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여행 1 - S Novel+
시라이시 죠우기 지음, 아즈루 그림, 이신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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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마녀가 세계를 여행하며 그리는 동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중세 시대처럼 마녀가 화형 당하는 것이 아닌 경외의 대상으로서 사람들과 친숙하게 지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마녀를 동경하여 수련을 쌓고 시험을 치러 마녀가 되어 갑니다. 일레이나도 그렇습니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에 감동하여 마녀를 지망하고 성장하여 엄격한 시험과 견습 기간을 거쳐 비교적 이른 나이에 마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데요.

 

이 이야기는 일레이나가 여행을 하며 들리고 만났던 마을과 사람들과 인연을 쌓은 이야기를 풀어놓은 일기장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몽환적이고 동화 같은 이야기가 많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동화는 동화인데 잔혹 동화라는 것입니다. 이런 잔혹 동화의 대표작인 '키노의 여행'을 읽으셨거나(1), 기묘한 이야기라는 티비 프로그램을 보셨다면 비교적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분위기가 상당히 닮아 있어요. 여행이라는 키워드로인해 무미건조한 게 아닐까 하지만 이 작품은 역린을 건드리기도 하고 씁쓸하게 한다거나 때론 슬프게도 합니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일레이나를 붙잡아 두기 위해 나쁜 짓을 저지른 소녀,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고 있다면서 뇌 근육만 키우는 남자, 사람을 잡아먹는 꽃밭, 돈이 떨어진 일레이나가 점을 봐준다며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가 하면 곡예단에게 어설프게 사기를 당하는 어리숙한 면도 보여줍니다.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촌장도 만나고, 노예에게 행복이라는 친절을 베푼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던지게 되면서 사람이 베푸는 호의가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다는 교훈도 던집니다.

 

몹쓸 병에 걸려 죽어 가면서 연인을 떠나보내야 했던 남자, 계급사회에서 아랫사람과 사랑을 맺은 걸 용납 못 받은 공주, 남자 둘에게 경쟁을 시키며 자신과 사귈 권리를 준다면서도 흥미가 없는 여자 등 씁쓸하면서 어딘가 슬픈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문득 고향을 떠나온 지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기행을 겪으면서도 그녀는 사람을 그리워 합니다. 견습 시절 자신을 가르쳐 주었던 마녀를 다시 만나 그때 그 시절의 온기를 느끼며 여행을 종지부를 찍을까도 했지만 일레이나는 또 여행을 떠납니다.

 

이 작품은 매회 옴니버스식으로 진행이 되는데요. 주인공은 일레이나뿐이고 주변 인물은 매번 바뀌어 갑니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일레이나는 여자입니다.)도 없고 여행중 풋풋한 연애(일레이나 관련) 이야기도 없습니다. 적어도 1권에서는요. 하지만 조각조각 같은 마을이 나라인 배경으로 일레이나는 빗자루에 의지해 이동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색다른 경험을 해갑니다. 사람들을 만나 인생이라는 경험을 쌓아가는 그 과정에서 슬픈 일도 겪고 어이없는 일도 겪어 가는 게 이 작품의 묘미입니다.

 

읽으면서 '시라이 쿠로코(어과초, 성우 아라이 사토미)'풍으로 읽으면 몰입감이 상당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사카에게 대시하는 느낌을 뺀 일레이나의 성격이 딱 쿠로코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콧대를 세우지만 부탁엔 약하고 그러다 난처한 일에 연루되어서 고생도 좀 하고요. 하지만 정은 또 있어서 싫다 하면서 도와주는 귀여움도 보여줍니다. 때론 세상 물정이 어두워 사기도 당하고 마을을 궤멸 시킬 수 있는 꽃을 아무것도 모른 채 반입한다거나 같은, 마녀로써 지식은 많아도 세상의 지식은 약간 모자란 듯한...

 

일단 술술 읽힙니다. 필력도 제법 되고요. 거의 대부분이 일레이나의 독백이지만 싫지가 않습니다. 개그도 솔찮게 들어가 있어서 눈이 즐겁기도 합니다. 영악하게 사기를 치다가도 눈뜨고 사기당할 때는 폭소를 자아냅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후반부에 자신을 가르쳐 주었던 스승을 만나 여기에 정착하고 싶다는 마음을 뿌리칠 때는 약간 슬프게도 합니다. 엄마의 정체와 자신을 마녀의 길로 들어서게 한 계기가 되었던 동화의 복선이 나왔을 때 아빠에게서 아들로, 아들이 손자에게로 라는 듯, 일레이나의 여행은 운명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1. 1, 키노가 그랬던 것처럼 일레이나도 마을에 3일간만 머물고 여행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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