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습격 1 - S Novel+
타케즈키 조 지음, 시라비 그림, 현노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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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강한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은 소미에서 이번에 발매된 신작으로 노블엔진에서 발매된 '용사, 그만둡니다'와 공교롭게도 맥을 같이 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일 작가인가 했는데 이름이 다르군요. 그런데도 절묘하게 맥을 같이하게 되는데, 여기서 맥을 같이 한다는 건 두 작품의 공통점으로 '이세계의 지구 침공'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구인의 화성 침공도 아니고 뭔가 코믹스럽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침략자와 맞서 싸우는 자가 있는 전장이 코믹스러울 리가 없잖아요. 두 작품 다 거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수준의 지구 멸망을 그리고 있죠. 그러나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용사, 그만둡니다'가 미래를 다룬다면, 이 작품은 그 과거를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희한하게도 '용사, 그만둡니다'의 주인공은 이 작품의 주인공과의 설정이 상당히 비슷하더군요. 두 작품의 주인공은 특별한 힘을 받아 멸망해가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이세계에서 쳐들어오는 마법사와 마물들에 맞서 최일선에서 싸우게 되죠.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이세계의 침공으로 인류는 제대로 반격 다운 반격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데 지구인도 노력은 해요. 군함이 나와 미사일 공격을 하고, 전투기가 나와 공중전을 벌이게 되죠. 하지만 이세계에서 파견 나온 대마법사가 부리는 마법에 의해 현대전의 무기는 통용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류는 지구로 망명 온 엘프들과 힘을 합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게 되죠. 수십 년에 걸쳐 전쟁을 치르며 인류는 간신히 반격할 수 있는 수단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만.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그 수단은 그 작품의 주인공(유우)이 가지게 되죠. 노파심에서 쓰자면, 주인공은 이미 적성 검사를 꽤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었다는 점이군요. 건담류처럼 어쩌다 건담에 올라타 조종하는 민간인 신분은 아닌 것이죠. 그러고 보니 말 안 했는데, 이 작품은 메카닉물로서 SF라는 건 이걸 말하는 것이고, 판타지는 이세계의 지구 침공과 그에 따른 마법도 혼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인공은 소년병입니다. 궤멸로 몰려가는 인류는 맞서 싸울 병력조차 조달하기가 여의치 않죠. 주인공은 14살이라는 나이에 징집되어 군대와 엘프 과학자들이 개발한 나노머신을 몸에 이식해 적성검사를 받고 있으며, 그에겐 '이쥬인'과 '아리야(하프 엘프, 히로인)'라는 동료들이 있어요. 이들은 남겨진 민간인들을 보살피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죠. 군대는 이미 궤멸해버렸고, 정부는 도망가 버렸습니다. 여기서 매우 흥미롭고 눈여겨볼 것은 소년병이 징집되고 군대가 나오면서(현재 일본은 공식적으로 군(軍)은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익 성향인가 했더니 그 반대라는 것입니다. 군대는 허접하고, 지켜야 될 민간인들은 나 몰라 하고, 정부는 도망가 버렸죠. 그런 주제에 아직 힘을 비축하고 있는 엘프들의 자치 정부에 빌붙어서 목소리만 낸다며 돌려까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 꽤나 흥미롭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일본 열도는 글자 그대로 특대 마법 맞고 침몰(수몰) 직전까지 몰려 있죠.


그리고 멸망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이 보여주는 연민과 추악함을 잘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군대의 잔존 병력과 민간인들을 보호하고 있는데 이 잔존 병력들은 민간인들을 학대하고 주인공을 괴롭히죠. 멸망의 세계에서 통제를 잃으면 힘을 가진 인간들이 얼마나 추악하게 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과 민간은 들은 그 희생자들로 힘이 없는 자들은 비참하게 살아가야만 하는 상황을 잘 그리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 히로인 '아리야'도 거기에 얽히게 될까 같은, 상당히 조마조마한 상황을 연출해서 몰입도를 높여주는 작가의 능력이 좋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어떤가 싶은데요. 좋아서 군대에 징집된 것도 아니고, 이제 돌아갈 곳도 없습니다. 14살이라는 아직 사물을 제대로 판단하기 힘든 나이에 군에 들어와 잔존 병력들의 노리개가 되어야 했고, 민간인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어야만 했으니 그 고충은 꽤 크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근데 마음이 상당히 여려서 앞으로 이 성격이 그의 발목을 잡는 일이 제법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들게 하기도 합니다.


자, 그럼 대마법사와 마물을 상대할 수단을 이야기해볼게요. 군대와 엘프 과학자들이 힘을 모아 만든 'a형 엑소 프레임',이라고 불리게 될 인류의 결전 병기는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뛰게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필자는 늙어서 그런 감정은 이제 없지만요. 12대가 만들어져 세계에 배치되었는데 무려 우리나라(한국)에는 5호기가 배치되어 있답니다. 그것도 물의 왕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아 주었는데 작가가 꽤나 파격적이랄까요. 아무튼 그 12대중 3호기가 지금 주인공이 있는 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감이 오시겠지만 이 3호기는 주인공 것이 될 거고요. 마침 3호기 적성자를 찾고 있는데 아무나 못 타요. 또 감이 오겠지만, 여기서 나서야 할 게 마물들이죠. 그 직전, 주인공은 공원에 우뚝 솟은 탑에서 무언갈 발견합니다. 탑 꼭대기 안, 큰 수조에 잠들어 있는 엘프 '아인(메인 히로인)'과의 만남은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리고 마침 공격해오는 마물떼, 희생되는 민간인들, 불바다가 되는 대지.


그리고 히로인 '아리야'의 엄마가 딸을 주인공에게 맡기며 산화하는 장면과 슬퍼할 겨를 없이 적을 맞아 싸워야만 하는 히로인의 고뇌, 주인공이 대지를 박차는 장면들을 담담하면서도 슬프게 풀어내기 시작합니다. 3호기는 결전 병기답게 아주 잘 싸웁니다. 메인 히로인 '아인'은 왜 나왔나 했더니 3호기 내비게이터군요. 근데 왜 수조에 갇혀 잠들어 있었나 하는 건 메인 스포일러니까 직접 보시길 권장합니다. 그녀는 성격이 매우 활달하여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주인공 일행에게 빛을 잃지 않게 하는 묘한 재주를 보여줍니다. 주인공에 딱 달라붙어서 '너만 바라본다'의 전형적인 히로인이지만 싸구려 같은 느낌은 없는, 되레 여왕 같은 모습을 보여 조금은 흥미롭다고 할까요. '아리야'와 '이쥬인'과도 잘 어울리면서 흔히 히로인들이 모이면 그릇이 깨지는 그런 상황은 없어 보였군요. 이렇게 모든 것이 끝나고, 슬픈 이별을 하고, 이들은 힘을 비축하고 있는 엘프들이 모여사는 수상 도시를 향해 길을 떠납니다.


맺으며: 한물간 메카닉 느낌 나서 처음엔 다소 거부감이 들었으나 읽을수록 메카닉에 대해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작가의 능력이 제법 좋습니다. 여기에 판타지를 가미하고, 이세계 전생물에서 흔히 보여주는 이세계 주민은 똥 멍청이의 반대 상황을 연출하는 것도 꽤나 흥미롭죠. 그리고 군대가 궤멸해서 불타고 있는데 캠프파이어라고 거침없는 표현도 흥미롭습니다. 양아치 병사를 등장시켜 멸망의 세계라는 극중 분위기를 가속 시키고, 그에게 괴롭힘당하는 주인공에게서 인간은 잡초 같은 생명력을 가졌다는, 잡초처럼 반드시 일어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한 라노벨 치고는 조금은 수준이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이세계 전생물의 전매특허인 치트 받은 주인공이 되겠군요. 그 어떤 무기도 통용되지 않는데 혼자서 3호기 타고 다 쓸어 버리니 이야기에서 툭 튀어나오는 느낌이 좀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 다 죽었는데 동요하지 않는 주인공의 성격과 여리여리한 성격은 매치가 되지 않는다고 할까요. 아무튼 일러스트가 상당히 좋습니다. 그로 인해 몰입도를 더 높여준다고 할까요. 그런 내용에 비해 제목이 너무 수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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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전이, 지뢰 포함 1 - S Novel+
이츠키 미즈호 지음, 네코뵤 네코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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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소미에서 이번에 발매한 신작입니다. 주된 내용은 수학여행 가던 학생들이 사고로 몽땅 죽게 되고 사신(死神)을 만나 그의 배려(?)로 아이들은 이세계로 전이해서 살아간다는 이야기인데요. 여기까지 보면 여느 이세계물과 다를 바 없습니다. 여신에서 사신으로 바뀌었을 뿐, 그동안 학급이 통째로 전이하는 작품이 더러 있었고 이 작품도 궤를 같이 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망설이긴 했습니다만. 시놉시스를 보면 '치트는 없지만 지뢰 스킬은 있는 이세계'라는 구절에서 흥미를 느껴 본 작품을 구매하게 되었군요. 솔직히 이제 치트 하면 식상하잖아요? 아무런 노력도 없이 능력을 손에 넣어 고생도 안 하고 살아가는 인생에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그래도 뭐 필자는 로또에 당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무튼 그동안 따돌림당하는 주인공이든, 사회 부적응자든 이세계에만 가면 치트를 얻고 근본 없이 강해지는 것에 식상한 독자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작품을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 리뷰 끝!


..라고 하고 싶지만 조금 더 노력해서 써볼게요. 이 작품의 특징을 들라면 일단 치트는 있지만 없습니다. 이 작품이 파격적인 게 이 부분이죠. 이세계하면 치트, 하렘, 미인(미남, 미녀)은 기본이 되는데 작가는 그게 식상했는지 아니면 그런 풍조를 비꼬려는지, 애들이 요구하는 가령 '스킬 강탈' 같은 치트 스킬 전부 들어주게 돼요. 이런 스킬은 사실 이세계 작품에서 빠질 수 없는 능력이죠. 이 작품에서는 그런 스킬을 요구하고 선택한 아이들을 과감 없이 탈락 시켜 버립니다(이게 함정). '있지만 없다'의 뜻은 여기에 있어요. 요컨대 이런 부분이 이 작품에서 지뢰가 되는 요소입니다. 노파심에서 쓰자면, 지뢰라고 해서 이 작품 자체가 지뢰라는 뜻은 아니고, 치트 스킬 = 지뢰라는 뜻이니 오해 없길 바라고요. 멋에 취하고, 노력도 안 하고, 편하게 살아 가려는, 남을 탐하고 해하려는 자에게는 벌이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또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노력을 하라는 교훈적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주인공 '나오'는 '하루카(히로인)'와 '토야'(이하 주인공 일행)와 함께 이세계로 전이합니다. 이들은 물속에 드리워진 낚싯바늘(치트 스킬)에 걸리지 않고 견실하게 무난한 스킬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그 스킬을 바탕으로 이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힘을 합쳐 노력을 하게 되죠. 모험가 등록을 하고, 약초를 채집하고, 열매를 따다가 팔아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여관을 잡고 장비를 장만하는 등 맨땅에 헤딩 수준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사실 치트 이세계물이나 하다못해 온라인이든 PC든 게임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캐릭터 성장물과는 꽤 벗어나는 이런 이야기에 질려 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루 종일 약초를 뜯고, 멧돼지를 잡고, 나무에 올라가 열매를 따는 게 재미없을 수도 있어요. 그걸 바탕으로 보존식 만든다고 열매를 말리고, 멧돼지를 회(?) 떠서 육포로 만드는 이야기가 재미있을 리가 없을 겁니다. 스킬과 스테이터스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요. 그럼에도 필자는 이 작품에서 묘한 매력을 느꼈는데요   


우선 치트니 스킬이니 그런 것보다 주인공 일행이 살아가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모습이 참 현실적이라는 것입니다.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고, 돈을 벌지 않으면 노숙을 해야 하고, 사회 안전 보장(보험, 치안 등등) 되지 않는 이세계에서 무사히 살아가기 위한 걱정도 해야 하는 현실 미가 매우 와닿는다고 할까요. 이런 이야기들은 여타 이세계물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는 부분이죠. 또한 현실적으로 이세계에 간다고 의식주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듯, 특히 여자의 경우 잘 곳과 의복은 현대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이세계라면 더욱 가혹하다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방 얻을 돈이 없어서 주인공 일행(남자 둘, 히로인 하나)은 방 하나에 같이 묵는다던가, 그런 환경에서 사고(S로 시작하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부분을 제대로 인식 시켜서 그렇고 그런 환경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 꽤나 신선했군요. 그리고 음식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꼬치구이 등 여타 이세계물에서 등장하는 맛있는 음식은 이 작품에서는 없어요. 


그럼 이쯤에서 이 작품의 장점과 단점을 열거해보겠습니다. 장점은 스킬을 받았지만 마구 성장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아 파워 인플레나 캐릭터간 능력 차이로 오는 괴리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게 좋습니다. 스킬을 바탕으로 주인공 일행은 살아가지만 이걸로 뭔가 마왕을 무찌른다 같은 이야기는 적어도 1권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어요. 드래곤 볼 계열을 싫어하는 분들이라면 딱 맞는 조건이죠. 이들의 당면한 과제는 이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돈을 버는데 있어요. 그러니 강한 몬스터와 싸우고 그 과정에서 치트가 발현되고, 마을에서는 모험가들과 트러블이 일어나는 클리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틀에 박힌 이야기를 배제하고 현실적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들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왠지 좀 응원하게 된다고 할까요. 주인공 일행은 사이도 좋고, 각자 맡은 역할에도 충실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모범적인 모습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역시나 스킬이 되겠습니다. 치트는 없다고 했지만, 이세계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스킬을 쓰는 주인공 일행은 치트 덩어리라 할 수 있어요. 물론 주인공 일행은 대놓고 사람들에게 밝히지는 않지만, 가령 어떤 열매는 아무나 채집 못해서 상당히 비싸게 팔려요. 근데 주인공 일행은 힘들이지 않고 채집해서 팔아대죠. 약초 구분도 스킬에 의존해서 양질의 약초로 많은 돈을 번다든가, 전생(지구)의 기억을 바탕으로 육포를 만들고 과일을 말리는 등등. 이세계 주민이라면 많은 노력을 해야 겨우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주인공 일행은 이세계에 온 지 며칠 만에 다 해버리거든요. 사실 필자는 한가지 착각을 했던 것입니다. 치트가 없고, 스킬을 받았다곤 해도 현실적으로 이세계에서 살아가려는 이들을 보며, 보다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보여줄까 기대를 했었거든요. 가령 위생문제는 당장 우리네를 보더라도 20여 년 전만 해도 푸세식(재래식) 화장실을 쓰는 가정이 제법 많았고, 시골에는 지금도 정수한 수돗물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많아요.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세계라면 어떨까요. 당장 화장실 문제만 해도 큰일일 것입니다. 수돗물은 언감생심이고 하수도 시설이 잘 되어 있을 리가 없고, 그로 인해 각종 오물이 스며드는데도 우물물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부분은 현실 미가 많이 떨어집니다. 사실 푸세식 화장실과 우물물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의 작가라면 모를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런 점이 아쉽죠. 이런 부분을 조사해서 집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그래서 작가는 스킬로 다 때웁니다. 떼를 없애고 더러움을 '정화'하는 스킬이 있고, 병에 안 걸리는 스킬이 있고, 회복 스킬도 있어요. 이걸로 퉁처버리니 잘 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인가 싶더라고요. 결국 이런 게 치트지 뭐가 치트일까 싶죠. 그리고 그놈의 쌀, 된장, 간장은 좀 언급 안 하면 안 되나요. 이 작품의 작가는 좀 다른가 싶었는데 여지없이 이런 걸 언급해서 스스로 이세계물 클리셰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는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재와 환상의 그림갈처럼 인생 시궁창 같은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결국 여느 이세계물처럼 스킬로 생활을 개선하고, 채집하는 노력은 있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이세계 주민은 못하는 돈벌이를 하는 등 중후반을 넘어서면 제법 벌이도 좋고 잘 살아가게 돼요. 근데 작가도 양심은 있었는지 스킬 수련에 애를 먹는다 같은 약간은 고생한다의 느낌을 심어주고는 있습니다만. 시행착오를 겪게 하는 것도 있고요. 하지만 이제 그런 시행착오를 겪든 뭐든 돈을 제법 벌게 되어서 스킬을 성장시키지 않아도 이제 주인공 일행은 걱정 없이 잘 살아가게 되었죠. 그리고 이제 여유가 생기니까 이세계물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템 박스(시공간에 무한으로 넣을 수 있는, 도라에몽 주머니)도 언급되고 시작은 다른 라인에서 출발했는데 도착은 같은 라인으로 골인하는 마라톤 같은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고 할까요. 그래도 뭐 일러스트도 잘 나왔고, 그동안 이세계물에서 잘 볼 수 없는 부분도 보여주니까 나쁜 말만은 하지 못하겠군요.


맺으며: 이 작품은 그리 심각한 이야기도 없고, 머리 아픈 복선도 없고, 뭣보다 의미 불명의 하렘이 없다는 것에서 큰 점수를 줄만 합니다. 특정 신체를 부각 시켜 어필하여 눈살 찌푸리게 하는 것도 없어요. 그로 인한 근본 없는 호감도 맥스도 없어서 좋고요. 어째 단점으로 들리지만, 요컨대 이런 요소들을 넣어 날로 먹으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정신건강상 매우 좋다는 뜻입니다. 주인공 혼자 다 해 먹지도 않죠. 주인공 '나오, 토야, 그리고 매인 히로인 하루카' 이렇게 세명이서 각자 역할을 맡아 생활하는 모습이 정겹다고 할까요. 특히 하루카는 누나 행세하며 챙겨주려는 장면들은 귀엽기까지 합니다. 아무튼 스킬과 능력으로 보면 여타 이세계물과 다를 바 없지만, 생활에 있어서 자칫 까딱 잘못하면 시궁창 직행이라는 현실미를 보여주고 있어서 이런 부분으로 접근하면 이 작품은 나름대로 수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여자의 경우 매/춘까지 해야 한다는 언급도 있어서 더욱 현실미를 띄죠.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2권부터는 하루카의 친구 찾기 등 이들의 세계가 조금 확장되지 싶은데, 하필이면 소미에서 발매가 되었을까 싶더군요. NT노벨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사실 잘 팔리지 않으면 후속권을 내줄 출판사는 많지 않습니다만. 부디 잘 팔려서 2권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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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전설이 된 영웅의 이세계담 5 - L Novel
타테마츠리 지음, 미유키 루리아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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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옛말에 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잡는 방법을 알려주라 했습니다. 이 말을 이 작품에 빗대보면 주인공은 고기 잡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고, 히로인 리즈는 고기를 잡아야 되는 입장이죠. 사실 어느 직종이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배우면서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고 좌절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것이죠. 이게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이고, 그 사람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고기를 잡아줄 뿐, 잡는 방법을 알려주지를 않아요. 그래서 히로인 리즈는 엄청나게 고생을 해야만 하죠. 그녀는 페르젠에서 포로로 잡혀, 이 작품이 19금이었다면 그렇고 그런 장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나락으로 떨어졌을 일을 당하게 돼요. 보통 히로인이 이런 일 당하면 주인공이 위로라도 좀 해주고 해야 사람 살아가는 정이 아닐까요? 그냥 히로인도 아니고 주인공이 그녀를 후원해서 황제로 만들려고 하는데도 말이죠.


이번 이야기는 속국 페르젠에서 돌아와 본격적으로 리즈를 황제의 자리에 앉히려고 움직이는 주인공과 이대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생각에 성장하려는 '리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주인공이 왜 리즈를 황제의 자리에 앉히려는 걸까가 되겠고, 그 과정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가 흥미를 유발하게 되겠죠. 근데 이번 5권에서 흥미로운 점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그동안 리즈가 전투만 했다 하면 패배하는 걸 그냥 두고만 보고 있었어요. 이것이 누적되어 결국 리즈는 페르젠에서 고초를 겪는 결말로 이어졌죠. 이런 일이 있으면 이제라도, 아니 황제의 자리에 올릴 거면 제왕학이라던가 하다못해 전략을 짤 수 있는 지식이라도 심어줘야 되지 않을까요. 그런 거 일절 없어요. 참고로 이 작품의 메인 히로인(리즈)은 생각 자체를 안해요. 그리고 주인공은 말로만 계략을 세우고, 계책을 짜고 우주 정복할 거처럼 그러면서 상대의 수는 전혀 읽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짠 계획은 무조건 성공할 거라는 핑크빛 믿음뿐이죠.


이번에 눈에 가시인 중앙 귀족을 몰락 시키기 위해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기만 할 뿐, 정작 그 일(귀족 몰락 시키기)을 리즈의 언니 '로자'에게 다 떠넘겨 놓기만 해요. 이 작품에서 주인공 보정은 하렘에만 국환 되어 있다는 느낌이 아주 강해요. 아무튼 황제를 알현하는 자리에서 황제를 탄핵하고 눈에 가시인 귀족을 몰락 시키려고 하지만 이미 황제는 주인공과 리즈의 생각을 다 꿰뚫고 있었으며, 황제는 이들이 뭔가 하기 전에 행동을 봉해버리죠. 결과 주인공은 머릿속이 온통 핑크빛뿐인 계획만 짰을 뿐, 황제가 이렇게 나올 거라는 것 자체를 예상하지 않아 공중에 붕 떠버리게 됩니다. 1천 년 전 군신이라 불리며 전략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주인공이 이런 돌머리였나? 싶을 정도로 어이없게 이야기는 흘러가요. 특히 리즈에게 큰 걸림돌인 제1황자의 행동을 전혀 예측하지 않아 후반에서 또 '리즈'로 하여금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는 일을 당하게 하죠. 작가는 대체 뭘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작가는 히로인 굴리는 재미로 이 작품을 집필하는 걸까요.


가장 어이없는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리즈를 황제의 자리에 앉힌다면서 온갖 공작을 다 할 거처럼 표현해놓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채 리즈가 맡은 지방 성채로 냉큼 돌아가는 걸 들 수가 있어요. 지금 당장 무우라도 썰 거처럼 뭔가 하는 거 아니었나? 성채로 돌아가다 주인공이 쏘아 올린 공에 의해 황제의 미움을 산 귀족이 반란을 일으키는 일이 일어나요. 다른 귀족들은 다 몸 사리고 주인공이 진압하러 가야 하는데, 부하 병력이라곤 꼴랑 800명 밖에 남지 않았어요. 이걸 가지고 3만 명이나 되는 반란군을 진압하겠다고 합니다. 반란도 주인공이 궁지로 몰아넣어서 피폐해진 귀족이 일으킨 건데 이렇게 자기가 몰아붙여 놨으면 반란도 예측 가능하지 않을까요. 주인공은 이런 건 간과해버리게 되죠. 작중 느낌상으로 보면 반란할 줄 몰랐다는 게 주인공의 인식입니다. 이쯤 오면 군신이라 불리는 똑똑한 주인공 맞나? 싶어져요. 거기에 리즈의 언니 로자가 수도에 3천의 병력을 숨겨 놓지 않았다면 어쩔 뻔? 읽으면 읽을수록 실소를 금할 길 없는 이야기가 계속돼요.


그리고 주인공은 변수를 전혀 예측하지 않음으로써 주변 사람들이 고생을 해야만 하죠. 그 결과가 리즈와 저번에 새로 합류한 '아카아하'를 들 수가 있어요. 반란을 진압하러 가야 하는데 3만 명의 압도적인 숫자의 폭력 앞에 아무리 작가가 밀어주는 히로인들이라도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어요. 이게 끝나니까 주인공이 제1황자에 대한 행동을 전혀 예측하지 않은 결과 리즈와 저번에 새로 합류한 '스카아하'는 제1황자에게 진짜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또 두들겨 맞게 되죠. 이런 설정이 재미있나? 가학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장면으로 인한 눈살만 찌푸려져요. 그렇다고 원군이 있나. 리즈의 언니 로자가 이끄는 원군은 제시간에 도착하지도 못하고, 그동안 적만 만들고 아군은 만들 생각도 없었던 주인공의 성격 때문에 주변 다른 귀족들은 도우러 오지도 않죠. 이러니까 사람은 평소 소통을 하며 인맥을 만들어야 하는데 주인공은 리즈를 황제로 만든다면서 그녀를 떠받드게 할 귀족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지를 않았어요. 작가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번 5권의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 가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아요. 


맺으며: 이렇게 화딱지 나는 작품은 진짜 오랜만이군요. 2~4권은 나름대로 괜찮았고, 성장의 여지를 보여주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보통 등장인물들은 성장하기 마련이건만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성장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래도 정말 죽을뻔하면서 리즈가 각성을 이뤄내지만 각성하면 뭐 하나요. 힘 하나 못 쓰고 여전히 주인공에게 기댈 뿐인걸요. 그리고 3800명 vs 3만 명이 붙는다면 누가 이길 거 같나요. 동서고금 전쟁에 있어서 숫자의 폭력은 진리죠. 주인공은 포위 섬멸전이 뭔지 보여주려는 것처럼 하더니 혼자서 적장을 치는, 뭐 이런 개그가 다 있나 싶어요. 결국 주인공만 있으면 몽땅 해결이라는 흐름을 보여줘서 더 화가 나요. 전략과 전술과 기만 등 온갖 술수가 난무하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야 될 작가는 그냥 주인공 하나로 해결해버리죠. 반란군은 3800명도 찌부려트리지 못하는 오합지졸이고요. 사죄와 배상(우익성 발언이 좀 있음)은 잘도 언급하면서 주인공은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는 히로인들에게 왜 사과의 말을 하지 않을 걸까. 자기가 미숙해서 일어난 일인데도, 그런 주제에 리즈가 성장하고 있다며 흐뭇하게 쳐다보는 주인공이 제정신인가 싶어요. 5권에서 하차하고 싶었는데 6권을 미리 구매해놓는 바람에 6권만 읽고 하차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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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그만둡니다 1 - ~ 다음 직장은 마왕성 ~, Novel Engine
퀀텀 지음, 아마노 하나 그림, 이경인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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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에 노블엔진에서 새로 출판한 판타지 소설입니다. 판타지에서 마왕이 있고, 용사가 있고, 세계의 위기가 찾아오고 그래서 용사는 마왕을 뚜드려 패고 세계의 평화를 손에 넣는다고 하죠. 보통 판타지라면 엔딩으로 맞이해야 할 이 이야기는, 이 작품에서는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입니다. 사자성어에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히는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있어요. 이걸 판타지에 대입하면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인간에게 잡아먹히는 사냥개의 신세라 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간간이 판타지 작품을 리뷰할 때 언급하는 게 이런 것이죠.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엔딩을 맞이하고 이후 어떻게 될까. 공주와 맺어져서 대대손손 잘 살아갈까? 이런 핑크빛 미래는 있을 수 없어요. 왜냐면, 마왕을 무찌른 힘을 가진 용사가 이제 인간들에게 칼을 들이밀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힘은 곧 균형이고, 용사는 이 균형을 깨트리는 존재 밖에 되지 않죠. 그러니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사냥개가 되어 잡아먹히는 결과만이 있을 뿐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 딱 그런 경우라 할 수 있어요. 마왕을 무찌르고 개선하였지만 인간들에게서 돌아온 말은 "너 같은 거 이제 필요 없어"였죠. 필요 없다니까 내 갈 길 가겠는데 되지도 않는 암살자들을 보내오고, 거짓 선전으로 용사를 나쁜 놈으로 몰아가니 있을 곳도 없어지고, 노숙에 밥도 못 사 먹고 인생 개차반이 되어 갑니다. 필자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너희들이 바라는 마왕이 되어줄게 하며 내가 구한 세상을 멸망 시켜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작품의 용사는 다음 직장으로 생각해낸 게 '마왕성에 취직하자'였죠. 이놈 자기가 패배시킨 마왕성에 쳐들어가 취직하겠다니 배알도 없나 하는 느낌의 이야기가 초반을 장식하고 있어서 살짝 짜증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정도의 시놉시스만 접하면 뭐 이런 가벼운 이야기가 다 있나 싶기도 하고요. 당연히 마왕은 입에 거품 물며 용사를 내쫓아 냅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용사는 사천왕(마왕 측근 4명)을 물리력으로 제압해서 면접을 보게 되죠.


이렇듯 초반은 용사가 기를 써가며 마왕성에 취직하려는 모습에서 인간계엔 더 이상 있을 곳이 없어지니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마왕성에 취직하려고 하나? 같은 흐름만 보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주인공 용사의 성격이 되겠는데요. 자기중심적이고 제 잘난 맛에 사는 사교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안하무인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용사 때문에 마족은 대패를 겪어 인간계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많은 고급 인력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마왕성은 지금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요. 따라서 사천왕은 물론이고 마왕까지 격무를 떠안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죠. 그런데 거기에 대고 용사가 나 취직 좀? 하니 이거 미친 건가 싶은 겁니다. 그것도 사죄는커녕 되레 큰소리치며 취직 시켜달라는 것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용사의 성격을 알 수 있죠. 급기야 사천왕을 무력으로 진압해서 강제 면접 자리를 만드니, 이런 주인공이 또 있을까 싶어요. 어떻게 보면 작가가 참 유쾌하게 잘 풀어 간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용사는 마왕에게 들키면 큰일 나니 정체를 숨기고 취직에 성공합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데요. 세계의 절반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하던 마족이 이렇게 무지렁이였나 싶을 정도로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무 작업을 하고 있었던 거죠. 이에 주인공이자 용사가 일의 효율성을 가르쳐주며 인력난을 해소하고, 능률을 높여 각각 부담률을 낮춰주는 등 신입 주제에 이런 고등 기술은 어디서 배웠나 싶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근데 이쯤 오면 한가지 의문이 떠올라요. 이런 이야기가 재미있나? 멍청한 마족을 가르치며 효율성을 강조하고 이렇게 하면 잘 될 거라는 가르침을 주는 게 재미있나? 개그라든가 뭔가 트러블로 발전할 내용도 없고 그저 사무적인 이야기들만 오고 가고 합니다. 용사니까 많이 배워서 이렇게 유능한가? 아님 이세계 전생물처럼 이세계 주민은 똥 멍청이고 주인공은 똑똑하니까 너를 가르친다 같은 선민사상을 보여주려는 걸까. 용사의 대사 하나하나에도 상대를 깔보는 것밖에 없어서 슬슬 짜증이 밀려와요.


슬슬 도서를 집어던질까 싶을 때 반전이 시작돼요. 신입이 선배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데 되레 선배(사천왕)들을 가르친다는 것에서 주인공의 출신은 예사롭지 않다는 예상이 가능한 일이죠. 다만 작가는 주인공의 성격을 부각 시켜 이런 점을 눈치채지 못하게 합니다. 사실 이 반전이 없었다면 출판사의 안목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반전이라는 것은 이 세계의 역사와 용사의 출신이 되겠는데요. 그 흔한 이세계 전생도 아니고, 시작의 마을에서 출발한 마을 소년 A도 아니며, 이 세계는 판타지로부터 시작된 것도 아니라는 것에서 이 작품은 여타 판타지 작품과 궤를 달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핵심 스포일러라서 주인공의 출신은 언급할 수 없지만, 주인공은 그 나름대로 용사라는 무게를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왔다는 것이고, 더 이상 자신을 필요치 않는 세상에서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진지한 고찰을 보여준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의 종착점으로 마왕성을 선택하고 거기서 해답을 얻으려 하죠.


그리고 두 번째 눈여겨볼 것은 마왕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데요. 보통 마왕이 여느 판타지에서 인간계를 침략하여 혼돈에 빠트리며 악의 축으로 활약한다면 이 작품의 마왕은 그와 상반된 일을 하려고 하는 것에서 조금은 흥미롭니다. 물론 이런 마왕이 출연하는 작품도 그동안 몇 있어 왔으니 특별하지는 않습니다만. 아무튼 그런 마왕을 무찔렀으니 용사가 되레 나쁜 놈으로 묘사되기도 한다는 게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용사의 출신을 알게 되면서 운명의 장난처럼 마왕을 무찌를 수밖에 없었다는 흐름은 조금은 애잔하게도 하지만 이 작품의 장르는 개그라서 그렇게 진지하게 흘러가진 않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라노벨이라는, 가볍게 보는 소설답게 작가가 밸런스를 잘 유지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 작품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하면, 핵심 스포일러 언급 안 하고 쓸려니 힘든데 결국 이 세상은 너희들 것이니 용사에게 기대지 말고 너희의 힘으로 지켜봐라 정도겠군요. 그리고 자신의 출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자, 용사에게 손을 내미는 마왕이 인상적입니다.


맺으며: 이 작품은 용사에게 괴멸된 마왕군의 부흥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마왕군에 취직한 용사가 좌충우돌하며 마왕군 부흥에 힘을 보태고 있죠. 큰 틀에서 보면 이런 이야기고, 그 이면엔 용사라는 이름을 짊어지고 있는 주인공의 고뇌와 자신에게 내려진 사명을 다 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그 의의에 대한 의문을 품어간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결국 그에 동반하여 주인공은 매우 유능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곁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주목 것은 용사가 세상을 구하면 용사로서의 일은 끝나는 것일까? 하는 물음도 던져요. 주인공 용사의 과거와 출신을 판타지와 접목시켜 이질감 없이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은 꽤 좋은 편입니다. 다만 초반 상대의 화를 돋우는 짜증 나는 말투로 인해 진입 장벽이 좀 높을 수도 있습니다. 이걸 잘 견디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마족이라든지 주인공의 고뇌를 다루는 에피소드에서는 몰입감에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다만 초반에 가볍게 다뤄놓고 중후반에 무겁게 가다 보니 이질감이 장난 아닐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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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kyj 2022-04-07 02:16   좋아요 0 | URL
소개문 감상 잘 읽었습니다

sgkyj 2022-04-07 02:19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인 고통 받고 시련 극복하고 성장하며 강해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시절 문학시간에 배우잖아요 카타르시스라고 요즘은 그런 작품이 없어 실망입니다 그러다 보니 먼치킨이나 주인공의 개연성 없는 잘난 작품은 좋아하지 않아서 최근에는 로맨스 판타지 소위 로판을 뒤늦게 접하고 수집중 입니다 판타지 라이트노벨 1천권 이상 접

sgkyj 2022-04-07 02:20   좋아요 0 | URL
하고 난뒤 결국 스토리는 로판이 괜찮은것 같더라고ᆢ
 
어째서 내 세계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1 - 운명의 검, Novel Engine
사자네 케이 지음, neco 그림, 이경인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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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판타지 모험, 이종족 하렘 배틀이세계 전이, 전쟁이라는 꽤나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이러한 흥미로운 세계관으로 인하여 '사자네 케이' 작가의 팬들이라면 진작에 접해 봤을 작품이 아닐까 싶다. 본 작가의 특징을 들라면 여러 장르의 이야기를 무리 없이 접목시켜 이질감 없는 표현 능력이 좋고, 캐릭터들은 각각 개성 넘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하렘의 요소도 있으나 이건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본말 전도식 전개(결국 하렘만을 추구)는 없다. 본 작품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들의 역경을 그리고 있다. 판타지 요소에서 빠질 수 없는 엘프, 드워프, 천사, 악마 등이 출연하고 이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상황에서 인간은 최약체로써 이들과 싸워서 승리를 쟁취해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얼핏 노게임 노 라이프 6권(무려 애니 극장판도 있다)과 상황이 많이 비슷하다. 이 작품도 다른 종족에 비해 힘이 열세인 인간이 지혜를 짜내어 다른 종족과 대전(大戰)을 치러 간다는 내용을 기본 골자로 도입하고 있다. 또는 기계와 전쟁 중인 터미네이터와도 유사하다고 할까. 주인공이 인류의 구원자(존 코너)가 되어 다른 종족(기계)과 싸운다 같은? 물론 주인공은 처음부터 이런 길을 걷는 건 아니다. 주인공이 있던 세계는 이미 '시드'라는 영웅이 세계를 구했다. 주인공은 100년 후의 세계에서 과거의 영웅 '시드'가 다른 종족을 봉인한 [묘소]를 감시하는 역할만을 수행 중이다. 이렇듯 처음은 여느 작품들과 유사하게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소년을 중심으로 점차 세계가 변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리고 어느 날 세계는 [덮어쓰기] 당하며 대전이 일어나는 시간대 주인공을 던져 버린다.     


그 세계는 과거의 영웅 '시드'가 없는 세계로 인간은 여전히 다른 종족들과 전쟁 중이다. 보통 여느 이세계물이라면 여신이 등장해 치트키를 주며 마왕을 무찔러 달라는 주문을 넣겠지만 이 작품은 그런 흐름은 없다. 또한 무엇 때문에, 무엇으로 인해 주인공을 이 세계로 전이 시킨 것일까는 해답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다소 당황스러운 전개를 보여주는데 사건을 해결하면서 범인을 잡아가는 추리물처럼 이 작품도 시간이 흐르면서 주인공이 이 세계로 전이하게 된 이유를 알아가게 된다. 결국 주인공은 세계 대전의 굴레에 빠지게 되었고 이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드'를 대신해 주인공이 영웅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이런 흐름에서 극적인 장면들은 없다. 주인공은 시간에 선택받아 이 세계로 오게 되었고, 온 김에 영웅이 되어라 같은 수순이다.


주인공이 살던 도시는 악마들이 주둔 중이다. 이번 1권에서 주인공은 레지스탕스와 힘을 합쳐 악마의 영웅 '바넷사'와 결전을 치르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이 과정에서 '린네'라는 메인 히로인도 만난다. 등에 흰색과 블랙을 조합한 날개와 엘프의 귀를 가진 미소녀란다. 그녀는 악마의 묘소에 봉인되어 있었는데 마치 예언을 들은 것처럼 주인공이 혼자 가서 구해온다. 이 부분은 개연성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뭔가 생각나서 악마들의 소굴 묘소로 단독으로 가더니 린네를 만나 봉인된 그녀를 구해주게 되고 린네는 자신의 모습에 편견을 가지지 않는 데다 봉인을 풀어준 주인공을 따르게 된다. 이 부분에서는 흔직세의 나구모와 유예와 유사하다. 그리고 주인공은 악마의 묘소에서 옛날 영웅이 썼던 빛의 검을 손을 손에 넣게 되는데, 뜬금없이 이게(검) 왜 여기에 있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물론 복선은 있어 왔다.


주인공을 띄워주려고 이러나? 아니 우연히 염탐하러 왔더니 미소녀가 있고, 검이 있으니 겸사겸사 주워야겠다는 뉘앙스가 제법 장난 아니다. 작가는 이런 방식을 간간이 인용하는 걸 볼 수 있다. 즉, 뜬금없이 진행하다 개연성을 추가하는 행위를 한다는 거다. 이건 작가 나름대로 풀어가는 방식인가 본데 처음 접하는 독자는 다소 적응이 안 될 수도 있겠다. 작가는 주인공이 악마의 묘소에 단독으로 오게 된 개연성을 바넷사와 싸우며 밝힌다. 참 계륵 같은 작가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주인공이 여기에 올 수밖에 없다는 인과 관계를 보여주며 주인공은 영웅이 될 수밖에 없다고 공식화 시킨다. 여기에 메인 히로인 린네는 주인공과 같이 악마와 싸워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봉인된 이유와 그녀의 정체는 꽤 복잡한 복선을 낳는다. 참고로 악마의 영웅 '바넷사'도 미소녀다. 이 작품의 장르 중 하나인 이종족 하렘 배틀은 여기에서 온다.


이종족 하렘 하니까 좀 더 써보자면, 린네도 위에서 언급했듯이 인간과 다른 종족이다. 아마 인간 포함 5종족을 대표하는, 또는 어마금의 '라스트 오더'쯤의 위치가 아닐까도 싶은데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 작중에서는 박쥐같은 형국이 되어 모든 종족에게서 박해를 받고 있다. 그런 그녀를 주인공이 구해주게 되고, 이후 주인공을 많이 따른다. 둘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노게임 노 라이프의 남매처럼 의존증을 떠오르게 한다. 악마의 영웅 바넷사는 실질적으로 판타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마왕의 위치라 하겠다. 이번 1권에서 주인공과 싸우게 되는데 왜 하필 미소녀?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고, 주인공과 싸우다 정이 들어서 하렘에 동참하나? 같은 생각을 가지게 할 정도로 임팩트가 있는 캐릭터다. 근데 작가는 용서가 없다. 그럴 가능성을 한 1% 정도 보여주더니 성공률 99%에서 실패하는 인챈트(강화)처럼 실패를 해버린다.


맺으며: '빙계경계의 에덴', '너와 나의 최후의 전장'등 우리나라에도 제법 많이 알려진 '사자네 케이'의 또 다른 작품이다. 이 작가의 여러 작품 중 하필이면 빙계경계의 에덴 1권을 보고 하차했던 필자와의 악연이 새삼 떠올라 본 작품도 선입견이 생겨 읽는데 꽤나 고생했다. 아닌 게 아니라 개연성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주인공을 린네와 영웅의 검과 만나게 하는 장면은 다소 부실해 보인다. 지도를 보고 뭔가 떠올라 악마의 묘소에 갔더니 이게 있네? 같은 느낌으로 진행이 되고, 주인공은 뭣 때문에 악마의 묘소에 갔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린네와 검을 만나러 갔던 게 아니다. 원래 이 세계에 없어야 될 묘소가 왜 있나?라며 보러 갔을 수도 있겠지만 엄청나게 강한 악마들이 배회하는 도시에 홀로 잘도 간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악마의 영웅 바넷사와 전투는 대체 뭘까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다. 좀 더 화려하게 놀아도 될 텐데 그런 것보단 주인공이 왜 이 세계로 오게 되었는지, 주인공의 세계가 왜 [덮어쓰기] 당했는지에 대한 복선만 풀어낼 뿐이다. 무의미한 하렘은 지양해야 되겠지만 이왕 미소녀로 그린 바넷사를 1회성 캐릭터로 만드는 것도 좀 아닌 거 같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클리셰가 될 수 있으니 과감하게 잘라내는 것도 괜찮은 방식이 아닐까도 싶다. 아무튼 과거의 영웅 '시드'가 걸었던 길을 주인공 보고 걸으라는 이야기 같은데 딱딱 놓인 상황이 때론 작위적으로 비치기도 한다. 가령 위에서도 언급했던 린네와 검을 만나는 장면이라든지. 이렇게 이 작품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인류 해방군으로서 인류를 구원하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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