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세계 종언의 세계록 2 - 극광의 용제, Novel Engine 세계 종언의 세계록 2
사자네 케이 지음, 이승원 옮김, 후유노 하루아키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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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용희(龍姬) 姬가 아니라 嬉 같기도 한데, 뭐 아무렴 어때요. 이번 2권은 용희 키리셰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용족을 이끄는 어마 무시한 실력자였죠. 300년 전까지는요. 당시 천계와 마계와 지상(인간족)과 싸움을 해대며 세상을 어지럽히던 그녀는 영용(영웅의 윗단계) 엘라인에게 두들겨 맞고 전쟁을 그만둬야 했죠. 이후 그의 동료가 되어 세계를 여행하다 세계를 집어삼키던 종언 전쟁을 종식 시키는데 일조하게 되었습니다만, 그때 입은 상처로 300년 가까이 치료를 목적으로 봉인되었다 깨어나 보니 엘라인은 이미 세상에 없었죠. 대신에 그와 똑닮은 주인공 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겉모습만 같을 뿐 능력은 엘라인 발치에도 못 미치는 그를 조소하기보다는 그와 다시 세계를 여행하는 기쁨을 찾습니다. 300년 전 동료였던 대천사 피아와 전(前) 마왕 엘리제와 합류한 키리셰는 렌을 필두로 해서 300년 전 엘라인이 남겼다는 앙코르(세계록)를 찾아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앙코르, 영용 엘라인이 세계를 여행하며 유적이라든가 정령 서식지 등을 가록 해둔 보물지도 같은 것으로 이것을 손에 넣는 자는 세계를 얻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세계는 이것을 얻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주인공 렌을 필두로 한 히로인들도 파티를 맺고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들은 보물의 유무보다는 엘라인과 함께 했던, 옛 동료(엘라인)가 남긴 추억 그 자체이기에 꼭 찾고 싶은 것입니다.



필자는 여기서 현실에 빗대어 봤습니다. 만약 지금 내 여친이 예전에 사귀던 남친을 잊지 못해 추억의 물건을 찾는다면 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 모른척해 주거나 공감을 표해줘야 할까? 물론 주인공 렌과 히로인들은 아직 이성으로서 서로에 대한 호감을 내비치고 있지 않으니 사귄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여기서 아쉬운 게 이런 부분이죠. 주인공을 속 좁은 남자로 만들 것인가, 공감을 표해주는 대인배로 만들 것인가. 주인공은 이런 말이 나올 때마다 그저 제3자의 입장에서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죠. 히로인들이 영용 엘라인을 쏙 빼닮은 주인공 렌을 만나고 그와 같이 여행길에 올랐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쩌면 아무런 감정이 없었을 것이라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아니기에(용족, 마족, 천사) 사람의 마음이 없다는 걸 현실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 게 이런 부분이었는데요. 그저 다시 세계를 여행한다는 두근 거림만 있다는 것.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인공을 향해 호감과 알몸을 보이는 것에 쑥스러워 하는 상황은 이게 사람으로서, 이성으로서의 호감일까 그런 느낌도 있습니다. 사실 앙코르를 찾는 개연성을 부과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앙코르를 찾으면 엘라인이 그녀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고, 그녀들이 거기에 감정이입을 한다면 주인공 렌은 패배자가 되겠죠. 뭐 이미 10권으로 완결되었고, 결과는 나와 있을 테니 필자가 아무리 고찰한들 무의미하겠습니다만.



아무튼 앙코르가 있는 곳의 단서와 키리셰의 치료(봉인의 여파)를 위해 용의 계곡으로 향합니다. 일전에 고위 마족을 처치하면서 주인공 일행은 일약 스타가 되었고, 영용 엘라인의 재림이 아닌가 하는 칭찬의 말도 들리기 시작했습니다만, 주인공 렌 본연의 실력보다는 영용 엘라인의 그림자를 찾는 것에서 씁쓸함이 묻어 나오죠. 아무튼 가던 길에 신전에서 새로운 정령도 줍줍하고 용의 계곡에 도착은 했습니다만. 키리셰(언니)를 아끼는 여동생이라는 클리셰가 발동합니다. 이 무슨 유희왕 카드 게임도 아니고. 언니는 어디서 굴러먹던 말 뼈다귀인지 모를 너 님에게는 못 줘 이럽니다. 아 좀. 언니를 대려 가고 싶으면 여동생을 뛰어넘어라. 여친 집에 인사하러 간 남친이 장인어른에게 인정받는 그런 꼴이죠. 여동생도 용족이고, 용족은 오래 살죠. 오래 살면 꼰대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걸, 세상과 고립되었고, 오래 살고, 자신들만의 고정관념으로 살아가며 새로운 사고방식은 받아들이지 않는 꽉 막힌 사람들을 여동생으로 표현해놨는데 참 현실적이었습니다. 여동생은 봉인의 여파로 쪼렙이된 언니와는 능력적으로 다르다는 걸 보여 주죠. 이에 주인공도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영용 엘라인과 쏙 빼닮았지만 능력은 없는 가짜 놈이라고 괴롭힘을 당해왔던 주인공이 가진 단 하나의 능력, 정령에게 사랑받는 체질. 성녀에 비견될 정도로 정령에게 사랑을 받는 주인공이 그 정령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 가는 장면들이 참 인상적이죠.



맺으며: 주인공은 개천에서 용이 되었습니다. 영용 엘라인과 쏙 빼닮아서 그에 따른 비교를 당하고 괴롭힘을 당해 왔던 주인공이 고위 마족을 물리치면서 일약 스타가 되어 버렸군요. 영웅물이란 이래야죠. 이세계 전생하며 신에게 치트를 받아 먼치킨인 되는 쭉정이 같은 넘들 말고, 흙바닥을 기고 똥물을 마시며 노력을 통해 실력을 키워 인정받는다. 주인공 렌은 그렇게 성장했고, 그 값어치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군요. 주인공은 보통 사람은 보는 것도 대화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정령에게 사랑받는 체질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죠. 세계에서 정령과 대화할 수 있고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성녀 단 한 사람. 그런데 주인공도 비슷한 체질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주가는 매일 상한선입니다. 정령은 재해를 일으킬 수 있는 전략 병기거든요. 사실 무능력 먼치킨이라는 클리셰 범주이기도 하니까 호불호는 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노력 자수성가형에 무능력 먼치킨 끼얹기? 아무튼 필자는 그런 것보다 주인공이 용희 키리셰를 다시 세상 밖으로 대려 가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상당히 흥미로웠군요. 꽉 막힌 꼰대처럼 옛 관습에 사로잡혀 언니(키리셰)를 붙잡아 두려는 여동생에게 언니가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 알려주며 설득해가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죠. 리뷰에서는 여동생에 관해 비하하듯 가볍게 언급했습니다만, 의외로 말하면 알아듣고 대결의 승패에 순응하는 정상인이어서 호감이 갔습니다. 이제 주인공은 싫든 좋든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군요. 고위 마족으로 처치하면서 사람들에게 각인되고, 정령 문제로 성녀가 관심을 보이고, 앙코르에 적혀 있을 300년 전 종언 전쟁에 관한 진실에 다가가는 주인공에게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2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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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이세계 미궁의 최심부로 향하자 07 이세계 미궁의 최심부로 향하자 7
와리나이 타리사 지음, 박용국 옮김, 우카이 사키 그림 / ㈜소미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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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검의 스승과 같았던 가디언 로웬과 작별을 마친 주인공은 자신의 기억을 빼앗았던 흑막 찾아 여행길에 오릅니다. 하지만 기억은 돌아왔지만, 잃기 전이나 되찾은 후나 주변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노예 소녀 마리아는 의존증과 독점욕이 더욱 강해져서 주인공의 소유물이 되겠다는 둥 그러지 않으면 자x 해버리겠다고 협박도 마다하지 않게 되었죠. 10층 가디언 아르티와 공모해서 광기를 부리다 집까지 다 태워먹고 두 눈이 멀게 되었어도(물리적으로 시력 상실), 기억이 돌아온 현재도 여전히 주인공을 죽을 만큼 좋아합니다. 마리아가 내비치는 광기에 순애는 찾아볼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대신 목숨을 던지는 숭고함도 없으며, 독점욕에 기반한 나만의 사람이라는 인식이 들어차 있죠. 차라리 둘 다 기억을 잃고 있었을 때가 오히려 행복했을 수 있다는, 그땐 친남매라는 심어진 기억 속에서 주인공도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만. 그리고 또 한 명의, 집안이 정해준 레일 위를 달릴 운명을 저주하며 주인공에게 구원을 바라며 매달리다 그의 거부에 맛이 가버린 가련한 히로인 스노우. 주인공이 기억을 잃었다는 걸 알면서도 바로잡아주지 않았고, 의존증이 발현한 이후 범죄 스토커의 위험성을 몸소 보여주었던 그녀는 가디언 로웬 사태 이후 주인공의 설득으로 정상인으로 돌아오나 했습니다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그녀의 존재를 거부하면 얘도 자x을 마다하지 않을 광기를 보여 주고 있죠.



자,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주인공도 미x놈이기 때문입니다. 지구에 있을 때 아픈 여동생을 보살펴야 해서 연애는 꿈도 못 꾸고 지내다 이세계에서 두 여자가 좋다고 들이대고 있습니다. 평범한 러브 코미디였다면 축복받을 상황이었겠죠. 문제는 이 두 여자가 독점욕과 의존증을 만땅으로 채운 광녀라는 것이고 주인공은 그런 광녀들에게 고백을 받았다며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뭐 여기까지는 차별 금지와 취향에 따른 존중을 할 수 있겠는데, 이 미x놈이 글쎄 방금 광녀들에게 고백받아 좋아했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라스티아라(메인히로인)랍니다?라며 그녀에게 고백하러 간다는 겁니다. 그녀의 마음도 주인공이 싫지만은 않은데, 여기서 웃긴 게 뭔 줄 아세요? 이게 꿈이냐 생시냐며 또 다른 히로인(디아)에게 상담하려 했다는 것이고, 문제는 그 상담받으려 했던 디아도 주인공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질투심의 화신이라는 것이죠. 상담받았다간 어떻게 되었을까. 물리적으로 이세계가 멸망하지 않았을까? 광녀들이 보내오는 일그러진 사랑을 진실한 사랑이라고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이상성. 고백받아 좋아라 해놓고 다른 여자에게 바로 고백하러 가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폭탄 들고 다른 여자에게 상담하러 가는, 이성 간에 지켜야 될 도덕이 무너지고 자신을 붙잡기 위해서 자x도 마다하지 않으려는 히로인들을 보고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주인공을 어떻게 봐야 할까. 리퍼(히로인)가 말리지 않았다면 대륙에 가기도 전에 이세계는 멸망하지 않았을까.



맺으며: 이번 7권은 위 에피소드 임팩트가 워낙 강해서 다른 이야기는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이외의 에피소드로는 검의 스승이었던 가디언 로웬과 작별하고 주인공의 기억을 빼았었던 흑막을 찾아 대륙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배를 타고 몇 날 며칠을 여행하죠. 캐릭터들이 새삼 이렇게 모여 있으니 개성이 참 넘쳐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독점욕과 의존증으로 집착을 넘어 광기를 보여주는 두 히로인, 내색은 하지 않지만 주인공을 너무 좋아해서 질투심으로 중무장한 히로인, 트러블을 말리기는커녕 부채질을 해대는 천진난만한 히로인, 소아성애자 메이드, 이들과 여행 중인 전생에 나라 팔아먹었나 싶은 주인공. 개성 넘치는 히로인들에 둘러싸인 주인공이 어느 히로인 하나에게 고백했다간 대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근 거림이 있습니다. 어차피 다크 판타지인데 이참에 스쿨 데이즈를 찍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습니다만, 문제는 히로인들 면면들이 전략 병기 수준의 능력자들이어서 이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군요. 신(神)은 무슨 생각으로 그녀들에게 능력을 부여했을까. 하지만 읽고 있는 필자는 좀 지리멸렬했습니다. 개성은 넘치지만 감정은 일률적으로 고정되어 새로운 건 없고, 미궁 답파도 뉴타입식 재능 잔치를 벌여대는 통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은 없었습니다. 7권까지 왔는데도 미궁 답파는 요원하기만 하고, 흑막은 4권 분량이 지났는데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주인공을 기반으로 한 1천 년 전 신화 어쩌고 나름대로 복선을 까는데 이게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3권에서 하차했다가 필자가 뭔가 놓친 게 있나 싶어 다시 보게 되었지만 7권까지 와도 이렇다 할 해결책(지구로 귀환)은 보이지 않는 지루함.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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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블레이드&바스타드 04 블레이드&바스타드 4
카규 쿠모 지음, so-bin 그림, 김성래 옮김 / L노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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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안 그래도 하루 벌어먹기도 빠듯한 미궁에서 난데없는 빨간색인지 뭔지 색상은 중요하지 않는 드래곤의 등장은 미궁 도시를 한바탕 뒤집어 놓았었습니다. 죽어도 부활은 가능하나 가챠 확률이라서 반드시 부활한다는 보장은 없는 복지 혜택으로는 누구도 감히 나서질 못했었죠. 뭐 어쩌겠습니까. 주인공 이알마스는 파티를 이끌고 드래곤에 도전을 했더랬습니다. 그 결과 얻을 건 얻고, 잃을 건 잃었죠. 뭔가를 얻은 사람은 덩치녀 벨카난과 잔반 가비지, 잃은 사람은 수녀 아이닛키(죽은 건 아님). 일반적인 몬스터 한 마리로도 생사가 오가는 미궁에서 드래곤의 존재는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드래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라서 그런지 주인공보다는 이번 4권은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시체 회수꾼으로서 친구 하나 없을 거 같았던 주인공을 그래도 같이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죠. 초중반은 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요. 어느 인물은 난다 긴다는 기사단 시절 미궁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 채 왔다가 지옥을 경험하고, 어느 인물은 살아남아 미궁에 대해 알아가고 파티원을 모으고 조금씩 적응해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들을 그리죠. 중반은 주인공을 뺀 아이들과 다른 파티의 아이들이 힘을 합쳐 던전에 들어갔다가 고생하는 이야기, 후반은 주인공도 합세해서 다시 도전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건 미궁은 애들 장난 형식으로, 소풍 가는 마음으로 들어갈만한 곳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죠. 토끼라고 방심했다가 목을 물어 뜯겨 생사를 넘나들고, 몬스터가 쓴 마법에 화형 당하듯 구워지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본 작품은 드래곤볼식 휘황찬란한 마법이 오가는 이야기가 아닌, 로도스도 전기같이 고전적인 판타지를 지향하고 있죠. 작가의 다른 작품인 고블린 슬레이어와 유사한 세계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목숨을 걸어 겨우 몬스터를 없애고 보물 상자를 마주해도 걸려 있는 함정을 풀어야 하는 난제가 기다립니다. 많은 모험가가 여기서 희생되죠. 함정으로 걸려 있는 독침은 그나마 열쇠 따기(도적) 하나만 데려가지만, 지뢰같이 폭발에 휘말리면 파티 전원이 비명횡사하기 일 수입니다. 아이들이 주인공 없이 미궁에 들어갔다가 구워지고 폭발에 휘말리는 등 고생을 많이 하지만 이게 모험이라는 듯 겁을 먹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사뭇 진지하고 흥미롭습니다. 꼭 주인공이 있어야 모험이 성립된다는 클리셰를 벗어던지는 이야기라서 높은 점수를 줄만 하죠. 하지만 후반 주인공이 합류하면서 애들만 있는 파티와 주인공이 있을 때의 파티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진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역시 주인공이 있어야 한다는, 클리셰도 괜찮았습니다.



맺으며: 인생사 허무하다. 고블린 슬레이어에서도 그랬지만, 본 작품에서도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무심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주문을 외우는 몬스터를 저지 못해 불벼락이 떨어져 구워진다든지, 보물 상자 열쇠를 따다 잘못 판단해서 파티가 궤멸될 뻔한다든지, 여담이지만 남녀평등하게 대우받는 게 특징이죠. 아무튼 그렇다고 완전 멀쩡해지는 회복술이나 물약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있긴 하지만 당장 좀 움직일 수 있는 성능에 횟수에도 제약이 따르죠. 그나마 이런 신관(고슬에서의 여신관처럼)은 굉장히 희귀하고 어찌어찌 있는 파티는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없는 파티는 물어보나 마나 같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본 작품입니다. 그만큼 빈곤한 삶을 보여주는 다크 판타지로서 꿈을 찾아 미궁에 들어가지만 꿈을 좇기도 전에 미궁의 밥이 되는 순환의 연속을 보여주죠. 그렇다 보니 인간애가 결여된 장면들도 제법 있습니다. 이번 4권을 예로 들어서, 모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모험가를 노리는 강도들, 같은 파티라도 쓸모에 따라 구분 짓고, 죽은 동료를 재료로 이용해 독이 있는지를 실험하고, 1권 때를 예로 들면 오를레아(히로인)가 당한 것처럼 누군가를 고기 방패로 쓰는 걸 마다하지 않는 쓰레기 등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모습들을 보입니다. 물론 모른 모험가가 그런 건 아니고 흥미로운 건 인간애는 버려도 인간을 그만두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는 것이죠. 미안해하고, 당연시 여기지 않는 것.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죽은 동료를 들쳐 업고 신전에 던져주어 부활하기를 바라는, 부활 못하면 어쩔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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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방패 용사 성공담 14 방패 용사 성공담 14
아네코 유사기 저/박용국 역 / 노블엔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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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노예였던 소녀가 알고 보니 왕의 후손이더라. 정확히 왕은 아니고 천명이니 뭐니로 불리던데, 나라의 우두머리니 왕이나 천명이나. 아무튼 천명의 증표가 무녀복이고, 주인공이 잘 어울리겠다는 마음으로 아무것도 모른 채 라프타리아(메인 히로인)에게 입혔거든요? 그런데 기존에 있던 천명의 세력이 라프타리아가 역모를 꾸몄다고 멋대로 판단하고 죽이려 들더라고요. 알았으면 심사숙고했겠지. 라프타리아의 부모는 도망치듯 나라를 떠났고, 아직 어렸던 라프타리아라가 부모로부터 자기 나라(출생국)에 대해 배우기도 전에 파도(이계의 침공)에 휩쓸려 사망하는 바람에 그녀(라프타리아)는 노예상에 붙잡혀 팔려가는 신세가 되었었죠. 문제는 나라의 밀정들이 라프타리아가 어릴 때부터 어떻게 지내 왔는지, 부모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감시를 통해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는데에 있습니다. 주인공은 빡치죠. 여담으로 라프타리아는 차기 천명 후보인지 후손인지 아무튼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설정입니다. 어쨌거나 100보 양보해서 도와주지 않은 건 정치적 사정으로 그럴 수 있다 치지만, 주인공은 자기 딸처럼 매우 귀하게(그런 것치곤 전위에 세워 마구 부려 먹고 있음) 키우고 있는 그녀를 죽이려 했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에 쳐들어가죠. 라프타리아 출신국.. 뭐더라. 이름이 쿠 뭐시기인데 사실 나라 이름은 중요치 않고 일본식 판타지에서 빠지지 않는 동양풍 나라 어쩌구로 일본색이 상당히 짙은 나라입니다. 가보니 나라가 썩어있고, 실세가 뒤에서 국정을 움직이는 나라가 개판나 있지 뭡니까. 글쎄 마물을 죽이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펼치는 중이더라니까요? 마물이 마을을 덮쳐 애들을 죽이고 아녀자를 납치해가도 죽이지 말라네요. 왜? 주인공으로서는 더욱 명분이 생기죠. 상륙(일본처럼 섬)에 애를 먹었지만 교두보를 확보하고 혁명군을 조직해 라프타리아를 차기 천명으로 세우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번 3권에서는 그 종착점이고요. 민심을 얻기 위해 라프타리아로 하여금 무녀복을 입고 퍼레이드를 펼치게 한다거나, 자기 사욕(무녀복 입히기)을 채우는 동시에 보복을 해주면서 점령지를 늘려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라프타리아는 기막혀 하면서도 시킨다고 무녀복을 입고 퍼레이드를 펼치는 게 또 재미있죠. 음흉한 주인공 마음을 꿰뚫어 보고 태클을 거는 게 이젠 이심전심입니다. 실력도 나날이 늘어서 웬만한 적은 다 처리가 가능하게 되었고, 아트라(히로인)가 펼치는 혼신의 질투심도 어른의 너그러움으로 받아넘기는 처세술도 능숙해졌죠. 다만 안타까운 건 주인공이 그녀를 딸로만 여기고 있는 것.



맺으며: 그냥 날로 먹는 에프소드로서 온 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그냥 흥미 위주의 이야기들입니다. 갑자기 차기 왕(천명) 후보라느니, 살아 있는 자체가 천명에 대한 역모라느니, 그래서 죽어라!!를 외치며 쳐들어 왔지만 되레 주인공에게 격퇴 당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죠. 이번 3권을 느낌으로 요약 하라면, 그동안 라프타리아 감시하며 주인공 능력도 파악하지 않았나? 맛탱이 갔다지만 용사가 주인공 포함 3명이나 있고, 필로, 아트라, 사디나같이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우굴우굴 하는데 뭔 깡으로 주인공이 아끼는 라프타리아를 건드려선, 가만히 내버려뒀다면 현 천명도 무사하고 나라도 무사했을 텐데. 혁명에 휩쓸려 나가리 되는 형국이라니. 뭐 이건 이상론이고, 현실론으로 이걸 집필한 작가에게 따져야 할 문제이긴 하죠. 아무튼 라프타리아 에피소드는 이걸로 끝입니다. 노예 소녀가 하루아침에 신데렐라를 넘어 구국의 영웅이 되는 그런 이야기죠. 아쉬운 점은 좀 더 역경을 딛고 올라서는 이야기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이고, 좋은 점은... 머리 아픈 복선이 없다는 것? 이젠 완전히 주인공 딸로 정착해버린 라프타리아가 안타깝고, 주인공은 아직도 여성 불신에 빠져 들어오는 호감은 매시 부럽지 않게 쳐내는 실력이 좋습니다. 여담으로 라프(라프타리아 머리카락으로 만든 식신)에 대한 삐뚤어진 감성은 그의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지 않았나 싶더군요. 반면에 주인공이 라프 머리를 마구 쓰다듬을 때마다, 라프를 본뜬 인형 왕국까지 세우려는 그에게 복잡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라프타리아가 불쌍하고 흥미롭죠. 라고 해도 신풍(카미카제)이라느니 일본색이 너무 짙어서 필자 개인적으로는 반감이 좀 생긴 에피소드였습니다. 우익, 보수적을 떠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민감해질 수 있는 부분은 좀 가려서 집필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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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누가 용사를 죽였는가 - S Novel+
다켄 지음, toi8 그림, 이소정 옮김 / S노벨 플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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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왕이 있고 용사가 있습니다. 어디서 솟아났는지 모를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용사는 파티를 꾸려 긴 여정 끝에 마왕을 토벌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용사는 개선하여 만인의 환영을 받으며 왕녀와 결혼하고 오랫동안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용사는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죽였냐가 관건인데 누가 죽였을까? 성녀를 탐냈던 검사? 마법사? 질척하게 구는 용사가 싫었던 성녀? 그런 건 아니고, 다들 사이가 좋았습니다. 귀환 중에 마음이 해이해졌는지 마인(마왕 부하)에게 습격 당했다고 합니다. 그럼 이야기 끝 아닌가? 본 작품은 용사 아레스가 어떤 사람이었고, 그가 용사가 되기 전과 학원에서 어떤 생활을 하였는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변방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예언을 받고 용사의 임무를 자각한 '아레스'가 왕도에 있는 용사 육성 학원에서의 3년간 생활을 보여주고, 마왕을 무찌르러 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물론 평탄하지 않은 삶을 보여주죠. 아레스는 평민이고, 학원은 귀족들의 전유물이고, 왕은 마왕 무찌르는 보상으로 왕녀를 내줘야 하고, 귀족은 왕녀와 결혼해서 차기 왕이 되는 아레스가 못마땅하고, 왕녀는 뭐 이런 평범남이 다 있어 하며 살아 돌아오지 말라고 마음속으로 빌죠.



학원에서 평민인 용사가 있을 자리는 없고, 모지리 같은 놈이 왔다며 너 같은 건 용사 자격 없으니 꺼지라고 합니다. 그래도 선생들은 이성인 인지 싸움을 말리고 질문을 하면 대답은 해줍니다. 본 작품은 용사 사후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게 좀 가관이죠. 마왕 퇴치 전에는 평민 주제에라며 온갖 구박을 줘놓고 퇴치에 성공하니까 온갖 찬양을 해댑니다. 그러고 업적을 기린다며 그의 족적을 추적하죠. 이걸 기자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그 중간중간 아레스와 그의 파티원들, 왕녀 등의 시각으로 그들의 일상생활상을 비춥니다. 특히 용사 아레스가 학원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입니다. 사실 용사 아레스는 왕녀가 마음속으로 외쳤던 평범남 이하였죠. 실력도 외모도. 검술은 동료 검사 레온보다 형편없었고, 마법은 거의가 아니라 아예 쓰지 못하였습니다. 어딜 가도 괄시와 무시를 당하고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로 지냅니다. 그럼에도 아레스는 용사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이야기는 왜 아레스가 용사가 되어야만 하는지 비추기 시작하죠. 무시를 당해도 허접이라는 말을 들어도 아레스는 꾸준히 검술 수련에 매진하고, 성녀와 마법사에게 찾아가 마법을 배웁니다.



뭐 당연히 성녀나 마법사나 처음엔 소질도 없는 아레스를 달가워하지 않았죠. 여기서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레온은 사실 아레스가 평민이라서 무시한 게 아닌 귀족의 의무로서 평민을 지켜야 되는 자신이 해야 될 일을 아레스가 하려 하니 부아가 치민 것이고, 성녀는 신을 믿어야만 쓸 수 있는 회복술을 쓰면서 신을 믿지 않습니다. 덤으로 아레스를 괴롭혀 희열을 얻는 골수 사디스트죠. 채찍을 들면 눈빛이 변합니다. 물론 악의적이 아닌 그 뭐시냐 그렇고 그런... 똑똑한 대현자라 칭송받는 마법사는 너무 잘나서 친구가 없었죠. 이들은 처음엔 여느 귀족들처럼 아레스를 무시하였으나 그의 엄청난 노력에 감하되어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 포인트입니다. 여느 먼치킨 작품처럼 아레스도 능력이 개화 하나? 그런 건 없습니다. 본 작품의 주인공인 아레스는 진짜로 평범 이하죠. 하지만 노력만큼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메시지를 던집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걸 아레스가 보여주죠. 정말로 미칠 정도로 노력해서요. 그런데 아레스는 성녀에게서 회복술을, 마법사에게서 공격 마법을 배웠나? 이게 또 골 때리죠. 그는 재능이 진짜 개미 눈물만큼도 없습니다.



그리고 마왕을 무찌른 이후가 본 이야기의 시작이 됩니다. 용사 아레스는 진짜로 죽었나? 왕녀는 평범남이 싫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피나는 노력을 훔쳐보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마음속에 자리를 잡게 되었죠. 그리고 출정 때 왕녀는 아레스에게 어떤 말을 건넵니다. 아레스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마음의 치유가 되는 말이었죠. 그리고 어떤 약속도 나눕니다. 그리고 용사는 돌아오지 못하는 몸이 되었죠. 왕녀는 그의 발자취를 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되죠. 아무리 평민이라지만 10년이나 동고동락한 용사가 죽었는데 파티원들(검사, 성녀, 마법사) 얼굴이 보약 먹은 것처럼 살이 올라 있네? 이것들이 왕녀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나 싶었겠죠. 그쯤 용사 아레스가 태어난 마을에 어떤 청년이 찾아옵니다. 아레스가 마왕을 무찔렀다는 소식과 함께. 그리고 용사 아레스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아레스가 왜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했는지, 왜 용사가 되어야만 했는지를 잔잔하고 잔인하게 풀어냅니다. 누군가의 운명을 짊어지고 속죄하듯이 앞으로 나가야만 하는 인생이란 참으로 슬프다는 걸 보여줍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 못하는 게 아쉽군요.



맺으며: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나만 아니면 되라며 남의 일처럼 치부하고, 마왕 같은 건 네가 가서 없애라며 등을 떠미는 인간의 더러운 일면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용사가 되고 싶어 하는 아레스를 무시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용사가 되길 거부하는 귀족 나부랭이들. 목숨을 걸어야 하고, 원하지 않는 기대를 받고, 마왕을 쓰러트리라고 일방적으로 강요받는 용사의 입장을 십분도 이해해 주지 않는 인간 군상들을 참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아무튼 단권으로 끝나는 작품입니다. 용사 아레스의 죽음과 그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다큐멘터리식으로 풀어가다 드라마 형식으로 바뀌는 게 특징인데요. 평민으로서 용사 아레스가 받았던 차별과 무시, 그가 끌어안고 있었던 마음의 무게(용사가 될 수밖에 없는 동기), 처절하리만치 수련에 매진하게 된 이유 등 꽤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드래곤볼식 전투신은 배제하고 인간관계에 중점을 두는 것도 흥미롭죠. 검사 레온은 귀족으로서 자신이 해야 될 일을 아레스가 하려 하자 반발을 보이지만 결국 친구가 되어 가고, 신을 믿지 않는 성녀는 사디스트가 되어 아레스를 괴롭히는데 희열을 느끼는 변태가 되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마법사는 제 잘난 맛이 통하지 않는 아레스가 흥미로워서 가까이하게 되지만 너 친구 없지 한마디에 침몰 당하는 비운의 캐릭터죠. 처음엔 결코 섞일 수 없었던 이들 4명이 파티를 꾸려 마왕 토벌에 나서고, 용사의 마지막까지. 왕녀도 뒤늦게 정신 차리고 돌아오지 않는 아레스의 발자취를 쫓으며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용사 아레스는... 일본 서브컬처 특유의 다녀왔어, 어서 와 식이지만 조금은 여운이 남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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