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인 내 스테이터스가 용사보다도 훨씬 강한데요 3 - Novel Engine
아카이 마츠리 지음, 토자이 그림, 도영명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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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경고)악평 주의






주인공을 먼치킨으로 만들었으면 활용을 하던가. 이 작품처럼 리소스를 낭비하는 작품도 없을 것입니다. 작가 딴에는 평화롭게 살아가던 고등학생이 이세계로 소환되어 한순간에 바뀐 환경에 적응 못하고, 원래 세계의 가족과 만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의 심리를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여타 이세계 먼치킨물하고 궤를 달리한다고 할 수 있죠. 사실 비록 상대가 악당이라고는 해도 사람을 죽이고, 강한 몬스터를 때려잡고 하는 행위를 이세계로 전생하기 직전까지 이와 무관하게 살아가던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을 용사보다 두어 배 더 강한 스테이터스를 부여 했음에도 마왕을 무찌르는 판타지 정석에서 뛰쳐나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을 그리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하죠. 즉 이 작품은 '이세계물 먼치킨 = 화려한 액션신 + 카타르시스'라는 공식을 부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부정의 이유로는 주인공이 스테이터스로는 최강이어도 작가가 활용을 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작가는 '아멜리아(메인 히로인)'를 작중 흐름의 최전선에 세워두면서도 주인공으로 하여금 그녀를 지키게 하는 포지션에 적극적이지가 않습니다. 어디서 호감도 포인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멜리아는 주인공과 만나자마자 처음부터 호감도 맥스를 찍으며 아주 그냥 둘이서 19금 찍을 기세죠. 주인공도 동질감을 느꼈는지 좋아하게 되었고요. 그런데 아멜리아가 엘프의 나라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여행 중에 그녀를 노리는 자가 있다면 신경을 많이 써야 되지 않을까요. 일례로 2권에서 아멜리아는 마족에게 납치당하죠. 전조는 이미 1권부터 있어 왔는데 작가는 주인공에게 대비를 시키지 않아요. 그래서 주인공은 따로 떨어져 자기 할 일만 하고 아멜리아를 지키는데 소홀히 하죠. 그래놓고 아멜리아가 납치되자 멋대로 자폭(말이 자폭이지 필자가 보기엔 발광) 시키는 장면은 한마디로 꼴불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됩니다.


이번 3권에서도 그래요. 2권에서 아멜리아를 납치하려는 흑막을 어느 정도 알았으면 조사를 통해 없애 버리거나, 대비를 해야 하잖아요? 작가는 이번에도 그런 기특한 상황은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용사 일행이 정보력에서 우수하고 주인공을 대신해 아멜리아를 지키려 하죠. 용사 일행은 자신들을 소환한 왕녀의 저주에서 벗어나 이번에 주인공과 합류하게 되는데요. 합류하자마자 주인공과 아멜리아의 상황을 간파해버리죠. 이때까지 주인공은 아멜리아를 지키는데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를 모을 생각도 안 했어요. 여기서 주인공을 대신해 용사 일행으로 하여금 아멜리아를 노리는 흑막까지 캐치하게 하며 활동에 나서게 하지만 이 또한 작가는 크게 의욕이 없습니다. 작가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작품을 집필하는지 모르겠어요. 제일 어이없는 상황은 주인공이 흑막이 있는 적의 소굴에 태연하게 들어가는 장면인데요. 주인공은 먼치킨이니까 누가 덤비든 다 없애버릴 수는 있을 겁니다.


문제는 작가는 의욕적이지 않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주인공도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으로 이어지는데요. 이제는 보고 있는 쪽이 섬뜩할 정도로 광기에 찬 사랑을 하는 상대(아멜리아)를 납치하려는 흑막을 없애는데 끝까지 주저하는 건 뭐 일반인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꺼려 하는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려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흑막이 있는 아지트를 '아무런 생각 없이(이게 포인트, 정말 생각 없이 행동함)' 방문해서 주변 엄한 사람 중상을 입히게 하는 사태로 발전을 시켜놓았다면 반성이라도 하던가요. 이때까지 보면 작가는 주인공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주인공에게 짊어지게 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어요. 사람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인데요. 주인공은 되레 흑막이 잘못이라며 남 탓까지 해대죠. 결국 하는 건 개뿔도 없으면서 싫은 일 억지로 하는 것처럼 흑막 없애려 가는 주인공 보고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었습니다. 아멜리아도 하는 건 개뿔도 없는 주인공에게 꽂혀서 의미 없는 호감도 상승은 천생연분이 있다면 이런 둘을 보고하는 건가 싶을 정도죠.


맺으며: 주인공을 인간적으로 만들고자 했으면 좀 더 고뇌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던가요. 아니 보여주긴 합니다. 지구에 남겨둔 엄마와 여동생 앓이를 장난 아니게 해대죠. 그래서 그럴까요. 이세계에 대한 의욕은 없게 되고, 먼치킨이면서 무능력의 끝을 보여줍니다. 정보 모을 생각도 안 하고, 용사 일행이 모아다 준 정보 듣고야 겨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면 주인공으로서 이건 아니지 않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누구의 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손으로 지켜야 되는 것이 아닐까요. 둘(주인공과 아멜리아)이 하는 짓은 19금 찍을 기세면서 행동은 그냥 섹F로 지내는 사이 같아요. 사람은 한번 실수에서 배운다는데 주인공은 배우는 게 없어요. 그래놓고 아멜리아를 바라보며 아름답다 같은 말만 하는, 정말 명치를 주먹으로 때려 버리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만한 행동을 해대죠. 이번 3권에서 주인공은 뭘 했나 자문해보면 아무것도 없다가 맞습니다. 정말로 한 일 하나도 없어요. 한마디로 의욕이 없어요. 이번 3권의 핵심 요점이 뭘까 한참이나 생각하게 합니다. 


2권에서 거들더도 안 볼 작품이라고 손절했는데 어째서 3권이 집에 있는지 모르겠군요. 필자는 자신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근래에 들어와 문득 나의 리뷰로 인해 작품의 판매에 영향을 주면 어쩌나 하는 정신 나간 생각을 간혹 하는데요. 그래서 정신 차리고 될수록이면 좋게 마무리하려고 노력 중인데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나 봅니다. 이 좋은 스토리를 가지고 왜 이런 작품을 만드는지 모르겠더군요. 주인공이 가진 암살자라는 직종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어요(하는 게 없어요). 단순히 주인공이 강하다면 그 강함에 초점을 맞춰 그냥 먼치킨처럼 썰고 다니면 시원하기라도 할 텐데, 용사보다 더 강한 스테이터스를 부여했으면서 3권까지 와서도 전혀 살리지 못하면 작가로서 뭔가 문제 있는 거 아닐까요. 특히 이번 3권에서 주인공이 아멜리아를 보며 '아름답다'라고 하는 부분은 정말 도서를 찢고 싶었습니다. 달달한 장면의 시기하는 것이 아닌 놓여진 상황과 전혀 맞지 않은 행동을 보여주기 때문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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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게이트 - 01. 끝과 시작
카자나미 시노기 지음, 김진환 옮김 / 라루나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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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일단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은 우익으로 유명한 그 작품이 아님을 밝힙니다. 어쩌다 검색으로 알게 되었고, 호기심에 구입하였는데요. 이 작품은 자신이 하던 게임으로 전생한 주인공이 현실로 돌아오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어요. 또 게임이야? 이세계물이야? 하시겠지만 이 작품이 일본에서 발매된 시기가 2013년이고, 정식 발매보다 더 일찍부터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하였으니 이세계 전생물로서는 '제법' 선구자적인 위치에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라루나에서 2018년부터 정식 발매가 되었는데, 발매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아류작 취급하는 일부 독자들도 있는 편이죠. 아무튼 선구자답게 흔히 이세계물하면 주인공은 치트를 가졌고, 성격이 굉장히 상냥해서 만나는 여자마다 다 끌어모으는 하렘을 형성하고, 숲에서 만난 신수(神獸)를 조련하는 클리셰를 고스란히 다 담고 있습니다. 사실 발매 시기를 보면 클리셰라고 하기엔 좀 어폐가 있긴 합니다만. 


이 작품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주인공 '신'이 하던 게임으로, 그 게임은 SAO처럼 로갓불가 데스 게임이었다는 것입니다. 순간 SAO 아류작인가 싶었지만 요만큼도 SAO 요소는 들어가 있지 않으니 아류작 취급은 하지 말아 주시고요. 주인공이 최종 보스를 클리어하자 로갓불가는 풀리게 되고 주인공 또한 로그아웃 하려던 차에 신비한 문(게이트)에 이끌려 이세계로 날아가게 되죠. 그리고 이세계는 자신이 하던 게임임을 알아가요. 그것도 500년 후라는 설정입니다. 이 작품의 특징을 들라면 이세계는 낙후되어 있지만 발전이 더딘 것이 아닌 500년 전 주인공이 게임을 클리어 하면서부터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것인데요. 게임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세계는 유저들이 대부분 로그아웃을 해버려 유능한 사람들은 증발, 스킬 같은 능력들은 로스트 테크놀로지 된 상황이죠. 그런 상황에서 능력을 온전히 보존한 주인공은 졸지에 먼치킨이 되어 버립니다. 이건 이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죠.


그렇게 이세계에 도착한 주인공은 게임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상점이자 아지트로 향했는데 어째서인지  검은 머리 엘프녀가 상점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름은 '티에라'라고 하는군요. 표지까지 장식했는데 아쉽게도 메인 히로인은 아니고요. 그 상점은 '주인이 부제중'이고, 주인 대리 '슈니'는 어딜 싸돌아 다니는지 코빼기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 대리 '슈니'가 메인 히로인인데 2권에서 나온다는군요. 스포일러 하고 싶지만 참으며, 이 상점 부분도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이니 메모 하시길 바랍니다. 왜 중요한 포인트냐면,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상점의 주인은 주인공이거든요(아직 밝히지 않음). 근데 이세계 전생이다 보니 긴가민가하게 되고, 내걸 내 거라고 말 못하는 상황이 상당히 흥미롭죠. '티에라'는 그것도 모르고 주인공을 살갑게 대하고, 어떤 에피소드가 일어나면서 주인공에게 푹 빠지는 역할을 맡습니다. 속물인지 현실적인지 주인공이 주는 아이템을 넙죽 받는 장면도 소소하게 재미있고요. 주인공이 능력을 펼치자 리액션도 찰지게 잘해주죠.


그리고 도시로 간 주인공은 길드 마스터를 만난다, 길마와 대련한다, 길드 접수원 누님들과 호감을 쌓는다, 술집에서 웨이트리스와 호감을 쌓는다, 고아원의 고아(소녀)랑 친해진다. 제2왕녀와의 만남이라는 플래그를 세웠다. 같은 지금 보면 진부한 이야기들을 채워갑니다. 그러다 주인공은 자신의 능력이 이세계에서 아득히 초월한 먼치킨이라는 걸 새삼 알아 가죠그 과정에서 주인공 곁에 자연스레 형성되는 하렘은 좀 어이없을 지경입니다만. 만난 지 몇 분도 안 되었는데 벌써 호감? 지적해봐야 패배자만 될 뿐이겠지요. 몬스터 하나 쓰러트리지 못해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모험가들 대신 토벌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등 파워 인플레에 적응 못해 자신의 정체를 다 까발리게 되고, 그런 그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등 스스로 무덤을 파는 주인공이 좀 어이없을 때도 있었군요. 이렇게 며칠 동안 주인공은 자신의 상점(아직 밝히지 않음)과 도시를 오가며 퀘스트를 하고 '슈니'를 가다리는 등 다난한 생활을 보내게 됩니다.


맺으며: 이번엔 매우 성의 없는 리뷰가 되었는데요. 그도 그럴게 시간의 흐름이 매우 느립니다. 1권 동안 채 4일도 지나지 않았어요. 이 시간 동안 에피소드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하렘은 충실히 형성하는 것에서 혀를 좀 내두르긴 했습니다만. 이세계 전생답게 스킬과 능력치 설명도 많이 들어가 있고요. 이세계 설정이라든가 상황이라든가 1권에서 보여주는 클리셰적인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발매 당시엔 신선했을지도 모를 부분이 이제는 조금은 지루한 부분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그래도 2권에서 '슈니'가 등장하게 된다면 조금은 더 흥미롭게 되지 않을까도 싶군요. 주인공과 대립하게 되는 기사단도 있고요. 전체적으로 보면 결과적으로 주인공의 뻘짓으로 그의 능력이 조금식 드러나면서 세계가 일변하게 된다는 그런 느낌이었군요. 이제는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된 스킬과 능력을 주인공이 다 가지고 있거든요. 이 부분을 주인공이 어떻게 헤쳐 나갈까가 이 작품의 관심사가 아닐까 싶군요. 그리고 조금은 귀여운 캐릭터들도 나옵니다. 상황이 작위적이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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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묵시록 마이노그라 1 - ~ 파멸의 문명으로 시작하는 세계 정복 ~, S Novel+
카즈노 페후 지음, 준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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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노블엔진에서 발매할 법한 분위기인데 S노벨에서 발매되었다는 게 다소 신기한 신작입니다. 장르는 이세계 전생을 큰 틀로 하고, 치트를 가진 주인공이 부하를 거느리고 나라를 건국한다는 이야기인데요. 나라를 건국한다고 해서 남에 나라 쳐들어가 왕을 죽이고 오늘부터 내 땅이라거나, 귀족들 틈에 끼여 승승장구한 끝에 왕위를 물려받는다던지, 용사로 활약하다가 왕녀와 결혼한다던지, 그런 건 아닙니다. 이 작품을 전략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스타크래프트나 심시티와 유사하다고 해야겠군요. 주위에 있는 거라곤 대산림이고, 백성 하나 없이 한정된 자원으로 맨땅에서 헤딩하듯 처음부터 기틀을 다져간 끝에 대국으로 올라서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주인공의 성향이자 속성인데요. 보통 주인공 하면 선(善)을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악과 파멸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인간들의 나라를 침공하고(아마도 예정), 성스러운 나라 그러니까 성녀가 있는 나라와는 대립하게 되는 그런 구도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거죠.


주인공 '타쿠토'는 병상에서 생을 마감하여 이세계로 전이합니다. 전생하고 보니 이세계는 죽기 전까지 그가 했던 온라인 게임 [Eternal Nations] 세계관이었고, 게임 내 NPC 병기였던 '아투(메인 히로인)'가 그를 반겨줍니다. 사실 이런 게임 세계관으로 전생하는 작품을 그동안 꾸준히 있어왔죠. 그래서 다소 식상한 흐름이지만, 이걸 작가가 어떻게 풀어낼지에 따라 흥미도는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 면에서 본 작품의 작가의 능력은 어떠한가를 미리 언급해보자면, 필자 주관적이긴 한데 중상급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치트를 가진 주인공이 이세계에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살아가고, 무지몽매한 이세계 주민을 선도하여 잘 살게 해주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죠. 하지만 주인공이 치트를 가졌다곤 해도 근본 없이 강한 것은 아니고, 백성들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 건축물을 얼마나 짓느냐에 따라 주인공의 능력도 상승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라가 커질수록 주인공도 강해지는, 강해지려면 죽자 살자 나라를 키워야 하죠.


그런데 나라를 키우면 키울수록 사악과 파멸도 같이 성장한다는 뜻이고, 이러면 성스러운 성향의 나라와 대립하게 되는 건 필연이 되죠. 이 작품은 선과 악이 뒤바뀐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인공의 성격을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요. 주인공은 생전에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데다 병상에서 지내다 보니 친구하나 없고, 누구 하나 사회생활에 대한 지식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주인공은 인간성에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죠. 주인공과 사악 계열을 같이하는 '아투(히로인)' 조차 질색할 정도로 조금은 심각한, 거기에 중증 커뮤니케이션 장애까지 안고 있는 등 그동안의 여타 주인공들보다 조금은 이색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죽음이 쓸쓸했던 기억 때문인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보살피는 온정을 베풀 줄도 아는 다소 기형적인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내 울타리에 들어온 사람은 보호하지만, 울타리를 부수려는 사람에겐 가차 없이 벌을 내리는 성격이랄까요.


박해를 피해 대주계(주인공이 도착한 곳)로 이주했던 다크엘프들이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보고 있자니 피죽도 못 먹어 삐적 말라서는 오늘내일하는 겁니다. 주인공은 이들을 받아들여 백성으로 삼아 '마이노그라'라는 이름의 나라를 건국하고 기초를 다져가죠. 여기서 굉장히 흥미로운 게 사악과 파멸을 성향으로 하고 인간성이 결여되어 있다면서 이런 호의도 베푸는 주인공이 조금 당황스럽다는 건데요. 그런데 백성들(다크엘프들)을 사악에 물들이는 것에서 그러면 그렇지 하는 흐름을 보여주면서 아주 재미있게 흘러간다는 겁니다. 도시를 건설하면 할수록 주변은 주인공의 영향을 받아 기괴해지는 지옥의 형상으로 바뀌어가는 것도 흥미롭죠. 어쨌거나 받아주고 살 수 있도록 도시도 만들어주니까 '나(주인공)' 나쁜 놈은 아니라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이야기가 제법 재미있고요. 다만 물자를 주인공의 마력으로 생산하는 것에서는 날로 먹는 느낌이 좀 있긴 한데, 이게 그의 치트라서 어쩔 수 없긴 합니다.


맺으며: 이세계 전생을 기반으로 한 작품 치고는 제법 신선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사악과 파멸 속성을 가지고 평화를 사랑하며 커뮤니 장애를 겪는 주인공이 나라를 만들어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없죠. 치트를 가졌지만 등장하자마자 무쌍을 찍는 것도 아니며, 다크엘프들을 맞아들일 때까지 전생 전의 옷차림(병원복)으로 돌 의자에 앉아 아투와 함께 궁상을 떤다던지. 그 꼴을 하고서 다크엘프들에게 사악과 파멸을 대표라 지칭하며 주인공에게 예를 다하라며 거만한 말투를 쓰는 아투도 재미있죠. 전략 시뮬레이션처럼 도시를 만들면서 신중과 계획성 있게 행동하는 것도 눈여겨볼만합니다. 사악과 파멸 속성과 다르게 백성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왕이 되고자 하고, 무조건 베푸는 것보다 길을 제시해서 살아갈 수 있게끔 하는 것도 흥미롭죠.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주인공을 너무 추켜 세워서 다소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제법 있는데요. 일본 작가들의 특성 중 하나인 신(神)에 비유하며 주인공을 떠받드는 것이나, 주인공이 뭔가를 하면 한줄기 빛이라는 둥 호들갑은 어찌나 떨던지 갑분싸가 이런 건가 싶을 때가 많아요. 초중반까진 마치 메시아가 이 세상에 강림하여 무지몽매한 인류를 구원하는 듯한 흐름 때문에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주범으로 작용하기도 하죠. 중반부터는 작가가 정신 차렸는지 그런 부분은 다소 없어집니다만. 그 외에 다크엘프들에게 먹을 것을 던져주는 장면에서는 선민사상이 엿보이기도 하고요. 다크엘프들이 처한 비참함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심각성을 부각 시키면 좋았을 것을 감성에 호소하는 듯하여 공감을 얻기보다 다소 짜증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시간의 흐름을 정체 시키지 않고 빠르게 보여주어서 이 부분은 좋았습니다. 몇 달 동안 도시를 건설하며 경과를 설명하고 백성(다크엘프)들과 소통을 하며 주인공 혼자 다 해 먹는 여느 이세계 전생물과는 다른 흐름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군요. 주인공과 대척점으로 작용할 성녀가 신탁을 받아 주인공을 재앙으로 치부해서 적으로 인식한다던지, 그 성녀 또한 출생 때문에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 이세계 전생은 주인공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복선 등 꽤나 치밀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이건 좀 클리셰이긴한데 주인공은 성녀와 다른 전생자들과 대립하게 되지 않을까 싶군요. 클리셰라해도 그 흐름이 이미 1권에서 시작되는 등 기승전결을 깔끔하게 해주어서 마음에 든다고 할까요. 다만 다소 약해지긴 했지만 주인공을 추어올리고 신격화하는 것만 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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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4부 귀족원의 자칭 도서위원 9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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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좋아하나? 안 좋아하나. 이 작품도 사실 요점을 찾으라면 신데렐라처럼 신분 차이를 뛰어넘어 맺어질까. 안 될까를 들 수가 있습니다. 히로인이자 주인공인 '마인'은 평민 출신의 여자애고, 상대역으로 나오는 '페르디난드'는 귀족이죠. 마인은 귀족들의 전유물인 마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려지고 납치당할뻔한 걸 페르디난드가 보호하게 되면서 둘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이세계 전생물로서 '마인'은 지구에서 책에 깔려 죽어 이세계로 넘어온 케이스인데요. 그녀는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이세계에 신문물을 퍼트리면서 개혁을 주도하고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지만 그게 또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생각하지 않다 보니 그녀의 보호자가 된 페르디난드는 하루라도 위장에 빵꾸나지 않는 날이 없게 되죠. 하지만 이것도 곧 끝이 납니다.


책에 환장해서 책만 보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돌격해대고, 평민 시절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몸이 허약해서 걸핏하면 픽픽 쓰러지는 통에 그걸 수습해야 하는 페르디난드의 고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4부 완결편이자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이번 9권에서는 매일 양쪽 관자를 주먹 돌림 당해도 반성은 그때뿐인 그녀의 고삐를 이제 누가 잡아줘야 될까 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왕명으로 '에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게 확정되어 버린 '페르디난드'와 또다시 가족(페르디난드)을 잃어야만 하는 마인의 이야기를 그리는데요아쉬웠던 게 이 부분이군요. 벌써 몇 년이나 같이 생활했으면서 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순 없었을까. 그동안 서로가 호감의 '호'자도 보여주지 않다 보니 이별을 그저 담담하게 그려낼 뿐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마인은 책 이외엔 관심이 없고, 페르디난드는 마법 연구 이외엔 관심이 없거든요. 게다가 마인은 '빌프리트'라는 영주의 아들과 약혼한 몸이기도 하고, 페르디난드는 빌프리트의 삼촌이니 자칫 콩가루 삼각관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죠. 필자 개인적으로는 콩가루가 되어도 좋으니 이 부분을 좀 부각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사실 페르디난드가 마인을 챙겨주는 모습은, 주위에서 보면 마인이 바람피우는 꼴이거든요. 근데 그걸 제일 앞에 서서 지적해야 될 약혼자인 빌프리트는 와이프(마인)가 그러거나 말거나이고 주위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보니 그냥 흘러갈 뿐이죠. 애초에 마인은 지아비가 될 빌프리트는 안중에도 없는 게 원인이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다소 위험한 다리를 건너는 게 이 작품 특유의 매력이자 흥미 포인트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번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마인과 영주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던 어느 귀족 아줌마의 복수극으로 일으킨 '마인'의 암살 미수 사건과 '페르디닌드'가 아렌스바흐로 떠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아기자기 한 라노벨 특유의 이야기가 아닌 좀 더 묵직한, 중세 시대나 우리의 조선시대처럼 계급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실적인 픽션을 주제로 하는 게 특징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쉽게 죽어 나가는 등 다소 시리어스 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죠. 그 과정에서 연좌제를 물어 일가족이 모두 사형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파벌 전쟁에서 진 쪽의 귀족은 몰살, 아이들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는 다소 비참한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러니 마인을 죽이려 했던 암살 미수 사건도 개그성이 아닌 진지하기 짝이 없는 시리어스를 동반하고 있죠.


두 번째로 '페르디난드'가 왜 아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지도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부분도 참 현실적이라는 걸 보여주는데요. 중세 시대나 우리의 조선시대를 봐도 왕좌를 놓고 가족끼리도 치고받고 싸우는 게 비일비재 했잖아요. 그걸 이 작품에 빗댄다면, 동생이 죽도록 미운 누나가 동생의 영지를 박살 내기 위해 음모를 꾸민 결과 중 하나가 페르디난드 빼돌리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이런 복선은 꾸준히 심어져 왔고,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로 가면서 복선이 회수되는 양상이랄까요. 참고로 페르디난드는 에렌페스트의 주요 전력이라서 그가 빠지면 전력 약화로 에렌페스트는 위험해지고 누나는 그걸 노리고 있죠. 이렇게 박진감까지는 아니지만 꽤나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데요.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점은 에렌페스트 최대 전력이 일부러 적지에 간다는 의미, 그 근원, 그러니까 페르디난드의 가슴에 무엇이 있을까가 이번 9권의 핵심입니다. 아직까진 둘(마인과 페르디난드)은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은 듯하지만 가족으로서 살뜰하게 챙겨주는 서로의 모습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복선으로는 충분한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에렌페스트를 지켜달라는 페르디난드의 부탁과 그에 호응하는 마인의 모습은 잔잔한 여운을 남기죠. 하지만 아직은 이쪽 방면 눈치가 거의 없어서 서로가 고생을 더 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 장면들입니다. 


맺으며: 여기에서는 단점이자 필자의 개인적인 해석을 좀 써보겠습니다. 이 작품을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한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한글을 반포하라.' 이세계 주민들에게 듣도 보도 못한 현대의 음식을 소개하고, 까막눈 사람들에게 책을 팔아 눈을 뜨게 하는, 일명 이세계 문화 침략 같은 이런 내용이 여전히 들어가 있어서 거부감이 살짝 듭니다. 이런 걸 하지 않아도 다른 이야기로 충분히 분량 뽑아낼 실력이 있음에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군요. 사실 이런 부분, 이세계에서 신문물 전파하는 걸 왜 하는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해석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픽션인데 너무 진지하게 나가는 거 아니냐는 말들이 있어서 자중할 뿐이군요. 지식 쪽도 알고 보면 이세계인은 멍청하다의 계보를 잊는 작품이랄까요.


아무튼 책에 집착하는 마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작가의 노력이라고 해야 할지, 자기(마인)가 암살 당할뻔했는데도 그보다 책에 집착하고, 마인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고아원 회색 신관 4명이 행방불명 되었는데 그보다 책, 솔직히 이 정도면 분위기 깬다고 할까요.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에 가게 된 원인도 알고 보면 마인 때문이고, 종합적으로 보면 마인이 암살되었다면 에렌페스트는 평화로워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랄까요. 이젠 캐릭터를 좀 자중 시킬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필자가 나이가 들어 이상보다는 현실적이 되다 보니 냉정해지게 되는군요. 사실 라노벨이라는게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알고 보는 것이고, 그런 내용이 라노벨의 참맛이겠죠. 싫으면 안 보면 되는데 그게 또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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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네임드 메모리 1 - ‘푸른 달의 마녀’와 저주받은 왕, NT Novel
후루미야 쿠지 지음, chibi 그림, 장혜영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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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오랜만에 NT노벨에서 신작이 나왔습니다. NT노벨이라서 후속권이 우려스럽긴 한데, 다 읽어본 필자의 감상은 나와줘도 좋고, 안 나와줘도 그만인 느낌이랄까요. 모처럼 어깨에 힘 넣고 신작을 내주셨는데 초반부터 초 치는 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요즘 은근히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약사의 혼잣말'과 유사한 흐름을 보여주는데요. 왕과 약사의 사랑 이야기를 이 작품에 빗댄다면 왕자와 마녀의 사랑 이야기라 할 수 있어요. 두 작품의 공통점으로 신분 차이와 도망가면 쫓아가는, 잡힐 듯 말 듯 애틋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이 작품은 어릴 적 저주를 받아 아이(자식)를 낳지 못하게 된 왕자가 마녀를 찾아가, 마녀를 아내로 삼아 자신의 아이(자식)를 낳게 하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이 낳지 못하는 저주에 걸렸는데 어떻게 아이를 낳게 한다는 거지?라는 의문이 드실 테지만 그건 아래에서 차차 언급하고, 시놉시스만 봐도 딱 고구마가 트럭째 몰려오는 느낌이죠.


왜냐면, 시놉시스가 딱 상대의 감정을 무시하고 나의 감정만 들이미는 일방통행식 이야기로 진행될지도 모르는 느낌이잖아요숲속에 탑을 짓고 홀로 살아가는 마녀가 있어요. 이름은 '티나샤(이하 마녀)'. 그녀는 자신이 부여한 시련을 극복하고 탑 꼭대기까지 올라오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왕자는 저주를 풀기 위해 시련을 극복하고 마녀와 대면하게 되는데, 처음엔 그저 저주를 풀고 싶었지만 천하의 난다 긴다는 마녀도 당장은 풀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흉악한 저주로 밝혀지죠. 그리고 자식을 아예 못 낳는 것도 아닌 걸로 판명이 되는데요. 보다 깊게 파고들면 저주란 게 왕자의 씨앗을 커스텀(튜닝)화해서 아무 여자랑 아이 낳지 못하게 해둔 뭐 그런 상황이더라고요. 이야기가 참 마니악 하죠? 이 커스텀 씨앗은 일반 여성으로는 감당이 안 되고 마법적으로 매우 강한 여성이 아니면 아이를 낳기는커녕 죽어버린데요. 그런 상황에서 눈앞에 당대 최강이라는 마녀가 있네요?


이 세계는 마녀가 5명이 있고, 사람들은 마녀의 절대적인 힘을 두려워하며 재앙 덩어리로서 기피하고 있죠. 그러니 왕자에게 있어서 마녀는 신붓감으로 안성맞춤이고, 당장 대가 끊길 판인 왕자는 겉몸이 달아서 눈앞의 마녀에게 무드 있는 청혼이 아닌 대뜸 내 아를 낳아 도를 시전하게 됩니다. 마녀에게 있어서 씨부럴 시키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걸까 싶은 상황이 발생하죠. 시련 돌파하고 꼭대기까지 오면 소원 들어준다며?  입으로 강한 여자가 아니면 애를 낳을 수 없다며? 네, 그렇습니다. 마녀는 밝히지 않아도 될 내용을 나불나불 거리는 바람에 자기 스스로 무덤을 파고 들어가 버린 것입니다. 결국 '결혼해줘~ 싫어요!' 공방전이 시작되고, 타협점으로 1년짜리 약속어음처럼 계약을 맺어 왕자의 수호자(보디가드)로서 마녀는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왕자는 1년 안에 마녀를 함락 시키려 하죠. 여기까지 보면 사랑을 위해 쫓아오는 왕자와 그를 피해 도망가는 마녀의 구도 같은 풋풋한 사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왕자는 마녀를 사랑하고 좋아하느냐?입니다. 그리고 마녀로서 그 자체를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들 수가 있어요. 약사의 혼잣말이라는 작품을 필자가 리뷰 할 때마다 매우 추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진시'는 '마오마오'를 궁녀로서, 약사로서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있죠. 약사를 그만두라 하지 않으며, 행동을 구속하지 않으며, 간섭하지도 않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녀를 믿는다는 것(가끔 폭주할 때도 있지만), 기이한 사건을 부탁하며 힘들 때 조력해주는 것으로 차츰 마오마오의 마음을 열어가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왕자는 어떠한가, 일단 마녀가 무엇을 하려고 하면 간섭하고, 오지 말라는데 따라나서고, 허구한 날 결혼 해달라고 칭얼 거립니다. 그리고 탑에서 잘 살고 있는 애를 데려와 혼자 살아가는 외로움이 크니 내가 보살펴주지 않으면... 이런 분위기여서 필자는 나쁜 의미로 소름이 돋았어요. 스토커인가? 질이 더 나쁜 건 왕자는 마녀에게 천적인 마법 무효 검을 소지하고 있어서 대응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수백 년은 족히 살아온 마녀를 어린애 취급하듯 시종일관 1권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머리를 쓰다듬고, 무릎에 앉혀 쓰다듬고, 뒤에서 포옹하는 등 노골적인 스킨십을 보여주는데 조금 막말로 표현하자면 혐오감이들 정도였습니다. 마녀는 16~7세의 외모를 가지고 있어요. 현실에서 여고생을 무릎에 앉히고 쓰다듬는다고 해보세요. 판타지에서 16세면 성인이라고 치부할 수는 있어요. 그래서 100보 양보해서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는 사이라면 흐뭇한 광경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하지만 마녀는 단호하게 왕자와의 결혼을 반대하고 있죠. 그래서 쓰담든다는 장면 장면에서 이물감이 장난 아니게 돼요. 마녀는 수호자로서 왕자의 곁에 있죠. 근데 청개구리처럼 그녀가 하지 말라는 짓은 다 하고, 자리를 잠깐만 비워도 찾아대고, 급기야 일처리를 위해 탑(마녀의 집)에 간 마녀를 쫓아가서 헉헉대는 모습은 빈말로도 좋은 모습이라고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왕자는 마녀를 사랑한다기보다 집착하는 거 아닐까 하는 느낌이 장난 아니게 되죠.


맺으며: 이 작품이 뭐가 문제냐면, 타인의 감정을 무시한다는데에 있습니다. 한마디로 억지 감정을 들이댄다는 것. 마녀를 믿고 맡기면 될 텐데 그런 게 없다는 것. 그리고 마녀는 내숭이 아니라 진짜로 왕자와 결혼을 반대하고 있죠(여기엔 이유가 있지만 언급하면 길어지니 패스할게요). 그럼에도 마녀는 왕자의 저주를 풀어주려 노력하죠. 정작 왕자는 그딴 것보다 나랑 결혼하면 다 해결 이러니 좋게 비칠 리가 없어요. 물론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농담 식으로 하는 말일 수는 있으나 이게 진심인 게 왕(왕자의 아버지)의 면전에서 마녀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마녀를 궁지로 몰아넣는다는 것입니다. 마녀가 왜 반대를 하는지, 마녀가 안고 있는 고뇌가 무엇인지를 알려고 하는 것보다 잘 살고 있는 애를 데려와 '너, 외롭지?' 내가 지켜줄게만 한다는 것이고 정작 해주는 건 없어요. 왜냐면, 마녀가 더 강하거든요. 오래 살기도 했고요. 질투심은 얼마나 큰지 그녀가 바람피우는 줄 알고 마법 봉인구를 채우는 바람에, 결국 후반부에 이런 성격 때문에 마녀는 적(에너미)을 맞아 큰 상처를 입고 말아요. 


결국 요점을 정리하다 보면, 왕자는 마녀 자체를 인정하고 대하는 것이 아닌 여자로 보고 있다는 것에서 상당한 거부감이 든다는 것입니다(그렇다고 필자가 페미인 건 아니니 오해 마세요). 이런 부분이 약사의 혼잣말과 결정적인 차이로 다가와요. 그리고 자잘한 사건은 넘어가더라도, 일본의 엔터테인먼트를 보다 보면 꼭 등장하는 게 나라를 조종하는 흑막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작가들의 흑막 사랑은 혀를 내둘러요. 이 작품도 마찬가지인데 둘의 사랑싸움에 왜 이런 마녀를 노리는 흑막이라는 설정을 넣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마녀는 흑막과 싸우러 가거나, 흑막이 마녀의 옛 지인이고 옛 지인과의 관계 때문에 왕자를 놔두고 떠난 마녀를 왕자가 탈환 해와 둘의 사랑은 완성!! 이런 느낌이 있더라고요. 물론 이런 설정도 작가가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흥미도는 달라지죠. 그런 점에서 필자의 감상은 글쎄요?군요. 작가가 잘 살려줄까? 왕자의 첫인상이 매우 안 좋다 보니 계속해서 좋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이 생겨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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