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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나이=(이퀄) 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 2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이경인 옮김, M다 S타로 일러스트 / 서울문화사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왕녀의 병을 고치기 위한 약재료인 레드 드래곤의 간도 무사히 획득하였고, 약 재조에도 성공한 '다나카만' 일약 스타...가 되진 못하고 퀘스트 보수를 받아 겨우 집을 사수하는 데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주인공이 잘 되는 꼴을 못 봅니다. 은근히 높은 계급의 귀족과 친구 먹어서 인생 탄탄대로를 달리나 했지만 세상은 그거는 그거, 이거는 이거라는 것처럼 처음 이세계로 넘어왔을 때보단 양호하지만 고달픈 삶을 살게 됩니다.
집을 사수한 기쁨도 잠시 지하실에서 발견된 전(前) 집주인 로리 엘프 '에디타 선생님'의 부활로 집을 빼앗겨버린 다나카는 학교 기숙사로 거처를 옮기는데요. 거기서 '소피아'라는 이전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시종과의 만남을 가지며 핑크빛 인생을 설계하지만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만 마시는 세월을 보내던 중 세상은 영웅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것처럼 이웃 나라와의 전란에 휩싸여 자신을 좋아라하는 여성과 헤어져 다나카는 사선을 넘나들면서 본격 다크 서스펙트를 찍기 시작합니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시련: 서큐버스 하프라고 밝혀진 에스텔의 전격적인 결혼 프러포즈라는 핵폭탄이 투하됩니다. 처음 만났을 때 현실의 방구석 폐인 보듯 하던 여고생 포지션에서 레드 드래곤의 간 획득 퀘스트에 동참했다가 그만 발가벗은 다나카의 거시기를 본 이후 그에게 홀딱 빠져버렸습니다. 다나카가 그랬는지 에스텔이 그랬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에스텔의 남친 알렌의 그것을 비유하는 장면에서 다나카의 위대함이 묻어났으니 서큐버스 입장에서는 버스를 갈아타지 않고 못 배겼지 않나 싶은, 사실 에스텔이 다나카로 갈아타게 된 주된 이유는 에이션트 드래곤에게 죽을뻔했던 자신을 구해준 것에 감동받은 것이 더 컸던 것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 에이션트 드래곤의 공격으로 옷이 홀랑 날아가 버린 다나카의 거시기를 봤던 것이 결정타였겠죠. 뭔지 모르겠지만 한 번도 하지 않은 동점남은 위대했습니다.
에스텔은 1권 한정 히로인일까 했는데 역시나 1권에서 필자가 언급한 대로 2권에서 대파란이 일어나는군요. 갈 때까지 가버린 남친 알렌과 같이 다나카를 찾아와선 나랑 결혼해줘! 이럽니다. 다나카 입장에서는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수준이 아니겠죠. 에스텔+조피=알렌이 한 침대에서 실황으로 3P 하는 걸 봐버린데다() 남친을 대동하고 와서 이러니, 캬~ 이런 참신함(이라 쓰고 병맛)이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에스텔은 진심이라는 것인데요. 한순간의 감정이 아닌 글자 그대로 평생의 반려를 만난듯한, 좀 거식한 표현을 쓰자면 운명의 상대를 만나버린 것입니다. 여기에 귀족간 알력에 끼여 한밤중에 기습 당해 죽어가는 자신을 치료해주는 다나카에게서 더욱 이성적으로 브레이크가 해제되어 버립니다.
이전에도 어느 작품 리뷰에서 언급했던 거 같은데 비처녀 히로인의 포지션은 가혹한 게 이 바닥(애니, 게임, 라노벨계)의 생리인 것을 감안하면 에스텔은 굉장히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건 어쩌면 다나카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두근거림이 있다는 것이군요. 작가가 이런 느낌을 표현하는데 천재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했는데요. 성격적이나 계급적으로 전혀 이어질 거 같지 않은 커플이 이어지는 클리셰가 아닌, 상정도 하지 않았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히로인이 치고 올라와서 어느 순간 메인 히로인의 자리를 꿰차는 듯한 야릇한 기분을 아시려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통하는 마음이 있으면 막히는 벽이 있다고 했던 가요. 상정하지 않았던 히로인이 메인 히로인으로 등극하면서 야릇한 기분을 선사하며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하여 다음 장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러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결말이 나지 않는 거 아니냐는 강박증이 생기는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이지 싶었군요. 그만큼 에스텔의 기행은 신선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물론 많은 작품을 접하지 않은 필자로써 견문이 좁은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만큼 이후 에스텔이 보여준 행동은 기행을 넘어서서 비처녀 히로인이면 어떻고 남친과 실황중계를 내보낸 히로인이면 어떠냐는 식의 정상적인 루트를 타면서 또 한번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로블레스를 솔선수범하고 다나카를 비호하는 것에서 그녀의 일편단심이 얼마나 크고 진심인지 알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견우와 직녀를 찍기로 마음먹었는지 느닷없이 전란에 몸을 던지는 다나카, 우리의 사축+귀축이 그만 징병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이건 귀찮은 여친을 피해 군에 입대하는 뉘앙스는 우리나라 남자와 여자만 느끼는 것이겠죠. 여튼 애틋함은 배가 됩니다. 그는 땡전 한 푼 없이 떨어진 이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길드에 등록한 게 패인이 되어 옆 나라와 전쟁이 터지자 모험가를 죄다 소집했고 다나카도 끌려갔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전장, 살기 위해 힐을 난사하며 동분서주하고 친구도 만들고 쭉쭉 빵빵 다크엘프와도 친구 먹습니다. 그쯤 에스텔은 미래의 남편이 전장에서 구르고 있다는 걸 모른 채 자신의 영지에서 일어난 전쟁을 해결 해나가면서 그녀의 출연은 뜸해집니다. 그리고 조금식 드러나는 이번 전쟁의 내막은 둘의 관계를 더욱 애달프게 만들어 갑니다. 정말 작가의 필력이 굉장히 뛰어나더군요.
맺으며, 새로운 히로인이 나옵니다.

왼쪽이 다나카 집 지하실에 가사 상태로 있었던 로리 엘프 에디타 선생님, 조만간 다나카의 하렘에 합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이 에이션트 드래곤, 레드 드래곤의 간을 꺼내는 장소에 나타나 다짜고짜 다나카에게 시비를 털었다가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진 후, 분에 못 이겨 다시 다나카를 치기 위해 찾아왔지만... 본 모습으로는 만나 주지 않는다는 마도귀족의 말에 따라 로리 드래곤으로 변신, 그러고 보면 주인공 다나카가 만나는 히로인격의 여자들은 어딘가 하나같이 결여된 모습니다. 필자가 말할 것도 없이 그녀들의 공통점을 쉽게 찾을 수 있겠죠. 드래곤이 히로인 대열에 끼는 작품은 수없이 많지만 이 작품은 정도의 길을 가지 않으니 또 어떤 플레이가 기다릴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여튼 에스텔에 대한 이야기로 리뷰를 끝내 버리게 되는군요. 그만큼 그녀가 가진 비중과 분위기가 큽니다. 사람들 많을 때 겉으로는 도도한 고양이 같지만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뒤로는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고, 다나카 앞에서는 음담패설을 늘어놓고 지금 당장 침대로 직행할 수 있다고 대놓고 말하는 기행등 파격적이 아닐 수 없어요. 아무리 35세 동정 추남이라도 두 번이나 자신을 구해준데다 가문까지 지켜줬으니 호감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겠죠. 물론 이런 히로인은 지천에 널렸긴 한데 분위기가 묘하게 다릅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묘하게 싸구려 같지 않다고 할까요. 다나카는 이런 에스텔을 보며 로리 비치이자 언젠가 알렌에게 돌아갈 거라며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요. 이런 게 참 이 작품의 묘미가 아닐까 했군요.
마지막으로 사실 이 작품은 정상적으로 읽으면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늘 다나카는 여자를 바라보며 직설적인 음담패설과 상황적으로는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을 성희롱 같은 생각을 마구 하거든요. 이거 인간적으로 실격 아닌가? 이러니까 여친이 없지, 이러니까 방구석 폐인은, 같은 부정적인 말로 도배해도 모자를 주인공이 바로 다나카입니다. 하지만 그는 결단코 그런 걸 입 밖으로 표현하지 않으며 여자를 존중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건전하지 않는 것이든 뭐든 생각만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아슬하게 그의 이런 생각은 용서가 되는 부분이 아닐까 했군요.
- 1, 정확히는 봤다기보다 문 넘어로 다 들어 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