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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 여신의 화신 9 ㅣ 책벌레의 하극상 30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26년 3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삼촌을 사모했던 조카의 엇나간 복수심의 최종장입니다. 게오르기네(양아버지의 누나, 여주에겐 고모)는 시집가서 지아비가 있는데도 삼촌인 (구)신전장(양아버지에게도 삼촌)과 사모하는 편지를 주고받았죠. 그러나 로제마인을 억지로 가족과 찢어지게 만든 계기를 기회로 삼은 영주 질베스타(여주 양아버지)는 그동안 누나(신전장의 누나, 질베스타의 친엄마 베로니카)의 권력을 등에 업고 패악질을 일삼던 신전장을 형장의 이슬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겸사겸사 친엄마였던 베로니카(여주에겐 할머니)도 유폐 시켜버렸고요. 베로니카의 정치적 패악질, 가족 간 갈등 유발, 특정 귀족의 편애로 에렌페스트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한마디로 개판 5분 직전이었죠. 그렇게 사태를 일단락 시켰나 했습니다. 게오르기네에게서 신전장을 향한 구애의 편지가 오기 전까지는요. 사실 게오르기네도 지엄마 닮아서 성격이 개판 5분 직전이었죠. 신전장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걸 몰랐던 당시의 게오르기네에게, 편지를 받아든 여주(당시 신관장이었나 가물가물)는 가족관계를 몰라 그냥 사실 그대로 하늘나라로 갔다고 해버렸습니다. 이제 보니 트리거는 여주가 당긴 것이군요. 엄마(게오르기네의 친엄마 베로니카)도 유폐되고, 삼촌도 골로 가고 뭐냐고 대체라고 그랬겠죠. 게오르기네는 이후 여주를 납치하려 들고, 페르디난드를 에렌페스트에서 떼어내 자기가 있는 영지로 데릴 사위로 들이도록 공작하는 등 복수의 칼날을 갈아댔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철저한 준비를 통해 에렌페스트 접수에 나선 게오르기네는 한 가지 너무나 큰 실책을 해버렸죠. 페르디난드를 독살하려 들었다는 것. 여주에게 있어서 페르디난드는 전생을 아는 유일한 이해자이며, 원래대로라면 얼마 성장하지도 못하고 죽어버렸을 자신을 구해주고 친가족도 보호해 준 대은인이죠. 그런데 연애를 안 해봐서 이 감정이 사모하는 감정인지 전혀 모르고 있지만, 연인처럼 허물 없이, 가족처럼 지내는 페르디난드를 빼앗아간 것도 모자라 독살까지? 비록 페르디난드가 긴급 대응으로 미수에 그쳤지만, 이 죄를 어찌 갚을 거임? 여기서 게오르기네의 두 번째 실책은 여주의 행동력을 간과한 것입니다. 지아비도 보내 버리고 숙청을 거듭해 아렌스바흐(이웃 영지)를 장악한 게오르기네는 에렌페스트를 접수하려 출진하였으나, 본진이 비었다는 걸 알게 된 여주 로제마인은 페르디난드 구할 겸 아렌스바흐를 접수하기로 하였죠. 이제 누가 더 빨리 영지를 지탱하는 마석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승패는 갈립니다. 여기서 게오르기네는 세 번째 실책을 하죠. 사람들에게서 얼마나 신뢰를 받고 지지를 받는가. 지아비도 보낸 악녀와 거의 대가 없이 지 마음대로 축복(치료 등등)을 날려대는 성녀가 있다면 누굴 선택하겠습니까라고 묻습니다. 답은 여주를 막아야 될 적진(아렌스바흐)의 기사들이 보여주었죠. 친절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적진에 도착해 보니 핼쑥한 페르디난드가 있습니다. 이제 누구도 못 막는 페어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럼 게오르기네와 여주의 본진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그건 핵심 스포일러니까 언급은 힘들군요. 중요한 것은 로제마인과 페르디난드의 관계가 되겠죠. 이제 둘이 알콩달콩 살 일만 남았네?는 아니고요. 여주는 왕족과 결혼이 예정되어 있고, 페르디난드의 데릴사위 지위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여주는 연애 감정이 1도 없어요. 페르디난드를 무척 소중한 가족으로만 여길뿐. 그래서 아주 답답한 흐름을 보입니다. 주변의 반응은 둘로 나뉘는 중이고요. 왕족과의 결혼이 예정된 여자와 데릴사위로 가 있는 남자가 붙어 지내니 불륜 의심을 해대는 쪽과 그딴 거 어쩌라고 식으로 둘이 잘 되었으면 바라는 쪽이 있죠. 애초에 페르디난드를 이성으로 안 보는 여주가 더 큰 문제입니다. 곧 죽어도 가족과는 결혼 못 한다고 뻐팅기고 있으니. 그동안 보여주었던 애정은 가족애였던 것입니다. 돌아버리겠죠. 여주 머리엔 온통 책이고, 도시마다, 온 나라에 도서관을 만들 생각만 그득합니다. 여기에 이성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습니다. 사랑하지도 않는 왕족과 결혼도 마다하지 않은 이면엔 도서관을 지을 수 있겠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변이 가만히 둘리 없습니다. 얘를 왕족과 결혼 시켰다간 전 국민이 개고생할게 뻔하거든요. 지금도 상의 없이 일을 저지르는 통에 영지 차원에서도 감당이 불가능한데 얘가 왕족이 된다? 어떻게든 페르디난드와 맺어지게 해서 피해를 영지 하나에 그치게 해야 합니다.
맺으며: 게오르기네 진영의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는 전투는 섬뜩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보는 필자도 소름이 돋았군요. 이런 전투를 보여주는 작가의 실력이 대단했습니다. 다만 이후 새삼 들추는 여주의 박살 난 연애관은 마이너스지만요. 애초에 연애 감각 자체가 없다는 것에서 이것대로 소름이 돋았군요. 얼마나 책이 좋으면 팔려가듯 시집가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니. 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흘러가기엔 뭔가 아까운지 주변을 나서게 하는 게 인상적이었는데요. 여주의 연애관을 비틀어서 페르디난드와 엮어 주려는 노력들이 상당히 재미집니다. 결국 편승한 건지 주변이 불륜이라고 하든 말든 꼭 붙어 영락없는 부부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흐뭇했습니다. 이런 말 한다고 핑크빛 동화책 같은 이야기는 아니고요. 귀족 사회의 철저한 위계질서와 상하 관계를 보여주고, 평민은 사람대접도 못 받는 세계죠. 수 틀리면 친가족이라도 없애는 비정한 면모도 보여줍니다. 독살과 납치는 덤으로 일어나고요. 아무튼 질긴 게오르기네와의 악연을 이제야 끝내나 했습니다만, 이번 9권은 전초전이었군요. 진짜는 10권이 되겠습니다. 아직 수괴 중 하나가 남았습니다. 머리가 비어서 금방 잡힐 줄 알았더니, 의외의 복병이 되었습니다. 이번엔 영지 차원에서의 싸움이었다면 다음은 국가 차원으로 싸움이 일어나려나 봅니다. 페르디난드의 출생도 관련되어 있고요. 여주에겐 도서관이 걸린 일이고 해서 상당히 흥미진진해진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