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티처 8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이승원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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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자들을 가르치며 세계를 유랑 중인 시리우스, 그리고 그의 하렘은 무서운 아저씨들에게 쫓기던 어떤 여자애를 구해줍니다. 여자애의 이름은 '애셜리', 근처 도시에서 미라교 성녀를 맡고 있었던 애셜리는 여신 미라가 자신에게 배교자라는 신탁을 내렸다며 누명을 뒤집어 쓰고 죽임을 당하게 생기자 탈출해서 이곳까지 왔어요. 그리고 시리우스 일행을 만나죠. 다른 누구도 아닌 조그마한 여자에게 무서운 아저씨들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그걸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어요. 투닥투닥 아저씨들을 잠재우고 애셜리를 구한 시리우스와 패밀리는 그녀에게서 자초지종을 듣게 되죠. 어느 날 정신이 해까닥한 대주교가 변절해서 사람들을 못살게 군다고, 자신은 배교자로 낙인찍혀 쫓기고 있다고 전하죠.

 

때묻지 않은 순수함, 자신의 일에 타인이 말려들어 고초를 겪을까 괜찮다며 떠나려는 애셜리. 불우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상처를 보다듬어 주고 살아갈 희망을 전하는 걸 모토로 한 미라교의 교리에 따라 그녀도 여신 미라가 내리는 신탁을 전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보살피며 살아가고 있었어요. 하지만 돈에 환장한 대주교가 교황이 자리를 비운 사이 호랑이 굴에 여우가 되어 사람들을 핍박하기 시작하죠. 점점 신도들도 대주교 편으로 돌아서고 애셜리를 편들어 주는 사람은 갈수록 적어져요. 그러다 결국 목숨까지 위협받기 시작합니다. 도망친 끝에 다다른 곳이 시리우스 패밀리가 있는 곳. 그녀에게 이것은 여신 미라가 인도한 결과일까...

 

이번 이야기는 호랑이 없는 굴에 왕 노릇하는 여우 퇴치하기입니다. 여우는 대주교이고요. 대주교라고 해도 마왕급 최종보스 같은 건 아니고 그의 부하가 조금 정도로 나옵니다. 이 작품 자체가 마왕 퇴치 같은 우중충한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선생이 제자를 가르치며 세계를 여행하는 이야기인지라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요. 게다가 주인공 시리우스는 무능력자라면서 먼치킨으로 이쪽 세계에서 최강을 자랑해서 그를 대적할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싸움 대부분은 제자들에게 수업 명목으로 적을 맞이해도 제자들에게만 거의 다 맡겨두고 자기는 뒤로 빠져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엔 대주교 아들이자 부하라는, 자식을 오냐오냐로 키우면 할아버지 수염도 잡아당긴다는 표본으로 자란 짝퉁 성기사 '베이그'가 이들의 적으로 나와요. 그는 제법 적성이 있어 보이는 불정령 마법을 가지고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 지구가 자기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어요. 타인의 의견 따윈 싸악 무시하고 내 의견만 옳다는, 타인의 감정 따윈 내 알 바 아니고 내 감정만 우선시하는 개망나니를 상대로 시리우스의 제자들은 조금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그러다 '리스'가 그에게 납치되고 말죠. 아직은 배움이 부족해 실수를 저질러버린, 애셜리의 부탁으로 다시 미라교를 되찾아 주려 했던 시리우스는 조용히 살기를 내뿜습니다.

 

이승기가 부릅니다. -너는 내 여자니까~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전투모드로 체인지. 그동안 제자들의 교육과 성장을 위해 한발 물러서 있었던 그는 자신의 안이함을 질타하죠. 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어떻게 뼈를 발라내줄까. 느닷없이 시리어스로 가는겨? 두근두근, 막상막하의 대결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역시나 최강의 시리우스를 상대할 자는 없어요. 아직까지는요. 내 직접 너를 처단해 주마라며 짝퉁 성기사 베이그를 불러내 뼈와 살을 분리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이 작품 자체가 전체연령가 내지는 많이 쳐줘도 12금이라는 것이군요. 여자인 리스가 납치되어 위기감 같은 걸 보여 줬으면 좋았을 텐데 좀 아쉬웠습니다.

 

어쨌거나 지나가는 히로인이긴 한데 애셜리가 대주교와 맞서며 미라교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은 이 작품이 가진 교육과 성장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나고 자라며 세상 물정 모르고 자랐던 그녀가 시리우스를 만나 부조리에 맞서고 고난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지금 자신이 해야 될 일을 깨달아가는, 그러다 여신 미라의 진짜 정체를 알고 나서도 흔들리지 않는 미라에 대한 믿음은 그녀가 성장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죠. 성장에 있어서 고통은 필수, 대주교라는 고통을 맞이해 비록 시리우스와 그의 패밀리가 도와줬다곤 해도 좌절하지 않고 분연히 일어서서 걸어가는 모습은 참 눈부시다 할 수 있습니다.

 

맺으며, 그런데 작가가 강약 조절에 실패해서 이야기 구성이 중구난방입니다. 애셜리 부분을 조금 더 부각했더라면 충분히 감동을 불러올 수 있었는데 역시나 시리우스와 그의 제자들에게 핀트를 맞추다 보니 애셜리의 모험은 빛을 많이 바래요. 기껏 일리스트가 귀엽게 나왔는데 좀 아쉬웠군요. 그나저나 제자면 제자이지 내 여자라느니 줏대 없이 왔다 갔다 하는 호칭 좀 어떻게 안 되려나요. 이상은 제자이고 이성은 내 여자이고, 원래 선생은 제자에게 손을 대지 않아요. 야구 동영상에서나 그러지, 어디 가서 내 제자이자 연인입니다. 그래봐요. 동물원 원숭이가 말하는 것처럼 쳐다보지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쳐다보지 않는다고요. 물론 제자가 미성년이 아닌 이상 그게 범죄니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니 그런 건 아닙니다. 오해는 없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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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8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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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히로인은 언제 봐도 눈부십니다. 보호받는 입장이 아니라 자기 의지로 적을 맞아 싸우는 것, 힘이 없다 하여 좌절하지 않고 세상 모든 게 적이라 하여 기죽지 않고 똑바로 맞서가는 것, 있을 곳을 스스로 만드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그 사람이 돌아봐주지 않는다고 시기하지 않고 그 사람이 바라보는 여성에게 질투하지 않는 것, 이 모든 것을 뛰어넘었을 때 비로써 히로인의 손에 들어오는 것은... 노출증 환자 토끼귀 '시아'가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에피소드입니다. 그동안 비참할 정도로 주인공 하지메에게 앵겨 붙다가 드디어 그에게서 [특별한]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되는군요.

 

아인족 통틀어 유일하게 격세유전을 타고났던 시아, 그녀를 보호하고 싶었던 일족, 아인 종족 규율에 따라 마력을 가진 아인은 없앤다는 장로회의 결정을 피해 달아났다가 일족과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제국에 잡혀가 노예로 살아야 했던 비참한 삶, 그것을 보고 시아는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어둡고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와 하지메라는 빛을 만나 강해지기로 했던 그녀, 거기에 발맞춰 당하고는 못 산다는 것에 눈을 뜨고 줄곧 빼앗기기만 했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쳤던 '하우리아 토끼족', 무엇이 이들을 악독한 목따는 토끼로 만들었는가. 주변 환경적 요인으로 살아 갈 수 없다면 그에 맞춰 진화할 수밖에 없는 생물로서의 본능에 충실해 미치광이 집단으로 변해버린 토끼족이 저지른 제국과의 전쟁의 결말은 하우리아족의 승리로 마감하였습니다.

 

개선한 군대처럼 아인 종족이 서식하는 페어베르겐으로 귀환한 하우리아족과 하지메 일행을 열혈이 맞이하는 아인 종족들의 이중성이 쩔어줍니다. 토끼족 전체에게 사형을 내렸던 장로회는 하우리아족 우두머리 '캄'에게 제압 당한 끝에야 하우리아족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로써 시아를 지키기 위한 하우리아족의 몸부림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려요. 그리고 하지메 일행은 대미궁중 하나인 하르치나 수해에 도전합니다. 여담으로 하우리아족을 개변시킨 건 주인공 하지메이지만 그는 모르는 척, 대미궁에 도전하기 전 야밤에 시아를 찾은 하지메, 드디어 시아도 한 명의 여자로서 그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르치나 수해에 도전하면서 이들은 인간관계를 시험받습니다. 그동안 여러 대미궁에 도전하면서 갖은 고생을 다 하였지만 이번엔 인체적인 것보다 정신 공격을 받아요. 사람이라면 근본적으로 공포를 느끼는 그것, '바'로 시작하는 검고 딱딱한 주방의 적이 이들을 맞이해서 온갖 정신 공격을 감행하죠. 연심에 반대되는 것, 호감의 반대는 무엇일까.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존재가 미치도록 미운 존재로 탈바꿈하는 전대미문 던전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사람의 나약한 곳을 파고들어 의지를 뒤엎는 세계, 하지만 하지메 일행은 우리의 우정과 유대는 이런 거지 깽깽이 같은 짓에 놀아나지 않는다는 굳은 결의 같은 걸 보여주죠.

 

그런데 이러한 유대와 우정을 보여주며 아름답게 흘러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작가가 공공연히 자기는 중2병 환자라고 떠드는 작품에서 아름답고 고결한 장면이 나올 리 없어요. 중2병이 작렬하고 백색 뭐시기 액체가 굴러다니는 등 지저분합니다. 낯간지러운 대사가 여과 없이 나와요. 오글거림의 본산을 찾으라면 여기겠죠. 작가가 라이트 노벨의 진수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요. 그렇게 하지메 일행은 '바'로 시작하는 검고 딱딱한 무언가와 사투를 벌이며 하르치나 수해가 선사하는 시련을 극복해 나갑니다. 그리고 손에 넣어요.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단서를요. 또한 짝퉁 신과의 전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복선도 투하되죠.

 

후반부, 서로가 서로의 존재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외전 형식으로 들어가 있어요. 여기서 각자가 생각하는 동료들에 대한 마음이 나오죠. 참으로 아름답고 인간적이라 할 수 있어요. 시아가 전하는 동료들의 평가엔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럽고, 그리고 그  어떤 난관에도 굴복하지 않고 나아갈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어요. 이제는 가족과도 같은, 서로가 살아온 시간이 다르고 앞으로 살아가는 시간 또한 달라도 지금 이 시간만은 틀림없는 같이 살아가는 현실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시아'는 이 작품에서 가장 극적인 히로인이라 할 수 있어요. 죽음에 순응하지 않고 자기 발로 미래를 개척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온 억척스러운 히로인이죠.

 

맺으며, 써놓고 보니 뭔가 동화 같은 분위기일 거라는 느낌인데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중2병도 중2병이지만 수해에서의 전투는 지루합니다. 하지메가 연성사로써 최강의 힘을 발휘한다지만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별별 온갖 무기들을 등장시키는 것에서 오히려 위기감 저하로 산만함만 선사해요. '바'로 시작하는 검고 딱딱한 무언가의 정신 공격으로 팀의 분위기가 깨어지고 유대를 시험받으면서 쫄깃해지는 부분도 있지만 주인공 앞에 해결하지 못할 것은 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반감을 일으키는 건 하지메의 아랫도리에 돌진하는 히로인들이군요. 여성 히로인이 많이 나오는 것치고 재미있는 걸 별로 못 봤는데 아무리 이유 있는 호감도라지만 너무 노골적인 돌진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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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나이=(이퀄) 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 7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이경인 옮김, M다 S타로 일러스트 / 서울문화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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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는 그동안 복선으로 뿌려왔던 마왕이 등장하고 처절하게 서민적이고 언제나 부들부들 떨던 모습을 보였던 에디타 선생님의 완전한 부활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를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무엇보다 멋있게 그리고 처절하리만치 아름답게', 일러스트레이터 M다 S타로가 자아내는 고혹적인 인체의 신비가 한몫 더해서 작중 분위기는 장난 아니게 변화를 맞이합니다. 무엇보다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건 에디타 선생님의 부활이 되겠군요. 엘프족의 고결함의 상징인 하이엘프로써 수백 년이나 살아왔으면서도 일상생활에서의 고양이 앞에 쥐처럼 언제나 부들부들 모드였던 그녀, 다나카가 아니었으면 유령이 되어 이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의 아픈 기억...

 

풀떼기를 먹으며 유감스러운 소설로 근근이 연명해갔던 그녀, 하지만 이제 그런 과거 따위 다 날려주겠다는 양 휴가차 들렸던 대성국에서 멋지게 일어섭니다. 과거 수백 년 전 마왕이 등장하자 대마도사라는 직업으로 용사 파티에 낑겨 모험을 했던 그녀, 그 끝에 훈훈하고 동화 같은 판타지처럼 마왕을 타도하고 용사는 공주와 맺어지고 파티원들도 금의환향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지 못한 비극, 동료의 배신은 그녀로 하여금 수백 년이나 부들부들 모드로 살게 하였습니다. 어리바리하고 타인의 감각에 다소 무관심했던 그녀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신을 죽이러 오는 옛 동료 때문이었다는 것도 밝혀집니다.

 

대성국 에피소드에 진입하면서 작중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싸구려 야설을 보는듯한 주인공 다나카의 뇌내 망상이 많이 줄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갑자기 마왕 부활이라는 큰 복선이 회수되어 버렸거든요. 그동안의 업적을 기려 페니 제국의 왕이 하사한 휴가를 만끽하러 들렀던 대성국에서 맞이한 마왕 부활, 그리고 용사하면 떠오르는 단어 고결하고 청결함의 대명사인 성녀의 지저분한 과거가 드러나면서 에디타 선생님 과거 또한 드러나요. 성녀는 과거에 저질렀던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에디타 선생님 말살에 돌입하고 에디타 선생님은 성녀에게 붙잡혀 오늘내일하던 차에 다나카의 난입으로 상황은 꼬여만 갑니다.

 

이 부분이 참 가슴 졸이게 합니다. 이 작품의 분위기가 원래 이랬나 싶을 정도인데요. 그 왜 죽음 직전에 몰린 동료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이 흑막에 다가갈수록 그 동료는 더욱 죽음에 가까워지는 분위기 있잖아요. 조금만 더 전진하면 동료를 구할 수 있는데 벽 하나 사이에 두고 동료의 위치를 찾는 긴박함 같은 거, 이 분위기에 취해 필자는 새벽까지 잠을 못 잤어요. 야설에 개그 일색이었던 이 작품에서 이런 분위기를 자아내니 모처럼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발짝만 더 가면 에디타 선생님을 구할 수 있는데, 하지만 그녀는 다나카의 활약에도 살기 위해 같이 잡혀있었던 부들부들 모드 동료 소피아와 함께 도주극을 펼치죠.

 

도주극을 벌이던 중 성녀의 부하인 동쪽 용사에게 잡혀버린 소피아, 그동안 다나카와 접점을 만들며 타인과의 교류도 넓혔던 그녀는 자신만 소중한 것이 아닌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죠. 그래서 그녀는 소피아를 외면하지 못해요. 잡히면 고문당한 끝에 죽임 당한다는 걸 알면서도 소피아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 높은 러키 스테이터스로 그동안 각종 위기를 넘겨왔던 소피아는 이번에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위기를 맞이해요. 거기서 에디타 선생님이 할 수 있는 건, 그리고 때마침 성녀에 의해 부활하는 마왕, 봉인이 깨어집니다. 수백 년 전 성녀의 배신으로 용사 파티가 전멸하고 겨우 살아남았던 대마도사 에디타 선생님이 모든 마력을 짜내 봉인했던 마왕의 부활이 가지는 의미...

 

그 봉인이 깨졌습니다. 이게 가지는 의미 '지금의 나는 최강이라고?!'같은 중2병 대사를 날리며 진정한 대마도사로 부활하는 에디타 선생님, 일러스트도 한몫해서 감동 그 자체군요. 마왕을 씹어먹을 만큼 강대한 힘을 자랑하는 에디타 선생님의 부활, 그녀를 대적할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마왕은 다음을 기약하며 내빼는데... 어쨌건 마왕이 부활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 고결함의 상징인 성녀는 무엇보다 더러웠다는 진실을 남긴 채, 도망가 버린 마왕과 간신히 목숨을 건진 성녀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현실에서 대성국을 적으로 돌려버린 다나카의 앞 날이 캄캄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에디타 선생님을 죽여서 수백 년 전 저질렀던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 했고 마왕을 꼬봉으로 부리려 했던 성녀를 저지했으니 다나카의 입장은 말이 아니게 되었죠.

 

진실이야 어떻든 세간에서 성녀의 인식은 마왕을 타도하는 최전선에선 인류의 편이자 고결함의 상징으로 되어 있거든요. 그러니 다나카나 에디타 선생님이 아무리 호소해도 소용이 없겠죠. 그래서 다나카는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성녀를 괴롭히고 마왕까지 부활시킨 대죄인으로 몰려 세상 모든 나라가 적이 될 것이고 대성국도 공격해올 것이고 마왕도 날뛸 것이고... 그나마 에디타 선생님이 마왕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긴 한데 부활은 했다지만 수백 년이나 부들부들 모드로 살아온 게 하루아침에 고쳐지진 않는다고, 그래도 그에겐 많은 동료가 있습니다. 마도 귀족도 말만 잘하면 도와줄 것이고 크리스티나나 곳골도 도와주겠죠.

 

맺으며, 이번 이야기는 인연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만남은 최악이었어도 같이 부대끼고 한솥밥을 먹고 하면서 어느새 곁에 있는 게 당연한 것처럼 흘러가는 일상, 극적인 변화는 크리스티나라 할 수 있어요. 그녀 역시 에디타 선생님 못지않게 부들부들 모드이면서 허세로 무장해서 말보다 배빵으로 상대를 하직 시켜버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가 미아가 되어버린 에디타 선생님과 소피아를 찾아 동분서주를 하고 곳골에게 쏟아지는 사람들의 악의를 막아주는 것에서 참 많은 변화를 보게 되죠. 후반부 가서는 천진난만하게 낚시에 취미 붙인 것에서 앞으로 다가올 대성국과 마왕과의 싸움이라는 태풍전야 같은 분위기도 자아냅니다.

 

그나저나 에스텔의 에피소드도 나오지만 결국 그녀는 리타이어 확정에 가까워졌군요. 기억상실에 빠져 처음으로 돌아갔던 그녀가 얼마 후 기억이 돌아왔다는 복선을 남겨서 마음 아프게도 했었는데요. 성격 때문에 탈선해서 그렇지 그녀만큼 히로인으로써 일편단심인 인물도 없죠. 하지만 첫인상이 그렇다 보니 이미 다나카는 그녀에게서 마음이 떠나 버린 게 그녀로써는 불행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어쨌건 이번 이야기는 마왕의 부활로 인연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래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죠. 입으로는 서로가 으르렁 거려도 알게 모르게 챙겨주는 모습들이 흐뭇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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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용사는 복수의 길을 웃으며 걷는다 3 - L Books
키즈카 네로 지음, Sinsora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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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만큼 돌려주고, 맞은 게 있으면 때려주는 게 사람 사는 인정 아니겠어요. 날 보호해주지 않는 법 따위에 기대어 눈물만 찍어내봐야 변하는 건 없어요.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 인생에 있어서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껄이는 사람은 갈가리 찢어지는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또 다른 가해자일 뿐이라 생각해요.라는 게 이번 에피소드를 요약하면 그렇습니다. 좋아서 용사가 된 것도 아니고 좋아서 이세계를 구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게 살아갈 뿐인 사람을 억지로 불러다 마왕을 무찔러 달라고 하니 이 미치도록 공허한 마음 달랠 길 없네...

 

향수병이 도져서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을 달랠 길 없이 미치도록 마물을 사냥하고 돌아다닌 끝에 니들이 그토록 바라는 마왕을 무찔렀더니 돌아오는 건 등에 칼이라... 이 정도면 악에 받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그래서 주인공 카이토와 히로인 미나리스가 벌이는 복수극은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분간을 힘들게 합니다. 복수할 당사자에게만 국환 되지 않은 주변 인물까지 싸잡아 괴롭히고 끝끝내 자비 없는 죽음을 내리는 카이토, 마술사 '유미스'를 맞이해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 최대한의 고통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끝에 고문은 양반으로 치부되는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잡아다 고통 속에 죽이는 모습에서 혀를 내두르게 해요.

 

그리고 유미스의 이복동생 슈리아를 복수 대행자 즉 동료로 끌어들이죠. 미나리스에 이어 두 번째 동료인 슈리아는 언니 유미스의 꾐에 빠져 마법 의식 제물이 된 소녀이죠. 그리고 그녀의 엄마와 여동생은 일찌감치 유미스의 먹이가 되어 버렸고요. 이후 그녀 역시 유미스의 먹이가 될뻔한 걸 카이토가 구해주며 동료로 들어오라 꼬드기고 그렇게 카이토의 동료가 되어 언니에게 복수극을 펼칩니다. 가히 그로테스크가 따로 없을 정도로 카이토와 연합한 그녀의 복수극은 한편의 드라마 그 이상으로 다가와요. 그리고 복수 끝에 찾아오는 건 허무일까 또 다른 희열일까.

 

'광기' 이 작품을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이 단어일 것입니다. 자신의 복수를 위해 애꿎은 사람들까지 희생 시키며 복수 당사자에게 최대한의 고통을 주는 것, 이것은 복수 그 이상에서 오는 광기일 뿐 그 무엇도 아니게 돼요. 결국은 아무 죄 없는 유미스가 좋아하는 사람까지 희생 시키며 유미스로 하여금 좌절과 고통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모습과 그런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카이토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은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모르게 되죠. 용서는 없다. 내가 받은 고통 그 이상을 줄 것이다.라는 게 카이토의 생각이죠. 그 과정에서 타인의 희생 따위 그에겐 별것 아닌 것에서 명분은 찾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런 주제에 마왕 레티시아와의 에피소드는 뭐가 그리 애틋한지 마치 사랑의 열병을 앓는 것처럼 과거를 회상합니다. 향수병이 도지고 이세계에서 용사로 살아가는 것에서 환멸을 느껴가던 어느 날 던전에서 만난 레티시아, 첫 만남은 좋아하는 이성에게 장난을 치고 싶은 초등학생처럼 둘은 앙숙같이 으르렁대며 티격태격 해댑니다. 서로의 단점을 까발리며 주먹다짐하는 초딩 커플처럼 대머리니 뭐니 하며 오랜만에 핑크빛을 자아내요. 그런 둘이 던전을 돌파해 지상으로 나가기 위한 시련을 부여받아 서로의 어깨를 빌리며 노력을 해가요. 그러다 카이토는 문득 그녀에게서 잿빛투성이였던 이세계서 만난 희망이라는 불빛을 보게 되죠.

 

뭐랄까 레티시아는 기가 상당히 쎄다 할 수 있어요. 마왕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사람을 굴려 먹으려는 심보가 고약해요. 하지만 그녀에게 악의는 없어요. 카이토에게 주방장이라는 직함을 내리고 매일같이 그에게 밥을 대령하라 호령을 합니다. 카이토는 투덜거리며 밥을 만들어 대령하죠. 보고 있으면 흐뭇함에 절로 미소가 떠올라요. 꼬맹이 같은 모습에 외견으로 놀리면 방방 뛰는 모습이 귀엽죠. 카이토는 그런 그녀에게서 지처 버린 마음을 치유했던 게 아닐까 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번 레티시아 앓이를 할리가 없거든요. 하지만 두 번째 삶을 살게 된 지금은 아직 그녀를 만나기 전, 다시 만나게 되면 첫 번째 생에서 느꼈던 희망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맺으며, 레티시아 에피소드를 거치며 유일하게 제정신인 사람은 레티시아 밖에 없다는 걸 알게 돼요. 왜 그렇게 주인공 카이토가 레티시아 앓이를 하는지 알 거 같은, 등장인물 면면들이 하나같이 정신병을 앓고 있는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정상인처럼 나오지만 이것도 카이토의 과거 회상일 뿐인지라 미화되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어쨌건 이 구역에서 미친X은 나다라며 강렬한 첫인상을 보여주는 성녀의 등장으로 더욱 그녀의 평범함은 부각되고 있다 할까요. 그건 그렇고 작가가 분량 조절을 잘 못하는군요. 이야기를 좀 질질 끄는 면을 보여줍니다. 유미스를 괴롭히는 장면도 그렇고 레티시아와의 에피소드는 던전 탈출이라는 이야기로 도서 절반을 차지해버리는지라 읽는데 좀 고역이 아닐 수 없었군요. 그래서 레티시아와의 인연은 결국 뭔데 같은 뜬구름 잡는 격이 되어 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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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할 수 있는 몰래 돕는 마왕토벌 3 - Novel Engine
츠키카게 지음, bob 그림, 정대식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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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엔 크게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어요. 그래서 이번엔 리뷰가 아니라 감상 정도로 끝낼까 합니다. 용사가 소환되고 3개월, 참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야 용사 레벨업 프로젝트는 본 궤도에 올라 가게 되었군요. 토도를 위시한 그의 파티는 이번엔 마음잡고 골렘 벨리에서 레벨업을 목표로 수련을 시작하죠. 그리고 이들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했던 아레스는 여전히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이들을 바라보며 서포트에 매진하고요. 여기에 신규 캐릭터이자 감초역으로 '스테판'이라는 덜렁이 마도사+승려가 나와요. 아레스는 교회 본부에 인력을 파견 해달라는 주문을 넣었는데 하필 도착한 게 교회에서도 두 손 다 들어버린 스테판이 오게 되죠. 이번 이야기는 그런 그녀가 아레스의 가르침 아래 좌충우돌 활약기를 그리고 있어요.

 

스테판, 얼마나 덜렁이 짓이 심하면 주변에서 그녀의 변명을 스테이(stay!)로 지을 정도인데요. 얘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엎어지고 잘 가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요. 한눈팔면 금세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도 없어요. 누가 찾아주지 않으면 평생을 밖에서 헤맬 그런 아이가 바로 스테판이라는 소녀랍니다. 그러다 결국 아레스는 어디 못 가게 그녀의 손을 붙잡아 끌며 용사 뒷바라지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죠. 그런데 레벨은 용사의 두 배나 되는 70을 넘기고 모든 정령 마법을 마스터해서 아레스 다음으로 강하다는 시추에이션을 보여 줘요. 그래서 낭떠러지에 떨어져도 죽지 않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죠.

 

아레스는 골치덩어리인 그녀를 써먹을 수 있게 수련 시키는 등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안쓰럽게 다가와요. 용사가 이제야 마음잡고 레벨업에 매진하는데 덜렁이 스테판으로 인해 고생길은 여전하죠. 거기에 스테판에 대항해 캐릭터가 엷여저버려 존재감이 희박해져버린 에밀리아도 나 좀 봐주세요. 하고 아레스에게 어필하는 게 개그로 다가와요. 그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면서도 질투심은 얼마나 강한지 아레스의 곁에 여자가 있는 걸 싫어하면서도 내색을 잘 안 하고 그러다 자길 안 쳐다봐주면 삐져서 찬바람 횡횡하는 게 아레스에게 있어서 여난도 이런 여난이 없지 싶어요. 사실 알고 보면 용사의 정체도 그렇고 교회에서 내로라하는 이단 심문관 꼴이 말이 아닙니다.

 

정말 이번 리뷰는 쓸게 없군요. 이전엔 그나마 용사가 뻘짓 해줘서 쓸만한 게 있었는데 용사의 정체가 밝혀진 데다(아레스는 아직 모르지만요.) 이제야 마음잡고 레벨업에 매진하고 있어서 크게 이벤트 다운 이벤트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도 이대론 망하겠다 싶었는지 덜렁이 스테판을 기용하지 않았나 싶더군요. 시종일관 그녀가 내뿜은 덜렁이 짓 개그로 인해 몰입도는 좋습니다. 거기에 대항해 에밀리아도 존재감을 과시하며 4차원적인 짓을 벌이는 게 매련 포인트로 다가와요. 아레스는 여난을 피하기 보다 기회로 삼아 스테판을 팔아선 부족한 물자를 충당하는 등 합리주의자 같은 성격을 보여주죠.

 

맺으며, 딱히 의미하는 것도 없고 시사하는 것도 없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있다면 평소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것 정도?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앞뒤 생각 안 하고 돌진하는 용사를 돌봐야 하고 덜렁이를 맡은 것도 모자라 새침데기 에밀리아를 보살펴야 하는 지경에 이른 주인공의 불쌍함이 있어요. 레벨은 90대로 마왕도 씹어먹을 수 있지만 용사 인자(?)가 없다 보니 그러지 못하는 불운함, 모든 게 부족한 물자와 빈약한 인력으로 최선의 결과를 내놔야 하는 샐러리맨의 비애가 있죠. 그래서 그런지 삐뚤어진 성격으로 인해 아룡 글레샤를 협박해서 용사 파티에 집어넣어 스파이로 써먹고 스테판을 굴려서 돈을 만들어 내요. 써먹을 수 있는 건 무엇이든 써먹는다는 그의 주의엔 좀 섬뜩한 면이 있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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