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전생 3 - 이세계에 갔으면 최선을 다한다, Premium Extreme Novel
리후진 나 마고노테 지음, 한신남 옮김, 시로타카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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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 사건에 휘말려 마대륙 끝까지 날아가 버린 루데우스와 에리스, 현세처럼 비행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동차처럼 탈것도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같이 거창한 이동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략적으로 1만키로나 떨어진 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아이들 걸음으로 몇 년이나 걸릴까. 그냥 그 자리에서 사는 것도 괜찮겠지라고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지 않았을까. 같이 간 에리스도 루데우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니 말이다. 하지만 전이 사건으로 가족의 무사가 제일 걱정이었으니까. 그리고 에리스를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야 된다는 사명감도 있으니 남자로서 힘을 내지 않을 수 없었겠지. 그나마 에리스가 귀족 영애 답지 않게 앓는 소리를 안 해서 고구마를 실은 트럭이 마을 입구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게 그로써는 그나마 위안이다.

 

이번 3권은 루데우스와 에리스의 귀향 여정기입니다. 일단은 가족 걱정도 있고 해서 돌아가기로 마음먹죠. 하지만 거리가 거리인지라 엄마 찾아 3만 리 만큼이나 이들에게 놓인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고 할 수 있겠군요. 무엇보다 인마(人魔) 대전이 일어났을 만큼 마족과 인간과의 사이는 좋지만은 않았고, 황량한 대지에 먹을 거라곤 마물뿐이며 땔감조차 마물을 잡아다 써야 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으며 전진해야 될까. 그런 그들은 옆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던 스펠드'루이젤드'를 동료로 삼아, 어쩌겠습니까. 가야죠. 록시에게서 절대 관여하지 말라고 했던 스펠드 족인 루이젤드의 아이 사랑은 남달라서 위험에 처한 이들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도와주는 것이 루데우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아무튼 마을에 들려 모험가 등록을 하고 의뢰를 하며 돈을 모아 여행비로 충당하는 등 전형적인 이세계 모험의 범주에 들어가는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범죄에 연루되기도 하고, 시비에 걸리기도 하고, 그렇게 다사다난한 일상을 보내죠. 그리고 같은 마족에게조차 경원시되는 루이젤드의 오명을 씻어주기 위해 동분서주도 하고요. 여기서 이 작품이 여느 이세계물과 차별을 둔 것은 주인공의 성장이라 하겠는데요. 보통은 힘만 잔뜩 얻어서 이세계로 와 깽판을 치는 것과는 다르게 루데우스의 부실하고 미숙한 내면을 여실히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돈 버는 것에 급급해 타인을 감정 없이 그저 결과물만 나눠 주면 되겠지 하며 이용한다던지, 위험에 처한 모험가를 보고도 이익을 점치다 개입에 늦어 그 모험가가 사망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군요.

 

근데 이야기는 여기서 철학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위험에 처했다고 모든 사람을 도와줘야 할까. 위험에 처했던 모험가는 각오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자기 인생은 자기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하는데요. 문제는 주인공(루데우스)이 이익을 점쳤다는 것인데, 가령 위험에서 구해주고 은혜를 입힘으로써 나중에 이용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더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죠. 전형적인 귀족 다운 마인드라 할 수 있는데 다행히도 루데우스는 이게 잘못되었다는 걸 바로 인지하는 모습에서 성장의 가능성을 보이죠. 타인을 이용하고 이익을 점치고 하는 부분은 사실 현실적이기도 합니다. 그의 전생은 방구석 폐인으로 인간쓰레기였던 그가 이세계로 전생한다고 해서 성격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그게 잘못되었다고 깨달아가며 개과천선을 하려는 모습은 꽤 흥미롭죠. 특히 타인을 이용하는 등 해선 안될 꼼수를 말대가리에게 들통나서 된통 당하게 되었을 때,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책임져야 된다는 메시지를 참으로 직설적으로 던지는 게 와닿기도 합니다. 사람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고 하잖아요. 이 교훈조차 얻지 못했다면 정말 어땠을지, 오히려 신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이렇게 나가면 작가는 더 이상 집필을 못했을 수도 있었겠죠. 1차원적으로 직진만 하는 루이젤드(스펠드 족)와도 의견 차이라던가에서 충돌을 일으키지만 이것도 교육적으로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헤쳐나가야 좋은 관계로 이어질지 가르치는 것이라 할 수 있었군요. 월드 티처라는 작품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여행을 하는 시리우스도 보고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맺으며, 이번 이야기는 루데우스의 내면적 성장을 다루고 있어서 크게 흥미진진한 건 없었습니다. 작가가 유독 힘을 발휘하는 섹슈얼리티가 거의 없다 보니 그냥 여행기에 지나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 행동엔 책임이 따른다는 것, 자기 인생은 자기의 책임이라는 것을 가르치려는 메시지만은 와닿았군요. 인생은 실전이고 꼼수를 부리려다간 참교육 당한다는 메시지. 그건 그렇고 부제목을 저리 지어놓고 왜 그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냐고 하셔도... 루이젤드가 방해해서 그럴 분위기를 내지 못한다고 할까요. 이 작품에서 섹슈얼리티를 빼면 시체인데 루이젤드가 에리스 목욕하는 걸 보려는 루데우스를 막고 있다 보니 루데우스로서는 매일이 나무아미타불이군요. 덩달아 이야기도 건조한 사막이 되어 버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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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6 - S Novel+
타나카 유 지음, Llo 그림, 신동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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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본론부터 말하자면 1~5권은 이번 6권을 위해 존재하였던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짜릿짜릿하고 뭉클하였군요. 이 작품은 그 흔한 이세계 먼치킨 계열이긴 합니다. 주인공(스승)이 현세에서 죽어 이세계로 넘어와 칼로 환생한다는 특이한 소재이죠. 칼로 환생했다고 해도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었지만 마력을 빨아들이는 땅에 꼽혔을 때 오늘내일해야 되었다는 점에서 자유도가 그렇게 높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을 써줄 주인이 필요했고 마침 노예 상단을 덮친 곰 마물에 죽임을 당할뻔했던 프란을 만났을 때, 운명이란 이런 건가 싶었을 거고 그래서 그 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그녀의 바람을 들어 주었던 게 정답이었다는 듯이 지금 그 소녀는 긴 여정의 끝에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됩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의 죽음을 눈앞에서 봐야 했고, 노예로 잡혀 괴로운 나날을 보내야 했고, 싸우다 매번 중상을 입기도 했고,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여행을 했던 그녀에게 다가왔던 수많은 만남 뒤에 찾아온 이별을 통해 그녀의  감정은 메말라 버린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무뚝뚝했죠. 하지만 많은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결국 눈물짓던 모습에서 얼마나 그녀가 감정을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있기도 하였군요. 서러움이랄까요. 수백 년간 이어져온 흑묘족의 비참한 처지를 봐야 했고, 부모에 이어 자신도 진화라는 주박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여행을 하였지만 돌아오는 건 없고 이별만 있는 삶이라. 그렇기에 감정이라는 둑이 한번 무너지면 그것만큼 슬픈 장면도 없을 거라고 역설하기 시작하는데 그동안 이 작품을 보면서 뭐 이런 게 다 있냐고 독설 날린 게 미안해질 정도로 이야기는 극적이 되어 갑니다.

 

주인공이 이세계에 눈을 뜨고 프란과 만나게 되는 마랑의 평원에서 시작된 여행의 종착점, 울무토라는 마을에서 진화의 단서를 찾아가던 이들에게 밝혀지는 흑묘족의 비밀과 진화의 조건, 그리고 흑묘족을 노예로 만들었다는 의혹이 있는 '수왕'(1)과의 만남은 프란과 스승에게 전환점을 제시합니다. 이 작품이 그나마 나무야 미안해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 건 위에는 위가 있다는 것처럼 아무리 먼치킨 계열의 이야기라도 자신(주인공)보다 더 강한 존재는 얼마든지 있다고 역설하기 때문입니다. 수왕을 만났을 때 프란은 그의 강함에 극심한 공포를 느껴 실금을 해버렸죠. 호위 또한 '아만다(하프엘프)'급으로 강했고, 이번 무투제에 출전한 모험가와 여러 사람들 또한 프란보다 강한 존재는 얼마든지 있다고 소개하고 있기도 한데요.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프란은 무투제를 통해 흑묘족은 허약하고 땅을 기는 찌질이가 아니라고 보여주려 하죠. 무투제란 토너먼트식 베틀로얄입니다. 자신(프란)보다 강한 존재들이 득실 거리는 싸움터에서 그녀와 스승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먼치킨 특징이 아무리 험난한 싸움이라도 반드시 이긴다는 것이겠죠. 그러나 이 작품은 먼치킨을 지향하면서도 그런 거 없어요.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위에는 위가 있다는 것인데 그것을 충실히 이어가려 합니다. 아직은 미숙한, 스승을 만나 강해졌다고는 해도 어린 나이에 기고만장 해지는 걸 막고자 이야기는 그녀에게 이쯤에서 멈추라고 하죠. 이 과정에서 상당히 짜릿짜릿함을 선사합니다. 보통 먼치킨물에서는 싸우긴 하는데 거의 호각 내지는 우위를 점해 별다른 피해 없이 종결 시키는 것에 비해 정말 죽을 둥 살 둥 접전을 펼쳐 가죠.

 

본선에서 다들 프란이 지는 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지만 스승의 말 한마디 [이 공기가 바뀌는 순간이 기대되네.]라는 부분은 정말 찌릿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작중 분위기를 느껴보란 듯이 위기 속에서 능력을 조금식 발휘해가는 프란과 스승의 싸움 방식은 오랜만에 두근거림을 느끼기도 하였군요. 그렇게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고 흑묘족은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며, 단순히 무뢰배를 찌부러 트리며 싸움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 아닌 무언가 목표를 두고 전진하는 모습은 여느 먼치킨과는 차별을 두고 있지 않나 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라노벨의 한계는 분명 있습니다. 약하지만 강한 상대로 이긴다는 클리셰, 하지만 한계도 분명 있다고 역설하면서 식상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할까요.

 

어쨌거나 흑묘족의 비밀과 진화의 조건을 알았으니 이제 돌파하는 것만 남았습니다. 500년간 흑묘족 전체가 그토록 바랐던 것, 그것을 뛰어넘는 자, 최대 스포일러라서 더 이상 언급을 못하는 게 참담하군요. 하지만 무뚝뚝하고 감정이라고는 바늘 끝만큼이나 찾아 볼 수 없었던 프란이 대성통곡을 해버렸다는 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군요. 그것은 절망에서 오는 대성통곡이 아니라는 것에서 가슴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진화가 막힌 이유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감정이 들기도 하였군요. 하지만 수백 년이 지난 시점의 후손들이 선조가 저지른 죄를 독박 쓰는 건 잘못되었다는 느낌도 받았고, 작중에서도 그것은 잘못이라며 여신(女神)은 기회를 주려 하죠. 분명 여기가 프란과 스승에게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수왕'의 비밀도 재미있습니다. 결국은 사람의 가치관이란 누구의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틀려진다는 걸 보여주죠. 500년간 수인족 정점에 군림했던 공포의 대상이었던 수왕(수인족 왕) 계보를 이었던 현 수왕은 어릴 적 '키아라'라는 흑묘족 여성을 만났던 게 그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프란이 울무토에서 진화의 단서를 찾을 수 있었던 건 '키아라'라는 여성의 존재도 한몫했죠. 50년 전 프란처럼 진화의 단서를 찾아 마을 사람들을 도와주고 동분서주한 끝에 실종되어버렸던 그녀, 프란에게서 그녀의 모습을 본 울무토 사람들은 프란에게 많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사람은 자고로 착하게 살아야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수왕이 변해가는 모습도 유쾌한 게 프란과 더불어 이번 6권의 최대 흥미 포인트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또다시 프란으로 하여금 이별을 강요합니다. 이것은 슬픈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을 위한 여정, 흑묘족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밝은 쪽으로 끌어 올리기 위한 여행, 사람은 죽었을 때나 여행을 떠날 때 얼마만큼 많은 사람들의 배웅을 받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를 알 수 있다고 하죠. 프란의 강함에 매료된 자, 그 귀여움에 매료된 자, 겉으론 무뚝뚝해서 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지만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겐 한없이 다정한 그녀의 성품에 이끌린 자,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는 프란의 표정은 밝기만 합니다. 이전엔 눈물을 짓던 모습에서 조금은 성장한 듯한...

 

맺으며, 진화와 흑묘족이 왜 진화를 못했나 하는 비밀이 밝혀지고 스승의 출처도 조금식 공개되면서 앞으로 꽤나 흥미진진해지겠더군요. 정말 1~5권과는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그래서 1~5권 빼고 6권만 추천합니다. 6권 보려면 1~5권도 봐야 하겠지만 나무아미타불이군요. 권선징악적인 요소도 많이 들어가 있지만 이번 6권의 핵심은 프란의 성장이라 하겠습니다. 그동안 스테이터스 쪽으로 계속 성장은 해왔지만, 그것과는 다른 분위기의 성장이라고 할까요.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그런 느낌? 모든 먼치킨 계열 작품이 이렇게만 해준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군요. 스킬과 스테이터스에 기대지 않고, 캐릭터 자신이 노력해서 성장하는 작품은 드문 편이죠. 물론 스킬과 스테이터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전혀 자유롭지는 않지만요. 이번 6권 한정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9점입니다.

  1. 1, 당연히 지금의 수왕이 아닌 과거의 수왕, 지금의 수왕도 그걸 계승하고 있지 않냐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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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2 - 마오마오의 후궁 수수께끼 풀이수첩
쿠라타 미노지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유유리 옮김, 휴우가 나츠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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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에게 빌붙어 콩고물을 얻어먹으려고 하거나, 잘 생긴 사람에게 어떻게든 마음에 들게 하려고 아양을 떤다거나,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널린 생활이라면 어떤 기분으로 살아가야 될까요. 이 상황을 즐기는 변태라면 모를까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참 많이 힘들지 않을까요. 이 작품에서 '진시'가 딱 그렇죠. 제대로 된 남자라고는 죽을 때까지 구경하지 못하는 후궁이라는 곳에서 중요한 부위가 없어지긴 했지만 미모의 환관인 그를 바라보는 궁녀들의 시선에 사모와 욕정의 색으로 물드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작중 설명에 의하면 천녀(天女)에 버금간다는 미모를 자랑하는 '진시'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시선은 지옥이 따로 없었을 테죠. 오죽하면 진시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나라 하나는 몰락 시킬 수 있었을 거라는 비아냥인지 감탄인지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코믹이 안타까웠던 게 이런 부분입니다. 본편이자 원작인 라노벨에서는 진시의 미모에 대해 부각 시키고 그럴수록 마오마오와의 거리는 벌어져만 가죠. 죽음과 음모 등이 소용돌이치는 후궁이라는 수라장에서 홀로 사건을 풀어가는 마오마오의 추리력도 흥미롭지만 사실 이 둘의 관계도 정말 흥미진진한데요. 그런데 코믹에서는 진시의 미모 쪽이 생략되다시피해서 팥 없는 찐빵이랄까요. 괜히 마오마오를 스토커 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죠. 아무튼 진시가 마오마오에게 끌렸던 건 그녀가 자신을 이성으로써 바라봐 주지 않았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남계 쓰려다 본전도 못 건졌죠. 그러니 미소만 지어도 픽픽 쓰러지는 장소에서 유일하게 마치 벌레 보는 듯한 시선을 보내온다면 얼마나 짜릿할까요.

 

이번 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진시가 마오마오에게 들러붙어서 질투를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정작 마오마오는 그가 상관이라서 말은 듣고 있지만 아주 귀찮은 존재이자 민폐 덩어리 취급 중, 원래라면 마오마오가 진시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건 있을 수 없어요. 평민인 마오마오와 귀족인 진시, 고개를 숙이고 대꾸조차 하면 안 될 사이임에도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대꾸도 잘 하고 때론 독설까지 날리는 평민이라니. 목이 댕강 잘려도 모자를 무례임에도 진시는 '나에게 이러는 건 너뿐'이라며 아주 골 때리는 소리를 내뱉기 시작하죠. 마오마오도 자각은 하고 있긴 합니다. 아직은 목과 몸통이 사이좋게 붙어 있길 희망하지만 그의 낯짝을 보면 다짐은 어느새 달아나고 없어요. 걸핏하면 찾아와서 귀찮게 뭐 하냐, 그건 뭐냐, 일이 있는데...라고 하니 호감이 붙을 리가 없죠.

 

아무튼 원유회가 개최됩니다. 1년에 번(라노벨에선 4번으로 읽은 거 같은데) 있는 나들이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마오마오의 귀성을 다루고 있는데요. 그와 별개로 마오마오와 진시의 사이가 본격적으로 아웅다웅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시작점이자 후궁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사건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원작 라노벨에서는 1권 후반부터 4권까지 이어지는 엄청 큰 사건이죠. 그 첫 번째로 리슈 비의 독살 미수 사건이 되겠습니다. 2천 명이나 되는 궁녀(후궁)에서 4명 밖에 없는 상급 비중 한 명으로 아직 어린 나이의 비의 버릇을 고쳐준다고 시녀들이 작당해서 장난치는 걸 마오마오가 간파하지만 사건은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마냥 커져만 가죠. 사실 이런 부분이 이 작품이 가지는 흥미 포인트인데요. 코믹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잘 살려줄까 했는데 흑막이 있을 거라는 느낌을 잘 살렸더군요.

 

그리고 또 다른 흥미 포인트, 위에서도 언급했으면서 질리지도 않게 또 언급해보자면 마오마오의 귀성 에피소드에서 진시가 착각하는 장면은 원작에선 정말 배꼽 빠지게 해주었죠. 근데 코믹에서는 좀 약했습니다. 추리와 긴장감은 나름대로 있으면서 이런 부분은 어째 허술하다고 할까요. 리화간병 때도 그랬고, 코믹작가는 인간관계를 제대로 표현을 못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리하쿠를 똥개로 비유하며 재미있어 하는 장면도 좀 허술했고요. 그리고 아버지가 살고 있는, 원래 마오마오의 집은 바람이 슝슝 들어오는 땅을 파서 만든 움막집인데 번듯한 가옥이라니 고증을 이렇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빅간간에서 연재 중인 네코쿠라게 작가가 그린 코믹이 더 나았지 않나 싶기도 하군요.

 

맺으며, 장식 발매된 출판 도서가 아닌 웹버전을 기반으로 코믹을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킵이야 원래 생길 수밖에 없다지만, 리화간병 때라든지 이번 진시의 착각은 원작하고 차이가 좀 있더군요. 지면 관계상 생략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녹청관에서 일어난 사건도 차이가 좀 있고요. 물론 지면 관계상 디테일 있게 표현 할 수는 없었다지만 맥락이 없다고 할까요. 그냥 영화 자막처럼 이해만 하면 되는 거 아님?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군요. 설명 부족이랄지. 차라리 궁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관계없는 에피소드는 과감히 빼버리는 게 어떨까 싶기도 했습니다. 양아버지와 만나는 장면은 넣더라도 녹청관에서 일어난 사건은 빼도 크게 상관없는 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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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티처 9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이승원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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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와 성(性)적인 이야기가 들어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이거 안 끝나나? 교육이라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했고, 와이프를 세명이나 얻었는데 부족하나? 이것들 이제 대놓고 4P를 찍는군요. 모쏠이 이 작품을 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나도 이세계에 가면 이렇게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꿈 깨세요. 당초 제자들과 여행을 하며 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었을 겁니다. 그 목적대로 제자들은 스승인 시리우스의 가르침을 받고 이세계에서 탑 클래스급 실력을 얻었죠. 그래서 지금은 먹방을 찍고 있군요. 근데 먹는 양이 보통을 넘어서는데요. 레우스야 한창 클 때의 남자 애니까 많이 먹는다지만 에밀리아와 리스 그리고 피아의 경우엔 여자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건 아니지만 먹는 양이 보통이 아닌뎁쇼? 뭔가 있는 건가.

 

그건 그렇고 여기에 불쌍한 종자가 하나 있었으니. 그 이름은 레우스, 히로인 에밀리아의 남동생으로 어릴 적 시리우스에게 구해진 후 그를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달밤에 맹세를 하였죠. 그 맹세는 십여 년이 흐른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의 등을 쫓아, 그의 등 뒤를 지키는 파트너가 되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수련을 하는 가련한 소년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는 형님과 누님들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나도 반려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했을까. 사실 레우스에겐 '노와르'라는 하프 고양이 수인 여자애가 있긴 하지만 이제 걸음마를 뗀 상태인데 그녀가 어엿한 신부가 되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기다려야 되겠죠.

 

그래서 레우스에게도 지금 당장 반려를 만들어 주자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호미족이라고 흔히 엔터테인먼트계에서 빠질 수 없는 여우족 소녀가 등장해요. 표지를 장식한 그녀죠. 사실 히로인 3인방보다 캐릭터가 잘 나왔다고 생각 중이군요. 아무튼 레우스는 호수에 고기 잡으러 갔다가 그녀를 만나요. 목욕 중인 그녀를, 비밀인데 앞머리를 내려 감추고 있지만 일러스트를 보면 짱구머리라는 걸 알 수 있어요. 개성이 참 강하죠. 그런 그녀를 빤히 보는 레우스, 그동안 수련만 하다 보니 뇌가 근육으로 덮여 버렸고 그 덕분에 목욕 중인 그녀에게서 시선을 뗀다는 선택지는 그에겐 없었어요. 당연히 트러블 발생.

 

픽션에서 처음 만남은 최악이라는 건 모든 커플의 공통점이랄까요. 알몸을 보여주고 보고, 눈을 빨리 돌리면 되었을 텐데 빤히 쳐다보고, 하필 타이밍 좋고 마물이 여자애에게 다가가는 걸 보고 구해준다. 그리고 또 빤히 본다. 보는 것도 문제지만 거기다 대고 히로인 3인방(피아, 에밀리아, 리스)의 미모와 비교를 해버리는 망발을 지껄이니 따귀를 맞아도 시원찮았을 테죠. 그래놓고 왜 맞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시리우스에게 하소연을 하니. 시리우스도 덜컥했겠죠. 싸우는 법을 알려주긴 했지만 사람과의 교류 특히 이성과의 교류는 거의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까요.

 

원래는 누나인 에밀리아가 동생의 교육을 해야 되지만 온리 시리우스만 쳐다보며 머릿속엔 그와 24시간 내내 짝짓기 하는 것만 들어가 있는 통에 동생은 남 취급. 그래서 번역 오류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생 보고 '당신'이라고 타인 부르듯 해대니 레우스도 참 업이 깊다고 하겠습니다. 사람은 배우지 못하면 알 길이 없죠. 책을 보는 것도 배우는 것의 일종, 그러나 책을 보는 장면은 하나도 없었고, 그러고 보면 에멜리아가 여자에 대해 알려주는 장면도 없었군요. 그래서 옛날 왕도에 살 때 고블린 퇴치하러 가서 잡혀있던 여자애를 본척만척 한 것도 이해가 됩니다. 왜 그럴까. 마차(호쿠토가 끄니까 견차?)를 타고 야영을 하는데 '방음'이 될 리가 있나요.

 

그것도 피아까지 합류하고 나서 4P도 공공연히 하는데 귀와 코가 좋은 은랑족이 거기에서 나오는 소리를 모를 리 없었을 테죠. 그래서 동생에게는 불필요한 교육은 안 했지 싶은. 물론 필자의 망상에 불과하겠습니다만. 그 폐해가 지금 나타난다고 할까요. 여자애를 만났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를 모르는 거죠. 마치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한 사자가 하이에나에게 쉽게 죽임 당하는 이치랄까요. 그래서 늦게라도 이성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고군분투기가 시작됩니다. 그 여우족 '마리나'를 통해서요. 보통 이런 이야기엔 저주받은 히로인이 제격이죠. 그걸 주인공(여기선 서브 레우스)이 해결해주고 호감을 얻는 이야기.

 

처음은 최악, 그러나 가면서 으레 이런 이야기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해주고 저주받은 그녀를 똑바로 봐주고 겁낼 필요 없다는 말을 건네는 건 기본이죠. 자신과 마주해서 타인이 뭐라 하든 자신의 길을 가면 된다고 하는 주인공(여기선 서브인 레우스)에게 점차 호감을 느껴가는 히로인. 근육 뇌면서 말은 청산유수군요. 이런 말을 할 정도인데 이성에 대한 이해도와 상식은 전무, 점차 에밀리아가 일부러 가르쳐 주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이 힘을 얻게 되죠(물론 필자만의 추측). 참, 마리나만 이야기하고 있는데 콘이라는 이전에 무투제인지 쌈질하는 대회에서 만난 남자 여우족도 나와요. 그녀의 오빠죠. 레우스와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데 크게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이성 교육과 사람과의 교류, 그리고 근육 뇌를 풀어주기 위한 시리우스와 히로인 3인방의 노력으로 점차 세계관이 넓어지는 레우스가 되겠습니다. 근데 누나인 에밀리아처럼 온리 시리우스빠가 되어 그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겠다고 따라나서니 누나(에밀리아)는 참 곤란하구나. 그래서 자주성을 키워주기 위해 좋을 대로 해봐라라고 하는데 이제 와 이러는 것도 참 웃기죠. 시리우스나 누나나 레우스를 파블로프의 개처럼 키워놔 놓고 이제 와 자주성을 기르라고 하니 이것들 뚜들겨 팰 수도 없고. 레우스를 바라보며 점점 뺨에 홍조를 띠어가는 마리나가 불쌍해지기 시작합니다.

 

맺으며, 이젠 제자라고 불러도 되나 싶은 게요. 에밀리아는 6노예가 되어 시리우스가 뭐만 하면 이불 펼까요? 이러는 통에 질립니다. 피아는 대놓고 너희들(리스와 에밀리아)도 같이 하자라고 꼬드기고 둘은 응! 이러고 있습니다. 남자는 테크닉인가, 지속력인가, 이걸로 토론하면 참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래서 새로운 히로인 마리나가 등장했을 때 이거 NTR 되는 거 아닐까 흥미진진했군요. 정말로요. 아무튼 그런 이야기만 들어가 있기도 하고, 원래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교육이다 보니 박진감 넘치는 모험이나 이야기 그런 건 없었습니다. 있는 건 먼치킨뿐이죠. 이들 앞에 수천 마리의 마물인들 무슨 소용이랴.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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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2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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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살이 되어 인생의 꽃이 핀다면, 남자라면 당연히 가야 되는 길이라 여기며 모험가라는 꿈을 좇아 호기롭게 도시로 나갔지만 누구나 다 성공한다면 이 세상은 지옥이겠지라는 것마냥 세상은 남자에게 너의 길은 여기까지라고 선언해버렸습니다. 한쪽 다리를 잃고 태어났던 고향인 한적한 시골 마을로 내려와 남은 여생을 보내는 남자에게 다가온 따스한 봄날에 핀 들꽃 같은 만남. 숲속에 버려진 아이를 만났을 때 남자는 어떤 마음으로 그 아이를 키우려 했을까. 남은 청춘을 그 아이를 위해 모두 써버렸던 그, 그런 아버지였기에 딸은 아버지를 세상 둘도 없이 사랑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모험가였던 아버지를 동경해 자신도 모험가의 길을 걸었던 딸은 겨우 얻은 휴가를 이용해 아버지가 계시는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청춘을 받쳐 자신을 길러주었고, 올바르게 세상을 살아가게끔 모든 걸 가르쳐 주었고, 모험가로서의 능력을 곁에서 지켜봐왔던 그녀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우상 그 자체였죠. 그렇기에 그녀도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었고,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모험가로써 훌륭하게 자랐습니다. 그리고 5년 만에 귀성, 이 작품은 가족 간 유대를 그리고 있습니다. 비록 피가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가족의 유대는 누구도 헤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안젤린은 그런 아버지를 과할 정도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아버지는 그런 딸의 응석을 받아줍니다. 평온한 일상, 아빠가 있고 내가 있어서 세상은 아름답다는 분위기를 마구 풍겨대는데 솔직히 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만. 삭막해져가는 세상에서 부녀가 보여주는 가족애는 훈훈함을 선사하죠.

 

그리고 안젤린의 동료 아넷사와 밀리엄까지 안젤린의 영향과 온화한 벨그리프(안젤린 아버지)의 성격에 녹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도 흐뭇하게 합니다. 특히 밀리엄은 인간들에게서 괄시를 받는다는 수인족(고양이)이라는 정체를 벨그리프에게 털어놓는데요. 그럼에도 그가 딸과 똑같이 대해주는 모습에서 오늘 처음 만났음에도 저를 양녀로 삼아주세요라는 분위기를 풍기니 벨그리프는 부모로서의 능력은 대단하다 하겠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남자로서의 매력은 꽝이라는? 참고로 벨그리프는 42살 먹은 총각인데요. 보통 이런류의 작품에서는 아무리 나이차가 심하다고 해도 연애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런 눈살 찌푸려지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여느 판치라물 같이 걸핏하면 속옷 보여주고, 우연을 가장해 알몸을 보여주고, 그런 싸구려를 과감하게 버림으로써 얻는 훈훈함이 있다고 할까요. 그래서 안젤린이 조금 과도하게 스킨십을 한다던지, 한 이불 덮고 자는 모습에서도 가족으로써의 자연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남자 주인공이 헤프지 않은 것에 오는 히로인들의 호감의 한 형식이라고도 할 수 있죠. 볼을 부비부비 해도, 남자의 가슴팍에 뛰어들어도 흑심을 품지 않으니 안심하고 몸을 맡길 수 있는 존재. 바꿔 말하면 주인공은 둔감형이라면 좋은 말이고 고자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는데 나이차를 보면 사실 손대는 건 범죄죠. 아무튼 그래서 그럴까요. 고을을 다스리는 백작가의 영애조차 그에게 대시를 해대면서 벨그리프의 인생은 파란만장해지기 시작합니다.

 

안젤린이 아버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적귀]라는 있지도 않은 전설을 부풀려 온 대륙에 다 퍼트리는 바람에 아버지는 사면초가랍니다. 가는 곳마다 영웅보다 더한 대접을 받으니 이보다 난처한 일이 또 있을까요. 그동안 수련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다지만 그(벨그리프)의 모험가로서의 생명은 일찍이 끝났고 마지막 모험가였을 때의 등급도 E랭크, 조무래기 그 이상은 아닌 그가 어찌 된 일인지 딸의 명성과 함께 최강 전설을 흩뿌려대고 있었으니. 당연히 아버지는 마음고생을 많이 하게 되죠. 도로 정비를 위해 찾아간 백작가의 영애 헬베티카는 눈이 반짝반짝, 사샤는 스승님이라며 달라붙고, 안젤린은 헬베티카가 새엄마가 되는 게 아닐까 전전긍긍, 상황은 벨그리프의 명성은 진짜라고 쐐기를 박듯 1권에서 처치했다고 여긴 마왕 동조자들의 내습은 벨그리프의 주가를 몇 단계나 끌어올리고야 맙니다.

 

하다못해 [적귀]라는 명성에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 한다. 딸내미 뒤치다꺼리하느라 아버지는 오늘도 힘들답니다. 뼈는 마디마디가 삐거덕, 마왕 동조자라는 적들을 맞이해 아빠는 힘들어 죽겠는데 딸은 한다는 소리가 아빠 멋져~~~ 그녀의 머릿속엔 아빠는 대체 어떤 이미지일까. 성인에 가까운 17살이 되어도 마냥 어린애 같은 안젤린의 순수함은 어린아이의 그것과 동일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아빠는 힘을 내봅니다. 딸내미가 훨씬 더 강하지만, 자신은 힘이 없다 해도 최선을 다해 손을 뻗어 사람들을 지키려는 중년 아저씨의 고군 분투가 상당히 눈부시죠. 그렇기에 히로인들은 그와 나이차가 있든, 그의 몸에 장애가 있든 전혀 상관하지 않고 대시하는 모습에서 으레 인간으로서 나아가야 될 길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맺으며, 70여 개체나 있다는 마왕과 그 마왕을 부렸다는 솔로몬의 복선, 그걸 추종하고 동조하는 자들의 출현, 그리고 안젤린의 정체가 조금 밝혀지면서 전체적인 이야기 윤곽이 보였습니다. 사실 마물이 서식한다는 숲에서 갓난 아이가 홀로 있었다는 게 의아한 부분이었죠. 이게 조금 해소가 되었습니다. 결국은 가족 간의 유대를 보여주며 어떤 위협이 들이닥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 했군요. 그 아이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요. 마치 역할이 바뀐 '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의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요.

 

그건 그렇고 하루 종일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역설하고 부비부비 과도한 스킨십을 하는 통에 사실 좀 질립니다. 하지만 작가가 이런 이야기들을 감성적이고 파스텔톤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식상하거나 무미건조하다는 느낌은 없었는데요. 가령 초봄 아침 서리가 내린 언덕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는 장면을 설명하는 부분의 디테일은 대단하다 할 수 있었군요. 마치 잃어버린 듯한 어린 시절을 떠 올리게 해서 가슴 한켠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아련함을 느끼기도 하였군요. 다만 기승전결이 좀 아쉽게 다가옵니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적과의 싸움도 그렇고... 잠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개그가 좀 있었다면 9점까지도 줄 수 있었겠는데 거의 없다시피 하니 아쉬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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