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1부 책이 없으면 만들면 돼! 2
카즈키 미야 원작, 시이나 유우 외 그림,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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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우라노가 책에 깔려 죽어 이세계로 넘어와 마인의 몸에 깃든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군요. 그래서 본편인 라노벨이 4부가 나온 마당에 코믹은 이제야 1부 초반을 달리고 있으니 라노벨을 최신판까지 본 분들이라면 갭이 좀 있을 거라 봅니다. 하지만 뭐 텍스트로 이뤄진 라노벨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볼 수 있으니 색다른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특히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중세 시대 서민층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적나라하게 잘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여타 작품에서는 아무리 시궁창을 굴러도 주인공이라면 삐까번쩍 비단 옷을 입기 마련인데 이 작품의 주인공인 마인은 그렇지 않죠. 꼬질꼬질하고 기운 옷을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입고 나옵니다. 먹는 것에서도 그렇고요. 이런 것들은 라노벨에서는 잘 느끼지 못해 신선하게 다가와요.

 

이번 이야기는 전생하고 나서 책을 찾다가 없다는 것에 좌절을 한 마인이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직접 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 초입을 그리고 있습니다. 식물줄기로 깨작 거리다가 늘어나지 않는 면적(?)에 좌절해선 밥상을 엎어 버리고 이어서 점토판을 만들었더니 폭발하지 않나... 벌써부터 주변에 대해 지뢰를 밟고 다닙니다. 그래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게 이렇게나 어렵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데요. 결국 제풀에 못 이겨 앓아눕기도 하는 등 참 눈물겹다 할 수 있어요. 주변에서는 그런 기이한 행동을 하는 그녀를 멀리하거나 놀리거나 무시하지 않고 받쳐주는 것도 눈여겨볼만하죠. 특히 엄마의 극진한 보살핌은 마인으로 하여금 더욱 애달프게 하는 장면에서는 짠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마인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루츠 또한 마인에게 있어서 특별한 존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도 하죠.

 

맺으며, 일단 마인이 귀엽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라노벨에서의 텍스트로도 귀여웠는데 그림으로 표현되니 귀여움은 배가 되는군요. 허둥지둥 거릴 때나 얼버무릴 때 등 이런 장면 또한 라노벨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귀여움이 아닐까 싶기도 하군요. 다만 스킵이 좀 심합니다. 마인이 신식에 먹혀가는 과정이라던가 마력에 대한 복선이 미미하게나마 표현은 되어 있지만 라노벨을 안 보신 분들이라면 쉽게 지나칠 수도 있겠더군요. 사실 신식의 복선은 이 작품과 주인공 마인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죠. 이것으로 인해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자기가 바랐던 이상을 실현할 수 있었으니까요. 코믹은 이제 시작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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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침역 : 클로즈드 에덴 3 - 인류의 적 vs 인류의 적, L Novel
이와이 쿄우헤이 지음, 시라비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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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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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도심에 나타난 미증유의 사태로부터 2년, 렌지와 카나타는 소중한 사람을 되찾기 위해 오늘도 크리티컬 에어리어에 잠입을 합니다. '레이더' 허가받지 않고 크리티컬 에리어로 들어가는 레이더는 법률상 중죄인, 렌지와 카나타 또한 중죄인입니다. 오로지 소중한 사람을 되찾기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는 그들의 여행의 결말, 잃어버린 땅과 실종되어 버린 수백만의 사람들을 탈환하기 위해 크리티컬 에어리어를 조사하고 있는 구무청과의 쫓고 쫓기는 싸움은 종착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이번 3권은 2권에서 드러났던 구무청의 진실과 사람 목숨을 파리보다 못하게 여겼던 키무라와의 싸움의 결말 편에 해당합니다.

 

음... 뭐랄까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를 반대로 실천한 게 이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이 작품은 이세계물이 판치는 세상에서 진부하지만 인류를 위협하는 외계 생명체와 거기에 맞서는 평범한 사람이라 불리는 영웅과 그걸 시기하고 자기들만 독점하려 들거나 혹은 인류를 위한답시고 정보 통제를 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를 적나라하게 잘 그리고 있다 할 수 있어요. 대를 위해서 소를 기꺼이 희생하려는 집단, 그것이 인류에게 득이 되었으면 되었지 실은 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소를 되찾지 않으려는 국가기관에 맞서 그것은 옳지 않다고 역설하며 활약하는 주인공, 이런 작품에 으레 등장하는 설정이라 할 수 있죠.

 

이 작품도 사실 그래요. 2년 전 EOM의 출현 때 수백만이 실종된 상태에서 말로만 실종된 사람들을 되찾겠다 말하면서도 그럴 생각은 전혀 없는 이면을 감춘 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더 이상의 악화를 막으려는 구무청과 실종된 사람들을 찾지 않고 정보 통제만 하는 구무청에 맞서 직접 소중한 사람을 되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선 평범한 소년과 소녀의 싸움을 그리고 있죠. 누구에게나 대의명분은 있습니다.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에 따라 정의가 되고 악이 될 것입니다. 권력이 있는 구무청은 정의가 되었고, 힘이 없는 소년과 소녀는 악이 되었죠. 소년과 소녀는 질서를 파괴하는 악, 그래서 쫓기게 되고 결국은 서로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게 만듭니다.

 

렌지와 카나타, 하멜른에게서 실종된 사람들의 일부를 되찾았지만 공식적으로 자신들이 그랬다고 말을 못합니다. 자신들은 중죄인이고 그것보다 소중한 사람을 찾는 게 우선이니까. 그들이 찾은 실종된 사람들을 자신들의 치적으로 해버리는 구무청, 거기에 비집고 들어오는 희대의 살인마 '키무라'에 의해 밝혀지는 EOM에 대한 진실, 2권에서 렌지를 빈사상태에 몰아넣고 카나타와의 일전을 치르며 붙잡힌 키무라의 반격은 구무청을 송두리째 뽑아놓기에 이릅니다.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을 죽이고 카나타를 끌어들여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으며 렌지를 손에 넣어 뭔가를 꾸미기 위한 공작을 펼쳐가는 키무라에 의해 이야기 내내 시종일관 핏빛 세상이 펼쳐집니다.

 

EOM에 대한 진실, 이건 사실 좀 진부합니다. 내용적으로는 생각이 나도 제목은 생각이 안 나는, 상대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망과 융화되고 싶다는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더러 있었죠. 이 작품도 그와 비슷합니다. 이 작품은 그들 방식으로 대화나 접촉은 때론 상대로 하여금 악의로 비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요. 선의로 행한 접촉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목숨과 관련되기도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죠. 카나타는 미치광이 살인마 키무라에게서 EOM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요. 사실은 인간이 나쁜 게 아닐까 하는, 하지만 크리티컬 에어리어에서 일어나는 학살극은 그걸 무색케  하면서 갈등을 중폭 해 가죠.

 

그래서 카나타는 그것들을 알게 되면서 렌지와 떨어져 각자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상대가 선의의 접촉이었다고 해도 나의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간 것은 틀림이 없으니 적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리고 렌지에게서 그걸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게 되죠. 자신의 목숨을 던지면서까지 렌지에게 그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은 참 가슴 아프게 합니다. 렌지는 크리티컬 에어리어에서 하멜른을 만나 폭주 중에 그녀의 희생을 보며 겨우 그녀의 마음을 알아가요. 그래서 이후 카나타가 적이 되었음에도 그는 그녀를 탓하지 않습니다. 각자가 걷는 길은 서로 달라도 이루고자 하는 뜻은 같기에...

 

그건 그렇고, 내용적으로는 사실 꽤 훌륭합니다. 2권에서는 점수가 좀 인색했지만, 도서 한 권 읽는데 며칠을 소비하는 필자가 하루 만에 주파하는 몇 안 되는 작품이었죠. 왜 과거형이냐면 3권으로 끝나기 때문이군요. 어디서 4권이 나왔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아닌 거 같고, 후기에서도 끝맺음이라고 암시를 해버렸으니 이후는 서적화가 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거라 예상이 됩니다. 이전 작품인 무시우타의 발매 텀이 극악이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이 작가는 상상력은 풍부하고 대단해요. 진부한 내용이라도 그걸 커버하는 필력 또한 대단한데 문제는 뒷심이 상당히 부족한 거 같아요.

 

맺으며, 결국 내용적으로는 훌륭한데 용두사미로 끝납니다. 외계 생명체와 인류 간의 전쟁 끝에 오해에서 비롯된, 알고 보니 외계 생명체와 서로 이해하며 공존을 할 수 있겠다는 메시지를 던져 놓고 그냥 끝내버리는군요. 그 중심에 주인공의 역할까지 부여 해놓고 말입니다. 주체를 못하지 않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을 너무 크게 벌인 것이죠. 아니면 이야기를 이끌어갈 소재가 바닥났거나요. 살인마 키무라를 등장시키며 주인공인 렌지에 대해 인류의 희망이니 세계 멸망 같은 복선이란 복선은 다 던져놓고 말이죠. 사실 꼬집고 싶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긴 합니다. 키무라 단 한 사람에게 농락당하는 엘리트 집단 구무청이라던지, 그 키무라에게 이 작품의 키워드(EOM의 진실이나 렌지 인류 구원 같은 거) 설명을 다 맡겨 놓은 것도 그렇고, 등장인물이 죄다 정신병자 같은 설정하며... 근데 다 떠나서 누구처럼 내팽개치고 도망가지 않은 거 하나만 놓고보면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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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말했잖아요! 4 - S Novel+
FUNA 지음, 아카타 이츠키 그림, 조민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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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도 참 리뷰하기 힘든 편에 속합니다. 이유는 아무런 내용이 없기 때문인데요. FUNA 작가라는 이유로 계속 보고는 있지만, 이전작에서 보여주었던 주인공의 악마 기질이 다소 퇴색되어버린 대다 모험이라 치고는 힘들어하거나 뭔가를 성취했을 때의 기쁨 같은 건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게 특징이다 보니 어디에서 의미를 찾아야 될지 참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는데요. 근데 뭐 사실 아무런 내용이 없다고는 했지만 소소하게 모험을 하며 오늘 일용할 양식을 얻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일상을 그리고 있다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런 흐름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겐 좋은 작품이죠. 사선을 넘나들며 파워 인플레를 유발하며 온 동네를 쑤시고 다니는 것보다야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작품이랄까요.라고 해도 이 작품의 주인공인 마일도 사실 신의 은총(?)을 받아 먼치킨이긴 합니다. 정말로 고룡급이 아니면 혼자서도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인물이죠. 하지만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게 그녀의 목표이고, 원래 이런 힘을 받고자 했던 것도 아니어서 그 힘을 해방하는 일은 결코 없었습니다. 하지만 FUNA 작가 특유의 악마 기질 주인공 만들기가 녹아 있어서인지 주변 동료들을 키워서 방패막이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죠.

 

자신이 눈에 띄지 않게 큼 주변을 키워서 뭉텅 그려 노림 받는 걸 회피한다. 사실 이런 면에서 얘가 좀 양아치 같아요. 그리고 친구를 원하지만 깊숙한 관계는 맺지 않는다. 첫 번째 3인방과는 인사도 없이 야반도주를 해버렸고, 두 번째 파티인 지금도 그녀는 야반도주를 꿈꾸고 있죠. 그게 설령 대의적인 명분이 있다곤 해도 그녀에게 있어서 우정이란 겨우 그런 것일까 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는데요. 파티원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아닌 그저 그들의 인생에 참견하기 싫다는 이유로 그녀는 혼자서 길을 떠나려고 하죠. 어찌 보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참 불쌍한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힘이 있음에도 해방하지 못하기도 하고 눈치나 살피고 그런 주제에 내가 없어도 잘 살게끔 과하지 않는 보살핌을 보여주는, 받는 입장에서는 오지랖도 이런 오지랖이 없겠지만요. 이번 유적 관련 조사를 마치고 마일은 혼자서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유적에서 보았던 고대 문명이 의미하는 것, 고룡이 그걸 쫓는 이유가 무얼까 하는 궁금증, 그리고 세계를 여행하며 있을 곳을 찾겠다는 희망, 사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힘은 있는데 있을 곳이 없는 게 그녀가 지금 처한 현실인데요. 아비란 작자는 바람피운 끝에 엄마를 죽음에 이르게 했고, 그 바람피운 상대와 자식을 대려오는 바람에 마일은 집에서 내쫓겨야만 했죠.

 

그래서 들어간 학원에서는 왕족에게 찍혀(전혀 그런 상황은 아닌데 마일이 착각함) 친구들을 놔두고 야반도주를 하였고, 옆 나라에 와서 이름을 바꿔 새 인생을 시작하였지만 이 몸 하나 기댈 곳 하나 없네. 지금의 파티원들도 다들 집이 있고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반면에 마일은... 돌이켜보면 겉으론 화기애애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엔 이런 시궁창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넌지시 던지고 있는 게 이 작품의 특징입니다. 여하튼 그런 환경이다 보니 제대로 주인공인 마일은 정을 붙이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은연중에 외톨이라는 키워드를 던지고 있다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마일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것마냥 이번 파티원들인 메비스와 레나는 그녀를 혼자 두지 않으려 하죠. 야반도주를 꿈꾸는 그녀를 따라나서며 자신들도 여행에 동참하는 부분은 사실 감동 그 이상일 것입니다. 하지만 FUNA 작가의 또 다른 특징이 이런 부분을 크게 어필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사실 필자는 예전 RPG 게임하면서 이런 장면을 수도 없이 봐와서 그렇게 감흥은 없었지만, 사실 새로운 동료를 만나고 새로운 것을 보는 여행도 괜찮겠다 싶었긴 합니다. 숨겨진 이면 때문에 보고는 있지만 언제까지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는 것도 질리고 있는 참인데 좀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였군요.

 

맺으며, 뭔가 큰 떡밥이 하나 떴습니다. 고대 문명에서 나온 미래지향적인 도시와 외계인들, 그리고 각 종족이 모여 다툼 없이 아가는 모습들, 그리고 그 향수를 쫓는 고룡, 그리고 주인공 마일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세계는 신이 관리하기를 포기한 시대, 그 상황에서 이런 복선을 쫓는 마일의 여행, 그 끝은 마일도 신의 영역에 들어가는 걸로 끝나는 걸까요? 은근히 일본 작가들 이런 거 좋아하던데 FUNA 작가도 이에 동참하면 여간 실망이 아닌데(개인적인 생각) 말입니다. 하여튼 이번 이야기는 그 전초전입니다. 우연히 받아 간 조사 퀘스트에서 조우한 수인과 고룡들과의 싸움에서 밝혀지는 이러한 복선들... 재미?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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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4 - SL Comic
카규 쿠모 지음, 쿠로세 코우스케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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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인용할만한 문구를 다 써버리는 통에 이번엔 별로 쓸 말이 없군요. 같은 레퍼토리도 한두 번이지, 코믹 1~3권과 라노벨 7권까지 이 작품이 어떠한지 누차 언급했는지라 이번엔 짧게 써보겠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물의 도시 지하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를 보여주고 있어요.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4권은 시작 편이랄까요. 본격적인 클라이맥스는 5권이 될 텐데 아직 국내엔 정발이 되어 있지 않군요. 좌우지간 검의 처녀의 부탁을 받고 고블린 슬에이어와 그의 파티원들은 물의 도시로 오죠. 그리고 그녀는 지하에 무언가가 살고 있다고, 그걸 퇴치 해달라는 의뢰를 넣습니다. 그리고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는 언제나 그렇듯 지하에서 지옥을 보게 되죠. 상황은 이제 혼자서 어떻게 해볼 레벨이 아니게 되어 버립니다.

 

필자는 이번 에피소드를 이렇게 정의해봅니다. 검의 처녀가 벌이는 잔혹한 복수극이라고, 그녀는 10년 전 마신왕중 하나를 쓰러트리고 모험가 등급으로는 위에서 두 번째인 금등급까지 올라갔죠. 지금은 지고신을 모시는 신전의 대주교이고요. 이 정도면 뭐 세상 무서울게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딱 하나 무서운 게 있어요. 정말로 미치도록 뼈에 사무칠 정도로 무서워하는 것, 그것은... 그녀는 물의 도시를 구해 달라는 자신의 부탁을 받고 온 그에게 우리의 도시를 구해 달라고 하죠. 이 대목에서 본편을 보신 분이라면 이 대사가 무얼 의미하는지 잘 아시지 않을까요. 그리고 여신관과 목욕탕 토크에서도 그녀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늘어놓죠. 사실 코믹에서 이런 복선 넣기도 참 힘든데 작가의 능력이 수준급이라는 걸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녀가 무얼 무서워하고 복선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5권에서 밝혀질 테니 그때 가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고요. 좌우지간 검의 처녀의 부탁을 받아 물의 도시 지하에 내려간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는 체계적인 고블린 떼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멍청하지만 바보는 아닌 고블린, 그깟 고블린으로는 군대가 움직이지 않는 이 갭 사이에서 고블린 슬에이어 파티가 할 수 있는 건 무얼까. 뭐긴, 죽자 살자 때리고 부수고 머리를 쓰며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뿐이죠. 하지만 상황은 점점 녹록지 않게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고블린들의 지략에 밀려 죽어가는 상황에서 나타난 고블린 챔피언, 이미 목장전에서도 그 모습을 들어낸 고블린에게 있어서 영웅인 그 개체가 또다시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챔피언은 인간으로 치면 거의 금등급에 해당한다죠.

 

맺으며, 이번 에피소드는 5권을 위한 전초전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검의 처녀가 내비치는 의미심장한 복선이 크게 와닿기도 하죠. 음... 뭐 또 쓸 거 없나, 이렇게 짧게 써본 게 대체 몇 년 만인지... 조금 더 써보자면, 여신관은 여전히 지금의 상황을 두고 갈등 중입니다. 진짜 자신은 세상 어딘가에서 죽어가고 있고 지금 보이는 풍경은 꿈이 아닐까 하는, 그의 등을 쫓으며 겪은 비현실의 연속 속에서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톱니가 마모되어 가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는 게 안타깝게 하죠. 그래서 엘프궁수가 보여주는 모험 다운 모험을 하자는 그녀의 행동은 이 작품에서 유일한 이질감으로 다가오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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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에이티식스 2 - Run through the battlefront - 상, Novel Engine
아사토 아사토 지음, 시라비 그림, 한신남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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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무 기한 동안 살아남은 에이티식스에게 내려지는 마지막 임무, 적진 깊숙이 장거리 정찰(명칭은 따로 있는데 생각 안 남)이 신이 속한 부대에 하달됩니다. 복무 기한이 끝나도 제대 시켜줄 거라는 살아남을 거라는 생각하지 않았던 이들은 레나의 성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머나먼 길을 떠나요. 갈 수 있는 데까지 간다. 무기와 탄약 그리고 식량을 바리바리 껴 앉고 그들은 무엇을 바라며 길을 떠났을까. 갈 수 있는 곳까지 가고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는 것이 그들의 긍지라면서 웃으며 떠났던 그들, 6개월 뒤 "어디까지 갔을까'라는 레나의 독백은 가슴을 후벼파기에 충분하였군요.

 

이들이 당도한 곳은 이웃 나라 기데아 연방이었습니다. 신의 능력으로 전투를 최대한 피하며 적진을 돌파하면서도 두고 갈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목숨과도 같았던 <저거노트>와 자원 회수 로봇 '파이드'의 무덤을 만들어주고 그들은 또다시 걸어갑니다. 그리고 당도한 땅, 만인이 평등하고 박해가 없는 곳, 1권이 신들러 리스트를 떠올리게 했다면 2권은 모세를 떠 올리게 합니다. 박해를 피해 그들이 당도한 땅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이었을까. 연방은 그들을 맞이하고 그들의 출신을 알아버린 순간 그들을 동정하여 이제는 편히 쉬어도 좋다는 말을 건넵니다.

 

10년 전 대륙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기데아 제국, 시민혁명으로 제국은 멸망하고 연방이 탄생하였지만 제국이 만든 레기온은 멈추지 못했습니다. 자신들을 만든 사람들에게까지 총부리를 겨누는 레기온, 레기온을 맞아 필사적인 전선을 구축 중인 연방에서 신을 위시한 살아남은 5명은 무얼 하며 지낼까. 문득 킬라킬이라는 애니메이션 엔딩곡 Gomen ne, Ii Ko ja Irarenai이 떠올랐습니다. 자기 뜻대로 마음 가는 대로 살고 싶다는 의미가 내포된, 약간은 사춘기적 반항을 의미하는 노래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나이도 그에 걸맞기에 반항기적 자유를 구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닭장에 넣어져 알만을 낳기를 강요당한 닭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무얼 할 수 있을까. '닭장을 탈출한 암탉 에스텔' 내용적으로는 이 작품(86)과는 전혀 다르지만 신을 위시한 5명을 표현 하라면 딱 그런 상황이라 할 수 있죠. 알을 낳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 친구를 만들고 화장을 하고 도서관을 다니는, 평범한 그 또래의 아이들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겠다는 것마냥 그들에게 내려지는 짧고 달콤한 시간들, 하지만 전장을 떠난 노병은 전장을 그리워한다고 하죠. 일생을 그 일만을 해온 사람에게 다른 일을 시킨다는 건 또 다른 감옥에 넣는 거라는걸, 그들은 전장을 그리워합니다.

 

부모 세대를 거치고 형과 누나의 세대를 거치고 무언가를 배울 사이도 없이 전장에 던져진 에이티식스, 부모들이 그랬던 것처럼 형과 누나들이 그랬던 것처럼 무언가를 지키고 싶었던 그들이 선택한 건 연방 서부방면 최전선, 그전에 신에게 새로운 동료가 들어옵니다. '프레데리카' 약관 10살의 소녀, 10년 전 시민혁명 때 부모와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제국 마지막 여제(女帝), 주인공 신과 비슷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그녀는 대륙을 전쟁에 빠트린 죄에 속박되어 10살이면서도 어른이 되지 않으면 안 되었던 비련한 소녀입니다. 그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품위와 언동을 보이는 그녀는 신에게 자신도 전장에 대려 달라는 말을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 형의 망령을 쫓는 걸 삶의 목표를 정했던 신에게 있어서 그 망령이 없어진 지금 그는 무얼 하고 싶은 걸까. 누군가를 지킨다. 내가 죽고 사는 곳은 내가 정한다는 아이덴티티를 내세우며 전장에 다시 몸을 담갔건만 가슴속은 황량한 바람만 불어올 뿐입니다. 오로지 레기온만을 쓰러트리기 위해 전장을 누비는 '저승사자',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그에게서 자신의 가신이자 기사였던 '키리'를 신과 겹처보는 프레데리카, 시민 혁명군에 포위되어 항복할 날만은 기다리던 어느 날 오직 폐하를 위해 싸우던 그(키리)가 폐하를 지킨다는 목적을 상실하고 수단에 집착하는 광기에 휘말려 가는 모습을 가슴 아프게 바라봐야 했던 그녀...

 

프레데리카는 신에게서 그런 광기를 엿보기 시작합니다.

 

맺으며, 지금 지독한 감기에 걸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군요. 원래는 어제나 그제에 올리려 했는데 앓아누웠다 좀 전에야 일어났어요. 도서도 정말 필력이 몇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수준급인데 그걸 음미할 기분도 아니었군요. 좌우지간 이번 이야기는 목적을 상실한, 한가지 일에만 충실했던 사람이 망가져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케어해주고 양지로 끌어올려 주는 클리셰를 동반해볼만하겠건만 주인공 주변엔 그럴만한 인물이 없어요. 다들 오로지 신만을 쳐다보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죠. 그래서 신의 성격은 사실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라는 생활관을 가지고 있음에도 레나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죠. 주인공을 구원해줄 수 있는 인물은 레나 밖에 없어 보이는데 그녀는 수백 킬로 떨어진 공화국에... 그 역할을 해줄 프레데리카는 나이 때문인지 자신의 입장 때문인지 주인공과 접점을 만들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불쌍한 주인공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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