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나태한은 아니지. 메이드 엉x이를 채찍질하는 변태잖아? 본 작품은 게임 스토리로 전이한 어떤 방구석 폐인의 이야기입니다. 게임하다 정신 차려보니 게임 속이었고, 손에는 채찍이, 앞에는 엉x이 맞고 있는 메이드(이하 릴리스). 전이한 몸체의 주인은 세간에서 온갖 질 나쁜 짓을 다 해대는 악역 귀족으로 소문나 있었습니다. 예, 악역 영애 남자판입니다. 신분이 꽤 높은 귀족이고요. 14살입니다. 14살에 벌써 성(姓)에 눈을 뜨고 여성 편력도 심하고 변태 짓을 해대고 있었죠. 이후 등장하는 메인 히로인 '신티아'를 능욕하려다 미수에 그친 전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14살이 이러고 살고 있었던 것이죠. 부모 얼굴 보고 싶게 만드는 주인공입니다. 아무튼 주인공은 게임을 해봐서 바이스가 이대로 살아가다간 만인에게 버림받고 종국엔 마왕의 앞잡이가 되어 고기 방패로 생을 마감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래를 바꿔야겠죠? 지금은 주인공 목숨이 되었으니까요. 본 작품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주변인들에게 사과하고, 시나리오를 크게 바꾸지 않는 선에서 인정받으려 노력하게 되죠. 그렇다면 무슨 노력을 하는가가 메인 테마가 되겠습니다. 기본 레퍼토리는 여느 악역 영애물과 비슷합니다. 나쁜 짓 하지 않기. 여성을 존중하기. 인싸가 되어 호감 얻기. 나쁜 놈 아니라고 어필하기. 기타 등등.
당연히 게임상 주인공도 있습니다. 알렌이라고 판타지의 용사 포지션이죠.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고, 존잘남입니다. 주인공도 존잘남입니다. 존잘남 둘이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코피 쏟는 부녀자가 탄생하죠. 뭐 이건 나중의 일이고. 주인공이 깃든 바이스(이하 바이스)는 이런 작품이라면 으레 나오는 학원에 입학합니다. 거기서 알렌을 만나죠. 바이스의 인생을 나락가게 만든 장본인이긴 한데, 알렌이 뭔가 한건 아니고 그냥 능력도 좋고 존잘남인 알렌에 질투를 느껴 자폭한 것뿐이더군요. 바이스(주인공)는 학원에서 이 녀석을 뭉개주려 하죠. 뭉개려는 이유는 사람들에게서 고평가 받으려고. 뭔 뚱딴지 소리인지 필자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주인공이 깃든 시점은 게임 초반입니다. 이미 클리어해본 시나리오를 다시 되짚어가는 형식이죠. 그렇게 알렌을 만난 바이스는 미래 개변에 착수합니다. 착수한다고 해서 뭔가 큰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고요.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바이스(주인공)는 먼치킨입니다. 스킬 창조도 하고, 전술도 잘 짭니다. 이런 능력을 현실에서 펼쳤다면 갑부가 되었을 텐데, 여느 이세계물도 마찬가지지만, 왜 이세계(게임속)로 가면 능력이 개화하는지 도통 모를 일이군요. 거기다 존잘남이고. 존잘남 친구(알렌)도 있고. 집도 부자고, 악혼녀(신티아)도 있고. 다 가졌네.
여담 형식으로 좀 더 언급해 보자면, 바이스(주인공이 깃들기 전)에게 능욕 당할 뻔 해놓고 그의 사과 한마디에 눈 녹듯이 함락 당하는 신티아. 가만히 내버려둬도 호감도가 마구마구 올라갑니다. 바이스(주인공)와 약혼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퀄리티 일러스트 때문에 싸구려 이미지는 없습니다. 악덕 귀족(바이스)에게 변태 짓 당하는 불쌍한 메이드인줄 알았던 릴리스는 진성 마조입니다. 암살자라는 영문 모를 부직업을 가지고 있죠. 바이스(주인)가 정신 차리는 바람에 이제 엉x이 채찍질은 없습니다. 아쉬워하는 장면을 넣었다면 좋았을 텐데. 얘도 고퀄 일러스트를 작가로부터 받았습니다. 신티아와 둘이 아주 죽이 척척 맞죠. 이렇게 호감은 자꾸 올라가는데 문제는 바이스(주인공)가 둔감형이라는 것. 주인공이 깃들기 전의 바이스는 여성 편력이 심했다고 하는데 좀 배우지. 깃들고 나서 여성은 존중하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어서 그녀들이 보상받을 일은 없을 듯. 그럼에도 하렘을 향해 꾸준히 진격 중입니다. 학원에 입학하기 전에 스승으로 모신 '밀크' 선생님이라든지, 학원에서 만난 동급생이라든지, 남의 여자라든지, 부녀자라든지. 문어발식 확장하는 게 상당히 인상적이었군요. 바이스(주인공)는 존잘남에 상냥하고 카리스마 있고, 결단력도 있죠.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짓밟는 짓도 하지만 그것조차 매력으로 다가오는지 호감도가 마구 올라갑니다.
맺으며: 먼치킨물입니다. 시나리오(앞으로의 일)도 알고 있어서 인생이 껌입니다. 마왕의 앞잡이가 되어 고기 방패로 인생이 끝난다를 바꾸는 게 목표인데, 먼치킨에 미래도 알고 있으면 누워서 떡 먹기죠. 존잘남이기도 하고, 사실 이게 뭐가 재미있나 싶었습니다. 떠먹여주는 밥을 못 먹는 게 이상한 거죠. 문제는 클리셰 덩어리를 어떻게 풀어가고 신선하게 만드느냐인데, 리뷰 작성시 본문 인용 제약 때문에 자세히 언급은 못하지만 다짜고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바이스(주인공)와 대척점에 있는 알렌과의 사상 대립이 참 신선했군요. 그 사상의 차이에서 오는 어긋남, 그러면서 서로 끌려서 가까이하게 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바이스(주인공이 깃들기 전)가 왜 타락하고 종국엔 그런 인생을 맞이하게 되었는가의 바탕엔 알렌이 있었고, 깃들고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알렌의 성격 등. 여기서 포인트는 알렌이 빌런이어서 바이스가 타락하는 게 아닌, 너무 빛나서 질투심에 사로잡혔다는, 주인공이 깃들고 나서 빛나는 알렌을 보며 인정해가는 게 또 인상적입니다. 타인을 인정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가 않죠. 이런 장면들 덕분에 악역 귀족이라는 클리셰 덩어리임에도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고퀄 일러스트도 좋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