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유희에 굶주려있다 1 - L Novel
사자네 케이 지음, 토모세 토이로 그림, 김덕진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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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유사한 작품을 꼽으라면 '노 게임 노 라이프'를 들 수가 있습니다. 주인공 남매가 각 종족들과 게임을 통해 사생결단을 치르는 것처럼 본 작품도 [신들의 놀이]라는 인간 vs 신(神) 대결 구도를 그리고 있죠. 하지만 승패에 따라 빼앗고 빼앗기거나, 누군가의 밑에 들어가거나, 죽거나 하는 건 없습니다. 그저 신(神)은 따분한 일상을 재미있게 보내기 위해, 인간은 10승을 거둬 신으로부터 소원을 쟁취하기 위해 대결을 벌여가죠. 인간이라면 누구나, 신으로부터 '어라이즈'라는 어드벤티지를 받아 '사도'라는 직책으로 게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3패를 하면 게임 참여 자격이 박탈될 뿐 불이익은 없습니다. 이미 이런 도락(道樂)은 고대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고, 작금에는 아이돌에 버금가는 엔터테인먼트로 성장하여 인간은 신과의 게임에서 승리할수록 부와 명예와 인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적(10승하여 소원 성취)보다는 과정(게임)에 더 목매는 결과를 보여주죠.

주인공 '페이'는 [이 시대 최고의 루키]라는 이명을 얻을 정도로 3승 무패를 기록하며 범상치 않은 두뇌 실력을 보여줍니다. 겨우 3승으로?라고 할 수 있으나 여기서 노 게임 노 라이프를 언급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게임 난이도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죠. 물론 작중 설정이 그렇다는 뜻이고, 읽다 보면 딱히?라는 감상을 내놓게 됩니다. 한편 인간과 놀이에 심취해 바닷속에 숨었다 그대로 빙하기가 찾아와 매머드처럼 3천 년이나 냉동인간이 되어버린 신(神) '레오레셰(메인 히로인, 이하 레셰)'가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굴됩니다. 필자가 웃기려고 과장하는 게 아닌, 진짜로 '둘리'처럼 얼음 속에서 발굴이 되죠. 시작부터 분기점을 맞습니다. 주인공 '페이'는 이름을 까먹은 '누나'를 찾고 있었는데 딱 '레셰'가 누나의 외모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원래 신(神)은 인간의 언어를 할 수 없으며, 신체 또한 인간의 형상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레셰'는 어째서 인간의 신체를 얻고 주인공 누나의 모습으로 발굴이 되었는가.

이렇게 발굴된 '레셰'또한 누가 신이 아니랄까 봐 게임 미치광이였고, 발굴되어서 첫마디가 '게임 잘하는 인간 데려와'였죠. 그래서 선택된 게 주인공이고요. 근데 그보다 선녀와 나무꾼처럼 옷이 감춰져 하늘로 못 올라가는 선녀도 아니고 신이면서 왜 하늘로 돌아가지 않는가 또한 뭔가의 복선으로 다가옵니다(작중에서 이유 나오긴 하지만). 주인공은 어릴 적 게임을 가르쳐줬던 누나를 찾고 있고, '레셰'는 인간의 신체를 얻어 그 누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작가 '사자네 케이' 특유의 뒷일이 생각나지 않는 복선에 해당하죠. 선녀와 나무꾼에서 옷을 찾은 선녀가 하늘로 돌아가는 것처럼 '레셰'도 무언갈 찾으면 하늘로 돌아갈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레셰'는 주인공과 페어가 되어 신이 주최하는 게임에 참여합니다. 그런데 '레셰'가 말하는 "해답"은 10승해서 소원으로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라고는 하는데, 이렇게 담백하게 끝낼 거면 '레셰'의 외모를 주인공 누나의 모습으로 만들진 않았을 것입니다. 뭔가 감춰진 게 있는 듯.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 '레셰'는 인간관계 특히 이성(性)적인 관계에서 상당히 무감각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속옷을 입지 않는다거나 주인공을 덮치라는 사무 관계자(한 다리 건너 히로인)의 말에 의미를 두지 않고(아이가 엄마와 자는 것처럼) 그렇게 할 거 같은 모습들은 흔히 라노벨 히로인 특유의 백치미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지만, 보통 자신이 오래 살수록 종족 번식 욕구는 약해진다는 것에서 고증을 잘 따른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영겹의 시간을 살아가는 신의 입장에서 종족을 번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런 쪽의 지식이 없을 거라는, 이건 참 높은 점수를 줄만 했습니다. 물론 작가가 의도하고 집필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주인공을 만나고 같이 다니면서 작은 가슴에 은근히 신경 쓰는 것 또한 그녀가 인간이 되면서 인간의 욕구를 점차 따르게 된 건 아닐까 하는 그런 느낌도 있죠.

결국 본 작품은 신(神)의 위계를 가진 레셰가 인간의 신체를 얻어 인간으로 계속 있을수록 인간에 더욱 가깝게 되고, 그럴수록 주인공과 엮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러브코미디 같은 이야기입니다. 물론 히로인은 한 명만 있는 건 아니고요. 두 번째 히로인 '펄'의 등장으로 레셰는 상당히 긴장하게 됩니다. '펄'은 상당한 댕청미를 자랑하죠. 사람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 낭패 보기도 하고, 어쭙잖은 호기심으로 위기가 찾아 오기도 하고, 그런 거에 더해 신체적 특징까지. 그래서 '레셰'는 다른 의미에서 긴장하게 되는 모습들을 보이는데 리뷰에서 언급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 오고 갑니다. 사실 필자는 '펄'은 내청코의 '유이가하마'의 포지션 느낌 나기도 했습니다. 할 땐 하는 실력은 있는데 어딘가 멍청해 보이는, 그래서 주인공에게 속아서 게임의 성질을 알아내는데 동원되어 몸으로 고생하는 모습들을 보이죠. 이런 이야기들이 꽤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사실 본 작품의 설정은 게임이고, 그 게임에서 이겨 소원을 성취한다는 걸 기본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난해하고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뭐 이런 작품들이 다 그렇듯 주인공이 어떻게 해내는 게 특징이죠. 그래서 리뷰에선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은 기대를 받는 루키답게 머리를 많이 쓰지만 솔직한 감상으로는 노 게임 노 라이프처럼 흥미진진하지는 않았군요. 아마 져도(defeat) 큰 페널티가 없다는 것에서 몰입도를 방해하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등장인물 간 소통을 많이 다루고 있는데요. 레셰가 발굴되고 '신비법원'이라는 인간 측 관리 기구에 보호받을 때 게임하자며 깽판 치기도 하고, 주인공과 첫 대면에서조차 자기소개를 게임으로 하자며 게임에 홀딱 빠져 있는 등, 두 번째 히로인 '펄'의 댕청미와 합쳐져 하렘을 구성하고 모에성을 많이 보여주죠. 주인공은 이렇게 레셰와 '펄'을 조력자로 끌어들여 다시 게임에 나섭니다. 여기서 다소 트러블은 있지만 넘어가고요.

맺으며: 설정으로 보면 노 게임 노 라이프 순한 맛이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선녀와 나무꾼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레셰가 10승을 거두고 소원을 빌어 하늘로 올라갈까? 아님 그대로 지상에 남을까. 그러나 주인공은 10승을 하게 되면 그만의 소원을 준비 중에 있는지라 레셰와 연결이 될까? 그런 흥미가 있죠. 물론 읽기에 따라 이런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 작품의 설정인 게임보다는 인간관계에 더 집중했군요. 그렇다 보니 주인공과 레셰는 선녀와 나무꾼, 주인공과 펄의 관계는 내청코의 주인공과 유이가하마의 느낌이 났습니다. 근데 뭐 사실 필자의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고 레셰가 주인공을 이성으로서 의식한다든지 '펄'이 거기에 개입해서 흙탕물로 만들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동료로서 힘을 모아 게임에 집중하고, 오로지 그걸 즐기는 모습만 보이죠. 그래서 현실 모든 일에도 적용된다는 듯, 과정(승리하여 인기 끌기)을 중시하는 다른 참가자들보다 승패를 떠나서 게임 자체를, 놀이로서 즐기는 자가 이길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누나는? 결국 레 세가 누나이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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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따위로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나요, 오빠? 1 - L Novel
카미시로 쿄스케 지음, 키린 카케루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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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우리나라에서 진성 얀데레라고 하면 미래 일기의 '가사이 유노'를 떠올릴 것입니다. 만화는 안 봐도 이름 정도는 들어 봤을. 미래일기 전에도 몇몇 작품에서도 얀데레는 있어 왔지만 국내에 더 많이 알려진 캐릭터라면 전무후무 '가사이 유노'를 꼽을 수 있죠. 그만큼 임팩트 있는 인물인 그 '가사이 유노'라는 캐릭터를 이 작품에 빗대면 주인공의 여동생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본 작품은 제목에서 러브 코미디가 아닐까라고 잘못 유추했다간 허를 찔린다고 할 수 있는, 이세계 전생 스릴러로서 공포와 호러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얀데레가 등장하는 부분은 개그와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전혀 없으며 얀데레 그 이상의 집착으로 목숨만 붙어 있다면 팔다리 다 잘라서라도 옆에 두고 싶어 하는 여동생의 오빠(주인공)를 향한 일그러진 애정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여동생이 얀데레로 변한 이유는 나오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오빠와 둘이 남겨지자 여동생은 장장 5년간 오빠를 감금한 채, 오빠(주인공)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둔 이성(소꿉친구든 뭐든)을 납치해와 오빠 눈앞에서 고문과 살해를 아무렇지 않게 해댑니다. 그 이면엔 오빠의 곁엔 나(여동생)만이 있을 수 있고, 나만이 사랑할 수 있다는 일그러진 애정이 있었습니다. 연상이고 남자인 주인공이 여동생 하나 제압 못하나?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주인공이 무언가 행동하면 할수록 눈앞에 자신이 아는 지인이 잡혀와 고문 당하고 죽는다면 제아무리 판타지 용사라도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을 것입니다. 주인공으로서는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문을 안 잠군 동생의 실수로 밖으로 나온 주인공, 길에서 주인공을 발견한 여동생은 서로 대치하게 되고...

본 작품은 더 이상 자신 때문에 누군가가 죽지 않길 바라고,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여동생을 죽여 악연을 끊으려는 오빠와 오빠와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여동생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이세계로 전생하여 귀족가 첫째로 태어납니다. 이미 여신으로부터 여동생도 이세계에 전생한 걸 알고 있었던 주인공은 1살 때부터 정령술을 배워 나만의 실력을 닦아 나가죠. 그런데 여기서 하나 또 허를 찔러주는 게 주인공이 1살이니까 여동생도 동년배거나 나중에 태어나겠지 하는 걸 전면적으로 부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본 바탕에 세상 모든 여자들이 여동생일 될 수 있다는 전재를 깔아 버리죠(물론 그중 한 명만). 그게 엄마가 될 수 있고, 이세계에서 만난 소꿉친구가 될 수 있고, 정령술 스승이 그럴 수 있고, 다른 귀족가 영애가 그럴 수 있고, 시녀들이 그럴 수 있는, 마치 이토 준지의 공포 만화에 나오는 토미에 같은 존재가 되면서 누가 여동생일까 찾게 하는 몰입감이 제법 높습니다.

그 여동생과 이세계에서 첫 번째 조우. 여동생은 현실 지구에서 이미 윤리의식은 먹는 것으로 치부했고, 그게 이세계에 와서 고쳐지기는커녕 더 악화되었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오빠와 남겨져 정서적 불안을 겪다가 오빠에게 애정이 생기고 그게 얀데레로 발전했는지는 나중에 차차 밝혀지지 않을까 싶습니다만(1권에서 그 복선이 조금 투하되었긴 합니다). 1차전이라 할 수 있는 오빠와 여동생의 관계는 지구에서 무승부로 끝나고, 이세계에서 2차전을 맞이하게 된 주인공은 이역만리에서 만난 피붙이에게 반갑다는 인사를 하기도 전에 처절한 싸움에 돌입합니다. 남매지간이라는 윤리보다는 적으로서 동생을 이대로 놔뒀다간 이세계에서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과 그 주변은 틀림없이 동생의 손에 다 죽을 테니 아기의 몸이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몰립니다. 이런 장면들을 리뷰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참 난감하기 그지없군요. 일상적인 남매의 투닥거림이 아닌, '가사이 유노'가 보여준 충격적인 장면들을 연출한다고 할까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1살에 싸운다는 다소 개연성은 부족하더라도 주인공이 여동생이라는 악연을 끊어내기 위해 모든 힘을 해방할 때, 두 번째는 여동생이 이마를 만지며 오빠가 비록 글자로지만 자신에게 말을 걸어줬다고 기뻐하는 장면인데요. 다시 말하지만 본 작품은 러브 코미디가 아닌 호러 공포물입니다. 즉, 주인공과 여동생이 만나는 장면들은 하나같이 호러의 끝판왕을 보여주죠(물론 필자 주관적). 그리고 주인공에게 있어서 가장 호러스러운 건, 지금 여동생을 퇴치해도 다시 환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게 일본에서 9권이나 나왔는데 1권에서 여동생이랑 악연이 끊어질 리 없잖아요. 게다가 이세계에는 전생과 환생에 관여하는 여신이 있고, 여신은 여동생에게 공포심을 느끼고 있으니 지금 퇴치한다고 다시 나타나지 않을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그럴까요. 주인공은 숲에서 정령술 스승(엘프)을 줍게 되고, 스승으로부터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는 대목은 언젠가 다시 나타날 여동생을 대비하는 그런 느낌을 받게 하죠. 그런데 주인공은 여동생이 다시 나타날 거라는 걸 간과하고 있는 듯하고, 세상 모든 여자가 나이 불문 여동생이 될 수 있는데 이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좀 옥에 티랄까요. 막연하게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얼핏 보이긴 합니다만. 2차전에서 실패한 여동생이 3차전은 그 이상의 지략과 윤리 의식 결여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 그것보다 이제 7살 주제에 동년배 '필리네(히로인)'에 푹 빠져서 이불 속에서 쪽쪽 거리고 난리도 아닙니다(참고로 본 작품은 15세 이상가). 정령술 스승(엘프女)의 외모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 은근히 성(性)에 대해 거침이 없더군요. 아무래도 이런 관계는 불안한 미래를 암시하는 복선이 아닐까 하는 느낌도 없잖아 있었군요.

맺으며: 작가의 필력은 중상급입니다. 라노벨 특유의 개그는 거의 들어가 있지 않으며(적어도 필자에겐 장점으로 다가옴), 인간이 이런 짓도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호러 공포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령 여동생이 자신의 신체를 뜯어... 아무튼 중반부터는 정령술 스승 밑에서 필리네(히로인)와 고난이도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으며 이후 다시 만날지도 모를 여동생에 대비하는 모습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다소 진행이 더딘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사실 이런 부분들은 주인공에게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취득하게 하는 거라 어떻게 보면 다른 이세계 전생 치트물과는 차별을 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신으로부터 스킬과 능력치를 받아 노력과 고생은 모른 채 성장하는 여느 치트물 주인공과는 정면으로 배치한다고 할까요. 그리고 주인공에게 있어서 지킬 것(필리네)을 투입함으로써 앞으로 더욱 치열하고 암담한 현실을 들이밀지 않을까 하는, 정말 오랜만에 기대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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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 0명 여신님과 시작하는 이세계 공략 1 - 반에서 제일 약한 마법사, Novel Engine
오사키 아이루 지음, Tam-U 그림, 박수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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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이세계 전생물이고, 신자 0명이라는 것에서는 주인공의 위치를 알 수 있고, 여신이 나오는 흔해빠진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늘 얘기하는 것 중에 하나가 흔해빠진 이야기라도 작가가 얼마나 잘 풀어가느냐에 따라 그 작품의 완성도가 달라진다는 것인데요.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본 작품은 제목을 잘못 지었습니다.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식 개그와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식의 성장을 합쳐놓았는데, 즉 이 두 작품의 장점만 모아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목을 좀 더 다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아류작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위에서 필자가 언급했듯이 작가의 능력으로 얼마나 잘 풀어가느냐가 작품 질의 성패를 좌우하고, 결론적으로 아류작 느낌보다는 작가가 자기만의 색을 작 풀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필자 주관적이고, 클리셰적인 부분도 없잖아 있습니다만.

이 작품의 줄거리는 스키 합숙을 다녀오다 버스가 눈사태에 휘말려 주인공 포함 반 친구들이 갇히게 되고, 그대로 비명횡사했더니 이세계라는 설정입니다. 보통 이런 클리셰를 보면 반 아이들에게 스킬과 능력치가 주어지는데, 속칭 인싸들이 좋은 스킬과 능력치를 다 가져가죠. 핸섬가이 난봉꾼은 빛의 용사가 되어 일찌감치 스카웃 되어 나라의 요직에 앉았고, 그 외 상급 스킬 받은 반 아이들도 스카웃 되어 출세의 길에 올랐건만, 마법 한두 방 쏘면 오링 나는 마력량과 어디에 쓸지도 모를 스킬과 물 마법 초급만 받은 주인공은 악성 재고가 되어 1년이 지나도 스카우트 제의는커녕 마을 꼬마 애들에게도 무시당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맙니다. 신전에서 보살펴주는 것도 1년 한정이고 1년이 지나도 별반 달라질 게 없었던 주인공은 쓸쓸한 출발을 해야만 하죠. 그리고 더욱 문제는 이세계인(지구인)은 글쎄 수명이 10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악성 재고 취급에, 부르는 이 하나 없고, 수명도 이제 9년 남은 주인공의 앞날은...

이렇게 주인공은 눈 사태에 갇혀 얼어 죽은 것만 해도 억울한데 이세계에까지 와서도 인생의 하드(hard)를 경험해야만 하죠. 하지만 이런 작품의 클리셰이기도 한, 쓰레기 스킬이라도 노력을 하다 보면 빛을 보게 된다는 것이고, 던만추의 벨이 그랬던 것처럼 처음엔 놀림의 대상이었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장하여 주변의 인정(認定)을 끌어내는 모습들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사실 무능력 먼치킨과 노력형은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이 작품은 무능력을 가장한 치트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가치의 판단을 왜 상급 스킬에 맞추는가 그걸 꼬집는 듯했습니다. 원래 주인공의 스킬도 유용한데 주변에 널리 쓰이지 않고, 스킬 이름도 허접해 보인다고 지례 판단해서 쓸모없다고 단정 짓는 모습들을 보이죠. 그래서 상급 스킬을 가진 아이들이 던전에 도전했다가 사망하고, 행방불명도 되는 것에서 결국 살아가려면 주인공처럼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전술을 짠다거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약간 개연성 없이 주인공 앞에 신자 0명 여신이 등장합니다. 이멋세의 아쿠아와 던만추의 헤스티아를 합쳐놓은 듯한, 어딘가 물에 담가두면 정화될 것도 같고, 식구 1호가 된 주인공을 애지중지하는 어디 여신과도 같은 여신이 나타나 나의 신자가 되라며 마치 다단계 권유 같은 세일즈로 다가오는 여신을 바라보며 주인공이 받은 첫인상은 술집 접대부 같다는... 그래도 남들은 다 치트 받아서 떵떵거리고 사는데 이멋세의 주인공이 마구간에서 지냈던 것처럼 이 작품의 주인공도 길드 한구석에서 슬럼가식 기거하고 있는 처지로서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지라 신자로 계약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부모님들이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지 말라는 교훈을 던집니다. 글쎄 여신의 카테고리가 역병신(疫病神)이라는 한문을 첨부하지 않으면 대참사가 벌어질, 사기 비슷한 걸 당하게 되죠. 다행히도 그렇게 나쁜 여신은 아닌 듯하지만, 가호도 받을 겸 신자로 살아가는 게 처량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첫 번째 히로인, 여신은 다른 세계(신계?)에 살고 있어서 일단 제외하고요. 히로인 에피소드 중에 왕도이자 정도의 길이라면 역시 몬스터의 습격을 받는 히로인 구출이 되겠죠. 거기다 파티원들에게 버림받은 히로인이라면 금상첨화고요. 결국 주인공이 구해주게 되고 나중에 같이 다니게 되는데 이것도 참 현실적이라는 걸 보여주죠. 현실에서 위험에 빠진 사람을 보면 전문가를 불러야지 지식도 없이 뛰어들었다간 동반으로 큰일 납니다. 이 상황을 이 작품에 빗대보면 구해준 히로인이 하필 이멋세의 메구밍 같은 특대 화력 한방 마법사라는 것이고, 파티를 짰다 하면 한 달을 못가 쫓겨나는 0점 사격이 불가능한 실력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결국 주인공은 옆에서 도우다 통구이가 되는 경험을 해야만 하죠. 거기다 남들은 내가(여마법사) 싫다며 기피하는데 도와주는 주인공에 슬슬 감정이입해가는 모습들이 조금은 두려운 그런 히로인이 되겠습니다.

맺으며: 요약하면 더 만추의 벨처럼 노력하여 성장하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벨처럼 주인공은 여마법사와 강한 몬스터를 쓰려트려 가죠. 다만 강한 몬스터와 만나는 장면들은 작위적(우연으로 조우하는 식)이어서 던만추 만큼의 무겁고 진지함은 없습니다. 약간 마이너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멋세 같은 개그를 넣어서 지루할 틈을 보이지 않으려 하는데요. 가령 내청코의 자이모쿠자 같은 오타쿠를 투입해 주인공 친구가 되어준다거나, 주인공이 구해준 여마법사 '루시'와 루시가 이전에 몸담고 있었던 파티의 '에밀리(히로인)'와의 말싸움이 그렇고요. 사냥을 가나서도 루시의 마법이 엉뚱한 곳에 날아가거나, 위력을 줄인다고 줄였는데 숲을 다 태워버린다거나 특대 마법을 썼더니 매구밍처럼 된다거나. 이런 점들은 사실 싸구려 클리셰 같은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작가가 이런 건 개그로 잘 살리더군요(물론 필자 주관적). 인간관계에서는 주인공이 노력하며 성과를 내자 주변은 주인공의 실력을 인정해가게 되죠. 그래서 깔보던 동년배가 먼저 사과하며 동료가 되어 주고, 같이 사냥도 나가는데 결국 이 작품의 요점은 그 사람(주인공)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은 분명 있다는 걸 개그식으로 풀어내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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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갑수룡의 판타지아 1 - Novel Engine
우치다 히로키 지음, 히무라 키세키 그림, 원성민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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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은 '전차(5호 판터)'를 타고 '용(龍)'을 때려잡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판타지와 밀리터리의 절묘한 조합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물론 밀리터리라고 해도 고증 따윈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가령 주인공이 가지고 나오는 '판터'는 2차대전 당시 야전에서 드러났던 문제점들을 무색게 하듯 천하무적에 가까운 성능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건 픽션이니까 그러려니 하겠습니다만. 이 작품의 진짜 문제는 일러스트레이터가 혐한으로 잘 알려진 작가라는 것입니다. 리뷰를 쓰기 전에 검색을 해봤지만 혐한이 아니라는 작가의 해명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찾으신 분은 댓글로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100보 양보해서 일러스트레이터까지는 넘어가더라도 또 다른 문제는 내용 중에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듯한 장면이 다수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2차대전 때 독일 나치와 일본 제국 시절 때 실제 존재했던 군인들을 거론하며 그들을 과거 용(龍)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을 구한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이세계 전생한 듯). 또한 학생들이 사람들을 잡아먹으려는 용(龍)을 막아서며 2차대전 때 일본군이 주로 썼던 반자이 돌격처럼 무모하게 돌격해서 몰살 당할 뻔한다거나, 핀치에 몰리자 일본 제국 군인식 정신론을 주장하는 등 역사로 접근하면 우리로서는 꽤 불편해질 수 있는 내용이 다수 있습니다.

리뷰에서는 위의 내용들이 옳다 그르다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필자는 표현 전달이 서툴러서 감정적으로 쓰다가 자칫 허위 사실이니 사실 적시니 명예훼손이니 영업방해니 같은 소송 당하기는 싫은지라. 있는 그대로 전달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이럴 경우 사실 적시 명예훼손인데?). 사실 위에서 언급한 2차대전 시절 가해자였던 군인들의 출연은 다 합해도 1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이긴 합니다. 하지만 기본 바탕에 고대 시절 사람들을 구한 영웅이라는 설정이 깔려 있다는 것이고, 주인공이 몰고 있는 '판터'도 그 시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죠. 결국 주인공은 그 영웅(군인들)의 사상을 계승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물론 군국주의나 제국주의 같은 것이 아닌 사람들을 구한 영웅으로서 계승이긴 한데, 이게 맞다면 사실 좀 어이없는 부분이죠. 작가가 역사를 좀 살펴봤다면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알 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이 작품의 기본적인 내용은 주인공 '토우야'가 할아버지에게 받은 '판터'를 몰고 기갑 수룡사가 되기 위해 도시의 '수룡사' 양성학교로 소꿉친구 '요시노(히로인)'와 입학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수룡사는 용(龍)을 잡는 모험가 비슷한 것이고, 주인공은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전차(판터)로 '기갑'수룡사가 되겠다며 학교에 입학은 했지만 역사를 잊어버린 국민들(교사와 학생들)은 그게 뭐야?라며 어리둥절해 할 뿐이죠. 판터는 고대 시절 활약한 산물임에도.

그래서 주인공은 이단아 취급 당하고, 보도 못한 전차를 끌고 와 수룡사가 되겠다며 창피를 모르고 설치니 왕따는 확정되어 버립니다. 소꿉친구 '요시노(히로인)'도 도매금으로 싸잡혀 동급 취급 당하고, 둘 다 최하급반에 배정되어 무능력자 민폐꾼, 열등반이라는 이런 작품에서 흔히 생기는 열등생 먼치킨이라는 클리셰란 클리셰는 다 독차지하는 기염을 토하죠. "할아버지 왈: 판터는 5명이 모여야 제 기능을 한단다" 그 말을 지키기 위해, 판터를 제대로 굴리기 위해 주인공은 '요시노'를 더해 앞으로 3명을 더 영입하려 합니다. 그래서 배정된 열등반에 가보니 가 쓰러져가는 구(舊) 교사라는 열등반 클리셰에 덜떨어진 애들이라는 클리셰가 기다리고 있었죠.

주인공은 이런 애들을 모아 주변의 열등생이라는 비아냥과 욕설을 이겨내고 학교 상급반 엘리트들도 하지 못했던 일을 끝끝내 해내는 클리셰를 보여줍니다. 이런 작품이 다 그렇죠. 못난이 열등생 주제에 저기 찌그러져 있어 했던 인간들이 정작 자신들이 쩌리라는 것을 몸소 인증하고 다 나가리 된 상황에서 주인공과 그의 하렘은 근성과 정신론만 있으면 못할 것도 없다는 것마냥 불가능했던 일들을 해내죠. 그런데 개인보다는 다수의 이익을 내세우는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열등반이 해내면 엘리트들이 길을 잃는다며 주인공 일행이 해냈던 성과를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주변은 주인공 일행이 해내면 해낼수록 비열한 방법으로 했겠지 같은 악평만 늘어놓습니다.

그래서 개그로 다가오기보다는 인간의 더러운 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할 수 있습니다. 용으로부터 도시 사람들을 구한 주인공 일행은 군(軍)의 신분이 아님에도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성과에 대한 보상을 빼앗기고, 비열한 방법으로 이겼겠지 같은 주변의 악평은 약한 자에 대한 이지메를 연상케 합니다. 말이라는 칼로 마구 찌르면서도 그러면 안 된다는 고찰이나 어른들의 반성 등은 찾을 수 없고, 되레 주인공 일행을 이용해 앞으로 닥칠 재난에 이용하고자 하는 어른들의 더러운 모습만 보입니다. 더욱 문제는 무시당하고 욕먹고 하대 당해도 그게 정론이고 사태 해결에 무난하다며 아무런 반론도 하지 않는 주인공 일행은 발암 그 자체죠.

맺으며: 겉으로 보면 열등생이 먼치킨이 되어 버리는 이야기를 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동으로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고 보상도 못 받는다는 장면들은 개그라기 보다 처참함을 보여주죠. 열등반이라는 모두가 경멸하는 바닥을 경험을 하며 성장한다는 설정은 노력을 통한 성장과 일맥상통하여 개연성은 보여주긴 합니다만. 그럴수록 주인공과 일행은 자기들만의 울타리를 만들어 가고, 주인공은 일행(하렘)들을 뒤에서 받쳐주는 나무가 되어 북돋아주는 참으로 비참한 그런 느낌이 드는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좀 찾아보니 욕 많이 먹는 거 같더군요. 설정보다는 느릿느릿 움직이는 포신에 대형 칼을 장착해서 휘두르는 게 개그고, 급기동 중인데도 헬멧도 쓰지 않는 대범함은 어디에서 오는지 하는 것들. 2차대전 전차치곤 현대 전차도 따라가지 못할 급기동하며 이래서 고증 따윈 없다고 한 것인데 뭐 이건 픽션이니까 넘어가고요. 3권 완결로서 1~3권이 동시에 발매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이 이런 작품인 줄 알았으면 구입하지 않았을 텐데, 거부감이 상당히 들어서 읽는데 많은 시간이 들었군요. 2권부터는 구매하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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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최후의 전장, 혹은 세계가 시작되는 성전 1 - S Novel+
사자네 케이 지음, 네코나베 아오 그림,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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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좋아하는 거냐, 아니냐. 사랑은 아니고 매료되었다? 상대의 신념과 아름다움에 반했긴 한데, 그것이 사랑인가?는 모르겠고 서로 의식은 하는데, 온실 속의 화초처럼 이것이 사랑인지도 모른 채, 그 사람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에 아른거리고, 이러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몰라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일도 손에 안 잡힌다면? 이래서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짓는 감성 풍부한 애들을 주인공으로 하면 안 된다니까요를 외치게 해주는 작품인데요. 필자 딴에는 마법이 접목된 SF 판타지인 줄 알았더니 견우와 직녀 혹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는 러브 코미디 로맨스물이었을 줄이야라는 게 필자의 본심입니다. 사실 견우와 직녀 혹은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을 다루는 이야기로 러브 코미디나 로맨스와는 조금 거리가 있죠. 그럼에도 이 비유를 쓴 것은 작중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관계가 이루지 못하는 사랑이라는 비극을 바탕으로 한 로맨스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 대해 조금 설명하자면, 마법을 쓰는 마녀가 있고, 그런 마녀의 힘을 두려워해 사냥하여 죽이려 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왕을 무찌른 용사가 그 용사의 힘을 두려워한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마왕으로 몰리는 것처럼, 나보다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 되죠. 예전에 한번 이런 주제로 리뷰한 적이 있습니다만. 마왕(마녀) 될 운명을 짊어지고 태어난 아이를 불길하게 여긴 주변 사람들에 의해 차별당한 끝에 아이는 결국 마왕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그래서 마왕이 된다는 것은 당사자가 아니라 주변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진다는걸, 이 작품 속에도 어느 정도 녹아 있습니다. 땅을 팠더니 솟아난 미지의 에너지 [성령]을 뒤집어쓴 사람들은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초월적인 힘을 쓸 수 있게 된 이런 사람들은 마녀(남자는 마인)라 차별 당하며 박해를 받아야만 했죠. 결국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마녀들은 마왕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마녀와 인간들 간 전쟁이 발발해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주인공 '이스카'는 마녀를 박해하는 제국의 병사로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과거 마녀에게 목숨을 구해진 이후 배웠던 것과는 다르게 마녀에 대한 인식을 고치게 되었고, 그 인식에 따라 전쟁을 끝낼 길을 찾고자 하죠. 계급은 병사이나 제국에서 내로라하는 엘리트로서 "1년 전 어떤 불미스러운 일(2권 리뷰에서 언급)"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전장에서 여주 '앨리스'를 처음 만났을 때 나부끼는 드레스와 그녀의 미모에 한눈에 반해버리는 동정 같은 면모도 보여줍니다. 여주 '앨리스'는 마녀들이 세운 나라 '네뷸리스'의 제2왕녀로서 등장합니다. 이쪽은 마녀를 박해하는 제국을 쓸어 버리고 세계 제패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지만 주인공을 만난 이후 그의 동정 같은 면모에 이끌리고 그의 신념(전쟁을 끝내는 것)에 반하게 됩니다. 사실 여기까지 보면 순수하고 애틋한 사랑이 시작될 것도 같았습니다만, 잊으면 안 되는 게 이 작품은 라노벨이고, 라노벨계에서는 퓨어 한 사랑보다는 코미디 같은 사랑이 더 먹히죠.

그래서 이 작품도 첫 번째 만남부터 싸우다가 발이 삐끗해서 히로인은 주인공에게 공주 안기를 당하게 되고 히로인은 얼굴 빨개진 채 도망가 버립니다. 이후 엇갈림보다는 마치 운명이라는 듯, 가는 곳마다 둘은 마주치게 되고 서로 의식해 가는 부분들이 한편의 러브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밤에 잠을 못 자고, 눈에 아른거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그래서 도시로 나갔더니 마침 상대도 왔네? 같은, 그러나 둘은 맺어지지 못하는 운명이죠. 그래서 주인공은 여주(제2왕녀)를 납치하여 인질 내세워 네뷸리스(國)로 하여금 평화 협상에 나오게 하려 하고, 여주는 남주를 부하로 삼아 내 사람으로 만들어 돌파구(전쟁 끝내기)를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어설픈 생각이었는지를 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을 겪으며 현실을 직시하여야만 하는 안타까운 모습도 보입니다. 애들(주인공, 여주 다 10대) 장난으로 전쟁이 끝날 거 같았으면 진작에 끝이 났겠죠.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맺으며: 작중에는 러브 코미디를 마구 찍어내지만 사실 좋아하는 감정보다는 신념이 같다(전쟁 끝내기)는 것에서 오는 동질감 같은? 그런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래서 둘의 관계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고요. 일단 전체적으로 보면 제국이 가해자이고 마녀의 나라 네뷸리스가 피해자임에도 이런 작품들이 다 그렇듯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모를 일들을 표현하며 그 소용돌이에 휘말린 둘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그런 모습들을 보입니다. 그래서 감성이 풍부한 독자들에겐 꽤 먹히는 소재가 아닌가 싶군요. 다소 클리셰적인 장면들도 있지만 사랑에서 나오는 행동은 다 비슷하니까 넘어 가고요. 캐릭터들의 개성은 작가 '사자네 케이'의 특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이전 작품들을 좋게 봐온 분들이라면 쉽게 적응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주인공은 이전 작 '어째서 내 세계를~'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인상이 많이 흐리더라고요. 조금 더 치고 나왔으면 좋겠는데, 여주의 개성이 강해서 많이 묻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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