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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식당 2 - L Books
이누즈카 준페이 지음, 에나미 카츠미 그림, 박정원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양식당 '네코야'에는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만 이세계와 연결되는 문(門)이 있습니다. 이 문(門)은 선대 할아버지 대부터 이어져오면서 벌써 30년이라는 역사를 자랑하며 그동안 많은 이세계 손님을 받아 왔고 또 지금도 단골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간, 마족, 마물, 수인족 가리지 않고 서로가 으르렁대는 관계라도 네코야에서는 그 어떤 다툼도 허용되지 않는, 이세계인들은 자신들의 세계에서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먹으며 때론 친구도 만나고 수다를 떨고 서로가 자신이 주문한 음식이 맛있다며 날선 공방을 이어가면서도 날이 지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토요일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2권의 표지가 이 작품을 잘 대변하고 있기도 한데요. 양식당 네코야로 향하는 문은 어디에도 있고 또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문이 있었고 들어가 보니 식당이더라. 이세계 사람들에겐 갑자기 출연하는 문은 그야말로 뜬금이 없기도 하지만 한번 발을 들이면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마력에 빠져 토요일이 오기만은 손꼽아 기다리게 되고, 문은 지위 높은 귀족이든 왕족이든, 상인이든, 숲 속에서만 사는 수인족, 인간 손바닥 크기의 페어리, 사냥꾼, 오거 같은 마물이든 차별 없이 열어 줍니다.
어쨌건 이번 에피소드에선 양식당 네코야에 새로운 인물이 합류하게 되는데요. 바로 표지인물이기도 한 '아렛타' 입니다. 1권에서 일러스트가 다소 불만이었는데 2권에서는 소녀 본연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군요. 그녀는 머리에 염소 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족입니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지지리 궁상이었던 생활을 벗어나 인간의 도시로 나왔지만 차별과 멸시()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폐허에서 거의 굶어죽기 직전에 양식당 네코야의 문을 발견해 들어가 무전취식하고 널브러져 자고 있던걸 네코야의 점주가 발견해 그녀를 종업원으로 기용하게 되었습니다.
음식 이야기만 주구장창 나왔을 뿐 인간적인 삶의 모습이 거의 없었던 1권에서 다소 실망했던 필자가 2권을 구입할 마음을 먹었던 건 아렛타의 등장 때문이었습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삶은 감자로 끼니를 해결하고 폐허에서 누더기를 덮고 잠을 청하던 아렛타, 역경 끝에 인생역전을 이뤄내는 소공녀처럼 그녀에게도 볕들 날이 있을까 심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단순히 양식당에 취직하는 것이 무슨 인생역전이냐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렛타는 귀족, 노련한 모험가 내지는 부유한 상단이 아닌 이상 지지리 궁상을 면치 못하는 밑바닥 인생뿐인 평민이 만질 수 없는 돈을 벌고 있으니 일단은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죠. 거기에 마음씨 좋은 트레저헌터에게 주워져 네코야에서 일하지 않을 때도 거처를 마련하게 되었느니 평민치고는 상당히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튼 네코야의 밥맛을 잊지 못해 토요일만 기다리는 왕족과 귀족, 그리고 한 달을 꼬박 모아야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평민에 오거 같은 마물까지 네코야는 차별없이 모두를 반겨 줍니다. 필자가 비슷한 내용을 위에서도 언급하고 여기서도 언급하고 이러는 건 딱히 음식 먹고 리액션 펼치는 것뿐인 이 작품에서 더 이상 언급할 내용이 없어서이기도 하군요. 약간의 복선이 투하되기도 하였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느 지역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우연찮게 혹은 옛날부터 자기만 알고 있던 문을 통해 네코야로 와서 밥을 먹고 가면서 행복해하는 내용이 주된 내용인지라... 네코야에서 눈이 맞아 풋풋한 청춘을 좀 보여주긴 하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긴박하게 흘러가는 것도 없고... 그래도 묘하게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책장을 펼치고 덮을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당황스러웠군요.
그런데 뜬금없지만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등장인물들에겐 미안하지만 이 작품을 읽고 있다 보면 문화 침략을 주제로 한 어떤 작품이 생각났습니다. 문화적 침략, 이세계엔 없는 물품을 지원해주고 그들의 환심을 사서 파고드는 전략, 종점은 어느새 깨닫고 보니 나라가 점령당해 있네? 같은... 물론 이런 내용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애초에 점주와 아렛타만으로 뭘 하겠습니까. 그 이전에 선대의 뜻에 반하기도 하고...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유유히 흘러가는 일상이 때론 괜찮기도 합니다. 맛의 포로가 되어 자신을 단련하러 떠나는 엘프라던지 기필코 네코야에서 내놓은 음식의 비밀을 파헤치겠다며 벼르는 셰프 등 적잖이 이세계에 영향을 끼치며 오늘도 네코야는 성황을 이룹니다. 그래도 필자는 아렛타의 이야기가 많이 안 나와서 좀 서운했군요. 자칫 시리어스 한 내용으로 이어질 뻔도 하였지만 작품이 일상계인데다 네코야를 보호하는 붉은 신(神)의 존재로 일상 이상의 시리어스는 나오지 않을 듯했습니다. 그리고 점주에 대한 약간의 복선이 나오면서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하였군요.
- 1, 100년전까지 인간하고 마족간 전쟁을 하는등 서로 적대시 했던 관계
70년전 4영웅으로 활약으로 인간족이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