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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 약사의 이세계 여행 2 - S Novel
아카유키 토나 지음, kona 그림, 이신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3월
평점 :

우리 '세리에'가 달라졌어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지만 유지로의 한결같은 마음에 활짝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마음을 트기 시작합니다. 표지만 봐도 표정이 얼마나 유들해졌는지 알 수 있죠. 그동안 인간에게도 엘프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하프가 살아가기엔 세상은 참으로 모질고 사나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 인간족 유지로, 자신을 치료해주고 하프의 상징인 귀를 숨겨주는 약까지 개발해준데다 이젠 그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먹고 살 수 있게 되었으니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어쨌건 이번 에피소드는 세리에의 최종 목표인 엄마 찾기라는 종막을 그리고 있습니다. 4050세대라면 친숙한 엄마 찾아 3만리라는 작품을 보면 주인공 마루코가 헤어진 엄마를 찾아 여행을 떠나서 결국엔 다시 만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요. 세리에도 그런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 엄마를 만나고 나면 세리에는 거기서 멈출 것인가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게 이번 2권의 핵심입니다. 물론 유지로의 대시는 더욱 강해지고요. 발로 밟혀도 좋아 좋아 연발할 거 같은...
세리에는 엄마의 단서를 찾는 동시에 유지로와 함께 이 마을과 저 마을에서 퀘스트를 받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드디어 엄마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찾게 됩니다. 꿈에도 그리던 엄마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감,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나와 그 아버지 마저 돌아가시고 10년 동안 줄곧 찾아 헤매면서 받아야 했던 멸시, 그 모든 설움을 한 번에 날려줄지도 모를 엄마와의 재회는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유지로가 세리에를 향한 마음은 일편단심 그 자체, 솔직히 한눈에 반했다며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통에 첫인상이 매우 좋지가 않았습니다. 상대의 기분을 헤아려주지 않고 오직 자신의 감정만 앞세우는 건 상대에게 있어서 민폐가 따로 없죠. 보는 이로써는 암 걸리게 하고요. 하지만 이번 2권에서는 그 마음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두 번 터지는데요. 첫 번째가 어떤 귀족의 재산 다툼에 끼였다가 세리에가 그만 독을 먹고 사경을 헤매게 되었을 때 그가 흘린 눈물에서 이건 진심이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두 번째는 매우 큰 스포일러라서 주저되는데요.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세리에의 엄마를 찾았지만 이미 20여 년 전에 불귀의 객이 되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찾아다녔던 엄마의 사망 소식에 그만 세리에는 망가져버리고 마는데요. 이걸 끝까지 추슬러준 게 유지로입니다. 공허한 눈을 한채 삶의 의욕이 꺾여버린 세리에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그가 노력하는 장면은 꽤나 울컥하게 합니다.
물건을 배달해주고 받지도 못한 보상 이래 세리에는 늘 빈털터리였습니다. 노숙을 밥 먹듯이 하고 마을에서 지 내려고 해도 돈이 들어가는 현실에서 유지로의 도움이 없었다면 언제 객사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지난 삶 속에서 꿋꿋하게 곁을 지켜줬고, 엄마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삶을 포기했을 때도 자신을 버리지 않고 곁을 지켜줬던 그에게서 새로운 기댈 곳을 찾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 대성통곡을 하고 마는데... 그런 유지로가 다른 여자와 대화하고 선물하는 것에 조금은 질투하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지만 아직은...
판타지답게 느닷없이 용사가 등장하고 마왕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포션 제조에서 이능력이 추가되었습니다. 미래를 보기도 하고 염동력을 쓰기도 하고 곤충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질 않나, 갖다 붙이기 나름이라더니 약초로 못하는 것도 없고 포션만 있으면 일당 100은 우습다는 마냥... 다소 짬뽕이 되는 듯한 이야기가 아기자기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원래 세리에는 용사와 만날 예정이었는데 유지로 때문에 미래가 바뀌어 버렸다는 둥 너 님이 아니어도 세리에는 구원받을 수 있었어 하며 주인공 유지로를 물 먹이는 듯한 진행은 실로 유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러곤 '로리' 마왕에 대한 복선을 투하해버립니다. 이거 막 나가자는 거지요?
하여튼 간에 이번 에피소드는 세리에의 마음을 여는데 성공한 유지로와 '로리' 마왕과 용사에 대한 복선이 투하되고 새로운 전생자()가 등장하면서 주인공 유지로와 대립각을 세우게 될지 나비 날갯짓이 시작되는 분기이기도 했습니다. 망가졌다가 되살아난 세리에에게 '널 버리진 않아'라며 대놓고 사망 플래그를 세워주시는 주인공의 닭살의 향현이 돋보인 에피소드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편단심 유지로 덕분에 하렘이 형성되지 않는 게 좋았습니다.
그런데 에필로그에서 세리에의 나이가 밟혀지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허걱 하계 합니다. 아직 유지로는 모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엘프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죠. 어쩌면 이건 유지로와 맺어지게 하려는 사전 포석일 수도 있습니다. 그야 하프라도 유구의 시간을 살아가는 세리에와 짧은 생을 살아가는 인간관계인지라 시침과 분침이 같은 선상에서 출발해봐야 분침이 먼저 나갈 뿐이죠.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이를 맞출 필요가 있지 않나 했습니다.
맺으며, 마을을 들리고 퀘스트를 받고 사건에 휘말려서 해결하는 등 다소 따분한 진행을 보여 줍니다. 약간은 긴장감을 불러와도 좋았을 장면을 삽입하면 어땠을까 했지만 작가가 일이 커지는 걸 두려워하는지 매듭을 빨리 지어버려서 몰입에 방해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조금식 변하며 마치 봄이 온 것처럼 꽃 봉우리였던 세리에의 마음이 마침내 개화했을 때는 모든 게 다 보상받는 느낌입니다. 이야기가 엉망진창이면 어때 같은 기분?
그런데 일러스트는 영 아니었습니다. 일러스트만 좀 개선하면 인기 좀 끌겠던데 아쉬웠군요.
- 1, 유지로처럼 이세계 전생이랄지 몸뚱아리만 넘어 왔던지 하튼 남자 하나 출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