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아트 온라인 17 - 앨리시제이션 어웨이크닝, J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abec 그림, 김준 옮김 / 서울문화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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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에 집착하는 변태 아저씨처럼 앨리스를 쫓아 남쪽으로 향하는 암흑신 벡터(가브리엘)는 자신의 수하 다크테리토리군을 아무렇지 않게 희생 시키고 미국 유저를 꼬드겨 언더월드로 불러들여 아스나와 인계군을 몰아붙이는데 성공합니다. 아스나와 인계군은 어떻게든 앨리스를 남쪽 제단에 도착시켜 그녀를 로그아웃 시켜야 되지만 미국 유저에 둘러 싸여 사태는 녹록지가 않은 상황에서 잠깐의 틈을 보여버린 앨리스는 벡터에 의해 납치되고 맙니다. 이 부분은 사실 발암이라기보다 앨리스 성격답게 일이 이렇게 진행되리라는 건 쉽게 짐작이 갔긴 합니다.

 

뭐랄까 처음부터 끝까지가 싸움판입니다. 이제까지는 다크테리토리와의 싸움이었다면 지금부터는 5만이나 되는 미국 유저와의 싸움으로 정정당당하게 따윈 없고 그냥 눈앞에 몹이 있으니까 칼을 내리친다는 식으로 진행되는 상당히 심각한 시리어스를 보여주는데요. 거기에 맞서 아스나와 인계군은 처절하다시피한 응전을 펼칩니다. 키리토가 지키고 싶어 했던 영혼을 가진 인간들이 덧없이 죽어나가지만 수적으로 어떻게 되지 않는 장면은 광기를 연상케 합니다.

 

리파, 시논이 접속하고 리즈벳과 시리카에 이어 SAO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들과 ALO의 유저들이 연이어 도착하여 미국 유저를 몰아낼 수 있다는 희망적 관측이 솟아나는 가운데 활로를 열었다는 기쁨을 저주하듯 등장하는 한,중 연합에 의해 아스나와 인계군은 또다시 시커먼 광기에 휘말리는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안타까움은 배가되어 갑니다. 거기에 SAO 시절부터 키리토&아스나와 악연을 맺어온 포우(래핑코핑 우두머리)의 등장과 아스나의 좌절은 이 작품의 최대 클라이맥스로 다가오는데요.

 

필자 주관적으로 앨리시제이션 시리즈 중 최고의 장면이 들어가 있는 17권이 아니었나 합니다. 읽는 내내 조마조마한 장면이 엄청 많았군요. 5만이나 되는 미국 유저의 공격을 막아내는 1천에 불과한 인계군과 아스나, 그리고 키리토의 유지를 이어받은 친구들의 참전은 눈물 없이는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ALO 유저들을 언더월드로 컨버트 시키려고 노력했던 리즈벳의 '우리의 현실은 여기야'라며 호소하는 장면은 일품이었습니다.

 

뜬금없지만 17권의 단점을 좀 쓰자면,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듯이 무슨 링크인지도 모를 것에 의심을 품지 않고 10만(한,미,중)이나 되는 인간들이 모인 점이나 숫자의 폭력에 기대어 눈앞에 있는 건 모조리 베어버리겠다며 광기를 보여주는 장면은 어딘가 현실미가 떨어졌습니다. 아무리 꾐에 넘어갔다지만 몇만이나 모인 장소에서 아군에 가려 적(인계군과 아스나)은 머리털도 안 보일 텐데도 용케 흥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어딘가 이상하게 다가왔습니다. 혹시나 다른 곳에 더 있을지 모를 적을 찾다가 인계 마을 등을 노린다거나 뒤에 남은 인계군과 다크테리토리군과 조우한다는 설정이었다면 오히려 현실성 띠지 않았나 싶기도 했군요.

 

그런데 광적인 한,중,미 유저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게요. 옛날 필자는 PVP가 되는 온라인 게임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논피 지역을 벗어나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던 건 무분별한 PVP였습니다. 상대를 봐가며 가려서 하는 게 아닌 글자 그대로 PVP가 되는 상대를 찾아 눈 시뻘게져서 찾아다니는 유저를 봤을 때 진짜 소름이 다 돋았습니다. 퀘스트를 위해 상대 진영 마을에 찾아갔다가 몰매 맞고 쫓겨나는 게 아닌 부활 포인트까지 찾아와서 기다리는 악독함은 혀를 내두르게 하였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이런 점을 참 리얼하게 잘 표현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작가 후기에도 언급이 되어 있지만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단절의 벽이 높아지는 지금의 시대에서 상대를 이해하기 보다 전략이고 전술이고 개나 줘버리고 칼과 도끼 한 자루 들고 클릭이 되는 상대를 찾아 눈 시뻘게져서 찾아다니는 유저처럼은 되지 말고 소통을 통한 서로 간의 이해라는 교훈을 심어 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15권부터 잠들어 있던 키리토가 눈뜨기 위한 재료는 다 모였습니다. SAO 시절 래핑 코핑 토벌에서 시작된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이라는 짊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감정을 가둬버렸던 키리토,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고 있는 그의 친구들의 분투에 보답할 때가 곧 다가옵니다.

 

마지막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필력을 여기에 다 갈아 넣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 17권이었습니다. 허투루 쓰인 분량 따윈 보이지가 않았군요. 근래에 나오는 비슷한 작품들도 이런 필력을 보여주면 참 잘 팔릴 텐데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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