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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리아 1 - Novel Engine POP
유키노 사이 지음, 유키히로 우타코 그림, 주원일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1월
평점 :

이 작품은 라노벨이라기보다 일반 소설에 가깝습니다. 일러스트 없고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가 잔뜩 들어가 있으며 삶과 죽음을 늘 경계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중세 시대나 우리의 조선시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왕권을 둘러싸고 뒷세계 조직을 동원해서 상대 진영을 찌부러뜨린다거나, 피비린네 나는 파벌 싸움이 예사로 표현되어 있기도 한데요. 형이 아우를 아우가 형을, 조카를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걸 서슴없이 서술하고 있는게 주술과 마녀가 등장하지만 리얼 세계를 표방하고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 한가운데에 '밀레디아'(이하 미아)가 있습니다. 마법소녀... 아니 소마녀, 올해 17살, 마녀가(家)를 잇는 줄레미야 가(家)의 양녀로써 어릴 적 마왕의 숲에서 주워진 이래 큰 할머니 오렌디아와 같이 옆 나라 왕조와의 전투에서 부대를 지휘하기도 하고, 죽은 아군의 묻어주기 위해 무덤을 파오기도 했습니다. 옆 나라 왕조와 전쟁을 치르길 수십년, 언제 끝날지 모를 치열했던 전쟁은 그랑제리아 성의 전투를 끝으로 왕조와 휴전 협정이 맺어졌고 그로부터 4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17살이 된 그녀에게 차기 왕을 선발전에 나가는 이쪽 진영의 12살짜리 황자의 후견으로 황자와 결혼하라는 엄명이 떨어지는데요.
보통 이런 장면에서는 싫다고 땡깡 부릴 법도 하지만, 옆 나라 왕조와 휴전이 끝나는 내년을 기해 개전을 주장하는 교황가를 누르기 위해서는 미아도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받아들이지만 그녀가 이 결혼을 순순히 받아들인 건 어떤 남자의 가슴에 비수를 꼽기 위함이 더 컸습니다. 13년 전 마왕의 숲에서 만났던 어떤 청년에게 첫사랑을 느끼고 이후 그 감정을 키워 왔으나 그녀가 13살이 되던 해에 청년은 소녀에게서 많은 걸 앗아 갔습니다. 그런 주제에 지금 그 청년은 제국의 교황가에서 추기경으로 직무 중이었고, 이 기회(결혼)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제도(수도)로 향합니다. 사랑했던 사람을 죽이기 위해...
이야기가 굉장히 얽히고설켰습니다. 이 작품은 차곡차곡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아닌 약간식 미래적인 이야기를 풀어놓고 중간에 해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나오지 않았던 인물이 어느 순간 등장하게 되면서 어리둥절하게 만드는데요. 앞에 언급이 되었나 싶어 앞전으로 돌아가지만 당연하게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특이하게 지금까지 나온 재료로 퍼즐을 맞춰가는 게 아닌 미래에서 퍼즐을 가져와 맞춰가는 느낌이었다랄까요. 자칫 한눈팔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게 되지만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하는 희한한 작품이었습니다.
어쨌든 4살 때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나 하는 의문은 넘겨두고, 이 작품의 장르가 여성향인지 히로인 하나에 남주 여럿이 등장합니다. 미아가 13살까지 지휘했던 부대의 생존자 레나토, 아웃사이더 장군 기이, 못된 사랑을 가르쳐준 아키에 이어 미아의 신랑이 될 얼굴도 모르는 황자까지, 하지만 아키에게 데여서 그럴까요(입술을 두 번이나 훔친). 아키와 떨어진 후 애달프고 서로에게 이끌리는 그런 사랑 표현은 없습니다. 간혹 못된 남자에게 이끌리는 여자처럼 아키를 바라보는 미아의 시선이 위태로운 경우는 있었습니다.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이지만 한때 좋아했던 사람(미리 말하지만 뭔가 야리한 생각은 금물)이자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죽이고 싶은 남자 '아키'...
이 작품의 특징이라면 이야기 구성이 상당히 치밀 하지만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한 게 흥미로운데요. 미아의 첫사랑 '아키'와 관련에서 복선을 투하하고 얼마 뒤 바로 회수한다거나, 많은 사상자를 내며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그랑제리아 성의 전투는 사실 흑막에 의해 벌어졌다는 암시를 적절히 회수하면서 뒤 권까지 가지 않고 바로 납득 시켜주는 배려는 참으로 좋았습니다. 거기에 거창하게 암살한다고 한 게 설사 케이크라던가 아웃사이더 기이에게 씌워준 손오공 링(스님이 머리에 씌운 거) 같은 소소한 개그도 들어가 있어서 자칫 시리어스하거나 무미건조할 수 있는 장면을 녹여 주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흘러 갈 수록 12살 꼬마 신랑을 만나 알콩달콩 하게 살아가나 싶겠지만 정략결혼이 다 그렇듯 행복한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라는걸 보여 줍니다. 옆 나라 왕조와의 휴전 기한은 앞으로 9개월이 남은 지금, 휴전 연장은 요원하기만한데 차기 왕 선거는 휴전이 끝나는 내년 7월 이전인 6월 15일에 잡히게 되고, 왕족을 dog무시하고 황자를 내세워 왕권에 도전하는 교황가와 겨뤄야 되는 미아에게 원군은 없습니다.
거기다 개전파인 교황가의 득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화파인 오렌디아(미아의 큰 할머니)가 내놓은 왕조와의 전쟁은 이제 피할 수 없다는 암담한 결론이 나오면서 미아에게 닥칠 미래는 더욱 밝지만은 않게 되었습니다. 한때 어디든 따라 가겠다는 심정으로 사랑했던 아키도 죽여야 하고, 옆 나라 왕조와 교황가에서 보내오는 자객을 피해 남편이 될 황자()와 자신의 목숨을 지켜야되는 상황에서 아웃사이더 기이와 이 사태를 어떻게든 헤쳐나갈려고 하는 그녀에게 어떤 미래가 찾아올 것인가 2권이 굉장히 기다려집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노블엔진에서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노블엔진에 감사를 드립니다.
- 1, 구체적으로 첫사랑이라고 언급되지는 않고 표현이 그렇더군요.
- 2, 헷갈리시겠는데, 현재 제국에 남은 황자는 둘 입니다.(아니 셋이지만 이야기가 꼬이니까 일단 패스)
교황가에서 내세운 황자와 미아가 지원하는 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