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따위가 마왕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며 용사 파티에서 추방되었으니 왕도에서 멋대로 살고 싶다 1 - S Novel+
kiki 지음, 킨타 그림, 조민경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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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추방', 꿈도 희망도 없는 '다크 판타지', 사지 절단 '코즈믹 호러', 둘이 있어 행복한 '백합'.

부제목으로 적당한 단어: 상처투성이뿐인 두 소녀가 살아가는 길과 방법, 모든 것을 잃어버린 소녀와 모든 것을 가지지 못한 소녀.


필자의 한 줄 평: 추방물의 신기원, 여타 작품에서 이제까지 등장했던 불쌍한 히로인들은 잊어라.


정도를 벗어나 사람이 악(惡)해지는데 한계는 없다는 걸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면 바로 이 작품이겠죠.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 신의 계시를 받아 길을 떠난 용사 일행이 있습니다. 모두가 특급 사수들이고, 용사 또한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을 가졌어요.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죠. '플럼 애프리코트' 방년 16세 소녀, 그녀가 가진 스킬은 '반전(회전 시킨다)'. 평범한 시골 마을에서 계시를 받아 용사 일행에 합류하였으나, 그녀의 스킬이 발휘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왜냐면, 해명조차 되지 않은 미지의 스킬이니까. 


그리고 이세계 전생 치트물은 아니지만 스테이터스는 등장하는 세계에서 그녀의 스테이터스는 전부 0(제로), 즉, 무능력이 되겠습니다. 그래도 용사 일행은 그녀를 동료로서 대해줬고, 힘든 길에서 그녀를 지켜 줬죠. 그러나 이것은 가식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는 건 그리 먼 미래는 아니게 됩니다. 그녀(플럼)는 자신의 무능력을 자각하고 파티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싸우는 것 이외에서 보탬이 되고자 부단한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은 그녀를 못마땅히 여겼죠.


정신을 차려보니 플럼은 노예가 되어 있었습니다. '너 따위가 마왕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라며, 엘리트 의식에 쩔은 동료가 무능력인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겨 불법 노예상에 팔아 버리죠. 자신이 왜 팔려야 하는지 의미를 모르겠고, 동료들도 다 자신을 버리는데 동조했다는 것에 충격을 먹고, 노예상이 쓰레기를 구매하게 되었다고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배빵을 당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죽어서라도 나를 기쁘게 해달라는 노예상의 끔찍한 연회에 동원되어 구울에게 몸을 뜯기는 고통을 맛봐야 되는 이유도 모르겠다. 그저 눈앞에 던져진 저주받은 칼을 쥐어 몸이 녹아 없어진다면, 그래도 내가 이제까지 나름대로 노력하며 살아온 쥐꼬리만한 삶의 긍지라도 지킬 수 있겠다 싶어 저주받은 칼을 손에 쥔 순간. 


그녀의 능력은 개화합니다.


얼굴에 찍힌 노예의 낙인. 동료와 전(前)주인에게 팔려 노예로 전락한 소녀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모든 악의와 싸워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세계에서 노예는 최하층 계급입니다. 당장 용사 파티에서 추방되어 입을 옷도, 잠 잘 곳도, 먹을 것도 없는 프럼이 입에 풀칠하기 위해 모험가가 되고자 했지만 철저히 배척하는 모험가 길드, 그리고 그녀를 함정에 빠트려 내기를 거는 모험가들. 길거리를 걸어도 플럼을 바라보는 시선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니었고, 여관은 그녀를 재워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걸을 수 있었던 건, 노예상 감옥에서 만난 '밀키트'가 있었기에. 철이 들 때부터 노예로 지냈던 밀키트가 최종적으로 도착한 곳은 불법 노예상의 벌인 구울 만찬장. 얼굴이 독으로 인해 짓물러 버린 소녀, 봉대로 감싸야 할만큼 추악해진 얼굴, 그러나 눈이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소녀. 플럼은 노예상에서 탈출할 때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며, 살아 있는 것이 어쩌면 더 고통뿐일지도 모를 세계로 이끌고자 합니다.


인간으로서 존엄을 철저하게 뭉개지며 살아온 밀키트, 인간이 가져야 할 존엄을 지켜주려는 플럼을 주인님이라 부르며 살아갈 희망을 그녀에게서 발견하고 조금식 미소를 찾아가는 포인트가 이 작품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노예근성에 쩔어서 모든 걸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밀키트를 정상적인 사고관으로 바꾸기 위해 플럼은 무던히도 애쓰는데요. 그런 과정에서 플럼은 밀키트에게 호감을 느껴가게 되죠. 언젠가 밀키트가 보여줄 미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본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이 작품이 대답해주지 않을까 합니다. 


반전(회전 시킨다. 반대의 방향)


자, 동료에 의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소녀와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가지지 못한 소녀가 만나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이 무엇인지 보여주려 합니다.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모두가 필요 없다고 해도 내가 있을 곳은 내가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 감옥에서 주운 저주받은 칼로 인해 그녀의 스킬이 반전합니다. 반전이란, 반대의 방향, 스텟이 0인 건 반전 스킬로 인해 스텟이 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 고로 저주받아서 스탯이 마이너스가 되면 반전 스킬은 스탯을 정상적으로 돌려 버린다는 것(1). 이해되셨나요? 저주의 칼 덕분에 프럼의 능력이 개화하였습니다. 이제 저주 템을 모아 강해지고, 자신을 팔아넘긴 동료와 함정에 빠트린 놈들을 몰살 시켜야겠죠. 


근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녀는 반전 스킬 때문에, 죽지 못한다는 일이 벌어져요. 여기서 코즈믹 호러가 발생합니다. 이 작품은 당장 스킬이 개화했다고 치트물처럼 주인공이 천하무적이 되는 건 아니라고 역설하죠. 즉, 엄청나게 굴러야 된다는 의미입니다. 저주 같은 스킬 때문에 사지가 절단되어도 부활을 해버리니, 통증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싸울 때마다 살아있는 거 자체가 고통이라는 것마냥, 무엇보다 적으로 나오는 마물 모양새가 코즈믹 호러 그 자체이기도 하죠. 이제까지 봐왔던 판타지 몬스터와 경계를 달리하는데요. 이토 준지 작가의 공포 만화와 유사한 호러를 보여준다고 할까요.


맺으며, 이 작품은 용사의 파티에서 추방되었으니 내 좋을 대로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굴에 찍힌 노예의 인으로 인해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다는 걸 보여주죠. 사람들은 그녀들을 배척하고, 못살게 굽니다. 사람을 죽인다는 건 옳지 않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엔 도저히 구제할 수 없는 인간도 있고, 그런 인간을 죽인다고 벌을 받진 않는다고, 그러니 구제할 길 없는 사람은 내가 구제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보여주려 하죠. 손에 피를 묻힌다는 것. 제정신으로는 하지 못할 일을 한다는 건 그만큼 악에 받쳤기에 가능하다고 역설하죠. 정말 오랜만에 소름 돋았군요. 절제하는 복수랄까요.


그건 그렇고, 플럼과 밀키트의 백합 분위기가 장난 아닙니다. 모든 것을 잃었으면서도 모든 것을 가지지 못한 짝에게 뭔가를 채워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플럼의 모습은 정말, 아무리 힘들어도 밀키트만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는 그녀. 무뢰배들에게 안 좋은 일을 당할뻔한 밀키트를 구하는 장면 또한 소름이 돋죠. 하지만 플럼의 정체, 왜 반전이라는 스킬을 가지게 되었을까 하는 복선이 나오면서 역시나 코즈믹 호러라는 장르답게 앞 길은 순탄하지 않다는 걸 예고하고 있군요. 작가가 알기 쉬운 복선을 깔아서 답을 유추해가는 재미와 그로 인한 몰입도가 좋은 게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할까요.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몇 안 되는 필자의 추천작입니다. 리뷰는 사실 내용의 반에 반도 언급하지 못했군요. 플럼의 과거를 회상하는 초반과 중반 이후 의뢰를 받아 해결하면서 맞닥트리는 마물과 실험실 등에서 앞의 내용이 떠올라 이렇게 이어지는구나 하는, 이런 복선 찾는 재미가 있더군요.


  1. 1, 정확히는 저주받아 마이너스된 스탯이 정상적인 스탯으로 작용, 좀 헷갈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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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난다 2 - S Novel+
쥬몬지 아오 지음, 다쿠로 그림, 주승현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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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에게 똥을 줬어.


이번 2권을 다 읽고 난 후 느낀 점입니다. 리뷰 끝.




끝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좀 써보자면요. 사실 써보려고 해도 지금 생각해보면 크게 건질만한 이야기는 없어요. 있다면 이름보단 눈동자 색이 쇼킹 핑크여서 쇼킹 핑크로 더 많이 불리고 있는 '린제리카'는 왜 주인공 '로와'에게 집착을 하는가입니다. 주인공이 이세계로 넘어온 후, 그녀는 줄곧 '로와'를 찾아다녔죠. 대륙 동부를 점령한다는 미명 아래 군을 출병 시킨 건 어쩌면 부가적인 것이고, 주 목적은 로와를 찾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로와가 환생해서 18살이 되면 그녀는 반드시 그의 앞에 나타났는데요.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를 베어버립니다. 그래서 여기라면 안 오겠지 했던, 세 번째 생에 이런 생물로도 환생하는 주인공이 있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을 줬던 리자드맨(?)일 때도 어김없이 그녀는 나타났어요. 


여기서 의문점은, 린제리카도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 환생을 하는가입니다. 매번 주인공 로와는 모습도 다르고 이름도 다른데도 그가 18살일 때 어김없이 나타나죠. 그리고 똑같은 짓을 합니다. 눈동자 색도 쇼킹 핑크인건 변함이 없고, 무지막지한 검술 실력도 변함이 없어요. 여기서 더욱 의문인 건 주인공이 죽어서 환생할 때, 이때를 맞춰서 그녀(린제리카)의 인격을 가진 무언가가 동시에 태어나는가도 있습니다. 매번 주인공이 18살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린제리카는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대를 보여주고 있죠. 필자는 주인공이 죽으면 그녀도 동시에 같이 죽나 했는데 이번 2권에서 밝혀지기론 그렇지 않다였습니다. 주인공이 죽은 이후에도 여러 활약을 해댔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고 언급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도 매번 주인공 앞에 나타나는 린제리카는 누구인가.


뭣 때문에 린제리카는 주인공 로와에게 집착을 하는가. 이쯤 되면 또 다른 의문점이 생깁니다. 주인공 로와는 왜 환생을 반복적으로 하는가. 작가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라고 쉽게 대답 수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진짜로 그렇다면 어이가 없겠죠. 그래도 명색이 중견 이상의 명성을 쌓고 있는 작가가 허술하게 설정을 잡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 즉, 주인공의 환생에도 뭔가의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것인데요. 하지만 답은 좀처럼 내놓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재와 환상의 그림갈에서 기억이 상실된 사람의 기억을 단편적으로 가끔씩 보여주듯이, 이 작품도 진실이라는 설정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유추하게끔 이끌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군요. 고로 주인공의 환생이 가지는 의미에 답이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이렇게 장황하게 써 놓고 정작 그녀의 장체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다는 게 창피하군요. 여기까지 쓰면서 문득 생각이 미친 게 있는데, 주인공 로와가 앓고 있는 두통에 관련된 것인데요. 요르문드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이후 제국군과 맞서 싸우며 로와는 줄곧 두통에 시달리고 있죠. 정신을 잃을 만큼 매우 고통스러운 두통은 어쩌면 로와가 가진 옛 기억이 봉인되어 있고, 이 봉인으로 인해 격심한 두통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두통이 없어지고 기억이라는 봉인이 풀렸을 때 린제리카의 정체도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들었는데요. 로와가 수많은 환생을 거치며 린제리카에게 적의를 살 만큼 뭔 짓을 했진 않을까. 어쩌면 절대종 이외엔 열등종이라며 인간 취급도 안 해주는 제국의 모토를 만든 게 주인공 로와였다든지? 물론 필자의 망상일 뿐 어디에도 답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요르문드 국경에서 린제리카가 이끄는 제국군을 맞아 주인공 로와는 있는 지략 없는 지략 다 꺼내서 겨우 제국군을 물리치고 반전의 실마리를 잡아간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린제리카의 가공할 검술 실력에 안타까운 희생도 있는등, 리얼로봇계 같은 전쟁엔 희생도 따른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죠.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지키고자 했던 마음을 잃지 않고, 찌끄레기 인생뿐이었던 이제까지의 인생을 뒤로하고 조금은 최선을 다해 모두를 지키고자 아픈 몸을 이끌고 전장에 서는, 도망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고뇌 등 인생은 실전이라는 걸 유감없이 보여주는 리얼리티가 제법 괜찮게 다가옵니다. 그의 지략으로 서서히 제국군을 몰아내면서 많은 나라가 동참을 하고 이대로 간다면 그는 일약 영웅이 되었을 테죠.


맺으며, 재와 환상의 그림갈에 이어 이세계 환생은 했지만 먼치킨에 치트는 아니라는 작가만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요. 근력도 없고, 검 실력도 없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주인공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지략을 내놓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건 전적으로 군(軍)의 몫이니까. 민간인에 지나지 않는 주인공 로와가 이쪽으로 가라고 한다고 그렇게 할게요라며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없는 전장에서 로와가 내비치는 고뇌는 정말 리얼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로와의 말대로 하니까 잘 풀리네 같은 느낌의 전장이었긴 합니다만. 로와 덕분에 잃지 않은 전력도 있었고, 찾은 땅도 있었기에 조금식 로와를 받드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장면에서 노력의 산물이란, 노력의 보답이란 이런 건가 싶은 모습들을 보여주었죠.


하지만 부질없어라. 고지가 저 앞이었습니다. 재국군을 몰아내기 일보 직전에 작가의 용단은 정말 허를 찔러 주었습니다. 이것으로 보아 작가는 주인공 로와와 린제리카 서로 관계성이 깊다는 메시지를 던지려 했던 게 아닐까 했군요. 주인공 로와가 환생하면서 맺었던 인연은 린제리카와의 인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건지. 사실 2권 결말은 주인공 로와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했군요. 이것이 현실이라면 앞으로의 인연은 어떻게 될 건가. 이야기 몰입에 방해를 줄 텐데, 작가 나름대로 생각하는 바가 있으니까 이런 결말을 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허탈한 건 어쩔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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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3 - S코믹스 S코믹스
마루야마 토모오 그림, 신동민 옮김, 타나카 유 원작 / ㈜소미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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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인 라노벨이 꽤 청결한 이미지라면, 만화(코믹컬라이즈)는 때와 먼지가 낀 꼬질꼬질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까요. 여타 판타지 라노벨의 코믹컬라이즈도 비슷하긴 할 겁니다. 요즘 만화를 끊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그렇죠. 문명이 매우 발달한 현대에서도 조금만 밖에 돌아다녀도 때가 끼이는 등 지저분해지는데, 위생관념이 아무래도 떨어지는 중세 시대라면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싶군요. 물론 고정관념의 문제이긴 할 테죠.. 아무튼 이 만화는 리얼리티 면에서 꽤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싸움으로 인한 상처와 상처에서 생기는 피의 응고, 바닥을 구르면서 나는 생채기 등등, 라노벨 특성상 디테일 있게 표현하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긴 하겠죠. 텍스트로 일일이 설명하다 보면 수천 페이지가 있어도 모자랄 테니까요.


필자는 코믹컬라이즈된 작품은 사실 안 보는 편입니다. 이유는 대량의 스킵과 작화 등에서 라노벨에서 느꼈던 이미지와 사뭇 다른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그러다보며 괴리감에 본편인 라노벨도 안 보게 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한 측면에서 이 작품은 어떠한가. 솔직히 작품도 스킵이 심하고 일러스트도 꽤 수준급이라고는 말 못합니다. 하지만 원작에서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보게 되더군요. 그 일례로 모험가 A등급 '아만다'의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요. 본편인 라노벨에서 사이드 스토리로 '프란'의 부모에 대해서 나와요. 참고로 이 사이드 스토리는 초판 특전으로 별도로 제공되는 책자인지라 재판에는 없을 수 있습니다. 이 특전에서 프란의 부모가 누구에게 길러지고, 그녀의 부모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는지가 나오죠.


그리고 여행길에 프란을 낳고, 잠시 자신들이 자랐던 곳으로 돌아와요. 프란의 부모를 길러준 사람은 '아만다'로 프란의 부모를 잔소리 없이 받아주죠. 그리고 다시 프란과 부모는 길을 떠납니다. 자, 자신이 길러준 아이가 커서 아이를 안고 돌아왔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만다는 본편에서도 매우 빈도 높게 출연 중입니다. 무뚝뚝한 일러스트 답지 않게 엄청나게 활발하죠. 프란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걸 낙으로 삼을 만큼 프란의 일이라면 원래는 벗어나면 안 되는 도시를 벗어나, 위기에 처한 프란을 도와줄 정도였어요. 뭣 때문에 집착하는가가 본편 특전에서 밝혀지는데 정말 코믹컬라이즈를 구매하게 한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하였죠.


세상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좋아 고아원을 세워 아이들을 기르고 무엇보다 이이들을 위하는 아만다, 그런 아만다가 자신이 길렀던 아이의 아이가 부모는 어디 가고 홀로 자신의 부모가 자랐던 도시로 돌아왔어요. 이보다 기쁘지 않을 수 없겠죠. 그 아련해하는 장면 장면은 찰나에 지나지 않지만 가슴을 울리기엔 충분하였습니다. 아마 본편 특전을 읽지 않았다면 모를 감정이 아닐까 싶군요. 왜냐면, 끝끝내 아만다는 프란의 부모에 대해서 입도 뻥끗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더 애절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내막을 모른 채 아만다가 질척 거리며 들러붙으니 이게 뭣보다 싫은 프란이 되겠습니다.


아무튼 아만다 관련 에피소드는 후반부터로 다음권인 4권부터 상당기간 프란과 같이하는 에피소드가 나올 겁니다. 이번 이야기는 고블린 던전에서 만난 그레이터 데몬과의 혈투의 막바지와 제멋대로 나대는 귀족 혼내주기, 그리고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프란의 전설이랄까요. 흑묘족을 핍박 중인 청묘족을 만나 부모의 원수 이상으로 격노하는, 좀처럼 감정을 보이지 않는 프란의 격한 감정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 필자의 눈을 끌어당겼는데요. 바로 '혼자 걸어가는 길', 의뢰를 마치고 밤길을 걷고, 달을 바라보는 프란의 모습에서 뭔가 모를 아련함이 묻어났습니다.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없는, 스승은 무기질이니 일단 빼고요.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숙명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이건 원작인 라노벨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군요. 이래서 코믹컬라이즈를 구입하는 또 다른 이유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느낌이 거창하게 오는 건 아니니 혹시나 혹하는 분은 없길 바랍니다. 아무튼 이번 3권은 코미컬라이즈만의 원작에서는 모르는 부분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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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티아 이담 3 - 재회의 크로스로드, V Novel
타케오카 하즈키 지음, 루나 그림,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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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주인공 '아이카와 리히토'에게는 유일한 친구가 있습니다. 같은 도서 위원으로 지내는 '미치바 쿄코', 그녀는 고등학교 입학식 날 지각하였죠. 이대로는 쪽팔려서 학교생활 끝이라는 생각에 집에 가서 방구석 폐인이나 될까 하며 전전긍긍하였고 마침 같이 지각한 리히토는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11살 때 이세계를 구하고 현실로 돌아와 타인과의 교류를 애써 거부하고 있던 그가 왜 하필 그때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을까. 운명은 그가 이세계로 갔던 11살일 때부터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건데요. 사람과의 교류를 거부하고 있었다면 끝까지 관철할 것이지 왜 그녀에게만 마음을 열고 있었을까. 그리고 그 죄를 묻는 것처럼 아외카와 리히토 방년 16살 때 또다시 이세계로 소환이 됩니다.


이번엔 '미치바 쿄코'와 함께, 쿄코는 입학식 날 그의 도움을 받은 이후 그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습니다. 남들에겐 별것 아닌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날 그의 도움 덕분에 방구석 폐인이 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무난하게 학교생활에 녹아들게 되었죠. 그것을 계기로 마음을 키워 갔었습니다. 가만히 내버려 둬둬 호감도가 상승하는 히로인이라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군요. 그렇게 1년 반이 지나고 16살이 되던 해, 드디어 고백하겠노라 다짐한 그녀는 그(리히토)가 있는 장소에 갑니다. 그리고 이세계에 소환 당하는 중이던 리히토를 발견, 오지 말라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달려갔다가 자신도 같이 휘말려 버립니다. 운명의 여신은 이들에게 장밋빛(주로 쿄코만이 느끼던) 인생은 개나 줘버리라는 식으로 이렇게 이별을 선사하죠.


하렘은 종말을 고하고.


리히토는 두 번째로 소환되어 눈치도 없이 부활한 마신을 다시 봉인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볼 일이 끝났으면 어여 현실 세계로 돌아가면 될 것을. 미치바 쿄코와 1년 반이나 교류하면서 이성에 대한 호감이라곤 쥐뿔도 없었던 주제에, 단 몇 개월간 생활했던 그것도 11살 때, '이슈안'과는 특별한 감정을 품고는 잊지 못해 방황하는 꼬락서니란. 사실 1권에서 이미 복선이 투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리히토는 11살 때 마신 토벌 때 죽어버린 이슈안을 잊지 못했고, 16살 때 마신을 쓰러트린 후 기적같이 그녀(이슈안)가 생환하였을 때는 세상 무엇보다 기뻐했죠. 하지만 11살에 멈춰버린 그녀의 인격에 괴리감에 방황하지 않을 수 없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심리묘사가 제법 괜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미치바 쿄코가 그의 마음에 파고들기란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소리.


리히토가 이세계에 소환될 때 휘말려버린 미치바 쿄코. 세상 아는 이 없고 문명이란 찾을 수도 없는 이세계에 떨어져 이 불안한 마음을 어찌할 수도 없이 찾아오는 정조의 위기. 이세계 먼치킨을 비웃듯 힘은 개뿔도 받은 게 없는 상황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처해진 순간 그녀를 구해주는 인물은 누구일까. 맨 몸뚱이로 모르는 세계,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세계에 떨어졌다는 두려움.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현실에서 그녀가 마음이 꺾이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무얼까살기 위해 처절한 발버둥을 치고 또 치고, 백조가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물 밑에서 처절하리만치 발을 굴리면서도, 이세계에 떨어져 도움을 받고 믿고 의지했던 사람들에게 황망하게 배신을 당해도, 그래도 절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이세계 어딘가에 '아이카와 리히토' 있을 테니까. 


오로지 자신의 마음속에 담아둔 단 하나의 사람.


미치바 쿄코가 이세계에 와 있다는 걸 알아버린 리히토는 그녀를 찾아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녀를 좋아해서가 아닌, 그저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러니까 리히토는 '용사'로 선택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누군가를 구하고 위한다는 사명감 같은 마음. 그것이 때론 상대로 하여금 얼마만큼의 상처가 되는지도 모른 채 말이죠. 그리고 그녀(쿄코)를 발견합니다. 자,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1년 반이나 키워왔고, 이세계에 떨어져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정조의 위기도 수차례 맞았었습니다. 그런 불안한 생활 속에서 마음속에 담아둔 단 한 사람이 자기를 구하러 와줬어요. 이 얼마나 기쁘고 또 기쁠까요. 그러나 주인공 '리히토'가 보여준 '어떤 행동'은 이세계에 떨어져 절망만큼은 느끼지 않았던 그녀(쿄코)에게 절망을 선사해버리죠.


눈치 없는 동정 때문에 그렇게 하렘은 끝이 납니다.


맺으며, 여기서 하렘이란. 본처: 이슈안, 후처: 우르스라, 첩1: 쿄코, 첩2(가능성이 희박해서 첩2): 토토. 이슈안 그녀는 사실 대인배라 할 수 있습니다. 11살 때부터 줄곧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있지만 들어내지 않고 언제나 리히토를 우선시 해왔죠. 뭐랄까. 이 작품의 하렘도는 '스쿨 데이즈'를 보는 거 같다고 할까요. 이슈안은 쿄코의 존재를 알고부터 쿄코의 등을 밀어 주려 하죠. 이전엔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앙탈을 부리곤 했으면서 말입니다. 우르스라는 지하 도시에서 구해진 후 서방님 거리면서 뭔 생각하는 모르겠으니 일단 그녀의 마음은 접어 두고요. 토토는 지나가다 만난 인연으로 그냥 자기 갈 길 가면 될 것을 굳이 수라장에 뛰어드는 분위기입니다. 아무튼 11살 때부터 알아온 사이이니 사실 리히토가 이슈안에 마음이 먼저 가는 건 어쩔 수 없겠죠.


리히토는 첫 번째 마신을 쓰러트릴 때 그녀(이슈안)의 희생을 보고 마음에 스크래치를 안고 있었고, 이후 그녀가 생환하면서 마음의 응어리를 풀게 되자 더욱 그녀를 의식하게 되었죠. 하지만 무골충이 동정시키들이 다 그렇듯, 자신의 마음이 그녀를 이성으로서 좋아하는지 친구로서 좋아하는지 애매한 반응 일색이었다는 겁니다. 이런 판국인데 쿄코는 그냥 직장 동료 그 이상은 아닌 거였고요. 이걸 알게 되었을 때 쿄코가 받았을 충격이 얼마나 클지. 애초에 쿄코는 발암이죠. 이 작품에 나오는 히로인 대부분이 발암이지만 쿄코는 독보적입니다. 오지 말라는데 와서 휘말려 안 해도 될 고생은 다 하고, 자신의 마음을 평소에 밝히지 않아놓고 자신의 마음을 짓밟았다고 흑화 해서 주인공 리히토에게 있어서 최대의 적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남 도와주는 걸 삼시 세 끼보다 좋아하는 놈이 정작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한 주인공도 쓰레기고요.


그건 그렇고, 뭔 놈의 오타가 이리도 심한지 학을 떼겠습니다. 2권도 그랬고, 이번 3권도 출판사는 검수를 안 한 걸까요. 걸핏하면 오타가 보이는데 심지어 몇몇 페이지에서는 그 페이지에만 열댓 개가 들은 것도 있었습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혼동했는지 일부러인지 A를 B로 부르질 않나. 하다 하다 대사까지 누락시키고, 뜻이 변하는 오역까지, 이걸 돈 받고 팔겠다니 기가 막혔습니다. 책벌레라는 작품을 내면서 그렇게 오타 오역으로 욕을 먹어놓고 왜 고치지 않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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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술사의 재시작 6 - ~즉사 마법과 스킬 카피의 초월 힐~, J Novel Next
츠키요 루이 지음, 시오콘부 그림, 문기업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5권쯤에서 종결 시킬 수 있었음에도 좀 팔리니까 일본 엔터테인먼트 고질병과 비슷한 이야기 늘리기가 시작되는군요. 첫 번째 생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여자들을 잡아다 정신개조해서 능욕을 일삼으며 일단 복수는 완성되었었습니다. 이제 등짝 좀 보자를 시전했던 [대포]의 용사만 남았는데요. 시골에서 순진하게 커왔던 주인공에게 있어서 등짝 좀 보자는 정말 정신을 망가트리기에 충분하였죠. 근데 이전 이야기에서 [대포]의 용사의 상태가 예사롭지 않으면서 복수가 최종 완성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이 예상되는 복선이 나왔었습니다. 게다가 첫 번째 생에서 세계를 개악하는데 썼던 [현자의 돌]마저 [대포]의 용사에게 빼앗기자 주인공의 분노가 더욱 커져만 갔죠. 사실 이것보다 이에는 이로 대갚음해준다는 심념 아래 철저하게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 주인공 케얄가는 과연 [대포]의 용사를 만나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그에게 등짝 좀 보자를 시전할 수 있을 것인가? 참으로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었군요.


'이브'를 마왕에 추대하는데 성공한 케얄과와 정신을 개조당해 케얄가 님 만만세를 외치고 있는 히로인들은 이제 지오랄 성으로 진격의 나팔을 불게 되죠. 사실 성적으로 괴롭히고 등짝 좀 보자고 했던 각종 용사 일행도 일행이지만 주인공 케얄가가 당했던 모든 부조리의 원흉은 지오랄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든 발단은 그의 명령으로 시작된 것이니까요. 즉, 적의 수괴를 치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전에 [대포]의 용사도 어찌해야 되겠지만, 아무튼 일단 지오랄 왕을 만나 개과천선 시키자고 의견이 모이게 되죠. 하지만 누가 최종 보스 아니랄까 봐 지오랄 왕 나름대로 뭔가에 씌어서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는데요. 그래서 이브를 마왕으로 추대하기 위해 선대 마왕과의 치렀던 전쟁보다 더욱 치열한 전투...라고 해야 하나? 온갖 비겁한 짓을 다 해놓고 정당한 전투였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못하지 그건. 아무튼 선대 마왕보다 나은 전투를 보여줄까 내심 기대를 하였군요. 하였는데...


그건 그렇고, 이 작품을 읽다 보면 하나 의문이 드는 게 있습니다. 과연 주인공에게 친구는 있는가 하는 것이군요. 결론은 단언컨대 없다였습니다. 왜냐, 사람을 못 믿거든요. 어떤 도시에서 한 명 사귀기는 하는데 어차피 금방 죽는 엑스트라고, 그래서 히로인들을 죄다 정신개조해서 델꼬 다닙니다. 그나마 '크레하'만은 정신 개조를 하지 않았지만 검밖에 모르는 바보를 속여서 이용하기란 누워서 떡 먹기에 지나지 않았죠. 이번에 마왕이 된 '이브'는 기둥서방을 두게 되는 여자의 정석을 보여주듯이 주인공의 달콤한 말에 속아서 그의 말은 진실이 되고, 그의 부탁이라면 그 무엇보다 우선시하게 됩니다. 결국 이브는 뒷바라지 해줬더니 남자는 성공하자마자 여자를 차버리는 골동품 드라마의 히로인격이라 할 수 있어요. 이번에도 마왕이 되자마자 그의 부탁은 뭐든 들어주는 대목에서 딱 그런 이미지였군요. 이런 상황에서 진실로 주인공을 걱정해주고 사모하는 히로인 혹은 친구는 있나 하는 물음. 답은 없다죠.


그 예로 구렌(표지)이라는 여우 소녀가 있어요. 알 상태일 때 주변의 욕망을 먹고 자란 여우 소녀는 자신의 욕망에 매우 충실하죠. 그 욕망에 따라 도망치려다 주인공에게 붙잡혀 주인공 말을 절대적으로 듣게 되는 각인을 받고 말아요. 엄청 야비한 주인공이라고 또 한 번 인증하게 되죠. 이번에 지오랄 왕과 싸우면서 구렌은 이런 말을 합니다. '주인(주인공)이 죽으면 나도 죽으니까 절대 죽으면 안 된다(각인 때문에)'고, 이 말은 주인공을 걱정하는 것보다 구렌 자신의 목숨을 우선시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 말을 듣고 뭔가 깨달은 바가 있음에도 애써 외면하고 말아요. 사실 여타 작품의 주인공보다 매우 불쌍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실된 마음으로 주인공을 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죄다 조작된 마음으로 주인공을 대하고 있으니까요. 결국은 첫 번째 생에서 자신을 가지고 놀았던 용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짓을 주인공은 해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자는 다 죽여 버리고, 여자는 강X하고, 이번에도 그래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주인공 일행을 가로막은 여자를 잡아다 강X해버리죠. 주인공의 행동은 참으로 극단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적으로 만나 싸우면서 자신의 복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건만, 자신에게 대들었다고 상대를 가차 없이 농락해버리고 목숨을 빼앗는 악의를 뿌리고 다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브를 마왕으로 추대하면서 마족이라는 거대한 종족을 손에 넣었고, 지오랄 왕을 무찌르게 되면 플레어(정신 나간 히로인)을 내세워 인간족도 사실상 손에 넣게 되었을 때. 주인공은 과연 이들을 믿고 생활할 수 있을까? 작가는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읽는 내내 계속 생깁니다. 역대 사상 최악의 마왕이 탄생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하죠. 겁쟁이는 말입니다.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그 겁쟁이가 힘과 권력을 손에 넣었을 때 어떤 행동을 보일까. 딱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죠.


맺으며, 이 작품은 늘 그래왔지만 정신 조작으로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게 한다고 그게 진실된 삶이자 호감인가 하는 물음을 던집니다. 사람에게 괴롭힘 당한 끝에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된 주인공이 이렇게라도 살아가지 않으면 삶의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성이 강하죠. 그로 인해 잃는 게 참 많다는 메시지도 던집니다. 아무도 곁에 오질 않으니까요. 조금이라도 적대하거니 낌새를 보이면 목숨으로 갚으라고 하는데 무서워서 누가 곁에 있으려 할까요. 그래서 정신 조작을 해서 곁에 있게 하는, 참으로 불쌍한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항상 사람은 살아가면서 주변에 관심을 줘야 한다는,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개인주의를 비꼬는 게 아닐까도 싶었군요. 그 왜 가끔 칼부림 사건도 일어나잖아요. 따돌림은 나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야말로 이 6권을 끝으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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