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제로 4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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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말로 중2병의 진수를 보여준다. 결정판이라고 해도 무난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같은 중2병이라도 본편도 이렇게 진지하게 집필했다면 하차하지 않아도 었을 텐데 하는 씁쓸함이 묻어나기도 한다.(필자는 너무 오글거려서 본편은 하차함) 이번 이야기는 신대 마법을 쓰는 동료를 끌어모아 신(神)에게 대항하고자 하는 '밀레디'가 하르치나 수해에서 또 한 명의 신대 마법사 여왕 '류티리스'를 맞이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하르치나 수해는 본편에서 세컨드 히로인 '시아'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류티리스를 자기들 멋대로 '신의 자식'이라며 탈환해야 된다는 명분으로 침공하는 교회와 인간족 나라인 연방과의 처절한 전투를 그린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신(神)의 장난감이다. 신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인간들끼리 혹은 마족과의 전쟁을 일으키게 하고, 수인족은 사람 취급하지 않는 차별을 부추긴다. 그 결과 순혈주의에 빠진 인간들은 인간들 이외를 부정하고 탄압하기 시작한다. 또한 교회는 신이 그러길 바라니까라는 이념 아래 모든 건 보다 많은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가치를 내건다. 그 가치 아래는 소수의 행복과 인간성과 자유는 무시된다. 그러함으로 개인의 자유는 억압되고 소수는 인정되지 않으며 인간 이외의 종족은 사람 취급을 받지 않는 혼돈의 세계가 성립된다. 그야말로 이 시대의 인간들은 신의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추는 광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런 점들을 참으로 적나라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악의 축인 교회는 대의를 위해선 얼마만큼의 피를 흘리든 개의치 않으며, 순교라는 사탕발림으로 인간들을 사지로 몰아넣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인간들은 그걸 명예로 받아들여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하르치나 공화국은 여왕 류티리스의 분전에 힘입어 어떻게든 교회의 기사단과 연방의 인간 군세를 막아내고 있다. 밀레디는 신대 마법을 쓸 수 있는 류티리스를 교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찾아온다. 그리고 교회와의 싸움은 작가가 정신을 차렸는지 참으로 처절하게 그려대는데, 필자는 본편 1권으로 되돌아온 느낌을 받았다.


'사람은 신에게도 저항할 수 있다는걸, 자유로운 의사가 여기에 있다는걸'


밀레디는 이 이념을 관철하기 위해 싸운다. 처형 일족으로서의 삶만을 살아가도록 강요받는 어린 시절에 자신의 눈을 뜨게 해줬던 '벨타'의 이념을 이어받아 신의 뜻대로 흘러가는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그녀는 싸운다. 이런 부분에서 상당히 중2병적인 요소를 느낄 수 있는데, 작가가 중2병의 경계와 현실에서의 자유를 위한 투쟁의 경계를 절묘하게 잘 섞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싸움에서 몸을 사린다 같은 그런 경향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실력을 최대로 끌어내고 최대의 적을 맞아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중2병을 쓰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온 작가로서는 어떤 걸 버릴 리가 없다. 그것은 중2병, 간간이가 아니라 자주 보여주는 중2병과 겉과 속이 다른 캐릭터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게 어쩌면 이 작품의 스파이스이자 매력이라 하겠다. 그 일부분으로서 여왕 '류티리스'가 보여주는 '마조히스트'는 진지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그 무언가가 있긴 있다. 속된 말로 깬다의 전형을 보여주는데, 밀레디가 찾아오기 전에 그녀(류티리스)의 친구는 바x벌레와 독 나비뿐이었다는 설정도 참 신선하게 다가온다. 당연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바x벌레를 혐오하기 마련이잖은가. 그걸 백만 단위로 사육하고 있는 여왕을 떠 올려 보라. 거기에 바다의 여왕 '메일'에게 엉겨 붙어 '언니'라고 부르며 게슴츠레한 눈에 질척한 입김과 콧김을 뿌려대는 모습은...


아무튼 인연이란 뜻하지 않게 찾아오기 마련이던가. 밀레디는 자신의 눈을 뜨게 해준 벨타와 인연이 있는 교회 기사를 만나게 된다. 아니 그와는 3권에서 치고받고 싸운 적이 있다. 그때 밀레디는 알게 된다. 벨타를 구해준 사람이 누구인지. 이번엔 그 기사다 밀레디에게 있어서 최대의 적으로 등장한다. 하르치나 수해를 공략하고 여왕 류티리스 탈환(자기들 멋대로)을 목적으로 한 전쟁의 선봉에선 그를 맞아 밀레디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 기사는 밀레디에게 밀레디가 품고 있는 이념을 증명해보라고 한다. 증명하라면 증명할 수밖에. 싸움은 종막을 향해 달려간다. 교회는 물량전으로 나오면서 인간들을 갈아 넣기 시작하고 류티리스를 포함한 수인들은 열세에 몰려간다.


맺으며: 건방져 보일 수 있으나 필자는 아무 작품에게나 평점 10점을 주지 않는다. 이 작품 아니 이번 4권은 평점을 주자면 10점 만점을 주겠다. 밀레디의 깐족 거림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 위한 가면이라는 걸 3권쯤에 알게 된 필자로서는 이제 그녀의 깐족거림에서 어쩐지 서글픈 감정이 들고 말았다. 작가가 이런 것들에 대한 표현이 좋아서 10점 만점을 주는데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적절한 긴장감과 류티리스의 마조끼의 조합은 자칫 식상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전환하는데 일조하기도 하고. 아무튼 끝이 보인다고 할까. 신대 마법을 쓰는 동료를 거의 다 모았고, 이제 신(神)에게 도전하다 던전 파고 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그러고 보면 기승전결에 있어서도 시원시원하게 흘러가서 마음에 든다고 할까. 마지막으로 부제목으로 쓴 글귀는 이번 4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는 못 쓰지만, 이것 또한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인물을 투입함으로써 몰입감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작가의 제주가 좋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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