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F급 관심용사 3 - V+
파르나르 지음, 아야미 그림 / 길찾기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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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공주와 잘 살고 있을까? 이세계로 소환된 지구인은 볼 일이 끝났을 때 지구로 돌아가거나 현지에서 터 잡고 잘 살고 있을까? 필자가 예전에 이런 주제로 한가지 결론을 낸 적이 있다. 바로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새로운 마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그야 그렇잖은가. 그동안 힘을 모으게 했던 마왕이라는 구심점이 없어졌다. 힘이 남아도는 용사가 다음으로 자신들에게 칼날이 들이밀어질지 모르는, 누구도 쓰러트리지 못한 마왕을 무찌른 용사가 만일 일탈을 일삼는다면 누가 제어할 것인가 하는 걱정거리는 위정자들에게 새로운 골칫거리로 다가오는 건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고 알랑방귀를 언제까지 뀌어야 할지 모르겠고, 없애려니 마왕을 무찌른 놈인데 암살은 턱도 없다. 그렇담 길은 하나뿐이다. 꼬투리 잡아서 마왕으로 몰아넣고 단체로 죽을 때까지 다굴치는 수밖에.


주인공 '강한수'가 죽지도 않고 회귀를 계속할 때부터 눈치 깠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벌써 7회차에 접어들었다. 뭘 어떻게 해도 집으로는 못 가고 마왕을 무찔러도 계속해서 판타지아라는 이세계로 회귀할 뿐이다. 학원 성적제라는 요상한 교직원 시스템에 맞춰 요구한 데로 성적을 냈건만 맨날 눈을 뜨면 고고학자 '라누벨'의 '용사님, 어서 오세요'다. 이미 복선은 처음부터 깔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자꾸 주인공을 집으로 보내지 않고 잡아두려고 하는가는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마왕을 무찌르려면 매우 강한 용사는 필수조건이다. 그런데 마왕을 무찔렀는데도 시스템은 용사를 필요로 한다. 원초적인 뭔가를 빼먹은 거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할까. 그렇담 판타지의 정석인 그 마왕이 아닌 진짜 적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 가령 마왕이 된 용사 말이다.


​마왕이 된 용사는 어디까지나 위정자들의 시각이다. 진(眞) 마왕을 무찌르려면 어쭙잖은 용사로는 턱도 없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물음이 위정자들에게 던져진다. 명칭은 까먹었는데 단지(밑빠진 독할 때의 장독대) 안에 각종 독충을 집어넣고 살아남은 놈을 약제로 쓴다는 말이 있다. 이걸 현실로 빗대어 본다면? 애들을 마구 소환해서 용사라는 먹음직한 직함을 던져주고 교육해서 강한 놈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교육하다 보면 인지를 초월한 놈 하나 정도는 나오겠지. 그래서 교육을 목적으로 탄생한 세계가 '다중 판타지아'라는 세계다. 주인공 강한수는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가 교육을 당한다. 그리고 힘을 손에 넣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살려고, 집에 가려고 힘을 손에 넣을수록 단지 안에 하나 밖에 살아남지 않는 독충이 되어 간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교직원 시스템을 좋게 보는 것도 아니다. 제일 먼저 타도해야 될 적으로 간주하고는 있다. 


아무튼 이 작품을 필자가 높게 보는 건, 그동안 판타지물이든 이세계물이든 마왕을 무찌른 용사가 그 뒤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는 반면에 이 작품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거다. 마왕이 된 용사가 있고, 이세계에 푹 빠져 본분을 잊어버린 용사도 있다. 그렇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간 용사는 어찌하고 있을까.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용사는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 마왕이 되어버린 용사를 무찌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아무개 씨들을 소환 해댔고 쓸모없는 용사는 대충 '교보재 마왕'을 쓰러트리게 하고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냈다. 이들이 원래의 세계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을까? 방구석 폐인이 이세계 갔다 왔다고 폐인 기질에서 탈출했을까? 아싸가 인싸가 되는 일을 결코 없다. 그저 고급 방범대원만 있을 뿐이다. 이런 게 참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주인공 강한수는 이러한 이세계 시스템을 알게 된다. 결국 강한수는 교직원 시스템에 반발하면서도,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즉, 강한수는 교직원 일동과 판타지아 신(神)을 쓰러트리려면 강해질 수밖에 없고, 강해질수록 교직원 시스템 의도대로 흘러가게 된다. 하지만 강해진 강한수가 마왕이 된 용사를 쓰려트려 줄까는 별개다. 즉, 교직원 시스템은 마왕이 된 용사를 쓰러트릴 때까지 강한수를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낼 마음이 없다면 회귀라는 무한 루프에 빠질지도 모르는, 작가가 설정을 아주 제대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에서 교직원 시스템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거라는 복선은 나왔다. 강한수는 이번에야말로 지구로 돌아가는데 성공하지만, 지구는 외계인이 침공중이다. 여기서 마왕이 된 용사가 파견한 직원을 만나게 된다. 즉, 마왕이된 용사는 진짜로 마왕이된 게 아니다.


여전히 거리낌 없는 강한수의 행보가 돋보이는 에피소드다. 유독 눈에 띄는 건 남자라고 더 고통스럽게 죽이는 것도 아니고, 여자라고 봐주는 것도 없다는 거다. 현실에서 평등을 주제로 교육을 한다면 이 작품을 교보재로 쓰는 건 어떨까 싶다. 비꼬는 게 아니고, 그만큼 남녀 구분 없이 목숨을 빼앗는데 있어서 평등하다는 것이다. 날조와 선동은 해대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은 아니다. 쳐들어오는 적은 누가 되었든 공평하게 벌을 내린다. 이 말은 사실 악당이 아니어도 강한수에게 칼을 들이밀면 가차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농팽이치는 다른 용사를 혼쭐 내주기도 하고, 들어오는 공은 쳐내지 않는다. <- 참고로 이 말은 고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덤으로 멀쩡한 지구를 반파 시키고도 뻔뻔함은 우주 최강급으로 내 탓이  탓이 되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마왕이 나타나고 시작의 마을을 떠나 동료를 모으고 마왕을 무찌르고 엔딩을 맞이하는 주인공의 단조로운 움직임을 넘어선 모든 영역을 넘나드는 모험심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는 거다. 마왕이라는 틀은 같이하지만, 회귀라는 설정을 통해 주인공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령 능력치를 모으다 보니 종족이 마왕이 되어 버렸다든지, 특히 이번에 폭사 당해서 새로운 생명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그리는 장면들은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다. 이세계 전생했더니 말도 못하는 아기 때부터 활약하리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지구로 돌아가려는 이유 중 하나가 부모님을 뵙고 싶은 건데 이세계에서 자신을 낳아준 엄마가 존재한다. 그 엄마는 다 죽어가는 망국(망한 나라)의 왕녀고, 쫓기는 중에 주인공을 낳았다. 이러한 설정은 일본 여느 이세계물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작품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


맺으며: 1~2권에서 뿌렸던 복선이 제법 회수되었다. 회귀의 진정한 목적과 이세계는 다중 세계라는 얼핏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맞았다고 할까. 그야 수많은 용사들이 한 개의 세계에서 바글바글 거릴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이세계 '판타지아'의 설정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이전부터 느낀 거지만 먼치킨의 극을 보여주면서도 왠지 그렇지 않은 느낌을 들게 하는 작가의 필력이 좋다. 이세계물 특유의 스킬 트리를 많이 보여주지만 설명은 짧게 하는 기승전결이 좋다고 할까. 거기에 남녀노소 평등하게 가차 없이 보내는 진행은 깔끔하기까지. 다만 조금은 잔인한 장면이 있어서 눈살이 찌푸려지곤 한다. 어쨌거나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회귀하다 못해 아기로 태어나는 장면을 들 수가 있다. 정말 현실적인 면을 잘 보여준다고 할까. 아무리 강한 주인공이라도 먹지 않으면 죽을 테고, 엄마의 젖을 빠는 장면은 현실미를 들이민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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