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향신료 11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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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무슨 명탐정 코난도 아니고 어떻게 건수를 건질 때마다 매번 죽을 둥 살 둥 사선을 넘나드는 통에 목숨이 몇 개가 있어도 모자랄 판입니다. 호로를 만나기 전에는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왔는지 정말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죠. 아니면 호로 자체가 재앙 덩어리일 수도 있고요.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이번 11권은 그런 사선을 넘나드는 이들에게 약간의 휴식 같은 에피소드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개척 마을에 들리면서 새로운 거래처 물색에 신이 난 로렌스와 자신을 홀대하고 자신의 지식을 빌리지 않아 삐진 호로가 보여주는 알콩달콩한 이야기는 본편에서는 흔히 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여행도 괜찮을 것입니다. 로렌스가 닭을 구입해 구이를 해주겠다고 하자 정말 먹고 싶고 기대가 되어 기쁨으로 풍차 돌리기 직전이었던 꼬리를 필사적으로 진정시키는 호로는 정말 귀엽습니다. 로렌스가 호로를 골려 주려는 목적으로 거세한 닭 이야기를 진짜로 믿었다가 놀림당했다는 걸 깨닫자마자 창피함을 덮을 요량으로 로렌스의 아랫도리를 공격 해대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니고요. 그러다 개척 마을에서 자신의 지혜를 빌리지 않는 것에 골이 나서 툴툴거리다가도 로렌스가 앞으로의 여행을 좀 더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함으로써 둘의 관계는 이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번 11권은 세 개의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막 만들어진 개척 마을에 들렸던 로렌스가 그 마을의 당면한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것과 때론 이런 여행도 괜찮다는 것마냥 햇볕이 잘 드는 언덕에 기대어 낮잠을 자고 싶다고 큰소리쳤던 로렌스는 뜻대로 되지 않는 통에 호로에게 놀림당하는 에피소드와 항구 도시에서 로렌스의 상인으로써 인생사를 새롭게 쓰게 만들었던 여(女) 상인 '에이브'의 과거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콜은 나오지 않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막간을 이용한 숨겨진 이야기인데요. 사람 머리 꼭대기에 앉아 로렌스가 생각해도 바로 캐치해서는 능글맞게 도발을 일삼고 그런 그녀와 대등하고 싶어 발버둥 치지만 언제나 백기를 드는 건 로렌스입니다. 좀처럼 틈이 없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은 써글 여자 같으니라고 한 번쯤 생각해볼 만도 하겠지만 착해빠진 수컷이라고 평하는 호로의 말처럼 이 여행을 언제까지고 계속하고 싶었던 로렌스는 언제나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게 좀 비참하기도 합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가소롭구나를 외치는 호로와의 싫지 않은 투닥거림, 그리고 맨날 날로 먹는 것은 아니라고 향변하듯 처음 계약할 때 말했던 것처럼 지혜를 빌려주는 호로와 어우러져 마치 홈즈와 왓슨처럼 개척 마을의 문제점을 해결해주면서 이정표를 만든답시고 따귀를 때리는 황당한 시추에이션 등 어째 본편보다 좀 더 스릴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에이브의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몰락 귀족으로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어느 상인에게 강제 결혼을 당한 것도 모자라 그 남편도 불귀의 객이 되어 세상을 떠나 버리자 집안은 폭삭 망해 버리고 거리로 쫓겨난 그녀는 살아가기 위해 이쪽 계통으로 발을 내밀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귀족으로 살아온 그녀가 발을 들이기엔 세상은 만만찮다는 걸 깨달아 갑니다. 로렌스와 만났던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순수했던 에이브, 그러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당하고 물건을 대리구매해줬던 상인에게선 사기당하고 이용당하고 마치 상처 난 물고기를 뜯어 먹기 위해 몰려드는 피라니아 같은 상인의 세계에서 그녀는 순수함을 버리고 악녀가 되어 갑니다.

 

사실 이번 11권은 그렇게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먹는 것에 환장해서는 침을 질질 흘리며 풍차 돌리기 직전인 꼬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호로의 귀염성이라던지 본편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그녀도 할 땐 한다는 것 외엔, 에이브의 과거 이야기는 한 번쯤 거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미 과부가 된 이후의 이야기인지라 파란만장한 스토리는 아니었습니다. 말투를 보니 10대 중반쯤인 거 같은데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과부가 되고 시종 둘을 대리고 살아가기 위해 아등바등 하면서도 세상을 쉽게 보는 아슬함을 약간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애초에 본편에서 에이브가 보여줬던 불편함 등이 있어서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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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5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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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주의라고 쓴 이유는 이번 5권에 대한 비난이 많이 섞였기 때문입니다. 눈살이 상당히 찌푸려지니 이 작품의 팬이시거나 싫으신 분은 페이지를 닫으시거나 뒤로하기 바랍니다. 정신적인 대미지에 책임지지 않습니다.

 

 

필자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정도의 길을 가지 않는 주인공이 보여주는 사이다 때문이었는데요. 그러니까 세상을 구하고 사람들 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전형적인 자기희생물이 아닌, 이 작품은 그런 정도의 틀을 깨고 자신을 내친 세상을 거부하며 자신의 앞을 막는 모든 것을 배제해 나가는 모습에서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었죠. 불과 얼마 전까지는요. 그래서 사사로운 정에 기대거나 희생정신은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보여주는 궁극적인 수라장이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상당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요. 역시나 아무리 악독한 귀신이라도 주인공이 되면 선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이 바닥의 섭리일까요.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배제하고, 동료에게 손대는 사람에겐 가차없는 그야말로 세상 모든 것을 적으로 돌리더라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아웃사이더는 권선징악에 찌든 엔터테인먼트계에서 이단아로 치부되는지 우리의 주인공 나구모도 결국 지구처럼 둥글어져 버렸습니다. 바탕이 워낙 착해서? 필자는 아쉬울 따름이었는데요.

 

나구모는 나락에서 맹세했던 독기는 어느새 다 빠져 버리고 딸 바보가 된 것도 모자라 사람들하고 잘만 지냅니다. 바탕이 워낙 착한 데다 우유부단한 시아와 같이 있어서 그럴까요. 아니면 진성 마조인 티오와 같이 있어서 그럴까요. 아니면 날마다 그 짓을 하지 않으면 아랫도리에 가시가 돋는다는 식으로 유예랑 그것을 해대는 통에 이젠 아무렴 어때하는 마음이 생겨버린 것일까요. 이런 말까진 쓰지 않으려 했는데 이번 5권은 저렴함이 팍팍 묻어났습니다. 작품 내용의 수준이 갑자기 낮아지는 느낌이랄까요?

 

7대 미궁을 클리어해서 원래의 세계로 돌아 갈려는 나구모와 그 일행은 나구모가 나락으로 떨어진 원인이 된 카오리를 동료를 맞아들여서 그류엔 대화산 공략에 나섭니다. 공략은 말로는 죽을둥 살둥인데 느낌은 그저 그랬군요. 긴장감 따윈 개나 줘버렸고요. 세상 범접할 거 없는 나구모에게 걸리면 누가 되었든 개밥이 될 뿐입니다. 적과 주인공의 파워 인플레가 상당히 심해졌습니다. 작가가 완급 조절을 실패한 듯한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더군요. 토끼 귀를 팔랑이며 달링을 위해서라면 지옥불에도 들어 갈려는 시아의 활약은 왠지 피에로가 되었고요.

 

유예는 남편에 뒤지지 않는 파워 인플레를 앞 세워 거칠 것이 없습니다. 진성 마조 티오는 학학댈뿐이고요. 여차여차 클리어하고 다음 미궁에 갔는데 별반 다르지 않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딴에는 엄청 강한 적이랍시고 내놨는데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습니다. '결국 나구모가 쓰러 트릴 거잖아? 거봐 그렇게 되네'로 연결될 뿐이였습니다. 역시 긴장감 따윈 없고요. 물론 여타 작품에서도 강대한 적을 만나 쓰러 트리며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누가 강대한 적인데?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주인공+유예+시아가 워낙 강한 데다 꼽사리로 블랙 드래곤인 티오까지 끼면 지구도 한순간에 멸망 시킬걸요?

 

라노벨 장르 자체가 흥미 위주인 것은 틀림이 없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마주할 적이 없어요. 여기에 정말 어이없던 건 무슨 도라에몽의 주머니처럼 말만 하면 튀어나오는 각종 무기들이라는 것인데요. 전부 다 나구모가 연성한 거라고는 하는데 매그넘에 미니건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잠수부 산소통에 어뢰까지 하다 하다 이젠 샤워 시설까지 있는 잠수정까지 가뿐하게 만들어댑니다. 이건 아무리 전능한 신(神)이라도 못하지 싶은데 했군요. 수백 발의 어뢰를 즉석에서 만들어서 뿌릴 땐 기가 막혔습니다. 물론 이런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 놓는다면 손에 땀을 쥐며 읽을 수 있을 텐데, 필자가 이렇게 까고 있으니 그렇지 않다는 걸 아시리라 봅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 스칩니다. 두 개의 미궁을 클리어하면서 인X아나 존스, 캐X비안의 X적, 그리고 제목을 생각나지 않는 몇 개의 B급 영화(필자가 본 영화임)의 내용을 보는 듯했습니다. 필자가 신선함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했습니다. 물론 모티브를 따왔을 수는 있지만 어레인지가 아닌 뭐랄까... 아무리 까도 지킬 선은 있어서 함부로 말을 못하겠는데 날로 먹어도 정도껏 하자는 느낌이랄까요. 감동도 없고 시사하는 것도 없고 뭔 이야기를 하자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었군요. 그냥 무미건조하게 싸울 뿐입니다.

 

맺으며, 작가도 일말의 양심이 있었는지 작중에 도라에몽을 언급하기도 하더군요. 자기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겠죠. 무기가 무슨 생각만 하면 다 튀어나와요. 알라딘의 램프인가? 차라리 공간을 비틀어서 원래의 세계로 갈 수 있는 게이트를 만드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은 게요. 작가가 왜 이건 시도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자신들 때문에 20만이 넘는 도시가 위기에 빠졌는데 미안함도 없고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조차 생각 안 하는 무개념의 끝판왕을 보는 듯했습니다.

 

결국 교회에서 이들을 이단으로 정식 지정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세계대전 발발로 이어집니다. 솔직히 이세계 인간들이 주인공 일행을 상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파워 인플레가 장난 아닙니다. 물론 이런 점은 이세계 전생물의 정석이긴 한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완급 조절이 되지 않아요. 미궁 공략 중에 마족과의 싸움에서 상처를 입긴 했지만 뭐 어쩌라는 듯이 부활해서 또 싸우고, 뭔 일이 있었나 하며 클리어해서는 또 유예랑 그 짓거리 해대고, 맨날 해대고, 카오리&시아도 나도 좀 안아주지?라며 떼쓰는 게 영락없는, 이거 무슨 발정 난 것도 아니고 틈만 나면 H 하려고 기를 쓰는 모습에서 저렴함+염가판 그 이상은 느끼지 못했군요.

 

후속권을 계속 구입해야 되나 엄청 망설이게 한 5권이었습니다. 물론 필자의 이상향에 반한다고 작품을 까다니 좁은 식견으로 나대지 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필자가 말주변이 없어서 뜻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본질과 초심을 잃지 말자였습니다. 초반의 색이 많이 변질된 것은 사실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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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나이=(이퀄) 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 2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이경인 옮김, M다 S타로 일러스트 / 서울문화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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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왕녀의 병을 고치기 위한 약재료인 레드 드래곤의 간도 무사히 획득하였고, 약 재조에도 성공한 '다나카만' 일약 스타...가 되진 못하고 퀘스트 보수를 받아 겨우 집을 사수하는 데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주인공이 잘 되는 꼴을 못 봅니다. 은근히 높은 계급의 귀족과 친구 먹어서 인생 탄탄대로를 달리나 했지만 세상은 그거는 그거, 이거는 이거라는 것처럼 처음 이세계로 넘어왔을 때보단 양호하지만 고달픈 삶을 살게 됩니다.

 

집을 사수한 기쁨도 잠시 지하실에서 발견된 전(前) 집주인 로리 엘프 '에디타 선생님'의 부활로 집을 빼앗겨버린 다나카는 학교 기숙사로 거처를 옮기는데요. 거기서 '소피아'라는 이전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시종과의 만남을 가지며 핑크빛 인생을 설계하지만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만 마시는 세월을 보내던 중 세상은 영웅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것처럼 이웃 나라와의 전란에 휩싸여 자신을 좋아라하는 여성과 헤어져 다나카는 사선을 넘나들면서 본격 다크 서스펙트를 찍기 시작합니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시련: 서큐버스 하프라고 밝혀진 에스텔의 전격적인 결혼 프러포즈라는 핵폭탄이 투하됩니다. 처음 만났을 때 현실의 방구석 폐인 보듯 하던 여고생 포지션에서 레드 드래곤의 간 획득 퀘스트에 동참했다가 그만 발가벗은 다나카의 거시기를 본 이후 그에게 홀딱 빠져버렸습니다. 다나카가 그랬는지 에스텔이 그랬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에스텔의 남친 알렌의 그것을 비유하는 장면에서 다나카의 위대함이 묻어났으니 서큐버스 입장에서는 버스를 갈아타지 않고 못 배겼지 않나 싶은, 사실 에스텔이 다나카로 갈아타게 된 주된 이유는 에이션트 드래곤에게 죽을뻔했던 자신을 구해준 것에 감동받은 것이 더 컸던 것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 에이션트 드래곤의 공격으로 옷이 홀랑 날아가 버린 다나카의 거시기를 봤던 것이 결정타였겠죠. 뭔지 모르겠지만 한 번도 하지 않은 동점남은 위대했습니다.

 

에스텔은 1권 한정 히로인일까 했는데 역시나 1권에서 필자가 언급한 대로 2권에서 대파란이 일어나는군요. 갈 때까지 가버린 남친 알렌과 같이 다나카를 찾아와선 나랑 결혼해줘! 이럽니다. 다나카 입장에서는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수준이 아니겠죠. 에스텔+조피=알렌이 한 침대에서 실황으로 3P 하는 걸 봐버린데다(1) 남친을 대동하고 와서 이러니, 캬~ 이런 참신함(이라 쓰고 병맛)이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에스텔은 진심이라는 것인데요. 한순간의 감정이 아닌 글자 그대로 평생의 반려를 만난듯한, 좀 거식한 표현을 쓰자면 운명의 상대를 만나버린 것입니다. 여기에 귀족간 알력에 끼여 한밤중에 기습 당해 죽어가는 자신을 치료해주는 다나카에게서 더욱 이성적으로 브레이크가 해제되어 버립니다.

 

이전에도 어느 작품 리뷰에서 언급했던 거 같은데 비처녀 히로인의 포지션은 가혹한 게 이 바닥(애니, 게임, 라노벨계)의 생리인 것을 감안하면 에스텔은 굉장히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건 어쩌면 다나카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두근거림이 있다는 것이군요. 작가가 이런 느낌을 표현하는데 천재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했는데요. 성격적이나 계급적으로 전혀 이어질 거 같지 않은 커플이 이어지는 클리셰가 아닌, 상정도 하지 않았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히로인이 치고 올라와서 어느 순간 메인 히로인의 자리를 꿰차는 듯한 야릇한 기분을 아시려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통하는 마음이 있으면 막히는 벽이 있다고 했던 가요. 상정하지 않았던 히로인이 메인 히로인으로 등극하면서 야릇한 기분을 선사하며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하여 다음 장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러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결말이 나지 않는 거 아니냐는 강박증이 생기는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이지 싶었군요. 그만큼 에스텔의 기행은 신선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물론 많은 작품을 접하지 않은 필자로써 견문이 좁은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만큼 이후 에스텔이 보여준 행동은 기행을 넘어서서 비처녀 히로인이면 어떻고 남친과 실황중계를 내보낸 히로인이면 어떠냐는 식의 정상적인 루트를 타면서 또 한번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로블레스를 솔선수범하고 다나카를 비호하는 것에서 그녀의 일편단심이 얼마나 크고 진심인지 알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견우와 직녀를 찍기로 마음먹었는지 느닷없이 전란에 몸을 던지는 다나카, 우리의 사축+귀축이 그만 징병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이건 귀찮은 여친을 피해 군에 입대하는 뉘앙스는 우리나라 남자와 여자만 느끼는 것이겠죠. 여튼 애틋함은 배가 됩니다. 그는 땡전 한 푼 없이 떨어진 이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길드에 등록한 게 패인이 되어 옆 나라와 전쟁이 터지자 모험가를 죄다 소집했고 다나카도 끌려갔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전장, 살기 위해 힐을 난사하며 동분서주하고 친구도 만들고 쭉쭉 빵빵 다크엘프와도 친구 먹습니다. 그쯤 에스텔은 미래의 남편이 전장에서 구르고 있다는 걸 모른 채 자신의 영지에서 일어난 전쟁을 해결 해나가면서 그녀의 출연은 뜸해집니다. 그리고 조금식 드러나는 이번 전쟁의 내막은 둘의 관계를 더욱 애달프게 만들어 갑니다. 정말 작가의 필력이 굉장히 뛰어나더군요.

 

맺으며, 새로운 히로인이 나옵니다.

 

 

왼쪽이 다나카 집 지하실에 가사 상태로 있었던 로리 엘프 에디타 선생님, 조만간 다나카의 하렘에 합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이 에이션트 드래곤, 레드 드래곤의 간을 꺼내는 장소에 나타나 다짜고짜 다나카에게 시비를 털었다가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진 후, 분에 못 이겨 다시 다나카를 치기 위해 찾아왔지만... 본 모습으로는 만나 주지 않는다는 마도귀족의 말에 따라 로리 드래곤으로 변신, 그러고 보면 주인공 다나카가 만나는 히로인격의 여자들은 어딘가 하나같이 결여된 모습니다. 필자가 말할 것도 없이 그녀들의 공통점을 쉽게 찾을 수 있겠죠. 드래곤이 히로인 대열에 끼는 작품은 수없이 많지만 이 작품은 정도의 길을 가지 않으니 또 어떤 플레이가 기다릴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여튼 에스텔에 대한 이야기로 리뷰를 끝내 버리게 되는군요. 그만큼 그녀가 가진 비중과 분위기가 큽니다. 사람들 많을 때 겉으로는 도도한 고양이 같지만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뒤로는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고, 다나카 앞에서는 음담패설을 늘어놓고 지금 당장 침대로 직행할 수 있다고 대놓고 말하는 기행등 파격적이 아닐 수 없어요. 아무리 35세 동정 추남이라도 두 번이나 자신을 구해준데다 가문까지 지켜줬으니 호감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겠죠. 물론 이런 히로인은 지천에 널렸긴 한데 분위기가 묘하게 다릅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묘하게 싸구려 같지 않다고 할까요. 다나카는 이런 에스텔을 보며 로리 비치이자 언젠가 알렌에게 돌아갈 거라며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요. 이런 게 참 이 작품의 묘미가 아닐까 했군요.

 

마지막으로 사실 이 작품은 정상적으로 읽으면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늘 다나카는 여자를 바라보며 직설적인 음담패설과 상황적으로는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을 성희롱 같은 생각을 마구 하거든요. 이거 인간적으로 실격 아닌가? 이러니까 여친이 없지, 이러니까 방구석 폐인은, 같은 부정적인 말로 도배해도 모자를 주인공이 바로 다나카입니다. 하지만 그는 결단코 그런 걸 입 밖으로 표현하지 않으며 여자를 존중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건전하지 않는 것이든 뭐든 생각만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아슬하게 그의 이런 생각은 용서가 되는 부분이 아닐까 했군요.



 

  1. 1, 정확히는 봤다기보다 문 넘어로 다 들어 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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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10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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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나라에서 개를 키우는 이유가 난로를 겸하기 위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화에서도 종종 표현되기도 하는데 외풍이 심한 집 안에서는 물론이고 부득이 노숙을 하게 되었을 때 개를 끌어안고 자면 이보다 좋은 보온재는 없다고 하더군요. 개가 사람보다 체온이 조금 더 놓은 것도 있고 털의 보온성도 뛰어나다고,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이 작품의 히로인 '호로'가 딱 그짝이기 때문인데요. 호로의 고향을 찾아 북쪽으로 가는 데다 계절마저 겨울이다 보니 작중 별다른 난방 기능이 없는 시대에 개만큼 난방이 뛰어난 것도 없죠.

 

그런데 차마 호로 자체를 끌어안고 자는 건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본 모습인 거대 늑대로 변신했다간 깔려 죽을 테니 부득이 호로의 꼬리로 타협해서 잘 때마다 호로의 꼬리를 끌어안고 자는 로렌스나 콜을 보고 있자니 여간 웃긴 게 아닙니다. 호로에게 있어서 꼬리란 트레이드 마크이자 자존심이라서 기분이 안 좋을 때 꼬리 칭찬을 해주면 단박에 풀릴 정도로 소중히 여기고 있는데, 그런 소중한 꼬리를 여행의 동반자를 위해, 그것도 꼬리 빌려 주려면 옆으로 자야 되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고 빌려주는 호로에게 있어서 로렌스와 콜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죠.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려는 배은망덕한 사람들 때문에 죽을 뻔도 하고, 보기 좋게 사기도 당하고, 위험한 거래에 뛰어들었다가 노예로 팔려갈 뻔도 했고, 죽도록 두들겨 맞기도 하는 등 호로를 만나고 나서 되는 일이 없는 로렌스에게 있어서 그녀는 그에게 어떤 존재일까. 입만 열었다 하면 먹는 걸 찾고, 술 고래에 뭔 말을 하면 어린애 취급이고 속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어서(그전에 로렌스 얼굴에 다 쓰여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그걸 캐치하고 사정없이 정강이를 까는 호로가 얄미워 죽을 지경인데도 곁에 있고 싶은 건 그만큼 로렌스는 사람의 온기에 굶주려 있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호로를 만나기 전엔 보이는 거라곤 말(馬) 엉덩짝이고 저 말(馬)이 사람 말을 해서 내 상대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던 수천의 밤을 외로움에 지샜던 그에게 있어서 호로는 신선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걸어 다니는 지갑 브레이커라도 그녀가 언제까지고 곁에 있어 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녀가 신경 쓰는 것을 해결해주려고 기를 쓰는 게 아닐까. 일시적이지만 본업인 행상인을 접으면서까지 윈필국(國)에 들어온 이유는 그러한 측면에 기인했지 않았나 하는, 그녀의 동료로 보이는 거대 늑대 뼈를 찾아 수도원에 찾아온 이들을 맞이하는 건 겨울의 눈보라였는데요. 여기서도 개과의 호로는 여지없이 본능에 충실하여 들뜬 채로 뛰어다니는 게 영락없는 감성이 폭발하는 10대 소녀였습니다.

 

그녀가 로렌스와 콜을 끼고 바다를 건너서까지 윈필이라는 나라에 온 이유는 죽어서까지 인간에게 농락 당하는 동료의 뼈를 찾아 어떻게 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 단서를 찾아 윈필의 수도원까지 왔지만 역시나 가는 곳마다 명탐정 코난처럼 끊임없이 사건을 몰고 다니는 로렌스 덕분에 급기야 성추행까지 당하는 등 히로인 포지션으로써 말이 아니게 되는데요. 거기다 수도원에서 만난 이교의 신중 하나인 황금의 양이 변신한 양치기에게 어린애 취급 당하면서도 반격을 해주지 못해 울화통 터지고 그러다 그 양치기에게서 고향에 관련된 여러 가지를 접하면서 한층 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북받쳐 목놓아 울어 버리는 등 현랑과 소녀의 경계를 넘나들며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사실 이번 에피소드 역시 복잡한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호로처럼 고향을 지키지 못하고 쫓겨났던 황금의 양이 전해주는 제2의 고향 이야기는 호로의 마음을 헤집어 놓습니다. 자신은 떠나 온 처음의 고향을 잊지 못해 우울한데 다들 잊고 새로운 고향을 만들라고 하니 호로의 우울증은 더 커져만 갑니다. 새로운 고향을 만들고 싶어도 동료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세상에 나 혼자 남은 듯한 기분, 그래서 동료일지 모를 거대 늑대의 뼈에 그렇게 목매는지도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그 외로움을 달래려는 듯 콜을 옆에 끼고 끔찍이 귀여워해주는 모습에서 장차 아이를 낳으면 좋은 엄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복선을 설핏 비치기도 했군요.

 

10년 된 부부처럼, 사랑보단 정(情)으로 살아가는 이들, 호로와 로렌스를 바라보고 있으면 딱 그렇습니다. 언제고 이별이 찾아올 시기가 있다는 걸 분명히 인지하고 있으면서 지금의 시간을 소중히, 찾아올 이별의 시간을 애써 외면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서로에게 스스럼없이 대하며 허물없이 지내는 모습은 따뜻하다기보다 애처롭게 다가옵니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호로를 보살펴 준다거나 한 이불을 쓰는 사이라도 일선을 넘지 않는(그보다 콜이 옆에 있어서리..), 그럼에도 서로가 쌀쌀맞고 빈정 상하는 말을 해도 나쁘게 듣는다기보다 이런 사이니까라며 자기 합리화하는 등 수면 아래엔 헤엄을 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을 휘젓는 나날...

 

맺으며, 어차피 코난도 풀지 못할 사건에 휘말리거나 죽을 위기에 봉착하더라도 기승전결로 좋게 좋게 끝나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니까 본 내용은 크게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살다 보면 고향이고 없어졌다면 만들면 되는 게 고향이라는 교훈적인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군요. 하지만 호로는 그런 건 인정할 수 없다며 분노에 몸을 맡기지만 그녀도 알게 됩니다.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을요. 이게 참 타산적이면서도 현실에 순응하는 거라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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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나이=(이퀄) 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 1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이경인 옮김, M다 S타로 일러스트 / 서울문화사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뭐랄까... 이 작품을 어떻게 소개해야 직성이 풀릴지 감이 잡히지 않는군요. 일단 그 흔한 이세계 전이물입니다. 신의 실수인지 트럭에 치였는지 하튼 죽었다 깨어나 보니 신(神) 앞이었고, 다짜고짜 신이 말하길 너 님을 이세계로 전생 시켜줄테니 능력을 골라봐라! 이럽니다. 그래서 주인공 다나카 왈: 일단 미남으로..., 그러자 신(神)이 즉답하길: 그건 무리! 그래서 회복계로 고른 주인공이 이세계로 전이 했는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단 예쁘게 봐주려고 해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추남 얼굴, 두 번째로 35세 중년 아저씨, 이 두 가지가 콜라보 했을 때 불러오는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는데요.

 

보통 이세계물에서 남자 주인공이라 하면 핸섬까지는 아니더라도 평균적인 외모는 하잖아요. 아니 보통 외모를 가지고 딴죽을 거는 작품은 거의 없다고도 할 수 있죠. 아니면 카스트 제도에서 중간에 위치해 위로 초절정 미남 클래스 메이트를 바라보며 조금은 시기하거나 그의 조력을 받아 가며 자신을 어필해가고,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성의 소꿉친구나 그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곁에 다가오는 히로인 같은... 방구석 폐인이 생각할만한 요소가 반드시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금의 라노벨계에서 이 작품은 꽤나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다가오는 히로인? 그딴 거 없습니다.

 

일단은 35세 추남이 주인공이라는 것에서 얼마나 파격적인지 알 수 있죠. 거기다 동정입니다. 남자는 25살까지 동정이면 흑마법사가 되고 35세까지 동정이면 백마법사가 된다고 하였던가요? 이 무슨 40살까지 해보지 못한 남자.. 어쩌고 타이틀의 영화도 아니고요. 여튼 그래서 우리의 주인공 다나카는 백마법사가 되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게임을 하면서 받은 포인트를 회복계 즉 지식(INT)에 올인하여 MP와 마력만 무식하게 올려서 그 외엔 젬병이라 평타만 맞아도 바로 뻗어버리는 캐릭터처럼 오로지 회복계 생각만으로 그 외의 스탯은 받지 않아 평타만 맞아도 죽어 버리는 신세라는 것입니다.

 

원래 다나카의 꿍꿍이는 치열한 전투에서 후열을 맡아 동료를 치료한다는 숭고한 정신으로 남을 돕는다는 게 아닌 전이 전에는 해보지 못했던 이런저런 거 하면서 성병에 걸리면 고치기 위함이라는 것에서 또 한 번 파격적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죠.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어요. 일단은 이세계 전이물이고 정석대로 계급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이세계에서 일본식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며 파란을 불러오는 일 역시 다나카도 하고 있습니다. 가령 평민이라면 화형에도 처해질 귀족과 반말 튼다던지 같은... 그런 상황을 정석대로 거치면서 다나카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우선은 1권 메인 히로인인 에스텔과 조피가 비처녀라고 커밍아웃을 한다는 겁니다. 거기다 대놓고 에스텔과 조피는 남친(엘렌인지 알렌인지)과 3P를 여과 없이 내보내기도 하고요. 이걸 또 다나카는 실황중계로 보게 됩니다. 이건 일명 동정 죽이기죠. 이 작품이 정발 되면서 19금이 되지 않은 게 용하다고 할까요. 일러스트에 모자이크 하나 처리했을 뿐인데 전연령가라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입니다. 그런 이들을 바라보며 다나카는 이들을 팀 난교로 명명하며 이후 같은 파티가 되어 드래곤 퇴치를 하는 등 다사다난한 일들을 보내게 됩니다.

 

이 과정이 참 눈물 없이 못 봐요. 동정 앞에서 3P라니 뭐하는 짓거리인지, 작 후반엔 더 기가막힌 일이 벌어집니다. 예의도 없이 한창 그 짓거리하고 있는데 방문을 부수고 들어가서는 그냥, 그러고 보면 인간관계도 아주 파격적입니다. 초반 감옥 동료인 메르세데스라 불리었던 여기사는 알고보니 진성 레즈였고, 에스텔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 고양이가 되어 고고하고 츤데레에다 뒤로는 난교도 서슴치 않는 대체 어떻게 자라면 이런 애로 자랄 수 있을까하는 필자가 이때까지 읽은 수많은 도서중 이렇게 파격적인 히로인은 없었군요. 이건 비꼬는게 아닙니다. 너무 신선해서 읽는 내내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변태 마도 귀족과 조우해 원래대로라면 불경죄로 사지 절단형으로도 모자를 상황에서도 으싸 으싸하며 의기투합해서 다 죽어가는 왕녀를 치료하기 위한 약을 만들기 위해 드래곤 퇴치까지, 정신 차리고 보니 35세 동정 추남이 어느새 구국의 영웅으로 성장 하였더라. 같은 동화적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근데 문제는 그 과정이 아름답지가 않다는 것이죠. 세상에 살다가 이렇게 파격적인 작품은 또 없으리라 봅니다. 35세 동정 추남에 비처녀 히로인들 이것만 놓고 봐도 버거운데 거기다 본능에 충실해서 아랫도리 관련 언급에는 여과나 브레이크가 없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다나카는 그런 것을 바라만 보며 입맛만 다시고 있는 게 여간 불쌍한 게 아니고요.

 

보통 이런 성적인 부분은 터부시 되는 게 있습니다. 아무리 부비부비 해도 정상적인 루트가 아닌 변칙적으로 처음부터 성관련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건 보통 심장으로는 힘들거든요. 그야 성모 마리아 같은 깨끗한 히로인 관련으로 먹고사는 라노벨계에서 이런류의 작품은 이단이나 마찬가지죠. 잘못하면 불쏘시개가 되거나 최악으로는 전철 플랫폼에서 뛰어내려야 될 상황에 몰릴 정도로 이쪽 세계는 엄격하기 그지없거든요. 물론 이런 상황은 거의 없긴 합니다만, 그만큼 파격적이라는 거죠.

 

여튼 사람은 첫 경험이 어땠느냐에 따라 인식이 달라진다고 하죠. 다나카는 안 그래도 히키코모리 성질이었는데 그만 팀 난교의 영향으로 처녀 신봉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필자가 이 부분을 듣고 이 작품을 멀리하였건만 알고 보니 그렇지 않았던, 여튼 돈 벌면 홍등가 찾아가서 원 없이 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소심함을 엿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의 내면엔 어느새인가 팀 난교와 파티를 맺어 금발 로리타(에스텔)와 부대끼며 그녀에 대해 조금식 연민 느껴가는 자신을 보게 되는데요. 그녀와의 첫인상은 그녀가 내뱉은 기모(밥맛, 이건 약간 각색)였지만 지내보니 정든다고 종국엔 아무리 추남이라도 성격이 착하면 쥐구멍에서 볕들 날이 있다고 약간이나마 플래그를 세우기도 했지만 글쎄요.

 

다나카는 그녀에게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해도 자신이 중년 추남이라는 것과 임자가 있는 몸이라는 것에서 더 이상 한 발짝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금은 짠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애써 그녀는 비처녀라며 자위하고는 있지만 은연중에 그녀를 사모하는 듯한 모습을 간간이 보여 주어서 마음을 아프게 했군요. 근데 나이차가 20살에서 이미 아웃이지 않나 싶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이 작품이 워낙 파격(이라 적고 병맛)이다보니 심각한 것도 없고 진지한 것도 없습니다. 오로지 '파격적'이라는 단어에 목숨을 걸고 모든 걸 쏟아부었더군요. 이걸 뭐라 표현해야 될지 필자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읽어보면 알아요.

 

맺으며, 일단 멋있습니다. 이게 그냥 멋있는 게 아니고 똥폼 잡는 게 멋있습니다. 허세 작렬입니다.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한 손으로 파이어볼을 생성해서 몬스터를 쓰러 트리는 똥폼과 허세, 그리고 작중 내내 다나카는 비굴할 정도로 저자세로 나아가며 상대방 기분을 살피는 모습은 밥맛이라기보다 현실에서 살아가기 위한 타산적인 부분과 일맥상통하여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식당에서 밥 먹다가 불량배에게 뒤통수를 맞아도 그럴 수 있지 하며 쿨이라 쓰고 비굴한 삶을 살아가는, 그럼에도 잃으면 손해라며 남을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좋게 비쳐 중년 동정 추남이라도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고문 같은 것도 있는 것이 묘한 매력을 던집니다. 그래서 다나카를 바라보는 에스텔의 눈빛이 달라질 때는 무서웠습니다. 거기다 그녀의 스테이터스 창을 보니 서큐버스 하프? 2권에서 어떤 파란을 불러올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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