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혼잣말 8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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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강한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2천여 명이나 되는 후궁(後宮)을 관리하면서 여자에겐 관심조차 없었던 남자가 별안간 여자에게 관심이 생겼을 때. '진시'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이 남자는 천상에서 내려왔다 할 정도로 타고난 미모와 목소리 때문에 가는 곳마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을 자빠트리려고 덤비니 인간 혐오에 빠져 살았더랬어요. 미모도 미모고 목소리도 목소리다 보니 스토커도 대량 양산하였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이 남자에게 집착을 했냐 하면 음모로 자수를 떠서 보낼 정도라 하니 말 다 했죠. 아무리 남자라도 식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특히 여자)을 멀리했건만, 어느 날 궁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결하면서 어떤 주근깨가 만발한 여자애를 만나. 근데 이 여자애는 다들 자신이 지나가면 다 쓰러지는데(미모에 반해서) 이 여자애는 어디 동네 개가 지나가나 하는 투로 자신을 바라보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게 되죠.


사실 진시는 형(兄)이 난다 긴다 하는 황제이고 자신도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다이아 수저랄까요. 그러니까 가만히 앉아 있어도 여자들이 몰려올 관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그걸 마다하고 있죠. 황제인 형이 중급 비 이하 후궁들(사실상 2천 명)이라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음에도 여자에게 일절 손을 대지 않고 있으니 게이인가 싶기도 하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는 게 알다가도 모를 일. 사실 선제 왕(그러니까 아버지?)의 변태적인 여성 편력 때문에 여자를 기피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그런 남자에게 어느 날 세상 모든 걸 버려서라도 손에 넣고 싶은 여자가 생겨요. 자신을 지나가는 동네 개로 바라봤던 그 여자애 '마오마오'라는 약사가 매우 신경 쓰이기 시작한 거죠. 남들은 자신에게 (이성으로써) 접근하지 못해 안달인데 이 여자애는 자신에게 관심은커녕 벌레보듯 하니 이 얼마나 신선하단 말입니까. 요컨대 그는 변태랍니다.


근데 변태답게 접근법이 글러 먹습니다. 처음엔 장난감 취급하듯 꾹꾹 찌르며 괴롭혔더니 동네 개에서 털벌레로 격하 당하고 나아가 밟혀서 말라비틀어진 지렁이까지 격하 당하는 지경까지 오게 돼요. 요컨대 마오마오는 진시가 매우 귀찮을 뿐입니다. 이 여자애는 상대가 누구든 내 알 바 아니라는 양 오로지 약과 독에만 관심을 둘 뿐이죠. 그렇게 밀당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나마 진시가 황제의 동생이라는 위치 때문에 마오마오가 그를 쉽사리 내치지 못 했던 게 진시에겐 행운이었다랄까요. 왕족의 심기를 거슬렀다간, 양아버지가 그렇게 반신불수가 되어 버린 뒤 권력의 더러움과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마오마오로써는 그저 예예 할 수밖에 없었죠.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독을 먹였을 듯. 그렇게 실패와 오해와 엇갈림 끝에 진시는 마오마오에게 마음을 전하지만 그녀는 현실 도피.


권력이 무어더냐. 진시는 차기 황제가 될 수 있음에도 그는 억압된 삶보다 자유를 꿈꾸기 시작합니다. 마오마오를 만나고 나서 자신이 나아가야 될 길을 발견한 것이죠. 사실 그는 선제(아버지?)가 권력 욕심에 눈이 돌아간 여자(후궁)들에게 시달림을 당한 끝에 반미치광이가 되어 버린 것과 대신 정치를 펼쳤던 여제(선선대 황후, 할머니?)의 권위에 기가 죽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신물을 낸 것일지도 모르겠고, 왕위 계승 서열이 높다 보니 인간으로써의 삶은 없고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 가는 자신이 안타까웠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한 명의 인간이기 보다 권력이라는 톱니에 맞춰져 있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 끔찍할 테죠. 그래서 이번 이야기에서 인간이 되고 싶다는 그의 대사는 처절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변태란 벌레에서 나비로 우화하는 걸 일컫는 단어라고 했던가요.


처음엔 벌레 같은 그의 모습에 진저리 치며 도망가기 바빴던 마오마오도 조금식 인간의 틀에 맞춰져 가는 진시를 바라보며 싫지만은 않은 감정이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겠죠. 하지만 벌레에서 나비로 우화하려는 듯 모든 걸 포기하며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봐 주기 시작하는 그를 외면할 수가 없게 되요. 급기야 진시는 형(황제)과의 독대에서 자신은 인간이 되고 싶다며 마오마오를 옆구리에 끼고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선언하고야 말죠. 이러니 마오마오도 더 이상 도망칠 수가 없게 돼요. 사랑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를 좋아한다면 칼을 뽑아서 무라도 썰 기개를 보여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죠. 황제의 동생이라는 위치에서 평범한 남자로, 마오마오는 더 이상 물러설 수는 없을 겁니다. 사실 물러설 수 없게끔 진시가 함정을 판 것도 있지만요.


그러나 넘어야 될 산이 하나 더 있다는 게 이 둘에게 있어서 매우 불행이 아닐 수가 없어요. 바로 마오마오의 친아버지 괴짜 군사, 마오마오의 친아버지는 우리로 치면 국방장관을 보좌하는 참모쯤 될 겁니다. 요컨대 정치적 발언권은 전혀 없는 위치라고 해야겠죠. 하지만 군사(軍事)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는지라 황제도 그를 어찌할 수가 없어요. 근데 사실 군사는 표면적인 것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성격인데다 남(타인) 괴롭히는 걸 삶의 낙으로 삼고 있어서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인생 쫑난다고 해야겠죠. 그래서 다들 그의 눈치만 살피고 있어요. 그런 그(괴짜 군사)에게 아주 소중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친딸 '마오마오', 호기심에 유곽(창관)의 기녀를 임신 시켜서 태어나게 한 게 그녀인 거죠.


호기심이었을지언정 친아버지는 기녀와 딸을 책임지려했습니다. 하지만 집안에서 그를 다른 곳으로 파견을 보냈고, 바로 돌아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버렸어요. 돌아오니 기녀는 병을 얻어서 오늘내일하고 있고, 친딸은 자신들을 버린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었죠. 또한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저주한답시고 자신(마오마오)의 손가락을 잘라버리자 어머니마저 증오하고 있었고요. 사실은 친아버지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렇게 얽힌 실타래를 풀지도 못하고 마오마오는 성인이 되어서도 친아버지를 혐오 그 자체로 대하고만 있을 뿐인게 안타깝게 합니다. 하지만 친아버지는 딸이 그러거나 말거나 딸바보가 되어 하루 종일 해바라기가 되어 딸을 찾아 댕기는통에 이게 더욱 혐오에 +가 되어 버리죠. 금남의 집인 후궁에서 일하는 딸을 보기 위해 담벼락을 부수질 않나.


자, 진시는 그런 괴짜 아빠에게서 마오마오를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괴짜 아빠는 마오마오와 친한 진시를 죽도록 싫어하는지라 귀추가 주목되죠. 마오마오는 친아빠를 죽도록 싫어하고요. 그런 친아빠(아주 무서운 사람)를 둔 마오마오가 어디로 가는지에 따라 권력의 판도가 바뀐다고 하니. 일이 아주 재미있어집니다. 정작 마오마오는 모든 게 다 귀찮고 오로지 약과 독에만 관심을 두고 있으니 겉몸이 다는 건 주변 사람들이라는 게 매우 웃기기도 합니다. 


맺으며, 여전히 약과 독에 환장해서는 눈이 돌아가는 마오마오가 압권입니다. 황제를 앞에 두고도 약에 정신이 팔려 있으니, 거기에 친아버지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찮은 일에 부르지 말라며 의붓 오빠 발을 밟아 버리지 않나. 의붓 오빠의 입을 주둥이라고 하질 않나. 모처럼 마오마오에게서 선물이 왔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친아빠가 보낸 책을 진저리(혐오) 치며 자신에게 보냈을 거라며 풀이 죽는 진시등, 여전히 사람 웃음 짓게 하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할까요. 마오마오의 마음을 얻는데 조바심이 난 진시가 그녀의 친아빠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대목도 눈여겨볼만하죠. 아무튼 진시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왕족으로써의 길도 포기하면서, 그런 진시의 마음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오마오. 정말 다음권이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었군요.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필자가 적극 추천하는 몇 안 되는 작품입니다.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10점을 다 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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