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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환상의 그림갈 10 - 러브 송은 전해지지 않아,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이형진 옮김, 시라이 에이리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9월
평점 :

고식(GOSICK) 애니메이션 후반부에 보면 '코델리아'가 이런 대사를 합니다. '불꽃이여 타오르고 타 올라 그 아이의 미래를 비추어 다오' 이 대사는 필자가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대사 중 하나인데요. 자신의 딸이 아버지의 마수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갈 때 자신은 불꽃에 사그라지며 했던 말입니다. 필자는 불꽃같은 인생이란 코델리아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했군요. 이 작품에서도 불꽃같은 인생을 살다가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스포 당해서 좌절하게 했던 바로 '메리'인데요.
파티 브레이커인 자신을 주워 거둬주며 미래로 나아가게 해줬던 하루히로를 바라보던 그녀는 어느새 그에게 연정을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걸 결코 표현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 마음이 폐가 되지 않기를, 그로 인해 파티에 균열이 가지 않기를, 찌끄레기들로 모인 파티가 찌부러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던 건 그의 덕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건 그의 덕분, 그가 사라지면 어디로 가야 될지 그것이 무서워 생사를 넘나드는 나날에서 연애는 사치라는 듯 이 마음을 가슴에 묻어둔 채 자신의 모든 것을 받쳐 그를 돕고 싶었던 그녀...
기간 한정이라고는 해도 그의 연인을 자처하는 '세토라'를 의식하여 하늘을 우러러보며 자신의 행복보다 타인의 행복을 빌어주는, 이것이 올바른 길이라며 애써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는 부분은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그녀(메리)가 하루히로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냐면 궈렐라라는 고릴라 비스름한 무리에게 쫓기다 들어간 '제시랜드'라는 마을에서 그 마을을 통솔하고 있던 남자 '제시'에게 무엇이든 하겠다고 했고, 이에 그 남자는 '뭐든지? 그것도?'라고 하자 메리는 '바란다면'라는 대사에서 하루히로를 얼마나 소중히 하는지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죠. 이때 하루히로는 제시에게 제압되어 얼굴이 뭉개지고 사경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메리가 하루히로를 얼마나 사모하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죠. 그럼에도 파티에 누가 될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그럼으로 해서 사망 플래그를 완성 시켜버리고 플래그는 회수되었습니다. 어디로 가야 될지 모르던 시절 자신의 미래를 비추어주는 등불이 되어줬던 그에게 제대로 된 이별의 말도 전하지 못한 채 마지막으로 쥐어 짜낸 말 '나.. 당신이..'하는 대목에서는 칠칠치 못하게 눈물이 찔끔 나왔습니다. 마지막까지 어설프고 어설픈,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고 떠나는 그녀의 이 대사는 또 하나 잊지 못할 말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이 웃는 장면은 거의 없었던 거 같습니다. 도서 제목의 재는 잿빛의 재, 그에 어울린다는 듯 온통 회색빛 일색인 게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라는 것처럼 줄곧 많은 사람이 떠나갔습니다. 마나토와 모구조가 그렇게 떠나고 메리마저 떠난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지... 사실 이런 판에 웃음 포인트가 있을 리 없죠. 이 작품을 읽고 있다 보면 우중충하기 짝이 없고 없던 우울증까지 생길 판입니다. 인생이 그렇게 꼬이지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풀리지도 않는, 아무리 애써도 떠날 사람은 떠나고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비참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에서 웃고 있는 메리는 더욱 가슴을 죄어 왔습니다.
맺으며, 이번 에피소드는 메리 편이라서 그녀에게 맞춰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하루히로 시각에서 메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대목은 생각이 나지 않는 거 보니 크게 언급이 되지 않는 듯한데 예전 쿠자크와 썸씽이 있는 거 아닐까 하는 헛다리 짚은 이후 이렇다 할 마음을 표현하지는 않고 있는 듯한, 그저 등을 맡길 수 있는 든든한 동료? 그보다 파티를 꾸려 가느라 정신을 딴 데 팔 겨를이 없다고도 해야겠죠. 그러해서 더욱 호감을 얻고 있는 거지만요. 사실 하루히로는 찌끄레기 같은 파티 버리고 좀 더 제대로 된 파티에 들어갈 수도 있었을 테죠.
그건 그렇고, 섹드립이 조금 위험한 수준이 아닌가 싶었는데요. 메리는 하루히로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몸을 바칠 뻔도 하였고, 시호루는 란타의 희롱이 애들 수준으로 느껴질 만큼 거의 겁탈 수준으로 희롱을 당하지 않나, 잿빛이라는 분위기에 맞춰 내용도 상당히 시리어스 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