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양피지 5 - 늑대와 향신료의 새로운 이야기,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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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뮤리'가 '콜'을 따라 나선 이유는 그저 사모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현랑 '호로'의 딸로서, 엄마 '호로'가 행상인 아빠 '로렌스'의 어리바리한 점을 봤듯이 '뮤리'도 '콜'에게서 그런 점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부정 부패 썩어가는 교회를 개혁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 세상 밖으로 나와 '여명의 추기경'이라는 이명을 부여받고 교회 개혁에 앞장선 '콜'은 이제 교황도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발밑의 어둠을 못 보는 우를 범하기 일쑤다. 그때마다 그를 구해주는 건 언제나 뮤리다. 로렌스가 장사를 하며 뒤통수를 당하고 정보에 어두워 망할 때마다 그를 구해주었던 건 호로다. 뮤리는 콜이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할 때 그의 미래를 봤을 것이다. 현랑 호로는 고대부터 살아온 정령이다. 그 정령의 피를 물려받은 뮤리 또한 정령에 가깝다 할 수 있다. 뮤리는 걸핏하면 아내가 되고 싶다며 콜에게 들러붙는다. 엄마의 피를 물려받은 뮤리는 콜과 인생을 같이 할 수 없다는 걸 알 텐데도 같이 하려는 이유가 무얼까.


하마터면 교회와 왕국 간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었던 여상인 '에이브'의 음모를 무찌르고 다소 숨통이 트였나 했더니 이번엔 뮤리의 마음을 어떻게 받아줘야 할지 콜은 전전긍긍하게 된다. 교황마저 슬슬 호적수로 보고 있는 콜의 마음을 이리도 뒤숭숭하게 만드는 뮤리의 정체는 뭐냐 싶은 게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다. 엄마를 닮아 먹는 건 오만상 밝히고, 로렌스의 말은 귓등으로 듣지 않았던 엄마를 따라 하듯 콜의 말은 귓등으로 듣지 않으려는 이들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훈훈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오라버니&동생 관계로 지낼 수는 없다. 뮤리는 콜을 장래 남편감으로 확실하게 찍어 놨지만 콜은 성직자로서 가족은 꾸릴 수 없다. 그럼으로 뮤리의 마음은 받아 줄 수 없다. 그래서 둘의 관계를 나타내는 '문장'을 만들어 둘의 관계에서 연결점을 만들고자 한다. 이 부분은 호로가 로렌스와의 생활을 일기로 남겨서 그가 떠난 후 돌이켜보며 그땐 그랬었지 같은 추억을 만들려는 의미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작가가 의도해서 집필했는지는 모른다. 그저 콜이 뮤리의 마음에 답하기 위해 만들고자 한다. 아마 뮤리는 성장해서 콜을 떠나보내고 그 문장을 가슴에 달고 세상을 여행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이 이번 이야기에 많이 녹아 있다. 뮤리는 옛날 이야기와 기사단 이야기를 좋아하고 동경한다. 그래서 '달을 사냥하는 곰'의 이야기에서 그녀의 새로운 여행은 여기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있다. 달을 사냥하는 곰은 엄마 호로에게 있어서 고향을 파괴하고 동료들을 몰살한 철천지 원수다. 그래서 그 딸인 뮤리도 같은 마음을 품고 있다. 그 달을 사냥하는 곰은 지금 어디에 있나가 뮤리의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콜은 먼 곳을 바라보는 뮤리에게서 그녀의 앞날을 예상한다. 보다 넓은 곳으로, 높은 곳으로, 만약 콜이 호로와 로렌스와 만나지 않았고 뮤리를 보살피지 않았다면 뮤리는 엄마 호로처럼 일찌감치 뛰쳐나와 세상을 여행하지 않았을까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콜은 자기가 저질렀던 교회 개혁의 대가와 마주한다. 무거운 세금 징수와 부를 축적하며 타락해버린 교회를 개혁하고자 노력했고 그 결실이 맺어 청렴해진 교회도 다수 생겼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실직하게 된 사람들도 있다. 이교도와 전쟁을 위해 파견 나가 있었던 왕국의 정예 기사단이 쫄쫄 굶고 있는 것이다. 기사단은 교회에 소속되어 있다. 왕국은 여명의 추기경으로 추앙받고 있는 콜을 앞세워 교회와 대립 중이다. 세금만 왕창 뜯어갈 뿐 하는 건 없는 교회를 이뻐할 위정자는 없다. 그래서 아무리 자기 나라의 정예 기사단이라고 해도 교회 앞에 서 있는 기사단도 이쁠 리 없다. 돌이켜보면 이들의 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사람이 바로 '콜'이다. 콜이 앞장서서 교회를 개혁해야 된다고 했고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교회 소속 기사단에게 지원했다간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 콜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짊어져야만 한다.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기 마련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번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다. 뮤리의 마음에 답해주는 것, 쫄쫄 굶고 있는 기사단을 그들의 긍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그들을 구원하는 방법을 찾는 것. 기사단은 신앙심이 깊고 자신들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왕국과 교회의 대립 구도 때문에 지원도 끊겨 버렸고, 교회 측에서는 자신들과 대립하는 왕국(+콜)에서 파견된 기사단이 이쁠 리 없다. 기사단은 중간에 붕 떠버렸다. 사실 콜이 나타나기 전부터 쫄쫄 굶고는 있었지만 콜이 나타나면서 더 박차가 가해진 것이다. 그 기사단이 왕국으로 복귀하면서 콜과 왕국은 난처해진다. 백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기사단을 내칠 수도 없다. 여기서 그 옛날 난감해하던 로렌스를 도와줬던 호로처럼 뮤리의 지혜를 빌리고, 독수리의 화신(뮤리는 닭이라 부른다)에게서 정보를 얻는 등 콜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간다. 사실 이 부분은 뮤리와 문장 만들기 이야기보다는 약간 덜 흥미롭다. 그저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콜이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고 성장하느냐를 다룰 뿐이다.


맺으며: 누가 현랑 호로의 딸이 아니랄까 봐 할 때는 하는 뮤리에게서 호로의 편린을 엿보게 된다. 늑대와 향신료를 흥미롭게 본 분들이라면 약간 향수에 빠지지 않을까. 그리고 달을 사냥하는 곰의 정체가 뮤리의 가설에 의해 밝혀지는데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엄마 호로도 알아채지 못 했는데 역시 젊은 아이의 발상은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앞으로 이 작품의 방향이 조금 잡혔다고 할까. 다시 여행을 떠난 아빠와 엄마와 만난다면 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지 않을까 한다. 어쨌거나 이 작품은 오래 사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삶과 애환 그리고 경제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일반적인 라노벨을 생각하고 접했다간 다소 무거운 소재에 놀라게 되는 작품이다. 행동엔 결과가 따르고, 그 결과가 무엇이 되었든 자신이 짊어져야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걸 어떻게 풀어갈지, 그로 인해 성장해가는 모습들을 그리며 그때 누군가가 곁에 있어 준다면 그것만큼 큰 용기가 없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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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왕녀와 천재 영애의 마법 혁명 2 - L Novel
카라스 피에로 지음, 키사라기 유리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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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강한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우리 고전 전례에 고개가 빳빳한 이방에게 돌 삿갓 씌운 사또가 있다. 오래돼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상하 관계에서 위계질서가 무너지면 그 조직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교훈이 아닐까 싶은데 검색해봐도 자세한 내용이 나오지 않아 이 교훈이 맞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걸 군주제 나라에 빗대보자. 사또가 이방에게 돌 삿갓을 씌운 이유는 이방이 사또 알기를 돌 같이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신하가 왕을 돌 같이 대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아니스'는 그런 나라에서 왕녀로 태어났다. 5살쯤에 현실 지구의 기억을 되찾은 전생자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직까진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마법이 모든 걸 말해주는 나라에서 마법을 가지지 못한 그녀는 주변에게서 손가락질을 당한다. 절대적인 왕권의 나라에서 왕족에게 손가락질한다는 건 불경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녀는 마법을 동경하여 마학(학문)을 연구하고 마력이 깃든 마도구를 만드는 등 이단적인 생활을 이어간다.


알고 보면 그녀가 하는 일은 자신만의 욕구를 채우려는 욕심쟁이가 아니라 나라를 발전시키고, 백성들의 삶을 나아지게 만드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그걸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부류는 있기 마련이고, 사사건건 시비를 터는 족속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녀가 하는 일을 이단이라 치부하며 괄시를 해댄다. 어리석은 사람들의 주특기가 자기들은 발전할 생각은 안 하고 자기보다 앞서가는 사람의 발목을 잡아댄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이런 관계가 지속되면 알력이 발생하고 대립이 발생하게 된다. '아니스'는 마법을 쓰지 못한다. 그녀에겐 남동생이 하나 있다. 동생은 마법을 쓸 줄 안다. 주변은 마법을 못 쓰는 누나(아니스)보다 동생을 바라보며 누나에게 마법을 쓸 줄 아는 동생을 시기하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뒷담화를 해댄다. 누나는 동생의 앞 길을 생각해 동생과 연을 끊게 된다. 같이 놀러 다니는 것조차 동생을 죽이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듣는다면 누나로서 동생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동생은 누나를 그렇게 내몰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자신을 버린 누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주변은 마법을 쓸 줄 아는 자신을 왕으로 추대하려 할 뿐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해주지 않는다. 사람에겐 희로애락이 있고, 자신의 말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게 전해지지 않는다면 세상은 그저 철창일 뿐이고 자신은 철창에 갇힌 새일뿐이다. 그리고 동생의 눈에 누나는 마치 자기 좋을 대로 나다니는 자유인으로 보였을 것이다(그게 아님에도). 동경도 했을 것이고, 때로는 주변으로부터 누나가 무시를 당하는 것에서 울분도 생겼을 것이다. 자유롭고 싶은 마음과 울분을 누구에게 풀어야 할까. 나라의 역사가 길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네 역사를 봐도 잘 알 수 있다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게 지금의 '아니스'와 그녀의 동생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누나는 세상을 바꾸려 하고, 동생은 자유로워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동생은 자기 손으로 세상을 변화 시키려고 해본다. 변화를 주지 않으면 나라는 곪을 대로 곪아서 언젠가 터질 테니까. 이게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다.


'아니스'는 동생의 약혼녀 '유필리아'를 조수로 받아들였고 드래곤 토벌을 통해 그녀(유필리아)의 명예를 어느 정도 회복시켜 준다. 한 번의 약혼 파기로 인생의 종착점에 도달한 유필리아는 그렇지 않아도 왕비의 덕목이라며 감정을 죽이라는 교육을 받은 것도 있고 해서 더욱 수동적이 되어 버렸다. 그런 그녀가 약혼 파기의 중심이 된 '레이니(히로인)'를 만나 용서와 화해를 통해 홀로서기를 보여준다. 끊임없이 자신을 북돋아주는 '아니스'를 통해 사람의 온기가 무엇인지 알아간다. 백합답게 연모하는 마음도 키워 간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해야 될 일이 뭔지 수동적인 모습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발로 걷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이 모든 것은 아니스의 동생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걸, 약혼 파기의 전말을 접하게 되면서 그녀는 자신이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타인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 감정을 죽이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유필리아와 아니스의 동생은 감정의 희생자다.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하라는 대로 해라 하는 세상이 옳음 것인가 묻는다.


이번 이야기는 만인을 위해서라 쓰고 자신들(귀족)을 위해 감정을 죽이고 살아가라는 억압을 벗어던지는 자유를 그린다. 아니스는 주변 마찰에 개의치 않고 고집스럽게 마학과 마도구 발명을, 유필리아는 약혼 파기 사건을 통해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아니스의 동생은 누나의 등을 바라보고 싶었고, 누나와 같이 걷고 싶었을 뿐이다. 이래서 응석꾸러기는 안 된다는 교훈도 있지만 어린애에게 많은 걸 바라는 건 잘못이다. 그래서 이니스의 동생은 잘못된 방법을 쓰게 된다. 누나가 떠난 이후 내 편은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아 버렸으니까. 그래서 동생은 약혼 파기를 통해 나쁜 길에 들어서게 된다. 누나는 그런 동생이 애달프기만 하다. 자신이 있으면 동생이 위험해져 연을 끊은 것인데, 정작 동생이 나쁜 길로 가버린다. 동생은 유필리아와 달랐던 점은 무얼까. 그것은 왕, 그러니까 동생과 아니스의 아빠 왕의 위엄이 없기 때문이다. 사또는 고개가 빳빳한 이방에게 돌 삿갓 씌워 고개를 숙이게 했다.


만약 아니스의 아버지, 왕이 엄하게 신하들을 단속했다면 미래는 바뀌었을까가 이번 2권에서 느낀 필자의 생각이다. 신하들이 왕족(아니스와 그녀의 동생)을 중상모략하는데 가만히 내버려 둔 책임은 전적으로 왕에게 있다. 그럼에도 작가는 왕에게 그 어떤 벌도 내리지 않는다. 그 결과로 동생은 잘못된 길을 가게 된다. 누나는 바로잡으려 하고, 유필리아는 몸을 던져 혈족 간 안타까운 싸움을 말리려 한다. 동생에게 유필리아 같은 용기가 있었다면 그의 미래는 바뀌었을까. 아니면 서로 대화를 했다면 오해는 생기지 않았을까. 이번 이야기는 가족 간 단절되어 가는 현실 세계를 비꼬는 게 아닐까도 싶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본다. 왕족 정도 되면 다른 파벌의 모함 정도는 일상적일 텐데 여기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다. 아니스는 다른 파벌로부터 엄청난 괄시와 시기를 받는다. 하지만 그녀는 마이웨이 성격으로 잘 넘긴다. 그러나 동생은 그렇지 못했고, 누나는 그런 동생을 보며 일말의 책임을 느끼게 된다.


이번 2권은 시사하는 점이 매우 많다. 상대를 위한다는 점이 오히려 상대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누나(아니스)는 동생의 안전을 위해 거리를 두게 되었는데 동생은 자기를 버린 걸로 오해한다. 재미로 던지는 돌에 개구리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 무심코든 악의든 아무렇게나 던지는 말이 상대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는 동생을 통해 잘 나타나 있다. 동생은 유리 멘탈이었던 게 불행했을 뿐이다. 동생은 제멋대로 구는 귀족을 없애서 세상을 바꾼다는 명분을 들어 해선 안 되는 일을 벌인다. 여기서 시사하는 점은 변화와 발전을 두려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신하들을 묵인하는 군주가 함께하면 이렇게 안타까운 일도 벌어진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그 희생자는 엄한 백성이 된다. '레이니(히로인)'는 좋아서 유필리아의 약혼을 파기 당하게 한 것이 아니다. 자기 잘못이 아님에도 속죄하려는 그녀의 마음은 가슴을 매우 아프게 한다. 하지만 그녀 덕분에 유필리아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딜 수 있게 되었고 아니스와 더 가까워지는 결과가 되었으니 유필리아 입장에서 레이니는 길인(吉人)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결국 백합 다운 작품이라 하겠다.


맺으며: 오랜만에 반말로 쓰려니 자괴감이 엄청나게 몰려온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왠지 이렇게 써야 뜻이 전달될 거 같아 써보았다. 이 작품은 백합으로서 남자 주인공은 고사하고 남자 등장인물이 별로 없다. 동생군은 이번 2권을 기점으로 거의 리타이어 확정이고, 아니스의 아버지는 그냥 들러리에 무능에서 약간 좋은 왕일 뿐이다. 고생은 딸(아니스)이 다 하고, 아들은 사춘기 제대로 겪다가 저 멀리 가버린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망할 왕이라고 되뇌어 본다. 확실히 자식 교육의 중요성을 엿본 듯하다. 엄마(왕비)는 그제서야 눈물 흘려봐야 기차 떠난 지 오래다. 이런 점을 볼 때 진짜 현실성을 띠는 작품이라 하겠다. 그러니까 자식 망가지기 전에 교육을 잘 시키자. 위정자라면 아랫사람 단속 좀 잘 하자. 현실에서 뒷담화 하는 직원들 가만히 내버려 둬서 좋을 거 하나도 없다. 그 일로 인해 자식까지 잃게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마지막으로 사실 히로인 하나 더 나오지만 언급할 타이밍을 못 잡았다. 이 히로인은 3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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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제로 5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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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부제목이 상당히 살벌합니다만, 오해는 하지 마세요. 이야기가 너무 오글거려서 필자에게 번역을 맡겼다면 창피함에 냅다 던져 버리고 어디 산속에라도 들어가 콕 박혀 버렸을 겁니다. 그러고 한 100년은 안 나올 자신이 있어요. 그만큼 오글거려서, 이번 5권 번역하신 분과 검수한 편집자분의 정신력에 찬사를 보낼 정도입니다. 창피함은 왜 읽는 사람의 몫인가요. 본편도 이런 오글 거림 때문에 하차했다가 겨우 참고 다시 보고 있는데, 이번 5권은 본편에서 한창 오글거릴 때 집필한 게 아닐까 싶군요. 읽다 보면요, 일본어로 감정 표현에서 있어서 이렇게 풍부하게 할 수 있나 싶을 정도인데요. 예로 들면요. "너 정말 사랑스럽다~ 아흐흐흐~" 이건 느끼한 건가. 아무튼 등장인물들의 감정 표현에 있어서 이 작품만큼 훌륭한 작품은 없다고 자부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수해(나무 지옥)의 여왕 '류티리스'를 납치하려고 교회가 파견한 대규모 부대와의 전투의 결과, 그리고 마지막 신대 마법사 대머리 '라우스'의 탈출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신의 사도를 맞아 죽을 각오로 임했던 여주 '밀레디'는 혼수상태에 빠져 버렸고, 여왕 류티리스는 마조 끼를 더욱 발산하며 주변을 기겁하게 만들고, 남주 '오스카'는 여친(밀레디)이 혼수상태에 빠지자 정신이 가출해버렸습니다. 밀레디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은 혼백 마법을 쓰는 대머리 '라우스' 밖에 없지만 지금 그는 수천 킬로나 떨어진 곳에서 이제 막 탈출을 꿈꾸고 있죠. 몇 권인지 까먹었지만 대머리 '라우스'는 교회의 첨병이 되어 수상 도시에서 밀레디와 싸웠었어요. 참고로 밀레디는 교회에 맞서는 [해방자]의 리더랍니다. 아무튼 기억은 잘 안 납니다만, 라우스가 대머리 된 이유에 밀레디가 관련돼 있기도 하죠.

밀레디와의 싸움에서 교회의 불합리(유일신 안 믿으면 다 이교도)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 라우스는 어린 아들과 호위 기사 한 명을 대동하고 성공률 0%에 수렴하는 길을 떠나요. 밀레디가 있는 [해방자]의 본부를 향해. 이번 5권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자유를 찾아 머나먼 길을 떠나는 사람을 그리는, 그 길은 순탄하지만 않죠. 쫓아오는 추격자를 맞아 싸우고, 적지를 통과할 때의 불안과 무서움, 그리고 이제 틀렸을 거라는 절망스러운 현실, 몸이 가루가 되도록 싸우고, 정신을 잃을 정도로 혹사하면서도 믿는 길을 찾아 떠나는 장면들은 중2병을 사랑하는 작가 답지 않게 정말 진지한 모습들로 그려댑니다. 아들을 지키기 위한 부정(父情)은 가슴을 울리고, 주군과 그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 당대 '용사'로 각성한 호위 기사의 분투, 그럼에도 추격자들을 돌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현실.


사실 본편이 아니라 외전 제로가 애니메이션화 되었어야 했어요. 이렇게 짜임새 좋아서 언젠가 해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영상화된다면, 부디 제작자들이 각성하여 좋은 영상미로 담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감동이라면 좀 오버스럽고 그만큼 흥미진진했군요. 다만 오글거림을 어떻게 해결할까가 난제가 되겠죠. 자칫 잘못하면 호러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진지할 때는 진지한데, 틈만 나면 함정을 판단 말이죠. 사실 밀레디는 혼수에서 깨어나긴 나요. 근데 작가가 이것까지 오글거림에 이용하는 통에 초반은 진짜 읽는 사람의 얼굴이 벌겋게 될 정도였군요. 전투의 후유증이라면 후유증으로 밀레디의 본모습이 겉으로 드러나게 되죠. 불고기의 반대말이 뭔 줄 아세요? 물고기죠. 그럼 깐족거림의 반대말은? 진지함이 되고, 그녀에게 있어서 진지함은? 이것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연애질을... 이게 다 사망 플래그라는 걸 이때는 몰랐겠지요.


맺으며: 사실 진짜 오글 거림은 초반이 아니라 후반이었어요. 거기에 삼각관계를 끼얹으니 금상첨화가 되죠.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능력이 수준급입니다. 빵집을 차린다면 분명 대성하지 않을까요. 아무튼 중간중간 능력 쓰는 모습은 영화 엑스맨이 생각났습니다. 이게 어딜 봐서 마법이야 싶은 사이코메트릭스가 판을 치는데 중2병을 사랑하는 작가에게 있어서 이런 것도 다 중2병에 해당되겠죠. 틀에 얽매이지 말고 시야를 넓게 보라는 작가의 메시지 같은, 아무튼 다음 6권이 완결입니다. 최종적으로 전력은 다 모였고, 교회를 무너트려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해방자]들의 마지막 몸부림이 시작됩니다.라고 해도 어차피 신(神)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꼴이 되겠지만요. 외전은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신(神)이라는 작자가 인간을 장기짝으로 이용해 유희를 즐기는 변태 같은 놈이라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몸부림치는 [해방자]들의 "실패 플래그"도 착실하게 넣어 놨고요. 다름 아닌 밀레디와 오스카에 의해... 이 부분도 그냥 녹습니다. 개그도 적당히 들어가 있고 4권에 이어 최고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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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환상의 그림갈 17 - 언젠가 싸움의 날에 작별을 고하리,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이형진 옮김, 시라이 에이리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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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천신만고 끝에 고향이나 다름없는 '오르타나'에 돌아왔더니 마물들에게 물리적으로 궤멸된 모습을 보았을 때의 황망함이란. 게다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또 기억이 소실되어 난 누구?! 여긴 어디?! 할 겨를도 없이 왕도에서 파견된 변경군에 붙잡혀 개같이 조리 돌림 당한다면 인생사 참 거시기 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갈 곳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는 세상에서 까라면 까야 되는 하루히로 일행은 변경군을 이끄는 장군의 강제적인 명령에 따라 오르타나 탈환과 고블린과의 동맹을 무사히 끝마쳤습니다. 이제 한숨 돌리고 인질로 붙잡힌 '시호루'를 탈환해서 냅다 도망가려고 했지만 안 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던가요. 하루히로는 폼으로 몇 년을 의용병(모험가)을 해온 것이 아니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라는 듯 인생 참. 찌끄레기는 찌끄레기인 채로 살아가야 한다는 명언(?)처럼 시호루를 붙잡고 있던 장군에게 덤볐더랬죠. 결과 개같이 두들겨 맞고 얌전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이번 이야기는 오크를 위시한 마물들이 점거하고 있는 '탄식의 산' 공략 편입니다. 오르타나에서 마물을 몰아내긴 했지만 곁에 있는 산성(山城)에서 농성 중인 마물들도 어떻게 해야 될 판이죠. 하루히로 일행 및 몇몇 의용병들에게 산성 내부로 들어가 교란하라는 명령이 내려집니다. 비장한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죠. 찌끄레기 인생이라도 마나토와 모구조를 떠나보낸 이후부터는 나름대로 운빨은 따라줬던 하루히로 일행이지만 이번에도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사실 이건 중요하지 않아요. 작가가 작 초반에 등장인물들 몰살 시킨 것에 대한 반성인지 이후 하루히로 일행에게선 사망하거나 탈락하는 캐릭터들은 나오지 않고 있거든요. 란타와 유메도 합류해서 전력도 보강되었고요. 그렇게 산성 공략에 나서는데 매우 치열한 전개가 펼쳐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공략 전보다는 개그로 승부 보려는지 서커스가 펼쳐지는군요. 성도착증 환자, 스토커, 중2병 환자, 사호루가 빠진 자리를 메꿀 독설가가 펼치는 하모니는 작중 재미를 배가 시켜줍니다(반어법 아님).


시놉시스에선 상상을 초월하는 난관과 강적의 등장이라고 되어 있던데 정작 그런 건 안 나옵니다. 같이 동행한 의용병 파티들이 너무나 강해서 하루히로 일행은 업혀가는 신세죠. 그래도 나름대로 싸우는 모습을 보입니다만, 하루히로는 이래저래 생각이 많고, 란타는 내면적으로 성장했나 싶었더니 여전히 똥 덩어리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유메도 이제 나이 먹을 대로 먹었을 텐데도 사차원 기질을 보여주죠. 이런 것들이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이지라는 느낌이 들어 좀 반가웠군요. 특히 몇 권인지 까먹었는데 하루히로를 짝사랑하는 미모리(히로인)와 4차원 독설가 안나(히로인)의 재등장 또한 매우 반가웠습니다. 자칫 우중충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밝게 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분위기를 띄워주고 있어서 사실 별 내용이 없음에도 이들 덕분에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죠. 좋아하는 남자(하루히로)를 만나기 위해 지름길이랍시고 해자(성 주변 함정)를 헤엄쳐 건너오는 히로인(미모리)은 참으로 드물지 않을까요.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 언제 어떻게 하루히로에게 푹 빠지게 되었는지 모를 '미모리'가 보여주는 하루히로 일편단심은 사실 많은 걸 내포하고 있습니다. 미모리는 하루히로가 몇 년간 엄한 곳에서 삽질할 동안에도 기억해주고 기다려줬죠. 동정들만 모인 파티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이성 간 거리를 미모리를 이용해 대신 표현함으로써 하루히로에게 이성관계는 이렇게 하는 거라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4차원 독설가 '안나'는 마물과의 난전 중이든 휴식 중이든 마이페이스로 당당하게 가슴 펴고 할 말 다하는 모습에서 언제까지 생각만 하고 살래?라며 하루히로에게 지적하는 게 아닐까 했고요. 근데 동정인 우리의 주인공 하루히로는 오는 골 다 쳐내는 반데사르처럼 오는 호감 다 쳐내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할까요. 덕분에 매리는 이번 17권에선 거의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어 버렸군요. 이번 17권은 시종일관 이런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맺으며: 이 작품이 재미있는 점은 등장인물들 특유의 말 솜씨를 들 수 있습니다. 안나가 보여주는 4차원 독설도 재미있고, 란타가 똥 덩어리 행동을 하면 쓰레기 취급하는 쿠자크도 은근히 재미있죠. 꾸며졌다기 보다 스스럼없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시궁창 같은 현실을 외면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그만큼 이 작품의 분위기는 어둡다고 할 수 있죠. 그건 그렇고 진퉁 독설가 '시호루'가 빠지니까 팥 없는 찐빵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녀의 독설이 그리운데 그 시호루는 어디서 뭘 하나 싶었더니 아무래도 최종 보스가 될 듯합니다. 처음 그림갈로 넘어와 그래도 마음 줬던 마나토를 떠나보낸 이후 타인에게 마음을 잘 열지 않았던 시호루의 존재 의의를 이렇게 만들어가는군요. 주인공 하루히로는 이번 공략전을 거치며 파티 리더로서의 성장을 조금 보여줍니다. 성장이라고 해도 여전히 생각이 많아서 고생 많이 하고요. 그리고 열리지 않는 탑(하루히로 일행이 최초 도착한 곳)의 주인에 대한 정체가 조금식 밝혀지면서 이 작품도 곧 끝나지 않을까 싶었군요. 이건 16권 리뷰에서도 언급한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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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이끄는 이세계 여행 8.5 - L Novel
아즈미 케이 지음, 마츠모토 미츠아키 그림, 정금택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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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악평", 개인적인 해석 주의





사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은 리뷰하기 싫었어요. 초반엔 그래도 여신에게 버림받고, 인간언어도 불가능한데다 무능력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된다는 설정이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이건 블러프에 지나지 않았죠. 여신이 마법은 안 줬지만 어마어마한 마력을 가지게 되었고, 스킬을 못 받았지만 어마어마한 마력을 발사할 수 있게 되었어요. 대상을 구멍 숭숭 내버리는 흉악함 그 자체로서 그 누구보다도 강해지게 되었죠. 그래놓고 주인공의 레벨은 1에서 오르지 않는다는 눈속임을 하고요. 물론 노력을 통해서 마력을 키운다면 이런 글 쓰지 않습니다. "궁도로 화살 한발 쏘니까 마력이 뻥튀기" 된다면 여러분은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주인공은 별다른 노력이나 좌절을 겪지 않죠. 사실 이게 이런 작품의 특징이고, 일본식 표현일 수 있으니 필자가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닙니다. 왜냐면, 문화는 존중해줘야 하니까요.


이번 이야기는 외전으로 본편 몇 권인지는 까먹었습니다만, 드래곤 슬레이어 '소피아'와의 전투를 앞두고 학원 여름방학을 이용해 주인공은 한 번에 쓸 수 있는 마력을 중폭 시키기 위한 수련을 하는 것과, 학원에서 제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별다른 이야기는 없어요. 변태 용가리 '루토'에게 자문을 구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고, 그러다 자기만의 수련 방법을 찾아서 마력을 뻥튀기하며 능력을 강화해갑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지금도 상대할 자가 없는데도 강력한 방어력을 손에 넣으려는 장면에서 주인공은 자신만이 먼치킨인 걸 모르는 모습을 보이죠. 이런 장면들은 노력하는 자들을 우롱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아요. 평범함으로 꾸며놓고 별다른 노력도 없이 생각에 좀 몰두하다 보니까 강해졌다, 이러니까요.


그리고 이제 좀 강해졌다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날벌레로 취급하는 건 좀 아니지 싶어요. 아공(주인공이 만든 이공간)에서 여러 아인족들과 무술 대회 같은 걸 치르는데 이제 막 받아들인 익인(날개 달린 종족)들의 실력을 보고 [날벌레]라고 칭하는 건 주인공이 가정 교육을 못 받아서 그러는 걸까 싶어요. 사람마다 장단점은 있고, 잘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게 있다는 걸 작가는 배우지 못하며 자란 것일까요. 주인공 쉑기는 당근과 채찍이라는 유연함 보다 사무라이 정신식으로 몸에 직접 새기듯 사람들을 가르치려 들죠. 박해받는 너희들을 구해줬으니까 내 말에 따라라. 뭐 이런? 자신은 왕이나 신(神)이 아니라면서도 떠받들어 주는 것은 또 싫어하지 않아요. 심복인 토모에나 미오는 누군가가 주인공에게 그림자 드리우는 것조차 용납 안 하려 들죠.


후반부 학원에서 주인공 제자들도 그래요. 멋도 모르고 아룡(드래곤 나부랭이)에 도전했다 한번 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정신은 좋아요. 그런데 재도전 과정이 문제라는 것인데요. 왜 졌는지에 대한 반성과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드래곤 나부랭이가 어디에 가면 있는지 조사할 생각은 안 한다는 거죠. 데이트하듯 화려하게 차려입고 술집에 가서 비싼 술이나 쳐 빨아대고 취해선 우리 이기자 이러니까 대체 이 작품의 정체와 정의는 무얼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꼰대 소리 들을까 봐 자꾸 노력 운운할 생각은 없지만, 정신론으로 이길 거면 이 세상에 못 이길 자가 있을까요. 그리고 젊음을 표현하려 했던 것일까요. 드래곤 나부랭이 처치하기도 전에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누구누구와 놀았느니 같은 성적인 농담은 왜 튀어나오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그리고 드래곤 나부랭이 토벌하면서 겨우 한번 이겨놓고 우리 성장했어요, 이래요. 집 몇 채는 구입할 수 있는 템빨에 주인공과 부하들이 멍석을 다 깔아줬는데도 못 이기면 그건 사람이 아니죠.


맺으며: 리뷰를 웬만하면 좋게 쓰려고 노력은 했는데 잘 안 되네요. 단칸방 침략자처럼 8.5권은 좀 특별할까 싶어 구매했는데, 실망만 안겨줘서 이 작품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끊게 해주었습니다. 일본 작가들은 노력하지 않는 무능력을 먼치킨으로 승화 시키는 것에 강박관념이라도 있는 걸까요. 거기에 그놈의 신격화에 왜 그리들 목매는지도 모르겠군요. 이번 8.5권은 이후 '소피아'와 전투를 할 때 개연성을 부과하기 위한 이야기인 듯한데 그렇다면 주인공이 진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지 않을까요. 마치 겁쟁이처럼 바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방어력만 주물럭 거리는 걸 노력이라고 봐야 할까요? 위에서 사람마다 장단점은 있다고 언급은 했지만, 이건 장단점이라기 보다 소심하고 겁쟁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게 주인공의 아이덴티티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리고 주인공 부하들이나 아인들이 광적으로 주인공을 숭배하는 것도 좀 자중해줬으면 좋겠고요. 작가는 현실에서 라이트 노벨이 왜 욕먹는지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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