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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칸방의 침략자!? 21 - L Novel
타케하야 지음, 원성민 옮김, 뽀코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1월
평점 :

까마귀와 까치가 같은 참새목에 서로 비슷한 체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붕어와 잉어가 같은 잉어과에 속해 있다고 해도 서로 다른 진화를 거쳤다면 맺어질 수 없는 게 자연의 섭리인데요(). 그래서 주인공 코타로를 바라보며 프로트제에서 태어나 서로 다른 진화를 거쳐온 티아와 루스는 이런 점 때문에 엄청나게 고민을 하다가 겨우 사랑으로 커버해주자 하며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지내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21권에서 클란에 의해 새롭게 드러난 진실은 포르트제와 지구인의 DNA는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희망이 생기게 되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발생하면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라거나 작가가 이젠 마니악 하게 막 나가네?라며 비판의 칼날을 세우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사실 작가가 이번 후기에도 언급했지만 작가는 1권부터 이런 맹점을 알아 채라고 복선을 투하하고 있었습니다.
외전 7.5권과 8.5권을 거쳐 본격적으로 마법의 나라와 지저인이 등장하면서 복선은 더욱 두껍게 깔렸죠. 이들의 조상이 포르트제인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자식을 낳아 번영을 하였을까 하는 복선을 필자는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점을 굳이 지적하지 않은 건 마니악 하지 싶어서였군요. 여튼 그 결과 주인공 코타로는 포르트제인의 피를 잇는 사람이 되어 버리게 되는데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외전에서 코타로가 시공 저편으로 날려버린 쿠데타 주모자들이 지구에 정착했고 하필 코타로의 조상이 그들이라는 것.. 족보가 참 아름답군요.
이로써 쿠데타를 일으킨 조상을 가지고 있다지만 주인공 코타로가 귀족의 피를 이은 건 사실, 여기서 과학적으로 따지고 싶지만 상당히 머리가 아프니까 세세한 건 넘어가고요. 여튼 평민이 왕족과 결혼하는 건 좀 그렇잖아?라는 상황을 부숴 버리게 됩니다. 티아의 어머니 엘파리아는 코타로의 귀족 지위를 복권해주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고, 동시에 코타로가 포르트제의 피를 물려받았으니 청기사 후예라는 그럴싸한 핑계도 장만하는 등 DNA 결과 하나로 불가능한 상황을 전부 클리어해버리는 게 작가가 손 안 대고 코푸는 기행을 보여줍니다. 여담으로 키리하, 유리카, 마키도 포르트제인으로 등록...
그렇게 코타로의 2세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거의 폭주할 기세로 지내는 티아, 하지만 그것은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이고, 단란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프로트제에서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하는데요. 군부가 저지른 쿠데타가 본궤도에 올라서 엘파리아 체포령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코타로 일행에게 전해지면서 본격적으로 포르트제 탈환의 서막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군부가 보낸 선발대가 지구에 도착하면서 또다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나 싶었지만 그냥 코타로와 106호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소녀들에 의해 가볍게 제압되면서 싱겁게 끝이 나버립니다. 필자는 내심 9권에서 보여줬던 가슴을 울리는 전투씬을 기대했었는데 아쉬웠군요.
한시가 급해 보급도 다 끝내지 못하고 포르트제로 향하는 코타로 일행, 이것은 쿠데타를 진압하고 찬탈당한 왕권을 되찾는 전쟁의 시작입니다. 애들 장난이 아닌 것이죠. 죽을 수도 있고, 모든 것이 군부에 장악된 현실에서 조금 힘이 있다고 한들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이것은 포르트제 나아가 티아와 엘파리아의 문제일 뿐 다른 소녀들은 관계가 없었을 터였습니다. 그럼에도 내 일처럼 따라와 주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티아는 그것이 고마워 1시간이나 숨죽여 울 수밖에 없는 장면은 애잔하게 하였습니다. 뭐, 중간중간에 이미 엔딩을 확정 짓는 듯한 복선을 깔아 두었고, 이 작품 자체가 그렇게 그로테스크한 작품이 아니다 보니 앞으로 심각한 건 없지 싶군요.
어쨌건 지리멸렬한 일상생활 편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이 작품의 특징이 기승전결인 것이 13~4권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어버리면서 너무나 안타까웠었군요. 서로가 이성으로써 끌리는 마음을 표현하려는 건 이해하겠는데 해도 해도 참 너무 했었습니다. 감정 하나하나에 정성 들여 주석을 달고 설명하면서 페이지 낭비를 극대화했던... 아이고야... 보는 이로 하여금 닭살 돋게 하는 건 둘째치고 제발 진도 좀 나가자 했었는데 이제야 겨우 나가는군요.
단란했던 일상을 뒤로하고 저마다 코타로를 향한 마음을 품은 채, 본격적으로 쿠데타군에 맞서 전투에 임하는 소녀들과 국민을 한 사람이라도 구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목숨을 마다하지 않는 티아의 활약과 그에 응해주는 코타로와 유리카가 별이 되어 가는 게 상당히 인상적이었군요. 다만 그래도 여전히 닭살 돋는 듯한 진행은 아쉬웠고 창피함은 어째서 읽는 사람 몫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습니다. 그냥 얘들 합방 좀 시켜주면 안 되나요? 작가님...
- 1, 물론 과학력 앞에 안 되는건 없겠죠.
우리가 흔히 만나는 반려견도 상당수가 과학력으로 탄생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