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환상의 그림갈 4 - 인도하는, 인도받은 자들,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이형진 옮김, 시라이 에이리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크의 전초기지 데드 헤드 성체 함락 작전이 끝이 났습니다. 예로부터 데드 헤드 성체를 빼앗는 일은 비교적 쉬운 작전이라 하여 이번에도 떨거지 의용병들을 대거 투입 하였지만 오크 보스전에 휘말려 의용병들은 처참하게 끝을 맺어야 했습니다. 몇개의 파티가 전멸을 해버렸고 하루히로와 현실 세계에서 인연이 있었던 '초코'네 파티는 초코를 포함 5명이 사망, 하루히로 파티는 모구조를 잃었습니다.


하루히로는 초코를 잃어버렸다는 슬픔보다 모구조가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모구조가 없다는 현실, 전위에 서서 방패 역활을 톡톡히 했던 그의 죽음은 파티의 전력을 반 이상 깍아 버렸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가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하루히로 파티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신호였습니다.


하지만 늘 말 없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했던 그와 제대로된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인지 그의 죽음을 크게 애도하는 분위기는 풍기지 않는 것이 마나토의 죽음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이해하고 성장 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지만 좀 매정할 정도로 모구조가 버려지는 느낌이랄까요. 시호루는 마나토의 죽음때보다 덤덤하다는 자신의 심경에 충격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유메 또한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란타는 미래의 파트너를 잃어 버렸다는 충격을 먹을 것으로 풀었을뿐...


그러나 문제는 메리였습니다. 메리는 제대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하지만 그녀는 모구조를 내심 의식하고 있었다기보다 또 다시 자신의 실수, 회복 마법인 프로텍션을 30분마다 걸어주는걸 잊어버려 모구조가 죽어 버렸다는 죄책감이 더 크게 작용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후 사냥때마다 이 마법에 매우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여튼 또 다시 파티원을 잃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모르는 남자와 술을 진탕 퍼마시고 밤길에 겁탈 당할 위기에 빠지게 되는데요.


4권 표지의 인물이 하루히로(앞), 메리(오른쪽), 쿠자크(왼쪽)순 입니다. 사냥에 잔뼈가 굵은 메리라도 건장한 남자를 뿌리치기란 쉽지가 않았습니다. 두번이나 파티원을 잃어버린 죄책감은 그녀로 하여금 포기하고 싶은 욕망을 심어줬고, 이것은 죗값이라고... 울분을 토하는 심정이었던 그녀를 구해준건 쿠자크였습니다. 쿠자크는 '초코'네 파티에서 성기사를 했던 키다리 사내로 오크 보스전에서 얻어맞고 기절 했다가 기적적으로 혼자 살아 남게 되었습니다. 


쿠자크에게 메리왈: 이 일은 비밀로 해줘.그녀는 이 말로 인해 하루히로에게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오는지 이때는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3일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됩니다. 여담으로 무골충 하루히로는 그날 아침에 옷이 찢어지고 술냄새가 진동하는 메리와 만났음에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둔함을 선사 합니다.


하루히로 파티는 그렇게 모구조를 잃어버린 충격을 조금식 치유해나가던 어느날, 유메와 시호루에게 '카지코'가 찾아 옵니다. 카지코는 여자들로만 구성된 와일드 엔젤스의 리더로 하루히로 파티와 동기임에도 렌지 만큼이나 강대한 실력을 자랑하며 와일드 엔젤스를 의용병중에 상위 랭커에 올려놓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데드 헤드 성체 함락 작전에 참가하여 종횡무진을 펼쳤지만 오크 보스전에서 섣부르게 덤볐다가 파티원 몇명을 잃어버린 전력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가 유메와 시호루에게 자기 파티에 들어 올 것을 권유 합니다. 하루히로 파티는 이걸로 끝이라며... 예전의 유메라면 단칼에 잘랐겠지만 고민을 합니다. 시호루 또한...


란타에게도 기회가 찾아 옵니다. 그 도도하고 은근히 사람을 깔보지만 사람보는 눈은 있어서 그림갈에 오자마자 쎄보이는 인물을 죄다 끌고가서 단숨에 의용병 상위 랭커에 진입한 렌지가 란타에게 한명의 동료로써 가입을 권유 합니다. 란타에게 있어서는 찌끄레기 파티에서 제대로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지만 렌지의 파티에 들어가면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실 란타는 렌지의 파티에 들어갔을 경우 지금보다 더 강해지는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합니다. 하루히로 파티에서 모구조 다음으로 몹을 1:1로 마크하며 여유를 보여준 인물이기도 하였거든요.


'하지만 인연은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침 8시 늘 그렇듯 북문에서 3명을 기달리던 하루히로와 메리는 불길한 느낌을 받으며 안절부절하던 그때, 좀더 편한 삶을, 실력을 뽐 낼 수 있는 기회를 유메와 시호루, 그리고 란타는 차버리고 다시 모였습니다. 그리고 그자리에 쿠자크가 파티에 넣어 돌라며 찾아 왔습니다. 오자마자 메리와 묘한 분위기를 풍기자 하루히로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저 둘이 사귀는 거 아닐까... 벌써 갈대까지 간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병이 도지지만 현재로써는 메리와 접점이 없다보니 물어보지도 못 합니다. 이 장면은 상당히 웃깁니다. 이번 4권 표지의 의미가 제대로 각인되는 순간이기도 하군요.


그렇게 새로운 사냥터를 찾아 떠난 하루히로 파티는 원더 홀이라는 커다란 동굴 던전으로 몸을 던집니다. 그러나 모구조를 잃고 고블린에게도 제대로된 사냥을 할 수 없었던 하루히로 파티는 상위 던전인 원더 홀에서 제대로 사냥이 가능할리가 없었고 진짜로 전멸 위기에 빠지는 위기가 찾아오지만 새벽의 연대 소우마 파티에게 구해지며 그의 권유로 새벽의 연대 클랜에 가입하게 됩니다.


마나토를 잃고 또 다시 모구조를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하루히로 파티는 앞으로 나아 갑니다. 죽어버린 사람을 언제까지고 의식하며 좌절하고만 있을순 없습니다. 하지만 좀 매정하달까요. 한솥밥을 먹으며 갖은 고난을 넘어온 전우가 죽었는데도 방패 역활을 할 사람이 없어서 더 걱정하는 모습이 간간히 보입니다. 마나토는 정신적 지주였던 만큼 충격이 상당 하였다면 모구조는 현실적으로 먹고 사는데 필요했던 인물이다라는 의식으로 그를 대하는 장면에서는 좀 씁쓸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금방 잊혀진 모구조...


메리는 의식하고 있던 인물이 죽어서 좌절하는 것보다 자신의 실수로 죽게 했다는 죄책감이 더 크게 작용하며 매정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사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시호루는 마나토의 죽음으로인해 남자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겠다는 뜻을 품게 되었고...

하루히로는 여전히 리더의 자질에 대해서 회의적이지만 최선을 다합니다. 여기에 메리와 쿠자크의 미묘한 관계에 신경 쓰는등 초식남을 벗어 날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선천적으로 소심하다보니 이 부분에 대해선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합니다.


이번 4권은 하루히로 파티에게 앞으로 나아갈 분기점이자 전환점이었습니다. 각자 상위 랭커 파티에서 초대가 찾아오지만 그래도 정(情)을 버리지 못하고 또다시 수라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에게서 끈끈한 유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반까지는요. 중반 이후는 원더 홀에서의 전투로 대부분이 채워져 있는데요. 이때까지의 사냥 패턴의 반복이다보니 많이 식상 합니다. 만약 애니메이션 2기가 나온다면 망조가 들 정도랄까요.(물론 필자 주관적)


그리고 안타깝고 좀 짜증났던게 이런 작품은 아무리 밑바닥 인생이라도 주인공 자리에 오르면 성장하기 마련인데 하루히로 파티는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입니다. 모구조를 잃고 사냥터를 낮춰 다무로 구시가지에서 고블린 사냥에 나섰다가 몇마리 못잡고 전멸할 위기가 찾아오고, 원더 홀에서는 쪼렙이외엔 건들지 않는다는 몬스터에게 구타 당해서 또 전멸당할뻔하고... 그러다 필드 보스를 잡는 이중적인 모습은 괴리감에 빠져들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