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혼잣말 2 - 마오마오의 후궁 수수께끼 풀이수첩
쿠라타 미노지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유유리 옮김, 휴우가 나츠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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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에게 빌붙어 콩고물을 얻어먹으려고 하거나, 잘 생긴 사람에게 어떻게든 마음에 들게 하려고 아양을 떤다거나,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널린 생활이라면 어떤 기분으로 살아가야 될까요. 이 상황을 즐기는 변태라면 모를까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참 많이 힘들지 않을까요. 이 작품에서 '진시'가 딱 그렇죠. 제대로 된 남자라고는 죽을 때까지 구경하지 못하는 후궁이라는 곳에서 중요한 부위가 없어지긴 했지만 미모의 환관인 그를 바라보는 궁녀들의 시선에 사모와 욕정의 색으로 물드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작중 설명에 의하면 천녀(天女)에 버금간다는 미모를 자랑하는 '진시'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시선은 지옥이 따로 없었을 테죠. 오죽하면 진시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나라 하나는 몰락 시킬 수 있었을 거라는 비아냥인지 감탄인지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코믹이 안타까웠던 게 이런 부분입니다. 본편이자 원작인 라노벨에서는 진시의 미모에 대해 부각 시키고 그럴수록 마오마오와의 거리는 벌어져만 가죠. 죽음과 음모 등이 소용돌이치는 후궁이라는 수라장에서 홀로 사건을 풀어가는 마오마오의 추리력도 흥미롭지만 사실 이 둘의 관계도 정말 흥미진진한데요. 그런데 코믹에서는 진시의 미모 쪽이 생략되다시피해서 팥 없는 찐빵이랄까요. 괜히 마오마오를 스토커 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죠. 아무튼 진시가 마오마오에게 끌렸던 건 그녀가 자신을 이성으로써 바라봐 주지 않았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남계 쓰려다 본전도 못 건졌죠. 그러니 미소만 지어도 픽픽 쓰러지는 장소에서 유일하게 마치 벌레 보는 듯한 시선을 보내온다면 얼마나 짜릿할까요.

 

이번 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진시가 마오마오에게 들러붙어서 질투를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정작 마오마오는 그가 상관이라서 말은 듣고 있지만 아주 귀찮은 존재이자 민폐 덩어리 취급 중, 원래라면 마오마오가 진시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건 있을 수 없어요. 평민인 마오마오와 귀족인 진시, 고개를 숙이고 대꾸조차 하면 안 될 사이임에도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대꾸도 잘 하고 때론 독설까지 날리는 평민이라니. 목이 댕강 잘려도 모자를 무례임에도 진시는 '나에게 이러는 건 너뿐'이라며 아주 골 때리는 소리를 내뱉기 시작하죠. 마오마오도 자각은 하고 있긴 합니다. 아직은 목과 몸통이 사이좋게 붙어 있길 희망하지만 그의 낯짝을 보면 다짐은 어느새 달아나고 없어요. 걸핏하면 찾아와서 귀찮게 뭐 하냐, 그건 뭐냐, 일이 있는데...라고 하니 호감이 붙을 리가 없죠.

 

아무튼 원유회가 개최됩니다. 1년에 번(라노벨에선 4번으로 읽은 거 같은데) 있는 나들이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마오마오의 귀성을 다루고 있는데요. 그와 별개로 마오마오와 진시의 사이가 본격적으로 아웅다웅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시작점이자 후궁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사건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원작 라노벨에서는 1권 후반부터 4권까지 이어지는 엄청 큰 사건이죠. 그 첫 번째로 리슈 비의 독살 미수 사건이 되겠습니다. 2천 명이나 되는 궁녀(후궁)에서 4명 밖에 없는 상급 비중 한 명으로 아직 어린 나이의 비의 버릇을 고쳐준다고 시녀들이 작당해서 장난치는 걸 마오마오가 간파하지만 사건은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마냥 커져만 가죠. 사실 이런 부분이 이 작품이 가지는 흥미 포인트인데요. 코믹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잘 살려줄까 했는데 흑막이 있을 거라는 느낌을 잘 살렸더군요.

 

그리고 또 다른 흥미 포인트, 위에서도 언급했으면서 질리지도 않게 또 언급해보자면 마오마오의 귀성 에피소드에서 진시가 착각하는 장면은 원작에선 정말 배꼽 빠지게 해주었죠. 근데 코믹에서는 좀 약했습니다. 추리와 긴장감은 나름대로 있으면서 이런 부분은 어째 허술하다고 할까요. 리화간병 때도 그랬고, 코믹작가는 인간관계를 제대로 표현을 못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리하쿠를 똥개로 비유하며 재미있어 하는 장면도 좀 허술했고요. 그리고 아버지가 살고 있는, 원래 마오마오의 집은 바람이 슝슝 들어오는 땅을 파서 만든 움막집인데 번듯한 가옥이라니 고증을 이렇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빅간간에서 연재 중인 네코쿠라게 작가가 그린 코믹이 더 나았지 않나 싶기도 하군요.

 

맺으며, 장식 발매된 출판 도서가 아닌 웹버전을 기반으로 코믹을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킵이야 원래 생길 수밖에 없다지만, 리화간병 때라든지 이번 진시의 착각은 원작하고 차이가 좀 있더군요. 지면 관계상 생략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녹청관에서 일어난 사건도 차이가 좀 있고요. 물론 지면 관계상 디테일 있게 표현 할 수는 없었다지만 맥락이 없다고 할까요. 그냥 영화 자막처럼 이해만 하면 되는 거 아님?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군요. 설명 부족이랄지. 차라리 궁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관계없는 에피소드는 과감히 빼버리는 게 어떨까 싶기도 했습니다. 양아버지와 만나는 장면은 넣더라도 녹청관에서 일어난 사건은 빼도 크게 상관없는 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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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티처 9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이승원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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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안 끝나나? 교육이라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했고, 와이프를 세명이나 얻었는데 부족하나? 이것들 이제 대놓고 4P를 찍는군요. 모쏠이 이 작품을 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나도 이세계에 가면 이렇게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꿈 깨세요. 당초 제자들과 여행을 하며 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었을 겁니다. 그 목적대로 제자들은 스승인 시리우스의 가르침을 받고 이세계에서 탑 클래스급 실력을 얻었죠. 그래서 지금은 먹방을 찍고 있군요. 근데 먹는 양이 보통을 넘어서는데요. 레우스야 한창 클 때의 남자 애니까 많이 먹는다지만 에밀리아와 리스 그리고 피아의 경우엔 여자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건 아니지만 먹는 양이 보통이 아닌뎁쇼? 뭔가 있는 건가.

 

그건 그렇고 여기에 불쌍한 종자가 하나 있었으니. 그 이름은 레우스, 히로인 에밀리아의 남동생으로 어릴 적 시리우스에게 구해진 후 그를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달밤에 맹세를 하였죠. 그 맹세는 십여 년이 흐른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의 등을 쫓아, 그의 등 뒤를 지키는 파트너가 되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수련을 하는 가련한 소년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는 형님과 누님들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나도 반려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했을까. 사실 레우스에겐 '노와르'라는 하프 고양이 수인 여자애가 있긴 하지만 이제 걸음마를 뗀 상태인데 그녀가 어엿한 신부가 되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기다려야 되겠죠.

 

그래서 레우스에게도 지금 당장 반려를 만들어 주자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호미족이라고 흔히 엔터테인먼트계에서 빠질 수 없는 여우족 소녀가 등장해요. 표지를 장식한 그녀죠. 사실 히로인 3인방보다 캐릭터가 잘 나왔다고 생각 중이군요. 아무튼 레우스는 호수에 고기 잡으러 갔다가 그녀를 만나요. 목욕 중인 그녀를, 비밀인데 앞머리를 내려 감추고 있지만 일러스트를 보면 짱구머리라는 걸 알 수 있어요. 개성이 참 강하죠. 그런 그녀를 빤히 보는 레우스, 그동안 수련만 하다 보니 뇌가 근육으로 덮여 버렸고 그 덕분에 목욕 중인 그녀에게서 시선을 뗀다는 선택지는 그에겐 없었어요. 당연히 트러블 발생.

 

픽션에서 처음 만남은 최악이라는 건 모든 커플의 공통점이랄까요. 알몸을 보여주고 보고, 눈을 빨리 돌리면 되었을 텐데 빤히 쳐다보고, 하필 타이밍 좋고 마물이 여자애에게 다가가는 걸 보고 구해준다. 그리고 또 빤히 본다. 보는 것도 문제지만 거기다 대고 히로인 3인방(피아, 에밀리아, 리스)의 미모와 비교를 해버리는 망발을 지껄이니 따귀를 맞아도 시원찮았을 테죠. 그래놓고 왜 맞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시리우스에게 하소연을 하니. 시리우스도 덜컥했겠죠. 싸우는 법을 알려주긴 했지만 사람과의 교류 특히 이성과의 교류는 거의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까요.

 

원래는 누나인 에밀리아가 동생의 교육을 해야 되지만 온리 시리우스만 쳐다보며 머릿속엔 그와 24시간 내내 짝짓기 하는 것만 들어가 있는 통에 동생은 남 취급. 그래서 번역 오류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생 보고 '당신'이라고 타인 부르듯 해대니 레우스도 참 업이 깊다고 하겠습니다. 사람은 배우지 못하면 알 길이 없죠. 책을 보는 것도 배우는 것의 일종, 그러나 책을 보는 장면은 하나도 없었고, 그러고 보면 에멜리아가 여자에 대해 알려주는 장면도 없었군요. 그래서 옛날 왕도에 살 때 고블린 퇴치하러 가서 잡혀있던 여자애를 본척만척 한 것도 이해가 됩니다. 왜 그럴까. 마차(호쿠토가 끄니까 견차?)를 타고 야영을 하는데 '방음'이 될 리가 있나요.

 

그것도 피아까지 합류하고 나서 4P도 공공연히 하는데 귀와 코가 좋은 은랑족이 거기에서 나오는 소리를 모를 리 없었을 테죠. 그래서 동생에게는 불필요한 교육은 안 했지 싶은. 물론 필자의 망상에 불과하겠습니다만. 그 폐해가 지금 나타난다고 할까요. 여자애를 만났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를 모르는 거죠. 마치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한 사자가 하이에나에게 쉽게 죽임 당하는 이치랄까요. 그래서 늦게라도 이성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고군분투기가 시작됩니다. 그 여우족 '마리나'를 통해서요. 보통 이런 이야기엔 저주받은 히로인이 제격이죠. 그걸 주인공(여기선 서브 레우스)이 해결해주고 호감을 얻는 이야기.

 

처음은 최악, 그러나 가면서 으레 이런 이야기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해주고 저주받은 그녀를 똑바로 봐주고 겁낼 필요 없다는 말을 건네는 건 기본이죠. 자신과 마주해서 타인이 뭐라 하든 자신의 길을 가면 된다고 하는 주인공(여기선 서브인 레우스)에게 점차 호감을 느껴가는 히로인. 근육 뇌면서 말은 청산유수군요. 이런 말을 할 정도인데 이성에 대한 이해도와 상식은 전무, 점차 에밀리아가 일부러 가르쳐 주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이 힘을 얻게 되죠(물론 필자만의 추측). 참, 마리나만 이야기하고 있는데 콘이라는 이전에 무투제인지 쌈질하는 대회에서 만난 남자 여우족도 나와요. 그녀의 오빠죠. 레우스와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데 크게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이성 교육과 사람과의 교류, 그리고 근육 뇌를 풀어주기 위한 시리우스와 히로인 3인방의 노력으로 점차 세계관이 넓어지는 레우스가 되겠습니다. 근데 누나인 에밀리아처럼 온리 시리우스빠가 되어 그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겠다고 따라나서니 누나(에밀리아)는 참 곤란하구나. 그래서 자주성을 키워주기 위해 좋을 대로 해봐라라고 하는데 이제 와 이러는 것도 참 웃기죠. 시리우스나 누나나 레우스를 파블로프의 개처럼 키워놔 놓고 이제 와 자주성을 기르라고 하니 이것들 뚜들겨 팰 수도 없고. 레우스를 바라보며 점점 뺨에 홍조를 띠어가는 마리나가 불쌍해지기 시작합니다.

 

맺으며, 이젠 제자라고 불러도 되나 싶은 게요. 에밀리아는 6노예가 되어 시리우스가 뭐만 하면 이불 펼까요? 이러는 통에 질립니다. 피아는 대놓고 너희들(리스와 에밀리아)도 같이 하자라고 꼬드기고 둘은 응! 이러고 있습니다. 남자는 테크닉인가, 지속력인가, 이걸로 토론하면 참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래서 새로운 히로인 마리나가 등장했을 때 이거 NTR 되는 거 아닐까 흥미진진했군요. 정말로요. 아무튼 그런 이야기만 들어가 있기도 하고, 원래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교육이다 보니 박진감 넘치는 모험이나 이야기 그런 건 없었습니다. 있는 건 먼치킨뿐이죠. 이들 앞에 수천 마리의 마물인들 무슨 소용이랴.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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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2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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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살이 되어 인생의 꽃이 핀다면, 남자라면 당연히 가야 되는 길이라 여기며 모험가라는 꿈을 좇아 호기롭게 도시로 나갔지만 누구나 다 성공한다면 이 세상은 지옥이겠지라는 것마냥 세상은 남자에게 너의 길은 여기까지라고 선언해버렸습니다. 한쪽 다리를 잃고 태어났던 고향인 한적한 시골 마을로 내려와 남은 여생을 보내는 남자에게 다가온 따스한 봄날에 핀 들꽃 같은 만남. 숲속에 버려진 아이를 만났을 때 남자는 어떤 마음으로 그 아이를 키우려 했을까. 남은 청춘을 그 아이를 위해 모두 써버렸던 그, 그런 아버지였기에 딸은 아버지를 세상 둘도 없이 사랑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모험가였던 아버지를 동경해 자신도 모험가의 길을 걸었던 딸은 겨우 얻은 휴가를 이용해 아버지가 계시는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청춘을 받쳐 자신을 길러주었고, 올바르게 세상을 살아가게끔 모든 걸 가르쳐 주었고, 모험가로서의 능력을 곁에서 지켜봐왔던 그녀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우상 그 자체였죠. 그렇기에 그녀도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었고,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모험가로써 훌륭하게 자랐습니다. 그리고 5년 만에 귀성, 이 작품은 가족 간 유대를 그리고 있습니다. 비록 피가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가족의 유대는 누구도 헤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안젤린은 그런 아버지를 과할 정도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아버지는 그런 딸의 응석을 받아줍니다. 평온한 일상, 아빠가 있고 내가 있어서 세상은 아름답다는 분위기를 마구 풍겨대는데 솔직히 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만. 삭막해져가는 세상에서 부녀가 보여주는 가족애는 훈훈함을 선사하죠.

 

그리고 안젤린의 동료 아넷사와 밀리엄까지 안젤린의 영향과 온화한 벨그리프(안젤린 아버지)의 성격에 녹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도 흐뭇하게 합니다. 특히 밀리엄은 인간들에게서 괄시를 받는다는 수인족(고양이)이라는 정체를 벨그리프에게 털어놓는데요. 그럼에도 그가 딸과 똑같이 대해주는 모습에서 오늘 처음 만났음에도 저를 양녀로 삼아주세요라는 분위기를 풍기니 벨그리프는 부모로서의 능력은 대단하다 하겠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남자로서의 매력은 꽝이라는? 참고로 벨그리프는 42살 먹은 총각인데요. 보통 이런류의 작품에서는 아무리 나이차가 심하다고 해도 연애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런 눈살 찌푸려지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여느 판치라물 같이 걸핏하면 속옷 보여주고, 우연을 가장해 알몸을 보여주고, 그런 싸구려를 과감하게 버림으로써 얻는 훈훈함이 있다고 할까요. 그래서 안젤린이 조금 과도하게 스킨십을 한다던지, 한 이불 덮고 자는 모습에서도 가족으로써의 자연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남자 주인공이 헤프지 않은 것에 오는 히로인들의 호감의 한 형식이라고도 할 수 있죠. 볼을 부비부비 해도, 남자의 가슴팍에 뛰어들어도 흑심을 품지 않으니 안심하고 몸을 맡길 수 있는 존재. 바꿔 말하면 주인공은 둔감형이라면 좋은 말이고 고자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는데 나이차를 보면 사실 손대는 건 범죄죠. 아무튼 그래서 그럴까요. 고을을 다스리는 백작가의 영애조차 그에게 대시를 해대면서 벨그리프의 인생은 파란만장해지기 시작합니다.

 

안젤린이 아버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적귀]라는 있지도 않은 전설을 부풀려 온 대륙에 다 퍼트리는 바람에 아버지는 사면초가랍니다. 가는 곳마다 영웅보다 더한 대접을 받으니 이보다 난처한 일이 또 있을까요. 그동안 수련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다지만 그(벨그리프)의 모험가로서의 생명은 일찍이 끝났고 마지막 모험가였을 때의 등급도 E랭크, 조무래기 그 이상은 아닌 그가 어찌 된 일인지 딸의 명성과 함께 최강 전설을 흩뿌려대고 있었으니. 당연히 아버지는 마음고생을 많이 하게 되죠. 도로 정비를 위해 찾아간 백작가의 영애 헬베티카는 눈이 반짝반짝, 사샤는 스승님이라며 달라붙고, 안젤린은 헬베티카가 새엄마가 되는 게 아닐까 전전긍긍, 상황은 벨그리프의 명성은 진짜라고 쐐기를 박듯 1권에서 처치했다고 여긴 마왕 동조자들의 내습은 벨그리프의 주가를 몇 단계나 끌어올리고야 맙니다.

 

하다못해 [적귀]라는 명성에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 한다. 딸내미 뒤치다꺼리하느라 아버지는 오늘도 힘들답니다. 뼈는 마디마디가 삐거덕, 마왕 동조자라는 적들을 맞이해 아빠는 힘들어 죽겠는데 딸은 한다는 소리가 아빠 멋져~~~ 그녀의 머릿속엔 아빠는 대체 어떤 이미지일까. 성인에 가까운 17살이 되어도 마냥 어린애 같은 안젤린의 순수함은 어린아이의 그것과 동일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아빠는 힘을 내봅니다. 딸내미가 훨씬 더 강하지만, 자신은 힘이 없다 해도 최선을 다해 손을 뻗어 사람들을 지키려는 중년 아저씨의 고군 분투가 상당히 눈부시죠. 그렇기에 히로인들은 그와 나이차가 있든, 그의 몸에 장애가 있든 전혀 상관하지 않고 대시하는 모습에서 으레 인간으로서 나아가야 될 길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맺으며, 70여 개체나 있다는 마왕과 그 마왕을 부렸다는 솔로몬의 복선, 그걸 추종하고 동조하는 자들의 출현, 그리고 안젤린의 정체가 조금 밝혀지면서 전체적인 이야기 윤곽이 보였습니다. 사실 마물이 서식한다는 숲에서 갓난 아이가 홀로 있었다는 게 의아한 부분이었죠. 이게 조금 해소가 되었습니다. 결국은 가족 간의 유대를 보여주며 어떤 위협이 들이닥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 했군요. 그 아이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요. 마치 역할이 바뀐 '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의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요.

 

그건 그렇고 하루 종일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역설하고 부비부비 과도한 스킨십을 하는 통에 사실 좀 질립니다. 하지만 작가가 이런 이야기들을 감성적이고 파스텔톤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식상하거나 무미건조하다는 느낌은 없었는데요. 가령 초봄 아침 서리가 내린 언덕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는 장면을 설명하는 부분의 디테일은 대단하다 할 수 있었군요. 마치 잃어버린 듯한 어린 시절을 떠 올리게 해서 가슴 한켠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아련함을 느끼기도 하였군요. 다만 기승전결이 좀 아쉽게 다가옵니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적과의 싸움도 그렇고... 잠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개그가 좀 있었다면 9점까지도 줄 수 있었겠는데 거의 없다시피 하니 아쉬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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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제로 2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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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에 이어 나이즈까지 무사히 영입을 하면서 밀레디는 세계정복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되었습니다. 망할 민폐X으로 요약할 수 있는 그녀의 활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고구마를 트럭째 선사해주었죠. 마왕(신)을 쓰러트리러 가면서 동료는 모아야겠고, 힘 좀 쓴다는 남정네에게 말을 걸었더니 앞가림이나 잘 하시지라는 말을 듣는다면 며칠은 삐질 수 있겠건만 우리의 철면피 밀레디는 내뱉는 말은 있어도 들어오는 말은 죄다 블랙홀에 집어넣는지 세상 철면피가 따로 없다는 것마냥 불굴의 의지로 들이밀은 결과 성공적으로 하렘을 만들었군요. 아닌 게 아니라 셋이 노닥거리는 분위기가 좋습니다. 상업지를 너무 봤나 싶은 게, 필자의 심정을 대변하듯 여관 겸용 식당에 들렀을 때 여급이 그런 관계(3ㅍ)인 줄 알고 얼굴을 붉히는 거 보니 작가도 노린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런데 3명으로는 레이드 뜨기엔 뭔가 모자라는 감이 있군요. 그래서 서쪽 바다에 있다는 성녀의 소문을 주워듣고 그녀를 영입해볼까 합니다. 안디카라는 섬에서 전해져오는 [서쪽 바다의 성녀]라... 이들은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길을 떠나요. 필자는 밀레디가 이번엔 또 어떤 민폐짓을 보여줄까 가슴이 두근두근하지 않을 수 없었군요. 상대의 입장 따윈 개나 줘버리고 프리티 한 밀레디랑 함께 레이드 뜨러 가자고? 밤낮없이 찾아오고 뚜뚤겨 패서 쫓아내도 다음날이면 아무렇지 않게 찾아온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고약한 건 밀레디의 마법적 능력은 신대 마법 사용자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게 출중하니 이쪽이 아무리 능력으로 내쫓아도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기뻐하며 달라붙으니 진심 스토커에게 쫓기는 기분이 과연 이런 걸까 싶었을 겁니다.

 

그 기분의 희생양이 될 새로운 존재를 찾아 3만 리가 시작되는데...

 

세상 모든 깐족거림은 다 모아놓은 듯 밀레디의 깐족거림은 더욱 진화해서 읽는 독자조차 혀를 내두르게 하는군요. 서쪽 바다의 성녀를 찾아 여행을 하며 오스카를 먹잇감으로 삼아 밀레디가 선보이는 깐족거림은 미친X 그 이상은 아니라는 듯 거침이 없습니다. 그녀의 깐족거림은 나이즈도 비켜가지 못해 그의 약점을 잡아 깐족거리는 모습은 죽을 때 곱게 죽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낳아 버리죠. 이미 본편에서 이들의 여행 종착지는 정해져버렸으니 아마 이들의 끝을 고하게 되는 원인의 9할은 밀레디의 깐족거림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밀레디를 제외한 그녀의 동료들이 처한 현실은 비참하다 할 수 있습니다. 노파심에서 쓰자면 굴욕적이고 시산혈해의 비참함이 아니라 뭔가 말싸움에서 진 기분의 비참함이라 하겠군요.

 

그렇게 밀레디의 깐족거림으로 고구마가 트럭째 오가는 끝에 안디카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교회에서 낙인찍은 이단자의 낙원, 동시에 신에게 버림받은 지옥, 신앙 없는 자의 유배지, 이단자로 몰려 도망친 끝에 다다른 망망대해의 섬, 그곳에서 밀레디를 위시한 오스카와 나이즈는 성녀를 수소문해봅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블랙뻘의 해적선에 관한 소문은 이들에게 있어서 길조일까 흉조일까.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다는 의지' 아이들이 마음 놓고 웃고 떠드는 세상, 그것을 위해 여행을 떠났던 밀레디를 맞이하는 건 무엇. 처형인의 일족으로써 묵묵히 이단자들을 처형 해왔던 그녀의 눈을 뜨게 만들었던 벨타라는 여성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에피소드가 시작됩니다.라고 했지만 작가가 자신은 중2병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이 작품에서 심각함은 찾아볼 수 없군요.

 

이대로 리뷰를 끝내기엔 뭔가 허전하니 이 작품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제일 많이 차지하는 밀레디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해보자면요. 그녀는 신입생을 동아리에 입부 시키려는 선배의 끈질김과 유흥점 삐끼처럼 집요함을 겸비하였죠. 남의 말을 안 듣습니다. 정중히 거절하고 갈려는데 자꾸만 소맷자락을 붙잡아요. 그래서 약간 성질내며 놔주세요. 해도 안 놔줘요. 울컥해서 한대 때리면 그때부터 말려들어가게 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죠. 근데 이런 깐족거림과 민폐 덩어리의 클리셰라고 해야 될까요. 이야기는 그녀의 이런 행동 뒤에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사는 세상을 위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자유로운 의지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짊어지고 있기에 나오는 행동이라고 역설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그런 그녀의 이면을 들여다본 오스카와 나이즈는 그녀의 뜻을 같이 하고자 하죠.

 

그녀의 깐족거림 이면에 무엇이 있을까. 읽는 내내 이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가족을 참살하고 홀로 세상에 나와 [해방자]의 리더가 되어 십자가를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투쟁은 험난하기 그지없죠. 작디작은 소녀가 홀로 세상에 맞서 가야 되는 외로운 투쟁, 꺾일 거 같은 마음을 애써 웃음으로 감추려는 연약한 모습, 그런 처절함을 감추기 위해 그녀는 깐족거림으로 얼버무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그걸 봤기에 오스카와 나이즈는 그녀를 위해 목숨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걸 중2병으로 분위기 다 말아먹는 작가의 센스는 덤이고, 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라는 듯, 밀레디 강화판의 등장은 그녀(밀레디)를 궁지로 몰아넣죠. '메일'이라는 해적 소녀(20대를 소녀라 불러도 되는지)의 등장은 깐족거림의 대명사 밀레디를 격침 시켜버리는게 상당히 통쾌합니다.

 

뭐, 그렇습니다. 성녀 찾아 3만 리의 끝에서 쉽게 쉽게 일이 끝난다면 오죽 좋겠습니까. 블랙뻘의 저주가 시작된다고 할까요. 성녀 찾아 머나먼 바다 한복판까지 와서 이들이 본 것은... 과연 밀레디는 무사히 성녀를 찾아 동료로 맞아들일 수 있을까. 그전에 밀레디의 깐족거림을 못 견디고 성녀는 자/살 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찾아오는 교회 신자들과의 싸움, 이미 본편에서도 이골이 났지만 중2병식 마법과 대사가 엄청 날아다닙니다. 오글오글. 갑자기 가족적 분위기도 이어지고 남의 가정사도 뒤지고 참 바쁘게 450여 페이지의 분량을 허투루 쓰지 않는 작가의 능력이 좋습니다. 부끄러움은 읽는 자의 묷이라는 것마냥, 라이트 노벨의 정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과 합쳐진 앙상블은 다음 권은 오글거려서 못 보겠다 싶을 정도죠.

 

맺으며, 하도 가볍게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이러니까 종국에 그 꼴 나지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더군요. 이런 흐름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애니메이션 보다 보면 여자애를 찬양하며 마지 텐시(진짜 천사) 같이 오글거리는 거 있잖아요. 밀레디의 깐족거림과 합쳐져 거의 300여 페이지 가깝게 이런 오글거림이 이어지다 보니 읽기가 참 힘들었군요. 나쁘다는 건 아닌데, 본편에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긴 한데, 밀레디의 깐족거림과 어우러지니 민트 케이크처럼 접하기가 겁난다고 할까요.

 

하아...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 '메일'의 에피소드가 잔잔한 가족물 분위기여서 집중은 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재미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라고 헷갈리실 텐데 필자는 웬만해서는 재미있다고 하지 않습니다. 재미는 주관적이기에... 그건 그렇고 초반에 세계정복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그냥 흥미를 끌까 해서 써놓은 것이고 진짜 목적은 신들과의 싸움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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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1 - 마오마오의 후궁 수수께끼 풀이수첩
쿠라타 미노지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유유리 옮김, 휴우가 나츠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코믹을 먼저 접하고 라노벨을 평가 하지 말아달라는 겁니다. 원래 라노벨을 원작으로 한 코미컬라이즈화가 진행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스킵은 피할 수가 없어요. 코믹계에서 제일 완성도가 높다고 하는 늑향만 하더라도 스킵이 상당히 이뤄졌죠. 던만추(외전 포함)나 소아온 프로그레시브등 내로라하는 코믹들 역시 스킵은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건 그걸 느끼지 못하게 하는 코믹 작가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어떠한가를 논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본론부터 말하자면 1권만 읽고 2권은 주문하지 말걸 그랬다는 후회였군요.

 

늘 코믹화되면서 내용이 얼마나 충실하느냐도 있지만 작화도 그에 못지않게 평가 기준이 되죠. 사실 이런 건 주관적이라서 누군 잘 그렸네, 누군 못 그렸네 등 설왕설래할 수 있는 부분이고 필자는 사실 중립을 지키려고 끊임없이 노력 중이지만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서슴없이 말하곤 하는데요. 필자 주관적으로 언급해보자면 '노력 좀 하셔야겠습니다.' 원작의 인기에 편승해 묻어 갈려 하지 말고 작가 본연의 힘과 느낌으로 밀고 나가야만 살 수 있겠다.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었는데요. 사실 만화라는 취미에 발을 들이고 남들보다 조금 더 봐왔던 필자로써는 초창기엔 어쩔 수 없는 작화여도 갈수록 일취월장하는 작가들을 많이 봐왔던지라 이 작품도 그걸 가능성을 보이긴 하였군요.

 

아무튼 국내에서도 꽤나 인기작이어서 이미 많은 분들이 원작인 라노벨을 보셨겠지만, 그래도 조금 언급해보자면요. 유곽(창관)에서 약사인 양아버지를 도와 약사의 길을 걷고 있었던 '마오마오'라는 소녀가 인신매매되어 후궁에 팔려가 허드렛일을 하다가 약사로써 능력을 인정받아 생활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천재는 아니지만 수재에 버금간다는 비상한 머리를 이용해 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는 것도 가미되어 있죠. 요컨대 명탐정 코난이 장래 취직할 자리를 약사로 정했다고 보시면 되려나요. 다만 마오마오의 본업은 약사이고 부업이 탐정이지만요.

 

후궁에서의 삶, 딱히 왕의 눈에도 들 일도 없이 그저 빨래나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그녀에게 후궁은 감옥 그 이상은 아니었군요. 그런 그녀에게 앞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도록 강요하는 중요한 사건이 터지는데요. 상급 비(妃)인 코쿠요와 리화의 갓난 자녀들이 원인 모를 병을 앓고 있는 걸 발견하면서 그녀의 인생은 꼬여만 가게 되죠. 화장을 위해 얼굴에 바르는 어떤 하얀 가루가 일으킨 왕자와 공주의 죽음의 위기. 나서는 걸 싫어했던 마오마오는 그녀만의 표현 방법으로 두 상급 비에게 해결 방법을 적은 연통을 넣으나 한쪽의 아이는 살고, 한쪽의 아이는 죽어버리는 행운과 비운을 동시에 맞고 맙니다.

 

여기까지라면 영아 사망률이 높은 시대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살 수 있었던 아이는 천운이고, 죽은 아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게 이 시대의 평범한 인식이었죠(이 부분은 원작인 라노벨에서만 표현된). 그렇게 끝났으면 마오마오도 그냥 빨래나 하며 계약 기간이 끝나는 1년하고 수개월 뒤에 다시 유곽으로 돌아갈 수 있었건만. 해결 방법을 알려준 은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는 모친의 의뢰를 받은 고자 환관 '진시'가 그녀를 찾아오면서 평온했던 마오마오의 후궁에서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죠. 사람은 첫인상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했던가요.

 

이쪽의 의향은 아랑곳하지 않고 실실 웃으며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어 희희낙락하는 진시의 첫인상은 그녀로 하여금 언젠가 그 면상을 할퀴어 줄 테다라고 할 만큼 최악이었으니. 질이 나쁜 건 그저 평범한 고자 환관이 아니라 나름대로 권력을 부릴 수 있는 고위 관리라는 것에서 마오마오가 그(진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차갑기만 하다는 게 이 작품의 최대 포인트인데요. 평민 입장에서는 잘못하면 목과 몸통이 분리될 수 있는 상황 가령 사건 해결이라던가 약을 만든다던가를 진시는 아무렇지 않게 그녀에게 들이밀며 마치 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통에 조용히 살고 싶었던 마오마오는 죽을 만큼 그가 미울 수밖에 없게 되죠.

 

그렇게 마오마오는 진시에게 불려가 살아남은 아이의 모친의 독 시식 담당이 되어 후궁에서의 남은 생활을 이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단순히 그런 생활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마치 그녀를 기다렸다는 것마냥 사건이 일어나요. 그리고 진시는 마오마오를 닥달해서 사건을 해결하려 하죠. 자기도 나름대로 머릴 굴리면서도 마오마오를 그냥 재미있는 장난감 취급하며 일일이 그녀의 반응을 즐기는, 그런 기질 때문에 더욱 미움받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정신병 환자랄까요. 이게 훗날 그런 인연으로 흘러갈지 지금은 몰랐겠죠. 궁금하면 원작을 보시길, 필자의 추천작입니다.

 

맺으며, 스킵이 장난 아니게 심하군요. 원래 코믹화되면 스킵은 피할 수 없다고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미약 사건은 통으로 편집된 듯한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다고 알리는 수준이고(사실 원작 라노벨 1권에서 최대 포인트중 하나이죠), 마오마오의 비이상적인 독 오타쿠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왼팔 사연도 그냥 미친X 수준으로만 표현되었군요. 이것으로 인해 오해를 사버린 비취궁의 시녀들의 호들갑도 개그로써 흥미로운데 생략되었고, 리화 비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에피소드는 말 못할 정도로 처참하군요. 리화 비의 애절한 대사는 이 작품의 백미였는데... 작화는 1권인데도 뒤로 갈수록 나아지고 있어서 앞으로 기대는 되는데 스킵 부분에서는 암담하네요. 이러다 추리 부분에서도 스킵이 일어나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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