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션빨로 연명합니다! 1 - S Novel+
FUNA 지음, 스키마 그림, 김용기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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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세계에 전생이나 전이되고 나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독자들의 눈 요깃거리를 선사하는 화려한 마법이나 드래곤을 일도 양단하는 훌륭한 검술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요구되는 건 배짱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의 '카오루'는 그에 충족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녀는 22살 OL로써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인생을 맛보지도 못한 채 파열이라는 끔찍한 일을 당하고 죽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여신이 사는 공간에 소환된 그녀는 여신의 실수를 빌미로 삼아 자기 입맛대로 능력치를 골라 이세계로 전생합니다.

 

능력치라고 해도 그녀가 고른 건 포션 만드는 능력과 언어 구사 밖에 없어요. 왜 그랬을까, 그야 당연하잖아요. 눈에 띄는 짓거리해봐야 찍혀서 귀족들이나 왕족들의 손발이 되어 개고생할 뿐이니까요. 아무리 일기당천이라도 그 이상의 전력으로 밀고 온다면 당할 재간이 없는 겁니다. 시중에 떠돌고 있는 능력물은 사실 독자의 입맛에 맞춘 결과이지 실상은, 역사적으로 봐도 답이 나오잖아요. 예로 이순신만 해도 그의 능력을 시기한 조종의 농간으로 한때 고초를 겪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카오루는 포션을 만들며 도시 한 귀퉁이에서 자그마한 가게를 차리고 현세에서 못다 한 가족을 만들고 오손도손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부모님에겐 꿈에 나타나 이세계에 우리 가계의 핏줄을 마구 흩뿌리겠다고 한 부분은 웃프기까지 했군요. 여자의 몸으로 눈에 띄어봐야 좋을게 없다는 걸 그녀는 진작에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왕을 무찔러 사람을 구하고 공주와 맺어지고 사람들에게 추앙을 받는다. 그거 다 허구입니다. 백보 양보해서 그렇게 된다고 칩시다. 그 이후엔? 힘을 가진 용사는 새로운 마왕이 될 뿐이죠.

 

그런데 우리의 여신 세레스티느(이름 맞나)님은 상당히 어방한 구석이 있습니다. 원래는 그녀(여신)가 담당할 관할이 아님에도 카오루 담당 남신을 사모하고 있었던 그녀(여신)는 그녀(카오루)의 요구를 들어 놓고도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러 버립니다. 아니 뭐 카오루가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다는 실수를 범하긴 했지만요. 카오루가 물었던 마법은 있는데 그 마법이 아닌, 마법이 있으니까 당연 회복술도 있을 줄 알았던 카오루는 자신의 능력, 포션 제조가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지 지금은 몰랐겠죠.

 

결국 그녀의 포션 제조 능력도 화려한 스킬에 버금가는 꼴이 되어 버립니다. 회복술이 없는 세상에서 회복 포션의 가치,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마법적인 스킬에서 몸으로 제조하는 포션으로 바뀐 것뿐, 지금까지의 이세계 먼치킨과 다를 바 없게 됩니다. 사실 요기까지면 식상해서 책을 덮어버리겠지만 작가는 카오루의 영약함 부각 시켜서 이런 식상함에서 벗어난다는 것이군요. 이게 이 작품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그녀는 이세계 전생하고 나서 부모도 없고 빽도 없는 평민으로 살고 있으니 귀족에게는 황금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죠.

 

그래서 냉큼 데려가 피와 땀을... 아니 단물을 쪽쪽 빨아먹을까 했던 하급 귀족을 보기 좋게 격침 시켜 버리는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줍니다. 함정을 파서 빠트린 뒤 자기들끼리 자중지란으로 빠트리는 영악함, 내가 살아남는 법, 그것은 남을 짓밟고 올라서서 아무렇지 않게 음해하는 것, 내가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그야 15살 여자아이니까요. 기어이 왕궁에서까지 그녀에게 손길이 미치고, 그녀는 보란 듯이 음해를 통해 위기를 빠져나가는 과정은 악마가 나타났다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할 지경입니다.

 

물론 진짜 악마 짓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라는 인간을 보는 것이 아닌 그저 그녀의 능력만을 요구하는 상대만 그렇게 대합니다. 어찌할 수 없는 부조리를 당해 신음하는 사람을 보면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합니다. 혹은 자신에게 친절히 대해줬던 사람이라던지, 그녀는 처세술이 뛰어나다고도 할 수 있죠. 자신을 이용하려는 인간을 힘들이지 않고 언변으로 배척하고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이나 부조리를 당한 사람들을 만나면 발 벗고 도와주는, 그러다 보니 점점 그녀의 소문은 날로 커져만 갑니다.

 

애초에 소문나지 않고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여신의 어벙함(마법 관련) 때문에 오히려 부각되어 버립니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높은 귀족들이나 판타지에서 빠지지 않는 신을 모신다는 신전의 노림 등을 염려해 먼저 뒤통수를 치기도 하는 모습은 기존의 이세계 전생물의 틀을 비트는 게 아닐까 했군요. 영악함이 상당히 부각되어 있어요. 보통은 귀족의 보호를 받으며 안락한 미래를 약속받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건 개고생이나 다름없다고도 설파하는 등 자칫 판타지계의 이단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왜, 귀족에게 보살핌 받는데 개고생이냐고요? 그야 자기 편한 대로 살 수 없으니까요. 자식을 낳아봐야 유모에게 빼앗겨 거의 얼굴을 못 보고, 싫어하는 귀족과 대화, 남편은 씨를 늘려야 된다면서 당당히 바람피우지, 바람난 상대와 그 아이들과의 동거, 미치지 않고서야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다는 카오루는 참 현실적이다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왕궁 연회장에서 당당히 말하니 이보다 더 기개가 있을까 싶기도 했군요. 그리고 냉큼 도주, 그리고 다음 도시에서는 이왕 이렇게 된 거 거하게 판을 키워 버리는 대범함까지..

 

맺으며, 자신을 구속하려던 귀족의 집에서 도둑질도 서슴지 않는 게 애가 참 태연스럽습니다. 다음 도시에서 그걸 팔아서 밑천으로 쓴다던지 간도 크고요. 길 가다 자신은 여신이다라고 태연히 거짓말도 하고, 그녀의 미모(?)에 반해 벌레가 꼬이기도 하고, 웨이트리스 일이나 가정부 일등 참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신데렐라가 될 수 있었음에도 자유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다던지 네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냐 같은 상황도 참 많이 벌어져요. 그 와중에 선행도 많이 하면서 추종자를 불리기도 하고, 그러다 소문이 퍼지면서 국가적으로 판이 커지는 게 나비 날갯짓이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그녀의 인생은 확전일로를 걷습니다. 이거 2권이 기대되긴 오랜만이군요.

 

그런데 번역에 좀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문법상 어색한 건 거의 없었는데 일본 발음을 그대로 번역한 게 몇개 보이더군요. 물론 원서를 보진 않았지만 그런 느낌이 들게 했던 '네, 네에...'라고 해야 될 부분을 하, 하아...라고 한다던지... 의문점이 들 때 으레 하는 '얼레'는 '어라'라든지 '어머'로 했더라면 좀 친근감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오타도 틈틈이 보였지만 S노벨이니까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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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과 소환 소녀의 노예 마술 2 - NT Novel
무라사키 유키야 지음, 츠루사키 타카히로 그림, 이은주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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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인족 렘이 끌어안고 있던 불행을 마주하고 해결해주겠다 했던 디아블로, 그녀의 문제를 일단락한 건 좋은데 이번엔 엘프 거녀 '셰라'에게 본국 소환령이 떨어집니다. 거절하면 인간족하고 전쟁 불사라네요. 그녀는 왕녀로써 짊어질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자아를 찾아 가출, 주인공 디아블로를 소환해 앞날 좀 편하게 살까 했는데요. 하지만 왜 하필 그 자리에 렘과 같이 있어 가지곤 디아블로 소환주로써 소유권을 다투다 되려 디아블로의 장비 때문에 소환 마법이 반사되어 노예가 되어버리는 비운을 맞아야 했죠. 정확히는 노예가 아니라 예속(예종)이지만요. 그러니까 디아블로가 주인이 되고 렘과 셰라는 노예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둘은 노예가 되고 나서도 서로가 디아블로를 두고 내가 주인 입네 하며 티격태격하더니 어느새 정이 들어 버리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여튼 간에 못 말려, 싸우다 보면 정이 든다고 하나요. 본격적인 몸으로 싸우는 건 없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게 여자애들 말싸움이라고 하잖아요. 도도한 고양이처럼 가시 섞인 말을 뱉어내는 렘과 가슴이 크면 머리가 안 좋다는 선입견을 그대로 실천 중인 셰라, 하지만 부모를 죽인 원수지간도 아니고 마족과의 싸움에서 자신들을 지켜주고 말은 험하게 해도 행동은 다정한 디아블로라는 존재가 가져다준 안락함이 어느새 둘의 성격을 온순하게 만들어 버리는군요. 재미없어...

 

그리고 1권에서 예고되었던 셰라의 본국 소환이 그녀의 오빠의 등장으로 가시화됩니다. 그런데 이런 전개 어디선가 많이 봤는데 말이죠. 옛날에 자주 써먹었던 소재 중에 이런 게 있었는데요. 남녀가 만나 서로 사랑하고 같이 살 것처럼 흘러가더니 느닷없이 남녀 둘 중 하나의 집안이 왕족이니 귀족이니 같은 전개가 펼쳐집니다. 그러곤 해당 집안의 사람이 나와서 너 하곤 어울리지 않는 분이시다.라며 한쪽을 끌고 가는 패턴, 그리고 남은 쪽은 반려를 되찾기 위해 싸운다. 그 결과 해피엔딩.. 퉷, 여기선 셰라가 왕녀라고 진즉에 들통이 났지만요. 어쨌건 오빠가 직접 나서서 그녀를 대려 가려고 하는데요. 그녀의 오빠는 속세에 직접 출정하여 그녀를 데려가 무엇을 하려는 걸까, 안 내놓으면 전쟁이다?

 

주인공 디아블로는 잘 살고 있는 자신을 이세계로 불러들인 셰라와 렘을 탓하지 않는 신사 같은 인간입니다. 원망 정도는 해줄 만하겠건만, 그런 성격이 아니기에 렘과 셰라가 빠지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죠. 살다 보면 정이 드는 겁니다. 하지만 그동안 정이 들었지만 내 소유물이 아니니 셰라가 본국으로 돌아가겠다면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 당연히 돌아가기 싫다고 하는 셰라, 그런데 오빠를 만나고 나서 어딘가 이상해집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갑자기 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그녀, 그동안 같이 지냈던 관계는 결국 이 정도로 얕았나 싶을 정도로 디아블로는 순순히 그녀를 놓아 주는데요.

 

결국 이런 겁니다. 다녀왔어요. 어서 와! 오빠가 셰라를 끌고 갈려고 했던 진짜 이유는 변태시키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중세 시대 귀족들 사이엔 으레 있어온 관습이긴 한데 이런 말을 듣고도 셰라의 의지를 존중한다며 늪으로 빠져드는 그녀를 내버려 두는 디아블로는 쓰,레,기, 그리고 절체절명의 순간 백마 탄 기사가 되어 내 손을 잡아! 하는 디아블로는 밥상 끄트머리에 붙은 밥풀, 그리고 앵겨드는 두 여자의 우정에 만만세! 뭔 말하는지 필자도 모르겠습니다. 방구석 폐인 놈(주인공)이 안 하는 짓 좀 하려다 머리에 쥐 좀 났지 않을까 싶군요. 사실 셰라를 내놓지 않으면 인간 족하고 엘프 간 전쟁이 났을 수도 있어서 주인공 입장에서는 이도 저도 못했긴 합니다. 근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녀가 가출한 것도 변태 오빠에게서 벗어나기 위함아 아닐까 싶군요.

 

어쨌껀 이게 초식 인간의 한계라는 것이죠.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라도 적어도 내 품에 들어온 존재는 지킬 배짱은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같은 방에서 같은 침대에서 동침까지 하면서 말이죠. 아! 이거 스포일러려나... 뭔 짓 하는지는 직접 보시길, 여튼 오빠가 하는 짓은 누가 봐도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데도, 그녀가 조종 당한다는 의심조차 안 하는 디아블로는 쓰,레,기, 방구석 폐인은 나가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는 짓이 초식동물과 다를 바가 없어요. 그녀가 원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보내다니, 그녀라는 존재와 전쟁이라는 무게 중 누가 가벼운가, 그는 전자를 선택해버린 것입니다. 사실 이런 엔터테이먼트계 주인공으로써는 최악이죠.

 

좌우지간 알리시아(여자)라는 국가 기사가 합류해서 다가오는 엘프와의 전쟁을 준비하지만 그녀는 왜 등장시켰나 싶을 정도로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3권부터는 그녀 등장 자체가 스포일러인건 비밀,이지만 필자는 2권을 끝으로 하차하지 싶군요. 이야기 자체가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는데다 힘은 많으면서 하는 짓은 초식 인간인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입맛이 떨어져요. 좋게 말하면 우유부단이고 나쁘게 말하면 찌질이 근성이죠. 생각이 너무 많아요. 뚝심 있게 일을 밀고, 관철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셰라는 고통받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현실에서 했던 게임을 뭐 그리 주절주절 늘어놓는지 학을 뗍니다.

 

맺으며, 말뿐인 정의와 어쭙잖게 대응하는 주인공은 속된 말로 발암이라고 하죠. 겉은 마왕이라도 속은 방구석 폐인인지라 그 속성(?)을 잘 나타내고 있긴 한데 적어도 내 품에 들어온 존재라면 지키고자 하는 근성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돌려 말하면 이세계로 전이된다고 해서 먼치킨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긴 합니다. 그런데 주인공 디아블로의 행동은 소심의 극치를 보여주죠. 하지만 힘은 강한, 뭔가 부조리하지 않나요? 만인에게 사랑받는 에반게리온의 신지와 비슷한 부류랄까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고구마만 있고 사이다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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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5교시의 전쟁 (총27화/완결)
유우 / 파노라마엔터테인먼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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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이 작품은 스포일러를 접하면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에 글을 어떻게 써야 될지 난감하기 그지없군요. 이 작품은 수년 전부터 미지의 적과 전쟁을 치르는 일본, 시코쿠를 본토로 하는 아오시마의 작은 중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주된 이야기는 전쟁통에 징집되어 떠나간 어른들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중학생들이 겪는 사랑과 전쟁의 참혹함을 그리고 있습니다. 근데 사실 전쟁과 사랑이라는 테마만 놓고 보면 흔한 클리셰라고 할 수 있죠. 전쟁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도 있고, 하지만 클리셰라도 좋아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자의 아픔과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절망은 언제나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작가가 얼마나 충실히 이런 감정을 잘 표현하느냐에 따라 클리셰를 바탕으로 하는 이미테이션이라도 진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그런 점에서 작가 유우(Yu)는 매우 훌륭하게 표현한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그런 것보다 매우 가슴 아프게 했던 건 히로인 미야코의 동생들이었습니다. 이 또한 심각한 스포일러라 함부로 언급할 순 없지만 전쟁이 격화되어 가자 이젠 중학생에 이어 나이 불문 어린아이들까지 전쟁에 내몰리게 되면서 징병된 미야코의 동생들의 생사와 끝끝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막내의 모습은 며칠이 지난 지금도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물자가 바닥나고 약은 진작에 소모되어 버린 중세 시대보다 더 열악한 사정에서 어린아이들이 살아남기란 힘들었을 겁니다. 우린 힘든 일을 겪으면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희망'은 언급되지 않습니다. 예정된 절망만이 있을 뿐이죠. 전쟁터에 나간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는,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 떠나간 아이들, 그럼에도 주저앉기보다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절망...

 

며칠이 지난 지금도 후유증을 앓고 있군요. 일찍이 이런 느낌을 들게 한 작품이 또 있었을까 싶습니다. 물론 보기에 따라 학생들을 전쟁에 동원하는 우익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으나 이 작품은 그런 것보다 인간과 사랑이라는 감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주가 아니고 아이들이 겪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절망이 주된 이야기이죠. 속된 말로 희망도 뭣도 없는 시궁창을 표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 외에서의 이야기와 설정엔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도 하죠. 게다가 작붕도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한창 좋을 땐 캐릭터가 굉장히 귀엽기도 해서 갭이 장난 아니기도 하고요. 여튼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지금도 생각하면 먹먹해지는 히로인 미야코의 동생들입니다. 그렇게 활달했던 아이들이... 하지만 엔딩은 정말 유령을 성불시킬 만큼 끄억끄억하며 눈물을 질질 짜게 하였군요. 이것만으로도 절망만이 가득했던 가슴이 뻥 뚫릴 만큼 보답을 받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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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2 - L Novel
와타리 와타루 지음, 박정원 옮김, 퐁칸 ⑧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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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애를 다 망쳐놨어요. 유머랍시고 유튜브나 인터넷에 떠도는 동물 관련 동영상을 보다 보면 곰 혹은 호랑이 같은 맹수가 고양이나 개에게 쩔쩔매는 경우를 종종 접하곤 하죠. 보통 자연에서 정상적인 부모(주로 엄마)라면 자식에게 사냥법 같은 살아가는 노하우를 전수해줍니다. 상하 관계나 무엇이 먹을 것이고 무엇을 피해야 되는 것인지 새끼가 다 클 때까지 꼼꼼하게 가르쳐 주죠. 근데 이것이 결여되었을 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수사자에게 덤볐던 하이에나의 머리통이 깨지고 하이에나에게 덤볐던 사자는 다리를 잃게 됩니다. 이건 실제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내용이기도 하죠.

 

요컨대 고양이나 개에게 쩔쩔매는 맹수는 어딘가 결여된 부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 가르침을 받지 못한, 그러다 보니 휩쓸리듯 떠내려가며 여기에 부딪히고 저기에 부딪히고 결국 고양이나 개가 내민 손에 따스함을 느껴 그만 의존하고 말게 되죠. 그 순간 맹수는 집 지키는 개나 고양이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던져주는 먹이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그런 입장입니다. 엄마는 그녀에게 네 뜻대로 살라고만 했을 뿐 그녀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맹수로서의 입장보다 개나 고양이의 입장이 되어 무엇을 해보고 싶지만 맹수의 손 발톱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즉, 그녀는 허울뿐인 속빈 강정과 같은 것입니다. 인텔리전시 도도한 고양이 같은 그녀라도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주지 않으면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조차 모른 채 이것이 올은 일인양 자신을 몰아붙일 뿐입니다. 그 결과가 6권에서 나왔죠. 그리고 유키노는 엄마에게서 찾아야 할 자리를 하치만에게서 찾아 버렸습니다. 방향성과 기댈 곳이죠. 결국은 맹수는 맹수로써 살아가기보다 개나 고양이로 살아가길 원했던 것이고 이것으로 이들의 관계는 파탄으로 몰려갔습니다. 같은 생각과 의지를 가진 존재라도 본질적으로 종족이 틀린 것들은 섞여 살아갈 수 없는 것이죠.

 

위 비유들이 사실 적절한지는 논외입니다. 그저 글자 그대로 비유적일 뿐 유키노가 진짜 맹수라느니 하치만이 고양이고 유이가 개라는 건 아닙니다. 그냥 그들의 입장을 표현한 것뿐이니 테클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미지상 그렇게 보이긴 해요. 여튼 유키노의 홀로서기가 시작됩니다. 더 이상 남이(주로 하치만) 방향을 정해주는 것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발로 일어서고 먹이를 잡고 맹수로써 살아갈 의지를 내비치는군요. 그 첫 번째로 또다시 악마 짓을 해대는 잇시키의 의뢰를 유키노 혼자 처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자신의 손으로 그리고 의지로 무언가를 잡을 것이다라는, 그리고 하치만과 유이는 그것을 지켜보기로 약속하고요.

 

마치 연어가 거센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무사히 상류에 도착해 결과를 낼 것인가 중간에 곰이나 늑대에게 잡혀 먹힐 것이냐, 그것에 응하겠다는 듯이 유키노의 엄마와 언니가 찾아와 깽판을 놓기 시작하는군요. 시련이라는 것입니다. 깽판짓에 힘들어하는 유키노, 손을 내밀어 주려는 하치만, 여기서 뜻하지 않는 결과가 하치만을 기다리고 있군요. 그녀가 힘들어할 때마다 손을 내밀어 준 반동이랄까요. 어리광을 받아준 참혹한 결과랄까요. 하치만에게 있어서 유키노와는 다른 성격의 의존이라는 문제점이 대두됩니다. 보기에 따라 저열하고 비참하고 더러운 감정에 속할 수 있는 의존, 그렇기에 하치만은 손을 내밀어 주지 않습니다.

 

멈췄던 시간이 흐른다.

 

영원할 거 같았던 현재라는 시간은 지금의 관계와 상관없이 앞을 향해 달려갑니다. 쪼그마했던 동생이 어느새 훌쩍 자라 자신의 발로 걷고 인생을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치만의 동생 코마치의 고등학교 입학시험의 결과, 그리고 앞을 향해 걷기 시작한 유키노, 요리 솜씨를 부쩍 늘려가는 유이, 그리고 이별을 예고하는 어느 분, 이번 에피소드는 어딘가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를 떠 올리게 했습니다. 웃고 떠들고 학교를 오가며 생활했던 모든 것이 영원처럼 계속되거나 멈춰있을 것만 같았던 시간을 의식한 순간 저 멀리 손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린, 10년 후에 이들도 지금의 일들을 최고의 추억이라고 되뇌는 날이 올까요.

 

...라고 감성적으로 써봤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크게 유키노의 성장과 유이의 속내, 그리고 하치만류 의존 법을 다루고 있군요. 사람이 자기의 의지로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건 근사하고 멋진 일이죠. 그리고 그걸 애달파하며 보살펴 주려 하지만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과한 보살핌은 한 사람의 인생이 좌우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관계를 바라보며 거짓 관계를 이어 갈려는 또 한 사람의 의존증은 왠지 서글프며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주로 유이가요. 슬슬 이들의 관계가 정립되고 나가떨어질 건 떨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유키노 엄마의 깽판 짓 때문에 이야기는 장기화로 내달립니다.

 

맺으며, 유키노가 자력으로 일어 설려는 모습이나 코마치의 고등학교 입학시험 에피소드는 어딘가 서정적이고 살아가면서 잊어버린 애달픈 감정을 되찾아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잇시키의 의뢰로 인해 12권이 완결인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이야기는 진행이 되는군요. 하기사 유키노의 성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유이의 마음이라던지 하치만의 저열한 의존증도 해결해야만 해서 당분간 이들의 이야기는 계속되지 않을까 싶군요. 그런데 그전부터 하치만이 아니면 의뢰를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이 학교의 인재는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점이 떠올랐군요. 나름대로 도내에서 제법 편차치가 높은 학교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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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나이=(이퀄) 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 5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이경인 옮김, M다 S타로 일러스트 / 서울문화사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에스텔의 정조를 빼앗아간 장본인을 찾는 자리에서 이케맨 알렌을 지키고자 거짓으로 자기가 저질렀다고 둘러댄 다나카는 에스텔의 아버지에 의해 목이 댕겅 썰린다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연출했었는데요. 이렇게 사면초가에 빠졌던 이케맨을 지킴으로써 에스텔을 그에게 붙이는데 성공한 다나카는 자신의 영지로 돌아와 소피아랑 이러쿵저러쿵하는 느긋한 인생을 즐기려 했지만 재상(왕 보좌관)을 조사하라는 왕의 비밀 지령을 받은 터라 근면 성실하기로 정평이 난 간장 얼굴은 오늘도 두문불출입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재상이 에스텔의 영지에 눈독을 들인다는 복선 중급 편입니다. 해답 편은 조금 멀었군요. 간장 얼굴은 이거저거 신경 써서 자신이 있을 자리를 마련하려고 남이 요구하는 거라든지 남의 기분이나 신경을 많이 살피는지라 간략하게 끝내도 될 일을 자꾸만 크게 키우는 경향이 있죠. 이러니 일본 샐러리맨은 일벌레 혹은 융통성이 없다는 말을 듣는 겁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요. 여튼 에스텔의 영지를 조사 중 폐광산에서 어떤 마법진을 발견하게 되고 무심코 흘러 넣은 마력에 마법진이 반응을 하게 되는데요.

 

눈을 떠보니 생판 처음 보는 곳, 그리고 거기서 만납니다. 새로운 로리신의 등장이랄까요. 이번 표지모델이기도 한 10살 전후로 보이는 곳골족 '로코로코'가 임시로 살던 곳에 떨어진 다나카는 커뮤니를 시도하게 되고 이래 봬도 내가 간장 얼굴이지만 타인을 가려서 사귀는 게 아니라는 듯, 아니 처녀라면 애라도 덮치지도 모를 그였기에 로코로코와의 만남은 일대 센세이션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곳골족은 4권에서 조피 아버지가 언급하면서 복선이 투하되었죠. 다나카를 향해 곳골족 앞에서도 바른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며...

 

이 말은 곳골족은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복선이었죠. 그러나 온통 여자와 그렇고 그런 생각으로 가득한 다나카로써는 이런 복선을 알리가 없습니다. 그런 정신 상태 덕분인지 첫 만남에서 로코로코는 자신의 집에 느닷없이 쳐들어온 다나카를 기막혀 하면서도 자신의 정체를 알렸지만 떠나지 않는 그에게 호감을 드러내는데요. 요컨대 무지가 낳은 호감인 것이죠. 엇갈림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알았더라도 자신의 마음이 들통나는 것보다 할짝 할짝에 더 우선시 할테니 떠날 리는 없었겠지만요.

 

그런데 문제는 로코로코가 무려 하이곳골족으로써 일반 곳골족보다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는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남녀 가리지 않고 다나카 주변은 초토화되죠. 즉, 은근슬쩍 간장 얼굴이라도 그에게 마음이 있었던 자들은 이것보다 벼락 맞을 일은 없는 것입니다. 다나카를 향한 마음이 로코로코에게 들통나서 다나카에게 전해지지 않을까 하는, 특히 천하무적 크리스티나가 로코로코를 피해 다니며 정색+우왕좌왕하는 게 굉장히 귀엽다고 할까요. 하지만 그렇기에 로코로코 신변 문제는 녹록지가 않습니다.

 

로코로코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람 마음이 멋대로 흘러 들어오는 통에 마을에 사는 것은 물론이고 교류조차 쉽지가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이 타인에게 알려지는 걸 뭣보다 두려워하죠. 그래서 그녀는 배척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환경에서 항상 타인과의 접점에 목 말라 했고 마침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다나카의 등장은 구원이나 다름없었죠. 이후 그와 함께 있기 위해 그녀가 저지른 그로테스크한 일들은 상당한 충격을 낳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 에피소드는 4권에서 언급되었던 암흑대륙 정벌(?) 에피소드입니다. 에디타 선생이 갔다가 호되게 당하고 돌아왔다던 금단의 땅, 리x지로 치면 잊혀진 섬이라는 녀석입니다. 코카트리스의 따발총 공격은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공포로 다가옵니다. 마도귀족 조차 가기를 꺼리는 곳, 하지만 천하무적 크리스티나라면? 그런 곳을 방문한 다나카, 하지만 재미없어요. 정신 상태가 안드로메다로 넘어가버린 에스텔이 거의 리타이어 되다시피해서 재미가 반감되었다고 할까요.

 

이번 이야기는 꿍꿍이를 꾸미는 재상 조사및 암흑대륙에서 채집해서 만드는 젊어지는 비약과 곳골족의 만남이라는 복선 해결을 겸하고 있는지라, 에스텔이 빠진 빈자리는 이미 4권에서도 드러나기도 했죠. 개인적으로는 3권이 최대의 백미가 아니었나 합니다. 여튼 이번 에피소드는 마왕과 용사 그리고 성녀에 대한 새로운 복선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그런 금단의 땅이라도 사람의 발길은 이어졌으니 근데 하나같이 정신 상태가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듯한 인간들만 나옵니다.

 

그래서(뭐가) 중반까진 암흑대륙에서 만난 용사들과 안면 교류를 하며 마왕이라던지 성녀라든지 앞으로의 복선을 다지는지라 크게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습니다. 분위기가 4권에서 드래곤 시티를 만드는 과정 되풀이랄까요. 에스텔의 영지를 노리는 재상의 꿍꿍이가 약간 드러나지만 이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로코로코의 만남과 그녀와 커뮤니를 이어가는 중반 이후까진 조금 그로테스크한 면을 보여주지만 이 역시 특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배척하지 않고 올바르게 마주한다는 클리셰 범주라서 딱히...

 

여전히 섹드립과 성희롱이 난무하지만 이것도 계속되니 슬슬 식상하군요. 로코로코는 그의 이런 섹드립과 성희롱에 기막혀 하면서도 자신을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여준 그에게 호감을 보이는 게 방향을 잘못 잡은 게 아닐까 싶은, 그러나 로코로코를 만나게 되면서 다나카 입장에선 천군만마를 얻은 거나 다음 없는 형국이 되어 버렸습니다.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종족을 곁에 두었으니 귀족을 상대하든 그 무엇을 상대하든 상대의 패를 보며 도박을 하는 거나 다름없는 것이죠.

 

어쨌건 에스텔이 리타이어 되고 에디타 선생이 진히로인으로써 입지를 더욱 다져 갑니다. 하지만 이번에 젊어지는 비약 관련해서 이룰 수 없는 바램을 약속한 것에 다나카에게 들통날까 전전긍긍하게 되고 그걸 알아버린 다나카가 또 대인배 기질로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점점 더 다나카+에디타 페어라는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장벽은 없어졌다고 할까요. 불쌍한 에스텔, 이름만 두어 구절 나올 뿐 전혀 언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다나카의 마음엔 지워지다시피 했군요.

 

맺으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번엔 딱히 이렇다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암흑대륙과 젊어지는 비약의 복선 해결과 곳골족 로코로코의 만남으로 새로운 로리의 등장 정도랄까요. 그래서 조금 지루해요. 매너리즘이라는 것입니다. 초중반 암흑대륙에서 계속 반복되는 어중이떠중이 만남은 짜증을 불러옵니다.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으로 배척받는 종족에 관련된 이야기는 그동안 숱하게 언급이 되었던지라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책임질게 같은 클리셰도 있고요. 그리고 새로운 복선으로 마왕과 용사 그리고 성녀가 있겠군요. 다나카를 보고 마왕이 아니냐고 했던 용사, 마왕 맞다고 고자질을 해버린 로코로코, 일촉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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