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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전이, 지뢰 포함 2 - S Novel+
이츠키 미즈호 지음, 네코뵤 네코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1권 리뷰에서 언급했나 모르겠습니다만.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지뢰'라는 뜻은 별것 없습니다. 연금술의 등가교환처럼 무언가를 이루는 데 있어서 희생물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암시한다는 뜻이거든요. 자, 여러분이 죽어서든 어떤 경우든 간에 이세계로 간다치고, 신(神)이 치트 능력을 줄 테니 골라봐라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인가를 묻고 있죠. 눈앞에서 신(神)이라는 작자가 남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능력을 준다는데 마다 할 인간은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만, 아이들은 멋있어 보이고 편리해 보이고 매력적인 능력을 앞다투어 받으려 하죠. 그에 따른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주인공 일행 또한 그런 욕망에 휩쓸리기는 하나, [도움말]도 스킬의 일종으로 치부된 것이 주인공 일행에게 천운이나 다름없었죠. 왜냐면 강해 보이고, 매력적이고, 편리해 보이는 스킬들은 죄다 디버프 그 이상의 저주와 같은 능력치가 걸려 있었거든요. 이걸 알아보기 위해선 [도움말] 스킬을 얻어야 했고, 매력적인 스킬을 얻는 데만 해도 빡빡한 포인트를 [도움말]에 투자하는 바보는 없었습니다. 주인공 일행은 바보였죠. 그 바보력(?) 때문에 살 수 있기도 하지만요. 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분 못하는 아이들이라면 뭔가 있어 보이고 강해 보이는 스킬을 얻을 거라는 건 자명했고, 예상대로 불나방 같은 아이들은 뛰어들고 맙니다.
2권에 들어서면서 이세계로 전이된 후 멋있는 능력을 썼다가 바로 퇴장하는 아이들이 기어이 25%를 넘게 되죠. 여기서 능력에 붙은 리스크이자 '지뢰의 뜻은 이런 것입니다. 가령 '스킬 강탈' 같은 능력은 힘들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능력을 빼앗을 수 있죠.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잖아요? 이 작품은 그에 따른 댓가를 지불하라고 합니다. 가령 상대에게서 강한 스킬을 강탈할수록 내 수명이 줄어든다면? 가령 취득 경험치 두 배의 능력을 얻었는데 스킬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기존의 10배라면? 영웅의 자질의 능력을 얻었는데 가는 곳마다 트러블에 휘말린다면? 다만 아쉬운 건 이런 이야기는 메인이 아닌 소문으로만 주인공 귀에 들어온다는 것이군요.
어쩔 수 없이 주인공 일행은 소문이라도 상당히 베타적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런 아이들을 동료로 받아들였다 지뢰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욕망을 있는 대로 들어내는 아이들이 도움이 되지는 않을 테니까요. 거기에 변변찮은 아이들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사회 안전망이 없는 이세계에서 나 살기도 바쁜데 상대가 불쌍하다고 파티에 끼워줬다가 그 상대의 의식주 부담에 질 나쁜 양아치라면? 현실의 지구에서도 무리겠죠. 이런 부분은 참 현실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스킬조차 지뢰일 수 있는 세계에서 매력적인 스킬은 꿈도 못 꾸게 되고 그렇다 보니 주인공 일행은 타인을 멀리 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게 참 매정하고 신랄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집단을 이루려 하고, 이번 2권의 이야기는 그런 아이들(지뢰)을 피해 현실 지구에서 그나마 소꿉친구로서 신뢰할 수 있는 나츠키와 유키라는 두 소녀를 찾아 파티를 키우는 동시에 도시에서 살 집을 찾는 등 태풍 속의 고요처럼 여전히 슬로 라이프를 즐기는 주인공 일행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뢰를 가진 아이들로 인해 뭔가 일어 날 거 같지만, 기본적으로 주인공 일행의 슬로우 라이프만이 메인이고 그렇다 보니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저 살아가기 위해 멧돼지를 잡고 열매를 채집하는 등 2권쯤 오면 던전에 들어가 무쌍을 찍는 여타 이세계물과는 사뭇 다른, 일상생활만 주구장창 이어질 뿐입니다.
맺으며: 본 작품은 머리 아픈 복선이나 누군가가 주인공을 적대하면서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메인은 어디까지나 주인공 일행의 슬로우 라이프죠. 멧돼지를 잡아 육포로 만들고, 요리에 진심이고, 열매를 따기 위해 수십 미터 높이의 나무에 오르고, 오늘 일용할 양식을 벌기 위해 사냥한다든지, 사냥을 하기 위해 장비를 맞추고, 그 장비를 맞추기 위해 사냥을 나가고 뭔가 뒤죽박죽 같은 이야기지만 착실히 살아가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좋은 점은 남녀가 한곳에서 지내면서,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라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판치라 같은 근본 없는 벗겨 먹는 게 없다는 것입니다. 한창때의 남녀가 한 방에서 지내도 사고 나지 않는 이야기를 보여주죠. 단점은 그런 이야기들 밖에 없어서 상당히 지루하다는 것이고요. 하다못해 지뢰를 가진 아이들이 도로에 그걸 깔아서 사람들을 낚는 이야기라도 자주 언급해 주면 좋겠는데 이건 거의 소문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