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공작으로 전생했으니까, 이번엔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9 - Novel Engine
아이다 리즈무 지음, nauribon 그림, ruleeZ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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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주의, 긴 글 주의






이건 마치 풍선효과를 보는듯하다. 한쪽을 틀어막으면 반대편이 볼록 튀어나와버리고 또 이쪽을 막으니 반대편이 튀어나는 바람에 버틸 제간이 없다. 주인공 '데닝'은 드디어 '샬롯'에게 고백을 하였고 남들에겐 비밀인 연인 관계가 된다. 이제 남은 건 부모님을 설득해 공식 연인이 되는 길만 남았지만 애초에 평민인 샬롯이 공작가의 자재와 결혼한다는 건 어불성설, 고백과 동시에 그냥 야반도주나 했으면 해피엔딩인 것을 뭔 미련이 남았다고 계속 미적대더니 돼지 꼬리가 밟히고 개목걸이를 차게 생겼다. 주이공은 이전생에서 샬롯과 결혼하겠다고 공작이라는 지위를 버리고 망나니 짓을 했다가 정나미가 떨어진 샬롯이 엄한 남자에게 가버리는 전생을 거쳐 이번엔 제대로 돌아보게 하겠다며 개과천선하여 구국의 영웅이 되었더니 이번엔 집안에서 다른 여자와 결혼하란다.


나라의 멸망이 걸린 굴직한 사건을 해결하고, 여왕이 마음에 들어 하고, 방구석 폐인 왕녀가 찾아와서 마음을 열고 기대는 남자를 가만히 내버려 둘리가 없다. 시대는 영웅을 바랐고 주인공은 영웅이 되었다. 어릴 적 바람의 신동이라 일컬어지며 마법에도 특출났던 주인공, 집안에서도 장남이 아닌 셋째 주인공에게 공작가를 물려줄 만큼 나라에서도 큰 기대를 받았던 주인공이 어쩌다 망가져서 쌩양아치가 되어 버렸던가. 그건 한눈에 반한 '샬롯'과 맺어지기 위한, 쌩아치를 하다 보면 집안의 기대를 받지 않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쫓겨 날 테니 평민인 샬롯과 맺어질 수 있다는 얄팍한 어린애 다운 생각에 따라 행동한 결과다. 그 결과 쫓겨났고, 꿈에도 염원하던 샬롯에게 고백도 성공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바로 주인공 어릴 적 정략결혼 상대였던 이웃나라 서키스타의 왕녀 '알리시아'다. 주인공이 속한 나라와 알리시아가 속한 나라는 동맹의 의미로 둘을 결혼 시키려 했는데 그만 주인공이 샬롯에게 꽂혀서 양아치 짓을 하는 바람에 파혼이 되어버렸고, 그 비난은 오롯이 알리시아가 뒤집어써야만 했다. 보는 안목 없다 운운은 성장한 지금까지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그녀의 흑역사다. 그러니 알리시아가 주인공을 미워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주인공이 구국의 영웅이 된 지금 세상은 다시 둘을 엮으려고 한다. 세상 참 불공평하기 짝이 없다. 그 좀 양아치 짓 했다고 내쫓을 땐 언제고, 지금에 와서 바람의 신동의 귀환이라는 둥 자기들(집안) 멋대로 본인(주인공과 알리시아)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일을 추진하니 기쁠 리가 있나.


이번 이야기는 돼지(주인공)와 결혼하기 싫어하는 알리시아의 고군분투기를 다룬다. 정확히는 싫어한다기보다 집안에서 본인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멋대로 정해주는 정략결혼이 싫다고 해야겠다. 주인공이 정신을 차린 후 알리시아를 몇 번이나 구해주게 되면서 알라시아는 딱히 주인공이 싫어지지 않게 되었다고 할까. 하지만 알리시아는 멋대로인 집안에 반발할 겸 그렇다면 결혼보다 더 중요한 걸 찾아 주면 결혼은 유야무야되겠다 싶어 대미궁(던전) 깊숙이 처박혀 있는 국가 보물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알리시아는 행동파다. 한번 정하면 일사천리로 진행 시키고 그게 무엇이든 관철 시키려는 노력파다. 그런데 그걸 관철 시킬만한 능력은 없다. 누군가가 그녀의 곁에 서서 같이 행동해주어야만 시너지 효과를 얻어 성공시키는 타입이랄까. 그동안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 '슈야'가 그 몫을 해주었다.


사실 이전생에서 샬롯을 빼앗아간 남자가 바로 또 다른 주인공 '슈야'다. 알리시아 또한 슈야에게 가버리게 된다. 이걸 알고 있는 주인공이라면 슈야를 어떻게든 알리시아에게 붙여줘서 둘을 맺어지게 하고 자신은 샬롯을 붙들면 될 것이다. 문제는 작가가 이번 9권 집필에 매우 귀찮아했지 않았나 하는 티가 역력하게 묻어난다는 거다. 한마디로 이번 9권에서의 주인공을 표현하라면 쓰레기다. 일단 알리시아는 드래곤도 혼자서 때려잡으며 구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주인공을 대미궁에 들어가는데 동행 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모든 속성의 마법을 구사할 수 있고, 상황 판단도 뛰어나다. 그런 주인공에게 알리시아는 대미궁에 들어간다는 말조차 꺼내지 않는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알리시아와 결혼하게 되고, 그렇다면 샬롯하고 맺어지는 건 불가능해진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절박함이 없다. 8권까지 그토록 샬롯 앓이를 해놓고 알리시아가 하는 일은 자신에게도 유익한 것이 건만 그녀가 대미궁에 들어간다는 첩보를 입수 했음에도 소 닭 보듯이 한다. 국가 보물을 탈환해서 국가에 반환하면 결혼은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면 주인공이 나서서 알리시아의 손을 이끌어줘도 모자랄 판에 야밤에 행동을 개시하는 알리시아의 뒤를 밟아 나도 가겠다고 껴든다. 준비는 알리시아가 다 해놨는데 숟가락을 얹을 뿐이다. 알리사아가 고용한 모험가와 사사건건 시비를 틀고, 모험가가 잡아온 식량을 얻어먹는 주제에 반찬 투정을 해댄다. 야영에 있어서 손이 많으면 편해지건만 가만히 있는다. 애초에 남의 일이 아닌, 주인공 본인의 일이다. 알리시아의 행동에 따라 주인공은 샬롯과 맺어질 수도 있고 없을수도 있다는 걸 작가는 표현조차 하지 않는다. <- ​작가가 집필하기 얼마나 귀찮아 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할까.


나아가 알리사아가 고용한 모험가의 실력을 보겠다고 알리시아를 습격하는 도적을 일부러 막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최악이 아닐 수 없다. 알리시아는 별다른 능력이 없다. 그래놓고 모험가에게 왜 알리시아를 구해주지 않았냐고 타박한다. 순간 미친놈이 아닌가 했다. 애초에 알리시아가 하는 일은 주인공과도 무관하지 않다. 결혼을 무효화 시키는 일은 원래 주인공이 더 나서서 해야 될 일이다. 알리시아에게 있어서 절박함은 크지 않다. 집안에서 정해주는 남편감은 고를 수가 있으니 그녀에게 있어서 여지는 있다. 그러나 주인공에게 있어서 샬롯 이외엔 여지가 없다. 남여 평등 어쩌구를 떠나 '일부러' 도적을 통과시켰다는 것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모험가가 가만히 있자 왜 가만히 있었냐고 대든다. 웃긴 건 알리시아도 뭔가 한마디쯤 해줄만 한데 그런 거 없다. 작가는 대체 뭘 하고 싶었던 걸까.


이대로 대미궁 공략이 실패하면 주인공은 알리시아와 결혼해야 하고 이것은 샬롯과의 이별을 뜻한다. 그러니 절박함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크다. 그런데 절박함은 온데간데없고, 반찬 투정이나 하고, 고기가 먹고 싶다고 투정하고, 모험가에게 시비나 터는 주인공이라니. 결국 대미궁에 잠입해서 일은 터지고 만다. 알리시아는 별다른 능력이 없다. 그런 그녀가 대미궁에 들어온다는 건 그만큼의 각오가 필요하다. 대미궁은 상위 모험가도 마구 죽어나가는 마굴이다. 거기서 뿜어지는 독기는 일반인이 감당하기엔 버겁다. 그럼에도 미궁에 발을 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의 의지, 그 의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주어야 할 주인공은 소 닭 보듯이 한다. 그러니 그녀는 몸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작가는 일말의 양심은 있었는지 주인공에게 마물에게 잡혀가는 알리시아를 구하려 애를 쓰게 하긴 한다. 안 하면 어쩔 건데 싶긴 했지만.


홀로 서고 싶다는 마음, 집안의 뜻대로 흘러가는 것에 분하다는 마음, 하나의 인격체보다 물건 다루듯 다른 나라에 시집보내려는 것에 오는 반발심, 그런 그녀가 주인공에게 같이 가자고 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그런 그녀의 마음을 하나도 알아주지 않는 주인공, 애초에 자신을 선택하지 않고 모험가를 고용해 대미궁에 들어가는 것에 의문 하나 느끼지 않는 게 말이 되나 싶다. 버림받았다는 걸 모르는 무골충이가 따로 없다. 고생 끝에 대미궁의 안쪽, 드디어 목표로 하던걸 눈앞에 뒀다. 그리고 주인공을 막아서는 마물은 인간족에게 있어서 당대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왕의 수호자 가디언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슬라임이다. 순간, 전생슬(전생 했더니 슬라임)이라는 작품이 떠올랐는데 작가가 어지간히도 아이디어가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맺으며: 운명과 맞서 싸운다. 내 운명은 내 것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주인공을 어느 에피소드보다 빛나게 할 수 있었는데 다 말아 먹는다. 의욕 없는 주인공은 내다 버리고 알리시아를 위해 발품을 팔아준 '슈야'를 집어넣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남이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는 것도 모자라 반찬 투정이나 하는 주인공이라니 최악이다. 남의 일이 아닌 주인공 자신에게 들이닥친 일인데 왜 주인공은 자기기 나서서 해결하려 하지 않은 걸까. 시종일관 이런 식이다. 알리시아가 고용한 모험가에게 일일이 시비 걸기 바쁘고, 대미궁에 내려와서도 끝에 조금 활약할 뿐이다. 마지막 보스전에서도 뭔가 근본이 없는 전투신을 보이는데 주인공의 의욕 문제가 아니라 작가가 의욕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해준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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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이끄는 이세계 여행 6 - L Novel
아즈미 케이 지음, 마츠모토 미츠아키 그림, 정금택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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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주의, 긴 글 주의








좀 아쉬운 게 주인공이 못생겼다는 아이덴티티를 끝까지 밀고 갔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황야에 떨어지고 처음으로 들렸던 마을에서 마물 취급받으며 쫓기던 유쾌함은 이제 없다. 여신이 외모지상주의를 표방한 끝에 이세계에서 지나가는 개도 미남, 미녀다. 더구나 주인공은 이세계 종족 휴만(이제야 언급하는데 휴만은 모습은 같아도 인간하고 개념이 약간 다르다) 말도 못한다. 그러니 어디 가서 밥 빌어먹으려고 해도 불가능이라는 소리다. 그 고생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는 건 자명한데, 1년이 지난 지금은 어엿한 상회를 열어 떼돈을 벌고 있다. 당대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을 종자로 들이고, 실미도처럼 아공(쉽게 말하면 커다란 비닐하우스 같은)에서 이세계 아인들을 대려다 혹독한 훈련을 시켜 엄청난 실력자들(이하 아공 주민)도 양산해내고 말았다. 


상회도 궤도에 올랐고, 학교에서 제자들을 훌륭하게 가르치는 등 삶은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롭다. 이제 주인공은 이세계에서 부모님 단서를 찾고, 여신에게 한방 먹이는 일만 남았다. 이런 주제로 이번 6권부터는 새로운 이야기로 접어든다. 그동안은 주인공의 성장과 정착을 다뤘다면 이번부터는 본격적으로 부모님의 단서를 추적하려고 하는데 마족이 끼어들고, 여신에 반기를 든 조직이 덤벼온다.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쭈욱. 덤으로 사회적으로 훌륭하게 성공한 주인공에 들붙어 쪽쪽 빨아먹으려는 자들과 주인공의 힘을 이용하려는 각종 무리들에 맞선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인공의 부모님은 이세계인이다. 이세계에서 살다가 지구로 넘어간 케이스인데, 사람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아마도). 그래서 부모님이 이세계에서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여신이 애초에 요구한 누나와 여동생 대신 이세계로 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주인공은 가족을 아낀다. 이 신념은 지금의 아공 주민들을 아끼는 것에서 그 연장선을 느끼게 한다. 인간 우월주의에 빠진 모험가들에 의해 아공 주민이 사망하자 크나큰 상심과 죄책감에 시달린 게 주인공이다. 이런 점이 아인들과 종자들에게 각인이 되었고, 그를 신적으로 추종하게 만든다. 아무튼 그런 주인공이 겨우 부모님 단서를 손에 넣게 된다. 지금은 멸망해버린 나라에서 나름 잘 나가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조금 아쉬웠던 건 회귀본능을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고향을 알았고, 부모님의 발자취를 알았는데 바로 쫓아가서 확인은 하지 않는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인간미가 떨어진다기 보다 고향이 마족이 지배하는 적지라서라는 이유가 크다.


어쨌거나 여신에게 한방 먹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주인공만이 아니다. 주인공은 자신(여신)이 잘못 끌고 와놓고 못생겼다고 세계의 끝 황야에 내동댕이치는 것도 모자라 통역 기능도 주지 않아 고생을 참 많이 했다. 그 흔한 치트키도 받지 못했다. 다만 부모님이 이세계인이라서 그런지 마력 하나만은 유복해서 이걸로 어떻게든 살아왔다. 그러니 여신 아구창 한대 때린다고 벌은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악감정을 주인공만 가진 게 아니다. 여신의 개입을 막고 이제 휴만들만의 세계를 만들겠다는 조직이 나타난다. 만들었다고 주인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서 나대는데 사실 주인공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근데 조직이 여신에 대항하는 방법이 눈뜨고 못 봐줄 정도로 도가 지나치다. 생체실험을 자행하는 등 반인륜적인 모습에 인간적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좋게 봐줄 리가 없다.


근데 사실 나중에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조직들은 주인공에게 짓밟히는 역할이 될 테니 굳이 크게 언급할 가치는 없다. 마족도 어떻게 보면 여신 타도라는, 주인공과 맥을 같이 하지만 애초에 주인공을 죽이려 했으니 적이나 마찬가지다. 이렇듯 크게 보면 하나의 목표(여신 타도)로 저돌맹진하는 각각의 주체들이 주인공과 휘말리게 되고 썰려 나간다는 구도다. 재미있는 점은 주인공을 구워삶아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이미 주인공은 그런 점을 꿰뚫고 있다는 거다. 여기서 유념해야 될 건 능력이 좋아서 알아챈다기 보다, 가령 주인공과 그의 종자들 사이 이간질 시키려는 마족녀(女)가 나오는데 종자들의 행동들을 이미 주인공은 알고 있다는 거다. 즉, 주인공에게 있어서 유해하지도 않고, 새삼스럽지 않은 걸로 나불나불 떠들어서 되레 주인공의 적이 누구인지 자기가 각인시켜버리는 어이없는 일도 일어난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사실이 하나 생겨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6권부터는 새로운 이야기로 접어든다고 했는데, 마물과 인간(이세계 주민인 휴만 말고) 사이에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복선이 나왔다. 여기서 마물이란 당연히 주인공의 종자들인 야생 드래곤 '토모에'와 과부 독거미 '미오'를 말한다. 주인공을 만나 인간으로 변신은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녀들의 본모습은 이세계에서 악몽이라고 일컬어지는 대단히 위험한 마물들이다. 여신이 독설로 내뱉었던 마물과 교미하며 살아가라는 의미가 이런 뜻이었나 본데, 이미 1권부터 복선이 나와 있었건만 이제야 생각나게 된다. 아무튼 토모에와 미오에게 있어서 광명이나 마찬가지다. 작가가 고생하는 그녀들을 위해 하나의 선물을 준게 아닐까 싶다. 근데 토모에는 알아도 미오는 아직 모른다는 것에서 흥미를 돋운다. 왜냐면, 미오는 얀데레 습성에 눈을 떴기 때문.


이 모든 게 '루토'라는 상위 드래곤이 출연하면서 시작된다. 6권을 기점으로 주인공의 인간관계는 급속하게 늘어만 간다. 엄밀히 따지면 인간이 아닌 주로 마물들이라는 게 함정이지만. 사실 루토는 리뷰에서 언급 안 하려 했는데 앞으로 주인공과 엮일 거 같아 언급해본다. 첫 출연부터 BL을 찍겠다고 덤비는 통에 주인공 입장이 말이 아니다. 힘의 차이에서 우월감에 삐진 듯한 사람을 짜증 나게 하는 말투가 장난 아니다. 호시탐탐 주인공 엉덩이를 노리고 있어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낼 인물이다. 하지만 꼴에 엄청 오래 살았다고 지식은 많다. 주인공이 지구로 복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 등 루토가 가진 지식은 주인공에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여신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흔치않은 동료다.


아직은 미숙한 모습을 보인다. 휴만 관계에서 경험이 미천하다 보니 악의적으로 접근해오는 사람들에 놀아나기 직전까지 가곤 한다. 종자들이 그의 곁에서 막아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쪽쪽 빨렸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주인공에 빌붙으려 하고, 그의 재력을 탐내는 이런 점들이 더러운 사회의 이면을 보는 듯한 리얼리티가 있다. 여타 이세계 작품들과 차별화하는 게 이런 점들인데, 능력 위주의 이세계물과 다르게 주인공은 이런 더러운 사회 이면에 대항해 살얼음판 같은 길을 걸어가며 자신의 입지를 다진다는 거다. 로봇계를 수퍼 로봇과 리얼 로봇으로 나눈다면 여타 이세계물이 수퍼 로봇이라면, 이 작품은 리얼 로봇이라 하겠다. 사실 주인공이 잘못된 길에 들어서도 종자들이 바로잡아 줄 테고, 어중간한 조직들은 토모에와 미오가 나선다면 나라가 멸망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여타 이세계물 합쳐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가장 성공한 축에 해당되지 않을까 한다. 그만큼 인덕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맺으며: 사실 쓸 말이 더 있긴 하다. 글이 길어져서 이만 줄여야 되는 게 아쉽다고 할까. 필자가 가방끈이 짧아서 조리 있게 쓰는 방법을 모르겠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여신에 대항하는 주인공에게 적대적인 조직이 등장하고, 드래곤의 정점 루토가 주인공 엉덩이를 노리기 시작했고, 마물과 인간 사이 아이가 생길 수 있다는 복선이 투하되었다. 이로써 가족끼리 하는 거 아니라며 애써 외면했던 주인공은 코너에 몰리게 된다고 할까. 그리고 이건 이전에 나온 내용이지만, 지구의 인간과 이세계의 휴만은 개념을 약간 달리한다. 주인공은 이세계에서 인간 취급이다.


여기서 설정 구멍이 발생하는데 주인공의 부모님은 이세계인이고, 이세계인은 휴만이다. 주인공은 부모님의 1세대 자녀로써 이세계 기준으로 휴만이 된다. 인간은 고대에 살았던 종족으로 특별한 무언가가 있나 보다. 그래서 작가는 주인공을 인간, 즉 무언가로 추앙하고 싶어 하나 본데 작가 스스로 구멍을 만들어 버렸다. 또한 주인공은 휴만이라서 마물(토모에와 미오)과는 아이를 만들지 못한다. 나중에 토모에나 미오에게 아이가 들어서면 진짜로 설정 구멍을 크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아마 휴만을 지구로 보내면 인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복선을 만들지 싶은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렘은 아니면서 은근히 하렘을 만들어 간다. 이미 제자들도 그렇고, 이전에 저주에 걸린 상인의 딸들을 치료해준 적이 있는데 저주가 낫자마자 얀데레 짓을 한다. 마물인 토모에와 미오는 말할 것도 없고. 아공에 주민을 들이면서 주인공에 호감을 가져가는 아인들이 늘어나는 등 최초의 못생김 주의보 아이덴티티는 이제 눈 씻고 찾으려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휴만중에서도 이미 못생김은 이제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비록 사심이라고는 해도 팔자 피려고 주인공을 향해 닥돌하던 학교 여학생들도 많았으니까. 마족녀(女)도 주인공을 포섭하기 위해 이간질에 나서는 등 주인공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근데 다 부질없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주인공 곁에 마물(토모에, 미오) 두 마리가 버티고 있어서 하렘은 피다가만 꽃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건 그렇고 이번 6권은 일본색이 상당히 짙게 갈려 있다. 일본 작품이니까 일본색이 짙은 건 어쩔 수 없지만 너무 노골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작품을 좋게 보는 필자로서는 호감도가 낮아진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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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피크닉 3 - 야마 노케하이, S Novel+
미야자와 이오리 지음, shirakaba 그림, 심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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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는 작품인데, 이 작품의 이세계는 우리가 흔히 아는 전생을 통한 다른 세계에서 먼치킨을 찍는 이고깽이 아닌 평행 세계 혹은 뒷세계 일컫는다. 여기서 뒷세계란, 팔척귀신 같은 괴담 혹은 괴이가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로 게이트를 통해 뒷세계로 들어가게 된 여대생 둘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즉, 이 작품은 공포물이자 고어에 해당한다. 피크닉 또한 놀라간다는 의미가 아닌 나만의 공간을 뜻하는 것으로 히로인중 하나인 소라오가 현실 도피를 위해 찾아 들어간 세계가 뒷세계이고 나만의 세계를 찾았다는 의미에서 피크닉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작가의 의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이번 3권에서 피크닉이 전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나온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공포가 산재한 뒷세계를 탐험한다는 의미에서 이세계(裏世界) 피크닉이라고 할 수 있다.


뒷세계에선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이다. 괴이나 괴담에 등장하는 무언가가 뒷세계에 침입한 현실 사람들을 현혹해서 사람이 아닌 모습으로 바꿔 버리고, 때론 목숨을 빼앗기도 한다. 그런 세계에 소라오와 토리코는 왜 탐험에 나서는가. 토리코는 뒷세계를 조사하러 갔다가 실종된 '사츠키'를 찾기 위해서고, 소라오는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서다. 둘의 성격은 상반되어, 토리코는 인싸기질인 반면에 소라오는 아싸 기질이 다분하여 초반엔 충돌을 꽤 자주 보였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서로 의존하는 관계로 발전했고, 소라오는 토리코를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백합에 눈을 뜨는 등 뒷세계가 전하는 공포와 더불어 이들의 관계 또한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더욱이 소라오는 사츠키를 찾는데 혈안이 된 토리코를 못마땅해 하고 사츠키에게 질투심을 느끼기는 등 인간관계에서 있어도 꽤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첨언해서, 소라오(단발 검은 머리)의 성격은 매우 편중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릴 적 종교에 빠진 집안이 풍비박산 난 사정으로 인해 정서적 불안을 안고 있으며 그로 인해 친구는 없다. 그러해서 늘 혼자였다. 토리코를 만난 이후 투닥 거리면서 자신의 피난처였던 뒷세계에 데려다주는 토리코에게 '집착성' 연정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또 다른 히로인 코자쿠라(로리 할멈, 컴퓨터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소라오는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다고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고 한다. 여담으로 소라오와 토리코가 현실에 체재 중일 때는 이들(특히 소라오)에게 휘말려 코자쿠라는 늘 고생을 한다. 이번에도 엄청 구른다. 사실 이 작품에서 소라오와 토리코의 모험보다 코자쿠라가 구르는 장면이 더 흥미롭다. 울고불고 도망 다녀도 소용없다.


이번 이야기는 뒷세계의 간섭으로 능력을 얻게 된 [우루미 루나]의 습격을 받아 위기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덤으로 코자쿠라는 더욱 굴러다니게 된다. 원래는 뒷세계와 현실 세계는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종종 인간의 의식 속에만 존재하는 괴담이 현실에도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그 영향을 받은 '루나'는 토리코와 소라오처럼 어떤 능력을 얻게된다. 사실 이런 부분을 놓고 보면 이세계 전생물의 한 종류에 해당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루나는 토리코가 그토록 찾고자 하는 '사츠키'에게서 계시를 받았다며 보다 많이 사츠키에 대해 알고자 소라오와 토리코를 노리기 시작하는데, 루나는 꽤 강적으로 다가온다. 뒷세계가 현실에 영향을 줘서 사람들이 뒷세계로 끌려가는 걸 막아야 하는 소라오와 토리코는 루나에 대항해가지만 루나의 능력이 워낙 강하다 보니 쉽지가 않다.


아무튼 토리코에 더욱 집착해가는 소라오는 사실 이전부터 사츠키가 자신들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소라오의 능력은 타인이 못 보는 괴이 같은 걸 볼 수 있다. 또한 인식한 괴이를 현실화 할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괴이가 되어 버린 사츠키를 인식  수 있게 되었지만, 토리코가 그토록 찾고자 하는 사츠키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여기서 소라오가 이 사실을 토리코에게 알려주지 않음으로서 그녀(토리코)를 얼마나 집착하는 잘 나타나 있다. 이렇게 이 작품은 괴이나 괴담을 통한 공포를 선사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인간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안 보고 타인을 바라볼때의 아픔보다 질투를 느껴가는 섬뜩함이 있다고 할까. 그래서 사실 사츠키 찾는 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닌 이들의 인간관계에 더 중점을 두고 이 작품을 접한다면 꽤나 흥미로울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이렇게 자신에게 집착을 보이는 소라오에게 질겁하며 멀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의 행동을 용서하는 토리코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토리코 또한 과거 사츠키를 만나 같이 지내면서 어떤 감정이 생겼고, 그래서 사모하는 사츠키가 뒷세계에서 실종되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뒷세계에 가고자 하는 부분은 소라오의 집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이 작품에서 인간관계는 매우 꼬여 있다는 게 흥미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사츠키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닐뿐더러,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사츠키가 현실 세계에 간섭하며 현실 사람들을 뒷세계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그래서 이 둘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지도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인데 어떻게 보면 소라오가 인식을 현실화하고, 토리코가 현실이 된 인식에 간섭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건 어쩌면 예정된 시나리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맺으며: 작가가 뒷세계를 표현하는 장면 장면은 매우 수준급이다. 몽환적인 느낌을 선사하면서도 가까이 가면 사람 목숨을 빼앗는 섬특함을 잘 섞는다고 할까. 다만 이번 3권은 '루나'를 상대하면서 이런 부분은 많이 들어가 있지 않다. 소라오와 토리코의 관계를 정립하고 그동안 애타게 찾고자 했던 사츠키를 정리하게 되는 에피소드라 하겠다. 또한 어째서 뒷세계의 능력을 얻는 건 소라오와 토리코 뿐이겠냐는 생각을 심어주게 되었다고 할까. 참고로 뒷세계는 아무나 못 간다. 게이트를 찾으면 갈 수도 있지만, 일단 일반인이 게이트 찾기란 매우 힘들다. 찾아도 살아서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다. 소라오도 사실 이렇게 살아돌아오지 못할 운명이었다. 이런 부분에서 피크닉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할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뒷세계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인식이 현실이 되어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포가 덮쳐온다는 스릴이 이 작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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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돌아와, 모든 것을 구하고자 최강에 도달한다 1 - L Novel
shiryu 지음, 테시마nar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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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발매전 시놉시스를 접했을 때 왠지 이런 내용이지 않을까 싶었던 생각이 거의 비슷하게 들어맞았을 때 필자에겐 희열감보다 실망감이 앞선 흔치 않은 작품이다. 웬만해서는 중립적인 시각에서 리뷰를 쓰고 싶지만 필자도 인간인지라 감정에 치우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즉,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지금부터 좋은 소리 안 나오겠다는 걸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작품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본 리뷰를 읽지 않는 걸 추천한다. 아울러 이 작품은 1권 전체가 프롤로그에 해당한다. 진짜 이야기는 2권부터 시작되는 걸 감안하면, 2권부터 조금은 흥미롭지 않을까 싶은데 이전에도 필자가 언급했듯이 초반에 선입견이 생겨버리면 뒤로 아무리 좋은 구성이라도 와닿지 않게 된다. 물론 필자 주관적이다.


아무튼 이 작품은 타임 회귀물이다. 마물떼의 침공으로 인해 가족과 마을 사람들 모두가 죽임을 당하고 마족에게 사랑하는 사람까지 잃게 되자 삶을 리셋하여 새로이 시작하는 주인공 '에릭'의 이야기다. 죽어버린 사랑하는 사람을 뒤 따라 가겠다며 자결을 하였지만 어찌 된 일인지 눈 떠보니 아기의 모습이다. 이전 생의 기억을 온전히 가지고 있는 에릭은 16년 뒤 마물 떼가 마을로 들이닥친다는 기억을 바탕으로 이번에야말로 모두를 지키겠다는 신념 아래 죽자 살자 수련에 매진하게 된다(1권 내내 이런 이야기다). 그의 나이 16살, 생일날 마물떼는 그의 기억대로 마을로 들이닥치게 된다. 이것이 1권의 주된 이야기다. 에릭은 목도 못 가누는 아기 때부터 오로지 수련에만 정신이 팔리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그의 편협된 사고방식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전생에서 나름대로 강하다고는 하나, 스템피드라 불릴 만큼 수백 마리의 마물떼가 쳐들어온다. 마을에서 사냥을 주업으로 하는 제법 강한 아버지도, 아버지의 동료들도 어쩌지 못하고 죽임을 당한 사태다. 이런 걸 알고 있는 주인공은 자라면서 무얼 선택했느냐가 이번 1권의 주된 포인트다. 그런데 주인공은 혼자서 상대하겠단다. 이번에야말로 모두를 지키겠다며 혼자서 모든 걸 떠 안겠단다. 오만의 극치이고, 그의 바탕엔 타인을 믿지 않는 불신이 깔려 있다. 왜냐면, 내가 미래에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한다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거라고 미리 마음속에 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에게조차 말을 꺼내 놓으려 하지 않는다. 걱정이 될 테고,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마물떼를 막다가 자신이 죽어버리면? 같은 가능성은 애초에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자신이 가진 능력을 활용해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을 단련케 하고, 마을 사람들의 도주로를 확보한다던지, 도보로 몇 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왕도(수도)로 피난하게 한다던지 같은 가족과 마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은 애초부터 논외로 취급된다. 말해도 믿지 않을 거라는 주인공의 생각은 틀렸다는 걸 마을 사람들 심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순박한 마을 사람들은 주인공의 아버지의 말에 잘 따르고, 화나면 무서운 주인공 엄마의 말에도 잘 따른다. 주인공이 부모님을 설득해 미리 대비했다면 어떠했을까. 아들 바보인 아버지는 그의 말이라면 믿었을 것이다. 엄격한 어머니는 다른 방안을 제시해줬을지도 모른다. 작가는 대체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서 이런 인간 불신 같은 주인공을 만들었을까. 문제는 이후에 터진다.


그의 생일날 마물떼는 예정대로 쳐들어 왔고, 마을은 페닉에 빠진다. 만약 주인공이 마을 사람들을 단련 시켜줬다면 피난 길에 적어도 마을 사람들은 자기들 앞가림 정도는 했을 것이다. 왜 모든 걸 주인공 혼자서 짊어지게 만들었는가 하는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 계속된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주인공은 피난하는 마을 사람들이 도망 못 가게 마을 전체를 둘러싸는 담을 만들어 버린다는 거다. 주인공은 제정신인가? 그래놓고 내가 지키면 된다고 한다. 근데 자신이 죽어버리면? 마을 사람들은 갇힌 채 몰살이다. 이런 생각을 주인공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주인공은 강한가? 쳐들어오는 마물떼를 맞이해 주인공은 결사적으로 막는다. 하지만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마물도 있다. 주인공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주인공에겐 소꿉친구 히로인 '티나'가 있다. 마을에서 아이라곤 주인공과 히로인 둘 뿐이다. 이 마을의 미래는 괜찮나? 주인공이 16살이 되도록 다른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은 없다. 작가는 마물떼에 의한 멸족이 아니라 자연적인 인구 소멸을 바라나 보다. 아무튼 티나는 어릴 적부터 주인공과 허물없이 지낸다. 수련하는 주인공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 주인공이 가르쳐준 마법을 배우게 되는데 소질이 굉장하다. 우리 말에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안다고, 어느새 주인공보다 더 강한 마법을 행사하게 이른다. 티나는 이렇게 소질이 있고 잘 해내고 있다. 칭찬 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나 싶다. 근데 주인공은 질투심을 보인다. 나보다 더 잘한다고, 애들이 흔히 보이는 시기가 아닌 진짜로 질투심을 보인다는 거다. 주인공은 다름과 재능을 인정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마물떼와 싸울 때 티나도 합류 시켜 협동심으로 대처 했더라면 어땠을까.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사냥을 나가서 둘이 협동해서 마물을 쓰러트린 적이 있다. 이런 걸 경험으로 습득해 미래를 대비했더라면 좀 더 희망적 관측을 바라볼 수 있지 않았을까. 주인공은 싸우며 죽어가던 그때도 티나가 지원을 왔는데 '왜 왔냐'라고 지껄인다. 그녀의 회복술과 지원마법이 있다면 마물떼 따위 압승이다. 그런데 단순히 마물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마물떼를 뒤에서 조종하는 누군가의 존재 또한 염두에 두지 않는다. 마물과 싸우면서 이 정도의 마물떼라면 아버지와 아버지의 동료들의 능력으로도 대처가 가능한 수준이다. 근데 전생에서 아버지가 죽임을 당했다면 마물떼 뒤에 뭔가가 있다는 걸 누구라도 알 것이다. 그렇다면 혼자선 대응이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한참 뒤에나 한다.


결국 마족이 연루되어 있었고 주인공 혼자서는 대처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오게 된다. 100보 양보해서 이런 사태를 접했다면 반성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되지 않을까? 16살이 되면서 부모님은 자식의 말이라면 믿었을 거라는 뉘앙스가 있다. 일찌감치 부모님을 설득해 마을의 안전을 도모했다면 어땠을까. 아버지를 더욱 수련 시키고 히로인 티나와 삼위일체로 대처했다면? 아들을 도우려 달려온 아버지가 마족에게 두들겨 맞아서 죽기 직전까지 내몰려도 이런 반성은 없다. 아버지를 더욱 강하게 성장시켜 드렸다면 어땠을까. 아버지는 능력이 된다. 다만 강적을 만나 싸우며 경험을 습득하지 못한 죄를 아들에게서 받게 되어 빈사에 내몰린다. 주인공은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반성은 없다. 결국 아버지를 살린 건 티나고, 뒤늦게 합류한 티나 덕분에 마족을 이기게 된다. 이런 티나를 주인공은 질투한다.


히로인 티나는 보호받고 싶지 않아 한다. 그저 주인공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을 뿐이다. 그녀는 오직 이 일념 하나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녀의 바람은 보답받지 못한다. 왜냐면, 주인공 전생에 이미 좋아하는 여자가 있고, 이번 생에서도 그녀 앓이를 해댄다. 이게 필자 주관적이지만 상당히 꼴불견이다. 읽다 보면 어떻게 만나고 좋아하게 되었는지 같은 맥락도 없다. 어쨌거나 결국 이 말은 히로인 티나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는 거다. 어릴 때부터 키워온 그녀(티나)의 마음을 주인공은 몰라준다. 주인공은 언젠가 전생에서 좋아했던 여자를 찾고자 하고, 사랑했다고 떠벌린 만큼 좋아하고 있다. 티나는 주인공의 이런 점을 모른다. 그래서 티나가 마을을 떠나는 주인공을 따라나서면서 파란과 파탄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은 둔감을 넘어 타인의 감정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사실 내 감정을 타인에게 들이미는 것도 민폐이긴 하다.


맺으며: 요약하면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려다 보니 주변을 못 보는 주인공이라 하겠다. 혼자서 짊어지다 나자빠지면 주변에 어떤 피해가 일어날지 같은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히로인에게 도움을 받아놓고 감사한 마음은커녕 왜 더 일찍 알아채지 못했을까 하는 깨달음도 없다. 시놉시스를 봤을 때 주인공 성격 때문에 주변이 죽어나가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아버지의 분투와 히로인의 개입으로 마물떼와 마족을 쓰러트렸지만, 이들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또다시 몰살 코스였을 것이다. 주인공은 이런 점을 알지 못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전생에서도 주인공의 성격 때문에 마을이 멸족하고 사랑하는 이가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작가는 뭔 생각으로 이런 주인공을 만들었을까. 옛날이라면 혼자서 모두를 지키는 주인공이 눈부시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평등 사회로 진입하는 세상에서는 혼자보단 모두를 원한다. 성평등 같은 페미적 발상이 아니라 보수적인 걸 지양하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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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 3 - V+
파르나르 지음, 아야미 그림 / 길찾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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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공주와 잘 살고 있을까? 이세계로 소환된 지구인은 볼 일이 끝났을 때 지구로 돌아가거나 현지에서 터 잡고 잘 살고 있을까? 필자가 예전에 이런 주제로 한가지 결론을 낸 적이 있다. 바로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새로운 마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그야 그렇잖은가. 그동안 힘을 모으게 했던 마왕이라는 구심점이 없어졌다. 힘이 남아도는 용사가 다음으로 자신들에게 칼날이 들이밀어질지 모르는, 누구도 쓰러트리지 못한 마왕을 무찌른 용사가 만일 일탈을 일삼는다면 누가 제어할 것인가 하는 걱정거리는 위정자들에게 새로운 골칫거리로 다가오는 건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고 알랑방귀를 언제까지 뀌어야 할지 모르겠고, 없애려니 마왕을 무찌른 놈인데 암살은 턱도 없다. 그렇담 길은 하나뿐이다. 꼬투리 잡아서 마왕으로 몰아넣고 단체로 죽을 때까지 다굴치는 수밖에.


주인공 '강한수'가 죽지도 않고 회귀를 계속할 때부터 눈치 깠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벌써 7회차에 접어들었다. 뭘 어떻게 해도 집으로는 못 가고 마왕을 무찔러도 계속해서 판타지아라는 이세계로 회귀할 뿐이다. 학원 성적제라는 요상한 교직원 시스템에 맞춰 요구한 데로 성적을 냈건만 맨날 눈을 뜨면 고고학자 '라누벨'의 '용사님, 어서 오세요'다. 이미 복선은 처음부터 깔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자꾸 주인공을 집으로 보내지 않고 잡아두려고 하는가는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마왕을 무찌르려면 매우 강한 용사는 필수조건이다. 그런데 마왕을 무찔렀는데도 시스템은 용사를 필요로 한다. 원초적인 뭔가를 빼먹은 거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할까. 그렇담 판타지의 정석인 그 마왕이 아닌 진짜 적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 가령 마왕이 된 용사 말이다.


​마왕이 된 용사는 어디까지나 위정자들의 시각이다. 진(眞) 마왕을 무찌르려면 어쭙잖은 용사로는 턱도 없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물음이 위정자들에게 던져진다. 명칭은 까먹었는데 단지(밑빠진 독할 때의 장독대) 안에 각종 독충을 집어넣고 살아남은 놈을 약제로 쓴다는 말이 있다. 이걸 현실로 빗대어 본다면? 애들을 마구 소환해서 용사라는 먹음직한 직함을 던져주고 교육해서 강한 놈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교육하다 보면 인지를 초월한 놈 하나 정도는 나오겠지. 그래서 교육을 목적으로 탄생한 세계가 '다중 판타지아'라는 세계다. 주인공 강한수는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가 교육을 당한다. 그리고 힘을 손에 넣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살려고, 집에 가려고 힘을 손에 넣을수록 단지 안에 하나 밖에 살아남지 않는 독충이 되어 간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교직원 시스템을 좋게 보는 것도 아니다. 제일 먼저 타도해야 될 적으로 간주하고는 있다. 


아무튼 이 작품을 필자가 높게 보는 건, 그동안 판타지물이든 이세계물이든 마왕을 무찌른 용사가 그 뒤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는 반면에 이 작품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거다. 마왕이 된 용사가 있고, 이세계에 푹 빠져 본분을 잊어버린 용사도 있다. 그렇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간 용사는 어찌하고 있을까.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용사는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 마왕이 되어버린 용사를 무찌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아무개 씨들을 소환 해댔고 쓸모없는 용사는 대충 '교보재 마왕'을 쓰러트리게 하고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냈다. 이들이 원래의 세계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을까? 방구석 폐인이 이세계 갔다 왔다고 폐인 기질에서 탈출했을까? 아싸가 인싸가 되는 일을 결코 없다. 그저 고급 방범대원만 있을 뿐이다. 이런 게 참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주인공 강한수는 이러한 이세계 시스템을 알게 된다. 결국 강한수는 교직원 시스템에 반발하면서도,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즉, 강한수는 교직원 일동과 판타지아 신(神)을 쓰러트리려면 강해질 수밖에 없고, 강해질수록 교직원 시스템 의도대로 흘러가게 된다. 하지만 강해진 강한수가 마왕이 된 용사를 쓰려트려 줄까는 별개다. 즉, 교직원 시스템은 마왕이 된 용사를 쓰러트릴 때까지 강한수를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낼 마음이 없다면 회귀라는 무한 루프에 빠질지도 모르는, 작가가 설정을 아주 제대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에서 교직원 시스템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거라는 복선은 나왔다. 강한수는 이번에야말로 지구로 돌아가는데 성공하지만, 지구는 외계인이 침공중이다. 여기서 마왕이 된 용사가 파견한 직원을 만나게 된다. 즉, 마왕이된 용사는 진짜로 마왕이된 게 아니다.


여전히 거리낌 없는 강한수의 행보가 돋보이는 에피소드다. 유독 눈에 띄는 건 남자라고 더 고통스럽게 죽이는 것도 아니고, 여자라고 봐주는 것도 없다는 거다. 현실에서 평등을 주제로 교육을 한다면 이 작품을 교보재로 쓰는 건 어떨까 싶다. 비꼬는 게 아니고, 그만큼 남녀 구분 없이 목숨을 빼앗는데 있어서 평등하다는 것이다. 날조와 선동은 해대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은 아니다. 쳐들어오는 적은 누가 되었든 공평하게 벌을 내린다. 이 말은 사실 악당이 아니어도 강한수에게 칼을 들이밀면 가차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농팽이치는 다른 용사를 혼쭐 내주기도 하고, 들어오는 공은 쳐내지 않는다. <- 참고로 이 말은 고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덤으로 멀쩡한 지구를 반파 시키고도 뻔뻔함은 우주 최강급으로 내 탓이  탓이 되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마왕이 나타나고 시작의 마을을 떠나 동료를 모으고 마왕을 무찌르고 엔딩을 맞이하는 주인공의 단조로운 움직임을 넘어선 모든 영역을 넘나드는 모험심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는 거다. 마왕이라는 틀은 같이하지만, 회귀라는 설정을 통해 주인공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령 능력치를 모으다 보니 종족이 마왕이 되어 버렸다든지, 특히 이번에 폭사 당해서 새로운 생명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그리는 장면들은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다. 이세계 전생했더니 말도 못하는 아기 때부터 활약하리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지구로 돌아가려는 이유 중 하나가 부모님을 뵙고 싶은 건데 이세계에서 자신을 낳아준 엄마가 존재한다. 그 엄마는 다 죽어가는 망국(망한 나라)의 왕녀고, 쫓기는 중에 주인공을 낳았다. 이러한 설정은 일본 여느 이세계물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작품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


맺으며: 1~2권에서 뿌렸던 복선이 제법 회수되었다. 회귀의 진정한 목적과 이세계는 다중 세계라는 얼핏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맞았다고 할까. 그야 수많은 용사들이 한 개의 세계에서 바글바글 거릴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이세계 '판타지아'의 설정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이전부터 느낀 거지만 먼치킨의 극을 보여주면서도 왠지 그렇지 않은 느낌을 들게 하는 작가의 필력이 좋다. 이세계물 특유의 스킬 트리를 많이 보여주지만 설명은 짧게 하는 기승전결이 좋다고 할까. 거기에 남녀노소 평등하게 가차 없이 보내는 진행은 깔끔하기까지. 다만 조금은 잔인한 장면이 있어서 눈살이 찌푸려지곤 한다. 어쨌거나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회귀하다 못해 아기로 태어나는 장면을 들 수가 있다. 정말 현실적인 면을 잘 보여준다고 할까. 아무리 강한 주인공이라도 먹지 않으면 죽을 테고, 엄마의 젖을 빠는 장면은 현실미를 들이민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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