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혼잣말 3 - 마오마오의 후궁 수수께끼 풀이수첩
쿠라타 미노지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유유리 옮김, 휴우가 나츠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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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비해 작화 퀄리티가 장족의 발전을 했군요. 마오마오의 표정이 많이 풍부해졌는데요. 특히 진시를 상대할 때 싫어하는 표정이 원작에 많이 근접했다 할 수 있습니다. 코믹이 정발 되면서 모 불법 사이트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든 일본에서든 대박(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을 터트린 빅 간간의 네코쿠라게 작가의 작품을 놔두고 그보다 작화력이 떨어지는(주관적) 선데이 GX의 작품을 정발하였을까 의아했었습니다만. 이번 3권을 접하고 보니 정발할만했다는 느낌을 받았군요.

 

사실 비단 작화만이 아니라 그동안(1~2권) 개연성 부족과 스킵으로 인한 부실한 내용이 작품의 질을 떨어트리고 있었는데요. 이번 3권은 그것을 만회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는 것에서 만족감은 매우 높았군요. 물론 스킵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느끼지 못하게 할 정도로 사건의 구성을 잘 이어가고 있기도 한데요. 개중엔 원작을 안 보면 그냥 지나칠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필자는 작화보다 내용과 개연성을 중요시하였는데 언제부터인지 작화만 따지게 된 걸 이번의 기회로 다시금 반성을 하기도 하였군요.

 

이번 이야기는 연유회 때 있었던 리슈 비의 독살 미수 사건을 해결하고 이 사건을 통해 십수 년 전에 있었던 아둬 비가 낳은 왕자가 죽은 이유까지 밝혀지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마오마오의 양아버지 뤄먼의 과거가 밝혀지기도 하죠. 그로 인한 예전 마오마오의 양아버지가 읊조렸던 인과에 관련된 씁쓸한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하지만 진실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걸 역설하기 시작하죠.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것처럼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어머니의 슬픈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코믹의 특성인 빠른 진행 때문에 느낌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번 아둬 비의 에피소드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하죠. 십수 년 전, 황후와 출산이 겹치게 되면서 겪었던 불합리. 그로 인해 자신의 아이가 살려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되는지, 그 결정 때문에 어머니로서 대접받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참 구구절절합니다. 거기에 불똥이 튀어버린 마오마오의 양아버지의 기구한 삶, 그 인과 덕분에 양아버지를 만나 약사의 길을 걷게 된 마오마오. 그리고 지금 후궁에 발을 들이고 있는 그녀, 인연이란 무엇인가 고찰하게 만든다고 할까요.

 

스포일러 안 하면서 글 쓰려니 두리뭉실해졌군요. 결과적으로 보면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건 생존의 법칙에서 오는 본능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보다 나은 환경에서 아이가 커주길 바라는 부모의 바람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긴 합니다만. 후궁이라는 겉모습은 화사한 화원일지언정 속은 검은 소용돌이가 치는 환경에서 아이가 무사히 커주길 바란다면, 그게 그 검은 소용돌이를 직접 격은 당사자라면 더욱 간절하겠죠. 그리고 그걸 알게 된 아이는 어떤 심정일까...

 

맺으며, 더 이상 마오마오를 장난감으로 여기지 않는 진시의 심경 변화가 볼만합니다. 누구나 다 자신을 우러러보는 환경에서 유일하게 대드는 그녀에게 호기심이 생겨 찝쩍 거렸더니 벌레 보는 듯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본다면 얼마나 짜릿할까요. 네, 진시는 변태가 맞습니다. 그런 하찮은 마음으로 그녀를 대하다 어느 순간 마음을 터놓게 되어 버렸고, 마치 어미새를 갈구하듯 그녀에게 기대는 모습이 참 안쓰럽게 다가오죠.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그가 마지막에 보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런 것에 약한 마오마오, 아마 그의 출생을 알아버렸기에, 자신도 비슷한 처지이기에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3권 한정으로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9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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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9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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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론보다는 실전인가 봅니다. 아무리 학교에서 지식을 습득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쓸모없는 경우가 허다하죠. 바로 경험이라는 겁니다.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 그런 의미에서 '여신관'은 이론보다는 실전을 겪으며 성장하는  타입이라 할 수 있군요. 그녀는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히로인 중에 제일 많이 구르는 존재이죠. 첫 번째 모험에서 실패를 겪고 그대로 어디에나 있을 법한 최후를 맞이할뻔하였던 것이, 고블린 슬레이어를 만난 것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경험이 되었을까. 이후 고블린 슬레이어를 따라다니며 실전을 통한 경험은 양식이 되어 그가 없는 실전에서 빛을 보게 되는,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의미에서 히로인 중에 제일 축복받은 존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고블린 슬레이어는 소치기 소녀와 옆 마을에 배달을 나갑니다. 그래서 여신관을 위시한 나머지 동료들은 개점휴업 상태, 전위가 부족한 게 이럴 때 발목을 잡는군요. 그가 빠졌다는 이유로 단숨에 전위 부족으로 모험을 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지다니요. 눈보라가 치는 겨울 막바지, 봄이 와도 이상하지 않을 계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뜨거운 수프를 할짝할짝 하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자기들도 끼워 달라는 듯 신참 전사와 수습 성녀가 기웃기웃 하고, 그들을 내치지 않고 수프가 담긴 그릇을 내미는 드워프 도사에게서 정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조금은 그를 기다리는 마음을 가진 여신관, 어찌할까 하던 중 수습 성녀가 지고신의 신탁을 받아 북방 눈 오는 산으로 가서 이 겨울이 끝나지 않는 이유를 조사하게 되었다며 같이 가자고 하는데...

 

두 가지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소치기 소녀가 매일 도시로 납품하듯이 이번에도 별다른 의심 없이 옆 마을로 배달을 가게 된 고블린 슬레이어와 소치기 소녀가 맞닥트린 오우거와 고블린 떼, 그리고 고블린 슬레이어가 빠진 채로 파티(신참 전사와 수습 성녀 포함)를 꾸려 북방으로 향하게 된 여신관 파티가 맞닥트린 얼음 마녀와 거인들 그리고 내청코의 토츠카 같은 토끼 소년과의 만남. 과연 둘이 있어 하나가 되고 셋이 있어 파티가 되는 이들에게 서로가 빠진 채로 파티를 꾸려 기도하지 않는 자를 만났을 때. 고난과 역경을 넘을 수 있을까. 그동안의 배움은 헛되지 않았다는 걸 여신관은 보여줄 것인가. 그리고 동료가 없는 고블린 슬레이어는 예전 파티가 있어서 대응할 수 있었던 오우거를 상대로 소치기 소녀를 지키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눈부신 점은 여신관이 되겠습니다. 그동안 그의 곁을 지키며 봐왔던, 그라면 어떻게 했을지를 고찰하고 최선의 선택을 해가며 파티를 이끌고 최적의 방법으로 적을 소탕해가는 모습이 참 흥미롭습니다. 더 이상 움찔 거리지 않고, 더 이상 겁먹지 않고 나아가는 것. 주변의 따듯한 시선에 볼이 뜨거워져도 수줍음이 몰려와도, 예전 같으면 주저앉았을 상황에서도 허세를 부릴 줄 아는 진정한 모험가로 성장해가는 모습이 참 멋있다고 할까요. 하지만 그럴수록 그를 향한 연심은 갈수록 커져서 속앓이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다름 아닌 고블린 슬레이어니까요. 오면 오고, 가면 가는 대로 놔두는 게 그의 성격에다 여신관이 없다고 해서 모험을 그만둘 그가 아니기에...

 

이번 테마는 모두의 성장입니다. 그중 가장 많이 성장한 모습을 보이는 게 여신관인데요. 병아리에서 어미닭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하죠. 다른 이들도 조금식 더 강해진 모습을 보이고요. 그리고 신참 전사와 수습 성녀의 경우도 쥐잡이라는 기초를 열심히 한 덕분에 어엿한 모험가로 성장해가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툭하면, 조금만 벗어나면 죽음의 골짜기가 자리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건 잘 없거든요. 그리고 고블린 슬레이어를 연모하는 마음이 자꾸만 커져가는 여신관의 모습은 훈훈하면서도 안타깝게도 합니다. 이런 건 사망 플래그 밖에 되지 않는데... 하기야 매번 해당 히로인 에피소드를 보면 그를 향한 연심이 높지 않은 히로인은 없었긴 합니다만.

 

맺으며, 고블린 슬레이어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후반 목장에 나타난 레아 영감의 등장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오로지 고블린만을 죽이기 위해, 고블린에 대한 증오만을 가슴속에 꽉 채우고 있었던 그에게 지킬 것이 있고 같이하고 있는 이가 있다는 걸 알아버린 레아 영감의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 더 이상은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같이하는 삶의 표현에서 히로인들의 앞 날이 밝아지는 게 아닐까도 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부제목을 '토끼 소년의 정체를 밝혀라'라고 하고 싶었는데요. 이번 9권 일러스트는 1~8권에서의 일러스트보다 질적인 면에서 많은 하향을 보여주더군요. 그래서 토끼 소년의 등장은 선입견을 심어주기에 딱 좋았고, 후반 반전이 있었을 땐 뭐야라는 심정이었다랄까요. 1회성 캐릭터가 아닌 신참 전사와 수습 성녀의 파티에 끼이는 걸 보니 앞으로도 종종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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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3 - L Novel
와타리 와타루 지음, 박정원 옮김, 퐁칸 ⑧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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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조금 들어가 있습니다.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글도 좀 깁니다.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홀로서기 최종장입니다. 어릴 적부터 부모의 무관심 속에 언니의 등을 바라보며 커왔고, 커서는 하치만의 등으로 갈아탄 이후에도 겉으론 도도한 척, 껍질 안쪽은 언제나 급류에 떠내려가는 나뭇가지처럼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삶만을 살아왔던 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를 쫓아가고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주는 것에서 벗어나 자기 발로 홀로서기 하고자 합니다. 그녀가 바라는 이상향은 그렇게 홀로서기에 성공한 자신을 하치만과 유이가 바라봐 주면 그것으로 족한, 이 시점(명확하게는 12권부터인 듯)에서 유키노는 둘과의 관계를 청산하고자 마음을 먹은 게 아닐까 했군요.

 

공동의존에서 언급되는 심약한 마음을 떠나 유키노를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말하지 않는 아픔'이랄까요. 놀이공원에서 하치만과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걸어두지 못하는 아픔, 홀로서기 과정에서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자신을 도와주러 온 하치만을 바라보며 들뜨고 기쁜 표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아픔, 좋아한다는 감정을 알아 버렸음에도 유이도 같은 생각일 거라는 마음에 결코 자신의 감정을 입 밖으로 내놓지 않는 아픔. 프롬(1)을 준비하면서 유이가 하치만을 돕는다고 알아 버렸을 때 유키노는 자신의 마음을 더욱 굳히지 않았을까. 정말 이런 타입의 히로인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죠.

 

저들과 같이 있으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또 의존해버릴 테니까. 유키노는 그래서 '승부에서 이기면 이긴 쪽이 무엇이든 요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리라. 유키노의 홀로서기에 맞서 자신도 프롬을 개최하겠다고 나서는 하치만, 또다시 그만의 리그가 시작됩니다. 그의 도움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그녀는 무사히 프롬을 개최할 수 있을까. 여기서 승리한다면 분명 그녀는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성격에서 벗어나 격류를 거슬러 올라간 연어가 무사히 산란지에 안착하는 것처럼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녀는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아픔을 극복하고 무사히 창공을 날아오를 것이라고.  하지만 그럴 때 바라봐 주는 이는 있어도 곁에 아무도 없다면?

 

그리고 여기 공동의존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또 한 사람. 유이가하마 유이, 그녀는 차에 치일뻔한 애완견을 구해준 것에 빌미 삼아 그(하치만)에게 접근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작중에서는 부정한 거 같긴 합니다만. 이것은 궁중 속의 고독이었던 그녀가 외톨이인 하치만과 친해지면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있었고(필자의 유추), 마침 봉사부를 찾았던 그녀가 거기에 있던 하치만과 조우했던 것이 그녀로써는 행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죠. 근데 얘(하치만)가 은근히 의지(의존) 해오니 문제였던 것입니다. 의지(의존)라고 해봐야 의견을 듣거나 선택지에서 도움을 받는 정도였지만 그게 참 기뻤다는 게 유이의 속마음.

 

마치 포용하는 어머니처럼 포근한 인상을 풍겨주니 하치만(얘도 은근히 집에서 따 당하는 일 많았음)은 기대지 않을 수 없었죠. 마치 유키노가 부모의 정을 하치만에게서 찾듯이요. 근데 유이는 그걸 이성으로서 호감으로 승격해버리니, 이야기는 상당히 시리어스하게 흘러갑니다. 청춘 드라마에서 무슨 시리어스라고 하실 텐데, 유이는 봉사부가 이대로 유지되는 걸 원하죠. 그럼에도 하치만을 유키노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interlude에서 자신은 나쁜 아이라고 독백하기도 하죠. 참고로 빼앗긴다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이번에 프롬 관련으로 대화중이던 유키노와 하치만의 사이에 느닷없이 난입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군요.

 

셋이서 같이 있다가 난입이 아닌, 분명 온다 간다는 내레이션도 없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한다는 말이 프롬 관련으로 하치만을 도우기로 했다며 둘의 사이를 갈라놓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건데요. 이 장면은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하치만과 유키노의 분위기는 꽤 좋았어요. 하치만이 늘 먹던 커피를 어쩐 일인지 유키노가 자판기에서 구입해서 품속에 보관한다던지. 그런 일이 있은 직후 유이의 난입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럼에도 다시 일하러 가는 유키노의 등을 감싸 안으며 '앞으로도 같이 지내자'라고 하는 유이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필자는 소름이군요.

 

유키노가 감추는 아픔이라면 유이는 들어내는 아픔이라고 할 수 있군요. 12권 때 유키노가 감춰놓은 사진을 찾아낸 이후, 하치만을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모습은 더욱 구구절절해지는데요. 그 엄격한 하루노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온몸이 아프다고 할 정도니까요. 분명 유키노도 같은 마음일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전진은 멈출 생각이 없죠. 그럼에도 '셋이서 앞으로도 같이 지내자.'라고 하는 그녀. 요컨대 그녀는 하치만과 이어지고 유키노와는 친구로 지낼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어떻게 보면 정말 매우 나쁜 애(순화하는 단어 찾느라 고생)라 할 수 있죠. 물론 그것이 정답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마음 아파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요.

 

그렇담 논란의 당사자인 하치만은? 14권에서 보자?

 

맺으며, 소원이란 무엇인가. 각자가 바라는 영원, 갑자기 '그대가 바라는 영원'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생각나버렸습니다. 청춘 드라마의 한 획을 그어버린 작품이죠. 보면서 얼마나 울었던지(농담 아님). 아무튼 한쪽은 알을 깨는 아픔을 딛고 창공을 날아오르려는 새가 되고자 하고, 한쪽은 날지 않아도 되니 같이 지내자고 하면서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는 듯 하치만의 소매를 붙잡는 유이의 모습에서 가증을 느끼기도 했군요. 그래서 후반부에 언급되는 각자(유키노와 유이)의 소원은 무엇인가는 이미 답은 나와 버렸다 할 수 있습니다. 필자도 리뷰에서 언급하기도 했고, 다만 이런 작품은 독자의 유추를 배신하기도 하니까 일단 14권이 나와봐야 알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1. 1, 미국 고등학교, 대학에서 매년 개최하는 학생들에겐 매우 중요한 사교파티, 자세한건 검색 해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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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전생 3 - 이세계에 갔으면 최선을 다한다, Premium Extreme Novel
리후진 나 마고노테 지음, 한신남 옮김, 시로타카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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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 사건에 휘말려 마대륙 끝까지 날아가 버린 루데우스와 에리스, 현세처럼 비행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동차처럼 탈것도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같이 거창한 이동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략적으로 1만키로나 떨어진 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아이들 걸음으로 몇 년이나 걸릴까. 그냥 그 자리에서 사는 것도 괜찮겠지라고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지 않았을까. 같이 간 에리스도 루데우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니 말이다. 하지만 전이 사건으로 가족의 무사가 제일 걱정이었으니까. 그리고 에리스를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야 된다는 사명감도 있으니 남자로서 힘을 내지 않을 수 없었겠지. 그나마 에리스가 귀족 영애 답지 않게 앓는 소리를 안 해서 고구마를 실은 트럭이 마을 입구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게 그로써는 그나마 위안이다.

 

이번 3권은 루데우스와 에리스의 귀향 여정기입니다. 일단은 가족 걱정도 있고 해서 돌아가기로 마음먹죠. 하지만 거리가 거리인지라 엄마 찾아 3만 리 만큼이나 이들에게 놓인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고 할 수 있겠군요. 무엇보다 인마(人魔) 대전이 일어났을 만큼 마족과 인간과의 사이는 좋지만은 않았고, 황량한 대지에 먹을 거라곤 마물뿐이며 땔감조차 마물을 잡아다 써야 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으며 전진해야 될까. 그런 그들은 옆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던 스펠드'루이젤드'를 동료로 삼아, 어쩌겠습니까. 가야죠. 록시에게서 절대 관여하지 말라고 했던 스펠드 족인 루이젤드의 아이 사랑은 남달라서 위험에 처한 이들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도와주는 것이 루데우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아무튼 마을에 들려 모험가 등록을 하고 의뢰를 하며 돈을 모아 여행비로 충당하는 등 전형적인 이세계 모험의 범주에 들어가는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범죄에 연루되기도 하고, 시비에 걸리기도 하고, 그렇게 다사다난한 일상을 보내죠. 그리고 같은 마족에게조차 경원시되는 루이젤드의 오명을 씻어주기 위해 동분서주도 하고요. 여기서 이 작품이 여느 이세계물과 차별을 둔 것은 주인공의 성장이라 하겠는데요. 보통은 힘만 잔뜩 얻어서 이세계로 와 깽판을 치는 것과는 다르게 루데우스의 부실하고 미숙한 내면을 여실히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돈 버는 것에 급급해 타인을 감정 없이 그저 결과물만 나눠 주면 되겠지 하며 이용한다던지, 위험에 처한 모험가를 보고도 이익을 점치다 개입에 늦어 그 모험가가 사망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군요.

 

근데 이야기는 여기서 철학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위험에 처했다고 모든 사람을 도와줘야 할까. 위험에 처했던 모험가는 각오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자기 인생은 자기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하는데요. 문제는 주인공(루데우스)이 이익을 점쳤다는 것인데, 가령 위험에서 구해주고 은혜를 입힘으로써 나중에 이용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더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죠. 전형적인 귀족 다운 마인드라 할 수 있는데 다행히도 루데우스는 이게 잘못되었다는 걸 바로 인지하는 모습에서 성장의 가능성을 보이죠. 타인을 이용하고 이익을 점치고 하는 부분은 사실 현실적이기도 합니다. 그의 전생은 방구석 폐인으로 인간쓰레기였던 그가 이세계로 전생한다고 해서 성격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그게 잘못되었다고 깨달아가며 개과천선을 하려는 모습은 꽤 흥미롭죠. 특히 타인을 이용하는 등 해선 안될 꼼수를 말대가리에게 들통나서 된통 당하게 되었을 때,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책임져야 된다는 메시지를 참으로 직설적으로 던지는 게 와닿기도 합니다. 사람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고 하잖아요. 이 교훈조차 얻지 못했다면 정말 어땠을지, 오히려 신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이렇게 나가면 작가는 더 이상 집필을 못했을 수도 있었겠죠. 1차원적으로 직진만 하는 루이젤드(스펠드 족)와도 의견 차이라던가에서 충돌을 일으키지만 이것도 교육적으로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헤쳐나가야 좋은 관계로 이어질지 가르치는 것이라 할 수 있었군요. 월드 티처라는 작품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여행을 하는 시리우스도 보고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맺으며, 이번 이야기는 루데우스의 내면적 성장을 다루고 있어서 크게 흥미진진한 건 없었습니다. 작가가 유독 힘을 발휘하는 섹슈얼리티가 거의 없다 보니 그냥 여행기에 지나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 행동엔 책임이 따른다는 것, 자기 인생은 자기의 책임이라는 것을 가르치려는 메시지만은 와닿았군요. 인생은 실전이고 꼼수를 부리려다간 참교육 당한다는 메시지. 그건 그렇고 부제목을 저리 지어놓고 왜 그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냐고 하셔도... 루이젤드가 방해해서 그럴 분위기를 내지 못한다고 할까요. 이 작품에서 섹슈얼리티를 빼면 시체인데 루이젤드가 에리스 목욕하는 걸 보려는 루데우스를 막고 있다 보니 루데우스로서는 매일이 나무아미타불이군요. 덩달아 이야기도 건조한 사막이 되어 버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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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6 - S Novel+
타나카 유 지음, Llo 그림, 신동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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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본론부터 말하자면 1~5권은 이번 6권을 위해 존재하였던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짜릿짜릿하고 뭉클하였군요. 이 작품은 그 흔한 이세계 먼치킨 계열이긴 합니다. 주인공(스승)이 현세에서 죽어 이세계로 넘어와 칼로 환생한다는 특이한 소재이죠. 칼로 환생했다고 해도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었지만 마력을 빨아들이는 땅에 꼽혔을 때 오늘내일해야 되었다는 점에서 자유도가 그렇게 높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을 써줄 주인이 필요했고 마침 노예 상단을 덮친 곰 마물에 죽임을 당할뻔했던 프란을 만났을 때, 운명이란 이런 건가 싶었을 거고 그래서 그 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그녀의 바람을 들어 주었던 게 정답이었다는 듯이 지금 그 소녀는 긴 여정의 끝에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됩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의 죽음을 눈앞에서 봐야 했고, 노예로 잡혀 괴로운 나날을 보내야 했고, 싸우다 매번 중상을 입기도 했고,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여행을 했던 그녀에게 다가왔던 수많은 만남 뒤에 찾아온 이별을 통해 그녀의  감정은 메말라 버린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무뚝뚝했죠. 하지만 많은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결국 눈물짓던 모습에서 얼마나 그녀가 감정을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있기도 하였군요. 서러움이랄까요. 수백 년간 이어져온 흑묘족의 비참한 처지를 봐야 했고, 부모에 이어 자신도 진화라는 주박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여행을 하였지만 돌아오는 건 없고 이별만 있는 삶이라. 그렇기에 감정이라는 둑이 한번 무너지면 그것만큼 슬픈 장면도 없을 거라고 역설하기 시작하는데 그동안 이 작품을 보면서 뭐 이런 게 다 있냐고 독설 날린 게 미안해질 정도로 이야기는 극적이 되어 갑니다.

 

주인공이 이세계에 눈을 뜨고 프란과 만나게 되는 마랑의 평원에서 시작된 여행의 종착점, 울무토라는 마을에서 진화의 단서를 찾아가던 이들에게 밝혀지는 흑묘족의 비밀과 진화의 조건, 그리고 흑묘족을 노예로 만들었다는 의혹이 있는 '수왕'(1)과의 만남은 프란과 스승에게 전환점을 제시합니다. 이 작품이 그나마 나무야 미안해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 건 위에는 위가 있다는 것처럼 아무리 먼치킨 계열의 이야기라도 자신(주인공)보다 더 강한 존재는 얼마든지 있다고 역설하기 때문입니다. 수왕을 만났을 때 프란은 그의 강함에 극심한 공포를 느껴 실금을 해버렸죠. 호위 또한 '아만다(하프엘프)'급으로 강했고, 이번 무투제에 출전한 모험가와 여러 사람들 또한 프란보다 강한 존재는 얼마든지 있다고 소개하고 있기도 한데요.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프란은 무투제를 통해 흑묘족은 허약하고 땅을 기는 찌질이가 아니라고 보여주려 하죠. 무투제란 토너먼트식 베틀로얄입니다. 자신(프란)보다 강한 존재들이 득실 거리는 싸움터에서 그녀와 스승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먼치킨 특징이 아무리 험난한 싸움이라도 반드시 이긴다는 것이겠죠. 그러나 이 작품은 먼치킨을 지향하면서도 그런 거 없어요.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위에는 위가 있다는 것인데 그것을 충실히 이어가려 합니다. 아직은 미숙한, 스승을 만나 강해졌다고는 해도 어린 나이에 기고만장 해지는 걸 막고자 이야기는 그녀에게 이쯤에서 멈추라고 하죠. 이 과정에서 상당히 짜릿짜릿함을 선사합니다. 보통 먼치킨물에서는 싸우긴 하는데 거의 호각 내지는 우위를 점해 별다른 피해 없이 종결 시키는 것에 비해 정말 죽을 둥 살 둥 접전을 펼쳐 가죠.

 

본선에서 다들 프란이 지는 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지만 스승의 말 한마디 [이 공기가 바뀌는 순간이 기대되네.]라는 부분은 정말 찌릿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작중 분위기를 느껴보란 듯이 위기 속에서 능력을 조금식 발휘해가는 프란과 스승의 싸움 방식은 오랜만에 두근거림을 느끼기도 하였군요. 그렇게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고 흑묘족은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며, 단순히 무뢰배를 찌부러 트리며 싸움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 아닌 무언가 목표를 두고 전진하는 모습은 여느 먼치킨과는 차별을 두고 있지 않나 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라노벨의 한계는 분명 있습니다. 약하지만 강한 상대로 이긴다는 클리셰, 하지만 한계도 분명 있다고 역설하면서 식상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할까요.

 

어쨌거나 흑묘족의 비밀과 진화의 조건을 알았으니 이제 돌파하는 것만 남았습니다. 500년간 흑묘족 전체가 그토록 바랐던 것, 그것을 뛰어넘는 자, 최대 스포일러라서 더 이상 언급을 못하는 게 참담하군요. 하지만 무뚝뚝하고 감정이라고는 바늘 끝만큼이나 찾아 볼 수 없었던 프란이 대성통곡을 해버렸다는 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군요. 그것은 절망에서 오는 대성통곡이 아니라는 것에서 가슴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진화가 막힌 이유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감정이 들기도 하였군요. 하지만 수백 년이 지난 시점의 후손들이 선조가 저지른 죄를 독박 쓰는 건 잘못되었다는 느낌도 받았고, 작중에서도 그것은 잘못이라며 여신(女神)은 기회를 주려 하죠. 분명 여기가 프란과 스승에게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수왕'의 비밀도 재미있습니다. 결국은 사람의 가치관이란 누구의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틀려진다는 걸 보여주죠. 500년간 수인족 정점에 군림했던 공포의 대상이었던 수왕(수인족 왕) 계보를 이었던 현 수왕은 어릴 적 '키아라'라는 흑묘족 여성을 만났던 게 그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프란이 울무토에서 진화의 단서를 찾을 수 있었던 건 '키아라'라는 여성의 존재도 한몫했죠. 50년 전 프란처럼 진화의 단서를 찾아 마을 사람들을 도와주고 동분서주한 끝에 실종되어버렸던 그녀, 프란에게서 그녀의 모습을 본 울무토 사람들은 프란에게 많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사람은 자고로 착하게 살아야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수왕이 변해가는 모습도 유쾌한 게 프란과 더불어 이번 6권의 최대 흥미 포인트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또다시 프란으로 하여금 이별을 강요합니다. 이것은 슬픈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을 위한 여정, 흑묘족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밝은 쪽으로 끌어 올리기 위한 여행, 사람은 죽었을 때나 여행을 떠날 때 얼마만큼 많은 사람들의 배웅을 받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를 알 수 있다고 하죠. 프란의 강함에 매료된 자, 그 귀여움에 매료된 자, 겉으론 무뚝뚝해서 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지만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겐 한없이 다정한 그녀의 성품에 이끌린 자,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는 프란의 표정은 밝기만 합니다. 이전엔 눈물을 짓던 모습에서 조금은 성장한 듯한...

 

맺으며, 진화와 흑묘족이 왜 진화를 못했나 하는 비밀이 밝혀지고 스승의 출처도 조금식 공개되면서 앞으로 꽤나 흥미진진해지겠더군요. 정말 1~5권과는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그래서 1~5권 빼고 6권만 추천합니다. 6권 보려면 1~5권도 봐야 하겠지만 나무아미타불이군요. 권선징악적인 요소도 많이 들어가 있지만 이번 6권의 핵심은 프란의 성장이라 하겠습니다. 그동안 스테이터스 쪽으로 계속 성장은 해왔지만, 그것과는 다른 분위기의 성장이라고 할까요.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그런 느낌? 모든 먼치킨 계열 작품이 이렇게만 해준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군요. 스킬과 스테이터스에 기대지 않고, 캐릭터 자신이 노력해서 성장하는 작품은 드문 편이죠. 물론 스킬과 스테이터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전혀 자유롭지는 않지만요. 이번 6권 한정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9점입니다.

  1. 1, 당연히 지금의 수왕이 아닌 과거의 수왕, 지금의 수왕도 그걸 계승하고 있지 않냐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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