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향신료 4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코우메 케이토 그림, 아야쿠라 쥬 캐릭터 디자인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은화 절상에 뛰어들었다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그를 구하기 위해 늑대로 변신하여 무뢰배들을 물리치고 그 길로 모습을 감췄다고 여겨졌던 호로는 남편의 살림을 거덜 내며 언제 그랬냐는 듯 로렌스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새로운 여행길에서 또다시 호로가 아니었다면 손해를 봤을 장사를 무사히 넘겼습니다. 새로운 물품을 싣고 다른 마을로 향하는 로렌스와 호로 앞에 양치기 소녀 노라가 나타나 그(로렌스)에게 자신을 고용해 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여기서 양치기가 상인하고 무슨 상관일까 하겠는데요. 이 작품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중세 시대를 어느 정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중세 시대 그리스도교에서 양치기는 신자(양)를 이끄는 목자(사제)에 비유되고 있으며, 목자는 양(신자)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신성한 존재 비슷해서 이 당시 이교도라 일컬어지는 늑대(사악한 것)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주는 역할이라 여겨졌고, 여행길에 늑대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준다 하여 양치기를 고용하곤 하였나 봅니다. 물론 필자는 이런 역사를 모르니 진짜인 아닌지는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요한복음과 이 작품을 참고하여 유추한 것뿐이니 태클은 사양합니다.

 

여튼 로렌스와 호로는 정석대로 다음 마을로 가던 길목에서 용병단이 길목을 막고 꼬장질을 하는 바람에 옆길로 가다가 노라를 만나게 되었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로렌스에게 자신을 고용 해달라 부탁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로렌스는 상인으로써 양치기의 이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호로의 입장을 배려(정체 들통)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부부 사기단으로써 진가를 발휘(주로 호로지만) 하면서 마음이 척척 맞는 거 같기도 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언젠가 호로는 떠날 상대라 여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호로는 한편으로는 로렌스가 자기와 둘만 여행하고 싶다는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놀려대며 로렌스의 가슴에 불을 댕겨 버리는 게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밀당이라는 게 이런 걸까요. 시치미 떼며 아닌 것처럼 서로가 상대를 떠보며 으르렁거리지만 살면서 알아도 모른 척할 때도 있고 눈감아줄 때도 있다는 것도 있다는 걸 둘은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런 힐링 되는 듯한 장면보다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노라가 벌써부터 인생에 찌든 모습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는데요. 이 시대에 여자 양치기는 극히 소수이며 편견에 부닥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합니다. 다른 양치기들은 한번 방목 나갈 때마다 1~2마리 식 잃는 게 정석인 상황에서 매번 한 마리도 이탈 없이 무사히 대려오는 노라가 훌륭하다기보다 의심을 눈초리를 보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세 시대엔 자신들보다 우수하면 이교도나 마녀로 몰려 화형 당하는 건 예사로 있는 일이다 보니 아직 소녀티를 벗지 못한 노라가 노련하게 매번 양들을 무사히 데려오니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그래서 늑대가 나오는 사지로 내몰리는 경우가 있었고 이번에도 늑대가 나오는 방목지에 파견되었다가 로렌스와 호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호로도 늑대입니다. 그러니 노라하고는 상극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그녀 말로는 양치기들이 양들을 못 잡아먹게 하여 밉쌀스럽다고 그러지만 아무래도 요한복음에서 자신의 입장(교회에서 보면 호로는 이교도)을 생각한다면 노라를 여자로서 경계(로렌스를 노리는) 한다기보다 양치기 그 자체를 경계한다고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양치기를 대동하고 호로와 알콩달콩 밀당을 펼치며 무사히 다음 마을에 도착한 로렌스는 또다시 위기를 맞이합니다. 이 인간 대체 이때까지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할 만큼 매번 위기를 맞이하는군요.

 

여전히 호로의 귀여움성이 잘 묻어나 있는 4권입니다. 특히 호로의 꼬리 손질 장면은 모의성이 한층 더 부각되어다랄까요. 여타 꼬리 물하고는 차별을 두는 그러니까 일부러 부각 시키지 않고 자연스레 표현함으로써 헤프지 않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