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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3 - 마유즈미는 동화의 결말을 알고 있다, NT Novel
아야사토 케이시 지음, 이은주 옮김, kona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사람이 죽어 나갑니다. 1권부터 줄곧, 배가 갈리고 내장이 쏟아지고 피가 튑니다. 이 세상에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마물에게 사로잡혀 오장 육부가 뜯겨 나갑니다. 작가 필력에서 오는 묘사가 매우 리얼하여 비위가 약한 사람은 책장을 덮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1권부터 줄곧, 3권은 다소 수그러들긴 하였지만 예외가 아닙니다. 자기 때문에 죽어버린 여인을 잊지 못 해서 자학하는 청년의 묘사는 끔찍하기 이를 대가 없습니다. 사람을 뜯어 먹는 어떤 소녀의 그림자 괴물은 대상을 가리지 않습니다.
비극, 어느 가문에 여자만 당주가 된다는 철칙이 있습니다. 그런 가문에서 소년은 일그러진 어머니의 집착 속에서 소녀로 키워지며 당주로 교육을 받다가 가문에 뽀록나게 되었고, 날뛰다 여동생에게 퇴출 당했습니다. 그 이례 소년은 여동생 주위를 맴돌며 여동생을 죽이기 위해 이능력 사건 해결이라는 의뢰를 빙자하여 여동생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여 여동생을 몰아붙였었고, 지금은 그 결실을 맺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 소년의 이름은 '마유즈미 아사토' 지금 오다기리(여동생 부하 직원)가 뱃속에 도깨비를 품고 있는 것도 아사토의 소행입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크게 세 가지가 들어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자꾸 달라붙어서 짜증 난다고 여겼던 여친을 바닷가로 데려가 죽게 만든 어느 청년의 이야기와 엄마의 편협된 시각과 과도한 기대로 망가진 어느 여고생의 비참한 최후, 그리고 원념이 되어서라도 자신이 받들었던 이능력을 쓰는 여자를 지키고 싶었던 어느 무능력자의 이야기입니다. 청년의 일그러진 사랑은 여성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해 겪어야 했던 괴로움과 잘못된 선택이라는 비극을 부르고, 집착이 부른 자멸이라는 씁쓸한 결말을 동반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여느 이능력 호러물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여기에 새로운 느낌을 추가하는데요. 바로 마유즈미의 부하 오다기리입니다. 작가는 힘이 없어도 남을 돕고 싶다는 신념을 가진 그를 중심에 세우면서 극중 분위기를 반전 시킵니다. 하지만 권선징악적인 이야기가 아닌 신념만으로는 아무것도 되는 일 없고 오히려 슬픔만 불러 올뿐이라고 역설하게 되는데요.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오다기리'의 신념은 숭고합니다.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이 구르는 게 바로 그입니다. 월급이 나오는지 의심스럽고, 맨날 마유즈미의 식대와 초콜릿 구입에 들어가는 경비를 삥 뜯기고, 아무 힘도 없으면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언제나 마유즈미에게 구원받을 뿐이죠.
어떻게 보면 그는 위선자에 가깝습니다. 힘이 있으면서 사람을 구하지 않는 마유즈미를 힐난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물건을 깨부수기도 하고 멋대로 뛰쳐나갔다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피해자들을 두 번 울려 버리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오다기리)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몸을 사리지 않고 누군가를 구한다는 건 칭송해야 마땅한 거니까요. 오다기리는 그런 사람입니다. 격류 속에 떠내려가는 사람을 바라보고 발만 동동 구르기 보다 뛰어들어 구하는 사람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힘이 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작품에서 영웅이라도 때론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라고 했던 게 생각납니다. 힘이 있다고 죽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결국은 말주변이 없는 것입니다.
조금만 마유즈미의 성격을 이해하고 있었다면 얼마든지 움직이게 할 수 있었음에도 머리에 피가 몰려서 앞뒤 생각을 안 합니다. 마유즈미는 남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아니 그렇게 보일뿐이지만, 언제나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합니다. 거의 흥미 본위로 출동하는 것이지만 결국 그녀의 행동으로 사건은 해결되니까 마유즈미가 욕먹을 이유는 없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를 보면서 안타까웠던 건 사람은 무언가를 절실히 바라면 자신에게 손을 내민 상대가 무엇이든,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기 마련이라는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다는 염원, 자신을 위로해줄 상대를 원하는 염원, 누군가의 곁에서 같이 하고 싶다는 염원은 무엇보다 강합니다. 그래서 아사토가 내려준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었습니다. 이것은 추악하면서도 아름다운 마음이 불러온 비극입니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마유즈미는 오빠 아사토가 뒤에 있다는 걸 알아 갑니다. 아니 이전부터 알아 왔지만, 그리고 그의 곁에 최강의 도깨비가 있다는 사실과 조만간 오빠와 전쟁을 치를 시간이 올 것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맺으며
오다기리가 품고 있는 딸 -우카-가 많이 자랐습니다. 그런데 애써 배 밖으로 나온 그녀를 다시 오다기리 뱃속으로 집어넣다니 이 무슨 그로테스크한 일이란 말인지... 뱃속에서 날뛰는 딸과 교류하며 달래며 움직일 때마다 격통을 유발하지만 꺼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빠의 위기 때마다 뱃속에서 튀어나와 구해주곤 하였는데 이번엔 꽤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는군요.
그리고 오다기리는 마유즈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칭얼거리지 말고 그냥 퇴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뱃속의 우카가 튀어나오면 다시 집어넣어 줄 사람이 없다 보니 계속 빌붙어 사는 모양인데 참 애처롭습니다. 맨날 삥 뜯기고 맨션 청소하느라 힘들고, 편식하는 마유즈미의 비위 맞추느라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거기다 아사토에게 목숨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데 자신은 평범한 사람...
마유즈미는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 게 신기할 만큼 초콜릿을 먹어댑니다. 충치로 진작에 이가 멸종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많이 먹어 대는군요. 한편으로는 당대 최고의 이능력을 가지 여유인지 모든 걸 깨뚤어 보는 시선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오다기리가 칭얼 거려도 그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언제나 손을 내밀어 줍니다. 츤데레와는 조금 다른...
여전히 그로테스크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농후한 피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오기도 하였군요. 사건이 일어나는 시리어스한 장면과 주변 상황 묘사가 상당히 좋습니다. 살짝 매너리즘에 빠질만한 구절에서는 소소한 개그를 투입함으로써 몰입도를 높여주기도 하는데요. 전력질주하는 신(神)은 2권에 이어 이번에도 상당히 웃겨 줬습니다.

그리고 앙증맞은 책갈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