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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피크닉 4 - 이세계 야행, S Novel+
미야자와 이오리 지음, shirakaba 그림, 심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우루미 루나'를 신봉하는 사이비 집단에 의해 자행되었던 소라오와 코자쿠라의 납치 사건은 DS 연구소의 진압 작전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목소리로 사람들을 세뇌하여 자신을 신봉하게 했던 루나는 '우루마 사츠키'에 의해 죽을뻔하였으나 간신히 목숨을 건져 구속된 상태고요(이 부분을 언급하는 이유는 5권 이후에서 루나가 재등장하기 때문). 이렇게 사건이 일단락되면서 이제 좀 한숨 쉬나 했지만 이야기는 지금부터라는 듯, 소라오를 중심으로 괴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번 4권은 소라오의 과거를 비추면서 그녀가 살아온 길, 가정사, 그리고 토리코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사건이 일단락되고 집으로 돌아온 소라오를 반기는 것은 인간의 형태와는 조금 다른 무엇, 벽 넘어에서 명확하게 소라오를 지명하는 목소리는 공포를 불러오고 그것을 시작으로 소라오는 무언가에 쫓기는 형국이 되죠.
사이비 종교에 빠진 아버지와 할머니, 엄마는 가출, 거기에 사이비 종교 관련 사람들이 걸핏하면 집에 몰려오는 통에 아이는 있을 곳이 없었습니다. 밖을 전전해야 했고 급기야 고등학생 시절에도 외곽 폐업한 모텔에 숨어들어야 지내야 할 정도로 비참한 삶을 살게 되었다면. 아이는 꿈꿉니다.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그것이 무의식인지 의식인지. 이세계의 존재는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어 미치게 만든다고 합니다. 인간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의식을 찾아내 공포로 발현 시킨다면, 그렇다면 아이의 내면에 잠재했던 의식이 공포로 승화되는 건 필연일 수밖에 없게 되죠. '소라오'는 루나의 사교 집단에 납치되어 죽다가 살아 돌아온 후 본격적으로 이세계가 자신을 콕 집어 간섭하려 한다는 걸 알아갑니다. 안전해야 될 집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고, 피신했던 곳까지 마수를 뻗어 오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될지 아직은 모르는 상황이죠.
옛 동료 '우루마 사츠키'를 집착에 가깝게 찾아다녔던 '토리코'는 더 이상 사츠키에 대한 미련을 벗어던집니다. 그야 이세계에 먹혀 그 세계의 주민이 되어버린 그녀(사츠키)는 이제 내가 알고 있는 그녀가 아니었으니까요. 언제나 밝고 쾌활하고 남들을 잘 이끌 거 같았던 여장부(토리코)는 사실은 누군가를 의존하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존재였죠. 그래서 우연히 만나 동행했다곤 해도 이제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동료가 된 '소라오'에 기대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본 작품은 장르 중에 백합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관계를 진척 시켜가는 모습이 조금은 적나라합니다. 같이 목욕하려 들고, 온천에 가서도... 물론 자발적 아싸인 '소라오'는 그런 토리코에 기겁하지만 자신을 구해줬고, 불우했던 과거를 지나 아무도 없는 자신을 바라봐 줬고, 이세계에 여행을 자주 하면서 늘 곁에 있는, 더 이상 그녀의 온기를 외면할 수는 없는 처지에 놓입니다.
소라오가 품고 있는 과거의 의식이 공포로 변해 조금씩 뒤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공포를 통해 조금씩 밝혀지죠. 여행을 갔어도, 다시 재정비하고 이세계에 발을 들인 소라오와 토리코를 노리고서. 그리고 소라오는 과거 무슨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 알게 되죠. 이세계는 꽤 오랫동안 소라오의 곁에 있었습니다.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어 미치게 만들고 내면의 의식을 현실화해서 사람들을 헤칩니다. 소라오와 토리코는 이세계에서 얻은 능력을 이용해 이런 괴이쩍은 일들을 해결하기도 하고, 이세계 물품을 주워와 DS 연구소에 팔아 연명하고 있죠. 이번에는 소라오가 괴이쩍은 일에 휘말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어두웠던 그녀의 과거를 들춰냅니다. 학대받고 버림받다시피 했던 아이는 지푸라기도 잡고 싶었을 것이고, 누군가가 자신을 안아주며 온기가 무엇인지 알려준다면 아이는 거기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것으로 인해 파국이 찾아와도...
맺으며: 소라오가 왜 자발적 아싸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풀어 놓습니다. 타인을 거절하고, 공감을 잘 하지 못하는, 분명 여러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인데도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 그러다 토리코를 만나 여행을 하고 온갖 위험을 뛰어넘으며 가지게 된 감정, 드디어 혼자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을 얻어 가는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죠. 어느 날부터 '사츠키'를 찾는 토리코를 보면서 사츠키에 대한 질투심을 보이고, 이제 더 이상 그녀(사츠키)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에서 안도를 하면서도 이세계 주민(괴물)이 된 사츠키가 찾아오지 않을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전형적인 학대받은 아이가 있을 곳을 찾으려는 모습 등은 이세계라는 공포와 더블어 흥미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 외에는 겁 많고 취급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항상 위험에 노출된 건 소라오와 토리코인데 고생은 어찌 된 건지 혼자 다하는 연상이지만 동생 취급받는 '코자쿠라'의 츤데레 같은 모습도 상당히 귀엽게 다가옵니다. <- 사실 코자쿠라만으로도 본 작품을 구매하기엔 충분한데 분량이 많지 않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