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술사의 재시작 4 - ~즉사 마법과 스킬 카피의 초월 힐~, J Novel Next
츠키요 루이 지음, 시오콘부 그림, 문기업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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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은 생각 안 나는 어떤 만화에서 용사의 씨를 남기기 위해 각지의 공주나 유력자 자녀를 용사에게 보내는 게 있는데요. 용사는 허구한 날 씨를 남기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하죠. 그 만화를 본 어떤 네티즌의 평가가 이랬습니다. 저 용사의 아랫도리는 아다만티움으로 되어 있는 것이냐. 아다만티움은 세계에서 매우 단단한 물질입니다(자세한 건 검색). 게임상에서는 최상의 재료로 치죠. 울버린의 뼈도 이 물질로 되어 있고요. 이 작품의 주인공 '케얄가'는 용사입니다. 그의 체액(주로 아랫도리)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한계를 돌파해주는 물질로 이뤄져 있는데요. 그래서 용사로 발탁되고부터 남자에게조차 등짝 좀 보자를 엄청 당하며 살아왔었죠.

 

사실 용사로서 우수한 DNA를 남긴다는 의무적인 이야기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정말 이 작품의 주인공 '케얄가'도 복상사만 조심하면 이보다 좋은 인생이 있었을까요. 그러나 약에 중독 당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체액이 쥐어짜여진다면 그건 쾌락이 아니라 지옥이겠죠. 동성애자도 아닌데 같은 동성에게조차 강X을 당한다면 제정신으로 있을 수도 없을 겁니다. 그래서 첫번째 생에선 복수를 다짐하고 두 번째 생에서 복수를 이어가는 게 이 작품의 이야기인데요. '당한 만큼 돌려준다.' 이 말은 그러니까 이에는 이라는 거죠. 내 아랫도리를 너희들이 털었으니 나도 너희 것을 털어 주겠다. 그러나 남자는 사절...

 

마족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 블라닛카를 토벌하기 위해 왔던 노른 공주를 손에 넣음으로써 주인공 케얄가의 복수극은 중반을 넘어섭니다. 왕녀 플레어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적들을 만날 때마다 뭔가 극적인 싸움을 바랐건만 블랙홀처럼 주인공 주위에만 가면 아무 힘도 못 쓰고 빨려 들어가 버리는군요. 그리고 기억을 개조 당하고 허구한 날 S로 시작하는 그것만 해대요. 그래서 복수란 상대로 하여금 죄를 뉘우치는 감정이 들게끔 해야 하건만 기억 조작으로 자신(케얄가)에게 반하도록 해서 즐기는 것이 과연 복수에 해당하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죠. 작 초반에 기억을 되돌려서 절망을 안겨줄테다라는 부분은 있었습니다만.

 

그렇게 플레어를 플레이아라는 이름으로, 노른 공주(플레어와 자매 사이)를 엘렌으로 개명 시켜 자신의 복수극 여행에 끌어들인 주인공은 오늘도 새로운 여자 어디 없나 하고 눈을 불을 켜고 돌아다닙니다. 그때 그의 눈에 띈 게 첫 번째 생에서 마왕이었던 '이브(표지 하얀 머리)', 두 번째 생에서는 마왕 후보로써 현 마왕에게 쫓기고 있었는데요. 그걸 주인공이 구해줍니다(3권에서). 첫번째 생에서 한눈에 반해버린 아랫도리 아다만티움은 그녀를 공략하기 위해 불철주야 공을 들이기 시작하죠. 그게 기둥서방이라는 것을 모른 채 그에게 빠져 들어가는 이브, 곱게 자라 세상 물정 어두웠던 공주님은 제비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말아요.

 

사실 이 작품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복수를 위한답시고 아랫도리를 브레이크 없이 놀려대는 주인공이나 그게 좋다고 덤비는 히로인들이나, 이브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서술하기 시작하는데요. 아랫도리 아다만티움과 다른 히로인들의 밤놀이를 훔처보며 직접 자신의 손으로 위로하다가 결국 주인공의 손을 빌려 위로하기에 이르죠. 그리고 그 끝은 '우리 드디어 맺어졌어!' 이 과정이 상당히 적나라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마치 야구 동영상 보는 듯 매끄럽게 흘러간다는 것인데요. 용케도 19금 받지 않았다고 할까요(15금도 아님). 발매사인 제이노블의 수완이 이만저만 좋은 게 아닙니다.

 

아무튼 아랫도리 사정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데도 용케 이야기가 정체되지 않고 흘러가는 게 작가의 필력도 좋아요. 일단 현 마왕을 무찔러야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며 현 마왕을 목표로 수련에 매진을 하죠. 하지만 늘 그렇듯 방해꾼들이 나타나고, 주인공은 짓밟아주는 게 일이죠. 그리고 이브로 하여금 힘을 얻게 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와~ 괜히 위에서 기둥서방이라고 표현한 게 아닙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애 등 처먹는 느낌이 현실감 있게 와닿아요. 이브는 그게 사랑이라고 굳게 믿고 있고, 그러고 보면 아무 잘못도 없는 '검성 크레하'도 이렇게 손에 넣었더랬죠. 마치 살아가는데 있어서 이 남자만은 반드시 피해야 된다는 교과서 같다고 할까요.

 

맺으며,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걸어 다니는 야동'이라 하겠습니다. 허구한 날 그것만 해대요. 고자 발암보다는 낫긴 한데 사냥하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식으로 하고, 밤마다 돌려가면서 하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하고, 이거 갈수록 복수는 수단일 뿐 목표는 섹수이지 않을까 하는 느낌만 받았군요. 벌써 몇 명이냐, 이번에 이브에게 힘을 기르게 하면서 신수라는 마물을 손에 넣는 과정에서 얻은 알이 있는데요. 이것도 부화 시켜보니 암컷입니다. 그것도 오타쿠들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여우 귀 여자애,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다. 다 좋은데 작가님, 주인공 대항마 좀 만들어 주시면 안 될까요. 혼자서 역경도 없이 다 해 먹으니까 재미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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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20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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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가냘픈 몸에 들어갈 데가 어디 있다고 허구한 날 술 퍼마시고 고기며 각종 식자재를 먹어대니 로렌스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겠죠. 행상을 할 때부터 입은 고급이어서 꿀에 절인 복숭아라든지 사과라든지에 사족을 못 쓰는 데다 안 사주면 삐지고, 사실 로렌스가 호로와 결혼한 이유가 이런 먹보 호로랑 같이 행상 다녔다간 언젠가 빚을 지게 되고 빚쟁이에 쫓겨 노예로 전락할지 몰라서 그랬을 거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군요(1). 원래 로렌스는 내 가게를 내고 물건을 파는 상인으로써의 길을 가려고 했죠.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그녀를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그녀의 고향에 갔더랬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이들은 온천장을 차리죠. 예쁜 딸도 낳고 온천장도 성공 궤도에 올라가고 성공한 인생은 이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요.

 

'늑대와 향신료'란 늑대는 호로를 뜻하고 향신료는 상인에게 있어서 최고의 상품이자 돈이 되는 것. 뜻을 이루지 못한 로렌스는 그녀의 고향 근처에 온천장을 차렸습니다. 이름하여 '늑대와 향신료' 얼마나 그가 상인에 대한 미련이 서려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그리고 얼마나 호로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10여 년이 흐른 지금, 딸내미는 콜을 쫓아 세상으로 나가 버렸고, 온갖 말썽이란 말썽을 다 부리는 말괄량이를 떠나보내 시원해야 될 판이건만 로렌스는 딸이 밥이나 제대로 먹고 있는지 매일이 걱정입니다(사실은 딴 걱정). 호로는 늑대의 화신답게 한번 품을 떠난 새끼는 더 이상 보살피지 않는다는 것처럼 무관심으로 일관 중이군요. 로렌스에게 있어서 서운한 부분이었겠죠. 그래서 매일 호로에게 핀잔을 먹고 있지만 지칠 줄을 몰라요.

 

오늘은 털갈이를 하는 호로를 위해 거금을 들여 빗을 대량으로 구입했습니다. 이게 또 기쁜 호로, 그러나 집안 온통 털을 날려대니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아 결국 호로는 감금 당하기에 이르죠. 아직은 늑대라는 것에 공포를 느끼는 이 시대에서 늑대가 어슬렁 거린다고 알려지만 온천장은 폭망하거든요. 남방에서 올라와 호로의 심기를 건드렸던 '세림(호로의 동족)'에게도 빗을 선물할까 호로에게 준 빗에서 고르던 그에게 이를 들어내는 그녀, 먹는 것을 억수로 밝히고 술을 달고 사는 데다 질투심은 어찌나 높은지 세림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으르렁대니 로렌스로써는 이걸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합니다. 거기다 게으름뱅이로 일을 도와주는 둥 마는 둥, 얼굴 내비쳤나 싶은데 어느새 없어졌고 찾아보면 침실에서 술을 퍼마시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군요.

 

온천장을 경영하며 손님을 받고, 뒷산에 올라가 밤을 줍고 버섯을 따고 곰을 만나 토닥토닥해주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그 속에서 문득문득 서로에게 흐르는 시간이 다르다는 걸 실감하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그래도 손잡고 갈 수 있는 데까지 갈려는 모습이 참 애틋하게 합니다. 십수 년이 흘러도 여전히 15세쯤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호로는 이젠 더 이상 대놓고 밖으로 나오질 못합니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허리에 모포를 둘러 늑대의 표식을 지우고 가끔씩 밖으로 나오지만 언제까지 이런 시간이 이어질까. 로렌스는 벌써 40줄에 들어섰는데... 그럼에도 언제까지고 우리들의 시간은 여전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밝은 모습을 보이려 하지만 두 사람이 품고 있는 불안은 조금식 싹을 틔우기 시작하죠.

 

질투의 화신이면서 동시에 외로움의 극치를 안고 살아가는 그녀가 나이를 먹어가는 로렌스를 바라보며 무엇을 느꼈을까. 지금이라는 시간이 꿈은 아닐까. 꿈에서 깨어났을 때 여전히 자신은 보리밭에 매어져 있는 건 아닐까. 그런 그녀에게 직접 구운 과자를 그녀의 목에 걸치고 있는 주머니에 넣어주며 이 냄새의 끝에 내가 있으니 설령 눈을 떴을 때 보리밭이라고 해도 찾아오라는 그의 말에 그만 울어버리는 그녀. 그의 따뜻한 손이 그리워 놓지 못하면서도 자신과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그에게서 두려움을 느껴 같이 하길 거부했었던 그녀. 자신 때문에 상인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그에게서 아픔을 느꼈던 그녀. 매일 술을 달고 사는 건 어쩌면 그런 아픔을 내비치지 않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서글픈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맺으며, 여전히 장난을 잘치는 타카기양 처럼 둘이 투닥거리면서도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아플 정도로 와닿는 에피소드입니다. 특히 호로가 어느 동굴에서 발견된 미라(시체)를 보며 어쩌면 여기에 있는 건 행상하다 망해버린 로렌스가 아닐까, 지금이라는 시간은 어쩌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대목은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그만큼 그녀가 홀로 지내온 시간이 많았다는 증거라 할 수 있겠죠. 찰나의 시간 속에서 만난 애틋한 사랑이 꿈을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있는 그녀를  보며 마지막에 정말 어떤 느낌으로 헤어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군요.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별다른 내용은 없는데 이런 애틋한 마음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여전히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1. 1, 노파심에 쓰지만 무작정 먹어대지는 않고 로렌스의 지갑이 빵꾸나지 않게 자중을 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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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철의 마법사 2 - 두 명의 발키리
마요이 도후 지음, 뉴무 그림, 이승원 옮김 / 라루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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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았다. 모럴해저드와 사이코패스에 혹해서 2권을 덥석 구입했던 필자는 좌절을 맛봐야 했군요. 1권의 분위기는 엇따 팔아먹고 육아물이 되어 버렸는가. 아니 뭐, 히로인 '하루나'가 클래스 메이트들에게 버림받고 성장을 위해 사부를 찾아가 칼을 간다는 건 1권에서도 나온 내용이긴 한데, 그렇다면 칼을 가는 내용이라도 넣던가. 그냥 팔만 내질러도 쑥쑥 성장하는 애를 두고 어디가 무능아이고, 어디서 감정을 이입하고 의미를 찾아야 하는가. 작가 당신이라면 알겠나요? 아니, 모럴해저드와 사이코패스를 버리고 성장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이어가고자 한다면 그에 맞는 진행을 보여줘야 할 거 아니에요.

 

근데 모럴해저드? 나오거든요. 그게요. 몬스터 주인님이라는 작품에서도 언급한 저속한 짓을 하루나 클래스 메이트들이 저질러요(1권에서). 법이 있어도 비웃듯 범죄가 일어나는 현실에서 법이라는 족쇄가 사라진 이세계라면 인간은 본성을 드러내기 마련이라는 듯, 능욕을 펼치다가 사이코 패스 하루나에게 끔살을 당해 버렸죠. 시종일관 이런 분위기였던 1권에 비해 2권은 그냥 이세계에 간 주인공이 깽판을 친다의 전형적인 모습만 보입니다. 그냥 막 두들기고 그에 따라 능력치는 마구 올라가고, 그러면서 무능아라고 폄하 당하고, 사부에게 선동 당해서 우리 좀 더 강해지자? 우주 정복이라도 할 기세랄까요.

 

물론 사람에 따라 노력은 다 달라요. 그 사람만의 노하우로 강해지는 거라면 딱히 상관은 없어요. 그런데 하루나는 노력이랄 것도 없어요. 그냥 휘두르면 강해지고, 스크롤 구입해서 스킬 습득 후 좀 날리다 보면 능력치는 빠방하게 올라가고, 이게 재미있나? 흥미 있나? 이런 물음이 끊이질 않아요. 옛날 어느 작품에서 초고수가 있었는데 적과 싸우다 한 방 맞고 죽어버린 게 있었어요. 초고수가 한 방 맞았다고 왜 죽었을까? 맞는 수련을 안 해서 맷집이 없었다나요. 수련과 노력이란 실패와 좌절을 격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입니다. 그런데 하루나는 그게 없죠. 수련은 하는데 좌절을 겪을 만한 일이 없어요.

 

왜? 한 방에 다 죽여 버리니까요. 이것은 즉사치트라는 작품과 일맥상통합니다. 한 방에 골로 보내는 거나 '죽어'한마디로 골로 보내는 거나 뭐가 다를까. 그래도 즉사치트는 주인공이 가진 복선이라도 있었지. 이 작품의 하루나는 뭐가 있나? 안 보여요. 아무리 찾아도. 그냥 때려죽이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 밖에 느낄 수가 없어요. 이번에 고블린 용사가 수하 고블린과 오크와 오거로 구성된 군단을 이끌고 쳐들어와요. 고블린 용사라니 아직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작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았는데, 능력치로 보면 하루나의 두 배나 되는 고블린 용사를 맞이하여 그녀가 보여준 분투? 먹는 건가요?

 

치나츠라는 하루나 클래스 메이트와 페어를 짜고 고블린 용사와 아무리 조무래기라지만 1천이라는 숫자를 맞이해 처절한 싸움이 아니라 소풍 개념으로 바베큐 파티를 열고 잠깐 다녀올게라는 느낌으로 때려잡는데... 한때 인터넷에서 엄청나게 까데기 당했던 모 작품의 포위 섬멸전 기억하시나요? 차라리 이게 더 나을 지경입니다. 고기 다지듯이 고블린들을 유린하고 자신보다 두 배나 강한 상대를 만나 아이 팔 비틀듯 몇수만에 잡아 버리고, 고블린 슬레이어가 봤다면 울면서 뛰쳐뛰쳐나갔을 일이 엄청 벌어지죠. 대체 이거 무슨 의미가 있나. 필자는 읽는 내내 의미를 찾아내려고 머리를 풀가동했지만 찾지 못했군요.

 

그렇게 쓸어 버리고 바베큐장으로 와서 한다는 말이 배고파, 고블린 피로 칠갑을 했을 텐데, 아무리 승부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현대를 살아갔던 여고생이 할 말은 아니라고 봐요. 고뇌 정도는 해도 되잖아요? 뇌수와 내장이 난자했을 텐데 멘탈 괜찮나? 냄새는? 물론 작품 자체가 가볍게 가자는 성향이니까 따지고 들어봐야 소용이 없긴 합니다만. 반대로 말하면 이런 의미도 없는 작품을 돈 받고 팔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가 아닐까도 싶군요. 한마디로 흥미를 끌만한 게 없어요. 게다가 하루나의 사부의 아랫도리 상황은 왜 자꾸 실황중계를 하나요. 궁금하지도 않은 거, 치나츠의 사부 넬이라는 기사단장과의 염문을 뿌리는데 이 작품의 내용과 무슨 상관인지도 모르겠군요.

 

이제 대적할 놈도 없는데 뭐 하러 수련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전형적인 소설가가 되자 식 스킬 설명은 사람을 고리타분하게 만들고, 사실 늘 이런 작품을 읽다 보면 스킬 설명이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물음이 떠나질 않아요. 그래봐야 굵다라는 생각만 들 뿐이죠. 300여 페이지 절반을 이렇게 허비합니다. 그래도 개그라도 넣어서 승부수를 띄울려는지 착각물로 만들어 버릴려는지 등장인물마다 상황을 착각하게 해서 북 치고 장구치고, 총체적 난국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요. 대체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나무야 미안해?

 

맺으며,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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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의 주인님 2 - S Novel
히구레 민토 지음, 팀에스비 옮김, 나포 그림 / ㈜소미미디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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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자석에 이끌리는 철 조각처럼 숲속을 걸었을 뿐인데 '내가 니놈의 권속이다'라고 들러붙어 오니 이거 참 편리하군요. 보통 테이밍이라고 하면 몬스터를 죽도록 때리고 나서 약해지면 꼬셔서 내 편으로 만드는 거잖아요. 아니면 조교를 하던지요. 내가 너보다(몬스터) 우위에 있다는 걸 자각 시키고 복종 시키기도 하고요. 아니면 요즘 감성 특집으로 서로가 마음이 통해서 쭈인님!이라고 대뜸 테이밍 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숲속을 걸었을 뿐인데 쭈인님! 하고 들러붙어오니 힘들이지 않고도 내 편을 늘릴 수 있으니 얼마나 유용한 스킬입니까.

 

그런데 문제는 100이면 100 다 테이밍이 되는 건 아니고 어쩌다 마음이 맞는 몬스터만이 테이밍이 되는 것에서 주인공이 가진 스킬은 아주 고약하다는 것이군요. 더욱 문제인 것은 보통 테이밍 하면 절대적으로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고 주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괜히 반푼이 스킬이 아니라는 것마냥 '주인은 주인인데 주인이면 다야?'라는 상황이 벌어져요. 모든 걸 몸으로 때워야 되는 현실에서 그나마 릴리는 매우 양호한 편이었고, 로즈는 엄한 놈 붙들고 쇼하는 중에 난입해줘서 주인공은 그녀 덕분에 목숨을 건졌더랬죠. 그리고 세 번째 권속인 '거베라'를 들이게 되는데요. 신화 속(?)에 나오는 상반신은 여성이고 하반신은 거미인 '아라크네'를 맞이하면서 주인공이 치러야 할 고통은 너무나 컸어요.

 

메가데레 저리 가라 할 만큼 큰 독점욕을 발휘했던 거베라를 맞이하여 주인공은 반죽음 상태가 되어 버리고(주인을 줘패다니), 그의 권속인 릴리와 로즈 또한 중파와 중상을 입어 버렸죠. 절체절명의 순간 주인공보다 더 힘없는 '카토'가 나서서 겨우 그녀(거베라)를 진정시킴으로서 사태는 일단락되었습니다만(까지가 1권 스토리). 그로 인해 이번 2권은 치료를 위한 휴식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까지 제어하는 테이밍이 아니다 보니 권속들 저마다 자아가 싹터서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으로 번민하고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이게 주인공 마음에 직접 연결되어 테이밍 되다 보니 몬스터들이 인간의 마음을 얻어 버렸다고 할까요.

 

당연히 거기에 따른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게 되죠. 주인을 상처 입힌 거베라를 용서 못하는 로즈와, 정신 차리고 보니 밥상을 엎어버린 거베라가 받은 마음의 충격, 그리고 주인공을 할짝할짝 거리며 한시도 떨어지기를 거부하는 릴리와 그녀를 바라보던 주인공은 그녀에게서 마음의 안식처를 얻어 버립니다. 슬라임의 체액(침샘)은 어떤 맛이더냐라는 일도 있었죠. <- 엄청 순화해서 쓴거랍니다. 절대적인 연정을 품어버린 릴리와 절대적인 충성심을 가져버린 로즈, 그리고 독점욕에 사로잡혀 다리를 깔짝깔짝 거리는 거베라는 오늘도 주인공을 자빠트리고 싶어 하지만 그보다 할 일이 태산이군요.

 

그건 그렇고 여기에 불쌍한 캐릭터가 하나가 있습니다. 이름은 '카토', 주인공보다 한 살 어린 여학생입니다. 릴리가 의태하고 있는 미즈시마 미호와 아는 사이로 콜로니 붕괴 때 도망쳐 나오긴 했지만 몸을 숨긴 곳에서 질 나쁜 남학생들에게 능욕을 당하여만 하였죠. 마침 지나가던 주인공이 구해주었긴 한데 보통 여느 작품이라면 행위 직전에 구출되곤 하지만 이 작품은 모럴해저드를 아이덴티티로 정해 놓은지라 우리가 바라는 일에는 응답을 해주지 않습니다. 그녀는 구출된 이후 계속 주인공 일행과 같이 다니고는 있지만 주인공이 워낙 인간 불신에 빠져 있다 보니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를 못해요.

 

상처받은 몸을 감추기 위해서라는 듯이 더러운 시트를 몸에 둘둘 말고 다니는 그녀(카토), 그런 그녀가 거베라에게 잡혀간 주인공을 구출하기 위해 악역을 자처하면서 꽤나 안쓰럽게 다가왔죠. 발광하던 릴리에게 찬물을 덮어씌워 냉정하게 만들고 거베라와의 일전에서도 큰 빛을 발휘하며 주인공을 탈환하는데 공을 세웠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저 주인공 일행이 가는 데로 따라가고 유대가 좋아진 주인공 일행을 바라보며, 빛을 내는 그들을 부러워할 뿐. 그래서 뭔가 자신도 끼여보고 싶었겠죠. 마법을 배우고 싶다고, 하다못해 힐(치유마법)이라도 배워 도움이 되고 싶다고... 그러나 현실을 냉혹합니다.

 

주인공은 인간을 믿지 못합니다. 신뢰를 하지 못합니다. 자신을 탈환하는데 큰 공을 세운 그녀에게 뭔가 보답은 하고 싶은데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심한 구역질을 해대는 주인공, 그녀가 인간이기 때문에. 다른 건 몰라도 주인공이 가진 내면의 갈등은 정말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녀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그녀를 상처 입히고 마는, 그럼에도 그녀는 실망하기 보다 자기 발로 걸어가려고 하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가슴 한켠을 뭉클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날 받았던 어찌할 수 없는 두려움은 없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내일을 맞이하고 말죠. 후반 그녀가 얼마나 큰 상처를 안고 있었는지 밝혀지면서 정말 모럴해저드를 아이덴티티로 삼은 작품답다 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주인공과 권속들 간 알콩달콩 하고 인생 이야기만 그릴뿐.

 

맺으며, 형만 한 아우 없다고 영화도 1편이 재미있으면 2편은 재미없다는 혹은 쉬어간다는 공식처럼 라노벨도 더러 그런 경향을 보이죠. 1권에서 모럴해저드를 보여주면서 이목을 끌었던 반면에 2권은 주인공과 그의 권속들 간 서로가 다른 내면의 충돌과 얽힘 그리고 풀어내는 걸 그리고 있습니다. 이게 재미없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흥미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군요. 주인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면서 주종 관계에서 오는 그것이 아니라 인간의 영역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보자를 그리고 있어요. 그래서 갭이라던지 위화감이 좀 생깁니다. 1권에서 권속들이 왜 그런 마음을 품는지 설명은 해놓았습니다만.

 

아무튼 부제목과 리뷰에 상관관계가 무엇인지 의문이시겠군요. 사실 낯간지러운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요. 위에서 언뜻언뜻 언급은 하였지만 주인공과 권속들 간 유대가 인간의 그것을 뛰어넘고 있죠. 이번 2권은 권속들 간 서로 단점을 보안해주고, 상대에게서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을 발견하고 충돌을 일으키고 해결하면서 유대를 더욱 돈독히 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권속들에게서 받아 가는 사랑은 정말 인간들 것보다 더 따스하게 다가오니 이들에게서 온기를 찾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그런데 어째서인지 임재범의 '너를 위해'라는 노래가 떠오르더군요. 너무 유대가 돈독해서 주인공이 마음에 일말의 불안을 품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추측 때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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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환수조사원 1
호시노 코이치로 지음, lack 그림, 아야사토 케이시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환상의 생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

 

이 작품은 '페리'라는 소녀가 박쥐 '토로'와 어둠의 왕 '크슈나'와 함께 세상을 떠돌며 환수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여타 라노벨이나 판타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유니콘이나 인어같이 환상 속의 생물 혹은 사람보다 격이 높은 존재를 이 작품에서는 환수라고 하는데요. 페리는 조사원이라는 신분을 부여받아 환수와 인간 사이를 조정하고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는 환수를 잡아다 가두는 일을 하고 있죠. 그런데 원작인 라노벨을 읽으면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건 그녀(페리)는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입니다. 있다면 어디선가 꺼내는 환수를 기록한 책, 아무런 힘이 없는 그녀가 어째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가.

 

이 작품의 원작가 '아야사토 케이시'의 특징이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이고,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내는 걸 특징으로 하고 있죠. 가령 피가 낭자하고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벽에 막히고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널 살리면 어떤 의미가 부여되나 하는 것, 이건 이세계 고문 공주라는 작품에서 잘 표현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페리는 힘이 없습니다. 그녀를 따라다니는 어둠의 왕 '크슈나'가 그녀를 보살펴주지 않았다면 몇 번이고 목숨을 잃을 판이죠. 그럼에도 그녀는 개의치 않습니다. 왜? 그것이 그녀의 사명이니까요. 환수와 인간 사이를 조정하고, 때론 상처받은 환수를 보살펴 주는 것.

 

아무튼 이 작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나.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이 세계는 환수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환수는 때론 인간과 같이 살기도 하고, 때론 인간을 공격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서로가 부딪혀 살아가는 이상 트러블이 일어 날 수밖에 없죠. 페리는 와이번의 습격을 받고 있는 어떤 마을에 들립니다. 사람들은 와이번 퇴치를 의뢰하지만 페리는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다고 알아가죠.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인간이란 왜 이리 추잡한 생물인가를 말하기 시작합니다. 마음을 다친 와이번과 자기들만 살겠다고 죄를 저질러 놓고 오히려 큰 소리치는 장면에서는 없어져야 될 건 환수가 아니라 인간이라고 역설하죠.

 

사실 라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 중에 작화는 물론이고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 위화감 없이 풀어내는 작품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인데요. 필자가 누차 언급하는 늑향이라던가, SAO 프로그레시브, 던만추등 주관적이지만 원작보다 더 나은 작품이 더러 있죠.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어떠한가. 출판사에겐 죄송하지만 라노벨보다 더 낫다고 평가하겠습니다. 위화감이 전혀 없어요. 보통은 스킵으로 인한 갭은 생기기 마련인데 눈에, 뇌리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코믹을 그리는 작가의 표현력이 좋습니다. 사실 라노벨과 달리 만화는 리뷰할 때 본문을 인용하며 해야 읽는 쪽에서 좀 더 와닿겠는데 저작권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게 안타깝군요. 

 

그래도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페리와 토로 그리고 크슈나의 관계를 사실적으로 잘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페리를 지키려는 크슈나의 살가운 정도를 넘어 밥맛인 모습이라던지 그런 크슈나가 못마땅해서 머리로 들이박는 게 일인 토로라든지, 페리가 크슈나의 머리를 쓰담쓰담 하자 뭘 잘못 먹었냐느식으로 흥분하는 모습은 원작에서는 느끼기 힘들 정도죠. 하지만 천진난만하고 살가운 장면 이면엔 어두운 진실도 숨어 있습니다. 원작을 보신 분이라면 첫 장 크슈나가 욾조렸던 '설마 농치는 것이겠지?' 다음 장에 이어지는 대사에서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렸을 거라 봅니다. 필자가 원작을 설렁설렁 읽다가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장면과 연결이 되어 엄청 씁쓸했군요.

 

이게 원작가의 또 다른 특징이죠. 허를 찌르는 것, 그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계속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 그렇기에 덧없는 아름다움이랄까요. 이세계 고문공주도 그렇고, 이 작품의 페리의 귀여운 겉모습은 그걸 감추기 위한 연극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질이 나쁜 게 중간중간 복선을 던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몇 번을 되풀이 하더라도' 원작을 보신 분이라면 이 대사에서 소름이 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군요. 그래서 원작보다 만화에 더 큰 점수를 주고자 합니다.

 

맺으며, 필자는 원작가(정확히는 작가가 집필하는 작품)와 상성이 맞지 않나 봅니다. B.A.D는 그나마 나았는데 이세게 고문공주는 상성이 최악이었고, 이 작품의 원작도 사실 잘 읽긴 했는데 리뷰 쓸려니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었군요. 그나마 만화는 원작보다 뛰어나서 이만큼을 썼습니다만. 내용과는 하등 관계없는 말만 주절주절 늘어놓기나 하고... 역시 어쩔 수 없는 상성의 문제인 듯합니다. 그래도 만화만큼은 계속 구매할 거지만요. 노파심에서 쓰지만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필자와의 상성 문제입니다. 아무튼 원작은 몰라도 만화만큼은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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