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향신료 8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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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로렌스를 보고 있자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언제나 위험한 장사에 고개를 들이밀다가 머리가 댕강 잘릴뻔하고도 봉어 대가리처럼 3초면 잊어버리는 그의 기억력은 타고난 것인가? 에이브의 꾐에 넘어가 그래도 나름(?) 이 작품의 히로인인 호로를 저당 잡고 돈을 빌리는 희대의 주인공 포지션도 기가 막히는데 이전에 몇 차례 사기를 당하고 어디 원양어선에 잡혀갈 직전까지의 처지에 놓였다가 간신히 살아났음에도 또다시 위험한 다리를 건넙니다.

 

자신의 숫컷이 여우 같은 암컷에게 속은 것에 화가 났던 호로는 웬만해서는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나 이번엔 제대로 열받았던 그녀는 늑대로 변신해 에이브의 뒤를 쫓았는데요. 그런데 신이 나서 너무 나대는 바람에 다음날 근육통에 시달리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이런 호로를 바라보던 로렌스 왈: '들에 풀어 놓은 개 같다.' 오랜만에 변신해서 그런지 묘하게 흥분해서는 들이고 산이고 강이고 한 다름에 내달리는 등 그야말로 개를 연상시켰던 호로, 그리고 다음날 근육통, 오랜만에 귀여운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습니다.

 

여튼 이번 에피소드는 크게 두 가지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호로와 비슷한 이교의 신인 늑대의 뼈와 관련된 것인데요. 지금 있는 곳에서 좀 더 북쪽, 강을 따라 내려오며 주운 사위 '콜'의 고향 근처에서 교회와 상회가 늑대의 뼈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로렌스와 호로는 호로의 동료가 교회의 이교도 배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소식에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정보를 모으기 위해 케르베라는 항구 도시에 왔습니다. 그리고 에이브와 접촉하게 되는데요.

 

로렌스야 에이브가 내밀었던 건물 등기등본으로 저당 잡혔던 호로를 되찾았던지라 크게 개의치 않았으나 호로는 내 남자를 감히 건드려?라며 길길이 날뛰는 등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전에 서로의 감정이 마멸(磨滅) 되기 전에 헤어지자던 호로, 단순히 마을 탈출용으로 그의 마차에 올랐다가 어느새 마음이 동해서 같이 여행길을 떠난 지도 벌써 수개월이 흘렀습니다. 로렌스에게 있어서 여자라곤 어느 산골 마을 식당 웨이트리스에게 대시했다가 차인 것밖에 없었던 그에게 호로라는 존재는 크게 다가왔습니다.

 

두 번째는 에이브를 쫓아 도착한 항구도시 케르베에서 구역 싸움에 휘말리는 이야기입니다. 남, 북으로 갈려서 남쪽 상인들이 북쪽 귀족들에게 돈을 빌려준 것을 기회로 잡아 너 님들 호구가 되라는 남쪽의 말에 이 신발색이 까만색이 라며 어떻게든 돈을 값아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혈안이 된 아포 칼립스 상황에 로렌스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하며 발을 담그게 되면서 또 붕어 대가리 같은 일을 벌이는데요. 이 과정에서 에이브에게 당했던 것은 잊어버리고 그래도 그런 그녀(에이브는 여 상인)에게서도 배울게 있다며 자화자찬하는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기가 막힙니다.

 

혼돈의 도가니로 변해가는 항구도시에서 자신의 중립적인 위치를 이용해 한몫 잡으려는 로렌스, 호로는 이젠 그런 그를 바라보며 일이 좋아 내가 좋아?라는 말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1). 현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미래예지 같은 말을 하면서 언제나 로렌스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그를 바라보며 놀려대도 문득 생각났다는 것처럼 고개를 처드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로렌스의 품에 파고들었던 그녀, 그러나 한편으로는 먹을 것과 마실 것에 온통 관심을 쏟는 통에 언제나 머리를 싸매는 건 로렌스, 이번에도 에이브의 뒤를 쫓아 내려와서는 본연의 임무를 잊어버리고 온통 먹는 것만 밝혀댑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상업과 항구도시에서 일어나는 아포 칼립스적인 이야기로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지혜를 따라오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는 로렌스를 골리는 재미는 거의 없어졌고요. 마을이 돌아가는 상황과 자신이 우위에 서려고 했던 일이 되려 이용당하게 생겼다든지 에이브와 자신이 속한 상회 클랜 사이에서 갈등을 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함정과 비슷한 것에 빠져 갈피를 못 잡는 등 또다시 로렌스는 수렁 속으로 빠져듭니다. 뭐, 정말로 위험하다 싶으면 호로가 지혜를 짜내고 여차하면 늑대로 변신해서 도망가면 되니 로렌스 입장에서야 수렁에 빠진다 해도 적어도 죽임을 당할 일은 없겠죠.

 

맺으며, 그동안 여자에 대한 면역이 없었던 로렌스는 호로와 사이를 제대로 좁히지 못했었는데요. 여기까지 왔으니 너  혼자 집에 갈 수 있지?라며 호로의 마음에 대못을 박고, 호로는 그녀 나름대로 마음이 마멸되기 전에 헤어지자며 울고불고 하는 통에 불안한 여행길을 떠났던 둘의 관계는 깔끔하게 웃으며 헤어지자는 합의 도출이 있은 후 표면적으로는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한 단계 성장했다고 할까요. 


 

  1. 1, 이 말은 농담조가 아닌 무엇이 소중하냐의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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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2부 신전의 견습무녀 3 -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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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노가 지진으로 무너진 책에 깔려 죽고 이세계로 전생해서 넘어온지도 벌써 2년하고 반이 흘렀습니다. 말이 전생이지 깨어나 보니 신식이라는 병으로 다 죽어가는 5살짜리 여자애였고 조금만 움직여도 앓아눕는 통에 뭘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생에서 책을 워낙 좋아했는지라 마인의 몸에 깃들고서도 아등바등 움직여 책을 만들길 2년여, 전생에서 책에 깔려 죽었는데도 보통 죽은 원인이 자기가 좋아하는 거라면 다신 거들떠도 안 볼만하겠건만 이세계로 넘어와도 여전히 책을 갈구하며, 책을 만들기 위해 참으로 무던히도 노력하였고 드디어 결실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인쇄술을 개발하고 자기가 맡은 고아원 애들과 함게 지금은 어린이용 성경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나아가 대량 생산에 착수하게 되는데요. 참고로 우라노가 마인의 몸에 깃들어 환생한 곳은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세계입니다. 마력과 마법이 있고 판타지에서나 나올법한 여러 가지 설정 등이 나옵니다. 이 작품은 특이한 게 작중의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함인지 보통 여타 판타지를 지향하는 작품에서는 거의 언급이 되지 않는, 가령 화장실 문제라던가 다소 비위생적인 서민들이 거주하는 거리의 풍경이라던가가 참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는 게 특징이기도 합니다.

 

여튼 이번 에피소드는 책을 만드는 건 종말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제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마인이 가진 이익을 노리는 불온한 세력의 대두와 그로 인한 현재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신변 위협으로 다가오고 이들을 지키기 위해 마인은 이별이냐 파멸이냐는 기로에 서게 됩니다. 현재의 마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귀족의 양녀로 들어가는 것뿐, 그러려면 가족과 이별을 해야 하지만 그녀는 전생에서 가족들에게 제대로 이별의 말도 못 건네고 왔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가족을 무엇보다 소중히 하려고 했고, 그런 마인에게 세상은 또다시 이별을 요구합니다.

 

마인이 앓고 있은 신식은 처음엔 그냥 몸을 좀먹는 병이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이 병은 토지를 활성화할 때 필수적인 마력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마인의 가치는 단숨에 올라가버렸습니다. 그것도 어중이떠중이가 가진 고만고만한 마력이 아닌 속된 말로 몇백 년 만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전설급이었고, 엄마(모계)의 마력이 높을수록 영향력이 큰 귀족 사회에 마인이라는 존재가 불러올 파장은 예상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더 불행한 게 마인은 평민이라는 것에서 잘해야 씨받이 정도로 일생이 끝날 것이라는 말은 이미 이전부터 나왔었습니다.

 

신관장과 벤노의 필사적인 정보 조작으로 마인의 정체가 그리 알려지지 않고 있었으나 언제까지고 정보를 막을 수 없었는데다 애(마인)가 자꾸 발명이니 뭐니로 이세계엔 없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통에 결국 정체가 들통나기 시작하는데요. 그로 인해 막대한 마력 보유자라는 타이틀과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마인을 노리는 세력이 등장하게 되고 슬슬 시리어스 한 분위기가 되어 갑니다. 이전엔 그냥 평범한 판타지 라이프였다면 지금부터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아포칼립스의 도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급기야 마인을 노리고 습격하는 자들이 나오고 사망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마인은 지금의 가족과 이별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이게 참 애잔합니다. 정신은 전생 전의 우라노의 것이라서 다소 차분하지만 역시나 몸은 어린 데다 전생에서 제대로 이별의 말을 건네지 못했다는 마음에 어떻게든 최후까지 지금의 가족과 지내려는 그녀에게서 애틋함이 묻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별이 있다면 새로운 만남이 있다는 것처럼 마인에게 동생이 태어나고 이들을 지키기 위해 결국 마인은 귀족의 양녀가 되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러면 가족도 지키고 자신의 몸도 지킬 수 있기에, 하지만 이것은 두 번 다시 지금의 가족과 만날 수 없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음... 뭐랄까 작가의 필력이 준수하도가 할까요. 일상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이면에서 일어나는 암투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마인이 가진 여자애라는 매력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는데요. 가령 많이는 없지만 아장아장 걷는 표현과 신관장에게 안겨 어리광을 부린다거나 때론 우라노의 마음으로 신관장을 대한다거나 같은, 뒷일은 생각도 안 하고 발명을 마구 하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만 주면 사람들은 아이고 골치야 하면서도 마인을 미워하지 못 한다던지, 얄미워 꿀밤을 먹이고 싶지만 그랬다간 앓아누울 거 같아 어른이고 애들이고 간에 전전긍긍하는 게 여간 귀여운 게 아닙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역 하렘입니다. 물론 마인이 이제 7살이라 그렇고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마인의 주변 사람들(애들이고 어른이고) 상당수가 남자로 채워져 있어요. 특히 신관장과 벤노중에 누가 본남편이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도 펼쳐지기도 합니다. 같이 걷다 보면 답답해서 마인을 들춰안고 걸어간다던지, 평민이면서 우라노의 기억 때문에 계급사회의 개념을 밥 말아먹은 통에 원래는 사형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행동을 서슴없이 해대서 늘 두통을 퍼트리지만 미워할 수 없도 없어서 볼을 양손으로 잡아당긴다던지 꿀밤을 먹이는, 사실 이런 장면은 여타 작품에서는 흔치가 않죠.

 

맺으며, 사실 그렇게 손에 땀을 쥘만 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책을 기반으로 한 만남과 이별의 이야기입니다.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러다 기세가 올라 폭주하는 그녀를 제어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은 늘 고생을 하면서도 그녀가 이룩하는 결과를 보며 세상이 바뀌어 간다는 걸 조금식 깨달아 가죠. 그렇게 만남을 계속해 가면서 해피한 상황을 시기하듯 마인이라는 이익을 알아보는 세력의 등장으로 이젠 이별의 시간이라는 것마냥 그녀에게 가시밭길을 걷는 걸 강요하기 시작합니다. 이건 필연적이라고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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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7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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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7권은 외전입니다. 항상 이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원을 살아가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은 의례 과거를 비추는 장면 한둘 정도는 있게 마련이죠. 호로는 로렌스를 만난 후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자 했고 그로 인해 그녀가 살아온 발자취가 어떤 걸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었는데요. 이번에 그 궁금증이 조금은 풀립니다. 수백 년을 살아오며 많은 사람을 만나 여행을 했고 같이 지내기도 했다는 그녀, 여기서 조금 걱정되었던 게 여느 작품이고 간에 히로인이 비처녀라고 비치면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조금 파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누군가에게서 폭로되는 것이 아닌 자기 입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 왔고 같이 지냈다는 걸 스스럼없이 말하는 히로인은 정상적인 작품에서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호로가 로렌스를 놀리려고 했던 말인지라 사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군요. 어쨌건 필자는 조금 더 19금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지만 미성년도 접근할 수 있는 리뷰라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요.

 

이번 7권은 호로가 로렌스를 만나기 수백 년 전, 어느 남자의 꾐에 빠져 수백 년이나 보리밭에 메어져 있기 전의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린 호로가 만난 어린 소년과 소녀의 여행담으로 시작합니다. 영주의 저택에서 일하던 어떤 소년이 영주가 사망하자 쫓겨나게 되고, 덩달아 영주의 숨겨진 딸로 보이는 연상의 소녀도 쫓겨나게 되자 같이 오른 여행길에 호로를 만나 여러 가지 가르침과 도움을 받고 그렇게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로렌스와 마찬가지로 연상의 소녀를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하는 숙맥인 소년의 등을 떠 밀어주는 호로가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저 시키는 일만 하는 소년과 저택에 감금되다시피 자라온 소녀가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다가 맞이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소년은 그저 소녀에게 바다라는 자기도 못 본 넓디넓은 호수를 소녀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일념 하나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바다를 찾아 떠난 길에 아직 여물지 않은 아이들답게 투정도 부리고 내일 걱정거리는 모른척하며 앞으로 나아가던 이들에게 시련을 던지듯 습격해오는 늑대 무리, 그런 것들에게서 구해주는 호로는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년과 소녀가 세상에 먹히지 않게 하기 위해 지금의 호로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에서 신선함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이젠 기억이 잘 안 나지만 1권 직후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로렌스가 은화 절상인지 절하인지하는 무모한 도박에 나섰다가 과거와 결별하려는 파슬로에 마을 사람들 때문에 위기를 맞이하고 어찌어찌 사건을 해결한 직후 떠나갔다고 여겨졌던 호로가 대량의 물건을 매입해 청구서를 로렌스에게 보내면서 그를 어이없게 만든 사건 직후인데요. 평범한 사람이라는 반년은 먹을 수 있는 돈으로 옷을 냉큼 구입하고도 태연한 척, 다 먹지도 못할 사과를 마차(馬車) 가득 사서 그를 기겁하게 하고, 결국 그 사과를 다 처리한다고 우걱우걱 거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리고 있습니다. 뭐, 사과는 계기일 뿐이고 진짜 이야기는 옷이지만요. 그렇게 심각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는 아니니 패스하겠습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금 밀수 직후의 이야기입니다. 몇백 년이나 하릴없이 보리밭에 메어져 살았고, 로렌스에게 주워져 허구한 날 흔들리는 마차에 시달려야 했던 호로, 이쯤 되면 운동부족이라는 건 누가 봐도 다 알 수 있죠. 작중 언급은 없지만, 노다지 덜컹거리는 마차를 탔더니 엉덩이가 아프고, 금 밀수 때 멍청한 로렌스 때문에 개고생하고, 그동안 먹을 거 사달라고 해도 모른척했던 그에게 앙갚음이다라는양 앓아눕게 되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병명은 피로, 중세 시대를 모티브로 하는 이 작품에서 굶주림에 죽어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시대에 이렇게 가냘픈 몸매로 고생이란 고생을 다 했는데 쓰러지지 않으면 이상한 거죠.

 

근데 문제는 은근히 질투심이 강한 호로를 눈치채지 못한 로렌스 때문에 누워 있어도 마음고생은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금 밀수 직후라서 아직 노라와 만나고 있었고 그런 노라의 곁에서 싱글싱글 거리는 로렌스를 보고 있자니 배알이 꼬여가던 호로는 여봐란듯이 열에 쓰려 저 버리고 병석에서 로렌스에게 간호를 받으며 그동안 자신이 지내왔던 일들을 회상하며 이런 인생(견생?)도 괜찮지 않을까, 어린 묘목이 성장하여 거목으로 자라날 동안의 시간을 보리 밭에서 보내야 했던 외로움을 로렌스에게 풀어 버리겠다는 양 그를 놀리지만 이런 쪽엔 영 젬병인 그를 바라보며 망할이라고 혀를 차지만(요건 다소 각색), 한편으로는 순수한 그를 바라보며 이런 인간을 잡아먹는 것도 기쁨이라며 자신의 고집을 꺾는 호로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다는 것처럼 병문안 온 노라를 들이는 로렌스, 멍해지는 호로를 보고 있자니 이리도 풋풋한 연애도 다 있나 싶습니다.

 

아마 호로가 로렌스를 바라보며 한 마리의 수컷으로 보이기 시작했던 건 이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금 밀수를 하며 쫓기던 그때 비 오는 숲에서 숲의 주인과 담판을 위해 호로가 건네준 겉옷이 젖을까 품속에 고이 간직했던 로렌스, 지금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줘서 속상하지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에게 잘 해주는 그를 바라보며, 현랑이라고 불리는 자신과 대등한 위치에 서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지만 언제나 호로에게 역습을 당해 좌절하면서도 아등바등 쫓아오는 그를 바라보며 싫지 않은 감정이 생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것마냥 그에게 호감을 느껴갑니다.

 

맺으며, 과거에서 미래로는 사실 흔한 클리셰이긴 합니다. 로봇물에서도 간혹 쓰이곤 하는 소재이죠. 나만이 나이를 먹지 않는 세상, 사랑하는 사람과 주변 모두가 늙어 죽어갈 때, 나만의 시간은 정체되어 있을 때의 괴로움은 불사는 될 것이 못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이번 7권에서 이런 아련함을 조금 느낄 수 있을까 했는데 그냥 밝게 끝내 버리는군요. 못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18권부터 필자가 바라는 현실이 조금식 표현되고 있는 거 같으니까 빨리 정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군요.

 

첫 번째와 두 번째 에피소드는 사실 아무 내용도 없습니다. 첫 번째는 그저 그녀의 인생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먹는 것과 옷 이야기로 끝, 세 번째가 진짜 이야기로 호로가 노라를 바라보며 질투심으로 포장된 외로움을 단락적으로 표현한 게 조금 아려옵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인연이 있었지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으면 했지 진지한 인연은 없었고, 로렌스를 만나 진지해지는 자신에게서 새로운 인연의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앞으로의 여행이 기대되리라.. 같은, 마치 첫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과 기대감이라는 두근거림 같은 게 전해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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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오라토리아 8 -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외전,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하이무라 키요타카 외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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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볼썽사나운 베이트 에피소드 차례입니다. 작품 초반 자기들이 놓친 미노타우로스에 의해 죽을뻔한 벨을 올리는등 강자의 입장에 서서 자기보다 약한 자를 괄시하고 매도했던, '엄마는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건만' 하는 배경음이 들릴법한 그가 어째서 이런 배배꼬인 성격으로 자라났는지 성장 배경과 그의 이면에 감춰진 수많은 죽음이라는, 진실이 한 꺼풀 벗겨집니다.

 

사실 필자는 남정네가 살아온 일생을 그린 일기 같은 건 알고 싶지도 않았어요. 어차피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베이트는 이번 에피소드 이후에도 또 입에 걸래문 것 같은 말만 내뱉는 역할만 할 테니까요. 뭐, 이 이후 '알고 보니 이 녀석 귀여운 구석이 있잖아?' 같은 비호감에서 차도남같이 호감형으로 변하는 웃픈 상황을 연출할지도 모르겠지만요.

 

어쨌건 이번 에피소드는 7권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이블스 잔당을 소탕하려다 되레 분단 되어 [타나토스 파밀리아]에 의해 각개격파 당했던 [로키 파밀리아]는 하급 단원을 대거 잃어야만 했는데요. 소탕전에 들어가기 직전에 '리네'라는 힐러가 베이트에게 고백을 하면서 사망 플래그를 세웠고 종반엔 결국 회수되고 말았죠. 그로 인해 베이트의 약자 배척론은 더욱 가속화되어 버리고 살아남은 단원들과 반목을 형성하기에 이릅니다.

 

어쩔 수 없이 가시방석인 홈을 떠나 거리로 나온 베이트에게 웬 아마조네스 소녀 '레나'가 베이트 앞에 나타나서 느닷없이 고백을 해옵니다. 다짜고짜 안겨 붙으며 애를 낳아 줄게라든지 데이트 하자는 그녀를 떨쳐 내지 못하고 휘둘리기 시작하는 베이트, 사실 이블스 잔당을 비롯하여 [타나토스 파밀리아]를 쳐부수기 위해 어떤 정보를 모으고 있었던 베이트에게 있어서 레나는 중요한 정보를 가진 인물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그녀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런 클리셰라는 것이죠. 다짜고짜 비꼬자면 악의 조직의 중요한 정보를 가진 여자를 보호하며 악의 조직과 맞서는 남자의 이야기, 약속된 전개처럼 레나는 악의 조직의 타깃이 되어 버립니다. 여기서 악의 조직은 [타나토스 파밀리아]와 이블스 잔당이 되겠고요. 자신들의 거처 열쇠를 가진 듯한 아마조네스들을 습격하던 차에 레나도 그들의 마수에 걸리고 맙니다. 당연히 베이트도 엮이게 되고 필사적으로 그들에게서 레나를 지켜가며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간간이 비칩니다.

 

레나에게서 과거를 떠 올리는 베이트, 과거 그는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를 지키지 못했다는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좀 더 근원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가족하고도 연관이 있고요. 초원을 누비던 부족의 족장 아들로 태어나 생활하던 어느 날 보스 몬스터의 습격으로 가족과 연인을 잃고, 도시로 나와 다시 싹튼 사랑하는 여자를 던전에서 잃은 그는 약하면 죽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삐뚤어져 약자들을 괄시하고 매도하고 그랬던 거, 약한 것들은 찌그러져 있으라는 그, 돌이켜보면 이건 매도가 아니라 매질이라는 걸 눈치 빠른 사람은 알고 있었다고 서술하기도 합니다. 손은 두 개 밖에 없는데 지킬건 너무나 많았던 그에게서 많은 것들이 떠나갔습니다.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아서 겉으론 냉혹하게 속으론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결론은 츤데레라고 로키가 폄하하면서 심각했던 분위기는 한순간 웃음바다가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맺으며, 죽음이 오가고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등 다소 시리어스 한 상황을 연출하긴 했지만 [로키 파밀리아]의 59계층 전투보단 심각한 건 없었습니다. 필자가 감정이 메말라서 그럴 수도 있고 많은 작품을 봐오다 보니 이런 전개에 식상해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고, 보고 있자니 엔딩은 저렇게 흘러갈 거야 했던 게 진짜로 그렇게 흘러갔을 땐 좀 허망했군요. 내용적으로 보면 무난한 흐름이고 해피스러운 결말이긴 한데 말입니다.

 

사족을 더 쓰자면, 작가도 이번 이야기가 클리셰라는 걸 알고 있는지 드물게 개그가 좀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일 예로 '주문은 늑대입니까?'라든지... 후반부는 더 이상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베이트와 [로키 파밀리아' 모두가 모인 촌극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결론은 사람을 겉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을 던지고 있어서 클리셰면 어떠하리 같은 기분도 없잖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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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6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女) 상인 '에이브'의 꾐에 빠져 호로를 상회에 저당 잡혀 큰돈을 대출받아 모피 사업에 뛰어들었던 로렌스, 결국 호로를 만나고 나서 되는 일 하나 없다는 걸 인증이라도 하듯이 에이브에게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거기에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지는 로렌스에게 에이브는 품속에서 꺼낸 도끼를 들고 '너, 죽여버리겠다'라는 통에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다가 도낏자루에 두들겨 맞아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버린 로렌스의 기구한 삶은 계속되는데요. 부부 사기단의 진면목은 초반뿐이고 뒤로 내리 고생길입니다. 경우에 따라 목숨도 위협받기도 하고 이쯤 되면 호로는 행운의 여신이 아니라 악운의 저승사자가 아닐까 하는군요.

 

좌우당간 이번 에피소드는 상회에서 어찌어찌 호로를 되찾은 로렌스가 에이브를 뒤쫓아 강 하류 마을에 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호로는 사실 로렌스가 에이브와 모피 사업이 잘 되든 안 되든 그의 곁을 떠나려 했습니다. 왜 이런 마음을 먹었는지는 이전에 언급했으니 여기선 패스하고, 그럼에도 로렌스는 그의 본심은 언제까지고 같이 여행이지만 지금은 그녀의 고향까지만이라도 여행을 같이 했으면 하는 마음에 호로를 되찾는 자리에서 그녀에게 '네가 좋다'라고 고백을 했고 호로는 그 말에 결국 울음을 터트리면서 그녀도 매한가지라는 마음을 드러냈었죠.

 

결국은 이런 겁니다. 좋아서 죽고 못 살지만 언젠가 찾아올 권태기가 무서워 같이 못 있겠다는 것입니다. 호로에게 있어선 권태기는 외로움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이번 에피소드는 이런 마음을 조금식 뛰어넘으려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로렌스는 호로를 되찾은 것에 만족하여 에이브를 뒤쫓지 않으려 했으나 여행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로렌스는 물론이고 호로도 마찬가지인지라 뭔가 계기가 필요했던 그녀 또한 애써 말로 표현하지 않고 복수라는 미명 아래 에이브를 쫓자는 그녀에게서 둘 다 모지리들이라고 혀를 끌끌 차게 하는 게 로렌스고 호로고 귀여워 죽을 지경입니다.

 

그렇게 에이브의 뒤를 쫓으며 수로를 지나는 배에 몸을 실은 두 사람(호로는 늑대라서 한 명과 한 마리로 표현해야 하나),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사이가 틀어졌을 때 황화보다 더 넓었던 둘의 간격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습니다. 로렌스의 고백이 주효했던 것이겠죠. 이것조차 호로는 놀림감으로 삼고 있는 모양이지만요. 그렇게 다시 예전의 관계로 돌아간 이들은 자신들의 미래는 분명한 엇갈림과 이별 밖에 없다는 걸 자각하고 있어도 지금의 시간을 소중히, 많은 시간이 흘러 지난 나날을 회상하며 그리워할지라도 지금은 그저 여행을 만끽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로렌스가 홀로 상인을 길을 걷는 추억에선 호로는 그때도 나도 그의 곁에 있었더라면, 같은 아련함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준비된 이별, 머지않아 찾아올 이별을 대비하여 서로가 기댈 수 있는 무언가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트 콜'이라는 소년을 맞이합니다. 이미 완결이 났고 후속편(늑대와 양피지)에서 콜이 이들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인지 다 밝혀졌으니 굳이 새로이 크게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그저 그가 학교에서 쫓겨나고 사기당해서 거지 꼴이 되어 지나가는 로렌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로렌스& 호로와의 인연의 시작이라고만, 미래에 이런 애가 자신들의 사위가 될 줄은 지금은 꿈에도 몰랐겠죠.

 

로렌스가 콜과 잠깐의 여행을 하며 평하길 순한 호로 버전쯤이라고, 그리고 콜의 등장으로 호로가 얼마나 외로움을 많이 타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그녀가 콜을 대하는 게 예사롭지 않아 애가 좋냐는 로렌스의 말에 그(로렌스)에게 안겨들며 거의 환장한 모습을 보인 것에서 쇼타콘이 아닌 진정으로 아이를 원하는 모습을 얼핏 느껴지기도 했군요. 하기야 로렌스와의 사이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졌을 때 아이를 가지면 둘이 되어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니 그녀의 호들갑은 과장된 것은 아닐까 하는 것에서 조금은 애처롭기도 했군요.

 

어쨌건 에이브를 뒤쫓으며 수로를 여행하는 게 이번 에피소드의 끝입니다. 다시 예전처럼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한 마디 하면 두 마디로 대갚음해주는 호로를 바라보며 언젠가 저놈의 콧대를 납작하게 비틀어주마 같은 마음을 먹지만 언제나 당하는 게 마치 장난 잘 치는 타카기양을 보는 것처럼 매번 당하는 건 로렌스, 언젠가 저 주둥이를 집게손가락으로 잡고 쭈욱 당기고 싶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다 로렌스가 자신을 바라봐 주지 않고 다른 여자에게 한눈팔면 삐치기도 하고, 말 한마디에 토라져 말을 섞지 않자 이러다 또 이별을 노래하지 않을까 말도 없이 떠나는 게 아닐까 하는 로렌스의 마음은 두 방망이질을 해대고 콜과 부대끼는 호로를 바라보며 애에게까지(지금은 콜은 10대 초반) 질투를 하는 등 로렌스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것이 여간 웃긴 게 아닙니다.

 

서로의 마음을 잘 알았고 이별도 준비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로렌스의 고백 덕분인지 둘은 대놓고 한 이불 덮고자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로렌스의 가슴팍에 기대어 개과지만 고양이가 그루밍 하듯이 뭉그적 비비는 모습을 작가가 참 리얼하게 표현을 해놨더군요. 사실 고백이 아니어도 쑥스러워서 둘 다 표현은 안 하고 있지만 진즉에 둘의 마음은 정해져 있었죠. 이별이라는 분기점을 싫어도 인식하고 있어서 서로가 다가가지 못하고 있을 뿐...

 

맺으며, 이번 에피소드는 둘의 마음을 최종 확인하는 버전입니다. 결국은 호로의 고향까지가 아닌 언제까지고 계속 여행을 하고 싶다가 되겠지만 들려오는 호로의 고향 요이츠에 대한 소문은 좋지가 않습니다. 아마 다음 행선지는 이와 관련 있을 듯하군요. 그런데 현명하다는 수식어가 붙어 있어서겠지만 요망한 짓은 그렇다 치더라고 모든 걸 꿰뚫어보고 있는 호로의 심안(?)을 보고 있자니 살짝 기가 질리기도 했군요. 현실에서 이런 여자를 만나면 아마 견대낼 남자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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