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티처 15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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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 부인중 한 명인 '리스'의 언니를 만나기 위해 생 도르라는 나라에 왔다가 세계의 종말을 보는 듯한 마물 대군을 맞아 불철주야 싸우는 주인공 일행의 이야기 제2탄입니다. 숫자를 세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쳐들어오는 마물 떼라는 전래 없는 위기를 맞아 주인공 일행은 과연?라는 게 14권의 이야기였죠. 그래서 15권이 좀 기대되기도 하였습니다만, 원래 이 작품은 심각한 게 없는지라 이번에도 잘 헤쳐 나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접했고, 역시 큰 탈 없이 잘 넘어가고 있군요. 이번 15권에서도 주인공이 앞장서서 전술을 짜고 제자들과 최일선에 서서 마물 떼에 맞서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그래서 별다른 이야기는 없습니다.

이걸로 리뷰를 끝내버릴까도 싶었지만 조금 더 써보자면, 사실 이번 마물 떼와 공격은 '생도르'라는 나라가 싸질러놓은 똥입니다. 과거 생도르 귀족들에 의해 모든 걸 잃은 남자의 복수극이죠. 그동안 여러 복수물에서의 주인공이 당했던 불합리를 이 작품의 남자도 똑같이 당했고, 그래서 여러 복수물처럼 그도 복수에 나서죠. 그걸 이 작품의 주인공이 막아서고 있는 것이고요. 이렇게 놓고 보면 참 신기한 부분이 아닌가 싶은데요. 여타 복수물에서는 선으로 비쳤던 일들이 이 작품에서는 악으로 비춰지니까요. 물론 남자는 복수 대상자 뿐만 아니라 무고한 사람들까지 없애려 하는 것에서 차별을 두고 있습니다만.

멀리 보면 나라(생도르) 자체가 그 남자에겐 복수 대상이니, 그 남자 입장에서는 무고한 사람은 없었겠죠. 그래서 그 남자를 조금 더 악당으로 만들고자 그가 한 실험을 통해 인륜을 저버린 행동을 넣음으로써 기준을 조금 더 명확히 하기도 합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싸워서 누가 선이고 악당인지를 가려야 하는데... 당연히 악당이 주인공이 될 수는 없겠죠. 뭐 일단 16권이 나와봐야 알겠습니다만, 그 남자에게도 복수극 말고도 뭐 또 사연이 있는 거 같고, 그 사연은 주인공 스승과도 연결되어 있는 등 조금 복선을 투하하기도 합니다만. 14권에서 투하했던 복선이 15권에서 별거 아니었던지라 16권에서도 별것 아닐 수 있겠더군요.

어쨌거나 모든 걸 잃은 남자는 마물들이 산다는 대륙으로 건너가 마물을 조종해서 쳐들어 왔는데 하필 주인공이 있을 때 쳐들어올게 뭔지. 주인공만 아니었다면 세계정복도 가능했을 텐데 같은 이야기가 이번 15권의 주된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의 제자들도 많은 성장을 이뤘고, 중간 보스들과의 싸움에서 그동안 주인공의 교육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죠. 애들을 아주 그냥 싸움꾼으로 만들어 놨어요. 여기서 부족한 점은 원래 먼치킨을 추구하고 있다 보니 역경을 이겨내는 장면이 없다는 것이고, 그렇다 보니 크게 흥미진진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맺으며: 추종자도 많이 생겼고, 일이 왜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네 번째 부인도 생기는 등 주인공의 손은 매우 빠르다는 게 판명 나기도 했는데요. 세 번째 부인은 주인공 아이까지 가졌고, 승리한 인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이 참 라노벨 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군요. 사실 14권에서 주인공 부인중 한명이 위기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복선을 투하 해놓고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니 흥미도에서는 크게 건질만한 게 없었습니다. 하프(혼혈)라고 박대하는 것도 없고, 그걸 해결하면서 정의는 살아 있다 같은 청소년 감성도 없는, 조금은 국어책 같은 15권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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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10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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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아빠 어릴 적 동료 찾기에서 비롯된 마왕을 인간의 몸에 심어 낳게 하는 흑막을 무찔렀고 엄마도 구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주 안젤린의 출생에 관한 비밀도 밝혀졌고요. 이건 필자가 그동안 유추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군요. 여기서 문제는 그 비밀이 밝혀졌을 때 주변 사람들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죠. 이 작품은 겉모습(여기선 정체 正體)은 중요하지 않다고 역설합니다. 흑막이 핸섬보이였다는 점에서 아주 다른 말은 아니라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하잖아요. 그동안 아빠와 살아오면서 부대끼고, 주변과의 삶에서 느껴왔던 희로애락은 거짓이었나?를 놓고 본다면 분명 여주의 삶은 거짓이 아닌 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여주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죠. 떠날 때는 아빠와 자신(여주) 뿐이었던 것이 여행의 끝에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때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어우러져 대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사는 아빠가 안쓰럽기도 했고, 남들은 다 있는 엄마에 대한 동경도 있었고, 그렇게 출발한 엄마 찾기도 친모를 찾으면서 그녀의 여행은 끝이 났습니다.

이번 10권은 고향에서 살아가는 모습들을 시끌벅적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여행에서 만났던 아빠의 동료들과 온갖 사람들, 찾아온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집이 미어터지는 지경에 이르게 되죠. 딸을 도시로 떠나보내고 홀로 청승맞게 지내던 아저씨 입장에서는 진정이 되지 않는 나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다 동료 중 마지막으로 찾았던 '사티'도 아저씨를 따라와 곁을 지키는데, 어릴 적 모험가 시절에 같이 생활했다곤 해도 그건 거의 20여 년 전의 일이고, 그동안 연애에 대해 면역이 없던 아저씨는 불혹의 나이에 얼굴이 빨개지는 나날을 경험합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으로 향하는 길목, 아이들은 꺅꺅 천진난만하게 몰려다니고, 어른들은 밭 일을 준비하고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는 등 별다른 에피소드 없이 그저 어디에나 있는 농촌의 일상을 풀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의 사물에 대한 표현력이 좋아서 몰입도를 올려주는 건 덤이고요. 그리고 여주는 아빠와 사티를 맺어주기 위해 동료들과 마을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작당모의를 시작하는데, 이로써 여주는 안심하고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티'는 쌍둥이 아이들을 홀로 지키며 고생을 참 많이 했었죠. 작가는 왜 뜬금없이 여주에게 사티가 쌍둥이를 보호하는 걸 보여 주었을까. 사티의 과거에서 비록 흑막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곤 해도 먼 곳에 버려야 했던 친딸이 성장하여 눈앞에 나타났고, 눈앞의 아이가 다름 아닌 그때의 친딸이라는 게 밝혀졌을 때, 운명은 이렇게 돌고 도는 것이라고 역설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티는 아저씨가 찾고자 했던 동료고, 아저씨는 숲에 버려져 있던 사티의 친딸(여주)을 거둬 키웠죠. 그리고 여주는 친엄마를 만납니다. 과거의 속죄마냥 쌍둥이를 흑막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보호하려는 친엄마를 보게 된 여주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물론 이때는 아직 친엄마인지는 몰랐겠지만, 그래서 운명은 이런 건가 싶더라고요. 이것이 9권의 이야기고, 리뷰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요. 그렇게 친엄마라는 게 밝혀지고, 여주의 탄생의 비밀까지 알게 되었어도 여주가 정신착란(아무래도 출생이 출생이다 보니)을 일으키지 않은 건 쌍둥이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했군요. 쌍둥이의 탄생도 여주와 같거든요.

그리고 이번 10권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삶과 죽음의 순환을 표현한 부분인데요. 쌍둥이에게서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알리고, 미토, 벡, 샤를로테에게서는 아이들의 성장을 보여주었고, 마을 젊은이들에게서 삶의 전성기를 보여주고, 아저씨와 동료들에게서는 황혼기를 보여주고, 마을 노인의 죽음에서 삶의 종착점을 보여주고, 쌍둥이의 친엄마(사티 말고)의 죽음에서는 자연의 순환을 보여주고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쌍둥이는 아직 어려서 죽음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저 엄마는 잠이 들었을 뿐 언젠가 일어날 거라 믿고 있었죠. 그래서 아저씨 등 주변 어른들은 쌍둥이에게 죽음이란 무엇인지 알려주기를 망설였고, 그러던 차에 '그라함(이 작품 최강 팔라딘) 할아버지'가 다람쥐를 예를 들어 죽음은 작별이자 새로운 만남이라는 걸 쌍둥이에게 알려주는 대목은 먹먹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마왕은 백지상태로 세상에 태어납니다. 그 마음을 검게 물들일지 총천연색으로 물들일지는 오롯이 주변에 달려 있죠.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더군요. 그래서 여주도 퇴치되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맺으며: 필자는 사실 위에서 언급한 것보다 더 흥미로웠던 건 파더콤을 졸업한 여주인데요. 항상 응석받이로 아빠만 찾고, 조금 과도한 스킨십을 했던 건, 그런 행동에서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는가 싶어서 좀 안타까운 면이 있었죠. 여행을 통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그래도 자신을 버리지 않는 아빠와 주변 사람들을 보며(친엄마도 매우 정상이고) 그동안 짊어지고 있었던 존재 의의라는 짐을 내려놓음으로써, 아빠의 그늘을 벗어나 긴 여행을 준비하는 장면에서는 비로써 자신의 인생을 찾기 시작한 거 아닐까 하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이번 10권은 그저 농촌 생활과 식량을 구하고 요리를 하고 다 같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등 리얼한 일상생활을 보여줄 뿐 목숨 걸고 싸우거나 긴박한 상황은 전혀 없습니다. 이 작품처럼 한결같이 이런 장면 보여주는 작품은 드물지 싶은데요. 그럼에도 손을 놓을 수 없었던 건 워낙 리얼한데다 작가가 표현력이 좋아서 그렇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아무튼 11권이 완결 같던데, 조금 불안한 복선이 나왔긴 하지만 이대로라면 해피엔딩은 무난하지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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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연금술사의 점포경영 2 - S Novel
이츠키 미즈호 지음, 후미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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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을 요약해서 표현하라면, 어릴 적 도적들에게 부모를 여의고 고아원에서 자라며 죽자 살자 공부한 끝에 연금술사 자격을 따낸 여주(주인공)의 인생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군요. 밝고 아기자기하고 개그가 어우러져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에서도 은근히 여주는 이런 아픔을 안고 있다고 넌지시 밝히고 있죠. 그래서 여주의 성격을 보면 과거의 영향을 제법 받았다는 느낌을 곳곳에서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여주의 성격이 나쁘다는 게 아닌, 자신의 행동에 상당히 엄격함을 보인다는 것인데요. 주로 돈 문제에서, 가령 '세상에 공짜는 없다'를 들 수가 있습니다. 숨이 곧 끊어질 거 같은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람이 있어도 포션 값은 받아야 하고(1권에서 이 문제로 여주는 욕먹죠), 그 이유를 밝히는 부분에서는 융통성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법제화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물론 그 이유로는 공짜로 줬다간 개나 소나 다 달려들 테고, 다른 연금술사들에게 제대로 민폐를 끼치는 행위이기 때문인데요. 비록 세계관을 보면 여주는 이미 성인 취급이지만 이제 갓 세상에 발 디딘 15살의 사회 초년생인, 아직 아이나 다름없음에도 그런 가치관을 가져야 된다는 안타까움이 좀 있습니다.

그런 과거의 영향 때문인지 여주가 실패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고아원 생활하면서 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인식했고, 그에 따라 돈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짠순이 같은 면모도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번에 몬스터 대군의 습격으로 집이 부서졌는데 수리하면서 돈이 들어간다는 것에 마음고생을 많이 하죠. 그래도 쓸 때는 과감 없이 쓰기도 하는 게 매력 중 하나입니다. 아무튼 연금술로 무언가를 만들고자 할 때 재료 매입 때부터 시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작업(연성술) 실패에 따른 재료의 손실이 생겼을 때 적자 관리, 연성에 성공하더라도 판로 문제, 마을과의 상생 문제 등 일찍이 어른이 되지 않았다면 해내질 못할 일들을 여주는 척척해나기 시작합니다. 몬스터 대군을 막아내면서 마을 사람들의 신뢰와 신용을 얻었고, 그에 따라 가게도 조금씩 번창해가는, 사실 조금 실패하는 모습도 보였더라면 더욱 인간적인 면이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을 정도로 잘나가죠. 마을 소녀 '로레아'를 직원으로 고용하고, 죽다 살아난 '아이리스'와 '케이트'와도 잘 지내는 등 인간관계에서도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2권은 집(가게)에 필요한 주방 기구를 만들고, 악덕 상인을 혼내주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연금술만 있으면 현대 문물과도 같은 냉장고와 오븐 등을 척척 만들어내는데, 이 작품은 경제관이나 인간관계는 매우 현실적인 반면에 이런 연금술 관련은 조금 비현실적이어서 괴리감이 있었군요. 사실 머리 아프게 스킬 설명하고 원리 설명하며 고리타분하게 하는 것보다 마치 마녀가 솥단지에 뭘 넣고 팔팔 끓이듯 연금술도 연금술 솥단지에 재료 넣고 뚝딱하는 게 차라리 낫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은 동화 같은 이야기들로 이뤄져 있고요. 그리고 스승과의 관계에서는 1권에서 스승이 가게도 알아봐 주고 전송진도 설치해 주며 일방적으로 여주에게 빨대 꼽나 했더니 되레 여주가 스승을 이용해 재료를 팔고 돈을 융통하는 등, 귀찮은 건 스승에게 떠넘기는 조금은 영악한 모습에 유쾌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골 마을에 정착하며 마을 사람들의 신뢰도 얻었고, 그렇다고 안주할 여주가 아니라는 듯, 마을의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제품도 개발하며 일방적 관계가 아닌 서로가 윈윈하려는 여주가 인상적입니다.

맺으며: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포션이나 여러 아티팩트 만들어 팔면서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짊어지는 부분이군요. 물론 다른 경제 판타지에서도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언급되기도 합니다만(늑향?). 이 작품은 조금 더 디테일하다고 할까요. 돈 많은 상급 연금술사라면 한두 번 실패한다고 망하진 않겠지만, 여주같이 신입은 그 실패 한 번으로 휘청일 수 있다는 사회의 쓴맛 같은 메시지도 담고 있어요. 손님을 끌기 위해서 매번 새로운 제품도 개발해야 하고, 그 제품을 판매하며 자금 흐름도 신경 써야 되는 등 이때까지 경제 관련 몇 작품을 접해왔지만 이렇게 디테일 있게 표현한 작품은 이 작품이 유일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머리 아프고, 무미건조하고, 고리타분한 설명은 배제 시키고 재치 있게 풀어가는 것에서 작가의 능력을 높이 사줄만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필자는 1권에서 진즉에 하차했을 겁니다. 아무튼 마을과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고, 빚쟁이(아이리스와 케이트)와도 잘 지내는 등 1권 보다 더욱 동화 같은 2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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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 전하는 화가 나셨나 봅니다 5 - L Novel
야츠하시 코우 지음, 나기시로 미토 그림, 이진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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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5권을 읽고 어떤 애니메이션이 생각났습니다. 모든 걸 잃고 먼 길을 떠나는 주인공이 황혼을 바라보며 울 듯 말 듯 , 뭔가를 다짐하듯 입술을 꼭 다물고 한발 내딛는... 그런 안타깝고 여운이 남는다고 할까요. 누구의 이야기냐면, 여주의 여동생이군요. 언니(여주)의 그림자를 쫓았고, 사랑하는 사람(제1왕자)을 위해 분골쇄신하였으나 보답은 돌아올 기미가 없었죠. 그러다 불법 약물에 손을 댄 끝에 붙잡혀 가족과 함께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여동생이 자신의 죄를 모두 인정하는 장면에서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면 여동생이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한때 언니(여주)의 약혼자(제1왕자)를 빼앗은 천하의 폐륜녀 같이 비치기도 하였으나 영지에서 언니와의 대화를 계기로 철이 없어 보였던 여동생은 성장이라는 발판을 마련하였었죠. 그러나 모든 걸 잃은 시점에서 너무 늦은 성장이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왕의 선처로 폐인이 되다시피한 제1왕자와 다시 만났을 때 비로소 모든 짊을 내려놓은 듯한 표정은 굉장히 인상 깊었군요. 이렇게 여주 가족은 반란과 불법으로 술과 약물을 제조한 죄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이번 5권은 그동안 여주 주변을 맴돌며 사건사고를 저질렀던 '백의 결사'가 본격적으로 수면으로 올라와 그동안 뿌려댔던 복선을 한꺼번에 수거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백의 결사는 왜 여주를 노리는 것인가를 두고 접점이 있을 듯 없을듯한 이야기들(가령 11년 전 화재)을 복선으로 기용하며 독자들을 기만했던 내용들이 알고 보니 관련이 거의 없다는 식으로 뒤통수를 치곤했죠. 이번에도 정령들과 성녀까지 넣으며 혹시 여주는 정령이 낳은 자식일까, 혹은 수백 년 전 어떤 계기로 태어난 성녀일까 같은 좋게 생각하면 상상력을 키우고, 나쁘게 말하면 기만을 뿌려댑니다. 이 과정을 백의 결사가 개입했다는 식이고요. 그래서 콩쥐처럼 집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여주는 정령이 낳은 자식이고, 여주는 입양된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보았죠. 이런 흐름이라면 백의 결사가 그녀의 힘을 이용하려고 노리는 거 아닐까 하는 해답으로 이어지니까요. 복선도 그렇게 유추하도록 유도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최대 복선이었던 여주의 환생 복선을 회수하는 장면은 그동안 유추했던 걸 깡그리 날려 버려요. 물론 이게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는 복선도 같이 넣어놨지만요.

이전 리뷰에서 여주는 만들어진 존재가 아닐까, 만들어진 존재에 1천 년 전 여주의 영혼이 깃든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던 적이 있는 거 같은데요. 이번 5권에서 그 해답이 반만 공개됩니다. 작가가 필자 눈앞에 있었다면 멱살을 잡고 싶을 정도로 감질나게 풀어내는 게 좀 아쉽다고 할까요. 필자 나름대로 유추해 보면 결국 정령이 낳은 자식이나 성녀의 복선은 여주가 맞닥트려야 할 적 혹은 구출해야 될 사람, 또는 백의 결사가 정령 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호문쿨루스(여주)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것인데요. 여기에 여주 혼을 집어넣은 게 아닐까 하는 것이고요. 아닌 게 아니라 이번 5권에서 백의 결사 우두머리도 그와 비슷한 말을 하기도 했죠. 생각할수록 아주 머리가 아파요. 무슨 추리물도 아니고 한 페이지 건너 복선을 투하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유추하라고 하는데 코난도 질려서 도망갈걸요? 그래도 그나마 백의 결사 우두머리가 여주에 집착하는 이유를 밝히면서 숨통이 좀 트이긴 합니다. 무려 1천 년이나 된 원한을 안고 있더라고요(이게 앞에 뿌렸던 복선 다 말아 먹음). 좀 뜬금없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것도 복선으로 투하되었다는 게 떠올랐군요.

맺으며: 백의 결사 우두머리가 최종 보스일 줄 알았는데 여주가 만나는 장면에서도 복선이 나옵니다. 이건 유추가 가능한데, 아마 우두머리는 꼭두각시이고 뒤에 더 큰 존재가 있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를 풍기긴 하는데 이건 좀 더 두고 봐야 할듯하고요. 전쟁의 기운과 여주 언니의 복선 등 좋게 생각하면 대하드라마 한편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군요. 이외에도 복선이 아주 많아요. 가족은 몰락했지만 여주 언니가 행방불명 되면서 새로운 뇌관(여주에겐 적)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복선. 그리고 '지크'라는 남자 캐릭터가 있는데 여주와 좀 친하죠. 이 캐릭터도 1권 리뷰 땐가 혹시 1천 년 전 여주 남편이 아니었을까 추측했던 거 같은데요. 이번에 밝혀지기를 이거까지 복선으로 이용하는 작가의 능력에 혀를 내둘렀군요. 능력이라기보다는 기억력이 좋다고 할까요. 처음부터 설정을 그렇게 잡았을 테지만 집필하면서 설정이 바뀌는 건 다반사일 테고 여러 가지 생각하다 보면 잊을 수도 있을 텐데 5권에서 잊지 않고 언급하는 거 보면... 그 외에도 지크는 여주의 눈동자 색과 비슷한 것도 있고, 어릴 적 환경이 복선으로 투하되는 것에서 혹시 여주와 쌍둥이 남매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웃 나라와 전쟁의 기운도 솔솔 풍기는 등 이야기는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군요. 이놈의 복선만 좀 어떻게 해주면 수작의 반열에 오를만한 이야기인데...

조금 더 언급해 보면, 사실 필자는 백의 결사 이야기나 복선보다도 여주 가족의 몰락이 더 흥미로웠군요. 왜냐면, 여주와 백의 결사 이야기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위에 언급한, 백의 결사가 여주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여주 가족으로 하여금 키우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주 부모는 백의 결사와 제법 가까웠기도 하고요. 그렇게 키우다 뒤늦게 여주 영혼이 안착된 게 아닐까 하는, 그런데 이런 건 누구나 유추가 가능하다고 여겼는지 느닷없이 가족을 리타이어 시켜버리는군요. 가족을 그대로 두고 계속 조사를 했다면 여주가 환생한 비밀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었을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을 만큼 갑작스러웠어요. 게다가 여주 여동생도 싸잡혀 급히 리타이어 되면서 언니의 등을 바라보며 성장한다는 이야기도 흐지부지되어 버리고 이 작품이 시작될 때의 아이덴티티와도 같았던 콩쥐 느낌이 많이 퇴색되어 버렸다랄까요. 사실 필자는 여동생 부분이 제일 안타까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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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왕녀와 천재 영애의 마법 혁명 3 - L Novel
카라스 피에로 지음, 키사라기 유리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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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의 본질은 마법을 못 쓰는 왕녀가 마도구를 발명해 백성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데 있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마법은 왕족과 귀족의 전유물이고, 마법을 못 쓰는 백성들과 구분을 짓는 벽과도 같은 것이죠. 여기까지는 뭐 별다른 게 없는 판타지 소설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품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귀족들의 특권의식이고, 이 특권의식이 높아지면 마법을 못 쓰는 백성들과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되죠. 더욱이 나라의 건국 시초가 마법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면 왕족이나 귀족들의 우월감은 더욱 높아질 테고요. 그래서 필연적으로 마법을 못 쓰는 주인공 '아니스(이하 여주)'는 귀족들에게서 무시와 괄시, 괴롭힘당하는 건 불 보듯 뻔하게 되는 것이고요. 그걸 보다 못한 남동생은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되레 누나(여주)에게 박살이 나버렸죠. 차라리 동생을 밀어주며 귀족들을 일소했다면 2권에서 끝 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그런 이야기가 3권으로 이어집니다.

이번 이야기는 왕위 계승권 1순위였던 남동생이 좌천되고, 포기했던 왕위 계승권이 부활한 여주가 "자신의 마음을 죽이고" 왕이 되려 하자 '유필리아(남동생 약혼녀)'가 보다 못해 대신 왕이 되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주는 마학을 연구해서 자신과 같이 마법이 없는 사람도 쓸 수 있는 마도구를 개발하여 전파하고 싶어 하는 꿈을 꾸고 있었죠. 이건 돌이켜보면 마학 연구는 사실 자신의 존재 의의에서 도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마법을 제일로 치는 나라에서, 그것도 본이 되어야 하는 왕족이 마법을 못 쓴다는 것에서 오는 초조함과 그로 인한 부모(왕과 왕비)에게 불효라는 의식, 딸을 마법 없이 태어나게 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엄마(왕비)를 보고 자랐다면 여주는 과연 어떻게 해야 되나 같은 이야기(마학 연구)들을 풀어 놓고 있죠. 하지만 남동생이 좌천되고 왕위를 이을 혈통이 없게 된 시점에서 여주는 자신의 존재 의의를 확인해왔던 작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게 돼요.

뜬금없지만 이 작품은 백합입니다. 사실 필자는 여주가 마도구를 개발하고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과정에서 좌충우돌을 겪는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실제로 귀족들은 그녀(여주)를 탐탁지 않게 여겼고, 동년배들은 그녀가 왕족임에도 괴롭히는 걸 마다하지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여주는 마학 연구를 인생의 모토처럼 해왔죠. 그 과정에서 남동생의 약혼녀 '유필리아'를 만났어요. 남동생에게 약혼 파기 당하고, 그로 인해 귀족계에서 폐기물 취급받게 된 '유필리아'를 여주가 거둬들이면서 여주에겐 여기가 분기점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오로지 차기 왕비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아온 폐해인지 유필리아는 수동적인 인물이었고, 이 말은 곧 새장 안에 갇힌 새와도 같았어요. 유필리아는 여주를 만나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고, 그녀(여주)의 도움으로 다시 귀족계에 복귀할 수 있었죠. 여주의 조수 역할하며 그녀(여주)의 꿈과 바라는 세상과 이념 등을 듣게 된 그녀(유필리아)는 점점 그녀에게 빠져들게 돼요.

그래서 자신의 꿈을 접으면서까지 왕위를 잇고자 하는 여주를 보다 못해 유필리아가 대신 왕이 되어 여주의 꿈을 지켜 주겠다고 나섭니다. 여주의 꿈은 마법을 못 쓰는 사람들이 보다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리고 마학 연구를 통해 마법사가 되고 싶은 것(존재 의의 연장선). 하지만 이 꿈은 끝났고, 마법이 제일인 나라에서 마법을 못 쓰는 왕녀가 왕이 된다는 것을 귀족들이 반길 리는 없죠. 그러니 가시밭길은 예정되어 있고, 그렇다면 그녀(여주)의 꿈을 지켜주면서 나라를 개혁 시킬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동안 수동적이었던 유필리아가 자신의 의지로 발을 내디뎌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모험도 마다하지 않은 순애를 보여주기 시작하는데요. 여기서 좀 뜬금없게도 여주는 자신의 존재 의의를 확인하는 작업도 유야무야 되어가는 마당에 자신의 정체성을 마지막으로 지켜주었던 왕족이라는 끈을 유필리아가 가져가려 하자 눈에 뵈는 게 없어집니다. 일이 왜 이렇게 되지? 같은 일이 벌어지죠.

맺으며: 결국은 백합으로 귀결됩니다. 흥미로운 건 그냥저냥의 백합이 아니라 제법 진하다는 것이군요. 더욱 흥미로운 건 사랑하는 님을 위해서라면 생명을 포기하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는 순애를 보여준다는 것이고요.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건국 시초까지 나오며 이야기가 장대해지는데 결국 유필리아는 여주를 위해 제법 큰 결단을 내리죠. 그래서 순수 백합물로 보면 100점 만점을 줄 수 있는데요. 이 말은 백합을 동반한 순애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좀 찬물을 끼얹자면, 이야기 과정들을 보면 좀 많이 미묘하다고 할까요. 유필리아가 여주를 위해 용기를 내는 장면을 여주는 희생으로 치부하며 말리려 들죠. 수동적인 애가 겨우 용기를 냈는데 왜 인정해 주지 않는가.

귀족들의 입장에서는 쭉정이 같은 딸이 왕이 되면 험한 길 걸어갈 건 뻔한데, 차라리 파벌을 규합해서 개혁을 해버리던가 하지 그저 혼란만 온다고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부모(왕과 왕비)등 좀 답답한 면이 있었습니다. 어이없는 건 왕이 되고자 유필리이가 결단을 내리니까 거기에 편승하는 느낌이 장난 아니더군요. 거기에 중반부부터는 백합에 집중하면서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 많아요. 부랴부랴 후반에 여주가 바라는 세상을 만든다 같은 땜빵식 이야기를 넣어놓긴 했습니다만. 결국 이 작품의 본질은 백합이고, 그 과정을 잇는 것은 두 사람(여주와 유필리아)이 가진 마음의 완성이 아닐까 했군요. 아무튼 1부 끝입니다. 엔딩을 보면 완결 시켜도 될 듯한데 4권이 나오는 거 보니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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