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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용사형에 처함 1 ㅣ 용사형에 처함 1
로켓 상회 / NT노벨 / 2026년 1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 '자이로'는 용사입니다. 현재 마왕 현상으로 생겨난 마(魔)의 존재들과 싸우고 있죠. 마왕 현상은 생물을 침식하여 괴물로 만들어서 인간들을 공격하게 합니다. 뭔가 확 와닿지가 않겠지만, 요컨대 좀비 같은 거라 보면 되겠군요. 물어서 감염 시키고, 공기로 감염 시키고, 언어로 감염 시키고 종류는 다양합니다. 주변 모든 생물이 대상이 되며, 물리치려면 본체가 되는 마왕 현상을 퇴치해야만 하는데, 문제는 당연하게도 퇴치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류는 고기 방패를 만들기로 했죠. 그게 용사들입니다. 이 작품에서 흥미 포인트가 이것이죠. 이 작품에서 용사라는 개념은 판타지에서 으레 등장하는 선(善)에 충만한 용사가 아니라 범죄자들을 가리킵니다. 몸에 각인(성인)을 찍어 힘을 발현 시키고, 사지가 오체분시 된다 하여도 주워 모아 붙여 되살려서 전장에 내보냅니다. 범죄자니까 그래도 된다는 논리를 보이죠. 그럴수록 대상자는 기억을 잃어가고 뭔가를 잃어갑니다. 종국에는 그저 살육 기계로 살아갈 뿐이죠. 주인공 자이로도 용사가 되어 최전선에 보내졌고 현재 상황이 좋지가 않습니다. 마왕 현상으로 좀비 같은 걸로 변한 생물들은 성기사(현역 주력군)들을 궤멸 시켜버렸습니다. 남은 잔존 병력은 후퇴할 생각도 없이 명예롭게 죽겠다며 배수의 진을 칩니다. 주인공은 후방에서 도망갈지 잔존 병력을 구하러 갈지 선택해야 합니다. 그때 동료가 관짝 하나를 줏어 옵니다. 그 안에는 소녀가 자고 있었죠.
12명의 여신이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여신은 천상의 존재가 아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유적에서 발굴이 되죠. 이 작품에서 여신의 존재는, 왜 흔히 있잖아요. 여느 작품에서 주인공이 소녀형 로봇을 깨워 주인이 된다든지, 토지신(소녀형)과 계약을 맺는다든지. 그런 존재입니다. 인류는 이때까지 3차례에 걸쳐 마왕 현상과 싸웠고, 그때마다 용사를 고기 방패로 세우고, 성기사와 여신을 주축으로 해서 간신히 이겨왔습니다. 지금은 네 번째 현상이 일어나고 있죠. 주인공은 이 소녀가 어떤 존재인지 단박에 알아봅니다. 그래서 동료에게 제자리에 갖다 놓으라 했는데 늦었습니다. 소녀는 눈을 떠버렸고, 전황은 더욱 안 좋게 흘러가서 결국 여신과 계약을 맺습니다. 여기서 의문입니다. 신삥 여신이 왜 최전선에 관짝에 넣어져 운반되고 있었을까. 주인공과 여신을 만나게 해서 사태를 해결하는 클리셰일까? 반은 맞고 반은 아닙니다. 여신의 이름은 테오리타. 검(劍)의 속성을 가졌습니다. 여신이라는 존재들은, 자신들이 살아가는 가치를 칭찬을 듣는 것에서 찾습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어떤 어려운 일이든 하려 듭니다. 이것은 그녀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거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합니다. 테오리타도 주인공에게 칭찬을 듣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을 하죠. 아무튼 지금은 고립된(배수의 진을 친) 성기사들을 구하러 가야 합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테오리타가 활약하는 걸 극도로 꺼리고 있습니다.
용사는 혐오와 차별의 대상입니다. 인권 따윈 없습니다. 성기사들은 용사들을 신뢰하지 않으며 동료로 여기지도 않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용사는 그저 앞서가서 위력 정찰을 하고 물자를 보급하고, 제일 먼저 죽어 나가는 걸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군과 교회는 적을 끌어들이기 위해 용사들을 미끼로 던져 몰살 시키는 걸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은 살아남아 남을 구하는데 전력을 다하죠. 마치 진짜 용사처럼요. 한동안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위선적인 느낌도 있어서 몰입이 안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그런 노력 덕분에 성기사들 사이에서 조금은 인정받기도 합니다.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엿볼 수 있었군요. 그러나 그의 그런 노력을 무색게 하는 일들이 일어나죠. 군부와 교회는 용사들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용사인 주인공이 여신과 계약을 맺은 건 더욱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더욱 사지로 몰려가죠. 그때마다 전장에서의 경험과 테오리타의 힘을 빌려 어떻게든 위기를 넘겨 가는 게 흥미 포인트입니다. 인간들은 힘을 합쳐 마왕 현상과 맞서 싸워도 모자랄 판에 파벌을 나누고, 이상한 단체도 만듭니다. 그런 행동이 인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안중에도 없죠. 주인공과 테오리타는 그들의 희생양이 되어 갑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어째서 용사가 되었는가. 과거 주인공에게 계약을 맺은 여신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없습니다. 그의 손으로 떠나보내야 했거든요.
맺으며: 1권에서 많은 일들이 농축되어 있어서 리뷰에서 다 언급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주인공과 테오리타의 사이가 진전되는 이야기도 흥미 포인트죠. 사람들을 구해 칭찬을 받으려는 테오리타에게서 주인공은 동족 혐오를 느끼고 있는데, 주인공도 존재 의의를 위해 무모한 행동을 많이 하죠. 테오리타에게서 자신의 행동이 엿보이니 계속 그녀를 거부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이해를 하게 되고 친해지는 그런 이야기인데 이건 뭐 사실 클리셰의 범주라서 언급은 안 했군요. 아무튼 주인공은 왜 용사형에 처해졌나, 이건 2권 리뷰에서 생각나면 언급해 보겠습니다. 지금 언급할 수 있는 건 여신을 신격화(느낌은 아이돌화?) 하는 조직이 있고, 주인공은 그들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인데, 이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진행형이라는 것이군요. 어쨌거나 처음에는 대가 없는 희생을 하려는 주인공 때문에 다소 위선적으로 다가와 몰입이 안 되었습니다. 나 살기도 바쁜데 고립된 성기사단을 구하러 간다? 마침 여신(테오리타)과 계약했으니 망정이지 같은 다소 어이없음을 선보이죠. 문제는 그런 행동이 좋게 이어져서 구원받는 사람들이 있고, 주인공을 벌레보듯 했던 성기사 단장(히로인)이 정신 차리고 여주 자리 차지하려는 괘씸한 장면도 보여줍니다. 청춘 러브 코미디 없는 아포칼립스를 보여주나 했는데, 역시 이런 상황에서는 희망이 되는 사랑이 빠지면 섭하지 그런, 난감한? 테오리타는 그냥 천진난만한 애고요. 미운 7살인지 말도 잘 안 듣고. 마왕 현상이라는 아포칼립스 상황, 원만하게 성장해가는 인간관계, 인류의 존망이 걸렸다고 무슨 짓이든 하려는 인간들이라는 설정을 균형 있게 집필한 작가의 능력이 좋았던 1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