 분위기 파악 못하고 그녀에게 프러포즈 했다가 대차게 까이는 시원한 팥빙수를 선사해줬었죠. 그런데 사실 진시와 마오마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는 어찌 되든 상관없는 일이고 진짜는 나라가 뒤집어질지 모르는 사건의 연속에 있었습니다.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는 탐정물답게(이 작품도 탐정물의 일종) 마오마오가 기루(창관)으로 돌아오고 나서부터 또 기묘한 사건이 꼬리를 물어댑니다. 독과자 사건부터 해서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선녀인지 무녀인지가 보여준 기묘한 연극을 빙자한 범죄, 서도로 여행하면서 얽힌 아편 관련 사건, 어찌 된 일인지 아둬 비와 리슈 비가 서도로 오면서 도적의 무리에 습격을 받은 일까지. 그리고 서도에서 리슈 비가 사자의 공격을 받은 일, 이 모든 게 이전 반란 사건과 유사하게 하나하나 놓고 보면 별개로 보이나 이걸 합쳐놓고 보면 이어지게 되고, 마오마오는 그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면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갑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리슈 비(표지 상단 모델)가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죠. 선제(선대 황제) 시절에 10대 초반이라는 나이에 상급 비로 들어와 성은을 입지 못하고 왕위가 아들에게 넘어갈 때 궁 밖으로 출가했으나, 아들이 황제가 되고 다시 불려와 상급 비가 되었지만 여전히 황제의 성은은 입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선제의 비였던 아둬 비가 그녀를 불쌍히 여겨 그녀를 감추다시피한 덕분이긴 한데, 참고로 덕분이라고 한 건 선제의 영향 때문이라고만, 어쨌건 처음 등장할 때부터 세상 모든 불행과 괴롭힘을 모두 모아 리슈 비에게 줬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그녀(리슈 비)의 생활 환경은 처참함 그 자체였습니다. 어머니가 부정을 저질러 낳은 자식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아버지에게 버림받다시피 커왔고, 이복 언니는 그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상태였죠.

 

아버지의 야욕으로 정치의 도구가 되어 상급 비로 다시 입궁은 하였지만, 가족에게조차 하대 받는 그녀를 어여삐 여길 시종 따윈 없었던 게 그녀의 불행을 더욱 가속화 시켜 갔었습니다. 결국 시종들에 의해 독살 당할뻔하는 등 그녀의 삶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으니, 이번에 진시의 신부 후보가 되어 서도로 왔지만 여전히 아버지와 이복 언니는 그녀를 두들겨 패는 게 일입니다. 거기에 잔칫날 구경거리로 가져온 사자의 난동에 희생될뻔하는 등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죠. 그러니 마음이 망가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입니다. 그 틈을 비집고 모든 사건의 흑막이 치고 들어오니 그녀의 목숨은 풍전등화나 다름없게 되죠. 이번에 서도에서 궁으로 돌아왔을 때 주변에서의 괴롭힘은 정점을 찍는데 정말 제상 불쌍하다는 게 이런 건가 싶습니다.

 

마오마오는 사실 그녀의 안위 따위 상관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독살 미수 사건이 있은 후 그녀의 생활환경을 알게 되었고 모른척할 수 없어 그녀를 도와주기로 하였는데, 그러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죠. 그리고 사건을 따라가면서 어떤 연관성을 발견하게 되고 흑막에 가까워지는데... 덕분에 진시의 등장은 별로 없습니다. 서도에서 대차게 까인 후 둘의 사이는 서먹서먹해져 버렸고, 사건은 마오마오 혼자서 풀어가는데 하필 친아버지 집안까지 사건의 사정권에 들어가는 통에 거기서 할아버지와 큰어머니와 더불어 친아버지가 저지르는 못 볼 꼴을 엄청 봅니다. 마오마오가 현실 사람이었다면 내가 전생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나한테 왜 이래라는 상황이랄까요.

 

맺으며, 마오마오는 사실 진시와의 관계를 진전시킬 마음이 없습니다. 그저 서로가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입장으로 끝내려 하고 있죠. 아니 애초에 약(그것도 독약) 이외엔 관심조차 없어요. 남이든 자이든 연애사는 더 그렇고, 하지만 이번에 제대로 콩깍지가 진시가 자꾸 들이대는 통에 결국 싫지 않다는 소리를 내뱉고 말아요. 이번에 진시가 어디서 듣고 왔는지 마오마오의 약점(나쁜 의미의 약점이 아니라 신체적 약점)을 잡아 그녀를 꼼짝 못하게 하고 그게 어쩐 일인지 싫지 않은 그녀, 결국 둘은 맺어질 수밖에 없나 하는 훈훈한 분위기도 감지되었군요. 그리고 메인 내용인 세상 모든 불행과 괴롭힘을 한데 뭉친 듯한 리슈 비가 '어느 남자'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기사회생하는 장면에서는 결국 진시와 마오마오가 가야 될 길이 무엇인지 비추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스포일러라서 쓰지 않으려 했는데, 어머니가 죽었는데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마오마오도 참 어지간하다는 느낌을 받았군요. 그로 인해 친아버지가 실성한 채 미치광이가 되었음에도 귀찮아하는 것에서 사실 그녀가 품었을 한이 얼마나 깊은지 알게 되는 대목이 아니었나 싶긴 했습니다. 어쨌건 다 자기 팔자려니 하며 사건들을 집중해서 파헤쳐 가는 이야기다 보니 이전에 보여주었던 이 작품 특유의 개그가 좀 많이 줄어 버렸습니다. 특히 중후반 리슈 비에게 초점을 맞추고 나서는 이야기가 상당히 시리어스해집니다. 읽는 내내 흑막 뒤에 또 다른 흑막이 있을 거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재주가 상당히 좋았는데 이번 이야기는 6권에서 끝을 낼려는지 작가가 급하게 끝내버려서 끝이 좀 허무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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