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탄의 왕과 미체리아 1 - NT Novel
카와구치 츠카사 지음, 미야츠키 이츠카 그림, 민유선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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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탄의 왕과 바나디스를 18권으로 완결(일본 기준) 시키고 뭔가가 허전했는지 이번엔 미체리아라는 이름으로 집필하기 시작하였군요. 미체리아란 동련의 류드밀라의 이명입니다. 즉, 이번 작의 메인 히로인은 류드밀라가 되겠습니다. 류드밀라는 이전작(바나디스)에서 라이벌인 에렌과 사이가 좋은 티글을 의식하고는 있었지만 고놈의 자존심(다른 말로 츤데레)도 있고 에렌과의 관계도 있고 해서 후반까지 감정을 숨겼었죠. 처음엔 동물에게 알몸을 보여준다고 무슨 감흥이 있겠냐며 목욕하는데 난입한 티글을 줘패지도 않는 그야말로 인간 이하 취급을 했었는데요. 그러다가 같이 전장을 누비고 마물과의 싸움을 거치며 차차 마음을 키워 갔었죠. 이번 신작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만약에 류드밀라 어머니가 바나디스 세계관에서 살아 있었다면 그녀(류드밀라)에게 이런 말을 했지 않을까 싶더군요. 


'사랑이란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란다.'



자, 시작은 바나디스 세계관에서 그랬던 것처럼 전쟁의 한복판입니다. 이번엔 되지도 않은 명목의 전쟁이 아니라 좀 더 스케일이 커졌는데요. 아랫동네 '무오지넬'이 자꾸 국경을 넘어와 사람들을 잡아가는 통에 열받은 브륀이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긴 했습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죽어나는 건 말단 공무원이라는 것처럼 티글의 부대는 고기 방패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다 바나디스 세계관에서 티글은 에렌의 포로가 되고 말았지만 이번에 나타난 건 류드밀라가 되겠는데요. 사실 바나디스를 읽어온 필자로서는 기분이 참 묘했군요. 본처(에렌)를 놔두고 이렇게 바람을 피워도 되나 싶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 세계관은 비슷해도 이야기는 전혀 다른데도 말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군요.


이번 미체리아는 바나디스와 세계관은 비슷해도 여러 부분에서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티글의 아버지가 쌩쌩하게 살아있고, 아버지가 시녀에게 손대서 태어나게 한 동생도 있고, 류드밀라의 어머니가 살아 있기도 합니다. 본편에서는 죽게 되는 발렌티나(필자도 스포 당함)가 살아서 결혼에 골인하고 후임으로 다른 소녀가 공녀로 오는등(바나디스 18권 후반에 등장한다고), 소소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바나디스보다 세계관이 좀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랄까요. 이야기 구성이 조금 더 탄탄해진 뭐 그런, 뭣보다 류드밀라의 어머니의 존재가 작품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지 않나 하는데요. 30대로서 아직 창창한 나이대인 엄마가 딸과 티글을 놓고 경쟁하는 듯한 모습은 흐뭇하게 하였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모녀가 남자 하나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야구 동영상 클리셰로 비칠 수 있습니다만.


대놓고 스포 하자면 1권 한정으로 그렇고 그렇게 흘러가진 않으니 안심(?) 하시길, 엄마는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니랍니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티글을 꾀어내 온 동네를 쏘다니고 부하들을 골탕 먹이는 소녀 같은 감성은 말괄량이라기 보다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는 촛불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이 작품의 작가는 복선을 띄우고 회수를 잘하는 편입니다. 특히나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게 하며 히로인을 리타이어 시키기도 하죠. 그래서 바나디스 세계관에서도 나온 마물이 이번 미체리아에서도 나오면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하였는데요. 엄마는 전직 바나디스. 아무튼 그보다 티글을 류드밀라가 다스리는 올뮤츠에 1년간 살게 하고, 엄마와 바람(?) 피게 하는 장면들은 영락없는 에렌과의 생활 판박이라는 것, 작가가 날로 먹는다고 할까요.


그건 그렇고 이번에 눈여겨볼 것은 티글이 본능에 매우 충실해졌다는 것입니다. 기습당해서 패주 중임에도 류드밀라와 재회했을 때 따로 둘이 만날 수 있을까 하질 않나(이런저런 의미로 비춰짐), 노골적인 스킨십에, 목욕하는 거 엿보다 들켜놓고도 당당하고, 너를 가지고 싶다는 둥(대충 비슷한 말을 함) 강남의 제비가 있다면 딱 그런 놈이 티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우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게, 원래 이런 놈이었나 싶을 정도였군요. 바나디스 세계관에서는 매우 조금식 히로인들과 관계를 다져갔다면 이번 미체리아에서는 처음부터 아주 이부자리 펼 기세랄까요. 결국 직전까지 가요. 류드밀라로서는 행동력 있는 남자는 싫지가 않은가 봅니다. 티글은 3년 전 처음 그녀를 만나 이성으로써 눈을 뜨고 고백했다가 차이고, 또 여기서 만나 애틋한 마음을 키우는데...는 좋아요. 이것들이 전연령가를 19금으로 만들 작정인지. 일러스트 수위도 아주 중요한 부분을 조금만 가리고 다 보여주는데 작가가 뭘 좀 안다니까요.


근데 사실 필자가 표현은 저리 해놓았지만 류드밀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 하는 티글의 애절한 마음이 많이 녹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왕 다음이라 일컬어지는 권력을 가진 바나디스로서의 류드밀라와 지방의 한낱 찌끄래기 귀족에 불과한 티글은 주변에서 보기에 과연 어울리는 커플일까. 김칫국 마시는 것도 작작이라는 말이 있죠. 그래서 전장에 몸을 던진 티글을 공을 세우려 하지만 뭐 초반의 주인공들이 다 그렇듯 변변찮은 모습들뿐입니다.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마물을 만나 격전을 치루지만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알려도 믿어주는 놈이 없을 테니 서글플 따름이군요. 그래서 더 류드밀라를 원하는 게 아닐까 싶은. 티글은 만날 때마다 이부자리 펴려고 하니 류드밀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인데 싫지만은 않는 게 참 묘한 관계랄까요.


맺으며, 확실히 바나디스 세계관보다 나은 진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서로를 갈구하는 감정 표현에서요(근데 티글이 너무 들이대). 다만 인간관계에서 바나디스 세계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좀 괴리감 같은 게 느껴질지도 모르겠군요. 에렌에 친숙한 분들이 류드밀라와 짝짜꿍 중인 티글을 본다면 이런 바람둥이 시키 같은 말을 내뱉을지도요. 사실 바나디스 세계관에서 모두와 맺어지니까 엄밀히 따지면 바람은 아니겠지만요. 그래도 에렌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묘한 감정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다시 에렌과도 맺어질지 사뭇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복선이 나오길 '여러 여자에 둘러싸인 티글'이라는 대목에서 에렌도 동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군요. 다만 바나디스 세계관에서의 사이와는 조금 다르겠죠. 여담이지만 그 외의 여자의 실루엣도 있었다는 대목에서 류드밀라의 어머니도 동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습니다(남편 살아 있는데). 그래서 꽤 흥미가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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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무쌍 1 - “삽 파동포!” ( ` · ω · ´)♂〓〓〓〓★(ºДº;;;).:∴ 콰아아앙, Novel Engine
츠치세 야소하치 지음, 유우키 하구레 그림, 이승원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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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500여권 도서를 리뷰해온 필자에게 있어서 전대미문 위기가 찾아왔군요. 분명 코믹(만화)은 개그로서 훌륭했는데 어째서 원작인 라노벨은 신성모독 수준일까 하는 의문이 읽는 내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 읽고 나서 후련하다거나 재미있었다거나 하는 뿌듯한 감정이 들기보다 이걸 어떻게 리뷰해야 되나 하는 걱정이 앞섰는데요. 필자 리뷰 인생에 있어서 이렇게 위기가 찾아오기는 처음이 아닐 수 없었어요. 리뷰는 말이죠. 그 작품이 전하는 뭔가의 의미를 건져야만 리뷰라는 글이 성립이 되거든요. 의미도 없는 거 써봐야 무슨 의미가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대체 어디서 뭘 어떤 의미를 건져야 할지 고민을 무척 많이 했습니다.

 

자, 1천 년이나 땅을 파던 광부가 있습니다. 그 광부는 오로지 보석을 찾아 땅속을 헤집고 다니며 세상 듣도 보도 못한 보석들을 파내는 낙으로 사는 주인공 '알란'(참고로 남자)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라면 흔한 판타지인가 싶을 텐데요. 근데 알란은 삽질로 100년을 팠더니 삽 끝에서 암반을 용해하는 빔이 나왔고, 1천 년을 팠더니 파동포를 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필자의 머리엔 ???가 자리 잡기 시작했죠. 삽으로 파동포를 쏠 수 있데요. 옛날 만화 우주전함 야마토던가에서 전함이 파동포를 쐈던가 그럴 텐데, 주인공 알란은 그 파동포를 삽으로 쏠 수 있게 되었죠. 이걸로 지옥도 평정하고 악마도 처단하는 등 땅 밑에서 1천 년 동안 활약을 무척이나 많이 합니다. 파라는 보석은 안 파고...

 

그러던 어느 날 알란은 오랜만에 지상으로 나와요. 알란도 일단은 인간(정확히는 드워프 혼혈)인지라 생활용품도 필요하거든요. 근데 세상 타이밍이라는 게 이렇습니다. 그는 지상으로 나온 날에 위기에 빠진 어떤 왕녀를 구해주게 되죠. 산적에 둘러싸인 왕녀를 구해주게 된 알란은 왕녀에게서 호위 의뢰를 받아요. 이게 앞으로 위가 빵꾸나게 되는 일이라는 걸 지금은 모른 채 말이죠. 재상(아마 총리쯤 되나 봄)에게 나라를 찬탈당한 왕녀는 재상을 무찌르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세상에 뿌려진 7개의 드래곤 볼을 모으기 위해 여행 중이었어요. 드래곤 볼 7개를 모아 소원을 빌기 위해 알란을 꼬드겨서 호위를 부탁은 했는데...

 

 왕녀라는 게 알란이 쏜 파동포를 보고 나서 완전히 맛이 가버려요. 삽으로 모든 게 통한다는 알란의 설파는 마치 종교의 그것을 보는 것 같고, 왕녀는 그걸 교리로 삼아 교단을 만들어 버리는 만행을 혀를 내두르게 하죠. 첫날부터 알란에게  빠져서 알란을 사이비 교주를 대하듯 이 몸 모든 걸 바치겠노라 하죠. 하지만 알란은 고자라는 거, 재상을 무찔러 나라를 되찾겠다는 당초의 목표는 온데간데없고, 알란이 제자를 들이고 싶다는 말을 곡해서는 자기 보고 애를 낳아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곤 머리에 꽃 꽂은 것처럼 행동하는데 뭐 이런 정신 나간 여자가 다 있나 싶었군요. 문제는 왕녀의 증세가 갈수록 매우 심각해진다는 것입니다.

 

들어오는 여자들마다 알란의 위대함을 설파하고 우리 모두 알란의 아이를 가져요(작중에서는 삽해요라며 순화)라며 세뇌를 해대는 통에 멀쩡한 여자도 이 파티(파티장은 알란, 왕녀는 부파티장)와 엮이면 열렬한 사이비 교인이 되어 버리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닙니다. 바꿔 말하면 지리멸렬하다고 할 수 있군요. 왕녀가 삽에 완전히 미처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삽해요(아이 가지자는 말을 순화한 것)라는 둥 의성어, 의태어 모든 동사, 명사에 삽이라는 단어를 집어넣는 바람에 정신이 매우 사납기 그지없었습니다. 급기야 왕녀의 머리엔 삽으로 통일되어 버리는 지경까지 오게 돼요. 나라를 되찾게 되면 국교로 삽을 정한다는 둥, 삽을 숭배하는 사이비 교단의 교주를 자처하기에 이르죠.

 

혹시나 이 작품을 접할 기회가 있다면 그냥 생각 없이 읽으시기 바랍니다. 의미를 찾거나 상식을 들이 밀어서는 안 돼요. 게다가 왕녀도 왕녀지만 알란은 한술 더 뜨는데요. 삽으로 못하는 게 없어요. 시공을 비틀고 인지를 초월하고 바라는 모든 게 이뤄지는, 마치 도라에몽의 주머니가 진화를 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먼치킨의 상도를 벗어난, 먼치킨으로써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써본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도가 지나친 장면을 보여줍니다. 시놉시스의 '이것이 영웅이다' ????, 차라리 7개의 드래곤 볼을 모을 필요도 없이 지금 당장 알란이 재상을 무찌르면 될 텐데라는 의문이 떠나질 않아요. 그래서 이 도서를 읽는 건 인간으로서 치욕이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출판사에서 소송을 걸어와도 어쩔 수 없어요. 아닌 건 아니잖아요?

 

맺으며, 그냥 주인공 최강입니다. 아무도 맞설 상대가 없어요. 1만의 언데드 대군도 몇 초 만에, 삐까번쩍하는 성은 몇 분 만에 뚝딱, 즉사치트에 버금갈 정도로 나무야 미안해로 귀결되는 작품이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1천 년 동안 여자를 못 만나서 그런지 자기가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고자 시키가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이고요. 그걸 곡해하고 와전해서 받아들여서는 머릿속을 온통 꽃밭으로 치장하는 왕녀 하며, 마치 지금의 코로나처럼 들어오는 여자들마다 삽의 위대함을 전염 시키는 극악무도함은 덤이고요. 이게 단순한 전염이 아니라 사이비 종교를 뛰어넘는 것에 혀를 내두르게 하죠. 거기에 의미 없이 벗기는 거 하며, 작가가 가슴에 콤플렉스가 있는지 그 거대함은 또 뭐고, 인간을 관두지 않는 한 무리라는 말에 그럼 그만두지?라며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거 하며, 아주 그냥 생각 없이 읽는다면 정말로 재미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작품 때문에 서브컬처가 욕먹는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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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연금술사는 마을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 5 - J Novel Next
노노하라 우사타 지음, OX 그림, 이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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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도서를 다 읽은 지 만 하루가 지나가는데도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게요. 내가 뭣 때문에 완결까지 읽었을까 입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필자는 흥미를 잃으면 과감하게 손절해버리거든요. 특히 이 작품처럼 싸구려 멘트 날리며 간들어지는 내레이션(주변 설명)은 정말 닭살 돋아서 패데기 칠 때가 많아요. 그럼에도 끝까지 읽은 건 그래도 내용이나 설정 자체는 괜찮았기 때문이긴 합니다. 200년 전 연금술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마리엘라'는 느닷없이 몰려오는 몬스터 대군 '스템피드'를 피해 가사(잠)에 들어갔고, 깨어나 보니 200년 후였어요. 그런데 200년 전엔 동네 우굴거리던 연금술사들은 멸종을 해버렸고, 졸지에 그녀(마리엘라)만 연금술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죠. 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무것도 모른 채 백치미 상태로 도시로 찾아왔어요. 돈이 되는 애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겠죠.


하지만 애초에 이 작품은 포션 만들기 입문서 같은 것인지라 뒷세계 같은 다크 한 이야기는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어디 잡혀가서 죽을 때까지 쪽쪽 빨리는 그런 전개는 없어요. 그녀를 처음 주워서 보호한 곳도 정의로운 곳이고, 미궁(던전)을 최우선으로 공략하기 위해 다소 물리적으로 인권침해할 소지가 다분했던 군(軍)에서조차 그녀의 신분을 감추고 호위까지 붙여주며 대접을 해주기에 이르죠. 그만큼 200년 후에는 연금술사가 멸종을 해버렸다는 의미인데요. 멸종 이유는 스포일러니까 일단 넘어가고요. 아무튼 연금술의 주 생산품목이 포션이고 200년 후에는 연금술사가 귀하다 보니 당연히 포션도 귀한 취급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미궁을 없애야 되는 군의 입장에서는 마리엘라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죠. 위에서 인권 침해가 없다고는 했습니다만. 무리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미궁 도시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정령 엔달루지아가 미궁(던전) 주인에게 잡아먹히고 있으니 어떻게 손쓰지 않으면 미궁 도시는 궤멸된다는 진단이 나와요. 200년 전부터 미궁을 없애기 위해 인간들은 무던히도 애써왔지만 아직 그 끝에 도달하지는 못했죠. 그래서 마리엘라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는데, 문제는 호구 미사일 같은 마리엘라가 포션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좋다고 마구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값을 받긴 하는데 뭔가 포션빨의 카오루처럼 좀 현실적으로 살아도 될만하겠건만 사람들을 위한답시고 허구언날 포션만 만들어대니 설정은 괜찮은데 재미가 있을리가 없죠. 재료를 구해다 조합하고 지맥과 연결해서 어쩌고 같은 설명이 대단히 많이 들어가 있어요. 한편으로는 작가의 방대한 지식에 놀라고, 한편으로는 이걸 우리가 알아서 뭐 하게?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이 땅에 축복을 내려주는 정령 엔달루지아를 구출하기 위해 미궁 최하층으로 달려가는 군의 배식 담당 식모처럼 딸려가서 포션을 만들어대는 모습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난감함이 쓰나미처럼 몰려왔군요. 마리엘라는 왜 이리 고생을 자처하는 걸까. 잠에서 깨어나 도시로 와서 포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무기화해서 자신의 안위부터 챙기는 게 순서잖아요. 뭘 믿고 남자들만 우굴대는 곳에 갔을까. 이 작품은 전연령가였길 망정이지(아니 그게 발매사가 제이노블이라면 전연령가라도 안심하면 안 됨), 군은 또 얼마나 무능하면 일개 여자애에 불과한 마리엘라에 의지해서 자신들의 힘으로 이룩해야 할 업적에 그녀가 만든 저녁밥상에 숟가락을 얹기 바쁜 모습을 보일 뿐인 게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그녀의 포션이 없었다면 미궁 도시는 궤멸 코스였다는 건 언급조차 하지 않아요.


뭐, 사실 마리엘라는 남을 의심하지 않는 착한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린 이런 사람을 칭찬해야 함은 물론이고요. 요컨대 이 작품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인생의 지침서 같은 거라고 할까요. 사람이 착하게 살면 그만큼 친구가 늘어나고 복받는다는 메시지를 던지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는 심사 뒤틀려서 호구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요. 그렇게 미궁 최하층에 도착해서 마리엘라가 본 것을 이 작품 성격에 맞지 않는 시리어스였으니 작가가 뭘 잘못 먹었나 싶더라고요.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서, 아무튼 그렇게 어찌어찌 끝나가긴 합니다. 그리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라고 살짝 먹먹한 장면도 있고요. 그러나 이젠 마리엘라 주위에는 열 손가락 다 세지 못할 만큼 친한 사람들로 둘러 쌓여 있으니 외롭진 않겠죠.


맺으며, 쓸데없는 설명이 너무 많아요. 날로 먹는다고 하죠. 작가 딴에는 사랑스럽게 표현(라티나 주연의 우리 딸이라는 작품도 유사)한 듯한데 필자같이 심사가 뒤틀린 사라이 본다면 닭살만 돋을 뿐입니다. 저질 멘트에 저질 개그로 밖에 보이질 않아요. 그래서 2권쯤에 바로 손절하려고 했는데 마리엘라의 스승이 궁금해서 계속 구입했습니다만. 정작 그 스승은 술고래에 별다른 임팩트는 없고, 완결 시점에 스승의 정체에 대한 복선만 잔뜩 뿌려대는 무책임한 작가의 만행에 경악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간들어지는 설명까지는 참겠는데 남자 주인공인 '지크'는 정말 에러 중에 에러였다고 생각이 들었군요. 주인공으로써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러스트도 그렇고, 옛 조상이 왕족이었다는 둥, 정령의 후손이라는 둥 근본 없는 족보에, 그를 노예로 구입해놓고선 좋아하는 감정에 빠지는 마리엘라 하며 총체적 난국이 있다면 바로 이 작품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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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용사는 복수의 길을 웃으며 걷는다 7 - L Books
키즈카 네로 지음, Sinsora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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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매우 매우 강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하세요.






기껏 집에 보내줬더니 왜 또 돌아오고 그러세요. 마왕을 무찔러 달라고 성녀 '메테리아(이하 성녀)'는 다른 세계(지구)에서 용사(카이토, 이하 용사)를 소환했더랬죠. 근데 이 mi친늠이 죽이라는 마왕은 안 죽이고 글쎄 사랑에 빠져서는 소꿉놀이나 하고 자빠졌으니 배알이 단단히 꼬여 버려요. 나아가서 성녀는 어디서 어떻게 호감을 안게 되었는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을 정도로 용사 앓이를 해버리죠. 그러나 1회차 인생 때는 성녀라지만 별다른 권력이나 힘도 없었고, 표면적으로 마왕 무찌르러 싸돌아 다니느라 바쁜 용사에게 접근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순혈주의 왕녀 '알레시아(이하 왕녀)'가 용사를 달달 볶아대도, 망둥어(왕녀)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고 용사 일행이었던 아무개씨들에게 의해 1회차 용사가 비명횡사할 때도 그저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부터는 2회차 인생입니다. 성녀는 이번에야말로 내 사람으로 만들겠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으로 용사를 현실 세계(지구)로 보냈다가 나중에 다시 소환하려 했는데요. 그런데 현실로 돌아간 주인공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자, 등가교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내놓아야만 하죠. 용사를 이세계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무엇일 필요할까. 마력(생명), 성녀는 자기가 한 짓을 용사가 용서해줄 거라 생각한 것일까. 현실 세계에서 용사에게 남은 건 여동생 '마이'와 친구 '유토', 다른 사람은 용사를 이세계로 소환하기 위한 재료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현실 세계에선 눈앞에서 벌어진 대규모 실종 사건과 사건 때 출현한 마법진으로 인한 출구도 없는 이세계 전이 광풍이 불고 있었더랬죠. 그  한가운데에 떨어진 용사와 그의 여동생 마이, 그리고 친구 유토는 광기가 몰아치는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 현실 세계에 계속 있어봐야 이세계 전이에 목숨 거는 날파리들에게 시달릴 거라는 자명한 것. 용사는 이세계에 아직 못다 이룬 복수와 남겨진 미나리스와 슈리아를 외면하지 못해 다시 이세계로 전이할 것을 선택합니다. 이번엔 여동생 마이와 친구 유토와 함께.까지가 6권의 이야기이고요. 7권은 이세계로 다시 전이해와서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복수자를 찾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엔 직접적인 대상자는 아니고 1회차 때 마왕이자 연인인 '레티시아'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자 수인과 레티시아 언니(이하 언니)가 그 대상자들인데요. 참고로 여기서 설정 파괴가 있습니다. 초반(1권)때 분명 용사가 동료들과 함께 마왕(레티시아)을 무찔렀다고 그래놓곤 이번엔 레티시아의 죽음을 다르게 표현 해놨더군요.


아무튼 용사는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1회차 기억이 있을 리 없는 아무것도 모르는 대상자들을 찾아내고 1회차 때 기억을 심어줘서 대의명분을 얻어 고문 끝에 세상 하직하게 만들죠.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용사는 복수에 눈이 멀어 고문의 강도가 상당히 악랄하다는 것인데요. 서로 연인 사이인 대상자들에게 용사는 둘 중 하나가 희생하면 다른 한쪽을 살려준다는 감언이설을 내뱉고 대상자들은 그걸 믿어 버리죠. 서로가 희생하려는 장면 장면은 정말 용사와 입장이 바뀐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용사가 악이고, 대상자가 선) 애절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근데 여기서 문제는 대상자들이 자기들만의 이익이나 왕녀(알레시아)처럼 순혈주의라는 정의(정의란 사람 수만큼 있다고 생각함)에 입각해 주인공과 레티시아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라면 주인공(용사)에게 대의명분은 확실했을 거라는 건데요. 하지만 사자 수인과 언니는 옛부터(1회차때부터?) 조사를 통해 이세계의 진실에 다가섰고, 이세계는 곧 파멸할 거라는 걸 알아가죠. 둘은 그걸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고, 그 부산물로 용사와 레티시아가 희생이 되어 버린, 안타까운 상황이었는데요. 문제는 주인공(용사)은 그런 것엔 안중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광기란 무엇인가. 이번 이야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냉혹하고 순수하기에 잔인한 어린애 같은 용사'라 할 수 있습니다. 용사에게 있어서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아닌 내 기분이 풀릴 때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상대의 이야기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아요. 오로지 자신과 레티시아가 죽은 것만 억울해 하며 세상 존재하는 모든 고문을 동원하여 사자 수인과 언니를 바로 죽이지도 않고 고문을 해대는 용사와 그 일행의 만행은 사실 도가 너무 지나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우 잔인하기 이를 데가 없어요. 여기에 2회차때는 아직 살아 있는 마왕 레티시아까지 합세하죠. 레티시아도 1회차 때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으니, 대상자들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고문을 이겨내며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아 가요. 


하지만 주인공 일행에게 있어서 자비란 찾을 수가 없어요. 살아 있는 상태에서 회를 뜬다는 의미. 어떻게 이런 표현이 정식 발매되는 도서에 실릴 수 있을까 하는 묘사는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대상자들은 자신들의 옳은 일을 위해, 소위 말하는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 시킨다는 것. 세계를 구하기 위해 방법이 틀렸던 것일까. 대화를 통하면 상대는 들어 줬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길에 들어섰을까. 여기서 굉장히 안타까운 건 보통 자신들이 부조리를 당하면 저주를 퍼붓거나 욕을 하거나 그러잖아요. 책임을 회피하거나, 정당성을 끈질기게 주장하거나, 그런데 이번 대상자들은 그런 모습을 일절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무엇보다 안타깝게 하죠.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알고 있기에 모든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은 먹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맺으며, 진짜 광기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용사라 하면 절대 선이라는 이미지를 버리고 절대 악이 있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매우 악랄하고 잔인한 모습을 보여줘요. 죽임을 당했으니 되 갚아준다는 대의명분은 있어 보이지만, 그래도 정도가 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항상 다툼에서 '정도'를 따지는 걸 필자는 매우 싫어하지만 이 작품은 정도를 벗어난 게 아닐까 싶은, 용사 일행 모두가 광기에 몸을 맡겨 버리죠. 2회차 레티시아까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레티시아와 재회에 성공한 용사는 1회차 복수 따윈 버려 버리고 2회차 때는 아직 살아있는 레티시아를 다시 잃지 않기 위한 삶을 살았으면 어땠을까도 싶지만, 부창부수라고 그 남편에 그 부인이라는 말이 괜히 있지 않다는 것마냥 용사가 광기에 몸을 맡기는 것을 말리기는커녕 함세해서 광기를 보여주니 이놈들 죽을 때 제명에 못 죽겠구나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는 진부한 말이 있죠. 아무리 적군이라도 죽일 때는 고통을 주지 않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기껏 새로운 인생을 얻었는데 복수는 잊고 새로 출발하라는 말은 할 수는 없어요. 이건 피해자의 울분을 헤아리지 못하는 처사라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증오는 새로운 증오를 낳을 뿐이라고도 합니다. 주인공 일행이 저지르는 복수는 새로운 증오를 낳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엿보인다고 할까요. 그래서 복수에 들어가면 철저하게 모두 짓밟는 모습은 새로운 증오를 낳지 않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이것은 곧 주인공은 겁쟁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죠. 미X놈과 미친X이 만만 환상의 콜라보가 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연재 중단을 해버렸죠. 일본에서 7권을 끝으로 더 이상 발매가 안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꼽사리: 7권 후반에 급진전되는 이야기가 더 있는데 이건 언젠가 8권이 나오면 언급해보겠습니다. 성녀 포함해서 이야기가 너무 급진전되어서 따라갈 수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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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8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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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강한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2천여 명이나 되는 후궁(後宮)을 관리하면서 여자에겐 관심조차 없었던 남자가 별안간 여자에게 관심이 생겼을 때. '진시'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이 남자는 천상에서 내려왔다 할 정도로 타고난 미모와 목소리 때문에 가는 곳마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을 자빠트리려고 덤비니 인간 혐오에 빠져 살았더랬어요. 미모도 미모고 목소리도 목소리다 보니 스토커도 대량 양산하였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이 남자에게 집착을 했냐 하면 음모로 자수를 떠서 보낼 정도라 하니 말 다 했죠. 아무리 남자라도 식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특히 여자)을 멀리했건만, 어느 날 궁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결하면서 어떤 주근깨가 만발한 여자애를 만나. 근데 이 여자애는 다들 자신이 지나가면 다 쓰러지는데(미모에 반해서) 이 여자애는 어디 동네 개가 지나가나 하는 투로 자신을 바라보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게 되죠.


사실 진시는 형(兄)이 난다 긴다 하는 황제이고 자신도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다이아 수저랄까요. 그러니까 가만히 앉아 있어도 여자들이 몰려올 관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그걸 마다하고 있죠. 황제인 형이 중급 비 이하 후궁들(사실상 2천 명)이라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음에도 여자에게 일절 손을 대지 않고 있으니 게이인가 싶기도 하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는 게 알다가도 모를 일. 사실 선제 왕(그러니까 아버지?)의 변태적인 여성 편력 때문에 여자를 기피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그런 남자에게 어느 날 세상 모든 걸 버려서라도 손에 넣고 싶은 여자가 생겨요. 자신을 지나가는 동네 개로 바라봤던 그 여자애 '마오마오'라는 약사가 매우 신경 쓰이기 시작한 거죠. 남들은 자신에게 (이성으로써) 접근하지 못해 안달인데 이 여자애는 자신에게 관심은커녕 벌레보듯 하니 이 얼마나 신선하단 말입니까. 요컨대 그는 변태랍니다.


근데 변태답게 접근법이 글러 먹습니다. 처음엔 장난감 취급하듯 꾹꾹 찌르며 괴롭혔더니 동네 개에서 털벌레로 격하 당하고 나아가 밟혀서 말라비틀어진 지렁이까지 격하 당하는 지경까지 오게 돼요. 요컨대 마오마오는 진시가 매우 귀찮을 뿐입니다. 이 여자애는 상대가 누구든 내 알 바 아니라는 양 오로지 약과 독에만 관심을 둘 뿐이죠. 그렇게 밀당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나마 진시가 황제의 동생이라는 위치 때문에 마오마오가 그를 쉽사리 내치지 못 했던 게 진시에겐 행운이었다랄까요. 왕족의 심기를 거슬렀다간, 양아버지가 그렇게 반신불수가 되어 버린 뒤 권력의 더러움과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마오마오로써는 그저 예예 할 수밖에 없었죠.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독을 먹였을 듯. 그렇게 실패와 오해와 엇갈림 끝에 진시는 마오마오에게 마음을 전하지만 그녀는 현실 도피.


권력이 무어더냐. 진시는 차기 황제가 될 수 있음에도 그는 억압된 삶보다 자유를 꿈꾸기 시작합니다. 마오마오를 만나고 나서 자신이 나아가야 될 길을 발견한 것이죠. 사실 그는 선제(아버지?)가 권력 욕심에 눈이 돌아간 여자(후궁)들에게 시달림을 당한 끝에 반미치광이가 되어 버린 것과 대신 정치를 펼쳤던 여제(선선대 황후, 할머니?)의 권위에 기가 죽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신물을 낸 것일지도 모르겠고, 왕위 계승 서열이 높다 보니 인간으로써의 삶은 없고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 가는 자신이 안타까웠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한 명의 인간이기 보다 권력이라는 톱니에 맞춰져 있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 끔찍할 테죠. 그래서 이번 이야기에서 인간이 되고 싶다는 그의 대사는 처절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변태란 벌레에서 나비로 우화하는 걸 일컫는 단어라고 했던가요.


처음엔 벌레 같은 그의 모습에 진저리 치며 도망가기 바빴던 마오마오도 조금식 인간의 틀에 맞춰져 가는 진시를 바라보며 싫지만은 않은 감정이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겠죠. 하지만 벌레에서 나비로 우화하려는 듯 모든 걸 포기하며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봐 주기 시작하는 그를 외면할 수가 없게 되요. 급기야 진시는 형(황제)과의 독대에서 자신은 인간이 되고 싶다며 마오마오를 옆구리에 끼고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선언하고야 말죠. 이러니 마오마오도 더 이상 도망칠 수가 없게 돼요. 사랑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를 좋아한다면 칼을 뽑아서 무라도 썰 기개를 보여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죠. 황제의 동생이라는 위치에서 평범한 남자로, 마오마오는 더 이상 물러설 수는 없을 겁니다. 사실 물러설 수 없게끔 진시가 함정을 판 것도 있지만요.


그러나 넘어야 될 산이 하나 더 있다는 게 이 둘에게 있어서 매우 불행이 아닐 수가 없어요. 바로 마오마오의 친아버지 괴짜 군사, 마오마오의 친아버지는 우리로 치면 국방장관을 보좌하는 참모쯤 될 겁니다. 요컨대 정치적 발언권은 전혀 없는 위치라고 해야겠죠. 하지만 군사(軍事)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는지라 황제도 그를 어찌할 수가 없어요. 근데 사실 군사는 표면적인 것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성격인데다 남(타인) 괴롭히는 걸 삶의 낙으로 삼고 있어서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인생 쫑난다고 해야겠죠. 그래서 다들 그의 눈치만 살피고 있어요. 그런 그(괴짜 군사)에게 아주 소중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친딸 '마오마오', 호기심에 유곽(창관)의 기녀를 임신 시켜서 태어나게 한 게 그녀인 거죠.


호기심이었을지언정 친아버지는 기녀와 딸을 책임지려했습니다. 하지만 집안에서 그를 다른 곳으로 파견을 보냈고, 바로 돌아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버렸어요. 돌아오니 기녀는 병을 얻어서 오늘내일하고 있고, 친딸은 자신들을 버린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었죠. 또한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저주한답시고 자신(마오마오)의 손가락을 잘라버리자 어머니마저 증오하고 있었고요. 사실은 친아버지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렇게 얽힌 실타래를 풀지도 못하고 마오마오는 성인이 되어서도 친아버지를 혐오 그 자체로 대하고만 있을 뿐인게 안타깝게 합니다. 하지만 친아버지는 딸이 그러거나 말거나 딸바보가 되어 하루 종일 해바라기가 되어 딸을 찾아 댕기는통에 이게 더욱 혐오에 +가 되어 버리죠. 금남의 집인 후궁에서 일하는 딸을 보기 위해 담벼락을 부수질 않나.


자, 진시는 그런 괴짜 아빠에게서 마오마오를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괴짜 아빠는 마오마오와 친한 진시를 죽도록 싫어하는지라 귀추가 주목되죠. 마오마오는 친아빠를 죽도록 싫어하고요. 그런 친아빠(아주 무서운 사람)를 둔 마오마오가 어디로 가는지에 따라 권력의 판도가 바뀐다고 하니. 일이 아주 재미있어집니다. 정작 마오마오는 모든 게 다 귀찮고 오로지 약과 독에만 관심을 두고 있으니 겉몸이 다는 건 주변 사람들이라는 게 매우 웃기기도 합니다. 


맺으며, 여전히 약과 독에 환장해서는 눈이 돌아가는 마오마오가 압권입니다. 황제를 앞에 두고도 약에 정신이 팔려 있으니, 거기에 친아버지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찮은 일에 부르지 말라며 의붓 오빠 발을 밟아 버리지 않나. 의붓 오빠의 입을 주둥이라고 하질 않나. 모처럼 마오마오에게서 선물이 왔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친아빠가 보낸 책을 진저리(혐오) 치며 자신에게 보냈을 거라며 풀이 죽는 진시등, 여전히 사람 웃음 짓게 하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할까요. 마오마오의 마음을 얻는데 조바심이 난 진시가 그녀의 친아빠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대목도 눈여겨볼만하죠. 아무튼 진시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왕족으로써의 길도 포기하면서, 그런 진시의 마음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오마오. 정말 다음권이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었군요.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필자가 적극 추천하는 몇 안 되는 작품입니다.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10점을 다 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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