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야근! 1 - L Novel
와가하라 사토시 지음, 아리사카 아코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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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애니메이션화 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알바 뛰는 마왕님!'을 집필했던 '와가하라 사토시' 작가의 신작입니다.라고 해도 이미 일본에서는 4권까지 나온 작품이군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 작품은 흡혈귀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전작에서 마왕과 천사(용사)의 대립과 화해, 융합 등을 다루며 서로 다른 존재라도 이해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갔었던 게 특징이었는데요. 본 작품도 유사한 흐름을 보여주며 서로 다른 관계에 놓여 있어도 하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서로 공생하는 관계를 그려갑니다. 흡혈귀가 있으면 그걸 퇴치하는 성직자가 있기 마련인데요. 이 작품에서 흡혈귀는 주인공 '토라키 유라'가 맡았고, 성직자로는 메인 히로인 '아이리스 예레이'가 맡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전작에서 마왕과 용사의 관계처럼 이 작품에서도 주인공과 히로인의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여VS여나 남VS남 보다 이렇게 이성끼리 묶어 놓으면서 본질적인 고딕 성향보다 러브 코미디를 부각시키면서 흥미를 더욱 유발하게 한다는 것이군요.


그리고 그걸 시샘하는 서브 히로인 역으로 '히키 미하루(전작으로 치면 '스즈노' 역할)'와 관망하며 손가락만 빨다 끼어들려는 여고생 '무라오카 아카리(전작으로 치면 '치호' 역할)'를 투입 시켜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미묘한 관계를 이 작품에서도 기용함으로써 러브 코미디라는 소재를 더욱 끌어올려 주게 됩니다. 비단 러브 코미디만이 아닌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가정사라든지 사회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사회인으로서 공감을 하게 되는 부분도 꽤 많이 있는데요. 가령 여고생 '아카리'의 아빠가 직장 일로 바빠 가정을 소홀히 하자 엄마는 가출해버렸고, 아카리는 자신을 이유로 들어 가출해놓고 정작 자신을 데려가지 않은 엄마를 원망하고, 가정을 돌보지 않은 아빠를 원망하고, 그러다 안 좋은 길에 들어서는, 현대 사회에서 소홀히 하지 말아야 될 부분을 지적하는 시사 고발성도 겸하고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주인공은 상사의 기분을 맞춰줘야 되는 전형적인 샐러리맨의 역할을 하고 있죠.


그 상사가 '아카리'의 아빠라는 것에서 사람의 인연이란 참 얄궂다는 걸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주인공은 아카리의 아빠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점원으로 일하며 인간의 피를 빨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점장(아카리의 아빠)은 와이프가 가출하자 술 먹고 주인공에게 하소연하고 주인공은 그걸 들어주다 아침에 퇴근을 못해 위기에 빠지게 되죠(흡혈귀라 햇빛에 노출되면 재가 됨). 주인공은 아슬하게 퇴근하다 위기에 빠진 어떤 여성을 구해주게 되는데 그 여성이 '아이리스 예레이'였고, 이렇게 운명은 얄궂게도 절대 만나서는 안 될 사람들을 묶어 버립니다. 이건 마치 전작에서 마왕과 용사의 만남과도 유사하죠. 다만 그 용사 역할을 해야 될 '아이리스'는 어찌 된 일인지 남자들에게 붙잡혀 위기일발인 상황이고, 우리의 주인공은 그걸 못 본척할 수가 없게 돼요. 자, 여기서 또 하나 시사하는 점은 집에 아무나 들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로부터 노란 머리(?) 사람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했어요.


이 작품은 개그와 고딕이 공존하는 세계입니다. 흡혈귀는 주인공만이 아닌 현실에 많은 팬텀(흡혈귀, 늑대인간 등)이 있으며 나쁜 짓을 하는 팬텀을 무찌르는 성직자가 있어요. 그게 아이리스였고, 이런 성직자의 본고장 영국에서 일본으로 전출이라 쓰고 좌천되어 왔죠. 어느 날 주인공 눈앞에 떨어진 게 자신을 승천 시킬 성직자였고, 그 성직자를 구해주게 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데요. 여기서 끝이 아니라 그만 해가 떠서 재가 되어버린 주인공의 재를 긁어모아 그의 집 목욕탕에 뿌려놓는 히로인, 이것만 해도 파격적이죠. 이렇게 어설픈 만남은 주인공의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자 족쇄가 되어 버립니다. 아이리스는 흡혈귀 사냥꾼이었고, 주인공은 흡혈귀니까요. 그런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흡혈귀 특유의 호러 공포보다는 개그를 많이 동반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그러해서 히로인이 제대로 된 인간일 리 없다는 듯이 아이리스가 보여주는 남성 공포증과 좌천에서 보듯이 폐급 수녀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납니다.


결국 주인공은 아이리스에게 휘둘려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으로, 이것만 해도 벅찬데 만난 첫날부터 기생충처럼 그녀는 주인공 집에 눌러 앉아 버리죠. 이 부분은 여친에게 집 열쇠를 줬더니 어느 날부터 하나둘씩 짐을 들이고 그대로 눌어앉아 버린 그런 상황을 주인공이 겪고 있는 것입니다. 나가라고 해도 딴말하며 고개를 돌려 버리고 은근슬쩍 짐을 다른 방에 넣는 행동들은 귀엽기까지 하죠그래놓고 서로 윈윈 하자며 주인공이 찾고 있는 어떤 여성을 같이 찾아 주겠다는 등 되지도 않는 딜을 해오는 모습들이 어딘가 궁상맞아서 꽤 신선했는데요. 극단적인 남성 공포증을 겪고 있는 아이리스가 흡혈귀라는 이유만으로 주인공에겐 공포를 느끼지 않는 점에서 흥미가 돋고, 남성 공포증에 뭔가 사정이 있는 듯한 내막은 궁금증을 자아내고, 주인공에게 들러붙어 같이 사건을 해결하자며 잘난 척 허세 부리며 궁상맞게 부탁하는 구구절절한 모습들은 여느 작품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닐 것입니다.


이렇게 주인공은 졸지에 성직자와 함께 나쁜 흡혈귀 퇴치에 동참하게 되죠. 겸사 아이리스와 함께 주인공을 흡혈귀로 만든 흡혈귀를 찾아다니게 되고요. 그리고 위에서 열거했던 서브 히로인들과의 만남에서 밤에만 활동하는 주인공이라도 하렘은 꾸릴 줄 아는구나를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사실 주인공이 밤에만 활동한다고 해서 방구석 폐인이 아닌, 알고 보니 인싸였다는 것을... 하여튼 엔터테인먼트에서 하렘이 빠지면 섭하지를 이 작품도 피해 갈 수 없어서 다소 씁쓸하긴 합니다만. 주인공은 착하고 상냥해야 한다는 이 업계의 불문율(?)에 따라야 하는 현실이니 어쩔 수 없긴 하겠죠. 하지만 여기서 끝났다면 이 작품도 고만고만한 작품이었을 것입니다. 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현실적인 사회를 보여주고 있어서 사람들이 안고 있는 고뇌(가령 아카리의 가정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되는지 담담하게 표현함으로써 사회를 살아가는데 지침이 되는, 라노벨 답지 않은 모습도 보여주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라는 것입니다.


맺으며: 이 작품을 굵직하게 표현하면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흡혈귀와 폐급 수녀가 만나 나쁜 흡혈귀를 퇴치하는 이야기를 그려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희로애락, 사람은 감정을 가진 동물이라는 듯이 서로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보여주는 다소 뜻깊은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절대 섞일 수 없는 흡혈귀와 성직자의 관계, 아버지와 사춘기를 겪는 딸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서로 어울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흥미롭죠. 샐러리맨의 비애도 있고요. 그리고 서로 이해를 하게 되면 좀 더 다가가고 싶어 하는 사람의 마음을 그리는데, 아이리스가 주인공을 바라보는 모습의 변화도 상당히 인상적이죠. 이제 1권이건만 아카리도 주인공을 힐끔거리기 시작하고요. 다만 이렇게 러브 코미디, 사람들이 느끼는 저마다의 감정, 사회를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인간관계에선 큰 점수를 줄만한데 문제는 흡혈귀를 퇴치하는 과정이군요. 


전작에서도 지적되어온 파워 인플레가 이 작품에도 녹아 있고, 특히 주인공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어떤 흡혈귀와의 만남과 전투는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군요. 애들 싸움도 이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랄까요. 하지만 이건 이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는 아니니까 크게 문제 될 건 없어 보였습니다. 오히려 중2병식 기술명 같은 게 나오지 않아 이게 뭐야등 생각하지 않고 읽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할까요. 다음 문제로는 일본 지명이군요. 솔직히 너무 많이 나와요. 현지인도 이거 다 알까 싶을 정도로 지명과 철도가 많이 나와서 집중을 할 수 없었군요. 이건 좀 줄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실 엔터테인먼트에서 어느 나라고 마찬가지겠지만 국뽕이 좀 있네요. 이웃 나라에 수출되는  감안해서 이것도 좀 줄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기승전결... 잘 싸우다 다음에 만나요! 여러분! 이것도 좀 아니었군요. 결국 드래곤볼식으로 적이었던 존재가 나중에 아군이 되는 건 아니겠죠? 이미 그 전재가 있어서 불안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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