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드 월드 3 - 상 - 숨겨진 유적, Novel Engine
나후세 지음, 긴 그림, JYH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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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구하러 와줄까? 누군가를 의지하면서도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뼈가 부러지는 고문을 당해도 입을 열지 않는다. 구하러 와줄 거라는, 와 줬으면 좋겠다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기 보다 절대적으로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굳은 의지를 가슴에 담고 고문자의 질문에 '몰라'로 일관하며 버틴 끝에 목숨이 다 하려는 찰나의 순간. 본 작품의 히로인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주인공을 붙잡으려 하는, 주인공에게 기대려는 모습과 그렇기에 절대적으로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슬럼가에서 자신이 몸담고 있던 조직의 보스가 주인공에게 싸움을 걸었다 황천길로 떠나고 조직은 와해 직전이었던 때, 보스에게 이쁨을 받았던 히로인 '셰릴'은 졸지에 쫓겨날 처지에 놓였었습니다. 이에 현실을 직시하고 몸이라도 내줄 기세로 주인공과 협상을 벌여 주인공을 등에 업고 겨우 조직을 재건하기에 이릅니다.

이번 3권 상편은 미발견 유적을 발견한 주인공이 한몫 잡으려다 범우주적으로 스케일이 커져서 대량 학살극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세상이 한번 멸망하고 간신히 살아남은 인간들은 구시대를 그리워하며 재건을 꿈꿉니다. 구시대 제품들은 유물이 되어 재건하는데 좋은 데이터가 되기에 도시의 위정자들은 헌터(판타지로 치면 모험가)들에게 의뢰를 내어 구시대 유물이 잠들어 있는 유적에서 유물을 모아오게 하죠. 하지만 구시대는 유물만이 아닌 방어(경비) 시스템도 같이 남겨 놓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며 오류를 일으켜 마치 판타지의 몬스터처럼 인간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기에 유적에 간다는 건 목숨을 걸어야 된다는 뜻이 되죠. 이런 설정은 판타지에서 던전과 던전에 서식하는 마물과 유사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헌터들은 유적에서 화목하고 사이좋게 유물을 모으는 것이 아닌 서로 빼앗고 빼앗기는 혼돈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미발견 유적을 발견한 주인공이 다른 헌터들이 눈치채기 전에 한몫 잡으려 히로인 '셰릴'이 이끄는 조직을 동원해 많은 유물을 빼돌리려 하지만 역시나 다른 헌터들에게 들키게 되고, 무뢰한의 표본인 이 시대의 헌터들이 주인공에게 양해를 구한다는 건 있을 수 없기에 결국 정보를 캐내려 히로인 '셰릴'을 납치하는 일까지 벌이게 됩니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그냥저냥 히로인의 입지였던 '셰릴'이 이번 3권 상편으로 메인으로 치고 올라오게 되는데요. 주인공의 비호가 없으면 슬럼가에서 다른 조직에게 순식간에 흡수되고, 여자인 셰릴의 처우는 말할 것도 없겠죠. 그렇기에 셰릴은 살아남기 위해 정말로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주인공의 기분을 맞추려는 장면 장면들은 처절함 그 이상이 됩니다. 헌터들도 중무장을 해야 유적에 들어갈 수 있음에도 조직원들을 맨몸으로 밀어 넣는 걸 마다하지 않죠. 그렇다고 냉혈 하다고 할 수도 없는 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주인공에게서 버려진다는,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그 처절함에서 냉혹함보다는 정말로 불쌍하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셰릴이 아무리 노력해도 주인공은 처다도 안 보고, 주인공은 그저 행운을 늘리기 위해 조직의 뒷배라는 선행을 할 뿐이기에 전적으로 셰릴의 미래는 주인공의 운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부분들을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 할 수 있습니다. 덩달아 조직원들도, 그러고 보니 언급을 안 했는데 조직원이라고 해봐야 애들입니다. 슬럼가 애들을 모아다 조직을 만들었고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주인공에게 매달려 있는 상황이죠. 그 조직원들도 주인공에게 밑 보이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맨몸으로 유적에 들어가는 처절함을 보여줍니다. 뭐 그래도 작가는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은 바라지 않는지 적어도 셰릴과 그녀의 조직원 만큼은 사망 플래그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군요. 하지만 그 반동인지 주인공만 엄청나게 굴러다니게 됩니다.

굳이 또 나누라면 초반은 셰릴의 이야기, 후반은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는 '카츠야'의 이야기입니다. 판타지에서 자신의 정의를 믿어 의심치 않는 용사처럼 타인에게도 강요하듯 자신의 잣대로 정의를 실현하려 하는데 가령 주인공은 자신의 돈을 훔쳐 간 소매치기 소녀를 잡아 그저 돈을 돌려받고 싶을 뿐인데 가련한 여자를 괴롭힌다며 주인공을 악당 취급을 해대죠. 상대의 말을 들을 생각도 안 하고 설마 이렇게 예쁜 아이가 나쁜 짓을 했겠어?라고 한다면 누구라도 미치고 졸도할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카츠야 자신에게는 자신의 말과 행동에 악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자신의 정의를 믿어 의심치 않을 뿐이죠. 이것이 정의라고 단정 지으면 반드시 이뤄야만 하는, 그래서 주변과 마찰을 일으킬 만도 한데... 리뷰어에겐 최악이지만 작가가 설정에 설정을 더하는 능력이 좋다고 할까요. 그저 뜨내기 엑스트라 같았던 카츠야가 어느새 주인공과 라이벌 관계로 성장하는 그 배경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합니다.

맺으며: 이번 3권 상편 핵심은 역시나 히로인 셰릴이 되겠습니다. 사실 셰릴은 조직 보스에게서 이쁨을 받던 전력이 있는데, 보스가 죽자 주인공으로 갈아탄 히로인이라는 다소 절조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었습니다. 그래서 메인 히로인으로 치고 나오지만 본처는 되지 못하는 포지션이라 할 수 있죠. 그것을 만회하려는 듯 처절하리 만치 냉정하고 비굴할 정도로 필사적이 되어 갑니다. 그렇다고 싸구려같이 느껴지나? 또 그렇지만도 않는 도도함을 보여주게 특징이고, 고결한가?라고 접근하면 답은 예스라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발견한 미발견 유적의 정보를 캐내려는 다른 헌터들의 습격을 받아 조직원(어린아이)이 사망하고 자신은 뼈가 부러지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절대 입을 열지 않는 고결함에서 여타 히로인들과는 궤를 달리한다고 할까요. 그저 구해지길 바라지도 않으며 주인공을 원망하지도 않고 겨우 그의 마음을 쪼금 얻었는데 여기서 죽는다는 것을 원통해하는... 근데 안타까운 건 작가가 뒷심이 좀 부족합니다.

어쨌거나 셰릴이 메인 히로인으로 치고 나오고, 주인공의 라이벌로 카츠야가 치고 나오고, 구시대 내비게이터 '알파'와 비슷한 소녀가 등장하면서 알파는 그저 주인공이 이뻐서 보살펴주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던집니다. 주인공의 마음과 정신을 유도하며 무언갈 실험하듯, 그 이면엔 아직 밝혀지지 않은 흑막이 있을 거라는 복선을 투하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전부터 복선이 나오긴 했지만요. 이번엔 500페이지나 되기도 하고, 여러 설정을 음미하며 읽다 보니 리뷰가 많이 늦어졌습니다. 여러 설정 등으로 인해 리뷰어에겐 최악의 작품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치밀하다 할 수 있겠죠. 리뷰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사실 설정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리뷰로 쓰기에 어렵다는 뜻은 그 설정들을 다 언급해야 되기 때문이고요. 하지만 필자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특정 부분만, 이번엔 히로인 셰릴을 기준으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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