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암살자, 이세계 귀족으로 전생하다 2 - L Book
츠키요 루이 지음, 레이아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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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현실에서 죽은 주인공이 이세계로 환생하면서 여신과 맺은 조약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왕을 무찌른 용사를 없앨 것. 사실 그동안 여러 용사물에서는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공주와 결혼해서 잘 산다는 이미지였긴 하죠. 그러나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마왕을 무찌른 용사가 그 힘을 이용해 인간들에게 칼을 들이 민다면? 결국 현실적으로 보면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해피엔딩을 맞는 게 아니라 자신이 그럴 의도가 없다 해도 또 다른 마왕이 되어 쫓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방대한 힘을 자랑하는 용사를 누가 잡아둘 것인가. 그래서 항상 용사물을 보면 제어책으로 동료들이 존재하죠. 결국 제어책이라지만 실상은 마음이 통한 동료들은 진짜 동료들이 아니라 인질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전쟁에 나가는 병사의 가족을 인질로 잡아 배신하지 못하게 하는, 이 작품은 그런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웃나라에서 일어난 정변에 휘말린 주인공의 마법 스승이었던 '디아(히로인)'를 구출하여 여동생(주인공보다 3살이나 연상임에도)으로 신분 세탁을 마친 주인공은 '타르트(어쩌면 메인 히로인)'와 함께 학원에 입학합니다. 여신과의 조약에 따라 용사를 없애기 위해서죠. 용사도 나이가 차서 학원에 입학했고, 어찌어찌 주인공과 같은 반이 됩니다. 자, 여느 용사물이라면 성선설(본디 사람은 착하다)을 주장하며 발암짓을 해대거나 하렘을 구성하거나 주인공의 여친들을 빼앗으려 하거나 기타 등등 주인공과 척을 지며 어디에나 있는 양판소 같은 작품이었다면 리뷰는 욕으로 도배 되어 있었을 테죠. 사실 아래에서 언급하겠지만 이런 용사도 있다는 것을 작가가 표현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기존 용사물과는 다르다는 건 확실합니다.

본 작품의 용사는 피아 구분을 못합니다. 마음에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용사와 관련된 건 개그가 아니라는 것인데요. 전투가 일어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폭주하여 니편 내 편 없이 싸그리 다 죽인다는 것이고 그래서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던 괴로움을 안고 있지만 그 누구도 케어해주는 이 없는 상황이었죠. 과거의 경험에 따라 자신의 힘을 제어하지 못해 타인이 희생될까 전전긍긍하는 사이 성격은 소심해지고 타인과의 교류를 스스로 끊어 버림으로써 더욱 고립을 자초하고 항상 미안해를 달고 살면서 누군가가 도와주길 바라는, 사람들은 그런 용사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용사의 힘만 찬양할 뿐이고, 인간 혐오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일상에서 평범한 대련조차 상대는 목숨을 걸어야 된다면? 그런 상황에서 마음이 여리고 여린 용사가 받을 마음의 충격은?

이 작품의 용사는 여신이 지구인을 전생 시키면서 만들어주는 게 아닌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세계 시골 아이가 어느 날 각성하면서 용사로서의 인생이 시작됩니다. 즉,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에게 어느 날 갑자기 큰 힘이 생겼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왕도로 불려와 너 용사니까 싸워라라고 합니다. 그나마 자신을 케어해주던 사람까지 폭주에 휘말려 죽게 되고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그 뜻이 와전되어 용사의 마음에 비수가 되어 버리죠.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가는 그런 용사에게 계산적(용사 암살)으로 도움의 손길을 주인공이 내밀게 되고 그런 자신을 제어해 줄 수 있다는 걸 착각한 용사가 주인공에게 의존해가는 장면들이 상당히 시리어스하게 펼쳐집니다. 결국 용사를 죽여야만 하는 주인공은 그런 용사의 마음을 접하고 죽이는 것에서 보호로 돌아서게 되죠.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가 의존증입니다. 히로인들은 하나같이 주인공에게 구해진 후 주인공만 바라보며 그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들으려 하고, 맹목적이 되어 갑니다. 용사는 지방 시골 귀족 자식으로 태어나 거의 농로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다 용사로 각성하고 마음이 따라가지 못해 망가지기 일보 직전이었죠. 그런데 주인공이 가짜(용사 암살)라도 손을 내미는 것을 부여잡으며 의존하려는 모습들은 마치 "스쿨 데이즈" 같은 섬뜩함을 보는 듯했습니다. 결국은 주인공이 모든 걸 해결한다는 클리셰 이긴 한데,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을 들라면 주인공이 먼치킨이지만 먼치킨이라도 모든 걸 해결 못한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에서도 큰 점수를 줄 수 있는데요. 평범한 정권 지르기도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하는 용사의 힘을 제어하는 주인공은 진짜 목숨을 걸어야 하니까요.

이 작품의 두 번째 특징이 용사는 부지불식간에 인지를 초월하는 힘을 얻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에게도 교육과 케어를 받지 못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고 결국 누군가가 자신(용사)의 힘에 의해 희생되는 일까지 벌어지죠. 그런 용사에게 계속해서 실전을 치르게 하는 어른들은 마물 그 이상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적나라하게 표현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주인공을 띄워주기 위해 케어하는 역할을 주인공에게 맡겨 두는 장면이 주류라서 이 작품의 어른들에 대한 비판은 지양해야 하지만 여기서 약간 우익적인 요소가 깔리는데요. 보통 정상적인 어른들이라면 아이들을 전쟁에 동원하지는 않죠. 아이들이 총 쏘는 법을 알고 있더라도요. 그럼에도 본 작품의 어른들은 마물이 쳐들어오자 왕도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기사들은 오지도 않고 마력(총 쏘는 법)이 있다는 이유로 학생들로 하여금 싸우게 합니다.

여기서 우리 어른들이 너희들을 지켜야 하는데 같은 미안해하거나 이해를 시켜야 함에도 너희들은 귀족이라는 둥 나아가 군의 명령을 들어야 한다는 둥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설정이 제법 있습니다. 마물 대군 앞에 두고서도 어른들은 뒤에 머물며 학생들로 하여금 싸우게 합니다. 주인공 일행 또한 그런 처지에 놓이게 되고, 거기서 용사가 또 폭주하면서 용사와 주인공은 점점 궁지에 몰려갑니다. 어른들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안 좋아지는데 작가가 의도하고 이렇게 집필한 것일까요. 물론 용사를 살해하거나 구하게 하는 중대한 기로여서 어른들을 뒤로 물리고 학생들을 전면에 내세웠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아무래도 방법이 틀린 듯하군요. 이런 점 때문에 기존 용사물과는 궤를 달리하면서도 마이너스로 다가온다고 할까요.

맺으며: 중2병이야 이런 작품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니 넘어가고요. 성(性)에 관해서는 꽤 직설적이자 정석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판치라 같이 싸구려 같은 게 아닌 사랑하는 사이라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죠. 이건 높은 점수를 줄만한데 문제는 주인공 나이가 13세라는 것. 정상적인 절차를 밟는다지만 주인공만 의존하며 바라보고 맹목적이 되어 언제든 옷을 벗으려는 히로인들은 약간 거부감이 들더군요. 그래서 본 작품을 평가하자면 계륵 같다고 하겠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뭔가 스쿨 데이즈 같은 설정은 신선한데 약간의 우익적인 요소와 히로인들의 맹목적인 의존증은 마이너스라고 할까요. 여기에 용사까지 합세하니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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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유희에 굶주려있다 2 - L Novel
사자네 케이 지음, 토모세 토이로 그림, 김덕진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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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신(神)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인간과 게임을 하고, 인간은 삶의 터전을 위해 신과 게임을 한다. 여기엔 목숨을 거는 사생결단 같은 치열함은 없으며 어디까지나 서로가 즐기기 위한 여흥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인간은 신으로부터 어드밴티지로서 어라이즈라는 힘을 받는데, 판타지로 치면 마법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인간은 신으로부터 어라이즈를 받아 미개척지를 개발하거나 마물의 위협에 대항을 하죠. 요컨대 신은 인간에게 힘을 내리는 대가로 여흥을 즐기고, 인간은 신이 펼치는 게임에 참여하는 대신 힘을 얻어 삶을 개척해 나간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이와 유사한 작품을 꼽으라면 던만추가 있겠군요. 그래서 던만추를 즐겨봤던 필자로서는 진입 장벽에 매우 낮았습니다. 다만 사람 목숨 달린 일 같은 시리어스함은 던만추가 더 높았지만요.

본 작품은 게임에서 졌다고 죽는 일은 없으며, 나아가 10승을 하면 무엇이 되었든 소원 한 가지를 들어준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려 있습니다(단 3패시 응시자격 박탈). 그래서 많은 이들이 도전 중이며 주인공 '페이' 또한 사라진 누나를 찾기 위해 게임에 도전 중에 있습니다. 신예 루키라 불리며 발군의 실력으로 5승을 거머쥔 주인공은, 이 부분도 어떻게 보면 던만추의 '벨'과 유사하다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본 작품의 주인공은 '패배에 따른 성장'이 없어서 다소 아쉽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치만 던만추가 육체파라면 본 작품은 두뇌파라 할 수 있는데요. 매번 아슬아슬한 게임을 치르며 궁지에 몰린 끝에 승리한다는 두뇌 싸움이라는 것에서 조금은 던만추와 차별을 두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본 작품이 던만추를 따라 했다는 뜻이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랍니다.

이번 2권은 게임에 환장한 레셰(히로인)의 등쌀에 떠밀려 이웃 도시로 친선 경기를 하러 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거기서 그 도시의 루키 '다크스'와 그가 속한 팀과 게임을 하죠. 치열한 두뇌 전이 펼쳐지며 다소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긴 합니다만, 어차피 이런 작품의 흐름이야 뻔하죠. 처음엔 주인공(일행)이 궁지에 몰리게 되고 후반에서 역전의 패를 꺼내 승리한다는 흐름. 그럼 진짜 이야기는 무엇인가. 신과 게임과 여흥이라는 큰 그림 이면에 숨은 진짜 이야기를 찾아야 비로소 본 작품의 진가를 알 수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진부하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필자는 주인공 일행이 펼치는 게임보다도 등장인물이 나아가는 방향에 주목을 하였습니다. 그것은 1권에서 주인공에게 스카우트된 '펄(히로인)' 성장과 2권 히로인인 '넬'을 위한 주인공의 헌신이 되겠습니다.

'펄'은 자신 때문에 이전 팀이 패배하여 탈락한(3패로 몰아넣어 응시자격 박탈) 죄책감에 도망치던 성격을 고쳐 이번 친선경기와 이후 신과의 대결에서 승리의 키포인트 역할을 하며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죠. 반면에 넬은 타의에 의해 패배하여 자격이 박탈된 상황에서 주인공에게 거둬지기를 바라는 과정들을 개그스럽게 표현은 하였습니다만, 거부하는 주인공에게서 등을 돌리며 떠나려는 장면은 꽤나 비참하게 다가옵니다. 꿈을 펼치고 싶은데 3패에 의한 자격 박탈로 꿈을 접어야만 했고 마지막 희망으로 주인공에게 거둬지기를 바라지만, 넬은 펄과는 상반된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적을 바라기만 하는 자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는 신의 말에 따라 기적을 행하려는 자에게는 신은 미소를 보여준다 하였습니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고, 게임을 즐기려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넬의 진심은 게임을 즐기는 자신(주인공)과 유사하기에 내칠 이유도 명분도 없었던 주인공이 손을 내미는 장면은 마치 던만추의 벨과 릴리의 관계를 보는 듯했습니다. 사실 넬은 접근 방법이 서툴렀던 것이죠. 초면에 대뜸 사무라이식으로 나의 주군이 되어 달라거나 식모살이 하겠다고 하면 누구라도 기겁을 할 테니까요. 근데 이미 3패를 한 넬은 게임에 더 이상 참여하지 못하는데도 주인공에게 거둬질려는 이유가 좀 거시기한데, 분위기 깨질 테니까 이유는 적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절실히 바라는 자에게는 소원이 이뤄지는 세계관이다 보니 넬에게 한줄기 구원이 비칩니다. 그것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크나큰 댓가가 따르는 것, 주인공은 팀과 그녀를 위해 헌신할 수 있을 것인가.

맺으며: 딱 청소년용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이 말은 다소 나이가 있는 독자라면 유치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렘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신체적 특징이라던가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도 제법 있기도 하죠. 게임이라는 두뇌 싸움을 하는 장면들은 사춘기를 구가하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이라는 관점에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개그도 적당히 있고요. 전체적으로 보면 내용적으로는 던만추에 가깝고, 게임적으로는 노 게임 노라이프 순한 맛쯤 되겠습니다. 이 두 작품을 무리 없이 접한 분들이라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질질 끄는 것도 없고 복잡한 복선도 없어서 더욱 좋습니다. 어째 비아냥 같은데, 칭찬하는 것입니다.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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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의 까마귀 5 - J Novel Purple
시라카와 코우코 지음, 아유코 그림 / 서울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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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에 대한 대략적인 설정은 이전 리뷰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5권은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이야기로서 그동안 오비라는 직책을 운명이라 여겨 받아들이며 외로운 길을 가는 '수설'을 진심으로 구해주려는 황제 '고준'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수많은 후궁을 거느리고 있어도 마음의 벗이라 부를 수 있는 이는 극히 소수. 수설과는 마음 편히 담소를 나누고, 바둑을 두고, 황제 앞에서 기죽지 않고 마치 다람쥐가 볼에 먹이를 가득 넣어 저장하는 것처럼 먹을 것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수설이 꽤나 마음에 들어 매번 먹을 것으로 환심을 사는 등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하는 모습들이 이상적이었죠. 그럴 때마다 수설은 독설을 날리면서도 챙길 건 챙기는 모습이 꽤나 귀엽기도 하였습니다.

마음의 벗을 구하는 것, 대대로 오비의 몸에 봉인되는 오련낭랑을 제거하기 위한 황제 고준의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됩니다. 건국의 시초가 되었다지만 이제는 저주와도 같은 오련낭랑을 오비의 몸에서 꺼내기 위해 우선 후궁을 둘러싼 결계를 부숴야만 합니다. 그러고 나서 오련낭랑 반쪽이 잠들어 있다는 동쪽 바다로 가 오비의 몸에서 나머지 반쪽을 꺼내 완전체로 만든 후 수설은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말은 쉽지만, 수백 년을 이어온 오비의 역사를 하루아침에 종식 시키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더욱이 고대 시절 오련낭랑과 싸웠다는 오의 신도 수설을 노리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모든 일이 잘 풀려도 해피엔딩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도 황제 고준은 잘 알고 있습니다. 수설은 전(前) 왕조의 생존자이니까요. 전(前) 왕조의 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살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5권은 매우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고준에게 있어서 좋아하는 이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운명을 그리고 있으니까요. 오비라는 새장을 벗어나 자유로운 하늘을 날기 바라는 마음과 후궁과 밖의 경계에 해당하는 문 너머의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수설의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들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차라리 이 마음을 몰랐으면 편했을 텐데 하는, 수설에게 있어서 '오비'란 늘 외롭게 살아가는 것. 하지만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리는 고준을 바라보며 어느덧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는 그(고준)를 의식하지만 이 마음이 무엇인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이대로 오련낭랑을 꺼내고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여 마음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새장의 새는 새장 밖으로 나와서 자유를 얻는 게 아닌 또 다른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현실을 들이밉니다. 고준은 수설을 망명 시키고자 합니다.

지켜야 될 것이 많이 늘었습니다. 궁지에 몰린 사람을 도와주다 보니 따르는 이들이 늘어났고 어느덧 야명궁(수설 거처)은 떠들썩하게 되었습니다. 상급 비들은 수설의 뒷배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다람쥐같이 먹이를 갉아먹는 수설이 귀엽고, 저주라든지 여러 위험한 일들에서 자신들을 구해주고 조언해 준 수설에게 은혜를 입었으니까요. 원래 비들이란 서로가 머리끄덩이 잡고 바짓가랑이 잡는 존재들이건만 수설이라는 구심점은 후궁을 평온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비록 반말에 입만 열었다 하면 독설을 날려대지만 그게 또 매력 포인트죠. 오련낭랑을 꺼낸 후 다시 이런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수설은 푸른 하늘을 꿈꿉니다. 새장의 새는 밖으로 나가 자유를 얻지만 두 번 다시 새장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은 곧 다시 옛날로 돌아가 외롭게 된다는 것.

이제 후궁의 결계를 깨부수려 합니다. 수설은 복잡한 마음을 품고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수설에게 있어서 자유란 모든 것을 잃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있는 것들을 모두 두고 가야 하니까요. 새장 속에 있던 때가 덜 외롭진 않았을까. 그러나 수설은 앞으로 나아가길 선택합니다. 고준의 마음을 알게 되었기에... 그리고 분명 내가 있었다는 증거는 여기에 남기에... 하지만 시련은 이제부터라는 것처럼 둘에게 가혹한 운명을 선사합니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는 것처럼 이들에게도 시련을 넘어설 때 분명 마음이 이어질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일들이 예견된 일들이 일어납니다. 이제 좀만 더라는 분위기인데 작가가 절묘하게 여기서 끊어버리는군요. 정발 기준 4권에서 5권 발매되기까지 1년 5개월이 걸렸는데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맺으며: 노트북으로 바꾼 후 적응이 되지 않아 리뷰가 두루뭉술해졌군요. 요약하면 황제 고준은 수설을 구하기로 마음먹고 오비를 가두는 결계를 부수기로 합니다. 하지만 수설은 전(前) 왕조의 피를 이었고, 오비 자체가 권력의 중심(설정이 난해해서 자세한 건 생략)이 될 수도 있는지라 결국 떠나보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죠. 이런 마음이 처음엔 민폐였지만 그의 본심을 알게 된 수설은 결국 결계를 부수고 세상 밖으로 나갈 결심을 합니다. 이 과정이 꽤나 애틋하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련은 찾아오기 마련이고, 고준에게 있어서 최악의 상황이 되고 맙니다. 벌써 다음권이 기대되는데 언제 정발해줄지.... 아무튼 본 작품의 특징으로 민간 신앙이나 설화를 호러로 풀어내고 있는데 작가의 필력이 꽤 좋습니다. 조사를 많이 한 듯하더군요. 등장인물 개개인의 성격도 개성 있게 잘 표현하고 있고요. 필자가 적극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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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연금술사의 점포경영 5 - S Novel
이츠키 미즈호 지음, 후미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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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채집자(모험가) 호위하러 갔다가 고립된 '아이리스'와 '케이트'를 구하는데 전 재산을 다 털어 넣게 된 여주는 세금 낼 돈도 없습니다. 손님이 뜸한 겨울에 접어들면서 그녀의 고민은 깊어만 가죠. 연금술만 갖다 붙이면 오만 것을 다 만들어 내지만 이것도 등가교환이라는 공식에 따라 재료가 있어야만 가능하고 이 재료도 돈이 있어서 구입을 할 수 있단 말이죠. 또한 연성도 실패 확률이 있어서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참 현실적인 면을 보여줍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가게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원재료의 수급, 원재료를 구하는데 들어가는 자금 흐름과 리스크를 잘 표현하고 있거든요. 물론 본 작품의 여주 같은 경우엔 연성에 실패한 적이 없으니 이제까지 적자는 나지 않았으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 돈을 좀 모았다 싶으면 일이 터져서 돈이 다 증발해 버립니다.

이번 이야기는 그런 여주에게 황금 같은 기회가 찾아옵니다. 글쎄 젊은 왕자가 찾아와서 의뢰를 하는데 보수 금액이 일반 서민은 꿈도 못 꿀 금액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입막음 비용이라는 다소 시리어스 한 설정을 넣었더라면 좀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군요. 다름 아니라 젊디젊은 왕자의 정수리가 몽땅 날아간 원형 탈모에 걸렸다는 것인데 이게 알려지면 체면이 말이 아닐 테니까요. 또한 왕족쯤 되면 적도 많을 테니 저주 같은 거에 걸렸고 위기 상황이라는 설정을 넣었더라면 좀 더 몰입감이 있었을 텐데 하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왕자가 탈모에 걸린 이유는 나오지 않는군요. 여주를 찾아와 탈모 치료제를 만들어 달라는데 글쎄 만들 수 있다지 뭡니까. 이 작품은 현실 탈모인들의 꿈의 필독서가 되는 걸까요?

근데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구할 수 없는 재료라서 꿈에 불과하겠습니다. 아무튼 이제 재료를 찾아서 설(雪)산으로 채집하러 떠나야 하는데, 사실 이번 5권의 본 이야기는 탈모 치료제보다는 그동안 여주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집대성하고 그걸 해결해야 되는 이야기로 꾸며져 있습니다. 물론 나쁜 쪽이 아닌 정당하게 처리한 일입니다만, 문제는 그녀의 행동으로 인한 기존의 기득권이 박살 나면서 원한을 사게 되었다는 것이죠. 연금술사 전용 밭을 만들면서 세금 내는 걸 회피하고, 악덕 상인을 파멸 시키고, 높은 이자가 붙은 채권을 불살라 버리는 등 서민을 위해 움직였지만 그것과 연이 닿아있던 귀족에겐 여주가 눈에 가시일 수밖에 없습니다. 연금술사는 중앙정부 소속이라 지방 귀족의 관리를 받지 않다 보니 그 지방을 다스리는 귀족(영주)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겠습니다.

그렇다고 실력 행사로 나오면 중앙정부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되어서 3족이 멸하는 중대 사항임에도 미련하게도 무지렁이는 반드시 있기 마련이죠. 여주가 상주하는 지방의 영주는 선대가 이룩한 업적에 기대어 기생하는 기생충에 불과한, 위에서 언급한 여주에게 박살 난 기득권자였던 그 영주가 인내심에 한계가 왔는지 여주의 가게에 쳐들어오면서 멸망 테크 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육성에 힘을 쏟고 연금술사가 사는 곳은 불가침 영역으로 지정할 만큼 보호하는 촉법 연금술사에게 시비를 걸었으니... 하지만 절차라는 고리타분한 설정을 넣으면서 카타르시스는 다소 약합니다. 거기에 연금술사라고 해도 여주는 평민에 불과하고 평민이 귀족에게 대놓고 대드는 건 귀족이 중앙정부에 대드는 것만큼이나 큰일이기에 여주는 함부로 나설 수 없다는 것이군요.

그런데 왕자가 이 시기에 찾아왔습니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여주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여주의 스승과도 잘 지내고 있는 왕자의 등장은 여주에게 어떤 인생을 걷게 할까. 여주는 평민이고 고아이고 절치부심하여 연금술사가 된 이 시대의 진정한 노력가인 그녀는 백설 공주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설렘(?) 같은 것도 있지만 아쉽게도 여주는 성장(독고다이)이 그러해놓으니 매우 현실적인 성격이라는 것입니다. 불합리를 보면 주먹을 휘두르고 싶어 하고, 시험하듯 사람을 대하는 음흉한 성격(왕자)도 싫어하는 데다 작품의 연애관은 백합이고 작가가 단단히 마음먹고 백합을 밀고 있는지라 평민 소녀가 왕자와 결혼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는 힘들겠습니다만, 왕자의 결혼도 아주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서 이쪽으로도 조금은 기대된다고 할까요. 이건 6권 리뷰에서 자세히 언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맺으며: 라노벨 특유의 가벼움은 있지만 이야기가 제법 탄탄합니다. 여느 먼치킨처럼 힘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평민과 귀족 그리고 왕족과의 신분 차이에 대한 고증을 넣어 평민이 느껴야 될 불합리를 잘 표현하고 있죠. 여주는 평민이고 귀족인 영주의 불합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그렇지만 곧이곧대로 들어주기보단 머리를 풀가동해서 불합리를 타파해가며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작가의 능력에 제법 좋습니다. 여기에 여주 편에 서서 대변해 주는 왕자를 기용하면서 청소년들에게 동화 같은 이상을 보여주기도 하죠. 근데 여주는 왕자를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의 말씀을 받들듯이 한다는 것에서 조금은 유쾌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상대 영주가 여주를 공격할 때 주도면밀한 공격보다는 어디에나 있는 양아치같이 그려져 있어서 이런 건 좀 개선해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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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 사냥개 2 - Novel Engine
카미츠키 레이니 지음, LAM 그림, 한신남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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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고: 결말에 해당하는 매우 강한 스포일러 주의,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2권을 정의한다면...

"넌 최선을 다했으니까 이제 쉬어도 좋아, 뒷일은 걱정 말고 편히 쉬렴. 너의 의지는 내가 이어받을게"

주군이 생전에 하고자 했던 일, 7명의 마녀를 모아 대륙을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아멜리아 왕국에 맞선다.

주군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델리리움(주군의 딸, 히로인)을 부탁한다, 나라의 미래는 너에게 달렸다.

가신에 배신자가 섞여 있다는 것을, 기사의 나라 뢰베가 아멜리아 왕국 수중에 떨어진 것을 모른 채, 마녀 '테레사리사'를 확보하려 기사의 나라 뢰베로 떠났던 영주 '버드'의 꿈은 사그라졌습니다. 처형되고 효수되어 저잣거리에 내걸린 주군(영주 버드)의 머리를 보며 주인공 '롤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59명이나 되는 사절단 대부분이 죽고 간신히 '델리리움'만을 대리고 기사의 나라 뢰베를 탈출한 주인공에게 천청 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집니다. 주군 '버드'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나라는 이미 아멜리아 왕국 수중에 떨어졌다는 것을요. 그래도 그런 암울한 상황에서 주군의 딸을 보호하고, 마녀 '테레사리사'를 구슬려서 아군으로 확보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일 것입니다.

주인공에게 남은 것은 이제 주군의 뜻을 이어받아 마녀를 모으고 아멜리아 왕국을 물리쳐야 하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제어 불가능하고, 제멋대로 살아가는 마녀들을 규합할 수 있을까. 마녀 '테레사리사'는 기사의 나라 뢰베에서 왕비(메인 히로인이 유부녀)가 된 몸으로 나라가 아멜리아 왕국에 접수됨과 동시에 유폐된 것을 주인공이 구슬려 빼돌린 것입니다. '테레사리사'는 마치 늑향의 호로처럼 도도하면서 외로움을 타고 그러면서 거만하고 먹는 것에 약한, 주인공이 약속한 먹을 것에 낚여 그와 여행길에 오르지만 약속한 음식은 나올 기미가 없고, 적이 나타날 때마다 싸워야 하는 손해만 보는 히로인이 되고 맙니다. 그럴 때마다 주인공은 사죄의 말을 올리고, 먹을 것을 약속하지만 그 약속은 끝끝내 이뤄지지 않습니다.

주군을 잃고, 나라를 잃고, 집에 돌아오니 집은 잿더미로 변해있고, 가족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기사의 나라 뢰베에서 싸우다 중상 입은 건 아직 다 낫지도 않았고, 델리리움은 아멜리아 왕국의 마술사에 의해 혼수상태고, 마녀(테레사리사)는 먹을 것만 찾고, 주군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지키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태생이 암살자로서 먼치킨처럼 무쌍을 찍을 수도 없는 리얼 로봇계 같은 주인공으로서는 하늘이 노랗다는 건 지금의 상황이 아닐까 하는 그런 시추에이션인 것입니다. 누군가가 케어해주는 것도 없고, 열심히 했다고 칭찬해 주는 이도 없고, 고생했다고 애썼다고 위로해 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기사의 나라 뢰베에서 지켜야 될 주군을 지키지 못했고, 구해야 될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메이드가 울며 '동생을 왜 구해주지 않았는데'라는 말은 주인공의 미래를 결정짓는 거와 같았습니다.

"마음이 마모된다는 것"

두 번째 마녀 '눈의 마녀'를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주인공 일행은 북쪽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아멜리아 왕국에서 '아홉 사도'라는 마술사 한 명도 쫓아옵니다. 마술사는 그 한 명만으로도 커다란 힘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강한 아홉 사도는 재앙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아멜이아 왕국이 대륙을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는 그 이면엔 아홉 사도가 존재합니다. 영주 버드는 이런 마술사에 대항하기 위해 마녀를 모으려 했습니다. 이제 그 꿈은 주인공이 짊어지게 되었습니다. 주인공과 마녀 '테레사리사'는 눈의 마녀를 만나 교섭을 합니다. 그런데 약간 클리셰적이지만 쫓아온 아홉 사도가 난입하여 교전에 들어갑니다. 여느 이야기라면 간신히라도 악의 축을 물리치고 정의를 구현할 것입니다. 이쯤에서 밝히지만 이 작품은 꿈도 희망도 기대도 없습니다. 그저 가슴 먹먹함과 슬픔만이 존재하죠. 처절함이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이미 기사의 나라 뢰베에서 마음이 꺾였습니다. 재앙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아홉 사도와의 전투에서 손쓸 사이도 없이 주군의 목숨을 빼앗겼습니다. 주군의 딸 델리리움은 혼수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암살자로 키워지고 주군에게 헌신하도록 교육받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이제 주인공의 종착역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7명의 마녀를 모아 아멜리아 왕국에 대항하고 나라를 되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주군의 뜻이기에, 주인공은 용사가 될 수 있을까? 아홉 사도는 마녀 '테레사리사'와 눈의 마녀가 합세해도 중과부적입니다. 이건 못 이깁니다. 아홉 사도는 세상의 이치를 벗어났습니다. 주인공은 고립무원에서 그래도 아홉 사도에 맞서 열심히 싸웁니다. 열심히 했다고, 고생 많았다고, 애썼다고 말은 듣지 못해도 주군이 마지막으로 남긴 "부탁(델리리움을 보호하고 나라를 구하는 것)"을 관철하기 위해....

"못다 핀 꽃"

주인공은 꽃봉오리입니다. 꽃봉오리는 끝끝내 피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힘껏 싸웠다. 애썼다. 이제 됐겠지. 용서해 주시겠지. 부디, 칭찬해 주세요. 버드(주군) 님.

마지막으로 뻗은 손은...

주인공의 의지는 마녀 '테레사리아'와 '눈의 마녀'가 이어받습니다.

맺으며: 한 며칠 가슴 먹먹해서 일이 손에 안 잡힐 듯합니다. 아니 꿈도 희망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1권 리뷰를 다시 써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작품이었나 싶을 정도로 암울하기 그지없습니다. 모든 것을 떠안고도 싫은 내색 하나 하지 않고 오로지 주군이 남긴 마지막 부탁을 관철하기 위해 불가능한 승리에 도전하지만 끝끝내 그 벽은 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정신적인 충격이 장난 아닙니다. 주인공의 마지막 장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주인공은 주인공이 아니었던 것일까요.

그럼 마녀 테레사리사가 주인공이었던 것일까요. 주인공이 자신의 나라를 되찾는 것처럼 마녀도 기사의 나라 뢰베를 되찾기 위해 주인공과 손을 잡았지만, 매번 적이 나타날 때마다 주인공에게 휘둘리면서도 마음 약하게 도와주는 그 이면엔 주인공이 안고 있던 고뇌와 망가진 마음을 엿봐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솔하게 부탁하고 가진 거 하나 없으면서도 무리한 약속을 하는 그에게서 연민을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의지를 이어받아 여행길에 올랐을 때는 가슴이 미어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이번 2권을 읽고 있다 보면 잃어버린 감수성을 되찾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뒷받침하듯 작가의 필력이 매우 수준급입니다. 아멜리아 왕국의 마술사들을 언급할 때는 일본 특유의 가령 원피스 같은 느낌을 받게 하지만, 주인공이 북쪽으로 향하면서 연출하는 장면들은 미국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웅장함이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머리에 그려지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 좋다고 할까요. 거기에 주옥같은 대사가 몰입도를 엄청나게 올려줍니다. 그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스포일러이기도 하고, 귀차니즘도 좀 있어서 일일이 언급하기 힘든 점을 양해 바랍니다. 필자의 리뷰를 많이 봐온 분들이라면 필자가 이렇게 추어올리는 작품은 몇 없었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러니까 발매사는 어서 빨리 3권을 내놓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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