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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환상의 그림갈 2 -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어,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이형진 옮김, 시라이 에이리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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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유메는 턱에 검지를 댄다. "오크라군은 누구 친구야?"(오크를 못 알아봄)
고블린, 코볼트보다 상위종으로 간간히 인간의 말도 하고 덩치도 인간급의 몬스터인 오크가 오르타나에 처들어 왔습니다. 잊을만한면 오르타나에 처들어온다는 오크, 시장에서 쇼핑중이던 하루히로 파티는 우왕좌왕하는 군중에 휩쓸려 뿔뿔이 흩어지고, 정신없이 오크를 피해 도망 다니던 하루히로는 '렌지' 파티와 조우하여 목숨을 건집니다. 몰려오는 오크를 상대로 렌지 파티는 마치 하루히로 파티가 고블린 잡을때보다도 더 쉽게 처리해나기 시작 합니다. 심지어 자신보다 더 어리고 더 약할 거 같았던 신관 꼬맹이(이름이 안나옴)조차 1:1로 오크를 상대하는걸 보며 하루히로는 비굴함을 느낍니다.
하루히로와 렌지등 12명의 루키(초보자?)가 오고난 뒤에 후배 루키들이 다시금 그림갈에 도착 했습니다. 그들 후배 루키들도 저마다 노력하며 그림갈에 녹아들어가고 있고 조만간 하루히로 파티를 능가하는 루키도 나오지 않을까하며 초조해지기 시작하는 하루히로 파티는 여전히 고블린을 잡고 있습니다. 마을에선 이들을 '고블린 슬레이어'라 부르며 조롱 아닌 조롱의 대상이된지 오래, 렌지 파티의 무용담을 자괴감없이 풀어놓고, 늘 같은 같은 패턴뿐인 일상에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닐까하여 새로운 사냥터 이야기를 꺼내보는 하루히로...
'사이린 광산'
늘 가던 다무로 구시가지에 못보던 고블린이 떼로 몰려 다니고 있어서 도저히 사냥할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좀더 강해지기 위해, 돈을 벌어 윤택한 삶을 위해 사냥터를 옮기기로해서 온 곳이 '사이린 광산' 여긴 옛날 메리의 파티가 전멸한 곳, 필드보스 '데스 스팟'이 살고 있는 곳, 시작은 무난 했습니다. 1~5층을 왔다 갔다하며 적응해나가는 하루히로 파티에 메리의 옛동료가 스켈레톤으로 변해서 찾아오기 전까지, 데스 스팟을 만나기 전까지는 벌이도 괜찮고 실력을 키워 나가는등 순항 하였습니다. 그리고 때가 다가 옵니다.
이번 2권은 란타의 에피소드 입니다. 그는 누구인가. 라고 고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일단 목소리가 큽니다. 마이웨이 성격으로 파티 초창기에 전사(나이트)를 했었어야 하나 멋대로 암흑기사가 되어 하루히로를 멘붕 시켰습니다. 성희롱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말끝 마다 사족을 달아서 깐죽 거립니다. 잘못을 지적하면 오히려 이쪽을 지탄과 매도를 일삼아서 논지를 흐립니다. 사냥에서 연계는 필수이나 개나줘버리고 파티원(주로 하루히로)을 위험하게 합니다.
그림갈에 오고나서 한달이 지나고 수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파티로 지내면서 그의 언동과 행동에 지칠대로 지친 하루히로는 진지하게 파티에서 추방을 생각하고 그를 따로 불러내어 이야기를 꺼내보나 씨알도 먹히지 않습니다. 방귀낀 넘이 화낸다고 또다시 하루히로를 매도하기 시작 합니다. 그러곤 '너희들이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비슷합니다.), '사이좋게 지낼 생각 같은건 없어. 미움받는 역활을 다 해주지' 라며 자리를 떠납니다.
여기서 작가는 한가지 허를 찌르는 방식을 투입 합니다. 그건 그동안 하루히로(혹은 다른 파티원)의 시각에서 란타가 어떻게 비치고 있다는 것만 나왔을뿐, 란타의 시각에서 파티는 어떻게 보일지 한번도 안나왔던게 이번에 나왔다는 것 입니다. 란타의 시각으로는 하루히로도, 유메도, 시호루도, 모구조도 결점 투성이었습니다. 세상엔 여러가지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나 다 타인에게 친절하지 않고 호의적이지 않고, 생각을 내비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란타는 솔직한 인간 입니다. 가식으로 포장한 친절함을 못 참습니다. 그래서 친절함을 가식으로 받아 들여서 상대의 친절함을 보고 있으면 토가 쏠립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이런 경우는 사회생활을 못할 타입이죠. 공동생활이란 가식으로 물들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이 공동생활 입니다. 그래서 하루히로 파티는 란타를 적대시에 가깝게 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란타는 파티원들의 결점을 지적하지 않고 있었고 다른 파티원은 이걸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제대로된 이야기를 하지 않음으로써 어긋나고 있었던 것...
문제는 이런류의 인간이 자신의 성격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때보다 자각하고 있을때 입니다. 자각하고 있어서 그는 고독 합니다. 언젠가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줄 인간이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이린 광산에서 홀로 떨어졌을때 파티가 자신을 찾지 않을까하는 부분은 괴리감보다 측은하게 느껴졌습니다.
하루히로는 란타를 끝끝내 파티에서 추방하지 못 하였습니다.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기에... 하루히로는 늘 자신이 리더에 걸맞는지 고뇌를 되풀이 합니다. 마나토를 생각하며 자신이 리더로써 자질이 있는 것인가, 자신의 결정으로 파티를 죽음으로 내몰지 않을까, 그래서 데스 스팟과 조우 했을때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지 않으면 파티는 전멸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만 자신이 남기로 합니다.
란타가 너무 튑니다. 말 장난과 매도와 시기와 질투를 흩뿌리고 있어서 다른 장면이 잘 안들어 옵니다. 그건 주제에 외롭다고 되내이기도 하는 부분은 어이없기도 하지만 그의 성격이 밝혀지면서 측은하게 다가 오기도 합니다. 싸움 실력도 나날이 성장하고 있어서 전위로써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 하루히로는 결국 그의 말은 흘려 듣기로하고 파티에서의 추방은 흐지부지가 되어 버립니다.
근데 사실 란타가 있기에 작품이 살아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데요. 시호루와 모구조는 거의 대사가 없습니다. 스킬명만 간간히 내뱉을뿐 의사를 결정하는데에도 소극적이고, 유메는 사차원적에다 간혹 하루히로의 의견에 반기(?)를 들지만 곧장 하루히로의 의견에 찬성을 해주고 있습니다. 메리는 '어, 그래, 아니, 이리가자'등등 단답형 대사만 해서 존재감이 없습니다. 간혹 하루히로와 란타가 그녀의 스타일을 떠올리며 여친으로 어떨까하는 생각을 비치기도 하지만 그것 뿐이고...
그래서 란타의 이기적인 대사가 없었더라면 어두침침한 작품이 되어 버리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2권에서는 천성이 착하다는 설정까지 집어 넣은지라 미워할 수도 없게 되었구요. 안타까운건 유메와 시호루는 그걸 모르고 있어서 그를 벌레보다 더한 존재로 여기지만요.
결국 이번 에피소드는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결국 란타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던 하루히로가 오히려 편견에 휩싸여 판단을 내리는 나쁜인간으로 보여지기도 하였구요. 그만큰 란타의 언동으로인해 일이 이지경까지 내몰렸으니 란타도 잘못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파티에서 추방 되었더라도 할 말은 없었겠죠. 물론 후회하는건 하루히로가 되겠지만요.
여튼 고블린을 상대하며 성장했던 이들이 코볼트를 상대하게 되면서 더이상 낙오자가 아니다라는 이미지를 심어가고 있습니다. 아쉬웠던건 사냥과 란타 처리에 중점을 두면서 다른 등장인물간 접점이라던가 희노애락이 생략 되었다는 것인데요. 더욱이 사이린 광산에서 메리의 옛동료를 만났을때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까 했는데 없었다는 것이군요. 좀더 메리가 괴뇌하고 그들을 떠나보내면서 미래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 생각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