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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5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코우메 케이토 그림, 아야쿠라 쥬 캐릭터 디자인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에피소드에서 떠돌이 상인 로렌스에게 최대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이전 마을에서 호로 덕분에 사기 먹을뻔한 걸 무사히 넘기고 다시 물품을 매입하여 유유자적 뤼빈하이겐 마을에 와서 팔려던 계획이 틀어 저서 쫄딱 망하고 급기야 밀수에까지 손대게 되는데요.
매번 장사가 잘되면 부자가 되겠죠.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으니까 장사라는 것이고 버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게 장사입니다. 문제는 로렌스의 운이 매번 매우 나쁨이라는 겁니다. 호로를 만나기 전에 대체 어떻게 살아왔을까 싶을 정도로 위태위태한데요. 로렌스가 당하는 행위 대부분이 사기라는 겁니다. 눈뜨고 코베이는게 아닌 상대방이 교모하게 속이는 행위, 가령 바닥을 기울여서 저울의 눈금이 쉽게 기우러지게 하여 무게를 속인다거나 때론 시세를 속여서 헐값에 매입한다거나 이런 걸 매번 호로가 아니면 눈치를 못 채는 게 로렌스입니다.
이번에도 호로의 덕분으로 좋게 거래가 되어 조금 무리하게 병구류를 구매하여 대규모 원정 떠나는 도시로 와서 병구류를 팔려고 했더니 그만 나라에서 원정을 취소해 버린 겁니다. 당연하게 병구류 가격은 대폭락, 로렌스는 쫄딱 망함 코스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인가 말입니다. 거기다 한몫 단단히 잡으려고 이전 마을에서 병구류를 구입할 때 빚까지 내서 구입한 터라 재산 탕진도 모자라 빚까지 떠안게 되었고, 그놈의 입이 방정이지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밝히는 바람에 채권()을 매입한 상회에서 득달같이 로렌스에게 빚을 갚으라고 하는 통에 사면초가에 빠져 버렸습니다.
기한은 3일, 3일 안에 갚지 못하면 상인으로서 사망... 그러면 거지가 되는 겁니다. 호로를 북쪽까지 대려다 주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빚을 갚으려 동내를 돌아다니면서 구걸을 하지만 간에도 기별이 가지 않을 만큼만 모였습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다들 모른 체할 뿐... 세상 살아가면서 돈 관계는 가족하고도 하지 말라 하였습니다. 나름 인맥을 쌓아왔다고 자부했던 로렌스가 차츰 처참한 몰골로 변해갈 즘 왜 그리 다들 돈을 빌려주지 않았는지 드러납니다.
그것은 로렌스가 풋내기 상인이자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맹이었고, 여성의 지위가 낮았던 그 시대의 폐해가 더해진 산물이었습니다. 다들 여자(호로)를 끼고 돈을 빌리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죠. 하지만 이것은 호로가 무리하게 같이 다니길 고집한 결과였고 그래서 로렌스는 호로에게 '네가 괜한 고집을 부려서' 같은 몸짓으로 호로를 내치면서 둘의 관계에 파탄을 불러옵니다.
자, 이틀 안에 빚을 갚지 못하면 로렌스는 어딘가로 팔려가 노예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전부터 간간이 이야기가 나왔던 금 밀수에 손을 대기로 하고 양치기 노라를 찾아갑니다. 교회의 양을 치는 노라의 힘을 빌리면 무사히 금을 밀수할 수 있기에... 아니 이건 좀 아니잖아요. 밀수하다 잡히면 빈말로도 좋은 꼴 못 보는데 혼자 하다 잡히면 몰라도 죄 없는 사람까지 진흙탕으로 끌어들 이 다니...
여튼 앞으로 잠깐 돌아가서 호로는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래 봬도 몇백 년이나 살아온 구미호... 아니 늑대이니까요. 로렌스의 반응도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자신(호로)을 탓하지 않는 로렌스에게 호로는 더욱 연민을 느껴 갑니다. 아아 여자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다니 칼을 맞을지어다. 거기에 순진한 양치기를 꼬셔서 범죄의 길로 들어사게 하다니 죽을 때 편히 못 죽겠군요.
쫄딱망한 남편을 버리지 않고 곁에 있어주는 호로의 지극정성이 갸륵합니다. 노라와 노닥거리는 로렌스를 바라보며 질투하기도 하고 순진한 노라를 밤의 세계를 알려줘서 오버히트하게 하기도 하고... 밀수하면서 만난 동족에게 위기를 맞는 등 다사다난한 나날을 보냅니다. 역시 이런 맛에 이 작품을 본다고 할까요.
- 1, 로렌스가 이전 마을에서 진 빚의 차용증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