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백합 게임을 좋아하면 안 되나? 본 작품은 그런 주제일걸요? 왜 의문형이냐면 읽다가 중간쯤에서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작품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 필자와는 코드가 맞지 않았군요. 본 작품의 주인공은 백합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삼시 세끼를 백합 게임으로 준다면 그걸로 연명할 정도로 좋아하죠. 오늘은 손에 넣기 힘든 게임을 플레이합니다. 눈물 흘릴 정도로 좋아합니다. 주인공 분명 현실 친구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백합 게임을 친구가 구해 주었다는군요. 그의 장래희망은 백합 커플 주거 공간에 놓인 관엽 식물이 되는 거라 합니다. 머리가 어질어질합니다. 단숨에 클리어하고 만족감에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진 주인공은 잠이 쏟아지는 멍한 머리를 안고 편의점으로 향하다 길거리에서 백합 커플을 발견합니다. 아주 땡잡은 날이죠. 그런데 그 커플이 길을 건너는데 달려오는 화물 트럭에 치일 위기 상황입니다. 백합을 사랑하는 주인공이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죠.
눈을 떠보니 백합 게임 속이었습니다. 오늘도 열 일 한 트럭 덕분에 주인공은 이세계가 아닌 게임 속으로 전생한 것이죠. 그것도 주인공이 삼시 세끼로 먹을 수 있는 백합 게임 속입니다. 아주아주 잘된 일이죠. 문제는 악역 남자 캐릭터(게임 속 남자 주인공)로 전생한 것이지만요. 이 주인공이 얼마나 악질이냐면, 백합 커플만 보이면 끼여 들어서 분탕질을 해댄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전생 전의)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속성이죠. 그러니 평판은 땅을 기다 못해 지하 깊숙이 들어가 있고, 종국에는 어떤 루트를 가든 히로인들에게 살해당한다는 엔딩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전생 전의)은 게임을 해봐서 시나리오를 알고 있거든요? 본 작품은 악영 영애, 귀족 백합판입니다. 죽기 싫으면 미래를 바꿔야 하죠. 바꾸는 건 쉽습니다. 상냥하게 해주면 되거든요. 메이드가 있고, 피가 이어지지 않은 여동생이 있고, 엘프녀가 있고. 엘프 스승이 있습니다. 죄다 히로인들이고, 죄다 호감도 마이너스입니다.
맺으며: 오타쿠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잔뜩 있습니다. 특히 피가 이어지지 않은 여동생은 높은 가점을 받을 수 있겠죠. 1권은 엘프녀와 엘프 스승을 공략하는 것도 있지만, 이 여동생 공략에 많은 심혈을 기울입니다. 종국에 주인공(전생 후)을 제일 잔인하게 도륙 내는 게 이 여동생이라고 하거든요. 이 여동생 공략은 처음 접한 분들이라면 다소 신선한 소재이긴 한데, 필자에겐 있어선 그저 클리셰에 지나지 않았기에 그냥저냥 했습니다. 백합 게임관에서 왜 히로인들 호감도작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1권 한정 백합은 거의 안 나옵니다. 주인공 하렘 만들기에 여념이 없죠. 그래도 인기가 있는지 국내에서 6권이나 발매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히로인들이 정말로 많이 나온다는 소리겠죠. 1권에서도 여동생 에피소드 이후 또 다른 히로인이 나오는 거 같지만 중반쯤에서 접었기에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엘프녀와 스승을 그림자 속에서 지원하는 12인의 엘프녀도 주인공과 동거하기 시작했고, 1권 만에 16명의 히로인이 생겨 버렸습니다. 약간의 엑스트라 느낌은 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활약하고 있으니... 그렇다 보니 필연적으로 목욕탕씬도 있고, 무릎베개 씬도 있습니다. 여학생들이 득시글 거리는 학원도 빠지면 섭섭하겠죠. 하지만 주인공은 백합 커플 구경 하는 것에만 온 신경이 가 있어서 히로인들이 보내오는 호감은 메시가 기겁할 정도로 쳐내기에 선수입니다. 대체 왜 이런 주인공을 기용하는지 모르겠군요. 잘 생겼고, 마법적 실력도 좋습니다. 다 가졌죠. 솔직히 본 작품이 왜 구매 목록에 들어앉아 있었는지 지금도 이해를 못 하고 있습니다. 별생각 없이 구매 금액을 맞추기 위해 바구니에 넣었고,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채 구매를 해버린 거 같군요. 작품 자체는 청소년 특히 하렘이라는 꿈의 나래를 펼치는 청소년들에겐 좋은 작품일 겁니다. 그냥 필자와는 맞지 않았군요. 현실만 보는 성인이라서 그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