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티처 16 - S Novel+, 완결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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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모든 걸 잃은 남자가 일으킨 복수극의 최종판이자 본 작품의 최종회입니다. 사실 좀 더 극적인 장면을 바랐으나 그런 건 없고요. 본 작품 자체가 주인공이 제자들에게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들을 가르쳐 주었기도 하고 주인공 자체도 워낙 강해서 누가 리타이어 되는 일은 없었죠. 14권에서 어떤 히로인의 사망 플래그를 남겨 15권이 기대되었고, 15권에서는 마물떼를 몰고 온 주범과 대치하며 16권이 어떻게 끝날까 기대를 하게 하였습니다만. 솔직히 작가가 뒷심이 많이 부족하다고 할지, 상상력이 좀 부족하다고 할지 그냥 무난하게 끝납니다. 사실 본질을 들여다보면 부조리하게 모든 것을 빼앗긴 남자의 복수극을 다룬 슬픈 영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으레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복수의 대상을 그르치면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어 버리죠.

주인공은 그런 복수의 화신이 된 남자와 대치하며 무엇을 전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항상 이런 작품의 난제는 이것이죠. 복수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너로 인해 너와 같은 희생자만 생길 뿐이라며 원론적인 말만 전해야 할까요? 그래서 주인공은 아무나 못하는 것이라는 걸 이 작품이 보여주는데, 주인공은 복수의 화신이 된 남자에게 무엇도 호소하지 않고 전하지도 않습니다. 그게 전해졌다면 복수 따윈 애초에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주인공에게 남은 선택은 온 힘을 다해 맞서는 것뿐. 그리고 독자의 관심은 그 싸움을 어떻게 표현해줄까죠. 필자의 주관이긴 합니다만, 이런 방면으로는 던만추가 으뜸이었는데 본 작품은 그걸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야 하나의 나라를 넘어 대륙 자체가 마물떼에 삼켜지느냐 마느냐의 싸움이거든요. 스케일로 보면 본 작품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돈값 못한다.

사실 원래 본 작품의 본질은 제자들을 가르치며 유랑하는 이야기이니까 싸움이 메인이 되어선 안 됩니다. 이걸로 접근하면 작품성은 10점 만점에 9점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냈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이라면 책은 팔리지 않겠죠. 그래서 텍스트로 된 소설류는 작가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아닐까 합니다. 표현력이 풍부하다면 유유자적 여행길이라도 디테일 있는 풍경의 설명이라든지 감정의 희로애락 등 서정적인 글들은 얼마든지 쓸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써 놓고 보니 고도의 돌려까기 같은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만. 솔직히 본 작품은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한 마리만 겨우 건진 무난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아덴티티를 잊지 않겠다는 듯이 끝까지 제자들의 훌륭함이 표현되고 나아가 더 많은 제자들을 만들어가는 엔딩들이 붙잡은 토끼라면, 놓친 토끼가 담당했던 건 표현력이고 그래서 많이 아쉽다고 할까요. 표현력 토끼까지 잡았다면 굉장한 작품이 탄생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군요.

맺으며: 요즘 리뷰 쓰는 데 있어서 신랄한 비판은 자제하고 있는 편(그럼에도 못 참고 비판하게 만드는 작품도 있지만)이라서 좋게 좋게 마무리 지으려니 머리와 손에 쥐 나겠군요. 솔직히 본 작품도 표현력 무엇?으로 신랄하게 비판하고 싶은 류에 속합니다. 하지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작가가 바라는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어서 차마 그러지 못하는 작품이기도 하군요. 필자의 주관적인 느낌이긴 합니다만, 1권부터 줄곧 해오는 아이덴티티는 제자들의 육성이고 그 끝이 이번 16권이죠. 주인공의 가르침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이 올바르게 자라난 제자들이 마물떼에 맞서 사람들을 지키려 고군분투하고 끝끝내 달성해가는, 주인공으로서는 걱정 없이 후방을 맡길 수 있는 그런 제자들이 되었죠. 문제는 그런 제자들을 키워서 어쩌고저쩌고... 이러니까 라이트 노벨은 라는 욕을 들어먹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들이라서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다른 라이트 노벨에서는 잘 하지 않는 엔딩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지어주어서 애프터케어는 확실합니다. 이것도 높은 점수를 줄만한데 뭔가 대충대충 그런 느낌이라서 끝까지 표현력 무엇?이라는 감상을 품게 만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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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 여신의 화신 3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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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5부 3권까지 합치면 총 권수가 몇 권인지는 세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올 동안 본 작품을 높게 평가하는 것 중 하나가 정말 한결같은 여주인공의 행동을 들 수가 있습니다. 책에 미쳐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은 채 폭주한 끝에 자신의 목숨 하나만 끝나는 게 아닌 부모를 부모라 부르지 못하는 계약을 맺어 강제로 가족과 떨어지게 되었으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모습을 5부 3권까지 올 동안 한결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량을 멈출 생각 없이 악셀만 주구장창 밟아대는 꼴이죠. 그 과정에서 고장 난 차량을 세우려는 사람들과 길가는 무고한 사람들을 마구 치어버리기도 하고요. 더욱 문제는 그렇게 사고를 치면 나로 인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실제로 있음) 반성이라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다는 것이고(있기야 있지만), 틈만 나면 고장 난 차량에 탑승해 레이스를 펼치려는 통에 주변인들의 위장은 남아나질 않게 되죠.

본 작품은 책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할애비도 못 알아보는 여주인공 '마인' 때문에 주변인들의 고생을 담고 있는 리얼 다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이라는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아무것도 없는 이세계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기반 시설을 닦아 이젠 어엿한 출판물을 펴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냈죠. 비단 책만이 아닌, 현대 신문물을 이세계에 퍼트리는 우행도 감행했고 그 바람에 그 이익을 바라는 자와 지키려는 자들의 사투와 암약은 일개 나라를 무너트릴 수 있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반대 파벌을 제거하는 숙청의 바람이 불고, 그것에 휘말려 친가족이 몰살 당할 뻔하고, 자신(마인)은 팔려가듯 귀족의 양녀로 들어가야 했으면, 거기서도 여동생이 납치될 뻔하고 그 과정에서 독으로 인해 2년이나 혼수상태에 빠졌다면 좀 자중해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고쳐지지 않는 한결함은 이 작품의 특징으로서 어떻게 보면 엄청난 발암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정점이 이번 5부로서 결국 상위 영지에서 보물덩어리인 여주인공 '마인'을 빼앗기 위해 싸움을 걸어왔고 그 틈을 이용해 중앙 기사단의 개입, '마인'의 활약으로 인해 사면초가에 빠져가는 이웃 영지의 암약은 앞으로 나라를 전란에 빠트리지 않을까 하는 복선을 투하하기에 이릅니다. 무릇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책에 실려 있었지 싶은데도 책을 좋아하면서도 자기 좋아하는 것만 보는 것인지 그 법을 따르기보다는 현실 상식을 들이밀며 중세 시대 상식에 머물고 있는 이세계에서 개혁(혹은 혁명)에 가까운 행위를 하면서도 자각이 없고, 그로 인해 적들이 늘어나기만 하는데도 개의치 않는 통에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왕족이 있는 시합장에서 테러가 일어나는 일도 벌이지게 되죠. 연결 고리를 찾아보면 그 바탕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마인'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그녀의 보호자들은 뒤처리를 하느라 거의 사망 직전까지 내몰리게 됩니다. 정말 조마조마하다는 느낌이 장난 아니죠.

아무튼 이번 5부 3권에서는 다른 영지들과의 합동 연구와 발명으로 시끌벅적해지는 가운데 전란이라는 복선이 보다 구체적으로 투하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차기 왕의 자리를 놓고 하필이면 마인에게 있어서 최악인 사람이 선정되면서 이야기는 상당히 시리어스 해지죠. 그럼에도 자각은 해가는데도 여기서 멈출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듯이 여전히 책이라면 누가 죽든 간에 개의치 않겠다는 양, 그러고 보면 적지나 다름없는 이웃 영지에 데릴 사위로 가게 된 '페르디난드'도 그녀의 행위로 인한 희생양임에도 전혀 양심의 가책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 귀족원 졸업식 관련으로 페르디난드가 찾아오게 되는데, 자신의 행위로 쫓기듯 갔다는 것에 반성하기 보다 몇 년 만에 만난 사랑하는 이를 대하듯 애틋한 마음을 표출하는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어집니다. 사실 마인과 페르디난드가 고난을 극복하고 맺어진다는 복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없잖아 있긴 합니다만.

맺으며: 크게 보면 이세계 먼치킨 계보를 따르고, 우매한 이세계인들에게 신문물을 전파한다는 선민사상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책을 보급하며 글자를 깨우치게 하고, 인프라를 개척하면서 물동량을 증가시켜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신문물을 퍼트려 보다 편한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근데 이런 흔해빠진 양산형 이세계물이라도 그 본질은 여주 마인이 오로지 책을 읽기 위함이라는 자기만족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이세계가 발전하는 건 그 부산물일 뿐이라는 뉘앙스가 강합니다. 그러니까 차별을 두고 있다는 뜻으로 경차 티코에다 커스텀 튜닝을 통해 몇억에 해당하는 가치로 끌어올린 그런 느낌이 있는지라 그래서 마냥 폄하하지도 못하는 게 본 작품의 특징이기도 한데요. 문제는 일이 너무 커졌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기득권과의 알력 다툼, 그 이익을 바라는 자와 지키려는 자들의 충돌로 인한 전란으로의 발전을 야기함에도 그런 건 모르겠다는 식으로 저돌맹진하는 여주의 모습에 한편으로 자기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눈부시기도 하지만, 반대로 주변의 입장에서는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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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스킬 【지도화】를 손에 넣은 소년은 최강 파티와 함께 던전에 도전한다 4 - L Novel
카모노 우동 지음, 시즈키 히토미 그림, 이경인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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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4권은 중반까지만 놓고 본다면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길이 없었던 주인공이 그나마 의지했던 소꿉친구에게도 배신 당하고 술로 나날을 지세다 겨우 제 몫을 할 수 있는 파티에 몸을 의탁했나 했더니 어릴 적부터 동경했던 모험가라는 꽃을 채 피우기도 전에 져야만 하는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죠. 제목만 놓고 본다면 흔히 어디에나 있는 무능력 먼치킨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크게 보면 무쓸모였던 주인공이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파티에 들어가 성공 가도를 달린다는 이야기는 흔히 이세계 무능력 먼치킨 계보를 잇는다고도 할 수 있죠. 하지만 본 작품은 제목을 잘못 지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최강이라는 파티는 4권을 기점으로 해산하게 되거든요. 이후 다시 뭉친다 한 들 홍철 없는 홍철 팀이 완성될 뿐, 파티의 본질이었던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면 최강이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쓸 수 없게 될 테니까요.

20계층을 돌파하고 미답파 구역인 21계층에 들어선 주인공이 속한 파티 [어라이버즈]는 싱겁게 이 세상에서 리타이어 해버립니다. 리뷰 초반부터 이렇게 스포일러질 해도 되나 싶긴 한데, 이번 이야기의 최대 핵심은 파티의 해산이 아니라 해산으로 인해 주인공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이고 누굴 만나느냐, 누구와 함께 하느냐입니다. 파티의 해산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성장과 과거와의 청산에 필요한 스파이스이고, 그 해산을 하게 된 원인은 주인공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행동의 계기가 되죠. 그래서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중반 이후부터는 해산의 원인은 잊혀지고 그 해산의 원인으로 인해 주인공은 성장의 길에 들어섬과 동시에 자신의 천직은 모험가 밖에 없다는 현실, 그리고 도망치다시피해서 다다른 도시에서 만난 인연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더욱 성장하게 만드는 걸 보여줍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핵심 스포일러라서 이걸 빼고 리뷰 하려니 난이도가 장난 아니군요.

그래도 언급해 보자면, 파티가 해산하고 길을 떠났던 주인공이 자신을 따라와 준 히로인과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하나같이 드라마 같았다는 것이군요. 모험가를 잊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소소한 삶을 영위하는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곳에서 자신과 히로인 둘만의 세계에서 새로운 직업을 가지고 일을 마치고 하는 데이트는 어딘가 흔한 이세계물처럼 헤퍼 보이지 않는 게 특징인데요. 이들이 보여주는 리얼한 생활상은 현실감이 상당해서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들이라면 몰입도를 최상으로 이끌어줄 거라 자신합니다. 둘이 꼭 붙어서 눈이 올 거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눈이 내리면 눈 싸움을 하자, 눈사람을 만들자 동화 같은 장면에 수줍게 홍조를 띤 히로인을 그린 일러스트가 더해져 분위기는 최고조에 다다르죠. 하지만 좋은 인연으로 시작된 관계가 아닌 도피성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게 이런 작품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과거와 마주해야만 하거든요. 파티가 해산한 원인, 그리고 소꿉친구와 싸우고 배신당했던 과거는 청산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이들만의 생활을 벗어나 주인공에게 있어서 삶의 본질은 무엇인지 묻게 됩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삶의 본질은 모험가이고, 모험가로서 뼈아픈 일을 당했어도 내가 살아갈 곳은 결국 던전이라는 걸 깨달아가죠. 결국 강을 그리워하는 물고기처럼, 창공을 그리워하는 새장의 새처럼 썩어도 준치라는 듯 주인공은 모험가로서 다시 출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소꿉친구(히로인)와 다시 재회를 하게 되는데, 이번 4권에서 주인공이 안고 있던 고뇌와 과거를 청산 시키려는지 한꺼번에 안 좋은 일들이 들이닥칩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소꿉친구는 모험가로서의 인생에 최대의 트라우마이기도 하고 거의 용사급으로 사기성 스킬을 받은 소꿉친구와 거기에 기생하다시피 생활했던 주인공에게 있어서 그에 따른 파국은 잊지 못할 상처와 같았으니까요.

맺으며: 리뷰가 중구난방식인데, 원래 리뷰 쓰는 이 시각은 이미 취침에 들어갈 시간인지라, 그렇다고 다음날로 넘기는 건 석연치 않아 억지로 쓰다 보니 두서가 없군요. 결국 요점을 정리하면 모험가로서 성장은 던만추의 벨 하위 호환쯤 되고, 러브 스토리는 중2병을 뺀 진지한 내청코 같은 느낌을 보여여줍니다(하치만과 유키노가 이어지면 이런 느낌? 같은). 파티 해산의 원인이 되는 던전에서의 사투는 꿈도 희망도 없는 재와 환상의 그림갈을 보는 듯했고요. 분명 이세계 무능력 먼치킨 같은 작품이라는 느낌인데 막상 읽다 보면 그런 특유의 분위기(이세계 먼치킨 같은 가벼운)는 없고 삶에 대한 진지함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라이트 노벨이라는 범주를 넘어서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는 듯 주인공과 히로인들 간의 관계를 제대로 엮지 않는 하렘 같은 분위기 또한 있습니다. 그래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점수를 주는 부분도 이 부분인데, 이들의 관계를 확실히 매듭을 짓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아무튼 5권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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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의 팔라딘 3 - 하 - 철녹산의 왕
야나기노 카나타 지음, 린 쿠스사가 그림, 신우섭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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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이야기는 강대한 힘을 가진 자가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고, 그로 인해 결국 그 힘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보여줍니다. 예전부터 필자가 늘 해오던 말이 있죠.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새로운 마왕일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요. 아무도 무찌르지 못하는 마왕을 무찌른 용사가 마왕이 없어진 지금, 그 칼날을 우리에게 돌리지 말란 법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마왕 그 이상의 힘을 가진 용사의 고삐를 누가 잡으며 칼날을 들이밀 때 누가 대적할 것인가. 그래서 용사는 새로운 마왕이 되어 사람들에게 배척 당하는 운명에서 벗어 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힘이란 그런 것입니다. 미지의 힘, 나보다 강대한 힘을 가진 자를 옆에 두었을 때의 느끼는 감정은 든든함이 아니라 언제 나를 해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입니다. 그래서 힘을 가진 자는 자신을 비호해 줄 세력을 필연적으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사신(死神)일지라도요.

간신히 불사신(不死神)의 분신과 고위직 데몬을 무찌른 주인공은 겨우 평화를 되찾습니다. 변경에서 떠도는 유목민을 규합해 나라를 세우고 안정을 찾아가기를 2년(기억이 가물), 이제 좀 편히 쉬나 했던 주인공에게 200년 전 번성했던 드워프 왕국을 몰락 시키고 줄곧 거기에 잠들어 있는 용(龍)을 퇴치하는 임무가 주어집니다. 용 퇴치라는 모험 이야기는 8~90년대에 보여주었던 판타지의 정석이라 할 수 있기에 나름 향수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덕망 있는 기사와 바람과 화살과 정령을 다루는 하프엘프, 몸이 튼튼하여 탱커 역할을 하는 드워프를 파티원으로 맞아들여 주인공은 여정을 떠나죠. 흥미로운 건 늘씬하고 이쁜 엘프 여성이라든지 주인공에게 호감을 뿜어대는 히로인은 없다는 것이고, 잡몹을 잡아대며 시간을 끄는 것도 없습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처럼 어떤 목표를 위해 꼬질꼬질한 주인공들이 여행을 하는 그런 풍경을 그리고 있죠.

그렇게 다다른 몰락한 드워프 왕국에서 주인공은 용과 마주합니다. 주인공은 무엇 때문에 용을 퇴치하려는 것일까가 이번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판타지에서 흔히 나오는 잡혀간 공주를 되찾기 위해? 사람들을 도탄에 빠트리기 때문에? 작가는 용에게도 용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고 역설합니다. 마치 마왕을 무찌른 용사가 필사적인 항변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몸부림과도 같은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힘을 가진다는 것은 그런 의미입니다. 타의에 의해서 내 삶이 정해진다면, 그것이 싫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나를 비호해 줄 세력을 찾아야 하고 그것이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어둠일지라도 손을 내밀어 붙잡을 수밖에 없는 운명. 그렇기에 용은 자신이 죽을 자리를 정하고 주인공에게 예를 다하고 필사적으로 주인공에 맞서 싸웁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영웅을 바라기에 몰락한 용사와도 같은 용은 악당이 되어야만 합니다.

뭔가 본편하고 좀 다른 리뷰가 되어버렸습니다만, 크게 보자면 그런 느낌이 들었다는 뜻입니다. 강대한 힘을 가졌기에 누군가의 걸림돌이 되어 없어질 운명이라면 차라리 분란을 일으켜 눈을 돌리게 함으로서 내 삶을 이어간다. 그 과정에서 선악의 구분은 없으며 필연적으로 무고한 희생이 뒤따르기에 주인공은 무고한 생명을 구하고자 이에 맞서죠. 본 작품에 빗대 보자면 용은 몰락한 용사와 같기도 합니다. 강대한 힘을 가졌기에 자신을 비호해 줄 세력을 찾아야 했고, 하필 손은 잡은 게 사악한 신(神)이었다는 것에 운명을 결정 지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힘을 만방에 펼쳤기에 자신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각인시켜버렸고, 그 힘이 사람들에게 향했다는 것에서 용의 운명은 다 한 것이죠. 그렇다면 주인공이라는 세력과 손을 잡으면? 주인공이 용을 불쌍히 여겨 자신의 세력하에 두었다면? 본 작품은 악당이 개과천선하여 주인공 편에 선다는 클리셰는 없습니다.

용의 본질은 인간이 재단할 만큼 무르지가 않다는 것이고, 용의 존재 의의는 전란 속에서만 있기에 주인공과 섞일 일은 없다는 듯...

맺으며: 사람들을 구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마음을 풀어놓는 장면 장면들은 하나의 시(詩)를 방불케 합니다. 이세계 먼치킨 양산형 라노벨에서 나오는 흔한 성녀가 아닌 정통 판타지에서 진정으로 사람들을 구하고자 노력하는 성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것만으로도 본 작품의 가치는 높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비록 그 성녀 포지션인 주인공이 남자라는 것이지만요. 아무튼 판타지의 느낌으로 접근하면 로도스도 전기 같은 판타지를 보는 거 같다고 할까요. 다만 하이엘프 같은 미모의 여성 엘프가 히로인으로 나오진 않지만요. 사실 이것도 이거 나름대로 괜찮았습니다. 정통 판타지의 정석적인 전투씬도 군더더기가 없으며 파티원들과의 연계도 우수하고 서로 믿고 등을 맡기는 장면들에서는 신뢰란 무엇인지도 알려줍니다. 용과 데몬에 맞서며 과거 영웅들이 걸었던 길을 주인공도 걸으면서 전설을 써 내려가는 장면들이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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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 0명 여신님과 시작하는 이세계 공략 2 - 재해 지정 전생 소녀
오사키 아이루 지음, Tam-U 그림, 박수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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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 수명 앞으로 11년, 버스 사고로 반 전체가 하직하고 눈 떠보니 이세계였죠. 이세계 전생 치트물 답게 반 친구들은 치트를 받아 자칭 대기업에 스카우트되어 모두 떠났고 주인공은 무쓸모 스킬을 받아 1년이나 지나도록 아무도 찾지를 않아 홀로 여행길에 올라야 했습니다. 어찌어찌 '루시'라는 엘프와 마족 혼혈 히로인을 주워서 같이 동행을 하게 되었고, 그녀의 서포트를 받으며 근근이 살아가고는 있지만요. 아무리 노력해도 마물에 쫓기기만 하는 현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고, 아무리 수련해도 스킬 능력치는 벽에 가로막혀 더 이상 성장할 기미가 없고, 다른 모험가들은 차곡차곡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동료랍시고 주워온 이멋세의 메구밍 같은 루시는 이런 주인공의 착잡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파티원들과 허물없이 잘 지내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그 소외감과 패배감이란, 주인공 눈에 비치는 이 세계는 마치 전남친에게 안기는 여친을 보는 거 같더란 말이죠.

그런 주인공에게 여신은 계시를 내려줍니다. 저짝에 있는 대미궁에 가면 귀인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1년 전으로 되돌아갑니다. 주인공과 그의 반 친구들이 이세계로 전생하던 때, 모두가 전생에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처럼 대미궁 심층에서 어떤 마물이 눈을 뜹니다. 사실 그동안 주인공이 자판기로 환생하고, 칼(소드)로 환생하고, 슬라임으로도 환생하고, 드래곤으로 환생하는 등 인간의 궤에서 벗어난 이세계 전생물들은 있어 왔지만 히로인이 그 대상이 되는 건 정말 흔치가 않죠. 이번 2권에서는 세상을 전남친에게 빼앗긴 여친보듯 했던 주인공이 현실 지구에서 유일하게 자기에게 말 걸어주고 친하게 대해줬던 여자애를 다시 만나면서 자기가 가진 힘의 진가를 발휘해간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제목을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라고 하려 했으나 아무래도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아내면 조회 수가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게 다 조회 수에 미친 유툽 영상 때문임.

리뷰어로서 항상 딜레마가 있는데 주된 내용이 되는 걸 밝혀가면서 써야 될까입니다. 본 작품에 비유하자면, 여신에게서 계시를 받아 대미궁으로 향한 주인공이 만나는 히로인 '아야'에 대해서 어떻게 써야 될까죠. 그래도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중하면서 언급해 보자면, 그녀가 이세계에 환생하고 1년간 살아온 스토리는 주인공의 고생은 고생이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고 서글프기만 합니다. 다들 인간으로 환생했는데 그녀만은 다른 생물로 환생하게 되었고, 주변 환경 또한 좋다고만은 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항상 자기를 노리는 적들이 우굴 거리고, 먹을거리는 인간의 감성을 가진 그녀로서는 도저히 먹지 못할 것들이었거든요. 그 삶에 대한 함축적이자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대미궁 심층에서 그녀가 흐릿하게 비추는 태양빛을 바라보는 장면은 개그라는 장르가 아닌 드라마 장르였다면 분명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심금을 울렸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포기보다는 희망을, 주저앉기보다는 일어서기를, 주어진 삶은 최선을 다해. 자신을 낳아준 마물을 엄마로 여기고, 같이 태어난 자매들을 가족으로 여기고, 가족을 노리는 적들에 맞서 싸우며 지금의 생물로 태어난 것에 고마움을, 그야 가족을 지키는 힘이 주어졌으니까. 하지만 새가 창공을 그리워하듯, 인간일 적의 기억과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건 약간 각색)은 대미궁 심층을 떠나 인간들이 사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갈망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렇기에 더욱 지금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그럴수록 가차없는 적의 습격은 그녀를 사지로 내몰게 되죠. 그녀는 주인공보다 더욱 인생 역경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건 주인공과 운명의 재회, 감동의 재회라는 대목은 본 작품의 장르가 개그가 아니었다면 분명 감동을 선사하는 장면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조금 극적인 장면이 없는 게 흠이랄까요. 마치 저녁 산책길에서 오늘 낮에 본 소꿉친구를 또 보는 듯한...

전남친에 간 여친따위 잊게 만드는 재회를 거치고, 그녀(아야)가 처한 현실과 그녀가 바라는 목적을 듣게 된 주인공은 자신이 가진 스킬이 무쓸모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본인만 자각이 없지만요. 이미 주변은 주인공의 능력을 거의 용사급으로 보고 있건만, 이 작품을 좋게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리 활약하고 숭상을 받아도 무쓸모 주인공 그 이상은 되지 않는다는다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추켜 세우고 서로 모셔갈 사태까지 번지지만 본질은 어디까지나 무쓸모 캐릭터라는 아이덴티티를 지킨다는 것이군요. 그 내막으로 주인공은 사신(신자 0명 여신)을 숭배하고 있으며, 루시는 엘프와 "마족"의 하프, 아야는 어떤 생물이라는 조합은 이세계에서는 절대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인공은 무쓸모 캐릭터를 관철해야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하지만 그가 숭배하는 여신은 주인공의 활약을 바라고 있고, 그동안 도움을 받은 주인공으로서는 활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계에 대한 반역의 시간이 도래하죠,

맺으며: 하렘이라고 해봐야 어딘가 나사 빠진 하렘이고, 능력치라고는 물 생성이 다인 주인공이 좌절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갈고닦아 세상에 보여줌으로써 마치 개천에서 용나듯 그런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히로인 '아야'를 만나는 장면은 그런 모티브가 숨어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군요. 지구에서 유일한 이해자였던 '아야'를 만나 진정으로 지킬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위기에 처한 반 친구이자 빛의 용사를 도와주면서 자신을 괄시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알리는 대목은 마치 신데렐라 같은 성공 스토리 같은 게 있다고 할까요.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건 자신을 괄시했던 사람들에게 쓴소리를 당당히 내뱉고, 그걸 들은 당사자는 노발대발하기 보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는 장면들은 어쨌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죠. 적절한 개그와 순애와 삶에 대한 억척스러움과 적절한 그리움을 섞는 재주가 상당히 좋습니다. 단순히 무능력 치트물이라는 클리셰로 치부하기엔 좀 아까운 작품이 아닐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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