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12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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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빼앗긴 와이프를 찾기 위한 주인공의 여정이 클라이맥스로 진입합니다. 반 친구에게 배신 당하고 나락으로 떨어져 마물에게 팔을 물어 뜯기는 고통과 심연에서의 공포를 견디며 오로지 복수만을 꿈꾸었던 주인공에게 한줄기 빛으로 다가온 '유에(히로인)'. 사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유에는 정신적 지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나락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그녀에게서 동질감을 얻었고, 같이 여행을 하며 주인공에게 해를 끼치기는커녕 주인공의 응석을 다 받아주는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해 주었으니까요. 사설이지만 그래서 본 작품을 읽다 보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여타 영화나 만화, 소설에서 여자 친구나 와이프를 잃은 주인공이 복수를 이루어가는 이야기들도 그렇고, 진정으로 좋아하는 이성을 잃었을 때 남은 한쪽은 무엇을 해야 하고, 그 길이 옳은 길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주인공은 이런 물음에 언제나 가시밭길을 가며 해답을 제시하죠.

다만 이번 12권은 아쉽게도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왕성에서 유에를 빼앗기고 배에 바람구멍이 났던 주인공은 철저한 준비를 거치고 신(神) 에히트가 있는 신역에 가고자 하는데요. 하지만 이런 액션물이 다 그렇듯, 쫄따구부터 해서 중간 보스들이 나타나 주인공을 막아서게 되고, 그럴 때마다 주인공의 일행들이 여긴 내가 맡을 테니 넌 먼저 가를 시전하죠. 그래서 그동안 질질 끌어왔던 어쩌면 신(神) 에히트보다 더 악랄한 '에리'를 처단하기 위한 반 친구들의 눈물겨운 사투와 그동안 주인공에게 발렸던 마족 '프리드'가 파워 업하여 나타나자 주인공은 먼저 보내고 진짜로 목숨을 걸고 싸움에 임하는 토끼 귀와 변태 용, 이렇게 두 개의 진영으로 나누어져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정말 대단했던 게 작가만의 스킬명이라든지 동작 하나하나에 세세한 정성을 들였다는 것입니다. 텍스트가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마치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작가의 필력을 엿볼 수 있었군요.

하지만 너무 힘을 준 것일까요. 얘네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목표는 있지만 어느새 그 목표보다 싸움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작가가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현란한 스킬과 캐릭터들의 움직임 등 표현력은 대단했으나 싸우면서 이 싸움이 무엇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지, 이런 무의미한 싸움을 중단할 생각은 없는지, 만악의 근원 '에리'와 싸우는 반 친구들은 '에리'를 제정신으로 돌린다고는 하지만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팬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려는 듯 목적(에리를 개과천선 시키기) 보다는 현란한 싸움에 치중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에리'는 가정폭력을 당한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성격이 파탄 나면서 일그러진 성격이 되어 버렸죠. 이세계로 소환되면서 그 일그러진 성격 때문에 많은 반 친구들과 이세계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기보단 너와 다시 대화해 보고 싶다는 둥 다시 친구가 되고 싶다는 둥...

보통 이런 이야기에서 내가 곁에 있어줄게 같은 동질감을 갖게 하거나 공감을 해주기 보다, 상대의 내면에 감춰진 상처를 감싸기보다, 그 상처를 알려고 하기보다, 그냥 그 상처를 싸그리 무시하고, 에리가 저질렀던 범죄 또한 무시하고 예전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내자는 식의 이야기들에서 내가(필자) 뭘 보고 있는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범죄의 이유에서 불우했던 가정이든 과거든 그것은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작가는 자기 캐릭터에게 그런 불우했던 과거를 가지게 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죽인다는 범죄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면 죗값 또한 달게 받게 해야 되지 않을까요. 이것이 올바른 길이고요. 불우했던 과거는 집중 조명하면서 죗값을 치르는 대목은 왜 하나도 없는 걸까요. 서로 이해하려는 모습 또한 없습니다. 결국 흔한 악당의 최후를 그리고 싶었던 걸까요.

근 400페이지 중 절반에 가까운 지면을 할애하고도 에리의 마음을 알려고 하지 않은 채 그저 대화하고 싶다고만(이런 짓 그만두라는 식), 친구니까 등등 위선적인 친구들(주인공 일행)의 모습에서 또 다른 이지메를 보는 듯했습니다. 내(에리) 마음을 몰라주는데 마음을 열리가 없잖아요. 결국 다굴엔 장사 없다고, 반 친구들의 집중 공격에 에리는 최후의 선택을 해야 했고, 그때까지도 마음이 통한다는 메시지보다는 친구 타령만, 근본적으로 상대가 안고 있는 상처를 치유하기 보다, 에리가 왜 그런 길로 가야만 했는지 하는 이해보다는 자기만족을 채우기 위해 대화하고 싶어 하는 반 친구들(주인공 일행)의 모습에서 이기적인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결국 서로 이해하지 못한 채 에리는 사그라져야 했고, 마지막까지도 작가는 무엇을 전하고 싶었던 걸까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군요.

맺으며: 요컨대 감정의 이입과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공감은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에리'는 신(神) 에히트보다 더 악랄한 캐릭터면서 되레 이 작품에 있어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로 전락하고 말죠. 중2병에 특화된 작가에게 공감 같은 걸 기대하면 안 되는 걸까요. 아니면... 리뷰에 있어서 정치적인 이야기나 일본인들 특유의 정신문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니 뭐 지면이 부족해서 작가가 표현을 못다 했을 수도 있겠다고만 해두겠습니다. 아무튼 프리드와 싸우는 토끼 귀와 변태 용(드래곤)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액션씬으로 크게 어필할 만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작가가 상상력을 총동원했는지 현란한 싸움을 보여주는데 액션이라면 이게 정석이지 하는 느낌을 받게 하죠. 여기엔 상처받은 마음이나 이념 등은 없고 오로지 강자만의 싸움만을 보여주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어서 무난하게 읽혔습니다. 아무튼 다음 13권이 완결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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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의 팔라딘 3 - 상 - 철녹산의 왕
야나기노 카나타 지음, 린 쿠스사가 그림, 신우섭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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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이 지구인이고, 부모가 언데드라는 것을 제외하면 정통 판타지 왕도물과 유사한 흐름을 보입니다. 세상에 마왕이 출현했고, 시작의 마을에서 어느 소년이 길을 떠나 동료들을 만나 모험을 하며 용사로 거듭나고 끝끝내 마왕을 무찌르고 세상을 구한다. 그의 많은 무용담은 음유시인의 노래로 세상으로 뻗어 나가고 사람들은 그를 영웅으로 칭송한다. 본 작품도 기본 골자는 이렇습니다. 다만 마왕에 붙잡힌 공주는 없는 듯하고(3권 下편 혹은 4권에서 나올 가능성은 있음), 로도스도 전기처럼 빼어난 미모의 엘프녀 또한 없습니다. 있는 거라곤 쉰내 나는 남정네들밖에 없습니다. 네, 이 작품에서 히로인이라고 불릴만한 여자 캐릭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많이 양보해서 음유시인 '로비나' 정도겠지만 그녀는 대륙을 방랑할 뿐 주인공과는 같이 다니지 않습니다.

그래서 히로인이 엮인 희로애락 같은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없으며, 대신에 사나이의 우정 같은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죠. 특히 2권에서 만난 하프엘프 '메넬(참고로 남자)'과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주인공 사후(수명이 다하여) 그의 자손을 지켜보고 그의 무덤을 지키겠다는 메넬의 대사들은 브로맨스로서 어째선지 남녀 사이보다 더 애틋한 마음을 들게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늑향의 로렌스와 호로의 관계를 보는 듯했군요. 그래서 안타깝고 아쉬웠던 장면입니다. 메넬이 여자 캐릭터였다면 늑향 다음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감성을 자극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3권 下편 혹은 4권에서 또 다른 하프엘프를 출연 시키려나 본데, 이번에도 남자 캐릭터면 작가의 성향을 좀 의심해 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3권 上편은 1권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주인공은 그동안 메넬과 함께 마물을 물리치고 사람들을 구하고 마을을 개척하면서 그 지역 왕(정확히는 왕족)에게서 팔라딘이라는 직함을 하사받고 개척한 마을의 영주가 되었습니다. 변방에 점점이 흩어져 있던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으고, 이민자들도 모여들면서 마을은 성장을 거듭하죠. 그러나 필연적으로 사람들이 모이면 먹을 것과 주거환경 그리고 일자리는 필수이기에 이것들을 해결하느라 주인공은 동분서주합니다. 이세계 전생물이라는 설정답게 편의주의에 입각해 신문물을 퍼트릴 만도 하겠지만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게 그런 건 일절 없다는 것입니다. 여느 양판소와는 다른 철저하게 이세계 지식만으로 마을을 꾸려 가는 게 특징이죠.

그렇다고 심시티처럼 도시 건설이 주된 이야기는 아니고요. 어디까지나 본 작품은 마왕을 무찌르는 이야기로써, 본 작품에서 마왕은 '데몬'입니다. 그 옛날 대륙에 존재하는 지적 생명체(인간, 엘프, 드워프 등)들을 절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혔던 데몬의 군세가 또다시 준동하여 대륙을 절망에 물들이려 하고 있죠. 이에 주인공은 동료들을 모아 데몬들을 무찔러 간다는 이야기인데 이 과정을 풀어놓는 작가의 유려한 필력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그래서 칙칙하고 쉰내 나는 남자들로만 구성된 파티라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게 됩니다. 필자의 필력이 똥이라서 작가의 필력을 표현할 길이 없군요. 브로맨스로 접근하면 늑향 느낌이 나고, 고대 신들의 시대라든지 신앙 등 모험담으로는 19금을 뺀 고블린 슬레이어 느낌이 납니다. 그러고 보면 데몬 = 고블린 느낌도 있는...

이번 3권 上편에서는 마을 건설 외에도 데몬에게 박살 난 드워프의 고향을 되찾고 거기에 잠들어 있는 용(龍)을 무찌르러 간다는 이야기 시작점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데몬들이 상대라면 주인공은 절대 지지 않을 만큼 성장은 하였으나 신화 속에 존재한다는 용(서양식으로는 드래곤)이 상대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주인공을 비호하는 신(神) 조차 싸우지 말라며 말릴 정도로 극악무도한 용을 상대로 주인공은 맞서려 하죠. 어쩌면 데몬보다도 더욱 힘겨운 싸움이 될지 모르는, 아무리 주인공이라도 고뇌할 수밖에 없고,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 또한 가집니다. 하지만 절망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결국 결심을 굳힙니다. 그런 주인공의 용사적인 모습에 동료들이 모이고 길을 떠나는 장면들은 정통 판타지가 가지는 흥분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군요.

맺으며: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신(神)들의 싸움과 그에 파생된 이야기들 가령 엘프와 드워프 등 탄생 비화라든지 이런 설정들을 세세하게 적어놓음으로써 뭔가 몽환적인 느낌을 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그런 세계에서 영웅으로 자리 잡아간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이세계 전생물이면서 그에 따른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것도 점수를 높게 줄만 합니다. 언데드 부모로부터 보다 인간다운 행동이 무엇인지 배웠고, 그 가르침에 따라 차별과 구별을 하지 않음으로써 만인들로 사랑을 받아 가는, 하나의 신앙(혹은 전설)이 탄생하는 과정을 그리는 듯한? 물론 이런 이타적인 행동들이 어느 정도 노골적으로 비치기도 한다는 게 옥에 티이긴 합니다. 가령 일본인은 이렇게 상냥하다 같은? 필자의 마음이 삐뚤어져서 그렇게 느껴젔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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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 세필리아의 하극상 프로그램 1 - ROSY
아시타카 타카미 지음, 쿠라모토 카야 그림, 유시우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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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노블엔진에서 이번에 새로 나온 신작입니다. 주 내용은 넓은 틀에서 보면 여주인공이 블랙 기업에서 혹사당하다 객사한 후 이세계로 전생해서 마도사로 살아간다는 이야기인데요.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점에서 흔해빠진 이세계 전생물의 틀을 잡고 있지만 여신으로부터 치트를 받는다는 설정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냥 죽어서 환생해 보니 지지리도 못 사는 이세계 농촌이었고, 아버지는 군에 징집되어 전장에 나가 있고 가사는 엄마가 책임지고 있는 실정이었죠. 위로는 오빠가 있습니다. 매사 긍정적이고 활기찬 엄마의 노력 덕분인지 굶는 날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여주는 아빠가 남겨놓은 마도서를 접하게 되는데, 전생 때 프로그래머였던 그녀는 그 실력을 살려 마도서 기반으로 마법에 대해 공부하며 자신만의 마법을 창조해갑니다. 그로 인해 그녀의 인생이 차츰 변해간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문제는 여기까지가 그녀의 나이 0세 11개월 때의 이야기라는 것이고요.

본 작품에서 키포인트가 몇 개 있는데 첫 번째로는 인간은 마족과의 전쟁 중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자들은 대부분 징집되어 전장으로 나갔고, 여주의 아빠도 전장에 나가면서 1권 내내 여주는 아빠의 얼굴을 모른 채 성장합니다. 그리고 엄마가 가사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지만 마을에 남자라곤 씨가 말라버린 시점에서 가사를 유지시킬 수 있는 상황은 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죠. 그래서 두 번째 포인트, 여주가 마도서를 해석해 내고 마법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복선이 나올 때면 결국 군에 징집되어 여주도 전장에 나갈 수밖에 없다는 걸 암시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이쯤 집에 도적이 들어 엄마가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여주는 엄마의 치료를 댓가로 군에 징집되는 길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가족의 소중함이 완성되며 여주에게 있어서 가족은 최대의 역린이 됩니다. 여기까지가 여주 나이 0세 11개월 때의 이야기.

결국 여주는 태어나고 1세가 되기도 전에 몸이 불편해진 엄마를 대신해 가사를 책임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죠. 마술사(마도사 아래 직급)가 되면 귀족이 될 수 있고 그럼 월급과 집이 주어지기에 여주로서는 선택의 기로 따윈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데 마술사는 되고 싶지만 군에 징집되어 혹사당하는 건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처음부터 여주는 가족을 책임지는 등 책임감 높은 사람으로는 표현되지 않습니다. 전생에서 과로로 객사할 만큼 고생한 이력 때문에 환생하고 나서는 어떻게든 편하게 놀고먹으려 들죠. 그 일환으로 마법을 배워 저(低) 노동, 고(高) 임금을 바라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0세의 나이로 마법을 배우려 안간힘을 쓰는 게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합니다. 이세계는 마법을 제일로 처서 마술사(마도사)는 출세의 지름길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나 마술사 = 군 징집이라는 공식이 적용되고 있는 이세계에서 여주가 편히 놀기 바란다고 될까? 결국 위에서 말한 일들이 벌어지죠.

기본적으로 마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세계물 여느 주인공과 궤를 같이 하지만, 치트를 받지 않고 노력해서 성장한다는 점에서 이세계 먼치킨 같은 편의주의와는 조금 다른 길을 갑니다. 그러나 결국 여주의 마법이 완성된 시점에서는 이세계 먼치킨과 뭐가 다를까 하는 의문점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작가는 가족애를 무척이나 많이 신경 씁니다. 거기에 내 울타리 안에 들어온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 하고 타인에 비해 더 많이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이죠. 이건 훈훈하기 그지없긴 하나, 반대로 가족이 아닌 사람은 적이 될 수밖에 없는 극단적인 이야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역린을 건드린 돼지 귀족과 제도에서 만난 기고만장한 마술사는 여주에게 호된 꼴을 당하게 되죠. 근데 문제는 이런 장면들이 카타르시스를 위한 여흥이 지나지 않는, 라노벨 특유의 클리셰적인 설정이라는 점에서 본 작품의 위치를 애매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수작이냐 아니냐 하는...

전생 때처럼 개고생은 이제 싫다며 전생의 기억(지식)을 이용해 7살까지 어떻게든 출세해서 편하게 놀고 싶은 여주가 일은 최소한으로, 보수는 최대라는 기치를 내걸고 잔꾀를 부리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른들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꼴이 상당히 유쾌합니다. 근데 왜 7살까지냐면 신동이라 불리는 나이가 7살까지라나요. 그 이상이 되면 여주가 가진 지식과 능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즉 어린애치곤 잘 하네? 할 때 한몫 잡아두려 하죠. 그 의도대로 제도(왕도)에 불려가 왕을 알현하고 꿈에도 그리던 마술사 반열에 오르긴 했습니다만, 군에 징집되기 싫은 여주가 잔꾀를 부려가고 그걸 훤히 꿰고 있는 왕에게 오히려 휘둘리기만 하죠. 그래서 만났다 하면 서로 으르렁거리는 왕과 여주의 장면들이 꽤나 흐뭇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여주가 1세라는 점에서 어른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장면 장면들이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귀여우니까 용서가 되기도 합니다.

근데 여주는 줄곧 아빠를 찾을 생각을 안 합니다. 엄마가 중상을 입어도 아빠를 단 한 번도 찾지를 않았고, 군의 요직에 앉게 되었고 비록 남작이지만 귀족의 반열까지 올랐는데 이쯤 되면 아버지의 군역 면제까지는 힘들어도 한 번쯤 휴가를 요청할 법도 한데 작가가 무슨 생각인지 단 한 번도 언급을 안 합니다(회상 신에선 조금 나오긴 함).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가족애를 그저 훈훈하게만 봐선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내 눈에 안 보이면 가족이 아닌? 여주가 살던 마을에 파견되어 자신은 무쓸모라며 줄곧 비굴한 모습을 보였던 어느 여기사조차 여주의 가족이 되었는데...

맺으며: 역시나 라노벨 답게 중2병이 빠지면 섭하지라는 듯, 읽는 사람이 얼굴 벌게지는 중2병식 네임의 마도사들은 마이너스가 아닐까 싶군요. 또한 판타지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근육질 여장 남자 오카마라든지, 대놓고 광고하는 고스로리는 청소년을 불러 모으기 위한 장치라지만 좀 노골적이라서 작중 이야기와는 매치가 되지 않아 이질감이 상당합니다. 여주의 엄마는 우리 나이로 13세에 첫째(여주 오빠)를 가진 것등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 좀 있습니다. 물론 필자 개인적인 느낌이지만요. 그리고 7세까지의 신동 프로젝트라지만 이제 1세 밖에 되지 않은 여주에게 군복을 입히는 등 무슨 일을 시키는가 싶을 정도로 조금은 허황된 이야기가 제법 있습니다. 픽션이니까로 이해하면 되겠지만... 뭐 읽는 본인의 판단에 맡겨야겠죠. 그 외에는 전쟁으로 인해 가족이 받는 피폐함과 가족이라는 구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 등 다소 현실적인 이야기는 제법 높은 점수를 줄만 했습니다.

여담으로 조금 더 언급해 보자면, 책벌레의 하극상이라는 작품과 비슷한 흐름을 보입니다. 아류작이라는 뜻이 아니니 오해 없길 바라며, 여주의 마력이 굉장히 많다는 점(여느 라노벨 주인공도 그렇긴 하지만), 그로 인해 가치를 인정받고 출세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는 점, 가족은 곧 주인공의 역린이라는 것, 여주와 왕의 관계는 마인과 페르디난드를 보는 거 같았고, 본 작품의 여주가 놀고먹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마인이 책을 위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하는 모습과 유사했습니다. 물론 본 작품에서는 현대 신문물을 퍼트리는 짓은 하지 않지만요(이것도 높은 점수를 줄만함). 아무튼 종합적으로 보면 클리셰적인 부분도 있지만 머리 아픈 복선도 없고(다만 여주가 용사 환생이 아닐까 하는 건 있음), 하렘이라든지 복잡한 인간관계도 없어서 읽는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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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키토리 2 - S Novel+
카를로 젠 지음, so-bin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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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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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근미래 '상련'이라는 다른 해성의 지배를 받고 있는 지구. 일단 지배하에 두고는 있지만 자치성을 보장하는 등 억압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오히려 '상련'이 가져다준 테크롤로지는 인류를 한 단계 더 발전을 이룩하게 하였죠. 궤도 엘리베이터가 있고, 스타워즈처럼 행성 간 왕래도 가능하며, 화성이 개발되어 사람이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기 마련이듯, 급격한 발전에 사회 부적응자 등 어울리지 못하는 부류는 생겨났고 주인공 '아키라'도 양극화가 심각해지는 일본을 벗어나고자 '상련' 소속 용병이 되기로 합니다. 하지만 용병은 인간 취급을 못 받습니다. 본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야키토리'는 우리 식으로 번역하면 닭 고치 구이로서 용병은 '야키토리'라 불리며 닭 고치 구이처럼 한번 쓰고 버려지는 존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1권에서 주인공은 주인공이 처해있는 비참한 상황, 배움의 부족과 가난으로 인해 맥도날드조차 무엇인지 몰라 그저 Mc 도날드로만 읽을 정도로 무지함 보여주었죠. 그래서 모병 담당자가 맥도날드로 자길 데려가 햄버거 사주는 걸 먹고는 기적을 체험하는 듯한 장면들은 희극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결국 사회 부적응과 지긋지긋한 일본을 탈출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겸사겸사 햄버거를 목표(엄청 비쌈)로 한번 출격에 70% 이상 사상률을 보여준다는 '야키토리'에 지원하고 맙니다. 작중 배경은 근미래로서 범우주적으로 '상련'만이 아닌 상련과 경쟁관계에 있는 행성이나 기구들은 널렀고 이들과의 분쟁 그리고 식민지(지구도 식민지) 통치에 있어서 질서 유지와 폭동 제압 등에 상련이 가진 군대로는 한계와 자금의 문제로 야키토리를 적극 운영 중에 있습니다.

이번 2권은 1권에서 갈고닦았던 훈련을 기반으로 실전에 투입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야키토리의 현실과 직면하게 되죠. 용병의 가치를 1회용 비품에 비유하며 인간 취급해 주지 않는 현실을 주인공은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상련의 지배를 받고 있는 식민지가 독립하기 위해 상련과 협상을 시도하고, 상련에서는 특사를 파견합니다. 주인공 일행은 특사 호위에 차출되죠. 하지만 독립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습니다. 독립하고 싶다고 해서 "그래" 해줄리도 없고, 당연히 조건이 붙기 마련. 그 조건은 행성 전체의 인구 몇 대가 뼈빠지게 일을 해야만 갚을 수 있는 돈이었으니 독립은 실현 불가능이었죠. 남은 건 무장봉기. 그러나 상대 상련은 우주를 주름잡는 일족. 싸워봐야 뻔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웬걸? 여기서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집니다. "윤리관" 상련은 철저하게도 윤리를 지키고 있었고, 폭동이 일어난다고 무지막지한 탄압은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 상련은 지성체니까요. 법과 질서를 지키고 절차를 밟으며 무언가 원하는 게 있으면 약탈이 아니라 댓가를 지불하는 등 철저한 민주주의를 지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상련은 결국 민주주의 절차를 밟아 민간인 피해는 최대한 막으며 폭동을 진압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독립을 원하는 식민지인들은 그걸 참작해 줄리 없었고 상련은 그저 침략자일 뿐이었습니다. 그럼 침략자에게서 나라(행성)를 되찾으려면? 한쪽(상련)은 윤리관 들먹이며 최대한 정중이 죽여 주려고 하는데, 반면에 다른 한쪽(식민지)은 몸에 폭탄을 두루고 마치 6.25 때의 중공군처럼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니 감당이 되겠어요?

주인공 일행은 우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식민지 행성에 갇히게 됩니다. 졸지에 얼마 안 되는 상련 병사들 그리고 다른 야키토리들과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죠. 식민지로 오기 전 모병관으로부터 중무장을 지원받긴 했지만 인해전술로 밀고 오는 식민지인들을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고, 상련의 우주 함대는 윤리관 들먹이며 지원에 소극적이니 중공군에 둘러싸인 미군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몸에 폭탄을 두르고 뒈져라를 연호하며 몰려오는 식민지인들의 광기는 섬뜩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다른 야키토리들이 썰려나가며 전선은 붕괴되기 시작하고 상황은 점점 수세에 몰리니 이 난국을 타파할 구세주는 없는가? 돈독(독립하고 싶으면 돈 내놔) 오른 상련 때문에, 여기서 한번 출격에 사상률 70% 이상이라는 현실일 목도하게 되죠. 그 이면엔 돈독 오른 상련이 있었지만 그 상련의 녹을 받아먹는 야키토리들로서는 그저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에게 있어서 진짜 난국은 따로 있었으니... 최선을 다해 전투를 치렀건만 남은 건 전범이라는 낙인...

맺으며: 카를로 젠 작가 특유의 사회 비판적&비꼬기는 여전합니다. 비아냥이랄지 반어법이랄지 사회 하류층의 시각으로 조직 문화 부조리를 비꼬는 어법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SF 하면 역시나 우주 함대의 출연이고, 더욱 진미는 그 우주 함대가 지상으로 궤도 폭격을 단행하는 것이죠. 아쉬운 건 그 흔한 일러스트 하나 없다는 것이고요. 주인공은 광기에 차 떼로 몰려오는 식민지인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화력을 투사하고, 그럼에도 죽지 않는 주인공 버프는 좀 흥미를 잃게 하였습니다. 무지성이 높은 주인공 포지션이면서 사태를 타파할 키포인트로 만들다니. 하지만 안 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뒤로 넘어지고 코가 깨지게 되는 주인공은 꽤나 유쾌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리뷰는 본 작품의 분위기를 1/10도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주인공의 사회 비판적인 독백이 많아서 자칫 지루해지기 십상이고 유녀 전기만큼은 아니지만 독해력도 제법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리뷰가 수박 겉핡기식이 되어버렸군요. 아무튼 하렘은 전무하며 이성 간 교류는 더욱 없습니다. 히로인까지 부를 여성 캐릭터도 없으며(그냥 동료일 뿐), 평등 사회로서 여셩 캐릭터도 남자 캐릭터 못지않게 활약을 많이 합니다. 평등을 추구하는 분들에게 좋은 도서가 아닐까 합니다. 아!! 조금 정정해야겠군요. 참호가 박살 나자 여성 캐릭터들은 적들을 막고, 남자들이 흙 포대를 가져와 진지를 재구축하는 노가다 하는 건 있습니다. 이 부분이 2권 유일 개그가 포함되어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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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을 먹는 비스코 6 - L Novel
코부쿠보 신지 지음, 아카기시 K 그림, 이경인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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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6권은 전체적으로 보면 1권부터 이어지고, 파트별로 보면 4권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마 1~3권이 1부, 4~6권이 2부가 아닐까 싶긴 합니다만. 이전에 필자가 앞의 이야기를 읽지 않아도 접근하는데 무리가 없는 작품이라고 말했던 거 같은데 이번 리뷰에서는 정정해야겠군요. 등장인물이나 장소 배경은 조금씩 다른 점을 보이지만 크게 보면 다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의 내용이나 등장인물에 대해 알고 있지 않으면 조금 난처해질 수도 있는 작품인데요. 특히나 엑스트라 같았던 인물이 다음 권에서 라스트 보스로 나오기도 하는데, 4권부터 등장했던 베니비시의 '시시(히로인)'가 5권에서 라스트 보스로 나왔고, 1권과 4~5권에서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던 엑스트라 같았던 인물이 이번 6권에서 라스트 보스로 나오게 됩니다.

히이로물에서 하나의 악당이 사라지면 또 다른 악당이 생겨나듯, 이 작품에서도 주인공에 활약으로 악당을 무찔러 평화가 찾아왔다고 생각되었던 도시에 새로운 악당이 등장하여 공포 정치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마치 배트맨을 보는 듯한, 그러고 보면 본 작품은 미국식 액션 히이로물같은 설정과 끈기와 열정이라는 일본식 히이로물이 혼합된 듯한 설정이 굉장히 인상적이죠. 거기에 천원 돌파 그랜라간이나 킬라킬 같은 그림체를 보는 듯한 일러스트는 열혈물이라는 장르를 더욱 부각 시켜주는 듯하고요. 아무튼 1권에서 뭔가 나쁜 짓을 일삼던 지사(우리로 치면 도지사) '쿠로카와'를 주인공 일행이 요단강 건너로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치 드래곤 볼 극장판에 나왔던 쿨러(프리져 형(兄))가 메탈바디를 얻어 손오공에게 역습을 가하듯 이번 6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드래곤 볼 극장판에서 손오공이 베지터와 합동작전으로 대응해야 했던, 통칭 메탈쿨러라고 하죠? 작가가 여기서 영감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3권에서 녹의 시대를 발발 시켰던 철인(거대 로봇) 어쩌구가 주인공 일행에 의해 격파될 때 '쿠로카와'가 섞여 들어간 듯한데(그리고 이후 부활), 이번 6권은 그렇게 어쩌다 메탈 바디를 얻게 된 쿠로카와가 주인공 일행에게 역습을 가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어째 이야기는 메탈 쿨러와 싸우는 손오공과 베지터의 이야기가 아닌 강한 남자에게 이끌리는 성소수자의 이야기가 되어 버립니다. 뭐랄까 차별로 비칠까 말이 조심스러운데요. 1권에서 쿠로카와는 분명하게 "남자"였죠. 그런데 4권에서 쿠로카와가 부활하여 재등장 했을 때 주인공은 그를 못 알아봤습니다. 그도 그럴게....

메탈바디를 얻어 나이스 바디의 누님이 되어 있었으니 못 알아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죠.

4~5권의 주역이었던 베니비시 '시시'도 그렇고 이렇게 이 작품은 약간의 허를 찌르는 반전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쿠로카와는 주인공에게 복수의 기회를 엿보며 칼을 갈고 있었나? 필자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진정한 악당은 자신을 퇴치한 주인공에게 복수심을 불태우는 게 아닌, 악당의 길을 걸을지언정 주인공에게는 무인으로서 존경하며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한다는 것을요. 쿠로카와는 부활했어도 악인으로서의 길을 걷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이 주인공으로서의 활약을 기대하며 그 나름대로 일그러진 감정을 동원해 주인공을 주인공으로 치켜세우며 자신의 기록물에 그를 남기려 하죠. 물론 그 과정에서 주인공 와이프(이 작품의 주인공은 무려 유부남)를 세뇌하어 인질로 잡고, 그동안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도 인질로 잡는 만행을 저질러 줍니다만.

주인공 일행은 쿠로카와가 깔아놓은 레일 위를 동분서주하며 그를 처치하려 하지만 악당답게 인질을 잡고 나오는 통에 쉽지만은 않습니다. 주인공은 그동안 여행을 하며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쿠로카와가 내미는 숙제들을 풀어가야만 하죠. 이쯤에서 쿠로카와는 왜 복수가 아닌 기록물에 주인공을 남기려 하나, 왜 이런 짓을 하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됩니다. 그 해답은 오래지 않아 밝혀지는데 그의 행동 이면엔 주인공을 향한 일그러진 사랑이 자리 잡고 있었으니... 그래서 주인공은 쎄게 나가지 못하고 날은 자꾸만 무뎌지게 됩니다. 그런 주인공을 보다 못한, 주인공에게 있어서 아버지나 다름없는 스승의 헌신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현실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이 장면은 6권 유일하게 생명의 그 끝은..이라는 현실적인 아픔을 던지죠.

맺으며: 드래곤 볼의 손오공이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의 주인공 비스코도 싸울 때마다 진화해 갑니다. 이게 참 신기한데요. 분위기를 보면 건담 00(더블제로) 극장판을 보는 듯하기도 하고요. 아무튼 1~5권까지 등장했던 여러 인물들이 재등장하며 주인공 활약에 도움을 주고, 때론 힘을 실어주고, 그러다 남녀 불문 하렘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와이프의 귀귀 서린 모습에 우왕좌왕하는 장면들이 웃겨줍니다. 세뇌되었어도 일편단심 남편(주인공 비스코)을 향한 마음은 변치 않아서 돌 주먹밥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주인공이 와이프 세뇌 풀어주는 장면에서의 알콩달콩한 장면들은 솔로들에겐 다소 눈꼴 시리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뭐 피가 튀는 조금 시리어스 한 장르임에도 적절한 개그를 섞어 놓음으로써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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