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4부 귀족원의 자칭 도서위원 7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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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매우 강한 스포일러 주의





책에 너무 정신이 팔려버린 나머지 '마인'은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쭈욱 그래왔다. 결국 영주의 양녀가 된 원인도 책에서 비롯된다(그렇지 않으면 가족이 죽는다). 이 작품은 현실 세계의 문물을 이세계에 너무 많이 도입하면 주인공이 어떻게 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실 여느 이세계물처럼 치트 능력도 동반되어 내 스스로 지키는 능력이라도 있으면 도망을 가거나 주변을 지킬 수는 있었을 것이다. 이 작품이 그런 이세계물과 차별을 두는 게 이런 부분이다. 주인공 스스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좀 더 세분화해서 그녀를 평가하자면, 힘(마력)은 있다. 그런데 체력은 없다(곧잘 쓰러진다). 물품을 만들 지혜는 있어도 남을 속일만한 지력이 없다. 책이나 소재를 던져주면 지옥을 마다하지 않는 집념을 보인다(모르는 사람이 사탕 주면 따라갈 타입이다). 그녀는 책에 살고 책에 죽는다. 그래서 주변은 항상 그녀에게 휘둘려 위험에 노출된다.


이 세계는 동화 같은 세계가 아니다. 영주의 자리를 놓고 형제 남매끼리도 치고받고 싸운다. 파벌은 부모와도 원수지간으로 만든다. 아버지가 같은 이복형제는 말할 것도 없다. 독살이 횡행하고 같은 나라에 속해도 이웃 영지를 서슴없이 침공해서 약탈을 한다. 귀족은 평민을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는다. 아이는 세례를 받기 전엔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병으로 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다왕권을 둘러싸고 정변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버렸다. 권모술수가 판치고 남을 끌어내리기 위해 혈안이 된 곳이 이 세계다. 그런 세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마인의 가치는 말해 무얼 하겠나. 작품 초반(1부) 지식이 없다곤 해도 자신의 행위(책 만드는 것)로 인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전생에서 20살이나 먹은 성인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 건만, 결국 벌로 친부모와 친언니와 생이별하는 꼴을 당하게 된다(그렇지 않으면 죽는다)이쯤 되면 자신의 행위에 신중해질 법도 한데 말이다.


작가가 참 외골수랄까. 주변을 초토화 시키면서도 책을 위해서라면 지옥도 마다하지 않는 마인의 성격을 계속해서 그대로 밀고 간다. 어떻게 보면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지 않고 초심 그대로 밀고 가는 뚝심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뚝심이 이번 4부 7권에서 정점을 이룬다고 하겠다. 마인은 제3왕자를 모셔다 놓고 다과회 중 왕자가 왕궁의 도서실에 갈 수도 있다는 말에 실신을 해버린다. 너무 기뻐서 까무러친 것이다. 사실 마인은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체력이 없다. 흥분하면 체력이 따라가지 못해 정신을 잃어버린다. 그렇지 않아도 책이라면 부모가 죽건 말건 상관없는 애에게 도서관의 정점인 왕궁 도서관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기쁘지 않겠는가. 근데 문제는 이게 아니다. 정말 심각한 건 왕자 앞에서 까무러쳤다는 것이다.


눈앞에서 갑자기 사람이 실신해서 쓰러지는 걸 상상해보라. 그게 트라우마가 되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니지. 에렌페스트(마인 영지)보다 상위 영지의 영애까지 대려다 놓고, 왕자와 영애의 시종들과 호위 기사들이 바글바글한 곳에서 애가 실신을 했다. 마인 덕분에 중위 영지는 되었다지만 여전히 하위 영지 취급 당하는 에렌페스트로서는 멸망의 기로에 선거나 다름없다. 그렇게 친부모와 헤어지게 된 원인이 책에 있음에도 이젠 영지까지 박살 낼 기세다. 이 사건을 들은 그녀의 양부모와 후견인 페르디난드는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까 싶은 게 이 작품의 백미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지까지 박살 나게 생겼는데 '마인'은 자신이 뭔 짓을 했는지 모른다는 거다. 초 파워 당당이다. 내가 왜 꾸중을 들어야 되는지 이해를 못한다. 이보다 철면피는 없을 것이다. 더더욱 문제는 마인 멋대로 제3 왕자를 자기 부하로 만들어버렸다는 거다(참고로 왕자는 마인보다 어림). 하늘이 노래진다는 건 이런 거다.


사실 이런 부분에서도 리얼리티가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 카스트 제도가 없는 이전 생에서의 몸에 밴 습관대로 이 세계에서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뿐으로 태어날 때부터 교육을 받아온 귀족들과 다르게 환생 후 평민으로서의 자아가 성립된 시기에 귀족이 된 데다 이전생의 기억까지 가지고 있으니 바로 귀족과 같은 행동을 보이라는 거 자체가 무리인 것이다. 원래는 감히 말도 못 붙이는 상위 영지의 영애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첫째, 둘째, 셋째 왕자하고도 친구 먹자고 덤비니 보호자들의 위가 구멍 나지 않은 게 이상한 거다. 권력 다툼이 일상화되어 있고, 왕권을 둘러싼 대립도 리얼하게 그려대는 이 작품에서 마인의 행동은 자//살 폭탄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본인은 전혀 이해하지도 자각하지도 못하고 그걸 지적하면 왜?라는 의문만 표할 뿐이다. 


그런 와중에 '왕이 될 상'이라는 폭탄 위에 원자폭탄이 얹혀진다. 이야기는 결국 파국으로 치달아 간다. 책에 미쳐서 가리지 않고 읽어대다 성전이라는 책에서 너는 '왕이 될 상인가?'라는 물음을 마인에게 던진다. 지금의 왕족에게 있어서 역모나 다름없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이다. 보호자인 페르디난드는 현실을 도피해버린다. 아무리 막강한 그래도 이건 좀...이라는 인상이 매우 강하게 느껴진다. 그런 와중에 타이밍 좋게도 지금의 현왕에게 정통성을 묻는 일이 벌어진다. 정통성이란 마인이 아까 읽었던 성전이 던졌던 물음을 말한다. 거기에 대답해야만 왕이 될 자격을 얻는다. 이 물음은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다. 왕은 이걸 찾고 있다. 이 의미가 뭔지. 그리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귀족원(학교)의 연례행사에 참여한 왕족을 노리고 테러가 일어난다. 


맺으며: 잔머리는 늘어서 책 읽을 핑계를 만드는 게 보통이 아니다. 마인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양어버지(영주)를 감시하라고 해놨더니 그 양아버지의 사탕발림에 홀랑 넘어가 책 읽으러 갔다가 페르디난드에게 꾸중 듣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니다. 일만 저지르는 마인을 단속하느라 자꾸만 다크서클이 늘어나는 페르디난드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들의 만담식 말싸움을 보고 있으면 둘이 아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페르디난드가 꾸중을 하면 마인은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하며 대들고 그러다 또 혼나고. 그러면서도 페르디난드는 마인을 챙겨주는 모습은 또 흐뭇하게 다가온다. 이번 왕족을 노린 테러가 일어났을 때 마인을 지키는 페르디난드는 멋있다고 표현으로는 부족할 만큼 늠름한 모습을 보인다. 일러스트도 한몫해서 유부녀(작중)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기 충분했다. 일러스트 말 나와서인데 필지가 이때까지 본 여타 작품 포함 일러스트 중 제일 멋이었다.


이번 4부 7권은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집념이 불러온 절망이라고 하겠다. 이 절망은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온다. 마인은 자신의 울타리로 들어온 사람이라면 설령 적이라도 보호해준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모두를 지키다 보니 이번 왕족을 노린 테러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너의 주위는 어째 희생자가 없다?'라고. 이 말은 즉 테러에 관련된? 결국은 책에 미처 앞뒤 분간 못하고, 책 때문에 친부모와 생이별한 원인이 책에 있음에도 버리지 못했고, 친부모와 헤어진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들을 지키려는 행동이 되려 그녀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는 거다. 그녀만이 아닌 영지 에렌페스트 전부가 휘말릴지도 모를 파란이 예고되었다고 할까. 남은 건 절망이라는 열매뿐... 그건 그렇고 복선을 정말로 많이 깔아댄다. 발매 텀을 보면 기억도 못하는 거 왜 자꾸 깔아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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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이끄는 이세계 여행 2 - L Novel
아즈미 케이 지음, 마츠모토 미츠아키 그림, 정금택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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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주의




여신에게서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쫓겨나 이세계 끄트머리에 불시착하게 된 주인공 마코토, 지역에서 토지신 역할하던 드래곤 녀와 계약해서 부하로 들이고(후에 토모에라고 이름 붙여준다.), 손에 잡히는 거라면 뭐든지 먹어버리는 대식가 거미 녀(후에 미오라는 이름을 붙여준다)와 계약해서 부하로 들였다. 원판이 마물인 토모에와 미오는 주인공과 계약하면서 인간의 모습을 할 수 있게 되었긴 한데 인간의 모습이 되었다고 해서 인간의 개념을 탑재했다고는 할 수 없다. 게다가 토모에는 드래곤이라는 인간이라면 범접할 수 없는 마물이고, 미오는 글자 그대로 재앙이라고 일컬어지는 검은 거미(과부 거미?)의 화신이다. 어쩌면 주인공은 이세계가 이 둘에 의해 멸망할지도 모를 일을 사전에 막았다고도 할 수 있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황야에 띄엄띄엄 있던 도시 하나를 초토화 시키고 아무 일 없다는 양 다시 길을 떠나는 주인공과 어딘가 나사가 빠진 히로인(The마물) 둘의 여행과 종착점을 그리고 있다. 미오가 워낙 강하다 보니 앵간한 마물은 접근을 못한다. 여행길은 순탄 그 자체. 토모에는 수련이니 뭐니 하며 사라졌다. 얘는 당초에 이멋세의 '아쿠아'같은 존재다. 사고 처놓고 나 몰라라 하고, 주인공의 명령은 듣는 둥 마는 둥, 주인공 기억을 뒤져서 얻은 시대극 정보에 심취해서 사무라이 흉내를 내지 않나. 지 성질에 못 이겨 때 쓰는 거 하며. 이번 에피소드에서 미오가 모험가에게서 돈 뜯어내는 장면을 보고 자기도 따라 한답시고 뚜들겨 팬 모험가 주머니를 뒤지고 일본도 비슷한 거 주워서 이제야 폼 난다는 둥 그녀가 보이는 만행은 배꼽을 잡게 한다.   


이들은 여행 끝에 '츠이게'라는 도시에 도착한다. 여기서 주인공 마코토는 상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뒷배를 구하려 하는데 당연히 에피소드가 일어난다. 도시 최대 상인의 퀘스트를 받아 클리어해가면서 인정을 받고 주인공은 상인으로서 초석을 다지게 된다. 모험가가 아니고 웬 상인 같은 뚱딴지같은 이야기가 들어가는지는 조금 복잡하다. 일단 주인공의 레벨은 1이다. 이건 어린애만도 못한 레벨로서 당연히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받게 된다. 여신의 농간인지 아무리 노력해도 1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하지만 마력은 토모에와 미오를 압도한다. 이 두 마물이 덤벼도 주인공을 이기지 못한다. 이 두 마물은 이세계에서 최종병기에 가깝다. 그런 그녀들이 이기지 못하는 주인공의 능력이란, 요컨대 힘은 없지만 강하다는 이세계 전생 먼치킨 클리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상인이 되고 싶은 건 그런 이유(렙)도 있고, 여행이라는 목적도 있고, 처음 이세계로 와서 만났던 향기 나는 오크 녀와 그녀의 부락을 이공간에 이주 시켰는데 거기서 생산되는 각종 물품을 팔고 싶다는 의향도 있어서다. 그러니까 모험가 행세를 하면서 상인으로, 근데 여신의 저주로 인간어를 못하는 데다 선남선녀만 존재하는 이세계에서 가는 곳마다 못생김 주의보가 발령되는지라(그래서 항상 가면을 쓰고 다닌다 샤아처럼) 뭘 해보고 싶어도 난간에 부딪힐 뿐이다. 부하 둘은 사차원으로 항상 골 아프게 하지, 사람들은 레벨 1이라고 깔보는 일이 예사다. 이번에도 이 지역 최대 상인을 찾아갔을 때도 처음엔 존대를 하다(지역 최대 상인이) 주인공 렙이 밝혀지자 단번에 반말에 무시 일관이다. 주인공이 아무나 못 구하는 의뢰 품을 내놓았을 때도 존대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런 난관을 뚫고 주인공은 상인으로서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하지만 거래했던 도시 최대 상인의 이면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데, 작가가 아무리 먼치킨이라도 만능은 아니라는 걸 역설하듯 본의 아니게 악인을 돕게 되는 이야기여서 조금 씁쓸하게 한다. 분명 몇 번의 플래그나 단서가 있었음에도 그동안의 플래그에 지쳤는지 주인공은 상인의 추악한 이면을 간과해버린다. 그로 인해 선량한 사람은 나쁜 놈이 되고, 연쇄적으로 여러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주인공이 타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자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선량한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음에도 능력이 안 되니까 그만두는 게 어때? 같은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사실 이런 부분은 갑자기 힘을 얻은 것에 대한 우월감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하는 메시지로도 비춰진다.


이를 뒷받침하는 게 자신이 바랐던 이상향의 용사를 소환하지 못했던 여신은 새로운 용사 두 명을 소환해서 마족과 싸우는 최전선에 있는 두 나라에 파견하게 된다. 한쪽은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용사(일단 A로 지칭)로서의 길을 착착 진행하는 반면에 다른 한쪽(B로 지칭)은 이용만 당하며 쥐여 짜여지고 있음에도 자각을 못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너는 강하니까 하며 황녀가 몸과 마음을 다 받처오며 띄워주니 정말 그런가? 싶어 우월감에 빠져가는 B의 모습에서 타인을 위한다는 마음은 찾을 수가 없었다. 작가가 이런 점에서 참 리얼리티 있게 그려가는 게 일품이다. 힘에 심취하면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와 감언이설에 놀아나 우월감에 빠져가는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한다고 할까. 주인공은 전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기야 주변에 마물들 밖에 없으니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없었긴 할 거다.


용사 이야기가 나와서인데, A와 B는 여신에 의해 각각 다른 나라로 소환이 되었다.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한쪽은 주변의 조력을 얻어 정석적인 용사로서의 길을 가는 반면에 B는 용사와 여신을 인정하지 않는 군사대국에 소환되어 이용만 될 뿐인 모습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여기서 사실 A도 주변의 조력을 받고 용사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지만 B와 마찬가지로 이용당하고 있을 뿐이라는 거다. 시사하는 건 주변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 있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바뀌어간다는 실험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A는 동료의식에 사로잡혀 착취 당하면서도 사람들을 구하려 하고, B는 어머니를 앗아간 마족에 대한 분노에 먹힌 황녀에 의해 착취 당하면서 사람(B)이 악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뭔 말하고 싶냐면, 주인공도 주변에 마물밖에 없다 보니 인격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맺으며: 이번 리뷰는 필자가 봐도 횡설수설만 늘어놓고 알맹이는 없다는 게 느껴진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이야기는 외전에 가깝다. 황야에서 겨우 사람이 사는 도시로 와서 상인으로서의 길을 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그걸로 끝이다. 이후에 자투리 형식으로 토모에의 시각에서 주인공의 뒷배가 되는 도시 최대의 상인 뒤를 캐고 더러운 진실을 알아가는 내용과, 용사 A와 B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이 용사들은 앞으로 주인공과 접점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렇기에 외전 형식이지만 중요한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다. 흥미롭게도 아마 A는 주인공에게 협조적이지만 B는 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B를 받은 황녀가 보통 미X년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고 보니 거미 녀 미오에 대해선 별로 언급이 없는데, 사실 존재가 좀 희박하다. 이번에 모험가를 협박해서 돈 뜯어내는 장면은 좀 흥미로웠지만... 그리고 미오는 용사 A와 접점이 있는 거 같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욱 흥미롭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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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제로 4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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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중2병의 진수를 보여준다. 결정판이라고 해도 무난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같은 중2병이라도 본편도 이렇게 진지하게 집필했다면 하차하지 않아도 었을 텐데 하는 씁쓸함이 묻어나기도 한다.(필자는 너무 오글거려서 본편은 하차함) 이번 이야기는 신대 마법을 쓰는 동료를 끌어모아 신(神)에게 대항하고자 하는 '밀레디'가 하르치나 수해에서 또 한 명의 신대 마법사 여왕 '류티리스'를 맞이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하르치나 수해는 본편에서 세컨드 히로인 '시아'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류티리스를 자기들 멋대로 '신의 자식'이라며 탈환해야 된다는 명분으로 침공하는 교회와 인간족 나라인 연방과의 처절한 전투를 그린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신(神)의 장난감이다. 신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인간들끼리 혹은 마족과의 전쟁을 일으키게 하고, 수인족은 사람 취급하지 않는 차별을 부추긴다. 그 결과 순혈주의에 빠진 인간들은 인간들 이외를 부정하고 탄압하기 시작한다. 또한 교회는 신이 그러길 바라니까라는 이념 아래 모든 건 보다 많은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가치를 내건다. 그 가치 아래는 소수의 행복과 인간성과 자유는 무시된다. 그러함으로 개인의 자유는 억압되고 소수는 인정되지 않으며 인간 이외의 종족은 사람 취급을 받지 않는 혼돈의 세계가 성립된다. 그야말로 이 시대의 인간들은 신의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추는 광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런 점들을 참으로 적나라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악의 축인 교회는 대의를 위해선 얼마만큼의 피를 흘리든 개의치 않으며, 순교라는 사탕발림으로 인간들을 사지로 몰아넣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인간들은 그걸 명예로 받아들여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하르치나 공화국은 여왕 류티리스의 분전에 힘입어 어떻게든 교회의 기사단과 연방의 인간 군세를 막아내고 있다. 밀레디는 신대 마법을 쓸 수 있는 류티리스를 교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찾아온다. 그리고 교회와의 싸움은 작가가 정신을 차렸는지 참으로 처절하게 그려대는데, 필자는 본편 1권으로 되돌아온 느낌을 받았다.


'사람은 신에게도 저항할 수 있다는걸, 자유로운 의사가 여기에 있다는걸'


밀레디는 이 이념을 관철하기 위해 싸운다. 처형 일족으로서의 삶만을 살아가도록 강요받는 어린 시절에 자신의 눈을 뜨게 해줬던 '벨타'의 이념을 이어받아 신의 뜻대로 흘러가는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그녀는 싸운다. 이런 부분에서 상당히 중2병적인 요소를 느낄 수 있는데, 작가가 중2병의 경계와 현실에서의 자유를 위한 투쟁의 경계를 절묘하게 잘 섞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싸움에서 몸을 사린다 같은 그런 경향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실력을 최대로 끌어내고 최대의 적을 맞아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중2병을 쓰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온 작가로서는 어떤 걸 버릴 리가 없다. 그것은 중2병, 간간이가 아니라 자주 보여주는 중2병과 겉과 속이 다른 캐릭터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게 어쩌면 이 작품의 스파이스이자 매력이라 하겠다. 그 일부분으로서 여왕 '류티리스'가 보여주는 '마조히스트'는 진지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그 무언가가 있긴 있다. 속된 말로 깬다의 전형을 보여주는데, 밀레디가 찾아오기 전에 그녀(류티리스)의 친구는 바x벌레와 독 나비뿐이었다는 설정도 참 신선하게 다가온다. 당연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바x벌레를 혐오하기 마련이잖은가. 그걸 백만 단위로 사육하고 있는 여왕을 떠 올려 보라. 거기에 바다의 여왕 '메일'에게 엉겨 붙어 '언니'라고 부르며 게슴츠레한 눈에 질척한 입김과 콧김을 뿌려대는 모습은...


아무튼 인연이란 뜻하지 않게 찾아오기 마련이던가. 밀레디는 자신의 눈을 뜨게 해준 벨타와 인연이 있는 교회 기사를 만나게 된다. 아니 그와는 3권에서 치고받고 싸운 적이 있다. 그때 밀레디는 알게 된다. 벨타를 구해준 사람이 누구인지. 이번엔 그 기사다 밀레디에게 있어서 최대의 적으로 등장한다. 하르치나 수해를 공략하고 여왕 류티리스 탈환(자기들 멋대로)을 목적으로 한 전쟁의 선봉에선 그를 맞아 밀레디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 기사는 밀레디에게 밀레디가 품고 있는 이념을 증명해보라고 한다. 증명하라면 증명할 수밖에. 싸움은 종막을 향해 달려간다. 교회는 물량전으로 나오면서 인간들을 갈아 넣기 시작하고 류티리스를 포함한 수인들은 열세에 몰려간다.


맺으며: 건방져 보일 수 있으나 필자는 아무 작품에게나 평점 10점을 주지 않는다. 이 작품 아니 이번 4권은 평점을 주자면 10점 만점을 주겠다. 밀레디의 깐족 거림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 위한 가면이라는 걸 3권쯤에 알게 된 필자로서는 이제 그녀의 깐족거림에서 어쩐지 서글픈 감정이 들고 말았다. 작가가 이런 것들에 대한 표현이 좋아서 10점 만점을 주는데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적절한 긴장감과 류티리스의 마조끼의 조합은 자칫 식상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전환하는데 일조하기도 하고. 아무튼 끝이 보인다고 할까. 신대 마법을 쓰는 동료를 거의 다 모았고, 이제 신(神)에게 도전하다 던전 파고 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그러고 보면 기승전결에 있어서도 시원시원하게 흘러가서 마음에 든다고 할까. 마지막으로 부제목으로 쓴 글귀는 이번 4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는 못 쓰지만, 이것 또한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인물을 투입함으로써 몰입감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작가의 제주가 좋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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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미궁과 이계의 마술사 1 - Novel Engine
오노사키 에이지 지음, 나베시마 테츠히로 그림, 이경인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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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이성적이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백작가의 서자(첩의 아이)로 태어나 본처와 본처의 자식들에게 괴롭힘을 먹고 자란다. 콩쥐팥쥐의 남자판일 수도 있겠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같이 괴롭힘을 당하던 테오드르는 전생의 기억을 되찾는다. 이 작품은 이세계 전생물이다.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된 작품답게 그들만의 리그를 충실히 따른다.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테오도르는 이복형제들을 혼내주고 아버지와 담판을 지은다. 어차피 서자인 이 몸, 여기 있어봐야 좋을 거 없다며 미궁도시 탐윌즈로 떠나겠다고 한다. 보통 여느 서자 태생 작품이라면 아버지 또한 나 몰라라 할 텐데 이 작품의 아버진 그나마 이성적으로 나온다.


종자 '그레이스'와 길을 떠나는 테오도르, 이렇게 고전 용사물처럼 주인공 테오드르는 시작의 마을에서 여행을 떠나 구국의 용사가 되는 그런 기초적인 클리셰를 선사한다. 다른 이세계물과는 차별을 두는 게 이런 점이다.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이세계인은 무지렁이라는 듯 신문물을 만들어내는 것과 다르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전생의 기억은 어디까지나 참고 형식이자 서브 형식으로 메인은 되지 않는다. 다만 마법을 다루는 점에서는 전생의 기억을 조합해서 타인보다 좀 더 우수한 경지에 오르는데, 이건 전형적인 소설가가 되자의 그들만의 리그 형식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길을 떠난 테오도르와 그레이스는 여남작' 애슐리'를 만난다. 여남작이라고 해서 나이가 많은 건 아니고 주인공과 또래다. 그녀의 영지에서 일어난 마물 습격 사건을 해결하면서 인연이 닿았는데, 뭐 이런 작품이 이런 식의 인연이라는 클리셰니까 이런 만남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덤으로 병약한 그녀를 주인공의 마법을 낫게 해주는 그런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로 인해 주인공을 사모하는 히로인이 추가되는 계속해서 고구마 줄기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드라마의 연속이다. 이것도 있다. 주인공을 깔보고 덤비는 무뢰한을 퇴치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암행어사 같은 그런 이야기도 있다. 솔직히 식상한 부분이다.


한편으로는 인간애를 주장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태생이 태생이다. 콩쥐의 역할이었던 주인공의 과거는 불운으로 점철되어 있다.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라기보다 주인공의 엄마는 본처의 느낌이 나는데, 귀족의 사정에 의해 밀려난 느낌 같은) 서자로 태어나 좋은 대접은 못 받았다. 어머니는 그의 나이 5살 때 병으로 돌아가셨다. 종자 그레이스(흡혈귀와 혼혈)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긴 했지만 그레이스 또한 인간 대접을 못 받는 하프다 보니 둘이서 인생의 시궁창을 진작부터 맛보아야 했다. 그래서 주인공 테오도르에게 있어서 그레이스 이외엔 전부 타인이다. 그의 울타리는 지극히 작다. 그 작은 울타리에 들어온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는 성격을 보인다.


이런 점이 전생의 기억을 기반으로 하는 여타 이세계물과의 차이점이다. 주인공은 이 세계의 삶과 기억을 우선시한다. 그런데 그런 그의 성격을 보다 못해, 혹은 아이(13세다)라고 은근히 깔보며 주변은 그를 자신들 마음대로 리모트 컨트롤 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점도 꽤 신선하긴 하다. 하지만 그런 걸 반사해가는 주인공 또한 만만찮다. 마치 눈뜨고 코 베인다는 우리네 속담을 알고 있는 거 같은 그런 흐름이 묘하게 끌어당기는 묘미가 있다. 사실 한편으로는 이것도 다 전생의 기억이 있으니까 가능했을 것이라는 씁쓸한 느낌도 없잖아 있다. 이렇게 주인공은 인연을 쌓아가며 미궁도시 탐윌즈에 도착한다.


미궁도시에 왔으니 던전에 들어가서 돈을 벌어야 할 것이다. 이성적인 아버지가 그래도 독립해 나가는 아들을 걱정해서 돈을 쥐여주긴 했지만, 앞으로는 자기 힘으로 살아가야만 한다. 한가지 아쉬운 건 전생의 기억이 있다곤 해도 주인공의 실력을 디버프해서 약체화했다면 어땠을까다. 아니 처음부터 성장형으로 했다면 그나마 만점을 줬을 텐데 이런 소설가가 되자 출신의 작품은 그런 경향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실력이 있으니 던전 공략은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럼 어떻게 해야 흥미를 끌까 해서 투입한 게 주인공(혹은 그레이스)을 노리는 흑막의 투입이다. 용사물에 대입하자면 마왕을 무찌르기 위한 전초전이랄까.


맺으며: 그래도 나름 차별을 두려는 모습은 보인다. 그 흔한 스테이터스 창은 하나도 안 나오는 게 그나마 마음에 든다. 다만 스킬을 설명하는 거나 상황 설명 등은 역시나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감정이입을 시키려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과거 어머니를 회상하고 애슐리에게서 어머니의 그림자를 보고 그레이스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보는 등 인간애와 가족애를 끊임없이 부각 시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벌써부터 이런 감정이입 시키면 나중에 어떻게 하려는 걸까 하는 우려를 느끼게 해주기도 하고. 요컨대 사람으로 치면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이랄까? 마지막으로 일러스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일러스트는 정말 아니라는 평을 주고 싶다. 본편의 점수를 10점(예를 들자면이다. 필자는 10점은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다.) 주자면 일러스트로 인해 -9점을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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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의 까마귀 3 - J Novel Purple
시라카와 코우코 지음, 아유코 그림 / 서울문화사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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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설'은 선대 오비에게 주워졌을 때부터 자신의 숙명을, 운명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평생을 밖으로 나갈 일 없이 궁에 갇혀 오련낭랑을 위로하는 역할에 충실히 하며 그렇게 살다 소리 소문 없이 사그라질 운명이라는걸. 오비는 이 나라가 건국될 때부터의 이면에 있는 역사를 알고 있다. 이 나라가 숭상하는 신(神) 오련낭랑 따위는 여기로 유배되어 온 죄인이라는 것을. 수설은 오련낭랑을 만나러 온 부엉이와의 사투에서 몸을 날린 황제 고준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깃털로 변한 부엉이를 보며 수설이 느낀 감정은 무엇일까. 부엉이는 바다의 거품으로 만들어진 존재라고 했다. 수설은 자신을 오련낭랑을 가둬놓기 위한 그릇이라고 되뇐다.


외로움은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공허함은 사람의 마음을 좀 먹는다. 나의 존재 의의를 고뇌하는 수설의 마음은 애틋하기 짝이 없다. 이 그릇이 깨어진다면 나는 까마귀의 깃털이 되어 버리는 걸까. 표지에서 수설이 들고 있는 흑진주는 부엉이가 수설과의 싸움 끝에 남긴 것이다. 이번 3권을 읽고 표지를 다시 보니 인생의 덧없음을 이보다 잘 표현한 게 있나 싶다. 오비는 이 모든 게 숙명이나 마찬가지다. 오련낭랑을 품고 혼자 살다 혼자 죽어가는 그런 존재가 오비의 역할이다. 사람들은 오련낭랑을 신으로서 숭상한다. 신이 존재함으로써 전란을 피하고 천하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 오비의 마음은 모른 채.


황제 고준이 찾아오고, 시녀를 들이는 등 사람들과 교류가 늘어난 것을 계기로 사건을 해결해 달라는 사람들이 늘었다. 점을 처 달라는 사람도 늘었고, 오비 수설이 거처하는 야명궁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게 되었다. 이로써 수설은 외로움을 더 이상 느끼지 않아도 될 터였다. 시녀 '구구'는 허물없이 수설을 상대로 인형놀이하기 바쁘다. 황제 고준은 먹을 것을 들고 와 그녀에게 내맨다. 그가 찾아오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먹을 것을 꾸역꾸역 입에 넣는 장면은 마치 햄스터를 연상케 한다. 아쉬운 건 일러스트 하나 없다는 것이고. 황제 고준은 오비가 안고 있는 고뇌를 알고 있다. 왜냐면, 황제는 여름의 왕이고 오비는 겨울의 왕이니까.


이번 이야기는 오련낭랑의 신앙이 쇠퇴하고 새로운 종교가 대두하면서 수설에게 위기가 닥치는 걸 그리고 있다. 나라가 흥망성쇠 하는 것처럼 옛 시대의 종교 또한 흥망성쇠의 기로에서 벗어나진 못하는가 보다. 오련낭랑의 사당은 자꾸만 줄어가고, 숭상하는 사람도 줄어 궁에 모신 사당조차 쇠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앙의 힘은 신도에게서 나온다고 했던가. 오련낭랑의 힘은 예전만 못하다. 그러니까 부엉이에게도 고전했으리라. 그 틈을 비집고 옛 시대의 종교가 다시 부활하면서 수설에게 위협으로 다가온다. 저주를 걸어 수설의 힘을 파악하고, 급기야 목숨을 빼앗기 위해 본격적으로 실력을 행사해오는 적으로 인해 수설은 궁지에 몰려간다.


혼자였다면 진작에 꺾였을 것이다. 지금은 자신을 지탱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외로움을 달래주는, 공허함을 잊게 해주는, 그중에 황제 고준은 벗인 그녀를 구원해주려고 한다. 한낱 비에 지나지 않는 그녀를 구해주려는 이유는 뭘까. 하지만 오비의 몸에서 오련낭랑을 빼낸다는 건 나라의 안녕이 끝난다는 것과 같다. 수설은 자신의 몸에서 오련낭랑을 빼낸다는 건 죽음을 의미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길이 있다면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다. 혼자 쓸쓸히 죽어가는 건 아무리 오비로서의 숙명이자 운명이라도...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특징은 등장인물 간 서로가 엮여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알지 못하는 인물이라도 한 다리 건너 인연(혹은 악연)으로 묶여 있다는걸, 가령 수설이 거둬들인 의시합이라는 소년 환관의 경우 이번 수설을 주살하려 했던 어떤 인물과 연결이 되어 있다 같은. 그 연결이 연결을 불러 수설의 최대의 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어떤 소녀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흥미를 끌지 않을 수 없다. 혼을 달래며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수설에게 위협이 되는 세력 등 고구마 줄기처럼 여러 이야기가 합쳐지는 묘미가 대단하다고 할까. 그렇게 수설 혼자서는 감당이 되지 않은 일들을 황제 고준도 같이 거들어 주면서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 등은 읽는 이의 마음을 붙잡는데 일등공신이 아닐까 싶다. 


맺으며: 이 작품은 인간의 시대에 신화적인 이야기를 가미한 판타지다. 신이 존재하고 혼과 주술이 존재한다. 상대에게 주술을 걸어 주살하는 건 예사고, 혼(귀신)이 아무렇지 않게 배회한다. 수설은 그런 혼을 달래 낙토(아마 저제상)로 보내는 일을 한다. 때론 주술도 거는 거 같은데 이건 잘 나오지 않는다. 다들 오비를 기피하는 이유로 주살을 들고 있다. 실상은 그렇지 않은데. 혼을 달래 낙토로 보내며 엮인 이야기들이 때론 수설의 신변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번에도 새로운 종교가 대두되면서 그녀를 주살하려는 음모가 드러난다. 수설은 여느 먼치킨과 다르다. 약간의 주술을 쓸 수 있을 뿐, 그러해서 언제나 힘에 부친다. 그럴 때마다 황제 고준은 그녀를 도와주고, 시녀 등 주변인들은 그녀를 돌봐준다. 이런 점들이 사뭇 흐뭇함을 자아내기도 하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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