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나는 모든 것을【패리】한다 02 ㅣ 나는 모든 것을【패리】한다 2
나베시키 지음, 카와구치 그림, 김성래 옮김 / L노벨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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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소국의 운명은 대국이 하기 나름이라던가. 클레이스 왕국은 지금 마도 황국의 침략을 받아 풍전등화에 빠졌습니다. 클레이스 왕국은 주인공이 사는 소국이죠. 이 나라는 품질 좋은 미궁(던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각종 자원을 노리고 황국의 황제는 정예병들을 이끌고 쳐들어 온 것인데, 이에 대응하는 왕국의 전력은 보잘것없습니다. 왕은 1권에서 주인공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딸 '린(메인 히로인)'을 대리고 이웃 나라로 망명하라고. 왕은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전선에 서려 하죠. 주인공은 한낱 모험가 나부랭이입니다. 어른에게 반말을 해대는 예절이 좀 모자란 구석도 있죠. 심지어 왕에게도, 왕자에게도 반말을 해댑니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나이가 아주 많은 늙은이도 아니거니와 아직은 구국의 영웅도 아니죠. 일전에 왕녀 린을 도와준 적은 있나 봅니다만. 



그래도 왕은 주인공을 믿어 봅니다. 딸에게는 분명 가혹한 미래가 기다리겠지만,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주인공이 곁에 있으면. 걱정거리는 줄었습니다. 그런 왕에게 멀리서 다가오는 [재액의 마룡]. 황국의 황제는 한 번 깨어나면 대륙을 멸망 시킨다는 재앙을 왕국에 풀어 놓았습니다. 땅에서는 황제가 직접 정예 1만을 이끌고 침략 중입니다. 이에 맞서는 왕과 왕자(린의 오빠). 멸망의 기로에서 이제 걱정은 없다. 분명 그 애들이 우리의 뜻을 이어받겠지. 그러나 이렇게 애틋하게 끝이 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망명하란다고 따를 애(린)가 아니거든요. 소국이라 얕잡아 본 황국의 황제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면, 주인공을 몰라봤다는 거죠. 이 예절도 모르고 상황 파악을 가지 기준으로 해석하는 그가 마룡을 본다고 그게 재액인지 뭔지 깨닫지도 못할 거라는걸(그냥 큰 녀석이라 치부).



그리고 또 한 사람. 선생님 성격에 감염된 메인 히로인 린은 그에 뒤지지 않겠다는 듯이, 그녀는 주인공이면 괜찮겠지라며(안 괜찮은데), 그의 등에 대고 공격 마법을 갈겨 버리죠. 빨리 가서 아버지(왕) 좀 구해 달라면서요. 그래놓고 무운을 빈데요. 마법을 맞고 마치 로켓 부스터처럼 음속을 돌파하며 날려가는 주인공, 이래도 안 죽습니다. 마룡은 한 발 먼저 도착해서 한 번 내뿜으면 대륙을 불살라 버린다는 브레스를 장전하죠.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주인공 턴입니다. 이게 마룡인지, 대륙을 태우는 브레스인지는 모르겠고 [패리], 주둥이가 밤탱이 될 때까지 [패리] 하다 보면 뭔 반응을 보이겠죠. 마룡은 매우 당황스럽습니다. 고작 인간 한 마리에게 얻어 맞고 땅에 처박혀 뒹구는 자신이. 출연할 때는 이 세상은 이제 끝이라고 분위기는 다 잡아 놓고 강아지가 되어 가는 모습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맺으며: 이후는 먼치킨 클리셰대로 흘러갑니다. 흥미로운 건 여전히 자신이 무슨 공을 세웠는지 상황 파악 못하는 주인공이겠군요. 여주 린이 아버지 좀 구해 달라고 해서 마룡을 물리치고, 황국군을 몰리치고, 내친김에 그런 흐름인데, 왜 이런 흐름인지 주인공은 고찰할 생각도 없는 게 포인트입니다. 그렇다고 공을 세웠으니 금은보화를 내놔라 하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왕에게는 반말이고, 쳐들어 온 황제에겐 할배라 하고, 황제를 노인 취급하며 좀 공경(공격 아님) 하라 하질 않나. 어느새 구국의 영웅이 되어 있는데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노가다(왕도가 부서졌거든요) 하러 가는 게 흥미롭죠. 여주 린은 고블린 엠퍼러(엄청 강함)인지 뭔지를 한낱 고블린으로 취급하지 않나, 그저 높은 곳이 싫어 눈 감고 가만히 있는 주인공을 바라보며 뭔가 큰 생각 중이라며(오해) 감탄해가는 여주 린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아직 주인공에 대한 연애 감정은 없는 것도 흥미 포인트죠. 선생님이라 부르며 열심히 뭔가를 배우려 하는데, 그 방향이 잘못되어서 주인공 닮아 가는 게 뭔가 좀 안타깝습니다.



아무튼 왕이 땅과 재산을 준대도 싫어요. 물욕이 없고, 뭔가를 부탁하면 들어주고, 도덕과 예절(적국 황제를 노인 취급하며 보호해 주는 등)을 중시하는데, 반말은 예절에 들어가지 않는 모순. 이 세계에서는 재앙이라고 널리 알려진 마룡을 보고도 그게 뭔지 모르는 상식 부족(그에 따른 에피소드 몇 개 더 있음), 잘못한 황제를 벌하려 하는데 이해를 못 하고, 그저 노인이니까 공경해야지? 같은 행동. 1권에서 구해준 마족 소년을 아주 가볍게 인간 대우 해달라는 상식 부족(마족은 차별의 대상), 그로 인해 또다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지식 부족(신을 모시는 국가에서 용서치 않음). 자기가 이룩한 성과인데도 타인이 이룩한 성과라고 착각(마룡 관련), 이는 자신의 실력이 그만큼 훌륭하지 않다는 패배의식이 자리 잡고 있어서 일까, 아님 단순히 주인공이 멍청해서일까.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몸만 어른이고 정신세계는 12살에 멈춰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듭니다. 12살 때 집을 나와 모험가가 되고 싶었지만 스킬이 발현되지 않아 좌절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그저 [패리]만 수련하며 세상과 담을 쌓은 게 정신 연령을 멈추게 한건 아닐까. 1권에서는 이런 정신 연령이 매우 짜증이 났으나, 2권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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