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양피지 4 - 늑대와 향신료의 새로운 이야기,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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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만인을 하느님의 뜻으로 보우하사 어렵고 어려운 세상에 그래도 소금이 되고파 속세로 뛰쳐나온 건 좋으나 귀동냥으로 배운 지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더라. 우물 안의 개구리 심정으로 교회의 악정을 바로잡기 위해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결국 북방의 차가운 바닷물에 빠져 정말로 죽을 뻔도 했건만. 돌아오는 건 '너 때문에 전쟁 나게 생겼다'. '콜'이 가는 곳마다 그 지방에 속한 교회 개혁에 성공을 거두면서 슬슬 교회 총본산은 겉몸이 달기 시작합니다. 교회의 횡포에 맞서 윈필 왕국이 교회 개혁을 주창하며 전면전을 선포한지도 몇 년, 서로가 으르렁거리면서 간만 보고 있었는데 콜에 의해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 거죠. 콜이 각 지방 교회의 문을 열게 하고 교회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회개하게 하였으니 교회 총본산 입장에서는 아군이 자꾸만 줄어가는 형국이었습니다.


딱히 교회만 국한된 게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힘의 균형이 깨지면 어느 쪽이든 불안에 떨기 마련이죠. 윈필 왕국으로 천칭이 기울자 교회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버립니다. 상인조합을 포섭해서 윈필 왕국을 말라 죽이기로 하는데, 이걸 쉽게 표현하면 밀리터리계에서 늘 화두 되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싸우면 누가 이겨요?라는 주제에 꼭 빠지지 않는 답이 있죠. 일본이 항로를 봉쇄하면 우린 굶어 죽는다. 작중에 이 일이 터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라면 대화의 여지는 있어요. 서로가 상대를 끝장낼 기세가 아닌 데다, 윈필 왕국은 그저 교회가 청빈하게만 살아 준다면 그걸로 족하고, 교회도 딱히 하나의 왕국을 적으로 두면서까지 피를 흘리고 싶지는 않은지라. 근데 여기서 그동안 교회가 저질러온 부정이 턱밑 칼이 되어 찌르고 들어오니 상황은 일촉즉발로 발전하게 되는군요.


그동안 양과 고래가 나왔고 이번엔 새가 나옵니다뮤리는 보자마자 '닭'이라고 폄하해버리는 독수리가 그러한데요. 이에 질세라 닭이라고 이명을 얻은 독수리는 뮤리를 보고 '개'라고 폄하해버리고요. 거기에 새가 여자라는 점에서 뮤리의 질투심이 더욱 폭발해서는 사사건건 으르렁대지만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본다가 딱 그런 상황. 사실 첫 만남은 그리 좋다고만은 할 수 없군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지만 세세하게 언급은 힘들고,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독수리의 등장으로 윈필왕국과 교회 간 전쟁의 빌미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생아라는 말을 많이들 들어 보셨을 텐데요. 왕족이나 귀족이 재미로 마을 처녀를 탐하고 애를 낳게 하고는 나 몰라라 하는 이야기도 자주 접해 보셨을 것이고요. 


독수리는 교회 권력자의 사생아.


이 정도만 표현해도 뭔 일이 터지는지 예감을 하셨을 겁니다. 당연히 버려진 쪽은 버린 쪽을 증오할 수밖에 없죠. 뭔가 호소하기 위해 버린 놈들을 만나러 가도 만나 주지 않고, 삶이 팍팍해 도움을 바라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이란. 그렇담 그런 놈들의 눈길을 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수를 들이미는 수밖에 없죠. 독수리가 교회에 대한 적개심은 실로 대단합니다. 이 적개심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콜에 의해 왕국과 교회 간 천칭이 무너졌는데, 교회 총본산 측에서는 독수리의 적개심과 더불어 콜에게 보내는 만인의 인기에 위기감을 느껴 버린 것이죠. 남은 건 전쟁의 기운. 그리고 이때다 싶어 치고 들어오는 괴물이 있었으니, 그 옛날 로렌스를 죽도록 패고 그것도 모자라 배신까지 서슴지 않은 주제에 로렌스에게 구해지는 수모를 당했던 '에이브'의 등장으로 사태는 새로운 양상을 띄어 갑니다.


이번엔 콜을 시험에 들게 하는 에피소드라 할 수 있겠군요. 본편 5권부터 약 12권까지에서 로렌스가 에이브 때문에 고통받은 걸 거의 그대로 콜이 받게 돼요. 오직 돈만을 위해, 돈을 위해서라면 사람 목숨도 파리 목숨으로 만드는 에이브가 여명의 추기경으로 사람들에게 추앙을 받고 있는 콜을 이용해 뭔가를 꾸미고, 그게 틀어지자 서슴없이 왕국과 교회 간 전쟁을 일으키려 하죠. 그 중간에 독수리가 끼게 되는데, 뮤리와 콜은 전쟁을 막는 것과 동시에 시대의 피해자인 독수리를 구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섭니다. 하지만 콜은 로렌스만큼이나 세상을 알지 못하고, 강단도 없죠. 배운 게 우물 안이고 에이브의 감언이설에 놀아나는 등, 결국 뮤리가 변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까지 오게 돼요. 콜은 뮤리가 아니었으면 어쩔뻔했을까.


맺으며, 이번 이야기는 옳은 일을 할수록 반대편도 보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권선징악형 이야기에서 악은 자신이 정의에게 짓밟히는 걸 이해하지 못하죠. 정의는 왜 악이 악인지 분간 시켜주고 악은 옳지 않다는 걸 역설해야만 합니다. 콜은 그것을 설파하긴 했습니다. 그의 마음에 감복해 많은 사람들이 동조를 하였고, 하지만 그로 인해 잃는 것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했죠. 그래서 에이브가 콜 앞에 나타난 것이고, 콜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쓴맛을 봐야만 했습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일들은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았다는걸. 이번엔 이야기가 얽히고설켜서 이번엔 두뇌를 풀가동해서 읽어야만 했군요. 적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편이고, 내 편인 줄 알았는데 적이고, 방심했다간 목 따인다는 메시지를 던지는데, 기억력이 3초 붕어 머리인 필자로서는 앞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이야기는 알차다고도 할 수 있군요.


그건 그렇고, 엄마보고 악당이라느니 뮤리의 말주변과 활약이 대단합니다. 동네방네 떠돌이 개들을 내 편으로 만들고, 독수리와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꽤 귀엽습니다. 질투심은 엄마 뺨칠 만큼 커서 삐지는 것하며. 본편에서는 로렌스에게 시다바리 다 시키고 정말 위급할 때만 변신해서 도와주던 엄마에 비해 대놓고 전면에 나서서 콜을 호위하는 모습이란. 사실 뮤리가 아니었으면 콜은 진즉에 죽었지 싶을 만큼 뮤리의 도움을 많이 받는데 남자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그래도 실수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안 하는 면하며 넘어져도 일어나 앞으로 나아갈려는 의지를 보고 있으면 꽤 대단하다고 할 수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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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위의 서브캐릭터 육성 일기 1 - ~폐인 플레이어, 이세계를 공략 중!~, L Books
사와무라 하루타로 지음, 마로 그림, 이승원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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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과금으로 수천만 원은 예사고, 억대 그 이상을 쓰는 사람을 종종 보잖아요. 그렇게 투자해서 캐릭터를 강하게 키워 상위 랭커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인생과 돈을 게임이라는 데이터에 투자하다니 바보 같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일종의 취미로 존중해주시나요. 흑자는 이렇게 묻곤 합니다. 그렇게 게임에 인생과 돈을 투자해서 남는 건 무어냐고, 그럼 게이머들은 이런 말을 하죠. 꼭 남는 게 있어야 의미가 있는 거냐고, 인생에 있어서 무언가를 하며 즐기는 방식은 개개인 다 다름에도 왜 게임에만 유독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대는 걸까라고 필자도 한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죠. 물론 필자는 과금이라고 해봐야 월 이용료 낸 게 다지만요. 아무튼 이 작품은 온라인 게임에서 폐인 짓을 하던 유저가 죽어서 이세계로 환생해 살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뭐든지 과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죠. 주인공 'seven(사토 시치로)'은 인생을 받쳐 온라인 게임 세계 1위 랭커가 되었습니다. 과금을 얼마나 했는지는 안 나오지만 세계 1위를 할 정도니 엄청나게 들이부었을 테죠. 그 정도를 들이부으면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남다를 것이고요. 덕분에 그는 각종 타이틀도 1위를 지키는 등 세계가 주목하는 게이머라 할 수 있습니다. 자부심도 대단하겠죠. 그것과 맞바꾸듯 현실 28세라는 인생을 몽땅 게임에 투자하면서 방구석 폐인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되었지만요. 근데 이 작품에서 그가 방구석 폐인이었다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죠. 만약에 말입니다. 현실의 인생을 포기하면서까지 애정을 들여 키운 캐릭터가 한순간에 없어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분신 같은 캐릭터가 말이죠. 


남들이 날 어떻게 보든, 노력이라는 형태는 비록 다를지언정 캐릭터 키우는데 있어서 감 나와라 뚝딱한다고 세계 1위 캐릭터가 하루아침에 툭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은 사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일이죠. 그런 캐릭터가 삭제되어 버렸습니다. 뭥미?!라는 말이 나올만하겠죠. 게임사에 항의해도 '그건  복이고' 라고 하니 미치고 졸도할 노릇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충격을 받다 못해 인생(the 자/살)을 포기해버립니다. 잘 읽다가 뜬금없는 전개에 황당하기 그지없더라고요. 뭐, 하기야 28살이나 되어서 기술 하나 없는데 지금부터 사회에 나간다고 변변찮은 일자리를 얻는 건 무리가 있겠죠. 근데 현실에 남겨질 시체는 어떡하라고, 부모님은 언급이 없지만 부모님 생각은 안 해봤나 하는 오만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주인공급이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건 사실 전대미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깨어나 보니 내가 하던 온라인 게임 속이네? 꿈은 이루어진다고 현실에서 그렇게 게임질을 하다가 진짜로 게임 속으로 들어오니 이 얼마나 기쁘겠어요. 근데 세계 1위 캐릭터는 어디 가고 창고로 쓰던 캐릭터네? 일명 서브 캐릭터라고 하죠. 일부 온라인 게임은 캐릭터의 숫자에 따라 창고 용량이 늘어나기도 하는데요. 주인공이 하던 게임도 그랬나 봅니다. 어쨌거나 창고 캐릭터라도 지금부터 키우면 되지라고 긍정적이 된 주인공 '세컨드(네이밍 센스가 괴멸적)'는 이세계에서도 세계 1위를 노리고자 합니다. 여기서 참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하는 작품답다 싶을 정도로 스킬 트리와 스테이터스에 목숨을 겁니다. 짜증이 날 정도로 세세하게 표현하는데, 꼭 이래야만 했냐고 오태식이 이 작품에 출연한다면 딱 그런 말을 했지 않을까 싶을 정도랄까요.


사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이세게 전생 치트물이다 보니 노력이라든가 고생이라는 단어는 전혀 찾을 수가 없습니다(물론 주인공 한정). 이전 생에서 습득한 게임 지식을 이용해 남들은 모르는 치트로 별 어려움 없이 강해져 가는 이야기죠. 한마디로 식상, 게다가 주인공이 게임폐인에다가 자/살이라는 전대미문을 저질러 주면서 자칫 작품 이미지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기도 한데요. 그래서 이 작품을 읽고자 한다면 초반을 잘 넘겨야 합니다. 이 작품의 진짜배기는 중반쯤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이 자기가 저지른 일들에 대한 죄책감과 살아온 인생이 잘못되었다는걸, 게임을 하는 순간은 재미있었을지언정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인생이라고 자조하는 장면은 여느 치트물하고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본론, 얼간이 여기사와 반푼이 고양이 수인 여학생을 영입해서 이들을 훌륭하게 성장시키는 장면도 눈여겨볼만하죠. 성장의 방향을 잘못 잡아 낙오자 인생을 걷고 있던 이 두 여자애들에게 주인공이 가진 지식을 이용해 성장시켜가는 장면들은 참 눈물겹다 할 수 있어요. 특히 고양이 수인 '에코'의 경우엔 마법학교에서 끔찍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죠. 고향 마을에서 기대를 받아 학교에 입학은 했는데 기대와 다르게 마법 실력은 영 신통찮고, 그러면 노력을 해서 인정받으면 되겠다 싶어 누가 봐도 괴롭힘임이 뻔한 일에도 뭐든지 노력하려는 에코의 모습은 정말 애잔하기 그지없죠. 부질없는 노력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을 외면하며 노력을 하고, 그 노력조차 인정받지 못해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마는, 원래는 주인공이 해야 될 노력을 에코가 보여주면서 이 작품에 대한 필자의 평가는 급상승하게 되었군요.


맺으며, 처음엔 주인공이 자/살하는 등 뭐 이런 작품이 다 있나 했군요. 거기에 치트로 노력과 고생은 하나도 안 하고 쑥쑥 커가는 거라든지, 이세계 주민들은 이것도 모르는 하등한 종족이라는 뉘앙스 하며(그 예가 얼간이 여기사와 고양이 수인 에코), 어딜 봐도 나무야 미안해라고 밖에 되지 않는 작품이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얼간이 여기사와 고양이 수인 에코가 성장하기 위해 보여주는 노력과 고생(라고해도 주인공이 쓰는 치트와 별반 차이 없지만), 그리고 성장에 있어서 이끌어 주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초반의 나무야 미안해라는 느낌은 쏙 들어가게 되더군요. 주인공도 방구석 폐인치고는 자신의 잘못을 잘 알고 있다는 것에서 여타 작품과 차별을 두고 있다 할 수 있고요. 다만 역시 치트물이라는 것과 그놈의 스킬 트리와 스테이터스 열거는 학을 떼게 만듭니다. 장장 9페이지에 걸쳐 쉬지도 않고 떠드는 건 좀 아니잖아요? 게다가 뭐? 미남? 여자들이 다 돌아봐? 그놈의 외모지상주의는 진심 토하게 만듭니다. 이런 것들만 빼면 괜찮은 작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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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7 - S Novel+
타나카 유 지음, Llo 그림, 신동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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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프란'은 '스승(주인공)'이 아니었으면 어쩔뻔했을까 싶군요. 진화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세계를 떠돌았던 부모님과의 여행은 빈말로도 즐겁지가 않았습니다(대충 예상). 그 부모님도 여행 중에 쓰러저 돌아오지 못하는 객이 되어 버렸고, 이후에 부모의 유지를 받들어 프란도 진화를 이루기 위해 홀로 여행을 하였었죠. 그러다 노예상에 붙잡혀 팔려가면서 나에게 검이 있었더라면이라고 되뇌어 봐도 돌아오는 건 곰 마물의 먹이 역할이었고, 여기까지인가 싶을 때 스승에게 구해졌었습니다. 스승은 이세계 전생한 지구 인간으로서 하필이면 검으로 환생을 하였죠. 뭔가 실험을 한답시고 마구 설치다가 마력을 빨아들이는 땅에 꼽히게 되는데 프란이 뽑아주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요. 이후 둘은 여행을 하며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며 착실히 성장의 기틀을 마련해갔습니다.


여행의 끝, 프란과 스승은 흑묘족 진화의 단서가 있다는 올무토에 도착하여 단서를 잡았고 프란은 꿈에도 그리던 진화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 무뚝뚝한 프란이 눈물을 보일 때는 얼마나 짠하던지요. 이게 다 멍청하고 못난 조상 때문에 후손이 개고생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먼 옛날 최강의 종족이었던 흑묘족이 욕심을 부려 신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고, 그 결과 수인이라면 다 하는 진화에 흑묘족만 보다 엄격한 조건이 붙어 버렸죠. 게다가 조건 자체도 알려지지 않은 데다 알아도 사실상 웬만해서는 진화를 이룰 수 없는 조건에 가까웠고, 그 결과 흑묘족 후손들은 다른 수인들에게 멸시와 노예로 팔리는 굴욕을 맛봐야 했습니다. 이제 조건이 개방되면서 다른 흑묘족도 노력 여하에 따라 진화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게 되었죠. 그걸 알리기 위해 프란과 스승은 또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이번 이야기부터는 프란의 전설의 서막 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프란은 무투 대회 때 랭크 C의 힘으로 랭크 A의 모험가를 이기는 기염을 토하고 진화를 이뤘다는 게 알려지면서 '흑뢰희'라는 이명이 붙어버렸습니다. 이것은 그녀의 겉모습이 귀여워서 혹은 단순히 재미 차원이 아닌 진정한 실력자로써 존중해준다는 의미이기도 한데요이제 그녀를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조아리게 되었죠. 하지만 극 초반이다 보니 여전히 깔보는 인간들은 있기 마련이고, 그럴 때마다 욱선생 프란은 다리를 잘라 버리는 건 여전합니다. 그나마 다리만 잘리는 건 행복한 축이고 대부분은 요단강 건너로 가버리죠. 프란은 적이라고 인식한 상대에겐 가차가 없어요. 이번에 바다를 건너면서 해적들을 만나 스킬 연습을 하며 아무렇지 않게 해적들을 죽이는 모습은 어딘가 섬뜩하게 합니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다음 여행지로 정한 수인국으로 가기 위해 바다를 건너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배를 수배하고, 호위꾼으로서 배에 올라타 바다 한복판에서 해적들과 마물떼를 만나 신나게 썰어버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죠. 몇 권인지 까먹었는데 예전에 신세를 졌던 시드런 해국의 망나니 왕도 해적으로 전락해서 프란의 앞으로 가로막지만 뭐 결과야 말해야 무얼 합니까. 그보다 프란과 스승이 힘을 합쳐도 이기지 못하는 마물을 만나 개고생하는 이야기가 더 흥미롭죠. 이 작품은 줄곧 주인공(혹은 히로인)이 아무리 먼치킨을 지향한다고 해도 위에는 위가 있다는 메시지를 줄창 던져왔는데 이번에도 그런 이야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고, 강해졌다고 자만하지 말라는 메시지와도 같아요. 뭔 짓을 해도 못 이기는 마물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건 그렇고, 프란의 성격을 좀 조절해야 되지 않나 하는 우려가 곳곳에서 보이더군요. 흥미가 없는 것엔 기억조차 못하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사람을 죽이는데 있어서 꽤 잔인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으레 법보다 힘의 논리가 통용되는 판타지에서 자기 힘만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되는 건 어느 정도 공감은 합니다만. 전투에서 상대를 죽이는 거야 어쩔 수 없다손 처도 고문을 하면서 칼로 찌르고 힐을 걸어 치료하고 반복하는 행위 같은,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홀로 지낸 시간이 길었던 탓일까요. 실력은 나날이 늘어도 인격적으로의 성장은 나날이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군요. 12살 어린애가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데 있어서 주저나 눈 하나 깜박이지 않는 게 과연 정서적으로 옳은 일인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고 할까요.


문제는 이런 프란을 제어해야 될 스승은 일절 관여하지 않아 그녀가 인격적으로 타락하는 걸 방조하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군요. 애가 무표정하게 상대 다리 찌르고 힐로 고치고 하는 걸 반복적으로 하는데도 아무런 느낌도 없는지, 아니면 작가가 무감각한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그래도 전투 때나 정보를 알아낼 때만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게 하나의 위안이긴 합니다. 곤란을 겪는 사람을 보면 도와주려 노력도 하고, 평소 때는 그 어떤 트라우마도 보이질 않으니 어떻게 보면 매우 강한 정신이라 할 수 있겠고요. 다르게는 애가 관심이 없는 건 기억조차 안 하려 드는 성격이다 보니 싸움은 좋아해도 사람 죽이는 것도 좋아서 하는 게 아닌지라 관심 밖이고 그러다 보니 인격에 영향을 안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낳긴 합니다만. 히로인 치고는 갭이랄지 괴리감이랄지의 폭이 상당히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맺으며, 이번엔 사실 리뷰로써 이야기를 건질만한 게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야깃거리 자체가 없는 건 아니고요. 수인국으로 떠나면서 해적들과 마물을 만나 신나게 줘패기도 하고, 그러다 어찌할 수 없는 마물을 만나 개고생도 하는 등 여전히 다사다난한 나날을 보내죠. 무투 대회(6권) 때도 그랬고, 이번엔 마물을 만나 이세계 전생물 특유의 먼치킨이면서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위에는 위가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교훈 같은 게 있어서 식상하지는 않습니다. 식상했다면 지금쯤 필자는 욕으로 도배하고 있었겠죠. 다만 프란의 인격 성장에 있어서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될 스승은 그녀가 상대의 살을 헤집고 고문을 해도 수수방관 모드이고, 프란은 스승의 무관심으로 일그러져 가는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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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논 2020-04-21 02:04   좋아요 0 | URL
필력 상당히 좋으시네요. 1권부터 쭉 읽어왔던 독자로 생각해왔던 모든 것이 담겨있는 글이었습니다.
 
월드 티처 11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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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생각하는데, 여행의 목적은 지친 심신을 달래고 낭만을 찾기 위함이 아닐까 싶어요. 미지의 땅을 탐험하고, 풍요로운 대지를 만끽하고,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노래 한 소절, 정말 현대를 살아가는 사축에게 있어서 꿈만 같은 이야기일겁니다. 그러나 이것도 다 돈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겠어요? 배를 곪아서야 경치가 다 무슨 소용이고, 석양을 바라보며 눈물을 지어봐야 돌아오는 건 서글픈 마음뿐이겠죠. 그래서 간혹 판타지 소설을 접하다 보면 이것들 돌아다니면서 먹고 자고 하는 돈은 어디서 조달하나 하는 생각을 가질 때가 많아요. 노숙도 영화에서 나오는 모닥불 피워놓고 별을 바라보며 잠이 드는 건 허구라고 어떤 예능 프로에서 증명하기도 하였죠. 영화처럼 노숙하다 입 돌아가기 십상이라고, 왕초도 이렇게 안 잔다고 할 때는 얼마나 웃기던지요(예능에서).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작품은 간혹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줍니다. 가령 엘프 '피아'의 경우라 할 수 있군요. 그녀는 무구한 시간을 살면서 언젠가 지금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는 반드시 이별을 한다는 미래를 가지고 있죠. 예전 어떤 만화에서 히로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같이 늙어가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참고로 히로인은 영원을 살아가는 사이보그). 그래서 그녀(피아)는 시리우스의 아이를 가지려고 무던히도 애씁니다. 시리우스가 가고 없는 미래에 아이를 바라보며 행복해지기 위해. 이건 늑향의 호로와 일맥상통하기도 하죠. 그래서 필자는 욕을 하면서도 이 작품을 끊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요(1). 좀 붕떠 있긴 한데 피아는 아련하게 해주는 뭔가가 있어요. 그런 피아가 이번에 확실하게 시리우스에게 어필하면서 슬슬 2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더군요.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여행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죠. 그런데 지금 돈이 없어요. 그야 그렇죠. 애들 실력이 느는 만큼 비례하듯 먹는 것도 나날이 늘어나서 식비가 감당이 안 돼요. 눈치 안 보고 손에 닿는 거라면 마구 입에 욱여넣는 여자 3명에 근육바보 한 명과 멍멍이 하나, 주인공까지 하면 현실에서도 식비가 감당이 안 될걸요. 왜 많은 나라가 일부 일처제 하는지 아세요? 그건 식비가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죠(물론 농담).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시리우스는 참 능력 있는 남자라 할 수 있습니다. 애들을 굶기지는 않으니까요. 노숙은 해도요. 하지만 이제 슬슬 돈이 떨어져 가는 게 눈에 보이는데 이대로 가다간 진짜로 굶을지 몰라요. 그래서 수인국 '아비트레이'에 왔긴 한데, 수인국(國)에 수인들(특히 갯과)에게는 신앙이자 추앙을 받는 '호쿠토(짱 큰 늑대)'를 데려온 게 신의 한수였다고 할까요.


약장사라도 시작했더라면 참 재미있었을 텐데, 호쿠토가 길을 나서자 하늘에서 신(神)이 내려와도 이러지는 않겠다 싶을 정도로 수인들이 열광하니 재미가 없어요. 하여튼 일본 작가들 신(神)격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라니까요. 그래서 일행들은 할 수 없이 방콕을 갔더랬죠. 호쿠토를 신격화하는 수인들 덕분에 좋은 여관에서 싸게 묶고, 참 편리하다 싶군요. 여관에서 나가질 못하는 어느 날 시리우스와 호쿠토에게 누군가가 찾아와요. 수인국 왕녀 '메리'가 찾아오면서 거대한 음모의 서막이 열리는데..는 없어요. 메리는 한 8~10살쯤 되어 보이는 순진무구한 여자애로써 호쿠토를 찾아와 뭔가 소원을 말합니다. 예로부터 수인국에서는 호쿠토와 같은 뭐라더라 까먹었는데 신수인가? 하여튼 신에 가까운 존재에게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인지 소문이 있데요.


그 소원이 참 애달프죠. 메리는 눈이 안 보여요.


​시리우스는 메리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노력을 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메리가 눈이 안 보이게 된 원인을 알아가요. 이 이야기는 9권하고 이어집니다. 필자가 9권 리뷰에서 언급을 안 했지 싶은데, 그때 '레우스의' 두 번째 여친이 있는 마을이 마물에게 습격을 받게 되었고 그 습격을 사주한 인물이 있었죠. 그 인물이 이번에 등장하면서 시리우스에게 대적하게 되는데요. 이 작품은 은근슬쩍 적(에너미)을 개과천선 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차 없이 없애버리는 시리어스를 보여주기도 하죠. 그래서 싸움이 벌어지면 꽤나 처절하기도 합니다. 이런 전투에서는 원래 주인공이 나서서 뽐을 내기 마련인데, 이번에 메리의 눈을 실명시킨 장본인과의 전투를 거치면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어요. 바로 메리의 어머니에게 포커스를 맞추면서 모성(母性)을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딸을 위해서 몸을 아끼지 않는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죠. 사실 처음부터 모성을 자극하는 건 아닙니다. 수인답게 단련에 힘쓰다 보니 애를 어떻게 대해야 될지 잊어버린, 처음엔 애를 주워와도 이러지 않겠다 싶을 정도로 싸늘한 시선만 보내는데 용케도 애가 삐뚤어지지 않았다 싶더군요. 하지만 그건 애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고 밝혀지면서 서투른 엄마라는, 오덕 세계에서 먹혀 들어가는 이야기를 들고 오다니 작가도 제법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주더라고요. 하지만 시리우스보다 나이가 더 많은(아마 20살쯤?) 첫째 아들이 있는데도 서툴다는 포지션은 좀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양날 같은 면도 보여줘요. 작가가 상당히 무리한다고 할까요. 게다가 엄마 일러스트는 어디를 봐도 10대인데? 여담이지만 아빠 일러스트는 끝까지 없는 비참함이란.

 

뭐, 그렇게 오늘도 시리우스와 그 패거리들은 또 한 건을 해냅니다. 참 돈 벌기 쉬워요. 수왕에게서 노잣돈 넉넉히 받는데, 현실에서도 이렇게 잘 풀리면 아무도 굶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은... 


맺으며, 히로인 1호 에밀리아는... 얘는 글렀습니다. 갈수록 인간적으로는 괜찮은데 인격적으로 '시리우스의, 시리우스를 의한, 시리우스를 위한'만 주창하고 있어서 이러다 남북 전쟁이라도 일으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위험을 안고 사는 게, 시리우스의 교육이 얼마나 위험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까요.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김건모가 부릅니다. '잘못된 만남', 동생을 위해서라면 이 목숨 마다하지 않던 애가 이젠 동생을 남 대하듯 '당신, 당신' 거리며 온리 시리우스만 바라보고 있는데 어떨 때는 소름이 돋아요. 어릴 적 부모를 잃거나 가정폭력을 당하면 그 충격으로 커서 내 사람(가족)에게 강한 집착을 보여준다고 하던데 딱 그런 분위기입니다(2).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교육을 모토로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는 안 어울리는 장면이라 할 수 있죠.


  1. 1, 사실 작품성도 그리 뛰어난 것도 아니고, 천선필 역자로 바뀌기 전엔 오타와 문맥파괴로악명이 높았죠.
  2. 2, 레우스와 애밀리아 남매는 어릴적 부모를 잃고 노예로 몇년이나 시달려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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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자격을 박탈당한 아저씨지만, 사랑하는 딸이 생겨서 느긋이 인생을 즐긴다 1 - L Books
오노나타 마니마니 지음, 후지 초코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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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하세요. 악평이 있으니 이 작품의 팬이시라면 안 보는 게 좋습니다.




37세 아저씨, 판타지에서 이 정도 나이면 손주 볼 나이겠죠. 한때 모험가로써 전설을 써 내려갔던 아저씨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흑마법사(35세까지 동정이면 흑마법사가 된다고 누가 그러더라고요.)가 되어 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몸도 예전 같지 않은 게, 근래에 들어선 스킬만 쓰면 HP가 깎이는 병까지 얻었지 뭡니까. 이제 슬슬 은퇴할 나이 건만 20년 넘게 모험가를 하면서 돈은 땡전 한 푼 모아두지도 않았군요. 지금 당장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길드를 찾아가 일거리를 달라고 하니 매정하게도 길드는 '너 님 모험가 자격 박탈' 선고를 해버립니다. 그동안 아저씨의 등골을 쪽쪽 빨아먹을 땐 언제고 이제 와 쓸모없으니 꺼지라는군요. 게다가 갈 땐 가더라도 빌려준 무기도 놓고 가라고 합니다. 길드는 아저씨가 벼랑에서 간신히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었는데 이거마저 잘라 버리죠.


세상 온천지에 박정한 놈들 밖에 없어.


한때 용사 파티의 일원으로써 용사에게 싸우는 법까지 알려준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 건만, 박정한 용사 놈들은 아저씨가 병에 걸리자 바로 퇴출 시켜 버렸죠. 이런 놈들이 용사라니 이 세계도 갈 데까지 간 게 아닐까 싶더군요. 길드를 나서다 아저씨는 용사 패거리와 조우하게 돼요. 마침 잘 만났다는 듯이 마주친 용사 패거리들은 아저씨를 놀려대기 바쁩니다. 말이 좋아 놀린다지 이건 비아냥에 모욕에 인간 취급을 안 해주니 용사라는 놈들 인성 개차반이 따로 없어요. 아저씨 이쯤 되면 화낼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 모습에서 좋은 말로 하면 성격 좋은 사람, 나쁘게 말하면 비굴한 무지렁이 딱 그 느낌이었군요. 작가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콩쥐와 팥쥐를 연출하고 싶었던 걸까요. 온갖 역경을 이겨내 나를 무시한 놈들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려 했던 걸까요.


자, 이렇게 '한때 잘 나갈 땐 잘도 이용해먹더니 쓸모 없어지니까 패대기치는 놈들'이라는 밑밥을 뿌려 두었습니다. 사실 이건 전형적인 주인공이 병이든 뭔가에 의해서든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이후 회복하여 복수할 거라는 복선인데 문제는 아저씨 성격상 자신을 퇴출시킨 용사 패거리들이 다시 파티로 들어와 줄 수 있냐고 하면 냉큼 들어갈 성격이라는 거죠. 위에서도 서술했다시피 아저씨 성격이 비굴한 무지렁이거든요. 화를 내지 않고,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 속된 말로 눈치를 엄청 살피는 성격으로 대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피곤해지는 스타일이죠. 즉, 이 말은 굉장히 착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사람들 특징이 불의를 못 참고, 곤란을 겪는 사람을 외면하지 못하죠. 사실 정의로운 세상은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성립이 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성격은 내 안 보는 데서 해줘라고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끊임없이 되뇌게 돼요. 내 코가 석자인데 덮어놓고 나대다간 제명에 못 산다는 메시지를 던져줄 만도 하겠건만 이런 작품들의 특징이 그런 교훈을 멍석 말아버리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아저씨가 숲에서 줍게 되는 소녀 '라비'도 한몫 거들어요. 유유자적 여행을 하며 어떤 숲에서 화살 맞고 낑낑거리는 펜릴(짱 큰 늑대)을 구해주게 되는데 알고 보니 인간 소녀였다는 것. 그 뒤 아저씨는 '라비'를 맡겨둘 곳을 찾아 같이 여행을 떠나는데요. 작가는 부창부수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요. 애(라비)가 아주 아빠(아저씨) 성격을 뛰어 넘어요. 펜릴로 변하게 된 일, 자시을 죽이려던 사람에게 쫓기던 일등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어디에 갖다 버리곤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말 밖에 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이 작품의 단점을 열거해보자면요. 스포일러 주의.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제일 참을 수 없었던 부분인데요. 아저씨, 라비를 구해주기 위해 발사한 스킬이 반사되어서 자신(아저씨)의 저주가 풀려 버리는데 이게 제일 황당하고 당황스럽기 그지없었어요. 일찍이 전설이라고 불릴 정도로 실력가였고 마왕을 무찌르는 용사의 스승이자 용사 파티에 들어갈 정도로 유능한 사람이 자신에게 걸린 저주를 몰랐다? 까지는 좋아요. 근데 라비에게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스킬을 썼는데 '그게 반사되어 주인공의 저주가 풀리고 전성기의 실력을 되찾았다.' 이걸 글이라고 쓴 거냐고 도서를 패대기칠뻔하였습니다. 게다가 되는대로 갖다 붙이기식 설정을 혀를 내두르게 하죠. 이제 막 생각났다는 것처럼 '나, 이런 스킬도 쓸 수 있어'하며 형편 좋게 스킬을 써대는 모습들은 보는 이를 창피하게 합니다.


그리고 낄 데 안 낄 때 가리지 않고 머리 들이미는 건 어떻게 좀 안 되나 하는 장면이 매우 많아요. 딴에는 사람들을 도와주겠다고 설치는데 오히려 그게 반감을 사게 되더라고요. 미치 아저씨가 아니면 사건사고가 해결이 안 된다는 것마냥 포장을 해대는 게 상당히 보기가 안 좋더군요. 이세계 전생물처럼 고딩이 이세계로 가서 신문물 기술로 무지한 사람들을 구원해주는 뭐 그런 느낌이 강했다고 할까요. 한술 더 떠서 '라비'의 행태도 어딜 봐서 얘가 9~10살 먹은 어린애인가 하는 장면도 있다는 것인데요. 이건 심각한 스포일러라 자세히는 언급 못합니다만. 사람을 도와주는데 있어서 맹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도 아빠가 사람들을 도와주는데 주저하는 것에 삐지고 울어버리는 대목은 이 또한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나마 장점을 꼽으라면 라비의 일러스트가 정말 잘 뽑혔다는 것이군요.


맺으며, 우리 딸(1)처럼 힐링물을 바란다면 이 작품은 단언컨대 아니올시다입니다. 분명 라비는 귀엽게 뽑히긴 했지만 이것뿐입니다. 아저씨의 성격과 행태를 보고 있으면 어떻게 이런 작품이 발매될 수 있을까 의문이 끊이질 않았군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단 아저씨의 성격을 조금 더 융통성 있게 하지 않는다면 이 작품이 빛을 보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착한 성격의 사람을 욕되게 해선 안 되지만 이 작품의 아저씨는 도가 지나칩니다. 작중 어떤 여자애가 아저씨 보고 이런 말을 하죠. '위선자', ​필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했군요. 물론 아저씨는 겉만 착한 게 아니라 골수까지 착한 사람이긴 한데... 너무 인위적이라는 거죠. 라비의 귀여움이 다 묻힐 정도로... 2권이 발매된다면, 일단 아저씨가 용사 패거리들을 다시 만난다는 복선이 있는지라 어떻게 돌아갈지 궁금해서라도 2권은 구매해보겠지만 이후는 글쎄요. 사실 '라비'만 아니었으면 1점 주기도 아까운 작품이랄까요. 그 라비 성격도 어딘가 어긋나 있지만요.


  1. 1, 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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