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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내 화염에 무릎 꿇어라, 세계여 04 - ~ep.4 옆 나라, 입 다물게 해 봤다~ ㅣ 내 화염에 무릎 꿇어라, 세계여 4
스메라기 히요코 지음, 미카 피카조 외 그림, 김장준 옮김 / L노벨 / 2026년 3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왕군이 쳐들어 와서 도시가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5인방은 열심히 싸워서 격퇴하였습니다. 사람들에게 이제 좀 인정받으려나? 여신에게 마왕 좀 없애 달라는 의뢰 받고 이세계에 오긴 왔는데, 처음부터 좀 치트키를 주던가. 성장형 이세계물이 되어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죠. 했지만 노력을 인정받았을까? 이세계 사람들에게 있어서 호무라 일행은 이방인입니다. 이물질입니다. 마법이 아닌 초능력으로 불을 뿜어대는(제어 잘 안됨) 호무라, 피를 원하는 칼을 가진 사무라이 진, 메드 사이언티스트 사이코, 은하 로봇 프로토, 독을 뿜고 사람 가죽을 뒤집어쓰는 츠츠미.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공동체에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죠. 그녀들에게 박해는 없지만, 도시 입장에서는 써먹기에 좋은 말입니다. 있을 곳이 필요한 호무라 일행과 대신 싸워줄 무언가가 필요했던 도시가 절충한 결과 호무라 일행에게 떨어진 명령. 옆 나라 조르광을 함락하라입니다. 일전에 도시에 쳐들어 왔던 마왕군의 출처가 거기였거든요. 그녀들은 도시 방어전에서 승리로 이끈 주역들입니다. 훈장을 줘도 모자랄 판에 가서 죽으라는 명령이 떨어진 거죠. 사실 훈장을 주긴 주겠답니다. 단, 조르광을 함락하는 조건으로. 이세계에서 그녀들의 처우는 이렇습니다. 그렇다고 기죽을 그녀들이 아니지만요.
조르광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도시 국가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든 나라를 5명이서 함락하라는 미친 명령을 받들고. 근데 그렇게 비장할 정도는 아니고요. 기죽을 얘들도 아닙니다. 주목할 것은 그녀들이 고안한 기발한 전술이라고 얘기하죠. 목에 초크를 달았습니다. 떼려고 하면 죽을 만큼 감전되고, 떼면 즉사합니다. 왜 달았는지는 뭐 전술의 일원이라고만 하겠습니다. 여기서 그녀들의 변태적이고, 얼마만큼 일반인과 동떨어져 있는지 잘 보여주죠. 진짜로 아픈지 초크 떼 보자며 선동하고 건드렸다 감전되어 데굴데굴 구르고, 이런 일을 예상을 하여 참여 안 하는 사무라이 진을 꼬드기는 장면은 유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무튼 도착한 조르광은 마왕군에 속한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평온합니다. 비록 전쟁 나면 고기 방패로 몰릴 운명이지만 인간도 자유롭게 거주 중이고, 마중 나온 마족 관계자들도 우호적입니다. 뭔가 예상과 다른 분위기죠. 이런 나라가 인간을 마물화해서 침공시킨 거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알고 봤더니 사연이 있었습니다. 두 개 파벌로 나누어져 내분 중이고, 사실 좋아서 마왕군에 가담하고 있는 게 아니었던 거죠. 호무라 일행에게 접촉해온 관계자는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고픈 온건파였습니다. 호무라 일행은 이들을 도와 조르광을 함락해야 합니다.
맺으며: 이 작품은 누가 악(惡)이고, 누가 선(善)인지 하는 구분을 짓지 않습니다. 모두가 악이 될 수 있고, 모두가 선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호무라 일행을 감싸주는 인간이 있고, 총알받이로 내모는 인간이 있습니다. 같은 마족이라도 쓰고 버리는 말로 취급하는 마족이 있고,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마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호무라 일행은 누굴 위해 싸워야 할까. 조르광에서 벌어지는 전투에서 호무라 일행은 나쁜 마족만 핀포인트 저격에 나섭니다. 사실 인간 도시 방어전에서 마왕군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보통 여느 인간이라면 내 가족이 휘말리지 않았더라도 울분 정도는 생겨 마족이라면 싸잡아 없앨 수 있으나 호무라 일행은 그러지 않습니다. 이게 이 작품의 흥미 포인트죠. 그렇다고 호무라 일행은 선(善)의 진영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도입부에도 언급했듯이 애들 성격은 어딘가 일그러져 있거든요. 나쁜 쪽은 아니고, 순수함? 아이들같이 서로 공적을 뽐내고, 변태같이 가학심(고통을 만끽하려고 초크를 뗀다든지)을 탐구하고, 초크 벗길 열쇠가 없다며 목을 잘라 빼보자고 한다든지. 이래서 그녀들을 인간 쪽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얘기하죠. 그래서 그런가 태어난 곳은 다 다르지만, 그녀들 5명은 서로가 있을 곳이 되어주고 가족이 되어 가는 그런 안타까움도 보여줍니다.