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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6 - S Novel+
타나카 유 지음, Llo 그림, 신동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뜸 본론부터 말하자면 1~5권은 이번 6권을 위해 존재하였던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짜릿짜릿하고 뭉클하였군요. 이 작품은 그 흔한 이세계 먼치킨 계열이긴 합니다. 주인공(스승)이 현세에서 죽어 이세계로 넘어와 칼로 환생한다는 특이한 소재이죠. 칼로 환생했다고 해도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었지만 마력을 빨아들이는 땅에 꼽혔을 때 오늘내일해야 되었다는 점에서 자유도가 그렇게 높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을 써줄 주인이 필요했고 마침 노예 상단을 덮친 곰 마물에 죽임을 당할뻔했던 프란을 만났을 때, 운명이란 이런 건가 싶었을 거고 그래서 그 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그녀의 바람을 들어 주었던 게 정답이었다는 듯이 지금 그 소녀는 긴 여정의 끝에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됩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의 죽음을 눈앞에서 봐야 했고, 노예로 잡혀 괴로운 나날을 보내야 했고, 싸우다 매번 중상을 입기도 했고,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여행을 했던 그녀에게 다가왔던 수많은 만남 뒤에 찾아온 이별을 통해 그녀의 감정은 메말라 버린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무뚝뚝했죠. 하지만 많은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결국 눈물짓던 모습에서 얼마나 그녀가 감정을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있기도 하였군요. 서러움이랄까요. 수백 년간 이어져온 흑묘족의 비참한 처지를 봐야 했고, 부모에 이어 자신도 진화라는 주박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여행을 하였지만 돌아오는 건 없고 이별만 있는 삶이라. 그렇기에 감정이라는 둑이 한번 무너지면 그것만큼 슬픈 장면도 없을 거라고 역설하기 시작하는데 그동안 이 작품을 보면서 뭐 이런 게 다 있냐고 독설 날린 게 미안해질 정도로 이야기는 극적이 되어 갑니다.
주인공이 이세계에 눈을 뜨고 프란과 만나게 되는 마랑의 평원에서 시작된 여행의 종착점, 울무토라는 마을에서 진화의 단서를 찾아가던 이들에게 밝혀지는 흑묘족의 비밀과 진화의 조건, 그리고 흑묘족을 노예로 만들었다는 의혹이 있는 '수왕'()과의 만남은 프란과 스승에게 전환점을 제시합니다. 이 작품이 그나마 나무야 미안해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 건 위에는 위가 있다는 것처럼 아무리 먼치킨 계열의 이야기라도 자신(주인공)보다 더 강한 존재는 얼마든지 있다고 역설하기 때문입니다. 수왕을 만났을 때 프란은 그의 강함에 극심한 공포를 느껴 실금을 해버렸죠. 호위 또한 '아만다(하프엘프)'급으로 강했고, 이번 무투제에 출전한 모험가와 여러 사람들 또한 프란보다 강한 존재는 얼마든지 있다고 소개하고 있기도 한데요.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프란은 무투제를 통해 흑묘족은 허약하고 땅을 기는 찌질이가 아니라고 보여주려 하죠. 무투제란 토너먼트식 베틀로얄입니다. 자신(프란)보다 강한 존재들이 득실 거리는 싸움터에서 그녀와 스승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먼치킨 특징이 아무리 험난한 싸움이라도 반드시 이긴다는 것이겠죠. 그러나 이 작품은 먼치킨을 지향하면서도 그런 거 없어요.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위에는 위가 있다는 것인데 그것을 충실히 이어가려 합니다. 아직은 미숙한, 스승을 만나 강해졌다고는 해도 어린 나이에 기고만장 해지는 걸 막고자 이야기는 그녀에게 이쯤에서 멈추라고 하죠. 이 과정에서 상당히 짜릿짜릿함을 선사합니다. 보통 먼치킨물에서는 싸우긴 하는데 거의 호각 내지는 우위를 점해 별다른 피해 없이 종결 시키는 것에 비해 정말 죽을 둥 살 둥 접전을 펼쳐 가죠.
본선에서 다들 프란이 지는 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지만 스승의 말 한마디 [이 공기가 바뀌는 순간이 기대되네.]라는 부분은 정말 찌릿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작중 분위기를 느껴보란 듯이 위기 속에서 능력을 조금식 발휘해가는 프란과 스승의 싸움 방식은 오랜만에 두근거림을 느끼기도 하였군요. 그렇게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고 흑묘족은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며, 단순히 무뢰배를 찌부러 트리며 싸움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 아닌 무언가 목표를 두고 전진하는 모습은 여느 먼치킨과는 차별을 두고 있지 않나 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라노벨의 한계는 분명 있습니다. 약하지만 강한 상대로 이긴다는 클리셰, 하지만 한계도 분명 있다고 역설하면서 식상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할까요.
어쨌거나 흑묘족의 비밀과 진화의 조건을 알았으니 이제 돌파하는 것만 남았습니다. 500년간 흑묘족 전체가 그토록 바랐던 것, 그것을 뛰어넘는 자, 최대 스포일러라서 더 이상 언급을 못하는 게 참담하군요. 하지만 무뚝뚝하고 감정이라고는 바늘 끝만큼이나 찾아 볼 수 없었던 프란이 대성통곡을 해버렸다는 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군요. 그것은 절망에서 오는 대성통곡이 아니라는 것에서 가슴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진화가 막힌 이유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감정이 들기도 하였군요. 하지만 수백 년이 지난 시점의 후손들이 선조가 저지른 죄를 독박 쓰는 건 잘못되었다는 느낌도 받았고, 작중에서도 그것은 잘못이라며 여신(女神)은 기회를 주려 하죠. 분명 여기가 프란과 스승에게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수왕'의 비밀도 재미있습니다. 결국은 사람의 가치관이란 누구의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틀려진다는 걸 보여주죠. 500년간 수인족 정점에 군림했던 공포의 대상이었던 수왕(수인족 왕) 계보를 이었던 현 수왕은 어릴 적 '키아라'라는 흑묘족 여성을 만났던 게 그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프란이 울무토에서 진화의 단서를 찾을 수 있었던 건 '키아라'라는 여성의 존재도 한몫했죠. 50년 전 프란처럼 진화의 단서를 찾아 마을 사람들을 도와주고 동분서주한 끝에 실종되어버렸던 그녀, 프란에게서 그녀의 모습을 본 울무토 사람들은 프란에게 많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사람은 자고로 착하게 살아야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수왕이 변해가는 모습도 유쾌한 게 프란과 더불어 이번 6권의 최대 흥미 포인트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또다시 프란으로 하여금 이별을 강요합니다. 이것은 슬픈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을 위한 여정, 흑묘족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밝은 쪽으로 끌어 올리기 위한 여행, 사람은 죽었을 때나 여행을 떠날 때 얼마만큼 많은 사람들의 배웅을 받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를 알 수 있다고 하죠. 프란의 강함에 매료된 자, 그 귀여움에 매료된 자, 겉으론 무뚝뚝해서 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지만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겐 한없이 다정한 그녀의 성품에 이끌린 자,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는 프란의 표정은 밝기만 합니다. 이전엔 눈물을 짓던 모습에서 조금은 성장한 듯한...
맺으며, 진화와 흑묘족이 왜 진화를 못했나 하는 비밀이 밝혀지고 스승의 출처도 조금식 공개되면서 앞으로 꽤나 흥미진진해지겠더군요. 정말 1~5권과는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그래서 1~5권 빼고 6권만 추천합니다. 6권 보려면 1~5권도 봐야 하겠지만 나무아미타불이군요. 권선징악적인 요소도 많이 들어가 있지만 이번 6권의 핵심은 프란의 성장이라 하겠습니다. 그동안 스테이터스 쪽으로 계속 성장은 해왔지만, 그것과는 다른 분위기의 성장이라고 할까요.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그런 느낌? 모든 먼치킨 계열 작품이 이렇게만 해준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군요. 스킬과 스테이터스에 기대지 않고, 캐릭터 자신이 노력해서 성장하는 작품은 드문 편이죠. 물론 스킬과 스테이터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전혀 자유롭지는 않지만요. 이번 6권 한정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9점입니다.
- 1, 당연히 지금의 수왕이 아닌 과거의 수왕, 지금의 수왕도 그걸 계승하고 있지 않냐는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